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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0만부 팔려…한강 노벨상 수상, ‘독서 열풍’으로 이어질까

소설가 한강이 지난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독서 열풍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수상자 발표 후 하루 만에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만 한강의 책이 30만부 정도 판매됐다. 서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도 한강의 작품으로 도배됐다. 베스트셀러 목록만 봐도 열풍의 조짐은 확인되고 있다. 12일 현재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강의 작품은 1~18위까지를 차지했다. 지난 2주간 1위를 차지했던 '트렌드 코리아 2025'만이 19위를 차지하고 있고 20위는 '채식주의자' 영문판이다. 자기계발서나 트렌드서 같은 실용서적이 차지하던 베스트셀러 목록을 모처럼 문학작품이 채우는 진귀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급격하게 쏠리는 주문 탓에 재고도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일부 책들은 재고가 떨어져 출판사의 증쇄를 요청한 상태다. 문학동네 이현자 편집국장은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이 가장 잘나가고 있는데, 재고는 이미 모두 동났다"며 “'작별하지 않는다'만 15만부, '흰'도 3만부를 증쇄키로 했고, 다른 책들도 증쇄를 결정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한강 책 중 쉬운 책', '한강 작품 읽어야 하는 순서' 등의 게시글이 공유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의 성인 독서율은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43.0%로 1994년 독서 실태조사(격년)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했는데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 등이 꼽혔다. 하지만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단순히 그의 작품뿐 아니라 독서에 대한 관심이 환기된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더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 중 노벨 문학상 수상자 탄생을 계기로 독서에 흥미를 붙이려 한다는 이들도 있다. 1년에 평소 책 1∼2권 정도를 읽는다는 대학생 정모(23) 씨는 “여가 시간에는 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만 봤는데 노벨상 수상 소식에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독서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지만, 펼쳐본 적 없는 책상 위 책들을 이제 차례로 읽어볼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독서를 '힙하게' 여기는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와 맞물려 독서 열풍, 나아가 침체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환기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백지연 문학평론가는 “노벨 문학상이 계기가 돼 사람들이 책을 읽고 책을 매개로 소통하게 되기도 하는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게 고무적"이라며 “그동안 사람들이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한강 작품 외에) 다른 문학작품들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우울한 뉴스도 많고 전세계에 전쟁도 이어지는 가운데 (노벨상 수상 소식이) 긍정적인 기운이 돼서 책을 읽고 세상을 해석하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포토: 한강 노벨상] 교보문고는 벌써 ‘한강 신드롬’

소설가 한강의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국내 독자들의 '한강 신드롬'이 재연되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서울 종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수상 기념 특별매대가 등장하자마자 독자들이 몰려들어 저마다 1~3권씩 구매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도 높아져 국내 KBS, MBC를 비롯해 미국 CNN, 일본 NHK 등 방송사들이 이날 교보문고 특별매장 현장을 카메라 촬영하는 동시에 일부 고객들과 인터뷰하는 취재경쟁도 벌였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포토: 한강 노벨상] 광화문 교보문고 수상기념 특별매대 등장

소설가 한강의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서울 종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수상 기념 특별매대가 등장했다. 교보문고는 이날 오전 광화문 매장에 '한강 노벨상 수상기념 특별매대'를 설치하고,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들인 '채색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휜', '검은 사슴', '디에센셜' 등 6종을 판매했다. 특별매대가 들어서자마자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너도나도 작품 1~3권씩 구매하느라 매대 주변이 북적였다. 교보문고 직원들도 매대 책들이 순식간에 줄어들자 도서 창고에서 계속 가져와 채우느라 눈코 뜰새가 없었다. 또한, 교보문고는 특별매대 옆에 '2024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글귀가 적힌 기념안내판도 제작해 비치했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반나절 만에 13만부…노벨상 수상 후 한강 작품 ‘불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품들의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일 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반나절 만에 국내 양대 서점에서 13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교보문고는 11일 오전 11시 35분 현재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까지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채식주의자 개정판' 등이다. 이 가운데 1~7위까지는 재고가 소진돼 모두 예약 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한강의 작품 판매는 전날에 견줘 노벨상 수상 후 451배나 증가했다고 교보문고는 전했다. 예스24 상황도 비슷하다. 예스24의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 1~10위까지를 모두 한강의 작품이 수놓았다. '소년이 온다'가 1위, '채식주의자'가 2위, '작별하지 않는다'가 3위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소년이 온다'는 전일 대비 784배, '채식주의자'는 696배, '작별하지 않는다'는 3422배로 판매가 폭증했다. '톱3'라 할 수 있는 '소년이 온다'는 2만8000부, '채식주의자'는 2만6000부, '작별하지 않는다'는 2만3000부가 팔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예스24 관계자는 “너무 많이 팔려서 톱3밖에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작품이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예스24 주가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29.81% 급등한 6380원으로 직행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알라딘도 전날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한강의 소설과 시가 1~8위를 차지했다. 2008년부터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를 전담한 김현정 베스트셀러 담당은 “이처럼 빠른 속도로 판매되는 사례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이후 처음"이라며 “그때는 한종에 그쳤지만, 지금은 한강 작품 전체로 판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쏠리는 주문 탓에 재고도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일부 책들은 재고가 떨어져 출판사의 증쇄를 요청한 상태다. 