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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국 골칫거리 단기납 종신, 이번엔 ‘과세’로 제동…부메랑은 소비자 몫?

정부가 비과세로 판매됐던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에 대해 과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과세 여부와 관련된 판단은 당초 지난 달 결정될 계획이었으나 법령 제정 및 개정의 차원이 아닌 해석에 따라 결론이 갈릴 수 있는 문제로써 향후 발생할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토 작업이 길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이전 판매분까지 과세 대상으로 포함을 고려 중인 데 있다. 앞서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비과세 상품으로 안내하고 판매해왔다. 5~7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면 사망사고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다 10년을 유지할 경우 냈던 보험료의 30%가 넘는 금액까지 해약환급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는 데서 인기를 모았다. 금융당국이 소비자가 이를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지적하자 판매를 이어온 보험사들은 일제히 '고환급금' 마케팅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던 제재가 오히려 절판마케팅 조장과 불완전판매라는 파장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따랐다. 업계에선 '효자상품'이 가로막힌 데 대해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재 단기납 종신보험은 새로운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생보업권 내 먹거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만 당국이 단기납 종신 상품에 대해 '비과세 대상 제외'를 확정할 경우 업계와 소비자로부터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단기납 종신 상품이 '저축성'이 아니라며 제재에 나섰던 정부가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처럼 여기고 과세해야한다면 이중잣대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기납 종신 상품이 세금을 물지 않는 것으로 알고 가입했다가 난데없이 15.4%의 이자소득세를 물게 된다. 소비자로선 단기납 종신 상품이 결코 '저축성'이 아니라는 안내를 듣지만 '저축성 상품처럼 과세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게 되는 격이다. 업계는 업계대로 발등의 불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대규모 해약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고, 갑작스런 보험금 반납에 보험사 건전성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당국이 당초 단기납 종신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에게 '10년을 채우지 않고 해지하면 원금 중 일부만 돌려받는다는' 점을 안내하도록 해놓고 지금은 소비자들로부터 나오는 해약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도 나온다.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의 법령 해석 방향이 소비자와 업계에 일관된 잣대로 향하기를 기대해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글로벌 프랜차이징 전략의 재검토

최근 해외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인한 K-푸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식문화 관심은 국가에 대한 호감과 비례하는데 K-팝, K-드라마 등 한국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크게 두각을 나타냄에 따라 K-푸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 한국 프랜차이즈업계에는 해외에서 자국에 진출해달라는 러브콜이 쇄도한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농식품부의 '2023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도에 외식 브랜드 95개가 2,717개 점포를 해외에 개설한데 이어서 2017년에는 193개 브랜드, 6,001개 점포를 피크로 2023년에는 125개 브랜드, 3,685점포로 감소되었다. 물론 2020년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은 코비드 팬데믹 기간으로 국내외의 많은 외식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부진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비드 팬데믹 이전인 2017년에 193개였던 해외진출 외식 브랜드가 2018년에는 166개로 27개나 급감하면서 점포수도 1,280개나 감소한 것은 코로나 사태와는 무관한 다른 요인 때문인 것 같다. 외식업체가 본격적으로 해외진출한지 10여년이 훌쩍 넘었어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원인에는 업체의 경쟁력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기존의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이 정작 중요한 해외진출 전략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바로 눈앞의 수익만 쫓다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진출국가 관련해서 2020~2021년까지는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가 가장 많았으나, 코비드19 이후 중국의 봉쇄조치가 2년간 지속되면서 현지 외식기업들이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외에도 미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브랜드수와 점포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해외진출전략이 과연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해외진출 외식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진출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다음으로 베트남, 중국, 일본 순이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감소 내지 보합추세이며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겨우 