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검찰청 폐지·기재부 분리”…이재명 정부 첫 조직개편안 與주도 법사위 통과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환경부 개편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검찰해체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해체 수준의 변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담겼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각각 두도록 했다. 경제 부처도 대대적으로 손질된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돼 중장기 국가 전략, 예산·기금 편성·집행·성과 관리, 국가 채무 관리 등을 전담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해 감독 기능에 집중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은 환경부로 이관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이 부처는 환경·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해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명칭이 바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신설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돼 성평등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또 재정경제부 장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각각 부총리를 겸임하며 경제·과학기술 정책을 총괄·조정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고용노동부에는 산업안전보건사무 담당 본부장이 신설되며, 통계청은 국가데이터처로, 특허청은 지식재산처로 각각 국무총리 소속으로 개편된다. 이번 개정안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방미 李 대통령, 체코 ‘원전’·우즈벡 ‘교통·광물’ 개발 협력 강화 합의

유엔(UN) 총회 참석차 방미(訪美)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 6월 최종 계약을 체결한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도 만나 철도 등 교통·광물 관련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을 비롯한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프로젝트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급 한국형 원전(APR1000) 2기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총 규모는 약 4070억 코루나(약 26조원)에 달한다. 파벨 대통령은 “지난 6월 체코가 한국 기업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원전 수출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양국 간 협력이 원전을 넘어 반도체, 전기차, 방위산업 등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방산·첨단산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체코와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의 최종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근 불거진 웨스팅하우스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리나라 일부 언론은 한수원과 한국전력이 두코바니 프로젝트 계약에 앞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과도한 저작권 수수료 요구 등을 무리하게 수용해 원전 기술 자주권을 뺏기는 수준의 '노예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갖고 교통 인프라와 광물 개발 등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우즈베키스탄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이 힘을 합친다면 경제 협력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면서 “철도·공항·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비롯해 핵심광물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경우 양국 모두에게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 내 17만여명의 고려인이 정·재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양국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교민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두 정상은 내년 한국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는 교통 인프라 및 핵심광물 협력, 체코 대통령과는 신규 원전 건설 최종 계약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며 “다자외교 무대에서도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행보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앞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정상과도 회담을 갖는다. 위 실장은 “우리 기업과 경제 발전에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나까지는…’이 아니라 “이번부터”

이강윤 정치평론가 정치적 슬로건으로 흐르기 쉬운 거대 담론은 잠시 젖혀두고,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것을 짚어보고자 한다. 의지만 있다면 바로 변화를 체감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일 중 공공기관 개혁이 있다. 모든 정권이 내걸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다. 기관장과 대통령의 임기가 맞지 않아서 빚어지는 갈등과 알력, 그리고 이의 정쟁화는 수 없이 되풀이돼왔기에 으레 벌어지는 통과의례로 인식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 십년 째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마저 생겨버린 것이다. 진영 간 정권교체기에 더욱 극심해진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알박기 인사, 버티기, 자리를 이용한 정권발목잡기…등의 말이 일상어가 된 지 오래다. 평상시같으면 직무감찰을 통한 기관장 징계사항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정권교체기때는 억울한 정치탄압을 받고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일도 횡행한다. 심각한 가치전도다. 이러는 사이 시간은 하냥없이 흐르고, 해당 기관의 업무는 실질적 스톱 상태에 빠진다.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공공기관 운영에 들어가는 돈은 원천적으로 국민 세금이다. 도둑 중 세금 도둑이 가장 큰 도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고 일갈한 바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세금 누수 추방은 그의 일관된 공직 자세였다. 집권 민주당이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안을 준비중이라고 하니, 실행에 옮겨지면 그 문제는 매듭지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문제의 원천적 해결은 공공기관장 자리를 논공행상의 한 자리 챙겨주기, 즉 전리품이라고 여기는 인식을 근절하는 것이다. 