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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 보직 발령 △기획처장 겸 캠퍼스타운조성단장 강남희(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교무처장 김종길(사회학 전공 교수) △대학교육혁신원장 양정호(국어국문학 전공 교수) △학생·인재개발처장 겸 대학일자리본부장 이호림(바이오공학 전공 부교수) △국제처장 김상만(국제통상학 전공 교수) △산학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조효선(약학과 교수) △대외홍보실장 김윤희(유아교육과 부교수) △도서관장 박소연(문헌정보학 전공 교수) △글로벌교육원장 이명찬(국어국문학 전공 교수) △기숙사관장 손재현(일어일문학 전공 교수)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E칼럼] 뒷걸음질 치는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

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올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산업 전망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상존한다. 긍정적 측면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의 증가추세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1년 전보다 약 50% 증가해 510GW에 달한 데 이어 올해도 그 증가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정적 측면은 전쟁, 불평등,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피로 누적이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데 부정적 측면들로 열거된 내용이 선거 결과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란 조끼 사태, 프랑스· 벨기에 농민 시위 등을 겪은 유럽의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넷제로를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유럽 의회, 독일, 미국 등의 선거에서도 현재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전망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재생에너지 2023'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연간 재생에너지 용량 추가는 거의 510GW에 육박했으며 지난 20년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중국, 유럽, 미국, 브라질의 재생에너지 용량 추가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태양광 약 400GW, 풍력은 100GW 이상이 예상되는 등 태양광을 중심으로 글로벌 재생에너지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양광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 추가의 3/4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23년 한해 216.9GW(풍력 75.9, 수력 8.0, 핵 1.4, 화력 57.9GW)의 태양광을 설치해 2022년 전 세계가 설치한 태양광 용량과 비슷한 규모를 기록했다. 2022년 86.1GW 대비로는 252%에 해당하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가 발표된 EU, 미국, 독일, 브라질, 폴란드는 역대 최대 태양광 신규 설치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이탈리아도 10년 내 최대기록을 세웠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EU는 YoY 40%가 증가한 56GW, 미국 YoY 88%가 증가한 33.0GW, 독일 YoY 93%가 증가한 14.3GW, 브라질 YoY 8%가 증가한 11.9GW, 폴란드 YoY 23%가 증가한 4.6GW, 이탈리아 YoY 96%가 증가한 4.9GW를 지난해 신규 설치했다. 2024년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달 중국전력위원회(CEC)는 '2023~2024년 전국 전력 수급 상황 분석 및 예측 보고서'를 통해 전력산업의 녹색·저탄소 전환 추세가 2024년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정부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SolarPowerEurope의 '2023~2027 태양광 발전에 대한 EU 시장 전망' 중간 시나리오에서도 유럽 태양광 누적 설치 용량은 2024년 24% 증가(높은 시나리오는 35%)로 2019년의 3배에 달하고, 2027년까지 누적 용량은 약 600GW로 2023년 263GW의 두 배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단기에너지전망(STEO) 및 월간 전력 통계를 통해 2024년 미국 유틸리티 태양광이 2023년 대비 150%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독일도 지난해 14.3GW에서 40% 증가한 20GW 내외가 예상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치에 소극적이었던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오세아니아, 칠레, 브라질, 우루과이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사우디, UAE를 중심으로 한 중동까지 재생에너지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주요 경제국 중 2023년 재생에너지 설치가 정체되거나 감소한 국가로는 인도와 우리나라가 있다. BloombergNEF의 '2024년 에너지 전환 투자 동향'을 보면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17% 증가해 2023년에 1조 8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에너지 분야 전체 1위로는 전기 운송 분야로 YoY 36% 성장해 6340억달러이고 재생 발전 분야는 2위로 6230억달러, 핵발전이 330억달러였다. 중국이 총투자액의 38%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EU, 미국 등이 그 뒤를 이었다. CarbonBrief 및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최근 분석을 보면 청정에너지는 2023년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었으며 GDP 성장의 40%를 견인했다. 에너지 수입은 감소했으며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었고, 대기질 개선 및 중국 수출기업의 RE100 대비 탄소배출권 대량 확보, 급증하는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도 기여했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3년 한해에만 약 50% 하락했고 재생에너지가 증가한 국가들의 전기요금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024년 전 세계 많은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국이 되기 위한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고 있으며 중위 그룹은 선두권으로, 하위 그룹은 중위 그룹을 따라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크고 작은 제약과 허들은 존재하겠지만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주요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에너지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이슈&인사이트] 전기차 시대의 또다른 복병 ‘멀미’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최근들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전 인류의 최대 현안인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은 필연적이다. 