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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칼럼] MZ세대 저항문화와 세대소통 그리고 비상계엄

1992년 논산훈련소 28연대에서 함께 복무했던 후배로부터 오랜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형! 충청도에서 서울 가는 게 쉽지 않지만, 다가오는 주말에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광장 집회에 참여하려고 해요. 언니, 오빠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현장에 딸이 관심을 보입니다. 저도 미래를 위해 이런 나라를 물려주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 전화를 받으며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날, 장갑차를 막고 본회의장을 침탈하는 특전사 대원에 저항했던 시민과, 소화기를 분사하며 저항했던 국회 보좌진이 떠올랐습니다. 또한 1987년 4월13일 전두환의 호헌(護憲) 조치 발표 후 명동성당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선배와 시민도 기억났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저와 후배의 가슴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44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는 두려움과 고통을 안겨줬지만 이번 탄핵시위는 과거의 4.19 혁명과 5.18 광주항쟁, 1987년 6월항쟁과 2016년 촛불시위를 거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 참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보다 당론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성찰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 저항문화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MZ세대는 M세대와 Z세대를 묶어 부르는 신조어입니다. M세대는 1980년 초반에서 1990년 중반 출생자로 새 천 년이 시작된 2000년 즈음 성인이 되고, 알파벳 마지막 글자인 Z세대는 1990년 중후반에서 2010년 초반 출생자입니다. MZ세대는 일반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핵 표결 촉구에 앞장서는 MZ식 집회문화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아이돌 콘서트에서 보던 응원봉을 흔들며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집회를 시작했다"고 묘사했고, 프랑스 AFP통신은 “직접 만든 깃발과 K팝, LED 촛불을 흔드는 시위가 마치 댄스파티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BBC는 “집회가 콘서트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강력한 항의를 넘어 풍자를 담은 집회문화 변화를 보며 MZ세대의 신박함을 느낍니다. 이들의 저항문화 특징은 첫째, 팬덤 상징인 응원봉을 흔들고 K팝을 개사해 집회를 즐긴다는 점입니다. 소녀시대와 로제의 음악이 울려 퍼지며,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이라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가사는 MZ세대의 새로운 저항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색을 배제한 해학을 담은 이색 깃발들이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강아지발냄새연구회', '나라가 평안해야 양이도 행복하다', '법야옹 연대',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등 깃발은 동지애 확장을 느끼게 합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MZ세대의 저항문화에 대해 “내가 어디에 속해있고,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지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MZ세대의 감성이 스며들면서 탄핵 촉구 집회 풍경은 과거의 엄숙하고 비장한 모습에서 벗어나,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축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44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를 이겨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MZ세대와 함께 민주항쟁을 할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라는 시니어(베이비붐 세대, X세대)의 소회 속에서 4050세대는 원활한 촛불문화제를 위한 사전학습 '탄핵 플레이리스트(노래모음)'를 돌려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세대 소통과 민주주의 회복력을 봅니다. '호모사피엔스' 저자 조지프 헨리는 “인터넷 확산과 함께 우리의 집단두뇌는 극적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갖게 됐다.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힘을 합치고, 낯선 사람을 신뢰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들의 거대한 연결망으로 혁신을 성취한다"라며 우리 인류의 성공 비밀은 '우리 공동체의 집단두뇌'라고 강조했습니다. 불의가 깊어지며 분노가 깊어지는 대한민국 위기 속에서, 기성세대의 비분강개를 MZ세대의 활기와 신명으로 이어가고 있는 민주주의의 문화적 학습과 집단두뇌의 혁신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기자의 눈] 탄핵 다투는 정치권, 국민 위해 에너지정책은 지켜주자

정치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정책 방향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돈다. 에너지업계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탈(脫)원전, 현 윤석열 정부 때는 탈(脫)탈원전 등으로 인한 정책 일관성 부족으로 큰 낭비를 경험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에너지 정책이 변경되면서 중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탄핵이 될 경우 다시 원전이 축소되고 재생에너지 위주의 정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잦은 에너지정책 변화는 에너지 산업 전반에 혼란을 초래하며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에너지정책은 이런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 안그래도 국내 산업계는 중장기적 침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 상황에 정치권에서 자꾸 산업계와 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면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은 정책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므로 대규모 투자나 사업 계획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설비나 원전 기술 개발 등에 대한 투자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지며, 산업 발전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정책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프라 폐기나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탈원전 정책과 송전망 확충 지연으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지면 전기료 인상 가능성도 커진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시에도 초기 투자비용이 상승한다. 