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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홈플러스 부도 직전 1156억원 투자금 ‘자진 포기’ 논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3월4일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총 6121억원의 투자금 일부인 1156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지분 전환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 돈은 사실상 받을 수 없게 됐지만 공단은 최근까지도 국회에 “회수가 가능하다"라고 답변해 온 것으로 알려져 허위 보고 논란까지 일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게재된 지난 12일자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와 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월26일 홈플러스에 투자한 1156억원 규모의 RCPS의 상권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홈플러스가 갖도록 하는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감사보고서에서 곧바로 이 RCPS를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했다고 적시했다. RCPS는 투자자가 발행사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우선주인 동시에 보통주로 전환해 주식 차익도 노릴 수 있는 사실상의 복합금융상품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회계상 '부채'로 처리된다. 따라서 홈플러스가 1156억원 규모의 RCPS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했다는 것은 공단에 투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부채 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투자자인 공단 입장에서는 회수 우선 순위가 낮아져 손실 위험이 큰 자산이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상환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투자자가 아닌 홈플러스에 있다는 점에서, 해당 RCPS는 더 이상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없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RCPS가 가진 채권적 성격은 사라지고, 손실이 발생해도 우선 변제를 요구할 수 없는 지분성 자산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2월26일 이같은 계약 체결 직후 홈플러스가 3월4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최근 몇년새 경영난에 시달려 온 홈플러스는 3월4일 법정관리 신청 후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대대적인 주식 소각과 지분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단도 '빚'이 아닌 '지분'으로 전환한 1156억원의 RCPS를 돌려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공단이 경영난에 처해 있는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상환 의무를 없애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한 주주보다 법적 우선권이 보장된 채권자의 지위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주는 투자금을 고스란히 잃게 되지만, 채권자는 기업 자산 매각 대금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다.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2월 홈플러스는 2021년 3월~2022년 2월 순손실을 낸 뒤로 3개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 회계전문가는 “채무성 RCPS를 자본화하면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구조"라며 “국민연금이 이를 인지하고도 회계상 자산으로 전환을 받아들였다는 건 명백한 투자 회수 포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단은 2015년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해 6121억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RCPS 5826억원,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보통주 295억원 등이다. 이 중 현재까지 RCPS와 관련해 회수한 금액은 차환(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한 3131억원에 불과하다. MBK 운용 펀드에 투자한 보통주는 MBK의 무상소각 방침에 따라 전액 손실이 확정된 상태다. 공단이 RCPS 회수 가능성과 관련해 국회에 허위 보고를 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해 말 홈플러스 보통주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해 전액 손실 처리했다. 하지만 RCPS에 대해서는 오히려 투자 원금보다 54.5% 높은 9000억 원으로 공정가치를 산정했다. 국민연금은 민 의원실 측에 “별도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투자한 RCPS의 경우, 인가 전 M&A 특성상 인수인과 관리인 간 협상을 통해 일부 소각이나 감자, 병합, 이자율 조정 등 조건 변경이 가능하다"며 “권리 보호를 위한 협상을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홈플러스의 감사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홈플러스가 상환 재량권을 보유하는 것으로 계약이 변경돼 회계상 자본으로 전환된 사실이 명시돼 어 실질적으로는 회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단 기금운용본부 측은 설명을 거부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개별 투자 건에 대해선 시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홈플러스 RCPS 투자 건 역시 예외 없이 해당 기준에 따라 설명이 불가능하다"고만 밝혔다. 국회에선 공단 측의 해명과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높다는 홈플러스 회계조사보고서 내용을 고려하면 4884억원도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금융당국조차 사모펀드의 운영 실태를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모펀드 정보 보고 및 공개 강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경고했다. 민병덕 의원도 “MBK는 보유 주식을 무상 소각하며 기존 투자자 손실을 고스란히 떠넘겼고 이로인해 국민연금도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됐다"며 “국민의 노후 자산이 무분별한 민간투자에 소진되지 않도록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투자 내역 공개 의무 강화, 운용사 책임 부과 제도 도입, 사전 리스크 평가 체계 개선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여야 지도부 첫 오찬 회동…“소통·협치로 국정 풀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갖고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 취임 18일 만에 마련된 것으로, 신속한 야당 소통 행보이자 향후 '협치'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평가다. 