3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진출방식의 경우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한 브랜드가 가장 많았으며, 향후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본사도 마스터 프랜차이즈 진출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마스터 프랜차이즈의 경우 단기간에 해외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현지 시장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경험이 많은 토착 기업가 또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기존에 해외진출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현지 사업을 접거나 축소했음에도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한 기업 중 얼마나 적합한 파트너를 선정했는지조차 확실치 않다. 해외진출을 할 경우에는 전략적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목표와 시장의 성장에 따라 퍼스트무버, 플랫폼 또는 전환 전략을 사용하여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적합한 진출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진출방식은 직접 프랜차이징, 지역개발 프랜차이징, 마스터 프랜차이징, 합작투자 및 M&A 방식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진출방식은 적합한 진출전략과 결합되어 실행될 때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적 고려를 충분히 하지 않고 직접 진출 또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로 들어가 버리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관한 장기계획을 수립한 후 해외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에 따라 시장의 근접성, 잠재성, 전략적 중요성, 발달수준 등의 시장특성을 고려하여 프랜차이징 진출방식을 채택한다면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보다 나을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해외진출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기업특성과 진출방식에 대한 실증분석을 통해서 프랜차이즈 기업특성별로 적합한 해외시장 접근전략 및 진출방식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해외진출 성공확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박주영

[EE칼럼] 미세먼지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다

얼마 전 발표된 포스텍 연구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국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수준인 5㎍/㎥를 한참 웃도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초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몸속 깊숙이 침투해 여러 질병을 발생시키는데 임산부와 어린이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텍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속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는 경우, 2050년에는 약 11만명이 조기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2050년의 조기 사망자 수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려면 초미세먼지 농도를 6㎍/㎥까지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문득, 극심한 대기 정체로 인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넘어서는 날이 일주일이나 지속되고, 기준치(24시간 평균치 35㎍/㎥)를 초과하는 날이 23일이나 되어 지금까지의 기록 중 가장 최악의 한해로 기록되었던 2019년의 상황이 떠올랐다. 당시 국민들의 걱정과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최고조에 달했고, 그에 앞서 2016년에는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 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는 을 제정하였고, 정부는 범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와 국민의견 수렴기구로서 를 출범시켰다. 이때 처음으로 “미세먼지관리종합계획(2019~2024)"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5년 대비 2020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75%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고 농도를 낮추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 높은 인구밀도, 중국 등 인접국가의 영향을 받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항상 미세먼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대도시 지역의 교통량 및 경유차 증가 그리고 석탄발전소와 같은 사업장으로부터의 미세먼지 배출량 증가가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논쟁이 되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경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도입으로 예전과 달리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는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지하고, LNG 발전소를 대체 가동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높여서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석탄발전소에 대한 조치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일뿐 국가 전반적인 전력 수급여건을 고려할 때 석탄발전소를 빠르게 폐지・축소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석탄발전소 비중은 17.4%로 과거(19.7%)에 비해 하향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석탄발전소는 미래에도 가동될 예정이다.