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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후위기와 함께 커지는 정치양극화

정치양극화는 상대방 정치 진영을 악마화하는 데서 확대된다 한다. 기후위기가 정치양극화를 키우기 좋은 소재다. 진보는 보수를 기후위기로 멸종위기인 인류를 방치한다 보고, 보수는 진보를 기후위기에 정신 팔려 경제를 파괴한다고 공격한다. 기후위기로 나타난 정치양극화의 서늘함은 공무원들이 제대로 느끼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했던 기후에너지 정책이 혹시 정권 교체 이후 문제 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윤 정부 지지율은 오를 기미를 안 보이는데 국회를 절반 이상 차지한 야당은 정부를 '기후 범죄자'와 '태양광 살인마'로 보고 있다. 기후에너지 정책은 이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끄네 마네' 하던 '탈원전 감사'와는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환경부에서 수립 중인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모든 기후 관련 정책을 이끄는 상위 정책이다. NDC는 환경부의 탄소배출권, 전기차 충전소 정책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제도 등을 수립하는 기반이 된다. 기후에너지 정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보니 공무원들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시민단체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기후소송은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소송이다. 기후소송의 목적과 승소 가능성을 떠나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정책은 정치적으로 더 위험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야심차게 발표한 동해안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은 실제 성공 여부를 떠나 정권이 교체되면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캐고 있다며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벌써 야당은 동해안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혈안이다. 2035 NDC 또는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포함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같이 굵직한 기후에너지 정책도 윤 정부 계획대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감사'의 희생자가 어디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윤 정부도 문 정부 때 계획한 NDC와 전기본을 뒤집었다. 태양광 관련 주요 정책을 폐지했고, 국무조정실을 동원해 문 정부에서 추진한 태양광 사업을 전수조사했다. 야당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이 일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보수 정부의 등장으로 기후에너지 정책이 바뀔 수 있다 하니 우리나라 일만은 아닌 듯하다. 확실한 건 언론이 기후위기로 나타나는 정치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욱원(비즈월드뉴스 대표이사·향년 59세)씨 별세, 정복순씨 남편상, 김명규·김동규씨 부친상, 김명숙·김욱성(블루관광여행 대표)씨·김명자씨 형제상, 김용운·이내응(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씨 처남상 = 12일 오후 1시, 빈소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호실(조문은 14일 12시부터 가능), 발인 16일 오전 7시, 장지 함백산추모공원. 02-3410-3151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이슈&인사이트] 집권 후반기 부동산정책 어디로 가나?

“지금 2주택인데 1채를 더 구입하면 이제 세금부담은 크지 않겠죠?"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취득세를 내야 하는데 1주택은 1~3% 세율이지만 2주택은 8%, 3주택부터는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많은 분들이 취득세 중과세율이 완화된 줄 알지만 취득세 중과 완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여전히 중과세율 적용을 받는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여러 부동산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취득세 중과처럼 발표만 하고 국회 문턱에 막혀 처리되지 못한 규제법안들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 지난달 9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재건축 규제 완화, 징벌적 과세완화, 재건축 시행 사업자와 매수자에 대한 대출완화 등을 제시했다.출범 이후 강조한 규제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 확인한 것이다.하지만 정부가 하겠다고 해서 규제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앞서 언급했듯이 주요 부동산규제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22대 국회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야당의 협조가 없다면 규제완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집권 후반기 시장의 기대는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4.10 총선 전까지 꾸준히 회복을 하던 매매상승률은 4.10 총선 이후 회복세가 멈추면서 보합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세상승률은 반대로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규제완화 주요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도 원만히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 다수의 국민들이 동의를 해주어야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명분이 생기는데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법안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완화는 보합흐름을 유지하는 지금 부동산시장 분위기에서 더욱 어렵다. 정부도 야당설득이 가능한 법안을 선별해 선택과 집중을 할 가능성이 높다. 2+2 계약갱신 관련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공시가격현실화 폐지의 부동산공시법 등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피하고 3년 유예로 한숨 돌린 실거주의무 폐지의 주택법이나 주택공급확대를 위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시행령으로 이미 유명무실해진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소득세법 개정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집값은 전국적으로는 보합세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고 금리인하 기대감 역시 당초 예상보다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2021년까지 급등한 집값인플레이션 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아 큰 폭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하지만 신생아특례대출로 일부 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하고 있으며 공급부족, 전세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 역시 존재하고 있어서 집값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큰 폭으로 하락하지도 않을 것 같다. 