오찬은 이날 낮 12시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에서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한 의제를 설정하지 않은 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공유하고, 국정 전반에 대해 여야 지도부와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찬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총 7가지 항목의 정책 제언을 준비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재정 주도 성장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유사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쿠폰·지역상품권·부채 탕감이 추경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은 성장 효과보다 단기적 처방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특히 1조 1000억 원 규모의 빚 탕감은 성실 상환자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고, 채무 회피를 조장할 수 있다"며 “보다 정의롭고 창조적인 해법을 여야가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아동·주거·의료·저출산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 예산 확보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에 대해선 “G7에서 대통령께서 외교 정상화의 물꼬를 튼 점은 인상 깊었다"고 호평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조속히 성사돼 관세·동맹 등 불안정성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중동 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복합위기 국면에서 초당적 외교와 안보 협력이 절실하다"며 “여야정이 국익 실현을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 외교 정책에서 소외된 점과 보수정권 역시 초당적 외교에 실패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는 협치의 기본"이라며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인사청문회 파행은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 합리적인 검증 기준 마련과 협의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인사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청문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동시에 인선에 대한 고충도 설명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 검증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 해명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의 경우 “여야 간 잘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공통공약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실천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이재명 정부 ‘기후·에너지’ 밑그림은 김성환·위성곤이 그린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부상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구상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조직 개편의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과 위성곤 의원, 두 명의 정책 실무자가 자리하고 있다. 두 의원은 각각 기후·에너지 정책 설계에 깊이 관여해온 인물이다. 김 의원은 당내 에너지전환특위 위원장과 국회 기후에너지특위 간사 등을 역임하며 기후정책의 실무 기획을 주도해왔다. 위성곤 의원은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 선거대책위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아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핵심 공약을 실무 설계한 당사자다. 이번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기후정책은 사회분과가 아닌 경제분과 소관으로 편성됐다. 경제2분과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을 소관 부처로 두고 있으며, 에너지전환 및 산업구조 개편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환경부를 소관으로 둔 사회분과에는 기후 전문가가 배치되지 않았다. 교육 전문가인 홍창남 분과장(부산대 부총장)을 비롯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등 문화·체육·노동·보건 분야 전문가가 포진됐다. 정부는 기후정책을 더 이상 '환경 어젠다'로 한정하지 않고, 국가 산업전략과 미래 먹거리로 통합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를 고려하면 설득력을 가진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약 76.2%는 에너지 부문, 18.1%는 산업공정 부문에서 발생한다. 두 부문을 합치면 전체 배출의 94.3%에 이른다. 이 같은 구조적 현실은 기후정책이 곧 산업정책이며, 기후위기 대응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환경부, 산업부, 기재부가 각각 규제, 진흥, 재정 역할을 나눠 수행해 정책 집행력과 실행력 모두가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기후 대응의 주도권이 '산업'을 담당하는 분과로 넘어간 만큼, 향후 기후 관련 국정과제는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방향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실무적으로 설계한 인물로 꼽히는 위성곤 의원의 역할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위 의원은 현재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며 기후·에너지 국정과제를 총괄 설계하고 있다. 위 의원은 민주당 탄소중립위원장,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역임하며 일찍이 기후위기를 산업전환 전략과 연계한 구상을 주도해왔다. 