단지 속도의 차이일 뿐이다. 전기차 보급이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내연기관차는 찜찜하고, 전기차는 아직도 충전 등 이용에 제약이 많다 보니 연비가 좋고 비교적 친환경적이면서 중고차 가격도 높아 가성비 효과를 톡톡히 보는 탓이다. 사실 전기차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단점이 많다. 충전시간과 인프라 부족은 물론이고 화재·침수에 취약하고, 비상 시 대처방법도 내연기관차에 비해 까다롭다.내연기관차는 130여 년에 걸친 진화 끝에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이 갖춰진 데 비해 전기차는 보급과 동시에 각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며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멀미는 특히 전기택시 이용과정에서 승객이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승객 본인이 신체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빠른 차량과 크게 달라지면 바로 멀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기 택시의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승객의 전기택시 거부 현상도 부쩍 늘고 있다. 멀미 등 감각이 민감한 여성 승객 등을 중심으로 택시 호출 때 전기택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에서 멀미가 유독 심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속도를 가속할 때와 줄일 때 회생제동을 심해 차량이 꿀렁거리기 때문이다. 파도가 심할 때 배멀미를 하는 원리와 같다. 전기차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속도를 줄일 때 제동장치가 동작되지 않아도 가속력을 발전기로 동작시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이를 다시 배터리에 재충전하는 에너지 절약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이 회생제동장치가 심하면 제동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제동하는 특성이 크고 회생에너지도 커져서 연비가 증가한다. 문제는 꿀렁거림이라는 특성이 크게 작동하며 탑승객의 멀미를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제동장치를 동작시키지 않아도 제동이 되면서 뒤따르는 차량의 추돌문제도 발생한다. 운전자가 제동장치를 동작시키지 않아도 제동이 되면서 뒤차가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아 뒤차가 준비하지 못하고 추돌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운전자가 제동을 하지 않아도 회생제동으로 인한 일정속도 감속 시 자동차용 브레이크등이 켜지는 의무장치 의무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전기차 멀미를 잡는 방법은 화생제동 기능을 줄여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같은 감각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도 가속특성이나 운전자의 운전 행태에 따라 멀미문제가 발생한다. 전기차의 멀미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기차용 다단 변속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전기차용 다단 변속기는 즉 5단 이상이 되면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30% 이상 연비가 향상되고 높은 등판능력과 모터의 온도 유지로 냉각장지 축소나 제거 등 일석 십조의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자동으로 속도가 올라가는 특성상 전기차의 급가속과 급감속을 이루어 전기차의 멀미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멀미 문제의 해결은 단순하게 차량만 만드는 것이 아닌 탑승자의 선택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판단된다. 전기차 관련 업계는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지금을 각종 문제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현재 시간 동안 각종 전기차 문제와 배터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내연 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사이에 있는 '중간자' 역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전기차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부각되는 충전과 가격 문제가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 수명연장과 충전소 설치등 인프라 확대, 저가 전략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데스크 칼럼]부동산PF는 국민경제의 볼모인가

김현우 자본시장부장 한 때 '깃발만 꽂으면 성공하던'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정권이 바뀐지 채 3년이 안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라는 짙은 그림자를 남기며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는 130조원을 상회한다. 이 중 부실의 뇌관으로 떠오른 브릿지론이 30조원 규모다. 브릿지론은 사업 인허가 이후 분양 및 착공으로 현실화되는 본PF 전 단계의 금융조달로 상환을 전제로 일으킨 대출이다. 올해 상반기 중 증권사를 포함해 제2금융권의 만기도래 브릿지론은 70%에 달한다. 이들 사업장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되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과 고금리의 환경이 찾아오면 오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뱃속의 중금속 신세로 전락한다. 시행사들은 미분양을 각오하고라도 사업을 진행시키고 싶지만 이제 브릿지론을 인수할 본PF 금융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까지 왔다. 지방을 위주로 한 아파트 사업장과 지식산업센터, 역세권 개발 등 불과 4~5년 전에 지방 경기를 들썩거리게 만들던 청사진이 이제는 빛바랜 짐덩어리가 된 셈이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에서 보여지듯 부동산PF 위기는 '탐욕의 후폭풍'이다. 태영건설은 한때 수도권을 포함해 상하수도 사업에서 국내 부동의 1위 업체였고 방송사 대주주 지위와 함께 군부대 이전 사업, 데시앙이란 브랜드까지 갖춘 탄탄한 중견 건설사였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함께 부동산 PF의 불똥은 금융권으로 옮겨 붙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연일 부동산PF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다. 