미분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입주물량도 부족한 서울의 일부단지는 강세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전세는 입주물량이 부족한 서울의 중심으로 강세전환이 되고 있다. 집값 매매수요가 전세로 전환되고 있고 깡통전세, 전세사기 우려로 비 아파트 전세수요까지 아파트 전세시장으로 유입이 되고 있다. 입주물량이라도 충분해야 하는데 2022년부터 PF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계가 공격적으로 공급물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주택공급부족은 향후 3-5년간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전형적인 수요증가, 공급감소의 상승흐름이 형성되었는데 설상가상 2020년 7월 시행한 2+2 계약갱신 만료의 청구서까지 나오면서 전세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70만호 주택공급, 50만호 공공주택 공급 계획도 현실적으로 달성이 불가능하다. 역대 어느 정부도 주택공급 계획을 달성하지는 못했으며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주택공급의 의지의 표현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된다. 그럼에도 집권 후반기 추진하던 공급계획은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면서 입지가 좋은 3기 신도시 등 뉴:홈 공공분양이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이 되어 저렴한 분양가로 나오는 아파트 청약의 문은 계속 두들겨보기 바란다. 김인만

[EE칼럼] 양수 발전의 재발견: 배터리를 압도하는 경제성·환경·성능 측면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과거에는 양수 발전소의 짝꿍은 원자력 발전소였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정적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출력 조절이 어렵고 빠르게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야간에는 잉여 발전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수 발전소는 수요가 낮을 때 잉여 전력을 사용해 수량을 높은 곳으로 펌핑하고, 수요가 높을 때 방출하여 터빈을 돌린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의 변동을 조절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적이며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급증하는 재생에너지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원자력과 함께 출력 조절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피크를 찍는 낮시간에는, LNG와 석탄발전소까지 출력제어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과잉공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실례로 지난 6년간 양수발전 용량은 큰 변화가 없음에도 주간시간 펌핑기동 횟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봄철 전력수요는 해마다 최저 수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반해, 태양광 설비용량은 금년도 5월말 기준 25.1GW를 기록하며 원자력 수준까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2021년 멕킨지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넷제로에 현재 대비 10배 이상의 장주기 저장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3.1)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11.4%에서 30.6%로 약 3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나, 에너지스토리지 산업 발전전략('23.10)을 통하여 2036년 기준 26.26GW를 필요량으로 제시함으로써 저장장치의 규모 확대는 이를 훨씬 뛰어 넘어야 함을 예고하고 있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은 유연성 자원의 압도적인 확보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서 지역적으로 편중된 전력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송전선로 용량 부족 문제는 지역별 에너지 자립과 분산전원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은, 그간 많은 정책적 지원을 받아온 ESS로서 배터리에 비해 경시되어 왔던, 전통적이고 물리적 저장장치 로서의 양수발전소를 다시금 돌이켜보게 한다. 양수 발전소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수백 메가와트(MW)에서 기가와트(GW)급의 전력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대규모 전력 시스템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수 발전소는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신뢰성이 높다. 배터리는 과열, 화재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대규모 설치 시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게다가 제조, 사용,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터리와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오염 위험이 적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성 여부도 사실은, 배터리를 압도한다. 양수 발전소는 초기 건설 비용이 높지만,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이 낮고 긴 수명을 갖는다. 스위스 Engeweiher의 1.5메가 발전소는 1907년 가동 개시되어 2052년까지 운전 예정이다. 사실 인프라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발전기만 계속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과 높은 교체 비용이 있다. 우리가 흔히 2년마다 바꾸는 휴대폰을 생각해보면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을 고려할 때 양수 발전소가 단연 더 유리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대한민국은 산지가 많고 고도가 높은 지역이 많아 양수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상하부 저수지 설치에 유리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즉 지형적 고저차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환경영향평가 기준에만 부합할 경우, 예산만 확보되면 바로 착공할 수 있는 후보지가 여럿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양수발전을 심지어 송배전 설비로 분류하여 자체적인 경제성조차 따지지 않고 있다. 전세계 신규 양수 발전시설의 80%가 중국 내 발주량이다. 이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급격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능케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뜬구름 잡는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두고 정쟁을 할 시간에, 정작 서둘러야 할 것은 따로 있어 보인다. 유종민