실제로 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기후위기대응위가 지난 12일 공개한 기후·에너지·환경 국정과제 제안서는 산업 중심의 기후정책을 구체화한 청사진으로 평가받는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기후 국정과제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에너지 고속도로(지능형 전력망) 구축 △해상풍력·태양광 확대△RE100 산업단지 기반 경제특구 조성 △AI 기반 지능형 에너지 플랫폼 구축 등 에너지 전환 중심의 산업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탄소중립을 기술 산업화하고, 미래형 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지역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을 반영한 것이다. 신설이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의 초대 장관 후보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조직법 개정 전까지 환경부 장관직을 맡은 뒤,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하면 초대 장관으로 전환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이 바라보는 기후에너지부의 핵심 방향은 단순한 기후 대응을 넘어 산업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동반하는 구조 개편이다. 그는 지난 6월 12일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기후위기가 아니라 이제는 기후재난의 시대"라며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 즉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고, 여기에 맞는 녹색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히트펌프 등 녹색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 설계와 집행, 지원 기능이 하나로 연결된 단일 부처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비야디(BYD) 모두 정부의 집중적인 정책 지원 덕분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도 기후와 산업을 통합 설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또한 현재 환경부와 산업부에 분산된 기후·에너지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정책 집행력 제고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환경부는 유엔에 제출할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실제 실행 수단은 산업부에 있어 실행력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기후와 에너지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한 유럽 국가들은 탄소 감축 효과가 3배 이상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에너지 인허가권과 환경 규제 권한을 함께 갖춘 강력한 수퍼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 개편은 기존 부처들과의 기능 조정 및 권한 이양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안고 있다. 당장 에너지 정책을 총괄해온 산업부와, 기후대응 이행계획을 수립해온 환경부, 재정 배분을 조율하는 기획재정부 사이에는 조직 정비를 둘러싼 이해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후에너지부 주도권을 두고 어느 한 부처 출신 인사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경우, 신설 부처가 기존 부처의 '외청(外廳)'처럼 기능하거나 특정 분야에 편향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부 출신들은 '에너지 안보 확보'나 '산업계 에너지 수요 대응' 등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산업부 출신들은 산업계 논리에 기후정책을 종속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 있다. 김성환 의원은 이에 대해 “이해 관계 조정이 필요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순차적·합리적 조정 절차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죄인에서 차관으로 기사회생…관가 ‘문신학 신드롬’

지난 10일 단행된 이재명 정부의 첫 차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인사였다. 문 차관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 전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실행됐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사법 처리돼 공무원직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겼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2024년 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누명을 벗었고, 정권이 바뀌자 친정인 산자부의 '2인자'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그러나 관가 안팎에선 문 차관의 사례가 대한민국 관료 체계의 '이상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바뀐 후 정치적인 이유로 실무를 책임진 공직자들을 무리하게 사법처리하는 일이 반복되면 적극적인 행정은 커녕 복지부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정책이 죄가 된다? 문 차관은 문재인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였던 '탈원전' 정책을 집행하던 실무자였다. 대통령 직속 에너지전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해당 정책은 의도된 범죄행위로 낙인찍혔다. 그는 산업부의 자료 삭제와 관련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되어 면직됐다. 하지만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은 모두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은 그를 죄인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조직은 이미 그를 떠나보냈고, 명예는 복구되지 않았다. 산자부는 그가 신청한 명예퇴직도 불허했고, 퇴직시 으레 주어지는 표창장도 박탈당했다. 물론 공무원법과 인사 규정 등에는 공무원이 직위해제될 경우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무조건 복직되지는 않도록 돼 있다. 인사권자의 재량에 따라 복직, 보상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소청심사위원회의 행정지침에도 무죄 시 '지체 없이 복직 조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론 복직까지 수개월이 걸리며, 명예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같은 제도적 공백이 문 차관의 사례처럼 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아무런 실질적 보호장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기소만으로 경력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이후 무죄를 받아도 연금과 승진 기회가 소멸된다. 