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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이 대세인가…디샌티스 진작 누른 트럼프, 바이든에도 격차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2024년 11월 대선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가 매섭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때 당내 유력 경쟁자로 꼽혔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격차를 현격하게 벌렸고,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상승세를 올리는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 15~20일 전국의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 바이든 대통령은 42%를 기록했다. 이 지지율 격차는 이 조사 오차범위(±3.5%)를 벗어난 수치다. 이 회사 2월 조사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2%p 내려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3%p 올라갔다. 이 보다 앞서 실시된 여타 조사에서는 두 전·현직 대통령들이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 46% 대 48% (폭스뉴스·9월9~12일 조사) △ 47% 대 46%(퀴니피액대·9월 7~11일) △ 46% 대 47%(CNN·8월 25~31일) △ 46% 대 46%(월스트리트저널·8월 24~30일) 등의 지지를 기록한 바 있다. WP는 이번 자사 여론조사 결과에 "다른 여론조사와 상충하는 결과로, (기 추세에서 벗어난) 이상치(outlier)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ABC방송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접전을 보인다는 점에서 (결과를)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7%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특히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선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를 중심으로 재선 선거 운동을 진행하는 가운데 응답자 25%만 미국의 경제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식료품 가격(8%만 긍정 평가), 에너지 가격(12%) 등에도 부정 평가하는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민주당 성향 응답자들 가운데 62%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응답자 58%는 ‘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정적에 의한 부당한 탄압’이라는 32%를 월등히 앞섰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압도적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다. 공화당 성향 응답자 가운데 5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했으며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15%로 뒤를 이었다.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 가운데 5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는 답변은 43%에 그쳤다. 한편, WP·ABC 조사처럼 이날 공개된 NBC방송 여론조사(지난 15~19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 실시, 오차범위 ±3.1%)에서는 전·현직 대통령 대선 지지율이 비슷했으나, 이슈 측면에서는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했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6%로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는 56%를 기록, 임기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긍정평가는 41%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80세)에 대한 유권자들 우려(74%)도 트럼프 전 대통령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62%)보다 높게 나왔다. 이 밖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에서 59% 지지를 받아 디샌티스 주지사(16%)를 비롯한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 간 격차는 지난 6월 조사(29%p)와 비교해 43%p로 더 크게 벌어졌다. hg3to8@ekn.krUSA-SHUTDOWN/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푸틴 방북 이뤄지나…러 외무장관 "다음 달 평양 방문"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라브로프 장관이 방북 이유와 관련, ‘북러 정상의 합의’를 언급한 만큼 푸틴 대통령의 답방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이를 수락했다.당시 크렘린은 방북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모든 합의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 앞서 제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능력이 강화된 한반도에서 미국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과잉 반응을 보인다"며 "인도주의와 정치적 해결을 우선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노력은 계속 거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몇몇 국가들이 한반도 안보 불안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라브로프 장관은 시종일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그 우방국들은 인위적으로 세계를 적대적인 블록으로 나누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그들은 세계가 자기중심적인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라브로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영역을 북반구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한·미·일 3국 연합체 등 소규모 군사·정치 동맹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이런 활동은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구조를 망치는 것도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그는 "미국과 서방국들이 먼로 독트린(먼로주의)을 세계화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는 주장도 했다. 먼로주의는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의회 국정연설에서 주창한 것으로, 유럽 등 외부 세력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미국의 중남미 국가에 대한 영향력 행사나 내정 간섭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언급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다는 정도만 거론됐다.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파기와 관련해서는 "협정 당사자들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 해제 등 러시아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이 수출될 수 있도록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흑해 곡물협정을 맺었지만, 러시아는 1년 만에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서방이 자국산 농산물 수출을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7월 협정을 깼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진=AFP/연합)

11월 미중 정상회담 급물살?…설리번·왕이 이어 외교차관까지 회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중 정상회담이 오는 11월에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양국 정상의 ‘외교·안보 책사’에 이어 양국 외교차관이 만나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20일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부장관 대행을 만나 양국 관계와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셰펑 미국 주재 중국 대사도 참석했다.‘솔직한 의견’이라는 표현이 의견 차이를 의미하는 외교 수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은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분야에서는 완전한 조율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마 부부장은 "중·미 관계의 안정과 개선은 양국의 공동이익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며 "양국은 대화를 강화하고 이견을 적절하게 처리하며 협력을 추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달성한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뉼런드 부장관 대행은 "미국은 중국과 소통, 대화,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의견 차이를 책임감 있게 통제하며 미·중 관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양국 외교차관 회동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몰타 회동에 이어 이틀 만이다.한정 국가 부주석도 18일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별도 회담했다.양국 외교·안보 라인이 잇따라 회동한 점을 고려할 때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하고, 이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올 전망이다.미국은 올해 들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장관급 고위 인사 4명을 중국에 보내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중국 역시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나는 등 미·중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뉼런드 미국 국무부 부장관 대행과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사진=연합)

