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정치평론가
▲이강윤 정치평론가
결국 이혜훈 씨가 지명철회됐다. 지명에서 철회까지 한 달 걸렸다. 늦었지만 잘 된 조치다. 바람직한 것은 지명철회 전에 이혜훈 씨 스스로 사퇴했어야 했다. 실기했다. 자신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실기였다. 그러니 사퇴 생각은 들지 않았으리라.
상식이 조금만 있다면 인사청문회 말미에 “후보 사퇴한다. 그간의 행적에 문제가 많았다. 해당자와 국민께 사과드린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소한의 해명 기회가 주어져 감사드린다"며 스스로 매듭지었어야 했다. 그게 본인이나 임명권자에게나 취할 수 있는 마지막 태도이자 기회였다. 그런데 변명이나 핑계밖에 안되는 걸 해명이랍시고 늘어놓으며 끝까지 의혹과 분노를 부추겼다.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란 걸 재확인한 게 청문회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계엄내란 전후로 곳곳에서 하도 말도 안되는 일들이 터져대니 후안무치쯤은 흠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환멸스럽다.
청문회 후 이 씨는 혹시 '행여나 지명강행'을 기다렸던 건 아니었을까. 그랬다면 일말의 연민조차 베풀 수 없는 '구제불능'이다. 이득을 취하는 게 인간 본능이라지만 그의 행적과 탐욕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유학중인 20대 부부가 국내 부동산투기(본인들은 투자라고 하겠지만)를 하고, 수 십억 들여 인천공항예정지 근처에 수 천 평을 샀다가 팔고, 아파트청약점수 높이려 가족 주민등록지를 수시로 바꾸고, 수 차에 걸쳐 비서에게 언어폭력을 자행했다. 이뿐인가. 은박요정들이 밤새 눈 맞으며 계엄내란에 저항할 때 목청 높여 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탄핵 저지"를 적극 선동했다. 당이 달라서 그랬다고 얼버무렸지만 '전두환노태우 계엄'을 겪었으니 계엄이 뭔지 모를 리 없건만 옹호했다. 장관후보자 지명 후 사과했다지만 진정성은 찾기 힘들었다. '자리가 탐나는데 그 정도 사관들 못할 게 뭔가'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진영을 떠나, 이 씨 문제로 국민들 정신건강이 크게 상했다. 이것만으로도 국민께 죄를 지은 것이니, 처절하게 깨닫고 뉘우치기 바란다.
지명철회로 대통령 인사권의 권위가 손상되거나 체면이 깍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식과 합리에 입각한 비판을 존중해 바로잡았다는 게 중요하다. 실용과 좌우통합에서 지켜나갈 원칙을 서로 다잡고 공감대를 탄탄히 하는 계기로 삼을 일이다. 국민들은 인사에서 뭐 대단하고 특별한 걸 기대하는 게 아니다. “그저 평균 수준의 상식인을 보고 싶다"는 게 그리도 어려운 주문인가.
이혜훈 씨의 강남아파트 부정청약 여부는 끝까지 조사해서 불법 여부 확인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당첨취소 등 법적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지명이 철회됐다고 유야무야 넘어갈 일 아니다. 철회로 부정혐의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간 같은 수법으로 아파트 당첨됐다가 취소된 사람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행정조치가 차별없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행정/정부신뢰도가 향상된다. 국토부는 이 씨 일가의 아파트청약 당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누락 실수'가 왜 있었는지 전말을 파악해 공표하고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 그게 국민주권정부의 올바른 자세이자 복무지침이다. 제재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과 잣대로 적용돼야 합당성이 획득된다.
이혜훈 씨 파동, 상처와 환멸만 남긴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니편내편 가릴 것 없이 부정과 탈법 소지가 있으면 샅샅이 조사해 의법 조치하고, 탐욕과 편법의 결말이 어떻다는 걸 전 국민이 확인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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