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 석탄발전의 단가가 저렴하고,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되는 미세먼지 및 다른 대기오염물질의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비롯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전력가격에 올바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발전비용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전기요금을 인상시키고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정부와 국회,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비용부담과 전기요금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대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에 대한 관리이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23%가 경유차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휘발유가격 대비 경유가격 비율을 높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증세 논란문제,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은 수송용 경유가격의 인상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한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경유차에 대한 수요 억제 및 노후 경유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도시 지역의 미세먼지 배출량과 농도를 낮추는 것은 어렵다. 이외에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수립 및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전기차에 대해서 에너지효율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모든 내연기관 차량에 등급을 매기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운행 제한 및 폐차 유도가 필요하다. 끝으로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9년 수립된 제1차 미세먼지관리종합계획이 올 해 종료된다. 제2차 계획 수립이 빠르게 추진되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정책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하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활동이 정부 방침에 따라 2026년 2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계획된 것이 없다. 현재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낮아져 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곳을 비추고 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의 위협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그 위험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들을 주시하며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하는 길고 험난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554명의 국민정책 참여단의 숙의와 토론 과정을 거쳐 도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내용에 담긴 글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조용성

[기자의눈] 최저임금 차등적용, 국회 아닌 국민 설득해야

이달 27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경영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양측간 공방이 언제나 그렇듯 격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화두로 떠올라 노사간 찬반 논리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모습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 여건이 어렵고 업무 난이도가 낮은 일부 업종이나 실질생활비가 서울에 비해 적은 지역의 최저임금을 타직종보다 낮게 적용해 동결 또는인하해 달라는 경영자측 요구사안이다. 특히,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계는 “그동안 최저임금 상승률이 가팔라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등 업계가 다 죽어가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대로 차등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펴왔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5만 12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해 경영 상황이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차등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 일반국민들은 실질임금 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격한 반대 의견(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도 주기 어려우면 그냥 폐업하라"는 아주 직설적인 반응도 심심찮게 눈에 띌 정도이다. 노동계도 △최저임금법 취지 훼손 △저임금 근로자 차별 △직업간 불평등 심화 △고물가 현상상으로 인한 근로자 생활고 지속 △해당업종 구인난 발생 및 경쟁력 상실 등의 다양한 이유를 내세워 반대여론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이 더욱 낮아져 결국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였다. 청년층 비정규직 노조를 대변하는 청년유니온은 지난 40여년간 생산력에 따라 각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 온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부작용이 심화돼 오히려 현재 단일 최저임금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간 갈등 및 도시지역 편중화가 심각해져 고질적 병폐라 할 수 있는 지역격차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자가 대다수인 일반국민의 감정이 나쁘고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최저임금위원회나 국회는 최저임금법 차등적용법 통과나 차등적용 실질 시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법 차등적용법은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통과가 절실한 사안이다. 그런 만큼, 국회에 감정적 호소를 이어가기보다 최저임금 상하선과 최저임금 저하 시 증가하는 근로자 수 등 구체적 효과 논의·분석을 제시해 국민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데스크 칼럼]인구감소 시대, 생쥐 실험의 교훈

