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 작동되길

2020년 12월 도입된 원가연계형 요금체계의 핵심은 연료비 조정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의 신설이다. 우선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와 실적연료비의 차이를 주기적으로 반영해 소비자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전기요금은 총괄원가를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총괄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전기요금 조정시기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전기요금 결정의 최종권한 소재가 불명확해 정책적인 목적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한 순간에 모두 고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연료비의 변화분은 소비자 요금에 제때 반영하도록 하여, 요금의 본래 목적과 기능을 회복하자는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의 주요 취지다. 또한 사전에 정해진 산식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도록 함으로써,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신뢰성 및 수용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기후환경요금은 RPS 의무이행비용과 ETS 이행비용 등의 기후환경비용을 별도로 분리 고지함으로써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전은 해당 비용의 정산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비용을 모두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재무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사실 국내 현실에서는 이것이 더 큰 목적일 것이다).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에서는, 한전이 꼼수를 부려 복잡한 항목을 신설하고 소비자의 요금부담을 더 키우려는 술수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이 어떤 용도로, 어떤 명목으로 산정되는지 모르고 내는 것보다 이렇게 항목별로 분리해서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원가연계형 요금이 도입된 직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을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요금체계가 이제야 비로소 선진화되긴 위한 과정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만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같은 제도에 대한 평가를 다시 부탁한다면 아마 열이면 열 모두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낼 것이라 확신한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과 함께 지난 2022년부터 작년까지 약 40%의 전기요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동안 한전이 부담했던 비용과 비교해보면 전기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던지라 작년 하반기부터는 제대로 된 요금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제대로 조정되지 못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이해를 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전기요금 조정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하니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고, 한동안은 사과를 중심으로 한 과일 가격이 이슈가 되더니 이젠 원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물가를 주제로 한 뉴스가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들썩이니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시 공공요금의 억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연료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다보니 한전의 올해 영업실적이 괜찮을 것 같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장 전기요금을 안 올려주면 한전이 부도날 것 같던 1년 전과는 상황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올리자고 주장하자는데 힘을 실어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가 전기요금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의미를 갖는 제도이다. 연료비 예상치를 토대로 (총괄원가의 다른 요소들도 같이 반영해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데, 당초 예상한 것보다 연료비가 오르거나 내린다면 그 부분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이다. 그런데 기준연료비뿐만 아니라 다른 원가 요인이 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니, 3개월마다 발표하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또한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논의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총선 때문에 요금조정을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기후환경요금 단가 재산정 작업은 연초에 이루어져야만 했다. 1년에 한번씩 단가를 재산정해 놓기로 해 놓고선, 아무런 해명도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지나가버리면 이것이 관례가 될 것이 뻔하다. 물가를 관리하는 분들은 전기요금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기분이 안 좋겠지만, 최소한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한만큼 전기요금을 다 올리지 못하더라도, 전기요금 조정 체계만큼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정연제

◇과장급 전보 △기계로봇항공과장 부이사관 신용민 배터리전기전자과장 △배터리전기전자과장 부이사관 박재정 무역진흥과장 △무역진흥과장 서기관 정승혜 전력계통혁신과장 △전력계통혁신과장 과학기술서기관 최성준 기술안보과장 △기술안보과장 서기관 손용하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 부이사관 남명우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 승진 △부이사관 임용 과학기술서기관 이경수 에너지정책과장 △부이사관 임용 서기관 김재은 자원안보정책과장 △부이사관 임용 과학기술서기관 박근오 자유무역협정협상총괄과장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국회, ‘고준위특별법’ 통과로 탄소중립·미래세대 챙겨야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무탄소에너지(CFE)역할 강화가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정책 변화에 주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무탄소에너지 시대에 도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원전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RE100(기업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자는 캠페인)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심각하고 송전망도 구축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작정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원자력과 수소, CCS(탄소포집)등 다양한 무탄소전원을 활용한 24/7 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기를 매시간 기준으로 무탄소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최초로 주장하기 시작한 곳은 구글이었다. 