환경 목표 달성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장기적인 환경 목표는 정권 교체에 따라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또한 잦은 에너지정책 변화는 국민적, 지역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지역 주민들의 반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 설치 시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 간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해결 방안으로 에너지업계는 꾸준히 초당적 에너지 정책 협의체, 독립적으로 에너지 정책과 가격을 규제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당 간 협력을 통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업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권에 따라 발전설비 비중이 급변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아닌 중장기 에너지 로드맵 수립과 법제화도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법률로 규정하고 국민, 전문가, 기업, 환경 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정권의 이념보다 기술 혁신과 경제적 효율성을 기반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정치적인 혼란은 한국 사회의 상수처럼 보인다. 우리 정치권에게 에너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이재명 대표 재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곧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2020년 5월에 시작된 재판이 지연되었다가 팔레스타인 등과 전쟁 중인데 4년도 더 지나 재판이 재개되는 것이다. 총리의 재판은 모두 세 건인데 병합으로 진행된다. 먼저 네타냐후는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오스트레일리아 억만장자로부터 한화로 3억 원이 넘는 선물을 받았고 이들에게 미국 비자 갱신, 세금 면제 기간 연장, 사업 거래 등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총리는 2014년 이스라엘 신문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발행인, 2012~2017년 이스라엘 기업 유로컴그룹 소유주 부부에게서 각각 향응 등을 제공받고 대가성 있는 거래를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는 1996~1999년과 2009~2021년에 이어 202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세 번씩이나 이스라엘의 총리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16년부터 뇌물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고 경찰은 2018년 2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그를 사기, 배임,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모두 두 번째 임기 중에 이루어졌다. 애초에 재판도 두 번째 임기 중인 2020년 5월 예루살렘 지방 법원에서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가 재판을 지연시켰다. 2022년 12월 네타냐후가 극우정당들과 연정을 하여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고 1년도 안 지나 10월에 가자 전쟁이 발발했다. 그는 이란과 레바논까지 전쟁을 확대하면서 재판을 연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법부는 전쟁을 핑계로 미루지 않고 재판을 속개했다. 잭 스미스 미국 연방 특별검사는 11월 25일 공소 취하 요청서 두 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가 기소된 2020년 의사당 폭동 사건과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유출 사건을 맡고 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당선 이후 자진 사임한다는 소식까지 있다. 트럼프가 받는 다른 두 건의 재판 가운데 이미 배심원단의 유죄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돈제공 사건도 11월 26일로 예정된 선고 재판까지 중단되었고 조지아 대선 결과 뒤집기 사건의 수사도 중단된 상태다. 미 법무부는 1973년 닉슨 대통령과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을 거치며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입장을 지켜왔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을 기소하면 법무부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행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조는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때도 이어졌다. 대통령의 국정 보장을 위한 불기소 입장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적 원칙은 서로 상충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미 기소가 이루어진 이상,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금지 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으나 “범죄의 심각성이나 증거의 탄탄함, 소송의 타당성이 달라지지 않으며 정부는 여전히 (기소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특검은 기소 취하 요청서를 제출한 뒤 법원이 “기소가 취하되더라도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2011년 대법원 판례를 지적했다. 트럼프 임기 이후에 같은 혐의로 다시 기소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대통령이 법 위에 있지 못하다는 것을 1973년과 2000년 법무부에서 대통령의 면책은 임시적이며 임기 동안에만 적용된다고 함으로써 상충성을 피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요건 관련으로 헌재에서 주심 재판관이 지정되었다. 검찰, 경찰, 공수처에서 수사도 시작되었다. 또 차기 1위의 야당 대표는 8개 사건에 대한 재판 다섯을 받고 있다. 형사 소추에 재판도 포함되는지, 또 대통령이 선거 전에 기소된 사건으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대통령직을 상실하는지도 관심이다. 초유의 일이 세계적으로 동시다발로 벌어지기 때문에 무엇이 맞는지 또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국격이 떨어지고 허송세월이라 안타깝기 한이 없다. 이준한

[EE칼럼]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대로 괜찮나?