한국행정연구원은 2021년 보고서에서 이를 “정치화된 책임 구조와 고위직 인사 리스크의 제도화"로 지적했다. ◇“복귀"가 아닌 “생존"의 기록 관가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언론이 문 차관의 복귀를 '재기의 서사'로 포장한다"면서 “실상은 복권이나 명예회복이 아니라,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희생을 견딘 한 행정인의 살아남기 위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법의 판단이 아니라 정치의 필요에 따라 희생과 구제가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그가 돌아올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오직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2023년 감사원과 대검의 '정책수사 확대' 흐름 속에서 정권 교체 이후 산업부, 환경부, 기재부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행정안전부가 2023년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고위공무원단의 중도 퇴직률은 전년도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닌, 정권 변화에 따른 공직 안정성 저하를 방증한다. ◇국제 비교와 제도적 미비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행정적 책임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왔다. 독일은 연방 공무원법(Beamtenstatusgesetz)에 따라 실무자는 장관 책임 하에 정책을 집행하며, 정책 실패나 논란 발생 시 공무원이 아닌 장관이 공식 책임을 진다. 영국은 Whitehall 체계를 통해 정무직과 공무원을 엄격히 분리하며, 기소 후 무죄 시 전직과 경력 보존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일본 국가공무원법 제74조는 고위공무원이 기소 후 무죄가 확정되면 자동 복직, 경력 복원, 연금 회복은 물론 손해 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정책 실패가 아닌 '고의적 위법' 행위에 대해서만 공무원의 법적 책임을 묻는다. 반면 한국은 형사 면책 제도가 거의 없으며, 복직과 명예 회복이 인사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은 정권 변화에 따라 '정책 집행자'에서 '정치적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에 항상 노출된다. ◇구조적 개선 필요 문 차관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명예 회복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정치 수사의 병폐, 그리고 제도적 미비로 인해 무너지는 행정 독립성의 문제다. 국가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조직으로서 존속하려면, 행정이 정치의 하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무원 기소 시 '의도적 불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으면 일시 정직만 가능하게 하고, 무죄 확정 시 복직과 보상 절차를 자동화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감사원 및 검찰의 수사 개시 요건을 정치적으로 제한하지 않되, 집행 대상이 되는 실무자의 권리 보호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세종시 한 공무원은 “문 차관의 복귀는 한 사람의 귀환이 아니라, 한국 행정 시스템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며 “국가가 국가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응답"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李대통령 “한국은 ‘깔딱고개’ 넘는 중…AI가 돌파구”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고속 성장을 했는데, 지금 시중에서 쓰는 말로 깔딱고개를 넘는 중(비약적 성장을 앞두고 직면한 어려운 국면)"이라고 진단하며, 인공지능(AI)을 새로운 도약의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AI 관련 기업인들과 만나 산업 육성방안을 논의하는 '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와 'AI 데이터 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준비하기에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다시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오늘 보니 한국 주가가 2999.1을 찍고 있던데, 새로운 기대로 3000포인트 넘어서서 새로운 성장 시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준희 삼성SDS 사장,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서범석 루닛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대표, 조준희 한국AI·SW협회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 경제 라인이 총출동했다. 이 대통령은 울산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지방에서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를 유치한 것이 각별한 의미가 있다. 오늘 제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여기 온 이유는 (이번 센터 유치가) 지방 경제와 산업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기 때문"이라며 “울산 경제도 살아나고 대한민국 성장도 꽃 피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태원 SK 회장을 향해 “우리 (최태원) SK 회장님 애썼습니다"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100MW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이 센터에는 약 6만 장의 GPU가 투입될 예정으로,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AI 데이터 인프라 가운데 가장 대규모 프로젝트로 꼽힌다. 아울러 카카오 정신아 대표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 속에 기업의 위대함이 이런 분들의 뛰어난 능력으로 (이어져) 우리 산업과 경제계를 이끌고 있다"며 “우리가 맞닥뜨린 AI 첨단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훌륭한 역할을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했다.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울산 AI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기업의 투자를 넘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3대 AI 강국에 대한민국이 동참하기 위한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 100㎿급으로 건설하고 있지만 향후 1GW급으로 확장해 국내 AI 수요에 대응하는 글로벌 허브 역할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전국민 15만~50만원 보편·차등지원…30조 추경안 확정