[이슈&인사이트] 내수진작을 위한 카드수수료 제도 개편 필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이는 G20의 경제성장률 3.1%에 못 미치는 수치이다. 우리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수출 호조세에도 내수 둔화가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가계의 지갑 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기인한 이자 비용 증가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후불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는 매우 요긴한 결제수단이다. 또한, 신용카드는 할부결제를 통한 소비의 시차배분(intertemporal substitution)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효용을 높인다. 신용카드는 잠재소비를 유효소비로 전환시켜, 소비와 기업생산의 증가도 가져온다. 그런데, 최근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카드론·현금서비스와 같은 현금성 대출업의 비중을 늘려왔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높은 기대수익이 가능한 현금성 대출업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최근 카드론·현금서비스의 부실률이 상승세이다. 최근 일시불·할부거래의 고정이하여신(non-performing loan: NPL)비율은 0.4~0.8%에 머무르고 있지만, 카드론·현금서비스의 NPL 비율은 2.2~2.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일부 카드사는 일시불·할부거래 위주의 신용판매업 비중을 확대 중이지만, 신용판매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최근 카드사들의 카드채 발행을 통한 조달비용은 평균 3.8%이다. 하지만, 신용판매 수익률(가맹점 수수료 수익 ÷ 카드이용실적 × 100)은 0.5%에 머물고 있다. 높은 조달비용을 감안시, 신용판매업 비중을 높일 경우 오히려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는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주력하며, 신용판매업의 비중을 축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1.3%에 달하던 신용판매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은 적격비용 제도의 도입과 무관치 않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합당하게 부담하는 비용으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라 3년마다 이를 산출한다. 적격비용에는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VAN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되고, 카드사 마진율이 반영되어 가맹점 수수료율(카드수수료율)이 결정된다. 소상공인이 경영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합리적 산정을 위해 도입된 동 제도는 지난 12년간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오히려 수수료율이 꾸준히 내려 현재 평균 2% 수준이다. 하지만, 우대수수료율은 더욱 낮아졌다. 연매출액 30억원 이하까지 확대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1.5%, 연매출액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5%이다. 전체 가맹점 중에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비중은 무려 96%에 달한다. 적격비용 제도는 우대수수료율 제도로 혜택받는 비율이 96%라는 비정상적 구조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신용판매 수익률이 크게 줄어든 카드사들은 고위험 사업인 대출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 대출채권 부실로 인한 대손 발생 등 위험관리비용 증가로 인해 소비자에 대한 할인·캐시백 등 부가혜택도 크게 줄고 있다. 무이자 할부거래 축소와 함께 소비자에 대한 각종 부가 혜택 감소는 카드이용 증가율의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카드이용실적(결제+대출)은 전년동기대비 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2022년중 카드매출성장률인 12.2%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민간소비세 둔화가 카드이용 증가율 둔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내수진작을 위해서라도 소비자의 주요 결제수단인 신용카드의 신용판매기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신용판매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부합한 정상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소비자에 대한 각종 부가혜택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소상공인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나친 상승은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는 적격비용 제도의 폐지를 신중히 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카드의무수납제'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영업 자율성을 저해한다. 소액결제에도 불구하고, 카드수수료 발생은 가맹점의 수익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제액에 한해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화하는 '부분적 의무수납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아울러, 신용카드 회원의 연회비율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동시켜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1인 1개 카드로 모든 가맹점에서 후불 결제가 가능한 카드회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에 카드사는 연회비 인상에 신중할 것이고,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동시킬 경우 정부개입 없이도 안정된 수준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직접 결정하는 시장 개입에서 벗어나 최대 27%까지 상승한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 인하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서지용