모처에서 진행된 한 자문회의에서 정부가 수소산업 진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수소경제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란 내용의 발제를 들었다. 그때 고개가 갸웃해졌다. 물론 우리 정부의 의지와 노력 자체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상태를 과연 낙관할 만한 할까? 물론 관련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산업계도 투자에 관심을 표명하며, 수소경제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켜야 했던 2019년 이후 2~3년 정도 수소경제 추진 초창기에는 응원 차원에서 긍정적 인식을 적극적으로 유포하는 것도 필요했다. 하지만 6년이나 지난 2024년, 관련 정책들이 시행되고, 표명된 투자들도 이루어져, 이에 따른 성적표가 이미 나왔다. 아쉽지만 성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올해 10월말 기준 수소차 등록대수는 약 3만 7천대로, 지난 10개월 동안 고작 2천 7백여 대 증가한데 그쳤다. 수소차와 내연기관차 가격 패러티(parity)의 전제 조건인 연간 10만대 양산 규모 달성은 당초 내년으로 기대되었지만 이미 물 건너갔다.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설정한 2030년 30만대 보급목표 역시 지난 6년간의 실적을 볼 때 달성이 요원해 보인다. 수소차 보급 차질로 수송용 수소 공급 수소충전소․수소생산기지 등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사업자가 나왔다. 다만, 내년 신차종인 “이니시움" 발매와 함께 친환경차 구매목표제에 힘입어 수소버스 보급 확산세가 견조하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다른 복병인 수소 가격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전국 수송용 수소 평균가격은 이미 kg당 1만 원대를 넘어선 상태다. 2030년 30만대 보급목표 달성은 차량 가격과 함께 수소가격이 충분히 인하되는 것이 필수적 전제다. 참고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2022년 수소충전소 공급가격 목표가 kg당 6,000원이었다. 더구나 실제 시장에서는 수소차가 경유차 대신 같은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경쟁할 수밖에 없어, 수송용 전기 대비 비싼 수소가격은 수소차 보급에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수송용 수소가 전량 부생․추출수소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가격대라는 점이다. 개정된 수소경제법에 따라 2027년부터는 수송용 수소에 청정수소 사용이 의무화된다. 국내 최초로 3.3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 생산시설로부터 그린수소를 공급받는 제주 함덕 수소충전소는 kg당 2만대에 수소를 조달, 1만 5천원에 판매 중이다. 이때 적자 분 5천원은 제주도청이 부담한다. 제주도를 포함 다수의 지자체들이 이 같은 청정수소 판매 수소충전소 확대를 희망하고 있으며, 더욱이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확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재정적 지원 방안이나 계획이 없다. 그래서 향후 매일매일 쌓이게 될 적자는 오롯이 사업자나 지자체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수소발전, 특히 연료전지 발전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매년 사업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준수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청정수소발전의무제(CHPS) 일반수소 입찰시장을 통해 올해까지 약 879MW 정도 보급되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개설된 암모니아 혼소발전이나 수소혼소․전소발전을 위한 CHPS 청정수소 입찰시장 낙찰 결과는 시장에 적잖은 후과를 가져올 것 같다. 공고물량 6500GWh의 약 12% 정도만 낙찰을 받았는데, 낙찰 받은 발전사업자가 암모니아 인수시설 구축에 일정정도 정부 지원 등을 받았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현 발전단가 상한아래서는 정부지원이 없이는 해당 시장에서 낙찰자가 되기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욱이 이 시장이 얼핏 정부와 한전, 발전사만의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의 해외 청정 암모니아 공급사들도 함께 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2030년까지 약 500만 톤의 대규모 청정 암모니아 구매 발주서를 전 세계 공급사에 보냈는데, 구매가격을 확인해 보니 본전치기가 의심되는 염가였다는 의미다. 그 만큼 청정수소 발전을 통한 수요 확대는 앞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하지만 백절불굴(百折不屈), 비록 지금까지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다양한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수소경제는 앞으로 나갈 것이다. 다만, 정확한 처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가올 2025년에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김재경

[기자의 눈]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정치…피해는 국민 몫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예정됐던 송년회 약속들이 취소됐다. 뒤숭숭한 분위기에 시끌벅적한 모임을 가지기 보다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다. 실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연말 수십명 단위로 예약이 됐던 대규모 약속들이 줄줄이 취소돼 한숨을 쉬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정이 좋지 않다는 뉴스가 쏟아지던 상황인데, 비상계엄 선포는 사장님들에게 결정적인 직격타로 작용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경제·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원화 가치가 급락해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계엄 해제 이후 환율은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무산되며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한다. 