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이는 G20의 경제성장률 3.1%에 못 미치는 수치이다. 우리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수출 호조세에도 내수 둔화가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가계의 지갑 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기인한 이자 비용 증가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후불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는 매우 요긴한 결제수단이다. 또한, 신용카드는 할부결제를 통한 소비의 시차배분(intertemporal substitution)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효용을 높인다. 신용카드는 잠재소비를 유효소비로 전환시켜, 소비와 기업생산의 증가도 가져온다.
그런데, 최근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카드론·현금서비스와 같은 현금성 대출업의 비중을 늘려왔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높은 기대수익이 가능한 현금성 대출업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최근 카드론·현금서비스의 부실률이 상승세이다. 최근 일시불·할부거래의 고정이하여신(non-performing loan: NPL)비율은 0.4~0.8%에 머무르고 있지만, 카드론·현금서비스의 NPL 비율은 2.2~2.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일부 카드사는 일시불·할부거래 위주의 신용판매업 비중을 확대 중이지만, 신용판매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최근 카드사들의 카드채 발행을 통한 조달비용은 평균 3.8%이다. 하지만, 신용판매 수익률(가맹점 수수료 수익 ÷ 카드이용실적 × 100)은 0.5%에 머물고 있다. 높은 조달비용을 감안시, 신용판매업 비중을 높일 경우 오히려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는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주력하며, 신용판매업의 비중을 축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1.3%에 달하던 신용판매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은 적격비용 제도의 도입과 무관치 않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합당하게 부담하는 비용으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라 3년마다 이를 산출한다. 적격비용에는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VAN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되고, 카드사 마진율이 반영되어 가맹점 수수료율(카드수수료율)이 결정된다.
소상공인이 경영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합리적 산정을 위해 도입된 동 제도는 지난 12년간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오히려 수수료율이 꾸준히 내려 현재 평균 2% 수준이다. 하지만, 우대수수료율은 더욱 낮아졌다. 연매출액 30억원 이하까지 확대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1.5%, 연매출액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5%이다. 전체 가맹점 중에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비중은 무려 96%에 달한다.
적격비용 제도는 우대수수료율 제도로 혜택받는 비율이 96%라는 비정상적 구조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신용판매 수익률이 크게 줄어든 카드사들은 고위험 사업인 대출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 대출채권 부실로 인한 대손 발생 등 위험관리비용 증가로 인해 소비자에 대한 할인·캐시백 등 부가혜택도 크게 줄고 있다. 무이자 할부거래 축소와 함께 소비자에 대한 각종 부가 혜택 감소는 카드이용 증가율의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카드이용실적(결제+대출)은 전년동기대비 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2022년중 카드매출성장률인 12.2%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민간소비세 둔화가 카드이용 증가율 둔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내수진작을 위해서라도 소비자의 주요 결제수단인 신용카드의 신용판매기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신용판매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부합한 정상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소비자에 대한 각종 부가혜택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소상공인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나친 상승은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는 적격비용 제도의 폐지를 신중히 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카드의무수납제'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영업 자율성을 저해한다. 소액결제에도 불구하고, 카드수수료 발생은 가맹점의 수익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제액에 한해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화하는 '부분적 의무수납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아울러, 신용카드 회원의 연회비율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동시켜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1인 1개 카드로 모든 가맹점에서 후불 결제가 가능한 카드회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에 카드사는 연회비 인상에 신중할 것이고,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동시킬 경우 정부개입 없이도 안정된 수준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직접 결정하는 시장 개입에서 벗어나 최대 27%까지 상승한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 인하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