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尹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긴장하는 공직사회·술렁이는 공공기관](http://www.ekn.kr/mnt/thum/202305/2023051001000522300025141.jpg)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윤 대통령의 전날 ‘과감한 인사조치’ 발언이 알려지자 공직사회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관가에선 긴장하고 공공기관은 움추러드는 모습이다.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 이례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각 부처 공직자를 겨냥해 "새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으면 (공직자를) 과감하게 인사 조치하라"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새 국정 기조와 맞지 않은 대표 사례로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탈원전’과 ‘이념적 환경’ 정책을 꼽았다. 이에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개각의 교체 대상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오른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이날 나왔다.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 발언에 이어 이날 곧바로 박일준 산업부 2차관(에너지 담당)을 전격 교체하고 그 자리에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임명하자 공직사회에선 윤 대통령의 발언 강도가 심상찮다는 반응들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최근 정부 및 공기업의 원전 확대 지지부진, 전기요금 조정 부실 대응 등에 진노했고 그게 문책인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현충원 참배를 떠나기 전 참모들에게 "혁신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 관료가 있을 경우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국무회의 비공개 부분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尹, 국정 기조 협조 없을 시 ‘과감한 인사 조치’ 경고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정부 국정 기조를 확실히 밝혀온 만큼 이제부터 관료 사회 안에서 협조하지 않고 지시를 불이행하는 경우 단호하게 처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나아가 단순히 지금의 국정 기조에 협조하지 않는 정도만을 가리키는 게 아닌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뜻으로도 읽혀진다.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탈원전이나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된 경우’를 예로 들며 말했기 때문이다.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눈덩이 적자 상태인 한전 구조조정과 원전 산업 육성 책무를 맡은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4대강 보 회복 및 활용 책임을 맡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실제 공직사회 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모습이다.올해 초 문재인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월성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장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방향에 맞춰 운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과거처럼 정부에서 강제로 임기 전에 나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한전 사장을 압박하는 것처럼 곧 발표될 6월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빌미로 사퇴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가 다를 경우 정책 엇박자가 나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에도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가 동일하다"며 "윤 정부는 원전 중심으로 국정 기조를 바꿨지만 여전히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는 기관장들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면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여권에서도 한전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에도 전기·가스요금과 관련해서도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자구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하루빨리 자구책을 내놓을 것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그는 "거듭 밝혔지만 에너지 요금 인상 문제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여건의 문제"라며 "한전과 가스공사 두 회사는 지금까지 뭘 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십조 원 적자에 비하면 몇 푼 안 되니까 그것을 국민들이 나눠서 감당해 달라고 요구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尹 "文 정부·巨野 입법 제동"…전 정권 임명된 공공기관장 80%취임 2년에 접어드는 윤 대통령과 정부는 국정과제 추진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문재인 전 정부와 국회 내 거대 의석을 차지한 야당을 이유로 꼽았다.전임 정부에서 입안된 정책이 최근 전세·주식·가상자산 관련 사기 발생의 온상이 됐고 이를 바로잡을 정책을 세우려 해도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어렵다고 진단했다.법제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정과제를 담은 법안 298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103건인 34.5%에 그쳤다.또 관가에서는 문 전 정부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알박기’ 형태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국정운영의 ‘걸림돌’로 바라보고 있다.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 경영평가 대상인 130여개 공공기관(공기업 36개·준정부기관 94개) 가운데 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108명(83.1%)인 반면 윤 정부 들어 임명된 기관장은 18명(13.8%)에 그쳤다. 공공기관 이사·감사 등 임원들 또한 문 정부 인사는 1073명(80.6%), 윤 정부 인사는 259명(19.3%)이다.문 정부 때 발탁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온갖 논란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한 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등)로 불구속기소됐다.전 위원장은 지난 2020년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해 권익위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 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여권에서도 압박이 심하다.박 정책위의장은 "반정부 노릇하면서 정부에 몸담는 것은 공직자 본분에 반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라며 "정부와 반대로 가면서 월급을 타 먹는 것은 국민 세금 도둑질"이라고 SNS에 글을 게재했다.그러면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목하며 "양심에 털 난 사람들 이제는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과감한 인사 조치를 두고 지시 대상인 장관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만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개각의 방향을 우회 암시했다는 것이다.다만 공공기관장에 전 정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만큼 당장의 인사 조치가 현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까지 닿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김 평론가는 "대통령 입장에서 성과가 조금 미흡하다는 이유로 장관을 교체하는 건 자존심 상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부처별 평가를 거쳐서 국정운영 추진력이 약하다고 생각될 경우 기회를 줄 지 교체를 할 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claudia@ekn.kr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1주년인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 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