기관장 자리가 '한 자리'로 전락하는 순간 그 기관의 정체성이나 존립 근거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관장이 새로 임명되면 “누구의 끈"이라거나, “정권 실세와 가깝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히 퍼지곤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읺다. '논공행상 한 자리'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이렇듯 답은 간단한데도 되풀이돼온 연유는 '나까지는…' 때문이다. 나까지는 여지껏 해온 대로 하고, '개혁은 내 다음부터!' 였으니 이 사안이 반복된 것이다. 나까지가 아니라 '이번부터'로 바꿔야 한다. 이번부터 한 자리 관행을 깸으로써 이 무한루프를 끊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공공기관의 업무방식 개혁이다. 공공기관은 법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실질적인 공무원 조직이다. 신분만 공무원이 아닐 뿐, 업무 성격이나 예산 대부분이 공무원 조직과 흡사하다. 물론 국정감사 대상이다. 그냥 기관이 아니라 '공공'기관이기에 국민을 바라보고 일해야 하건만, 실제로는 관리감독청만 바라본다. 왜? 인사권과 예산배분권을 관리감독청의 공무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청 눈에만 벗어나지 않으면 별 일 없다"는 타성과 수동적 태도의 혁파가 공공기관 개혁의 요체다. 퇴임 공무원들 갈 자리이니 미리 순치시키는 한편, 각종 전시성 행사 실무 및 인원 동원이나 담당하는 존재로 전락돼있으므로 공공기관이 아니라 산하기관이라 불리는 것이다. 산하기관이라는 말, 불명예스러운 지칭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에 대한 자각과 혁파가 없으면 이들 기관은 세금이나 축내는 '가외 조직'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이 두 가지가 고쳐지지 않는 한 공공기관 개혁은 구두선이다. '국민 먼저, 국민 위주'가 이 정부의 정체성이자 국정철학이다. 사회양극화 해소의 주춧돌을 놓는 것이나, 저출산 탈출 계기 마련, 공교육 회생, 개헌 등 굵직한 일과 함께, 공공기관 개혁처럼 지금 당장 고칠 수 있는 것부터 고침으로써 정권교체의 효능감을 피부로 느끼게 하기 바란다. 이강윤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李대통령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 종식”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7번째 순서로 연단에 올라 한반도 평화 구상을 국제사회에 소개했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약자로, 이 대통령은 “'END'를 중심으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첫 단계인 교류와 관련해 “교류와 협력이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굴곡진 남북 관계의 역사가 증명한 불변의 교훈"이라며 “교류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지속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남북의 관계 발전을 추가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엄중한 과제임이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자신이 제안한 '3단계 비핵화론'을 다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구상 실현을 위해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은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할 뜻이 없음을 다시 분명히 밝힌다"며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우선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은 '빛의 혁명'을 이뤄냈다"며 “친위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의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대한민국의 것인 동시에 전 세계의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에게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 “서로 다른 나라의 국민이 협력하며 전 지구적 도전을 함께 헤쳐 나가는 미래가 꿈 같은 장밋빛 전망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특히 “국경과 언어, 문화적 차이를 넘어 K컬처가 전 세계인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며 “이는 인류의 보편적인 공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새 역사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대한민국 국민이 들었던 오색빛 응원봉처럼 국제사회와 유엔이 희망의 등불을 들어달라"며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의 길을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유엔 총회 연설…“경주 APEC서 AI 미래비전 공유”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다자주의적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 미래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같은 문제를 겪는 모든 국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다자주의적 협력'을 이어갈 때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2억8천만명의 인구가 극심한 기아 상태에 놓여 있으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는 무력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민주권정부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내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과제도 해법은 다르지 않다. '더 많은 민주주의'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유엔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더 협력하고, 더 신뢰하고, 더 굳게 손잡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에 대한민국이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국제무대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흐름이 거세지는 상황을 지적한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변화된 국제환경을 반영해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정책과 연계한 포용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존중받도록 제도와 문화를 발전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최근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등과 맞물려 이 발언이 주목된다. 신흥 안보 위협과 관련해선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사이버 공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시대다. 우리는 보이는 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야 한다"며 “AI시대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닌다면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혁신과 번영의 토대를 세우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모두를 위한 AI'가 국제사회의 뉴노멀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밝히며 “대한민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서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책임감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빈곤 퇴치 문제와 관련해선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사례가 더 나오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차기 서울시장은 누구?…與 7~8명 후보군 vs 오세훈 ‘전초전’