2018년 구글은 스스로 RE100 이행을 평가하면서,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한 행위로는 실질적으로 전기 소비의 무탄소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이유는 재생에너 지는 간헐성이 있어 매시간 전기소비 패턴에 맞추어 출력을 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전기가 소비와 시간적인 일치를 이루기 위 해서는 막대한 저장설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구글은 원자력, 화력 +CCS, 청정수소 등 무탄소 기술의 범위를 더 넓게 포괄하는 대신 실시간으로 무탄소 전력을 소비하는 실질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관점을 전환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법·제도 구축이다. 특히 가능하다면 21대에서, 늦어도 22대 국회에서 시급히통과돼야 할 법안이 '고준위 방사성페기물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다. 고준위특별법은 약 7년 뒤에 포화될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과 분리 처분 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으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설치와 함께 관리시설, 부지선정과 지원, 절차에 관한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건식저장시설 건립 이후 후행 핵주기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동 법·제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21대 국회 회기는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직접나서 여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와 법안 발의 의원들에게 법안통과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물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법안 통과 의지도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법안 통과는 원전 확대, 축소와 전혀 무관하다. 이미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담을 미래세대에 넘기지 않기 위함이다. 부디 여·야가 남은 회기에서 탄소중립과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을 해주길 기대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알리와 테무의 직구 공습

어느 날 갑자기 나의 SNS 계정에 알리와 테무 광고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경품당첨, 무료배송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가 매일같이 떴지만, 낚시라고 생각하고 무시했다. 그러던 중 테무에서 호기심 삼아 쇼핑을 했는데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지인의 평을 보고는 바로 주문에 들어갔다. 일주일 정도 기다려서 테무에서 받은 제품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품질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괜찮은 쇼핑이며 테무가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알리깡, 테무깡이라고 불리는 알리·테무 상품을 리뷰하는 유튜버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알리·테무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얘기이기도 하며, 기존에 알리와 테무에서 단순 직구로 마진을 붙여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던 사업기회는 없어질 것이라 본다. 같은 상품을 소비자가 웃돈을 주고 살 리는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의 알리와 테무의 초저가 직구 판매는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의 거대 온라인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 그리고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제공하며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아달라고 정부에게 규제대책을 세워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급속도로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데는 그동안 단순주문을 넣고 마진차로 수익을 올리는데 급급했던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일조한 바가 있다. 이제 이들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취향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고, 어떻게 공략하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지 전략이 세워져 있는 거다. 연 2.2%의 저성장에 들어간 한국경제는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불황기의 소비행태는 가격을 중시하는 저가 소비와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소비로 구분된다. 시장을 선도하는 중산층은 그들 눈높이에 맞는 디자인과 품질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아주 싸지도 않은' 고품질 중가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있다. 또한, 오래 쓰기 위해 돈을 좀 더 주고라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따라서 기존의 국산 저가제품은 세련된 디자인, 고품질 원자재 개발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이어 중가제품으로 진입시켜야 하며, 공동 마케팅, 물류 시스템 공유, 제품 개발 협력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정치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알리와 테무에서 파는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것이라면 소비자 후생을 무시하고 국내기업 보호를 명목으로 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막는다는 것은 소비자주권이 강화되는 시대에 역행적인 발상일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무역보복으로 이어져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테무와 알리의 저품질 제품으로 실망한 소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소한 금액이라 그냥 넘어가는 예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소한 금액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인체에 해로운 재료로 만든 제품의 경우 상당한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소비자가 알 방도가 없다. 현재 소비자원은 '위해정보제도'를 통해 해로운 제품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금액이 저렴하기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고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저품질이나 안전하지 않은 제품들로부터 소비자들이 희생되지 않게 소비자원에서는 국내기업 상품과의 가격, 품질, 안정성 등을 비교하여 소비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정보공개, 소비자 피해보호 등을 위한 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분쟁해결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국발 초저가 직구상품에 대한 소비자원의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기대한다. 박주영

[EE칼럼]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