이 원장은 4일 한 방송에 출연해 ELS 분쟁배상안 이슈와 함께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은 늦어도 올 3분기에 구조조정의 틀을 마련해 PF에 묶인 금융사 자금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돈맥경화'를 푸는 방안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ELS 사태와 PF위기는 근본적으로 그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ELS는 중국 경기침체와 홍콩증시 폭락의 배경아래 은행 등 금융권의 무리한 상품 설계로 손실을 감당 못한 경우이다. 이 과정에서 은퇴자금을 포함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던 가입자들에 불똥이 튀어 피해자 구성에서 분쟁조정의 명분이 있다. 반면 부동산 PF는 경기 침체라는 외부환경의 리스크는 유사하지만 사업의 참여자와 피해자의 질이 다르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대구, 부산, 천안 등 관광버스까지 동원해 지방으로 쇼핑하듯 아파트를 사들이고 호가를 높였던 광풍의 시절이 불러온 퇴적물이 PF 위기로 쌓인 것이다. 그 당시 사업성이 떨어지는 시행사업에서도 대박이 나오는 경험이 이어지자 '부지매입-시행-브릿지론-분양-본PF-회수'로 이어지는 '탐욕의 사이클'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이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에 대해 금융사 자금이 특정 산업에 묶여있는 '돈맥경화'를 풀고 구조조정을 통해 국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부실 금융사에 금융 지원을 단행하고, 미분양엔 세제혜택을 주며 PF 사업 부실을 불러온 당사자들에 안도감을 주는 것이 국민경제의 활력을 위해서라고만 해명이 될까는 미지수다. 공정과 상식을 대원칙으로 출범한 현 정부가 적어도 국민경제를 볼모로 삼은 건설 금융의 탐욕적 카르텔에 확실한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태영이 무너지면 국민경제에 위기가 온다'던 한 오너의 발언을 다시 한 번 떠올렸으면 좋겠다. 김현우 기자 kimhw@ekn.kr

[기자의 눈] 길어지는 홍해 리스크…수출 전선 수호해야

서방진영 vs 후티 반군·이란 갈등 여전…글로벌 경기 침체 속 물류비·납품 지연·선복 확보 등 난항 중동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공습에 나섰으나 예멘 후티 반군과 이란의 '전의'가 사그라들지 않는 탓이다. 이번 갈등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을 계기로 촉발됐다고 볼 수 있다. 가자지구가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수출품을 실은 우리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지나가는 것을 보기 힘들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물류비 상승 △납품 지연 △선복량 부족 등이 있다. 남아프리카 노선을 택하면 수에즈운하 '하이패스' 대비 왕복 기준 2주 가량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우리 산업계의 해운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도 특징이다. 특히 유럽향 수출이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리 기업들에게 4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자동차과 차부품 및 K-방산 등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성과(약 682억6000만달러)도 거뒀다. 그러나 12월 수출은 약 50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유럽향 수출 상승을 이끈 품목들이 항공기를 이용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최근 항공운임도 반등하는 상황이다. 2차전지·가전·석유화학 공장을 비롯해 동유럽 지역에 구축한 설비에 대한 부품 공급 비용이 불어나는 등 추가적인 타격도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이 심화되면 중동향 건설 수주를 비롯한 분야로도 파장이 전이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미·대중 수출이 크다는 이유로 전체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국제무역은 한 곳의 문제가 '우물' 밖으로도 퍼지는게 문제다. 실제로 지난달말 중순 배럴당 70달러선으로 낮아졌던 국제유가도 80달러를 넘어섰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아직 70달러대지만,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등 홍해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운 제품값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WTI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원가 경쟁력 하락도 어려움에 불을 지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회복되지 못하는 가운데 판가를 인상하면 판매가 줄어들고 판가를 유지하면 수익성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가 임시선박 투입 등 국내 기업들의 애로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제는 물류비 경감과 수출금융 확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금융치료'가 본격화돼야 한다. 최근 G2G(정부간 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수출이 많다는 점에서 외교 당국의 활약도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E칼럼]무탄소에너지 대전환, 관건은 국민 설득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를 무탄소에너지(CFE)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안했던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COP28 합의문에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수소·CCUS(탄소 포집·저장·활용)를 무탄소에너지로 명시했고, 영국을 비롯한 5개국의 공식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은 중요한 성과다. CFE 대전환의 핵심은 원전 생태계 복원이다. 그런 사실을 애써 감출 이유가 없다. 원전을 배제한 탄소중립은 우리에게 실현 불가능한 꿈이기 때문이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명백한 현실이다. 2021년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에서 우리 정부가 무책임하게 내놓았던 '2050 탄소중립'의 약속을 지키려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 RE100은 '더 클라이밋 그룹'(TCG)이라는 영국의 비영리 민간단체가 2014년에 대기업을 상대로 시작한 캠페인일 뿐이다. 연간 100G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 스스로 정한 기한 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고작이다. 현재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400개 기업이 마케팅 전략으로 RE100의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RE100의 본거지인 영국의 정부가 CFE 대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영국은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1956년 이후 7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원전 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9기의 노후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영국이 2050년까지 8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해서 전력 수요의 25%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RE100을 우리나라의 국가 에너지 정책에 꼭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사대주의적·패배적 억지다. 