내년 6월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정치권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여권 예비주자들이 서울시정을 겨냥해 공세의 고삐를 죄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개 석상에서 연이어 반격에 나서며 '전초전' 국면에 돌입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은 자천타천 7~8명에 이른다. 현역 의원 중에선 4선의 서영교·박홍근 의원, 3선의 박주민·전현희 의원(수석최고위원)이 거론된다. 전직 의원 중에선 홍익표·박용진, 원외에선 정원오 성동구청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김민석 국무총리 차출론도 나온다. 특히 현역 의원들의 경우 다음달 서울시 국정감사를 계기로 벌써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야당의 후보로 오세훈 현 시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 당내 경선의 승패를 좌우할 지지층의 표심을 선점하겠다는 표석으로 분석된다. 주요 후보군 중 한명인 박주민 의원은 한강버스를 집중 겨냥했다. 그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서 “유아·어린이용 구명조끼 캐비닛이 경사로에 막혀 열리지 않았다"며 “서울시 해명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926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라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이달과 지난달 각각 서울시 주택·교통 정책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며 '생활밀착형 공세'에도 나섰다. 또 지난 6일에는 “착공 기준 성과가 전무하다"며 오 시장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급 정책인 신통기획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전현희 최고위원도 '서울시'라면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전 최고위원도 최근 한강버스에 대해 “취항식 당일 비로 운항이 취소됐고,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도 팔당댐 방류로 멈춰 섰다"며 “시민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라면 안정적 교통 대안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내란 부화수행(附和隨行·소극적인 내란 동조)' 의혹에 연루됐다며 특검 수사와 정부 감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잠재 후보 중 한명인 서영교 의원의 경우 한때 '접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최근 법사위 활동을 발판으로 전국적 이슈를 선점하면서 다시 '잠룡'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때 '유력설'이 돌던 김민석 국무총리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실무 능력을 인정한' 현역 3선 기초단체장인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잠재적인 후보군에 거론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정청래 당 대표 등도 '깜짝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여당 내에서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로 정치 지형이 크게 재편됐지만, 서울 민심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47.1%를 얻어 전국 평균 득표율(49.1%)보다 낮았다. 반면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에서 득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0.4%p 높은 41.6%였다. 특히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서울에서 9.9%를 득표했다. 관건은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의 추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경주 APEC과 대미 관세협상에서 '선방'하고 지지율 50~60%를 사수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도 서울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당이 우세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 '심판론'이 확산될 경우 비록 대통령 취임 후 1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도 여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여권은 내달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시정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강버스나 부동산 문제 등 부실, 무능 시정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국회의원-보좌관-시의원 등이 모여 국감 준비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권에선 뚜렷한 후보군이 떠오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역인 오 시장의 5선 도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수성에 나선 오 시장은 최근 '공격이 곧 방어'라는 태도로 전환한 모양새다. 자신에 대한 여당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는 것은 물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비판하는 등 '역공세'에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9·7 부동산 대책을 두고 “공공 주도 공급 확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지난 20년간 서울 주택의 88.1%는 민간이, LH 공급은 2%에 불과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은 돌아가며 서울시정을 왜곡한다. 거짓말 공장 공장장 같다"고 했다. 또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방에 떠넘기는 정부 행태는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6·3 대선 이후 석 달 동안 로우키를 해오다 최근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국회를 찾아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선거, 3인 경합…28일 당원대회서 최종 확정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이 차기 도당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에는 총 3명의 후보가 등록해 치열한 경합이 예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도당위원장 후보 공모와 자격 심사를 거쳐 지난 22일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그 결과 △기호 1번 정용채 후보(현 경북시민연대 상임대표), △기호 2번 이정훈 후보(현 사단법인 기본사회 경북본부 상임대표), △기호 3번 임미애 후보(현 국회의원·비례대표)가 최종 등록을 마쳤다. 경북도당선거관리위원회는 9월 24일 오후 2시 도당 대회의실에서 언론사 초청 정견발표회를 열고, 이를 현장 생중계로 당원들에게 전달한다. 이후 권리당원은 26일과 27일 이틀간, 전국대의원은 28일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는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거쳐 진행되며, 결과는 권리당원 투표 80%, 대의원 투표 20%를 반영한 최다 득표율로 결정된다. 