2012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으로 에너지 산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컸다. IT 분야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 혁신적인 기술이 날마다 새로움을 선사하는 반면, 에너지 분야는 10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답습되는 느낌이었다. 이러다 보니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전기를 아껴 쓰자는 캠페인이나 강제 단전 등이 이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발전소 추가 건설이 유일한 대안처럼 제시되었다. 필자는 이와 같은 피크 전력을 억제하는 것도 관리의 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수요관리사업자를 발전사업자로 인정하고 이들을 전력 거래에 참여시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수요를 억제하는 일명 '전하진법'이라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2014년 4월에 통과시켜 전력수요관리와 관련된 새로운 제도를 탄생시켰다. 이 법 통과 이후 피크전력을 시장원리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줄인 전기가 돈이 되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발상의 전환은 우리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는 에너지 산업에 커다란 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에너지원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신에너지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 측면에서는 전환도 중요하지만 수요측면에서의 대 전환도 빠르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전환이 없다면 발전사뿐만 아니라 기업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발전사 등 에너지 분야는 여전히 더딘 발걸음이다. 우리 전력 시장은 한전을 중심으로 고착화되어 있고, 아직도 석탄 발전소에 투자를 하는 기후악당 국가 오명을 쓰고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일정 부분 한전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직된 시장 구조로 과연 우리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의 대 전환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할까? 첫째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현재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RE100 수요를 감당할 전력 공급에 대한 준비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해상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은 목표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은 단순한 에너지믹스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산업의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수출 공급망에 있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조차도 RE100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십 년 간의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례가 목격된다. 또한 어렵게 수출을 한다고 하더라고 값비싼 탄소세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유럽과 우리의 탄소가격이 대략 10배 정도 차이가 나고 있으니 지금까지 산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제공했던 탄소배출권의 무상 할당이 결국은 독이 되어 기업을 옥죄는 형국이 된 것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디지털제품패스포드(DPP) 등이 본격 시행되면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탄소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안에서 적당히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기업들은 그다지 심각한 상황 인식을 못하고 막연하게 정세변화가 있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라고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둘째로는 분산발전을 활성화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 분산발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분산 발전이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등장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력망 등이 잘 구축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피크전력을 분산발전으로 대체하여 추가 전력망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고 전력망으로 인한 전력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현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굳이 전력망에 통해 받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현지에서 생산하여 현지에서 소비하는 분산에너지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셋째로는 수요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펜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교통량이 감소하고 사무실 에너지 사용도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확보되었다. 전력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에너지 최적화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디지털기반의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도 기대되는 게임체인저 중에 하나다. 이렇듯 고탄소산업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을 역이용하여 에너지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오랜 역사를 통해 잘 구축된 한전전력망 등을 믹스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 저탄소 분산전력망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전 세계의 응축된 수요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하고, 지금의 관성을 어떻게 하든 유지해 보려고 미적거린다면 시장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기반의 기간산업들마저도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내야 할지 모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에너지 산업은 고탄소 산업과 연계하여 과감하게 저탄소, 분산전력 인프라를 개발하여 이를 전 세계에 확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기후위기를 극복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고 이것은 에너지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만 한다. 만약 이런 기회를 스스로 잡지 못한다면 누군가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기존 산업의 붕괴를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기후위기를 위협인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기자의 눈] 은행주의 급등,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한동안 급등하다 최근 미끄러지던 은행주가 지난 22일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주를 주도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루에만 9.11% 올랐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지주 8.78%, 신한금융지주 6.11%, 우리금융지주 4.51%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지방금융지주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국내 은행주 10개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이날 778.63으로 6.47% 급등했다. 