환율은 시작에 불과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 대외 신인도 하락, 경제성장률 하락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진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4~6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9일에는 순매수로 바뀌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마저 매도 행렬에 동참한 분위기라 증시 상황은 암울하다. 여행 위험국 지정, 무역 고립 등 세계적으로도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데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커진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로 1%대까지 낮아졌는데, 성장률 추가 하락도 우려된다. 수출 부진에 더해 투자, 내수 위축 등이 심해져 경제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금융시장이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형편이 나아질 리 없다. 정치가 사장님들의 최대 리스크가 됐는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압박해 은행권이 준비하는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책인 '상생금융 시즌2'의 의미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은행들도 정치적 혼돈 속에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까지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로 경제적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카오스 시대, 잃어버릴 10년

지난 3일 대통령이 뜬금없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다행히 야당 의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계엄은 무산되었다. 계엄이 선포되자 역외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섰고 계엄이 무산되자 1420원 대로 내려왔다. 시장은 대통령 탄핵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정치적 안정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정부의 환율 개입으로 1420원 대에서 잠시 멈칫했지만 탄핵안이 폐기된 이번 주 환율은 바로 1430원 후반대를 넘어섰고 1450원을 넘기는 건 시간 문제가 되었다. 주식시장에서도 계엄 선포 후 3일동안 외국인이 1조원 이상의 매도를 기록했고 월요일부터는 개인의 투매가 나오고 있다. 계엄과 탄핵 무산의 혼란 속에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이 진정한 파트너인지 불한함을 표명하고 있다.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시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할부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과연 몇 년에 걸쳐 그 할부를 갚아야 할까? 세계는 AI 시대를 열고 있다. 각국 정부와 회사들은 AI 시설 장비 구축에 혈안이 되어 있고 그 기초 설비인 H100 칩을 확보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우리 국회에서 밝힌 우리나라 H100 보유 수량은 겨우 2,500대라고 한다. 미국은 일개 기업도 수십만대씩 가지고 있다. R&D 예산을 삭감한 이번 정부는 다음 세대의 밥그릇을 스스로 차 버린 꼴이다. DJ의 인터넷 산업 육성으로 우리는 30년간 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AI시대다 그런데 우리는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기술에서 1년 뒤쳐지면 산업에서는 최소한 10년은 뒤쳐지는 거라 한다. 한 달 후면 벌써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다. 8일(현지시간)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 나토에 계속 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 그들(NATO)이 청구서를 지불한다면, 그렇다"라고 하였고 관세에 대해서는 “나는 관세를 크게 신봉한다. 나는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즉시, 다른 나라에도 순차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우리도 방위분담금 재협상과 관세 부과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응의 주체가 모호해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가 HBM 칩 개발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납품 테스트마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의 전기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가고 있으며 LCD, 일반 선박 건조 그리고 철강 시장은 벌써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우리의 내년 경제전망이 2%도 안될 거라는 불안감 속에 2025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거기에 정치적 리스크가 더해졌다. 앞으로가 문제다. 탄핵 정국이 늘어지고 지연된다면 외인들의 투자 회수와 취소가 늘어날 것이고 외환보유고와 국민연금과의 스왑만으로는 환율 방어가 쉽지 않을 거다. 증안기금과 채권안정기금이 주식과 채권 시장의 혼란을 어디까지 버텨줄지도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계엄이 선포된 날 한은은 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데 실질적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환율의 붕괴로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기업의 대량 해고가 일어날 경우 부동산 연체증가로 최후의 보루인 부동산 시장마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일본처럼 잃어버릴 10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 혼란은 경제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 해결해 줘야한다. 최용

[EE칼럼] 동해 심해 탐사시추를 왜 하는가?