예스24 관계자는 “'소년이 온다'는 월요일에 입고가 되고 '채식주의자는 수요일에 들어올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예측할 수 없다.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강의 책을 지금 당장 사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책이 예약판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교보문고 등 다른 대형 서점도 마찬가지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낸 창비와 '디 에센셜 한강'과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사슴' '희랍어시간' 눈물상자' 등 한강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문학동네도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강 부친 한승원 작가 “세상 발칵 뒤집어진 느낌…당황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85) 작가는 딸의 수상 소식에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전남 장흥에 거주 중인 한승원 작가는 11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딸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며 “당황했다"고 운을 뗐다. 한 작가는 “(노벨상 측이)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서 수상한 그런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뜻밖에 우리 강이가 탈지도 몰라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도 전혀 기대를 안 했다"고 말했다. 한승원 작가는 한강이 전날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인 저녁 8시(한국시간) 직전인 오후 7시 50분쯤 스웨덴 측으로부터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그 사람들(노벨위원회)이 무서운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강이가) 그 기쁨을 엄마, 아빠한테도 말할 기회가 없이 전화를 받고 그랬는가 보더라"라고 전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의 문학세계에 대해서는 “한국어로선 비극이지만 그 비극은 어디다 내놔도 비극은 비극인데 그 비극을 정서적으로 서정적으로 아주 그윽하고 아름답고 슬프게 표현한 것"이라고 평했다. “'채식주의자'에서부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아마 이야기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다음에 '소년이 온다'가 나왔고 그다음에 '작별하지 않는다'… 광주하고 4.3이 연결이 되면서 국가라고 하는 폭력, 세상으로부터 트라우마를 느끼는 그런 것들에, 여린 인간들에 대한 어떤 사랑 같은 거, 그런 것들이 좀 끈끈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그것을 심사위원들이 포착한 것 같아요." 한승원은 “강이 소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하나하나가 다 명작들이다. 이게 고슴도치는 내 새끼가 예쁘다고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한승원은 전남 장흥군에 '해산토굴'이라는 이름의 집필실을 지어 기거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1939년 장흥 태생인 한승원은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올해 초에는 자전적 이야기의 장편소설 '사람의 길'(문학동네)를 펴내는 등 왕성히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은 누구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거머쥔 작가 한강(54)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소설가 한승원이다. 이후 서울로 올라온 그는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대학 졸업 뒤 이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습작을 하기 시작해 그해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강은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집과 장편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다.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을 펴내는 등 시와 소설 아동문학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작품활동을 했다. 그동안의 국내외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 문학상을 받았으며,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문학에서의 탁월한 성취와 예술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삼성호암상 예술상도 수상했다. 한강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처음 널리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2016년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집 '채식주의자'(영어판 제목 The Vegetarian)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처음 연재된 연작소설로, 국내에서는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그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과(구 문예창작과)에서 예비 작가들을 상대로 소설 창작론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울예대 학생들은 당시 한강에 대해 “섬세함과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교수"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한강은 문인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펴낸 작가 한승원이다. 85세인 한승원은 올해 초 자전적인 내용의 장편소설 '사람의 길'(문학동네)을 펴내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한승원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 한강은 전통사상에 바탕을 깔고 요즘 감각을 발산해 내는 작가"라며 “어떤 때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승원과 한강은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부녀 2대가 수상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한강의 오빠 한동림 역시 소설가로 작품활동을 했다. 한강은 어려서부터 익힌 피아노와 노래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에는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는데, 흘러가 버린 노래 스물두 곡 속에 작가의 아련한 추억을 담아낸 이 책에 작가 자신이 작사ㆍ작곡하고 보컬까지 맡아 부른 노래 10곡을 담은 음반(CD)을 함께 수록했다. 음반엔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랫말과 선율들을 악보를 쓸 줄 몰라 가사를 적고 계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작가가 직접 한 곡 두 곡 만들어온 노래를 담았다. 