[EE칼럼]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한-아프리카 협력의 중요성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로, 특히 농업 분야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온도 상승이나 강수 패턴의 변화, 기상 이변 등은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 온난화가 농업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구의 온도 상승이 2100년까지 1.6℃ 상승 수준에 머문다고 하여도 현재 농지의 8%는 경작에 적합하지 않게 되리라고 예측한 바 있다. IPCC는 '2022년 기후변화 보고서: 영향, 적응 및 취약성'에서 “기후변화가 이미 식량안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200개 가까운 나라 중에 한국은 매우 부유한 그룹에 속하지만 식량안보 상황은 녹록치 않다. 1970년에 79.5%였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은 2022년에 32%까지 떨어졌다.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식량안보 지수(GFSI: Global Food Securi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70.2점을 받아 39위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에 21위였던 것에 비해서도 17 계단 하락한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이 2050년 전에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식량 공급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큰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식량 생산성 감소는 한국의 식량 안보와도 연결되는 사안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농업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5일 열린 '한-아프리카 농업 컨퍼런스'에서는 고품종 벼 종자를 제공하는 K-라이스벨트에 더해 식량 원조나 농업 기술 협력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기존 참여국인 가나, 감비아 등 10개국에 더해 이번에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앙골라, 짐바브웨가 합류하게 되어 총 14개국으로 확대되었으며,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들도 사업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구 육지 면적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에는 총 54개의 나라와 14억이 넘는 인구가 있다. 더군다나 아프리카 인구의 60% 이상은 25세의 청년이 차지하고 있어 '젊은 대륙'으로 불린다. 2050년 즈음엔 전 세계 젊은 층 인구 3명 중 1명은 아프리카인이라는 전망치도 나올 정도다. 그런데 지난 해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아프리카 연합 위원회(AUC: African Union Commission), 유엔 아프리카 경제위원회(ECA: UN Economic Commission for Africa),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이 발표한 '아프리카 지역 식량안보 및 영양 개요 - 통계 및 동향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례 없는 식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프리카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2억 8,200만 명가량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5,700만 명이나 증가한 수치라고 전해진다. 아프리카는 유엔이 내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의 식량안보 및 영양 목표는 물론, 2025년까지 기아와 모든 형태의 영양실조를 종식시키겠다는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런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안보의 개선에 한국과의 농업 협력이 기여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한국에게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안보는 한국의 식량안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아프리카는 한국에 코코아, 커피, 기타 농산물 등의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나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에서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농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두 지역의 생산성과 식량안보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식량안보는 전반적인 글로벌 보건안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양실조는 질병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고, 특정 지역에서 보건안보의 위협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가 통감한 부분이다. 식량안보는 글로벌 정세와도 관련이 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한 특정 지역의 불안정은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지정학적 내지 경제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 부족으로 아프리카 정세가 불안정해 지면 이는 분쟁과 대량 이주로 이어져 주변 대륙에도 안보 불안을 초래하거나 사회경제적인 리스크를 키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식량안보는 기후변화, 무역 관계, 투자, 글로벌 시장 역학 관계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량안보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이 아프리카와의 농업 협력을 촉진하고 식량안보를 지원함으로써 이 지역의 안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돕는다면 이는 결국 한국의 식량안보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임은정