지난 6월 대통령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시추 계획 발표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탐사시추를 하는 것도 아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데 전국이 요동쳤다. 왜 그랬을까? 지금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 대륙붕에 석유가스를 찾기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탐사시추를 하는 것은 과연 쓸모없는 일일까? 전체 시추 비용의 50%에 해당되는 500억 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었지만 국회에서 삭감되었다는 것을 보고 놀랐고 또한 몇 일전 대통령의 계엄선포시 대왕고래 예산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그럴만한 일이 아닌데 말이다. 한국 석유공사가 해외의 메이저 석유회사처럼 재정 상태가 좋으면 정부와 국민에게손 내밀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당당하게 시추를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투자한 해외자원개발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4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니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는 추가적인 빚을 내 시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계획된 시추를 중단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해상 시추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2년 전에 미리 시추선 용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표로 시작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사업은 한 편의 코미디 처럼 흘러왔다. 과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 정치의 영역으로 엮이면서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도 우리가 국내 대륙붕 탐사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전히 중요한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한 축인 석유 가스의 확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CCS)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국내 대륙붕 조사 탐사는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7광구 한일 공동개발 협정 종료 등 주변국과의 미래 해양영토 문제를 차근차근 준비하기 위한 기초 자료 확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용히 장기적으로 조사 및 탐사시추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의 중요성은 산업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작업이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 영향을 주고 한국의 발전된 해양플랜트 분야를 활용할 수 있고 가스전이기에 블루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확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계획된 첫 시추인 대왕고래 구조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해 심해광구 내에 남아있는 다른 유망구조의 탐사 유망성 평가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향후 올바른 탐사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학을 할 것이다. 성공하면 남아있는 유망구조의 탐사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평가자료를 제공하여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5개의 유망구조가 있지만 1차 공의 시추 결과와 그 분석에 따라 향후 시추할 유망구조의 수와 시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탐사 성공률이 20%이기 때문에 5개 구조를 시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구조에서 가스가 나오면 독자적인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5개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시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부터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시추공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석유개발에서 실패는 병가지상사처럼 일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다. 20%의 확률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실패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야 궁극적인 성공이 가능한 분야가 에너지 자원개발이다. 비난할 준비도 축하할 준비도 하지 마라. 책임 안 물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할 수는 없는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복권도 구매해야 당첨이 될 수 있듯이 실패가 두려워 시작을 못하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충분한 사전 계획과 준비 없이 운에만 맡기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어디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인지하고 여정을 나서야 성공한다. 신현돈

[기자의 눈] 탄핵안 부결의 경제적 파장

“만약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면,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목도하기 전날인 6일, 다수의 국내 경제 전문가들에게 이같이 질의했다. 6일 오후만 해도 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반반, 아니 가결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라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믿고 있었다. 질문을 받은 경제 전문가들은 '탄핵안 가결'이 곧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듯 반색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탄핵은 이미 국민들이 경험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만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거나 부결될 경우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탄핵안 가결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대한민국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기회이자, 국민들의 희망이었다. 물론 모든 전문가들이 탄핵안 가결 후 국내 경제 파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은 아니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가뜩이나 내년 경제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탄핵안 가결이) 기업들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현재 전망치보다)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내 경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망과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허탈했고 참담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195명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아 개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결과다. 