어쩌다 이렇게 됐나. 반만년 동안 온갖 외적의 침입에도 굴하지 않았던 한민족이다. 그런데 이제 '사라져가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에 그쳤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아이를 낳을까 말까 하는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는 100년 후인 2122년 쯤엔 지금의 절반도 못 되는 2000만명대를 밑돌 전망이다. 1968년 미국 정신건강연구소 존 칼훈 교수가 실시한 '생쥐 실험'은 그 원인을 직관적으로 제공해준다. 가로-세로 약 210cm의 상자에 생쥐 한 쌍을 넣어 두고 충분한 음식과 물을 계속 제공했다. 어떤 천적도 없고 스트레스가 사라지자 개체 수가 무섭게 불어났다. 그런데 600일 후 2200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서식 환경이 악화되자 갑자기 증가세가 멈췄다. 최대 3800마리까지 살 수 있어 아직 여유가 있었음에도, 생쥐들이 생식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답은 '과밀'과 '경쟁'이었다. 개체수가 늘어나고 서식 공간이 비좁아지면서 짝짓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다쳐서 죽는 쥐들이 늘어났다. 알파 수컷, 즉 힘이 세 여러 마리 암컷을 거느린 쥐들마저 다른 쥐들의 공격에 대비하느라 생식을 멈췄다. 특히 암컷들이 양육을 포기하고 자신만 돌보는 등 모성애가 사라졌다. 더 놀라운 것은 서서히 개체수가 줄어들어 다시 여유가 생겼는데도 같은 행동 양태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무기력해진 젊은 생쥐들은 더 이상 짝짓기를 하려하지 않았다. 과밀과 경쟁에 적응한 쥐들이 본능적으로 번식을 중단한 것이다. 이 땅의 2030 세대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실험 결과다. 실로 끔찍한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수백조원의 돈을 쏟아 부어 출산율을 늘리려 해도 도무지 통하지 않았던 이유가 단숨에 설명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숨막힐 듯한 과밀과 경쟁에 지쳐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기는커녕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일부에선 현재의 저출산·고령화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의 선택이므로, 사회를 개조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그러나 괜히 해외 석학들이 한국의 인구 감소를 보고 “망했다"고 한탄하는 게 아니다. 국방 분야만 보자. 동원 가능한 현역 군인 숫자가 10만명대로 줄어들면 휴전선 방어 조차 힘들어진다. 당장 고령자들의 노후도 큰 문제다. 엄청난 복지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젊은이 10명이 벌어 들이는 돈으로 100명의 고령자들을 먹여 살리는 사회가 도래한다. 더 이상의 자본 축적이나 사회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잠재적 경제성장률은 2040년 이후 마이너스가 된다. 주택 제공이나 수당 지급 등 경제적 인센티브도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될 뿐 추가 출산 유인책이 될 지는 의문이다. 구조적이고 원천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 생쥐 실험에서 봤듯, 과밀 해소와 지나친 경쟁의 완화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단지·교육 기관들을 과감하게 지역으로 이전해 네트워크화함으로써 '비좁은 공간'을 넓혀 줘야 한다. 2030세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워라벨을 보장해주고 비정규직·임시직 위주가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엄마들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말아야 하며, '몰빵 육아'도 지양해야 한다. 지나친 사교육을 없애고 효율·평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하자.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제도를 만들고 초고령화에 맞도록 복지 제도를 개편해 인구 감소·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다들 '뻔한' 얘기인 것 같다구? 그렇게라도 해야 '생쥐 꼴'을 면할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김성우 칼럼] 주목받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의 역할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캘리포니아 50도, 뉴델리 47도, 아테네 40도, 베이징 37도! 이는 6월 중순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된 섭씨 기온이다. 때이른 폭염은 사상 최악의 여름의 서막을 알리며, 산불이나 사망 등의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지난 30년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비중을 거의 줄이지 못한 결과다. Out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의 81.8%가 화석연료인데, 기후대응 국제협약인 파리협정을 체결했던 2015년에는 85%였으며, 첫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렸던 1995년에는 86%였다. 비록 세계에너지기구(IEA)가 2030년내에 화석연료의 수요가 peak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예측이 화석연료의 빠른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분간 화석연료와의 공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거나 부득이하게 배출될 탄소를 포집, 저장 및 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석유화학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땅이나 바다 속에 저장하는 CCS와, 포집된 탄소를 건축자재나 수송연료 등 제품에 넣어 활용하는 CCU로 나뉜다. 