직전 한 달간 약 13%가 떨어졌지만 하루 만에 절반 수준을 회복했다. 오랜만에 은행주가 큰 폭으로 반등했으나 이를 좋게 보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국내 은행주가 그만큼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은행주 주가가 오른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재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은행주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언급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한 세제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바통을 이어받은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공식화하자 은행주는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은행주가 코인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급경사를 타던 은행주의 상승 분위기는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바뀌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주가 보인 주가의 롤러코스터 변화는 사실상 은행주가 외부 요인에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행 업종이나 개별 회사의 가치에 따른 주가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주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워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은 주가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라, 총선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보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투자자들의 푸념섞인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E칼럼] 수소·암모니아 국제거래소 설립 재추진 논의 시작해야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면 명실상부한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의 시행이 본격화된다. CHPS는 한마디로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청정수소로 발전된 전기를 전력 도매사업자(한전)의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이다. 이를 위해 발전사업자는 청정수소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기의 kWh당 고정비와 연료비를 산정하여 입찰하고, 다양한 비가격적인 요소 등과 함께 평가받아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향후 최대 15년간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급될 물량은 올해 6.5TWh이며, 2030년까지 29TWh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은 발전사업자와 전력 도매사업자가 관여된 전력거래시장의 특별한 형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전용 연료가 국가가 인증한 '청정수소·암모니아'로 한정되어 있다. 애당초 청정수소·암모니아 조달 여부가 입찰 참여의 기본적인 조건인 관계로, 사업 참여를 원하는 발전사업자들은 미리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자들과 최대 15년 정도 장기 공급계약을 미리 체결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당 시장의 운영을 위해서는 전력거래 시장과 구별된 상당히 경직적인 발전용 연료. 즉 청정수소·암모니아 거래시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대략 2030년경에는 청정암모니아 기준 연간 약 500만 톤이 조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민거리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기존 발전용 연료 거래시장과 달리 국제적인 청정수소·암모니아 거래시장이 아직 미성숙 단계라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청정수소·암모니아의 상업적 국제거래 사례 자체부터 아직 매우 드물며, 향후 가까운 장래에서 거래에 참여하게 될 시장참여자들의 숫자 역시 제한적이다. 이런 시장은 경제학적 용어로 “얇은 시장(thin market)"에 가까워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령 시장참여자 간에 위험(risk) 배분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청정수소·암모니아 조달에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최대 15년까지 장기계약에 묶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가령 청정수소 예비인증을 받아 낙찰받았다가, 실제 생산 시 인증을 받지 못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자는 특히 전력시장에서 급전 순위가 보장되지 않는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의 가동률이 충분할 경우 공급할 청정수소·암모니아가 다 팔리지 않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들은 보통 시장기능이 원할 경우, 가령 적절한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더 본질적으로는 청정수소·암모니아의 국제 거래가격이 불명확해질 수 있다. 상품을 국제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거래 쌍방 간에 합의할 수 있는 '가격'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통 얇은 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가 충분하지 않아 결정되는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시장의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마치 표본이 적은 총선 지역구 여론조사가 예측오차가 크지만, 대규모 표본을 활용하는 대선 여론조사가 안정적이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결과를 산출하는 것과 같이 이치다. 한편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기존 에너지 상품들은 시장의 수급 상황이 반영되는 기준가격을 참고하여 이를 책정한다. 가령 석유는 WTI나 브렌트 선물가격을, 천연가스는 헨리 허브 가격 등이 가격 책정에 참고가 되는 기준가격이다. 당면한 청정수소·암모니아의 상업적 국제거래 개시를 앞두고 아직 충분치 않은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보다 제도화·정식화된 거래소를 구축, 이를 통해 가격 책정에 참고할 기준가격을 산출, 공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 필요성을 절감한 독일이 한발 앞서, 역내 유럽에너지거래소(EEX)와 힌트코(Hintco)를 중심으로 올해 세계 최초로 국제 수소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이며, 향후 이를 기반으로 운용될 청정수소 기준가격 지수 “HYDRIX"을 개발, 작년 5월에 발표한 바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나 심지어 중국도 국제 수소거래소 설립 추진을 천명한 상태이다. 우리도 2021년 11월 국제 수소거래소 설립을 위한 “국제수소거래소법"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지만, 아쉽게도 논의 진행 중에 제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우리와 함께 동북아 청정수소·암모니아 시장의 주된 수입국 지위를 공유할 일본이 아직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아직 관측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만일 우리가 수소·암모니아 국제거래소를 선점할 경우,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청정수소·암모니아의 국제거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도 있다. 다음 달 개원할 제22대 국회가 새롭게 관련 법을 재발의, 논의를 재추진해줄 것을 제안한다. 김재경

[이슈&인사이트] 현실적인 건설 근로자 보호방안은?