전국 각지에 모든 국민들은 7일 오후 텅 빈 국회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원석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불참한 국민의힘 105명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에게는 지금도 탄핵 관련 '항의성' 문자 폭탄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문자 발송을 '위법행위'라고 규정하며 “개인정보 유출, 업무방해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들은 7일 오후 국회 상황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에는 참여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되는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 국민보다는 자신의 정당과 자신들의 안위만 택한 결과다. 추운 겨울, 국회 앞에 집결한 시민들 100만명의 목소리를 외면한 국민의힘이 어떠한 자격으로 '법적조치'를 운운하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도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힘을 믿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우리 당 일임”은 또 다른 헌정유린

이강윤 정치평론가 12.3 계엄은 정치-사회적 충격 못지않게 중대한 법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안정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며 '질서있는 퇴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우리 당 일임, 여당대표-총리 국정운영'은 헌법유린 두 발언은 중대한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임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또 여당(국힘) 대표는 정치적 지위이지 법률적 지위가 아니므로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이제 자네가 맡아서 해보소"라며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법률가이기도 한 대통령과 국힘 대표에게서 이런 비상식적 발상이 나온 것에 경악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대행자를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이다. 지금이 왕조시대인가. 국가기관의 구성원도 아닌 여당 대표와, 아직 대통령권한대행자가 아닌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을 대행하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헌법 유린이다. 헌법 상 대통령직은 다음 세 가지 경우에만 권한대행이 가능하다. 탄핵, 궐위나 사고, 사임으로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때이다. 이 세 가지 외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가 대행되는 순간 위헌이다. 정통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한-한' 라인 국정운영 방침은 정치적 계산 국힘이나 한덕수 총리가 이런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한-한' 라인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이유일 것이다. 대통령 유고 사태는 곧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의 2심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계산으로 읽힌다. 특정 정파의 추측과 이해관계에 맞춰 국가 권력체계를 손 대는 것은 국기문란이다. 비상사태일수록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야 또 다른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질서있는 퇴진" 역시 말 잔치에 불과하다. 마치 차분하게 국가시스템이 회복되고 뭔가가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뉘앙스를 주지만, 법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다. 무엇이 질서이며,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말이 좋아 일임이지 무책임한 방책이다. 대한민국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탄핵안처리 무산 이후 내란죄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특수본은 8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내란혐의로 긴급체포한데 이어 윤 대통령을 내란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긴급체포후 48시간이내 구속영장 청구여부-구속기간 20일이내 기소여부'가 수사 원칙이니 빠르면 연내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직 대통령도 내란과 외환죄의 경우는 소추 대상이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마당에 국힘이 탄핵안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사는 탄핵안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진행된다. 판사 출신의 이 모 변호사는 “이러저러한 절차를 거치느라 늦어진다 해도 새해 1월에는 윤에 대한 직접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아마도 비상계엄이 내란 기수냐 미수냐 정도만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내란혐의의 증거가 많다는 얘기다. 법 앞에 만민 평등…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7일 국회 앞에서의 느낌 두 가지로 글을 맺는다. 밥을 먹었으면 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밥값 계산'이 최주요 본질이자 최우선 사항이다. 사법부에서 내란이 최종적으로 인정된다면 역사 법정은 물론이고 현실 법정에서 그가 치러야 할 댓가는 혹독할 것이다. 내란죄는 최중형으로 다스린다. 전두환-노태우가 내란으로 처벌받은 전직 대통령들이다. 또 하나. 계엄이라는 초대형 폭탄이 여타 사안을 무화시키거나, 홍수에 둑 터져 다 휩쓸고 가버리듯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것.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재 여러 건의 재판이 진행중인데, 최종 판결 형량에 따라 밥값을 계산하게 될 수도 있다. 계엄사태로 민심과 정국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해서 밥값을 깎아주거나 안받는 일이 생길 만큼 사법부가 정치적이거나 비논리적이지는 않겠지만, 만일 그런 기미나 냄새가 난다면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넓디넓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10시간 동안 맞으며 윤석열 탄핵과 내란수괴구속을 외친 수 십만 시민이 그건 대충 넘어가줄까. 8년 전 박근혜탄핵 때 이미 공정과 상식, 주권재민을 관철시켜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은 국민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자신들에 대한 사랑과 지지라고 직역할만큼 단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촛불정부 어쩌다가 윤같은 자가 집권하게 만들었는가?" 토로 “법 앞에 만인은 동등하다"는, 이제는 다시 말하는 게 짜증날 정도로 상식적인 이 말이 더 이상 강조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다. A는 A이고, B는 B다. 