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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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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노사임협 난항…다음주 ‘분수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18 10:00

노조 쟁의위원 22일 파업…“사측 제시안 부족”
사측 “실적 부진·대내외시장 악화 고려해 달라”
지난해와 유사한 이견에 올해도 파업 단행 우려
극단 대치 끝 타결 선례로 ‘연내 타결’ 가능성도

현대제철 포항공장

▲경북 포항에 위치한 현대제철 포항공장 입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제철이 포스코, 동국제강과 달리 올해도 노사 간 임금 협상에서 입장 차이를 못 좁히고 있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데 이어 사측이 제시한 안에 불만을 드러내며 파업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노사가 파업과 직장 폐쇄로 맞서다 생산 차질에 따른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한발씩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를 비롯한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과 오는 23일 9차 임금 공동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루 전인 22일에는 노조 쟁의대책위원들이 경기도 성남 현대제철 판교 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포스코는 지난달, 동국제강은 4월 각각 임금 협약 교섭을 끝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8월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으로 8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단체협상까지 갱신해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임금만 다룬다. 노조는 지난달 11일 5차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조합원 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사측은 지난 9일 7차 교섭에서 첫 교섭안으로 기본급을 6만5000원 인상하고 성과급은 기본급의 100%에 200만원을 더해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의 진정성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대제철 노사 교섭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측은 근로자 1명당 영업이익이 늘어난 점과 현대자동차의 임금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과 성과급 추가 지급이 노조 측의 요구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50%+1580만원 지급 등을 포함한 임금 및 단체협약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어려울 때 현대제철 근로자들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현대차 임금 인상 수준에 맞췄다"며 “당시 기준과 달리 지금은 사측이 시황 악화를 이유로 낮은 임금 인상폭을 제시하는데다 국내 생산 규모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철강 시황 악화로 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재 수요 감소에 더해 미국 고관세율과 중국산 저가 물량 유입이 더해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이 23조226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0% 줄어든 159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 노무팀은 최근 노조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현실을 외면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행위"라며 “가용 가능한 최대 금액을 성과급으로 제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사 간 원만한 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극심한 갈등을 겪다 7개월 만에 이후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9월 임단협 교섭을 시작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결렬 이후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반복했고, 사측은 당진제철소 냉연라인 일부를 대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며 초강수로 대응했다. 이후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과 '기본급 450%+1050만원'의 성과급으로 합의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458억원과 19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담화문을 내고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노사가)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속히 단체교섭을 마무리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부분적으로는 현대제철의 단조 부문 자회사 현대IFC를 매각하는 문제도 원만히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2020년 물적 분할로 설립한 현대IFC를 사업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한 사모펀드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현대IFC 노조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제철은 2020년 단조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며 '매각이나 청산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약속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노사 양측 모두 이번에는 연말까지 협상 타결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대립을 벌이며 교섭이 길어졌던 선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2023년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교섭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악화된 실적이 협상 근거라는 점도 변수다. 이에 노조가 새 집행부 선출에 나서는 다음 달 중순이 교섭 장기화를 피할 '데드 라인'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은 노사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측이 조율 과정을 이어가며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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