산문집에서는 어린 시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십 원짜리 종이 건반을 가지고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강의 가장 최근 작품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다. 이 소설로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하고, 올해 3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도 받았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강은 “소설을 써오면서 제일 기뻤던 순간이 2021년 4월 말 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한 순간"이라면서 “워낙 오래 걸리고 힘들게 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소설가로서 한강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1980년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일 것이다. 광주 태생인 한강은 서울로 올라온 뒤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이 보여준 사진첩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2016년 2월 한 문학 행사에서 밝힌 적이 있다. 아버지가 보여준 것은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이었다. 그는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제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며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로 형상화됐다. 이 작품부터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한국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해온 작가는 앞으로 '밝은 얘기'를 써보고 싶다고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은) 이렇게 두 권을 작업했는데, 이제는 더는 안 하고 싶어요.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눈이 계속 내리고 너무 춥고, 이제 저는 봄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한강 “놀랍고 영광…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영감”

소설가 한강(53)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10일 한강은 수상자 발표 후 노벨상 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광스럽고 여러분들의 지지에 정말 감사드린다. 그저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영어로 약 7분간 진행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학상을 받게 된 데에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강은 어느 작가로부터 가장 큰 영감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어릴 때 옛 작가들은 집단적인 존재였다"면서 “그들은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단호하다.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 영감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영감을 준 몇몇 작가를 꼽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 작가인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는 질문에 한강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 책을 좋아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과 삶, 죽음에 대한 의문을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연관지을 수 있었다"면서도 “그(린드그렌)가 내 어린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가 한강'을 막 알게된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신의 작품으로는 가장 최근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흰', '채식주의자'를 권했다. 한강은 “가장 최근에 낸 '작별하지 않는다'는 인간의 행위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흰'은 상당히 자전적인 내용이어서 아주 개인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도 있다"면서 “'작별하지 않는다'로 시작해봐도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인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3년에 걸쳐 썼는데 그 3년은 여러 이유로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 나무의 이미지를 찾아내기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한강은 서울의 집에서 아들과 저녁식사를 마쳤을 때쯤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과 저녁식사를 막 마쳤을 때였다. 한국은 저녁 8시쯤이었고 아주 평화로운 저녁시간이었다"며 “누군가 전화를 해서 (수상소식을) 알려줬고 당연히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한강은 또 “오늘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좀 읽고 산책을 했다. 아주 편안한 하루였다"며 “아들도 놀랐지만 (수상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을 어떻게 축하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오늘밤 아들과 차를 마시며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한강은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이 노벨 문학성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여의도 불꽃축제에 100만명 몰린다…“대중교통 이용하세요”

이번 주말인 5~6일 서울 시내 곳곳이 대규모 인파로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일 개최 예정인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안전 관리를 지시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세계불꽃축제는 5일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오후 7시부터 90분간 진행되며 축제에 앞서 여의도한강공원 이벤트광장에서는 오후 1시부터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서울시는 5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행사장 주변 여의동로(마포대교 남단∼63빌딩 앞)를 전면 통제한다. 버스 등 차량은 모두 우회 운행하며 지하철 5·9호선은 각각 18회, 52회 증회 운영된다. 5호선 여의나루역은 역사 내 혼잡상황에 따라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 방문 계획이 있는 시민은 주변 다른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인파가 분산 이동할 수 있도록 여의나루역 출입구를 모두 폐쇄할 수 있으므로 귀가 동선도 사전에 계획해 두면 편리할 것이라고 서울시는 당부했다. 버스는 평소 여의동로를 경유하는 19개 노선을 모두 우회 운행한다. 행사 종료 후엔 인파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오후 8∼10시 여의도환승센터·여의도역·여의나루역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 26개가 집중 배차된다. 여의도뿐 아니라 5일 오후 4∼9시 한강대교를 지나는 14개 버스 노선도 전망카페·노들섬 등 정류소에 정차하지 않는다. 노들섬은 4일 오후 9시부터 5일 오후 10시까지 하단부 출입이 통제된다. 원효대교는 행사 시간 동안 보행이 통제된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에 “돌발 상황과 안전사고에 대비해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입·출구 분산, 안전선 설치, 비상 대피로 확보 등 인파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주말에는 LG와 KT가 맞붙는 '202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잠실야구장에서 개최된다. 또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콘서트가 열린다. 잠실종합운동장은 현재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제1·3·4·5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어 주차 공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정부 “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2026년 정원 논의 가능”