이재명 정부가 19일 30조5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고,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50만 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장기연체자 채무 일부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 새 정부 출범 15일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추경으로 올해 총지출은 사상 처음 700조 원을 돌파하고, 국가채무도 1300조 원을 넘기게 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올해 2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총 30조5000억 원 규모의 이번 추경안은 경기 부양을 위한 15조2000억원, 민생 안정 5조 원, 세입 경정 10조3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최근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며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 민간이 과열되면 억제하고, 민간 기능이 너무 과도하게 침체되면 부양해야 하는데 지금은 (경제 상황이) 너무 침체가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며 “추경을 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년 12월 3일 이후 심리적 위축이 심해지면서 서민의 고통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안은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돼 이달 국회 예결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이 이뤄지면 곧바로 집행에 들어간다. 이번 추경안의 핵심은 전국민에게 보편·차등 지급되는 소비쿠폰이다. 지급 규모는 소득별로 △상위 10% 15만 원 △일반 국민 25만 원 △차상위 계층 40만 원 △기초생활 수급자 50만원이다. 총 11조3000억원이 배정됐다. 건설 경기 활성화에는 2조7000억 원, 생산과 소비를 동반 자극할 수 있는 신산업 분야에는 1조2000억 원이 각각 편성됐다.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 예산도 편성됐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조40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탕감한다. 구직급여 대상 확대 등 고용안전망 강화에 1조6000억 원,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에 7000억 원을 각각 투입한다. 지방재정 보강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지방채를 정부가 직접 인수하기 위한 예산도 배정됐다. 정부는 또 올해 경기 침체로 인해 세수가 10조3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부족분은 국채 발행 등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세입 부족분 보전을 위한 세입경정을 포함하면서, 전체 추경 규모는 30조5000억 원에 이르지만 실제 재정 집행에 해당하는 세출 규모는 20조2000억 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2차 추경이 향후 1년간 경제성장률을 약 0.2%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올해 말 기준으로 보면 상승 효과는 0.1%p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1차 추경 역시 성장률을 0.1%p 높였다고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두 차례 추경의 효과로 올해 GDP 성장률은 1%에 근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각각 0.8%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19조8000억 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10조4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2%에 해당한다. 국가채무도 1300조6000억 원까지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130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與 검찰개혁안, 찬성 55.9%vs반대 40.3%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국민 과반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6.3 대선 때 여야 주요 후보 득표율과 비슷해 법안 내용보다는 지지 정치세력의 입장이 찬반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여당의 건찰개혁 법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55.9%로 집계됐다. '매우 찬성' 44.7%, '찬성하는 편' 11.2%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40.3%(매우 반대 32.7%+반대하는편 7.6%)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3.8%였다. 찬반 격차는 15.6%포인트(p)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77.1%가 찬성해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경기(57.5%), 서울(52.8%), 부산·울산·경남(52.5%) 등에서도 과반수 찬성이 나왔다. 반면, 대구·경북(48.2% 반대)과 대전·충청·세종(47.4% 반대)에서는 찬반 여론이 오차범위내에서 맞섰다. 연령대별로는 40대(75.0%)와 50대(67.9%)가 찬성 여론을 주도했다. 30대(51.4%)도 찬성이 우세했으나, 18~29세는 반대가 54.3%로 찬성(42.4%)보다 많았다. 60대 이상에서는 찬반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념 성향 별로도 찬반 격차가 컸다. 진보층은 82.7%가 찬성한 반면 보수층은 70.4%가 반대했다. 다만 중도층에선 찬성(57.9%)이 반대(38.8%)보다 많아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 11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국가수사위원회 설립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며, 민주당은 3개월 내 국회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사법권력을 사유화·정치화 해 강압수사·인권침해, 정적탄압 등 온갖 부작용을 일으켜 온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은 공소청을 신설해 맡긴다. 현재 검찰이 맡고 있는 경제범죄·부패·고위공직자 비리 등에 대한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전담한다. 또 수사기관간 조정과 민주적 통제, 공정성 확보는 국무총리 소속 국가수사위원회에 맡긴다. 아직 여당의 당론은 아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대선 기간 공약화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권 분리와 맥을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검찰이 수사하고 스스로 기소하며 공판까지 이어가는 구조는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며 “사법권력이 행정부나 입법부를 넘는 또 다른 권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는 1987년 민주화로 군이 정치에서 물러난 후 핵심 권력기관으로 떠오르면서 수십년간 논란이 돼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에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시행됐었다.