지난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총 175석(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포함)을 확보하여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관련하여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이 이루어질 것인지 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민주당은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시행에 관한 연장 합의를 거부하였고,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도적용되고 있어 건설안전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2022년 1월 광주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6월 광주 학동재개발 현장 철거공사 사망사고를 계기로 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 등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안전관리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민주당 소속 김교흥 의원이 2020년 9월과 2021년 6월에 각 대표발의했으나, 2년여간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가, 별다른 진척 없이 입법이 무산되었다.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는 건설 발주사와 시공사 193개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응답기업의 85% 가량이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의 중복(42. 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별도 법률 제정이 불필요(40.9%)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발주사,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건설 종사자 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건설공사에 관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에 대하여 적용을 하며, 예방보다는 처벌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에게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와 계약을 하는경우 안전관리 역량을 확인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시공자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하수급 시공자의 안전관리 역량 확인을 지시할 의무를 부과한다. 그리고 설계자에게 설계도서 작성시 건설 종사자가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건설사고 예방에 필요한 안전 시설물 등을 고려해 예정공사 기간과 비용을 산정하는 의무조항을 삽입했다. 시공자의 경우 설계도서가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시공될 수 있도록 착공 전에 검토하여야 하고, 공사기간과 비용, 가설 구조물과 안전 시설물 등을 고려하도록 하였고, 시공단계에서는 안전 난간, 추락 방호망 등의 안전 시설물을 직접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수급 시공자에게는 공사기간과 비용이 안전한 작업환경과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원수급자인 시공자에게 기간연장과 비용인상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그리고 감리자의 경우 건설사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설계도서의 변경을 발주자 또는 시공자에게 요청할 수 있고, 공사의 중지명령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더하여 건설 종사자들에게도 안전교육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고, 음주상태로 작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건설공사에 관련한 자들의 의무와 책임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재해 조사대상 사고 사망자는 459명이고, 그 중 건설업은 240명으로 52.3%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에 비추어 보아도 건설업 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여야 하는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러나 건설안전특별법이 규정하는 정부, 발주자, 원수급자, 하수급자, 근로자의 책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여, 실질적으로 안전 확보에 관한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교육과 안전보건 관리체계, 작업 및 공사 중지에 관한 규정이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안전보건 교육과 안전보건 관리체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건설안전특별법이 부과하는 의무들과 중복되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법률 상호간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실제 사고 발생시 어느 법률에 근거하여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하여야 하는지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를 위한 특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도 의사의 합치를이루고 있고, 그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안전관리를 확보하는 수단이 반드시 특별법의 제정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법률에 의하여 보호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현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중첩적인 규정을 추가하는 것은 도리어 건설 노동자의 보호라는 입법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안전관리가 실행될 수 있는 감시단체를 설립하거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법률적인 구제수단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상담소를 설치하여 구제수단을 알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법률의 제정에 따른 실천과 현실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중복적인 법률 제정은 무의미할 뿐이다. 건설현장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이미 촘촘히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규정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는무분별한 법률 제정보다는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현장이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박지훈

[EE칼럼] ASML 오보의 생산과 유포

네덜란드 ASML은 세계 최대의 노광장비 제조사이다. 노광장비란 반도체를 생산할 때, 실리콘 웨이퍼에 집적회로를 프린팅하는 공정에서 자외선을 이용하여 태우지 않고 화학적으로 결합을 끊을 수 있게 해주는 장비이다. ASML은 매우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사용하는 고정밀 장비를 생산하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퍼을(乙)이라고 불리운다. ASML은 2023년도 연차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고객 업체들을 포함한 모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넷제로'(Net Zero: 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최초보도된 후 후속보도가 이어지면서 없는 말이 하나씩 추가되었다. 'ASML은 LNG나 원전 없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만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연차보고서 그런 말은 없다. 오보였는지 의도였는지 알 수 없지만 이후 몇 개의 매체가 이 오보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이번에는 'RE100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해야 한다는 영국 비정부기구(NGO)의 캠페인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원전을 이용해서 줄인 것은 인정하지 못하겠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줄인 것만 인정하겠다는 것은 해괴한 주장이다.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생에너지가 지상과제가 되어버린다. 목적은 기후변화대처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은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둘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또 연례보고서에 ASML의 장비를 수입하는 삼성과 대만이 TSMC가 언급된 것을 놓고 두 개 회사를 '콕 찍었다'는 표현을 하면서 대만은 잘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여졌다. 