美 상무 "중국에 1센트도 못줘…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 곧 완성"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규격의 반도체를 중국이 양산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의 반도체법 1년 평가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이 7nm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그는 "어느 조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건 약속하겠다"면서 "어떤 기업이든 우리 수출통제를 우회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우리는 조사한다"고 밝혔다.현재 상무부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의 성격과 화웨이가 해당 반도체를 확보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달 러몬도 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고사양인 7nm 반도체를 사용한 스마트폰을 깜짝 발표해 그동안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막으려 한 미국에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그동안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장비의 중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했는데 이런 제도에 구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이 미국을 해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식재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표에 "속상했다"(upset)고 말했다.러몬도 장관은 또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을 받기 위해 500개 이상의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그는 반도체법 혜택이 중국에 가지 않도록 지원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사업 확장을 제한한 가드레일의 최종 규정이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곧 수주 내로 완성될 것"이라며 "지원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상무부는 지난 3월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거나 중국 우려 기업과 공동 연구, 특허사용 계약을 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가드레일 규정안을 공개했지만, 우려 기업의 정의 등 중요한 세부 사항 일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사진=로이터/연합)

미국 유권자 44% "바이든, 재선 성공해도 임기 못 채울 것"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2024년 미국 대선이 1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80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임기를 못 채울 것으로 보는 유권자가 4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가 인용한 17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 유고브가 지난 12∼15일 유권자 4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1%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44%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완수할 것으로 예상하는 유권자는 34%에 그쳤고 22%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바이든 대통령의 맞상대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올해 77세)에 대해선 유권자의 55%가 임기를 무사히 마칠 것으로 내다봤고,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유권자는 16%였다.CBS 방송은 "유권자 대부분은 바이든의 재선 임기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바이든이 충분히 건강한지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점들은 이미 불안해하는 대중에게 불확실성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이번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49%, 50%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때 중도 하차할 것으로 보는 유권자의 8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유권자의 43%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육체적 건강을 가진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고, 44%는 트럼프 전 대통령만이 대통령직에 적합한 정신 건강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대해선 유권자의 16%, 26%만이 합격점을 줬다.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현재의 재정적 상황이 어떤지 문항에 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45%였고, 나아졌다는 답변은 20%였다.CBS 방송은 "무당파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 이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은 전반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유권자들의 재정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아울러 미국 유권자들은 차기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대체로 바이든ㆍ트럼프 맞대결 구도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거의 4분의 3은 다음 대선에 민주주의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응답했으나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4%가 민주적 시스템이 무너진 결과라고 답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신흥국·선진국 입장차, 한국은 어느 쪽?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 침공으로 빚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서방 선진국들과 신흥 경제국들 사이 입장차가 선명한 모양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는 반면, 신흥국들은 이른바 ‘줄타기’를 하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다. 국내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규탄 목소리에 여야 온도차가 극명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이 신흥국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신흥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서방은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통과를 여러 차례 이끌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최근 몇 달간 러시아를 공개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약화하고 있다는 게 일선 외교관들의 진단이다. 러시아에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러시아 지도부를 겨냥한 국제 재판소를 만들자는 우크라이나 세력들 제안에 많은 신흥국들이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이달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 성명이 일부 G20 회원국 간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성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이 빠진 채 채택됐다. WSJ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에 동참한 개발도상국도 거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중립적인 제3국을 통한 무역으로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것도 미국과 동맹국들에 여전히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인도를 비롯해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 거대 신흥 경제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WSJ은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를 두고 "여러 해에 걸쳐 영향을 미칠 국제정치 개편"이라고 짚었다.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며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원 유엔국장은 WSJ에 많은 비(非)서방 국가들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계산’(triangulate)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확하게 어느 편에 서지 않은 채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더욱 선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뉜다. 이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과 균형을 잃은 외교정책이 가져온 패착"이라며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외면하고 역사성을 상실하면서까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목표에만 열중했던 외교 행태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4년 5개월 만에 북러 정상이 만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은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은 정상외교 석상에서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자극해 러시아를 북한에 급속하게 경도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제 민주당식의 순진하고 이기적인 국제 안보 위기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는 전 세계의 질서와 평화 유지를 위해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이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압도적인 국방력, 한미일 삼각공조를 기반으로 북한의 그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굳건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 공세에 "조폭끼리 불법 무기 거래로 시민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들을 제지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왜 조폭을 자극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했나’라며 조폭 편을 드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박했다. hg3to8@ekn.krIndia Saudi Arabia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무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포옹하는 모습(기사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AP/연합뉴스