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시행령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수사권을 되살리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정적인 이 대통령을 가혹하게 수사하는가 하면 부인 김건희씨의 비위 의혹을 눈감아주는 등 검찰권 남용의 절정을 보여주고 '친정'인 검찰청의 문을 닫는 사태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력 공백, 권력에 쉽게 흔들리는 경찰이 수사를 독점할 경우에 대한 걱정, 수사·기소 분리시 국민 불편 등을 이유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여당은 12.3 비상계엄사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 등을 근거로 국민 여론의 심판은 이미 끝났다며 강행하겠다는 태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개혁은 단순한 행정개편이 아니라 권력의 재설계이자,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작동해야 할 법 집행 기관이 스스로 권력이 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일"이라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100% 무선 자동응답 방식(RDD)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5%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與 검찰개혁안, 찬성 55.9% vs 반대 40.3%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국민 과반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6.3 대선 때 여야 주요 후보 득표율과 비슷해 법안 자체보다는 지지 정치세력의 입장이 찬반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7~18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해당 법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55.9%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40.3%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8%였다. 찬반 격차는 15.6%포인트(p)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77.1%가 찬성해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경기(57.5%), 서울(52.8%), 부산·울산·경남(52.5%) 등에서도 과반수 찬성이 나왔다. 반면, 대구·경북(48.2% 반대)과 대전·충청·세종(47.4% 반대)에서는 찬반 여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맞섰다. 연령대별로는 40대(75.0%)와 50대(67.9%)가 찬성 여론을 주도했다. 30대(51.4%)도 찬성이 우세했으나, 18~29세는 반대가 54.3%로 찬성(42.4%)보다 많았다. 60대 이상에서는 찬반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념 성향에 따라서는 뚜렷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진보층의 82.7%는 찬성, 보수층의 70.4%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중도층에서도 찬성(57.9%)이 반대(38.8%)보다 많아, 개혁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 자동응답 방식(RDD)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5%였다. 표본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값을 적용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앞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 11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국가수사위원회 설립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일괄 발의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며, 민주당은 3개월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민생 회복·지방 살리기 총력…이재명표 첫 추경 ‘35조 원 근접’

당정이 1·2차를 합쳐 총 35조 원에 근접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첫 주요 과제인 2차 추경안에 민생회복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고 인구 소멸 지역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한 예산도 대폭 반영할 계획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추경 관련 당정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긴급하게 편성한 추경안을 보고했다"며 “민주당은 올해 2월부터 최소한의 경기 방어를 위한 추경 규모가 35조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제기해왔는데 1·2차 추경을 합하면 당이 생각한 규모에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 예산은 총 13조8000억 원 규모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준비 중인 2차 추경은 약 20조 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추경안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민생회복지원금은 민주당의 요구가 반영돼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다만 취약계층과 인구 소멸 지역 등 지방 주민에게는 보다 두터운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진 의장은 “민주당은 모든 국민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해왔는데 정부도 이런 입장을 받아서 보편지원 원칙으로 설계했다"며 “거기서 더 나아가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든지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 추가 지원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정부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당정협의에서는 거기에 더해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고, 서울·수도권보다는 비서울·비수도권 지방민들에 대한 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정부가 (이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2차 추경안이 의결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이런 내용을 정부안에 반영하기는 어려운 만큼,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또 지역 내 소비 진작을 위해 지역화폐 추가 발행에도 뜻을 모았다. 