이게 상식이고 법률이다.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해야 하는 한, 이 나라는 여전히 야만이다. 야만이면서 선진을 운운하는 건 간단히 말해 사기다. 국회 앞에서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시민과 몇 마디 나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도대체 민주당과 문재인이 촛불정부를 어떻게 운영했기에 윤석열이 같은 자가 집권해서 이렇게 분탕질을 하고 이 난리를 만드는지 억장이 무너진다"고. 상식과 원칙에 반하는 모든 정치적 계산이나 시도는 '시민에 대한 모반'이라는 것을 칼바람 속 시민들은 웅변하고 있었다. 모두가 놀란 국회앞 집회참가자 연령대와 시위문화 또 하나 놀란 건 집회 참가자 규모가 아니라 연령대였다. 2030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에 최소한 서넛, 40대 이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60%를 훌쩍 넘겼다. 들고 있는 “조기퇴진" “즉각탄핵" 손팻말이 아니었으면 주말을 맞은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앞, 대학로로 착각할 정도였다. 시위문화도 8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촛불은 여전했지만, 형형색색의 아이돌그룹 응원봉이나 형광봉도 많았고, K팝신곡이 80년대 '님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짱짱하게 울려퍼졌다. 모든 연령층의 국민이 한 마음으로 모여 공동체의 기본을 지키자고 다짐하는 국회 앞에서 희망을 봤다. '너희 진영이 이 난리를 쳤으니 이제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우리 당이고 내 차례'라고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정치꾼이 있다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아닌 것은 아니다'는 것을, '민주주의와 주권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흥겹게 웅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은, 역사는, 장애물을 치우고 앞으로 간다. 윤석열의 터무니없는 비상계엄은 시민들을 비상하게 깨웠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원칙 앞에 결연히 집결시켰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시민들과 헌법을 보면 된다. 이강윤

[EE칼럼]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잃어버린 해외 자원개발 10년"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예산보다 적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해외 자원개발 복원을 국정과제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2013년 이후 폐지한 해외 자원개발 세제 지원을 부활시키는 등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521억원까지 줄어든 예산을 네 배 이상 끌어 올렸다. 하지만 2022년 5개였던 신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지난해 2개로 감소하는 등 성과는 지지부진 하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잃어버린 10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부국에서 쌓은 인적, 물적 인프라가 크게 위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10년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은 부실 사업을 정리한 것도 원인 이지만 무조건 철수시킨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자원 가격이 오를 때 투자하고 떨어지면 팔아 버리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더구나 어렵게 확보한 광산을 정부 압박 때문에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보고 철수한 사업들이 수두룩 했다. 하지만 좋은 사례도 있다.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개발사업이다. 이 광산은 뉴칼레도니아의 대표 니켈광산 소시에테 르 니켈(SNL), 인도네시아 소로아코와 함께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광산에서 연간 최대 니켈 4만 8000톤과 코발트 4000톤을 생산할 수 있으며, 205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 지난 4~9월 니켈 약 1만톤을 생산했으며 내년 3월까지 3만 5000톤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주도로 2006년 포스코인터내셔널, STX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까지 11억 달러(약 1조 4400억원)를 투입 했다. 한국 컨소시엄 초기 지분은 27.5% 였는데 현재 45.82%이며 그 중 광업공단이 38.17%, 포스코인터내셔널 6.12%, STX 1.52% 이다 나머지 54.18%는 일본 스미토모가 갖고 있다. 니켈은 이차전지 핵심 원료이며 합금강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 관련 예산이 2068억원 이었다.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해외 자원개발 계획을 수립한 2001년 당시 2394억원이 편성됐다.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에는 해외 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2697억원까지 늘렸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비정상으로 몰며 초토화한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을 적폐로 규정하고 2020년에 521억원까지 예산을 줄었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원외교 재개와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페루 공식 방문에서 “한-페루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한국이 다시 남미지역 진출을 하겠다는 의미다. 페루는 생산량 기준 구리. 아연(세계 2위) 등 핵심 전략광물의 부존국이자 생산국으로 최근에는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등 희소금속의 부존 잠재성도 언급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한다고 신규 사업이 갑자기 확대되는 건 아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잘 진행된 이명박 정부 시절 386개 달한 신규 개발사업이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22년 5건, 2023년 2건 등 2년간 7건에 그쳤다. 물론 지난 정부부터 이어온 자원개발 관련 국내 생태계가 하루 아침에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핵심 전략광물의 93.5%를 수입에 의존해 해외 리스크에 특히 취약하다. 중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필리핀, 멕시코, 칠레 등 자원보유국들의 자원국유화 내지 자원무기화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 광물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해외 자원개발은 어느 정권이든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이다. 해외 자원개발이 지속 가능할려면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더 늦기전에 민관이 협력을 통해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강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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