지난 11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CCUS 시장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연간 4억톤이 넘는 규모의 탄소포집 프로젝트가 미국, 영국, 캐나다 주도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CCS 시장이 연평균 20%대의 급성장이 전망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올해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CCUS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40여 개의 개별 법에 산재되어 있던 관련 규정들이 통합되었다. 포집 신고, 수송 승인, 저장 절차규정 등 사업추진 근거가 담겼고, 집적화단지지원, 탄소감축인정, 기술개발지원 등 산업 지원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되어, 사업 및 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현재 집적화단지, 탐사 및 사업승인, 저장 관리, 모니터링 및 안전 관련 상세 규정을 담은 하위법령이 마련 중이고,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5월에는 핵심기술개발 및 국내외 저장소 확보를 위한 CCS 전략 및 정책을 민관이 함께 논의했다. 선진국 대비 약 80%인 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포집-수송-저장 전주기상 11대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2030년 상용화 목표로 대규모 R&D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내 저장을 위해 폐광 지역 탐사 추진과 더불어 산단 연계형 허브터미널 및 저장소를 구축하고, 해외 저장을 위해 주요 저장소 보유국과 국경통과 CCS 협약 추진은 물론 청정수소 등 관련 산업과 혼합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상술한 기반 마련의 화룡점정은 실증이다. 실제로 건설해서 운영을 해 봐야 주도적 확대가 가능하다. 마침 지난 1월 '동해가스전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실증 사업은 2030년까지 총사업비 2조 9,529억원이 소요되고, 육지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폐가스전에 저장하는 사업이다. 2030년 이후에는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10년간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필자가 지난 20일 동해가스전을 현장 방문해 자세히 보니, 2021년까지 해저에서 가스를 채굴해 육지로 보냈던 폐가스전을 역으로 활용해, 2026년부터 5년간 울산 및 부산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울산 허브 터미널에서 압축·액화한 후, 가스가 담겨 있었던 해저 저류층에 탄소를 주입·저장한다는 계획이다. 가스전과 CCS간 핵심적인 차이는 가스는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경제성이 있었지만, CCS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배출권의 가치는 톤당 만원으로 가정하면 12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경제적 효용을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배출권의 가치는 향후 상승할 것이고 저장용량 확대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향후 국내에서 포집된 막대한 탄소를 국내외에 저장해야 하는데, 대규모 실증을 해보지 않으면 본격 저장시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 2000년대 동해가스전을 발굴한 한국석유공사와 이를 건설한 현대중공업의 경험이 향후 베트남 단독 가스전개발이나 해상플랜트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아쉽지만, 80%를 넘게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글로벌 소비구조를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CCUS 역할을 재조명해 우리의 채비를 공고히 할 시점이다. 김성우

□ 부서장 전보 △ 경영관리처장 신현호 △ 사업개발처장 민정식 △ 미래사업처장 강진 △ 통합운영처장 엄태선 △ 건설처장 정남성 △ 동탄지사장 하영민 △ 플랜트기술처 고장 정지 예방 TF 총괄역 오세민 □ 부서장 신규 보직부여 △ 삼송지사장 김규종 △ 평택지사장 김계희 □ 부장 전보 △ 건설처 건설관리부장 최인수 △ 열수송처 열수송공사부장 권성주 △ 중앙지사 고객지원부장 김갑철 △ 중앙지사 공무2부장 전영재 △ 중앙지사 열수송2부장 김진태 △ 파주지사 기계부장 엄재식 △ 삼송지사 전기영업부장 담자룡 △ 삼송지사 배전부장 김상관 △ 고양사업소 고객지원부장 전홍식 △ 고양사업소 공무부장 김선태 △ 고양사업소 운영부장 박병규 △ 판교지사 고객지원부장 윤종원 △ 광교지사 고객지원부장 이창형 △ 광교지사 복합운영부장 김재공 △ 용인지사 운영부장 김승민 △ 평택지사 공무부장 홍정환 △ 세종지사 운영부장 김영진 △ 파주지사 고객지원부장 허충휘 △ 양산지사 계전부장 전대훈.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여야 정쟁 속 출구 안보이는 22대 국회…이제는 타협할 때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공전하면서 야당만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수행하는 '반쪽 국회'가 3주 째 이어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석 수를 앞세워 국회를 장악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에 이어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국회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하고 나섰다. 시작부터 여야 사이 협상과 타협이 아예 실종되면서 22대 국회의 앞날은 21대 국회보다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확보하면서 입법 폭주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방송3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법안을 재발의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비한 '거부권 거부법'까지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재발의한 쟁점 법안들이 처리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면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던 합법적인 장치들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이런 형국이라면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한 반복될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은 입법 폭주에 대한 역풍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도 '총선 민의'를 내세우며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남아있는 7개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할 분위기다. 