최종 당선자는 28일 오후 3시 경북 신도청 스탠포드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도당 당원대회에서 발표된다. 이후 중앙당 최고위원회의 인준 절차를 거쳐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북 민주당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박종선 경북도당선거관리위원장은 “경북 민주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인 만큼,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많은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도당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방미 李 대통령, ‘1경7천조’ 블랙록과 AI 허브 투자 논의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만나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로 육성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해 글로벌 투자 유치를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은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에 물꼬를 텄다.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열린 면담에서 핑크 회장은 “AI와 탈탄소 전환은 함께 가야 한다"며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AI 수도 실현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돼 환영한다. 긴밀한 논의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자"며 화답하며 핑크 회장을 한국으로 직접 초청했다. 블랙록은 운용자산 12조5000억 달러(약 1경7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과 함께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결성해 글로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날 면담에는 블랙록의 100% 자회사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 아데바요 오군레시 회장과 김용 前 세계은행 총재도 배석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취임 이후 대한민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정치·경제가 안정화됐다"며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를 표하면서, AI와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 추진을 높게 평가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은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국내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 △한국의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AIP)' 참여 가능성 등이 담겼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브리핑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는 방안을 협의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거점 역할을 구상하기로 했다"며 “향후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AI·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방향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점은 향후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면담에 배석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정부·블랙록 간 TF가 구성되면 투자 포트폴리오와 실행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수조 원 단위의 파일럿 투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가 '대규모 투자'라고 할 때는 통상 수십조 원 단위를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투자 방식은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FI)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창 대통령실 국가AI정책비서관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전략적 투자(SI)와 달리 블랙록은 한국이 마련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한국의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실행돼야 블랙록도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3일부터 열리는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AI와 에너지, 인구 변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어 25일에는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 참석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급락한 20대 지지율, ‘돈쭐내면’ 돌아올까?…李정부 ‘경제적 혜택’ 위주 청년종합대책 발표

이재명 정부가 22일 청년층의 자산 형성·주거·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시중 은행 금리의 최대 3배 가량의 전용 금융 상품 출시, 월 약 15만원 어치를 공짜로 탈 수 있는 대중 교통 정액 패스 제공, 비수도권 중소기업 취업시 수백만원의 인센티브 지원 등 경제적 혜택이 중심 축이다. 대선 공약인 청년 지원 강화를 위해서라지만, 일각에선 취임 후 3개월 새 청년층의 지지율이 절반 가까이 폭락한 것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렬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주권정부 청년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저소득층뿐 아니라 일반 청년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표 정책은 내년 6월 출시 예정인 '청년미래적금'이다. 기존 청년도약계좌보다 납입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정부기여금은 최대 12%까지 확대했다. 월 50만원씩 3년 납입 시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청년은 정부기여금 108만원(6%)을, 중소기업 신규 취업 청년은 216만원(12%)을 지원받는다. 주거 지원도 늘린다. 무주택·저소득 청년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2년간 지원하는 '청년월세 지원'을 계속 사업으로 전환하고, 수도권에 2030년까지 임대주택 2만8000호를 공급한다.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국가장학금 1~8구간 지원금액도 10만~40만원 인상한다. 교통·취업·창업 지원책도 포함됐다. 월 5만5000원을 내면 20만원어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정액패스'를 신설한다. 또한 장기 미취업 청년은 '일자리 첫걸음' 센터를 통해 집중 지원한다. AI·빅데이터 분야 직업훈련은 삼성·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과 연계해 실무 경험과 채용까지 이어지도록 한다. 창업 실패 청년에게는 원인 분석과 컨설팅을 지원하는 '창업 루키 프로젝트'도 시행한다.