美 하원의장 "바이든 탄핵 조사 착수 지시"…백악관 즉각 반발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 착수를 하원의 관련 상임위원회에 지시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은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 수개월간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 즉 부패 문화에 대한 심각하고 믿을만한 혐의를 밝혀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관련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탄핵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공화당은 헌터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일하면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해왔다. 공화당은 또 국세청(IRS) 내부고발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바이든 정부가 헌터의 탈세 문제 관련 기소를 막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거론해왔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의회 기자회견에서 이런 의혹을 재차 제기하고서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의 해외 사업과 관련해 자신이 아는 내용에 대해 미국인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주장하고서 "미국인들은 공직이 판매 대상이 아니며 연방정부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가족의 행위를 덮는 데 이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의 감독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세입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서 대통령과 백악관이 탄핵 조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탄핵 조사(impeachment inquiry)는 탄핵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조사다. 다만 탄핵 추진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헌법적 절차는 아니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하원의 탄핵 소추안 가결과 상원에서의 탄핵 재판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공화당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해온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이언 샘스 백악관 감독·조사 담당 대변인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하원 공화당은 대통령을 9개월간 조사해왔는데도 잘못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최악의 극단적인 정치"라고 비판했다.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 주도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경우 이탈표가 없으면 가결처리할 수 있다. 다만 상원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탄핵소추가 승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언론은 매카시 의장이 이날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한 배경에는 예산안 처리 문제 등을 두고 의장과 대립하는 공화당 내 강경파를 달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바이든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인 공화당 강경파는 그동안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에서 충분히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며 의장직을 박탈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위협해왔다. 이는 매카시 의장이 올해 초 선출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의 표를 얻기 위해 단 한 명의 의원만 요구해도 의장 소환 투표를 하도록 매카시 의장이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강경파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평가했다.워싱턴포스트(WP)도 매슈 게이츠 등 강경파 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의장직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한 것으로 주장했다고 보도했다.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사진=AP/연합)

우크라이나 전쟁이 묶는 북중러…푸틴 “中과 관계 유례없는 역사적 수준”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사실상 서방과의 대리전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중국·북한과의 밀착을 크게 강화하고 나선 모양새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EF)에 중국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장궈칭 부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 관계가 최근 몇 년 동안 전혀 유례없는 역사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지 열흘만인 지난 3월 20일 후 첫 해외 방문으로 러시아를 찾아 가졌던 회담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런 협력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 협력에도 만족을 표시했다. 그는 "두 나라가 매년 상호 교역을 3분의 1 정도씩 키워가고 있고, 올해 들어 7개월 동안에도 24% 정도 늘어났다"며 "(올해 교역량이) 이미 1200억 달러(약 160조원)이며, 시 주석과 세운 2000억 달러(약 266조원) 목표가 이른 시일 내 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장 부총리도 "2000억 달러 교역 목표는 올해 내 조기 달성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올 1∼8월 간 양국 교역이 지난해 동기보다 32% 증가한 1551억 달러에 달했다는 중국 측 통계를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업무적이고 개인적인 우호 관계가 양국 관계 발전을 돕고 있다"며 시 주석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장 부총리에게 요청했다. 양측은 이런 관계 강화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중국은 이날 오후 관영 통신 신화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장 부총리의 회담을 공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 초청에 응해 오는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한미일 압박 최전선에서 맞서는 북한 김정은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4년여만에 성사된 북러 정상회담 장소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가능성이 유력해 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두 정상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EEF 본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오전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을 통과한 김정은 전용 열차는 현재 당초 유력 행선지로 꼽힌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하바롭스크주·아무르주 쪽을 향해 더 북쪽으로 이동 중이다. 오는 13일 전망대로 북러 정상 간 회담이 열린다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배석할 예정이다. 다만 북러 국방장관 간 별도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또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북한 나진항-러시아 하산 철도를 통한 수송 확대 등을 위한 프로젝트도 정상회담 안건에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1년 북러 정상 합의에 따라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연해주 하산역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이 사업은 북러 양국에 더해 한국까지 참여하는 3자 사업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미국 제재로 2013년부터 중단됐다. 이밖에 서방은 이달 초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hg3to8@ekn.krNorth Korea Russia Timeline 지난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난 모습.AP/연합뉴스