여야의 이러한 극단 대치가 이어지면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민생 법안도 통과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고준위방사선폐기물법, 반도체법(K칩스법), 모성보호 3법 등은 아직까지 뒷전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길어지고 있다. 다수결을 밀어붙이며 입법 독주를 하고 있는 야당이나, 국회 활동을 하지 않고 입법권이 없는 특위에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는 여당이나 국민들 눈에는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여야의 고집이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서로가 공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뿐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상호 칼럼] 북한 오물 풍선은 한국에 대한 생화학 무기 공격

북한은 지난 5월 28일과 6월 1일 그리고 6월 8일 등 총 3회에 걸쳐 한국 전역에 오물 풍선 폭탄을 뿌렸다. 이 풍선 폭탄의 내용물은 폐전선, 거름, 쓰레기(폐지, 담배꽁초), 분뇨, 중국산 폐건전지 등이었다. 말이 오물 폭탄이지 사실 똥과 잡쓰레기를 섞은 혐오 물질을 한국 전역에 무차별 살포한 것이다. 이들 오물 풍선이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나 각종 맹독성 물질에 오염된 쓰레기로 채워졌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약 북한이 쓰레기로 위장한 생물·화학 물질을 한국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살포했다면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비록 쓰레기 풍선으로 위장했지만, 이는 한국에 대한 명백한 생물·화학 무기 공격과 다름없다.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능력 대응에 주력해 왔다. 북한의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은 이미 실현되었고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지속하며 한국과 우방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 공격은 한국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핵 위협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도전이다. 오물 풍선 폭탄은 한국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도발이기 때문에 한국의 군사적 보복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당장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반면 한국군의 방어 능력을 빠르게 파괴하고 역공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군 전력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생화학 무기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대규모의 화학 무기를 보유한 세계 3위 국가이며 살상력이 강력한 신경 작용제인 VX를 포함하여 최소한 2,500~5,000톤의 화학 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보유한 대부분의 대구경 대포나 로켓, 미사일에 화학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의 화학 무기 공격 대상은 주로 한국군 공군이나 해군 기지 등 북한의 제한된 재래식 전력으로 큰 피해를 주기 어려운 대형 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반대로 생물학 무기 공격은 한국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화학 무기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군사 목표 공격에 유용하지만, 생물학 무기는 사용 후 효과 발생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민간 대상 용도로 효용이 더 높다. 특히 생물학 무기 공격으로 민간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전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한국 국민의 저항 의지에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 코로나바이러스 때 공포보다 1,000배, 10,000배는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사실 이번의 북한 오물 폭탄 공격은 현실감이 결여된 엉뚱한 발상이며 유아적인 행동이다. 일부 소식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오물 풍선 공격 소식을 알고 있고 이를 창피하게 여긴다고 한다. 이번 공격이 최근 북한 군대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사고 때문에 불만이 고조된 군의 관심을 한국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유치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엄중하다.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이라고 지칭한 이후 각종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미국 전쟁연구소(ISW)가 실시한 워게임 결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전에 “한일 등 주변국이 대만 이슈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북한의 핵실험 및 국지 도발 등을 유도할 수 있다"라는 분석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 전에 북한이 한국을 먼저 공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평가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핵 공격에 유효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동일한 살상력을 가진 '대량살상무기'이지만 생화학 무기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미연합군이 핵 보복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오물 풍선 공격은 개전 초기 북한이 빠른 보복을 초래할 수 있는 핵 공격은 자제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생화학 공격을 현실적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봐야 한다. 