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비수도권 취업 지원책도 마련했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5만 명에게는 2년간 근속 시 480만원을, 인구감소지역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최대 72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국무총리 직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산하에 청년 위원 60명이 참여하고, '청년 타운홀 미팅'과 같은 직접 소통 창구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연말 '제2차 청년정책 종합계획(2026~2030년)'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같은 청년 대책은 최근 급격히 하락한 청년층 지지율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19일 실시한 9월 3주차 주간조사에서 청년층인 18~29세의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36.5%로 40대(67.4%)·50대(64.5%)보다 훨씬 낮았다. 특히 취임 후 석달새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불과 두 달 전인 7월 3주차에는 50.4%였는데, 7월4주차 47.8%, 7월 5주차 50.4%였다가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이후 8월 3주차 42.2%, 8월 4주차 40%, 9월 1주차 44%, 9월2주차 39.8%, 9월 3주차 36.6% 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불과 두 달 만에 13.8%포인트(p)가 빠진 셈이다. 정 대표 체제의 강경 노선 부각, 특검법 개정안 파기 논란, 사법부와의 충돌 등이 청년층의 피로감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6·3 조기 대선 때부터 청년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 1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청년 문제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며 월세 지원 확대,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같은 단기 대책과 함께 주거·고용 전반의 구조적 해법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주를 '청년주간'으로 지정해 청년 농업 간담회, 스타트업 토크 콘서트, 청년 타운홀 미팅 등을 개최한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청년 행보 이후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신규 채용 계획을 내놓은 점을 성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확대에 기업들이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하자 삼성·SK·현대차·포스코·한화 등이 채용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다만 이같은 행보가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성별·계층별로 청년 문제의 인식 차가 큰 상황에서 맞춤형 해법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통령실 회의에서 20대 여성의 70% 이상이 '여성 차별'을, 20대 남성의 70%가 '남성 차별'을 꼽은 통계가 보고되자, 이 대통령은 “청년 여성과 남성이 함께 대화할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訪美 앞두고 잇딴 외신 인터뷰…도대체 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며칠 새 주요 외신과의 잇딴 인터뷰를 통해 대미 관세 협상, 현대차 조지아주 급습 사건, 북한 핵문제 해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 방문·유엔(UN) 총회 참석을 앞두고 미국과 전세계를 향해 한국의 입장을 간접 설명해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외교적 노력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3500억달러 현금 투자)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국은 금융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는 22일 공개됐다. 그는 “통화스와프 없이 전액 현금 투자로 이뤄진다면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미국이 한국산 제품 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구두 합의했지만, 통화스와프 등 안전장치 없이 대규모 외화 유출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일본이 미국과 무역 합의를 문서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환보유액 규모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 투자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리성을 보장하는 구체적 합의 도출이 핵심 과제"라며 양국 실무협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이민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사건에 대해서도 그는 '가혹한 처우'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가혹한 처우는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며 “대규모 대미투자에 기업들이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과도한 사법 판단의 결과"라며 “미국의 사과가 있었고 합리적 조치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역 협상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불안정한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며 협상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혈맹 간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협상을 포기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보와 무역의 분리 원칙도 강조하며 “주한미군 2만8500명 주둔을 전제로 방위비 증액에 이견이 없다"며 “미국도 안보 문제와 무역 협상을 구분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영국의 유력 매체인 BBC와도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일정 수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할 경우 한국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은 분명한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또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주의 진영과 한국이 포함된 자본주의·민주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진영간 충돌의 최전선에 놓일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에 대해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단순 대응으로는 부족하며 대화와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일에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초강대국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동시에 한중 관계 역시 우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연쇄 인터뷰를 통한 입장 전달은 22~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이뤄졌다. 이번 방미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등 미국 정부와의 공식 회동·협상 등은 예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안보, 통상, 외교 현안에 대한 양측간 세밀한 입장 조율이 진행될 것으로 에상된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비롯한 3박 5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