그런데 실은 대만 TSMC는 최근 일본에 공장을 짓고 있다. ASML의 뉴스는 RE100을 주장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뉴스였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 걱정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실은 RE100을 정당화할 수 있는 꺼리에 반색한 듯하다. 이후에는 왜곡된 뉴스를 그대로 믿고 신문 사설까지 이어지고 있다. ASML의 연차보고서에서 '녹색에너지를 직접 구매함으로써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있다'고 되어있으며 100% 재생에너지라는 목표로 가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나라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라'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연차보고서에는 ASML도 자체시설을 가동하는데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2021년 이래 온실가스배출량이 줄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대신에 에너지인증서를 구매하여 재생에너지 사용인 것으로 장부상 상계처리를 하고 있음도 밝히고 있다. 또한 ASML사의 지속가능성 정책선언(Sustainability Policy Statement)에서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가능한 한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것. 둘째, 다른 해법이 가능하거나 가용하지 않다면 녹색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는 것.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있다면 보상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해법이 없다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는 표현에 주목하면 원자력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수단이 있는 우리나라는 굳이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ASML의 미디어 담당자와 직접 통화로도 확인하였다. ASML사의 지속가능성 정책선언에는 다음 문구도 포함되어 있다. UN의 SDG(지속가능개발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보조를 맞춘다는 것이다. 이 뜻은 CFE (무탄소에너지: Carbon Free Energy)를 말하며 이는 원자력을 포함하고 있다. RE100이 설령 국제적 기업 활동에 압박으로 다가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따르자고 할 일이 아니라 우회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를 100%로 공급하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 비해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단가가 2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국과 전력망이 연결되지 얺았기 때문에 고가의 전력저장장치도 더 많이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E100을 향한 오보는 생산되고 유포되며 이제는 여기저기 논설에도 나온다. 아무도 원문을 읽지 않는다. 정범진

[이슈&인사이트]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주장과 실상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이번에는 민주화 이후 총선 가운데 최고의 투표율이 기록되었다. 2020년 총선에서는 66.2%였던 투표율이 4년 만에 67.0%로 올랐다. 사전투표율도 4년 전에 26.7%였다가 2024년에는 31.3%로 역대 최고였다. 여기에는 국민의힘의 적극적인 투표 독려도 크게 한몫했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를 앞두고 “흔들림 없이 한 분도 빠짐없이 나와 투표해달라"고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한동훈 전 비대위장은 “이번 선거부터 우리가 강하게 추진해서 사전투표를 포함한 모든 선거에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가 실시된다"고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옥의 티가 없지 않았다. 4월 총선 직전인 3월 28일 전국의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 40곳 이상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극우 유튜버가 검거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선거가 끝난 뒤 4월 15일에는 경찰이 주범 3명을 구속했고 공범 9명을 특정하여 수사하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검거된 유튜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자 수를 속이는 것 같아 직접 투표자 수를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시도했을 뿐 아니라 2022년 대통령선거와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에도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한다.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여 “투표자 수를 세어봤으나 선관위가 발표한 숫자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티브이 화면이나 신문을 통하여 보이는 극우 유튜버의 불법 카메라 설치 장소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정수기 뒤였다. 이보다 투표자 수를 가장 정확하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 정당이나 후보가 추천하는 투표참관인이 되는 것이다. 투표참관인으로서 사전투표소의 투표용지 발급기 발급수 및 투표용지 교부수와 투표한 사람의 수를 서로 합법적으로 맞춰보면 된다. 사전투표소의 투표용지는 일련번호까지 매겨져 있어서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숫자는 사전투표소마다 여러 정당이 추천한 투표참관인들이 이중 삼중으로 확인한 다음 투표록으로 기록된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사람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운 위치인 정수기 뒤에 몰래카메라를 달아 놓고 투표자 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참으로 놀랍다.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사전투표는 선거일 전 주 금요일과 토요일 2일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총 24시간 투표 시간 동안에는 유권자만 지나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투표인 외에 가족 등 동행자가 있을 수 있고 투표사무원과 투표참관인도 지나갈 수 있다. 투표사무원과 투표참관인은 식사와 휴식을 위하여 몇 번씩 카메라 앞을 지나갈 수 있다. 또 몇 사람이 겹쳐서 지나간다면 몰래카메라로 투표자 수를 정확하게 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불법 카메라로 자신이 집계한 숫자가 각 당의 투표참관인들이 감시하고 투표함 봉인에 서명까지 한 투표지 수와 다른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허술하게 투표인 수를 세어 놓고선 숫자가 서로 다르다고 부정선거라고 퍼뜨리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백보 양보해서 극우 유튜버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함으로써 얻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극우 유튜버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보수 정당의 윤석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렇다면 이 극우 유튜버는 부정선거의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누워서 침을 뱉어도 이런 식이라면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이렇게 허술한 주장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자신의 돈벌이에 도움을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열심히 봐주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나자마자 민경욱 전 의원이 “성명불상의 특정인이 투표 단계에서 서버 등을 통해 사전투표 수를 부풀린 뒤 위조된 사전투표지를 다량 제조해 투입하고, 투표지 분류기와 서버 등을 통해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등 선거 과정 전반에 걸쳐 부정선거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대법원은 이 선거 무효소송을 기각했다. 이때 대법원은 “이 사건 선거에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투·개표 절차 전반에 걸쳐 민 전 의원을 추천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각 정당 추천의 선거관리위원 및 참관인, 공무원인 개표종사원 등 수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며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감시 아래 민 전 의원의 주장과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조직,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지만, 민 전 의원은 그와 같은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극우 유튜버들의 혹세무민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겠다. 이준한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