우리에게는 국민 생활과 산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전기로 대체해야만 하는 RE100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력화 비율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전기화가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인 제철·시멘트·정유 산업은 통째로 포기해야만 한다. 엄청난 양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반도체·AI 산업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 좁은 국토의 우리에게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로 소요전력의 100%를 충당한다는 RE100은 그림의 떡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태양광·풍력 설비를 설치할 토지를 확보할 수 없다. 건물의 지붕·벽·주차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일조량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60%에 지나지 않고, 가동 시간이 하루 평균 2.5시간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도 치명적 이다.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나 양수발전을 이용한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수소·CCUS도 본격적인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정책에 반영하려면 여전히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미래 기술'인 상황이다. 에너지 믹스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필요하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국가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가 없다. 전기는 '실시간 생산'과 '실시간 소비'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원전의 감발(減發) 운전이나 재생에너지 설비의 출력제한은 감당하기 어렵고 위험한 낭비다. LNG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첨두'(尖頭) 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의 급격한 확대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당장의 원전 확대보다 가동연한이 끝나가는 원전의 계속 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훨씬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원전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욕심이 지나치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원전 기술을 개발하고, 원전 산업만 지원한다고 원전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짜 과학'(fake science)을 확실하게 청산해야 한다. 100%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기술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술패배주의'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환경은 반드시 보존하고 지켜내야만 한다는 '생태환경만능주의'도 청산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폐기물은 '10만 년을 생태계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악의적이고 반(反)기술적인 선동의 피해도 막심하다. 탈원전을 정권 쟁취의 수단으로 여기는 정치 집단도 경계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이슈&인사이트] 미래산업 발목잡는 R&D 예산 삭감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 변호사 올해 초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4)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라고 할 만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역대 최다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혁신상을 받은 국내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벤처기업들이라 그 의가 크고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이번 CES 2024 행사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만이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기존 기술과 결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는 보편적인 도구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점차 산업과 국민 생활의 필수재로 자리잡는 추세지만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하는 업체나 인공지능을 도입해 업무를 하는 기업들이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특정한 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일정한 수요가 창출되어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폭발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미래 경제와 안보 등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제 막 새싹이 나기 시작한 인공지능 산업은 화려한 꽃을 피울 때까지 많은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자체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민간 투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투자 이후 빠른 회수를 기본으로 한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인공지능 산업에 민간기업,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기에는 본래 성격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결국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멀리 보면서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지난해부터 과학기술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던 예산을 살펴보면 올해 연구개발(R&D)분야 국가예산은 2023년(31조 1000억원) 대비 15% 삭감된 25조 9000억원으로 최종 의결이 됐다. 전년도 대비 과학기술 연구개발비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33년만에 처음이다. 