정부가 의료계에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참여를 요청하며 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고, 이를 위한 첫걸음은 바로 대화"라며 “정부는 그간 의료계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쌓여온 오해들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주시기를 의료계에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 전제조건이나 사전적 의제를 정하지 말고 대화에 참여해주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도 더 열린 자세로 진정성 있게 임하겠다"며 “하루라도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와 허심탄회하게 우리 의료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수급추계위원회에도 의료계의 동참을 호소했다. 인력수급추계위원회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로, 공급자 단체가 추천한 전문가가 과반이 되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위원 추천은 이달 18일까지 받는다. 박 차관은 “정부는 위원회 구성, 논의 의제 등에서 의료계와 접점을 찾기 위해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검토했다"며 “의료계에서도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신다면 위원회에서 2026년 의대 정원도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달 착수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을 두고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지역 병의원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전공의는 수련생으로서 지위가 강화되도록 수련환경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공정위, 경쟁사에 콜 차단 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724억원…검찰 고발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가맹 택시 사업자에게 부당하게 '콜 차단'을 한 카카오모빌리티(카모)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24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일반호출 서비스와 자회사인 카카오T블루 가맹호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일반호출 시장에서는 96%의 점유율을 가진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든 택시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19년 3월 자회사 등을 통해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 사업을 개시했다. 카카오T블루 가맹 기사 모집을 확대하고 경쟁 가맹 택시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경쟁 사업자 소속 기사에게 돌아가는 일반 호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사업자 소속 기사만을 차별해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행위는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승객의 브랜드 혼동, 카카오T 앱의 품질 저하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경쟁 사업자에게 제휴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가맹 소속 기사에게 돌아가는 일반 호출을 차단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제휴 계약의 내용은 소속 기사와 택시 운행 상황 등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사실상 경쟁 사업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반택시, 마카롱택시와는 이런 내용의 제휴 계약을 체결해 영업상 비밀을 제공 받았다. 제휴 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은 우티와 타다에 대해서는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했다. 시장 1위 플랫폼인 카카오T 호출을 받지 못하게 된 우티·타다 소속 기사들은 가맹 계약을 대거 해지했다. 가맹 해지 폭증으로 사업이 어려워진 타다는 뒤늦게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운행 정보 등 영업 비밀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행위의 결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시장 점유율은 51%(2020년)에서 79%(2022년)로 증가했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업자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당했고, 가맹 택시 시장의 유효한 경쟁 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우티밖에 남지 않게 됐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인해 사업자 간 가격과 품질에 의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택시 기사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724억원의 과징금은 역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중 4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위는 지난 2017년 퀄컴의 이동통신 표준 필수특허 남용 사건에 부과됐던 1조311억원이다.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 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으로 플랫폼 사업자들로 하여금 경쟁사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쟁사업자에게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해 이용한 행위가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으로도 시장 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행위를 지속 감시하고, 법 위반 시 엄중히 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같은 공정위의 조치에 행정소송을 통해 법 위반 행위가 없었음을 법원에서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제휴 계약 체결 목적은 '콜 중복 최소화'를 통한 이용자 편의 증대"라며 “타 가맹본부 소속 기사가 카카오T의 콜을 반복적으로 취소 또는 거절하는 등 사실상 골라잡기 행위가 발생함에 따라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고자 타 가맹본부들과 다양한 이해조정 노력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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