진 의장은 “2차 추경에서 추가로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을 반영하게 됐다"며 “올해 초 추경 편성 당시 최소 1조원은 포함돼야 한다고 했지만 4000억원이 반영됐었는데, 이번 2차 추경에서는 지역 화폐 발행 예산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시기부터 누적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에 따라, 채무 조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관련 예산을 대폭 반영했다. 특히 취약차주의 재기를 돕기 위해 일정 수준의 채무를 정부가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경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마지못해 발행하는 것이 아닌 지방으로 갈수록 할인율을 크게 설계해야겠다고 적극 요청했다"며 “정부도 지방 또는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할인이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그에 따른 국가적인 지원을 더 강화하겠다는 데 대해서서 동의했다. 이 역시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복지, 의료급여, 구직급여 등의 지원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이형일 기재부 1차관, 임기근 2차관, 진 정책위의장,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분산형 에너지로 지역 소득까지”…李 대통령 G7서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제시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G7 정상회의 무대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과 '분산형 에너지 모델' 구상을 제시하며,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글로벌 전력 수요 변화에 대응할 한국형 에너지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망 재편과 지역 단위 에너지 자립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지역 경제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과 AI 반도체 기술 개발 등 미래산업의 글로벌 연대를 위한 협력 구상도 함께 내놨다.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둘째 날 업무 오찬을 겸한 확대 세션에서 '에너지 안보의 미래'를 주제로 두 차례 연사로 나서,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첫 번째 연설에서 “에너지 안보 달성과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가 글로벌 경제 성장과 번영의 관건"이라며,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내 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 방안으로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을 활용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이 구상은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서해안 전력망을 시작으로, 향후 서해·남해·동해안을 연결하는 U자형 국가 전력망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는 “분산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은 전날 국정기획위원회가 공개한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기술 확산과 기후위기 대응을 고려한 전국 단위 전력망 재편 계획을 담고 있으며, '에너지 고속도로'를 핵심 인프라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수도권 집중형 전력 구조를 재구성해 호남·영남·충청 등 에너지 생산지와 수도권 등 소비지를 잇는 전력 대동맥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에너지 자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지역 내에서 전력을 자체 생산·저장·소비하는 지능형 전력망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과 지역 소득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정기획위 역시 마이크로그리드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망 지능화, 수요반응(DR) 시스템을 통합한 분산형 에너지체계를 국가 전략 축으로 제시하며, 이를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으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 AI 전력망 등 첨단 기술을 육성해 사이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에너지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보유국들과의 양자 및 다자 국제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해 7월부터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으로 활동해 왔다"며, 공급망 안정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소개했다. 이어 “호혜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두 번째 연설에서는 'AI 시대'에 국제사회가 준비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의 고효율 AI 반도체를 개발해 국제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공급망 중심국가로서, AI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적 연대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AI 혁신의 중심축으로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며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혁신, 국민펀드 조성을 통해 국가 전반의 AI 대전환을 추진해 아태 지역 제1의 AI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핵심 전략으로, 정부는 향후 5년간 AI 기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세제·금융·제도 전방위적 지원을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오는 2025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AI 협력의 비전과 구체적 이행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놓았다. 한편, 올해 G7 의장국인 캐나다는 기존과 같은 포괄적 공동성명 대신, AI·인프라 등 개별 의제별 결과문서 채택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G7 핵심광물 행동계획'과 '캐내내스키스 산불 헌장' 등 2건의 주제별 결과문서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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