국가 부도 위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지했던 예산을 줄인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비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던 인공지능 관련 중소기업이나 학계 연구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수년에 걸쳐 진행하던 과제의 예산을 갑자기 줄이자는 협약 변경을 요구받거나 신규 연구개발 과제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협약 변경의 조건이다. 큰 틀에서 보면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15% 정도지만 개별 연구과제에 있어서는 그 편차가 극심하다. 정부 산하기관과 체결된 계약에 따라 수년간 수행하고 있는 과제를 갑자기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이유로 적게는 30%, 많은 경우는 심지어 80%까지 기존 계약 내용보다 금액을 낮춰서 변경 계약을 요구받고 있다. 이미 체결된 계약에 맞춰 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시설과 장비를 구매했는데 이 정도 비율로 계약 금액을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제대로 된 과제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들은 변경되는 계약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변경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나마 변경되는 계약대금에 맞춰 과제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때로는 기존 과제 범위는 유지한 채 계약대금 변경을 수용하라는 강요를 받기도 한다.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면 향후 정부 과제 선정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은근한 압박을 덧붙인다. 사정 변경에 따른 합리적인 수준의 변경 계약을 넘어 기업 간에서라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연구개발비 예산을 삭감하면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분야 현장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없는 과학기술 연구비 카르텔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휘두른 칼에 실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인공지능 산업과 연구개발이 고사할 위기다. 정부가 앞에서는 인공지능 산업을 지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자라나는 새싹을 자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감독자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과도한 규제로 인공지능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후원자 역할도 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 개선으로 뒤에서 밀어주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한 육성책으로 앞에서 끌어주는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EE칼럼] 새 외교부의 리더십과 기후변화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얼마 전 전 외교부, 국가안보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모두 바뀌면서 외교안보의 새로운 진용이 갖춰졌다.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은 전통 외교안보 전문가라면 신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경제통상 분야를 비롯한 다자외교 분야에서 많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취임사에서 조 장관은 경제 안보 융합 외교의 실현을 첫번째 중점 분야로 내세웠고, 두 번째로는 G7 플러스 시대를 대비하는 외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 안심, 민생 외교를 중점 분야로 꼽았다. 신임 외교장관의 다자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국가의 안보는 물론 해외 일자리 창출과 국민 안전보호에 우리나라 외교부가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한다. 침체된 기후변화·환경외교에도 새로운 리더십은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 문제가 바로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이자 해외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재직 당시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을 전 세계에 일깨우고 파리협정 체결을 주도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은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협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파리협정 제3조는 협정의 목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논의에서 고려되는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이외에 재원의 흐름을 세 번째의 목적으로 꼽고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규제적인 접근이 아니라 시장과 경제 원리로 해결하겠다는 파리협정의 접근방법을 대변한다.또 또한 파리협정은 이행수단(Means of Implementation)으로서 재원, 기술 그리고 능력배양을 꼽고 각각에 대해서 상세한 이행 메커니즘을 두고 있다. 신임 외교장관이 밝힌 경제, 기술, 외교의 결합은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이미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는 제도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정통한 한 국제컨설팅 회사는 저탄소 혹은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면 국제사회 GDP의 2~8%의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기후금융에 싱크탱크에 따르면 2021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기후변화 분야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합쳐서 1조3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의 재원이 사용됐다. 이렇게 투자와 연계된 기후기술의 상용화를 통한 세계 신시장 개척은 새로운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와 새로운 기후시장의 제도화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교 당국과 민간의 긴밀하고도 전략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경제안보의 맥락에서 보면 매우 유사하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후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엔 기후변화협약, G20은 물론 G7 플러스에서 체계적이고도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국제 다자 표준 및 제도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 마저도 크다. 