[기자의 눈] ‘기업에 참 좋은’ 납품대금연동제, 시장 안착 빠를수록 좋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15년 전쯤 한 건강보조식품의 TV 광고에 나온 문구다. 해당기업 회장이 광고에 직접 등장해 자사 제품이 남성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말한 이 장면은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 중인 '납품대금연동제'를 보며 이 CF가 번뜩 떠올랐다. 누가 봐도 '중소기업에 참 좋은 제도'인데, 정작 기업들이 이 제도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막연한 두려움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계가 납품제도연동제 관련 이런저런 행사들을 여는 것도 현장에서 제도 안착을 위해서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재료 가격이 일정 기준(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10% 이내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재 가격의 갑작스런 상승에도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일굴 수 있는 방책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10월 4일부터 약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중기부는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반도체 부품 제조 중견기업 해성디에스에서 '(납품대금연동제) 우수 동행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해성디에스는 민간기업 1호로 7개 협력업체와 함께 연동 약정을 체결하며 제도 확산에 기여한 모범기업이다. 이날 현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연동제는 위탁기업에게도 좋은 제도"라고 한 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의 발언이다. 흔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게 납품대금연동제는 부담만 안겨주는 제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조 대표는 오히려 납품대금연동제 덕분에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기업 본연의 제품 경쟁력 상승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등은 외생 변수인 만큼, 이걸 두고 위·수탁기업 간 실랑이를 벌여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갈파했던 것이다. 한 치 앞이 아닌 미래에 무게를 둔 해성디에스의 '통큰 결단'에 협력사들이 왜 '무한 감사'를 표시하는 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아직까지 대기업에 납품하는 3, 4차 협력기업들은 납품대금연동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납품대금연동제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는 오해나 잘 모른다는 이해 부족은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대를 통해 국가경제 성장의 시너지 창출을 이끌어내는 '납품대금연동제 안착' 성공사례가 더 나오기를 바란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 오물 풍선 살포 계기로 대북한 비대칭 전략 적극 전개해야

북한이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인 5월 28일 밤부터 '오물 풍선'을 살포하였다. 경기도·강원도 접경 지역은 물론 우리 군의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경남 거창에서까지 발견되는 등 국토 전역을 뒤덮었다. 지름 2~3m 크기의 풍선에는 가축 분비물이 들어간 거름, 담배꽁초, 폐지, 천조각, 비닐 등 오물이 든 봉투가 달려 있었다. 북한은 5월 29일 새벽에는 서해 지역에서 남측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실시했다. 정부는 북한의 일련의 도발에 유감을 표시하고, 멈추지 않는다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북한은 몇 시간 후에 오물 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한국이 다시 삐라 살포를 재개할 경우 집중살포하며 대응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도발에 대한 맞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효력 전면 정지 방안을 꺼내들었다. 국가안보실은 6월 3일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하고 국무회의에 상정하였다. 4일 오전 개최된 국무회의는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의결안을 즉각 재가했다.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면 정지됨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사건을 북한의 짜증나는 장난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한 것처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나쁜 이미지만 각인시켰다. 오히려 한국으로서는 아래와 같은 비대칭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성과 기회를 확보하게 되었다. 첫째, 대북 확성기는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대북 심리전 무기다. 방송 내용은 북한 실상을 다룬 뉴스, 기상 정보, 가요 등이다. 스피커를 통해 20∼30km 전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북한군 병사들은 물론이고 접경지역 주민들도 듣게 되고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2017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군 귀순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둘째, 대북 전단지 살포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북한의 압력에 굴복하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소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이후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전단지를 발견하는 즉시 수거·소각토록 하고 있으나, 1 달러 지폐, 건빵, 드라마 USB 등이 들어있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고 한다. 셋째, 한류 등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은 북한 주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사회를 동경하게 되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은 한류를 체제를 위협하는 악성 바이러스로 경계하여 '반동사상 문화배격법'까지 제정해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넷째,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에 해당하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주로 양자차원에서 모색해 온 중국 등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해결이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감안하여 UN 등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맞대응 차원에서 6월 6일에 탈북민단체가 북한 상공으로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대북 전단 20만장을 살포하자 북한은 8일 밤부터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했다. 이에 정부는 9일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날 중으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였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여사한 도발에 철저하게 대응하면서 대북 확성기 재가동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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