대만 문제와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따른 환경 변화로 최근 북한의 핵 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잠재적 핵 능력 확보 또는 핵 독자 보유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언젠가는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핵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의 핵 보유 논란 와중에 오히려 전방위로 진화하고 있는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은 부족하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핵보다는 생물·화학 무기, 미사일과 로켓, 사이버 공격 등 각종 비대칭적 수단을 우선 동원할 것이고 이 중 생화학 공격은 핵 공격 못지않게 한국에 파멸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가공할 무기이다. 한국이 각고의 노력으로 핵 억제력을 확보하더라도 북한의 생화학 공격을 과연 핵무기로 억제 가능한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상호

[EE칼럼] 전기본 실무안은 왜 공개했을까?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일색이다. 물론 원자력을 늘렸다는 생색내기도 포함되어 있다. 생색내기라고 폄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재생에너지를 97 기가와트(GW) 늘리고 신규원전은 4.9 GW를 늘린다. 1/20 수준이다. 또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신규원전 건설이 아니라 계속운전을 통해서 가동원전 기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전부품 생태계가 살아나기 어렵다. 그러려고 산업부는 생태계 살리기에 여러 가지 지원을 했던 모양이다. 신규원전 건설을 하면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살아날 것인데 말이다. 2038년 전력수요를 적게 예측함으로써 원전 비중이 30%를 초과하도록 통계 수치를 만들어낸 느낌도 든다. 앞으로 탄소중립을 한다면 화력연료를 사용하던 것이 전력수요로 바뀔 것이다. 또 수소나 암모니아를 생산하는데에도 전기가 필요할 것이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앞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할 일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전력수요예측은 지난 전기본의 예측방식의 연장선에 있을 뿐이다. 이런 전기본의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한전의 적자는 해결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라는 값비싼 전원을 그렇게 늘려서는 답이 없다. 연료비 때문에 적자라는 것은 핑계다. 세계정세는 언제나 변화하고 연료비가 올라갈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가격을 유지하려고 만드는 것이 에너지정책인데 에너지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료비와 전기요금이 연동된다면 그건 정책을 잘못 수립한 것이다. 둘째, 한전의 적자는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못하게 할 것이다. 지금도 발전소가 있어도 전력망이 없어서 세워두는 발전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전력망 투자는 적극적이지 않다. 돈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력망은 더 많은 재원을 요구한다. 전력망을 연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들쭉날쭉 생산되는 전력을 안정화하는데도 별도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수급계획은 이른바 수요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그런데 공급계획이 너무나 부실하다. 지난 전기본에서도 재생에너지는 늘릴 용량만 잡아놨지 사업자나 부지가 결정되지 않았다. 다른 발전소는 '영흥1,2호기' 이런 식으로 사업자와 부지가 결정되어야 전기본상의 공급원이 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신재생 250메가와트' 이런 식으로 용량만 잡아놓은 것이다. 산업부가 편의대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기본은 '비구속적 행정계획'이다. 즉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발전소도 지어도 되고 포함된 발전소도 짓지 않아도 된다. 물론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앞의 말과는 상충되는 주장도 한다. 아무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사업자에게는 임의대로 하면 되겠지만 전력수급에에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사업 주체와 부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표만 제시된 것을 전기본의 공급계획이라고 한다면 불안한 공급계획이다. 언제든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작을 때는 이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젠 문제가 될 것이다. 조만간 산업부는 전기절약운동을 애국적으로(!) 펼칠 것이다. 책임을 지는 대신 에너지 절약이니 뭐니 하면서 전력수급의 실패를 덮고 넘어가려고 할 것이다. 넷째, 전기본에서 펑크가 나면 LNG(액화천연가스)가 그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다. 급히 LNG발전소를 건설해서 펑크를 메우다보면 우리나라에는 전력요금이 비싼 발전소가 늘어난다. 산업부의 낙하산 자리도 덤으로 늘어날 것이다. 다섯째, 산업부는 기막힌 행정적 스킬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전기본을 확정하기 전에 몇가지 절차가 남아있다. 제8차 전기본의 경우에는 12월 27일 국회보고, 28일 공청회, 29일 오전에 전력정책심의회를 통과 시켰다. 제9차의 경우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국회보고 26일 공청회 그리고 그 다음 근무일에 통과시켰다. 행정절차를 적법하게 거쳤지만 법의 취지는 모두 우회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산업부가 전에도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한 적이 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왜 실무안을 공개했을까? 소위 '간보기'를 하려는 것일 것이다. 국회보고, 공청회도 있는데 왜 간보기를 했어야 했나? 도모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꺼림직한 일일 것이다. 정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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