파리협정의 마지막 이행 수단인 역량강화는 개도국 협력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국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세 가지 분야 중의 하나로 그린 ODA를 꼽았다. 그린 ODA는 개도국이 파리협정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과 제도를 키워주고, 기후변화 대응 노력 과정에 민간이 해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는 개발협력을 통해 개도국과 우리 모두가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외교의 신천지'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외교부의 새 지도부가 구축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세 가지 중점사항에 모두 잘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후변화 담당 조직의 전문성과 이행 역량을 높이고, 정무 조직은 물론 개발협력, 기술규범 그리고 경제안보 담당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서 기후변화를 통한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는 새로운 외교를 기대해본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기자의 눈] 공매도와 결탁했다는 의혹에 대하여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작전세력의 진화' 시리즈가 해를 넘겨도 계속되고 있다. 이 기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회계사 이준민과 그 주변에서 벌어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조금 깊이 들여다보는 기사다. 개인적으로 화력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나름 해당 세력에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보니 황당한 의혹도 사고 있다. 기자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회사의 주가를 떨어트리려고 기사를 쓰고 있다는 추측이 이 씨가 최근까지 관여한 카나리아바이오라는 종목 주주들에게서 나온다. 주가를 하락시켜 회사의 지분을 싸게 사려는 세력을 위해 부역하고 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취재를 수년간 하다보니 다양한 투자자들을 접한다. 흔한 유형 중 하나는 '종목이 종교'인 사람들이다. 보유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팩트는 허용을 하지 않는 투자자들이다. 그러다보니 부정적인 지적을 방어하고자 다양한 궤변을 만든다. 주가 하락으로 혼란에 빠진 주주들이 달콤한 이야기를 해주는 채팅방이나 커뮤니티를 찾아 위안을 얻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은 팩트를 지적하는 기사나 당국의 시장 조치 등에 대해 저마다의 해석을 주장하며 무책임한 희망을 전도하기에 바쁘다. 기자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떨어트리려고 기사를 쓴다는 의혹도 그렇다. 이를 고발해 기사를 막아내면 주가가 오르리라는 논리다. '악재'가 '기사'가 주가를 움직였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달을 보라고 손을 드니 손가락만 보는 격이 아닌가. 솔직히 공매도 세력이나 저가 매수를 시도하는 세력이 결탁하자고 연락을 해온다면 환영할 일이다. '공매도 세력 확인…언론 회유 시도'라는 대형 특종을 낚을 기회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약 10년 전 대형 폰지사기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다. 처음 피해 규모는 700억원 대였는데 나중에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건이 됐다. 기사를 내는 동안 당시 투자자들에게 비난과 오해, 험담을 듣고 심지어 폭행도 당했다. 결국 주범이 구속돼 형을 살고 있는 지금 피해금액 대부분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서 피해자로 전환된 이들 중 수십명이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이 무너지면 따르던 영혼들은 죽는다. 애당초 투자는 신앙이 되면 안된다. 손절을 못할 이유가 없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미분양과 인허가의 딜레마

미분양 해소냐, 꾸준한 공급이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처한 딜레마다. 건설업계 최대 현안인 미분양은 골칫거리다. 최근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12월 주택통계 발표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로 지난해 11월 5만7925가구 대비 7.9% 늘어났다. 지난해 2월 7만5438가구까지 늘어났다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연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실 그간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기 때문이 아니다. 적체된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인허가를 제한하면서 줄어들었을 뿐이다.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인허가 물량이 감소했다. 문제는 부동산 선행 지표인 인허가 물량 감소는 공급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주택 공급을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지난해 ‘9.26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및 부동산 PF 대출 보증 확대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12월 주택 인허가는 지난달 9만4420가구로 전월 11월 2만553가구 대비 359.4% 늘어났다. 착공과 분양 역시 각각 3만8973가구로 35.4%, 2만8916가구로 35.2%로 같이 크게 증가해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이같은 인허가 확대는 미분양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 지난달 11월 1만465가구였던 준공후 미분양은 12월 1만857가구로 3.7% 증가했다. 건설사들엔 큰 타격이다. 분양대금을 못 받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갚지 못해 도산으로 이어진다. 최근 태영건설이 PF 사업 좌초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규제 완화에 따라 인허가 물량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더 큰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허가 증가에 따른 미분양 물량을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신혼부부 특례 대출,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도 좋지만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인허가 물량을 잘 조절해 악성미분양 증가, 공급 대란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해결하도록 세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20231214010007143000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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