러 "북한과 대북 제재 논의할 수 있어…안보리서 北과 공조"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북러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에 부과된 유엔 제재를 불이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필요하다면 우리는 북한 동무들과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페스코프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대일 정상회담이 동방경제포럼(EEF) 행사 이후 수일 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관련해서 북한과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외신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 기술과 식량 등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하지만 북한과 무기나 군사 기술을 거래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대북 유엔 제재에서 이탈해 북한과 무기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이와 관련해 미국은 전날 러시아와 북한이 무기를 거래할 경우 추가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하지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경고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북한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고가 아닌 양국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그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국 관계와 역내·글로벌 무대와 관련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며, 회담 후 공식 만찬이 이어지겠지만 기자회견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또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접촉도 연말 내에 계획돼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한국이 원할 경우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에 관한 세부 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루덴코 차관은 "모스크바에는 한국 대사관이 있다. 만약 그들이 원한다면 우리는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한국은 러시아의 교역 파트너이고 양국은 동북아와 한반도 안정화를 위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계속 접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EPA/연합)

공산당 독재 베트남까지…바이든 ‘광폭 행보’에 읽힌 대 중국 포위망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베트남 순방에 나서면서 대(對)중국 포위망 밑그림이 선명해진 모양새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인 베트남은 이번에 중국·러시아와 같은 수준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했다. 외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트남에 도착해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마주 앉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쫑 서기장과 정상회담 후 "역사적 순간이었다"면서 (미국과 베트남이) 분쟁에서 정상화, 그리고 번영과 안보를 위한 힘이 될 외교관계 격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에 쫑 서기장 역시 양국 파트너십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화답했다. 눈길을 끄는 건 양국이 외교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한 점이다. 비동맹을 표방해온 베트남은 50여년 전 전쟁 상대국인 미국과는 거리를 둬왔다.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가 1995년 7월 국교를 정상화했음에도 여러 측면에서 제한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공산당 1당 지배 체제인 베트남은 그와 유사한 중국, 그리고 옛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동등한 수준의 외교관계를 전쟁 상대국이었던 미국과도 맺었다. 양국이 이렇게 급격히 가까워진 배경으로는 단연 중국이 꼽힌다. 미국으로선 외교관계 격상으로 중국 견제 기반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베트남과 힘을 합쳐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 야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베트남과 연대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층 탄탄해질 수 있게 됐다. 베트남의 경우 대미 수출에서 중국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보는 포지션에 있다. 미국·베트남 간 무역은 그간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큰 증가세를 보여 왔다. 실제 양국 교역액은 작년에 1238억 6000만 달러(약 165조원)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5년 새 애플·나이키 등 이른바 ‘탈 중국’한 미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유입돼 무역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양국 관계 격상으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더 순풍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베트남이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베트남 정권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서구식 인권과 민주주의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베트남이 미국을 상대로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도, 비밀리에 러시아산 무기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자국군 현대화를 목적으로 시베리아에 위치한 러시아·베트남 합작 석유기업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러시아 무기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이미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Quad) 일원으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큰 힘을 실어 왔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인도-중동-유럽을 잇는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미국 주도 사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대한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일 체결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 설립 양해각서(MOU)는 중국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의 ‘맞불’로 평가된다. 이 MOU에는 미국을 중심축으로 인도가 적극 뒷받침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성과에 백악관은 미국과 파트너국들이 기존 해상·육상 운송로를 보완하는 국가 간 선박-철도 환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송전·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케이블과 청정 수소 수출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구상이 아시아·유럽 대륙의 항구들은 연결하는 "진짜 빅딜"이라며 "더 안정되고 번영한 중동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IMEC에 "미래 세대가 큰 꿈을 꿀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경제회랑 구상이 본격화하면 중동 맹주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접근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중국이 ‘숙적’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재해 외교관계를 재개토록 한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해빙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미·중 중동 외교전이 가열 양상인 셈이다. 외신들은 미국이 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인도, 유럽, 이스라엘 등과 함께 중동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중국 일대일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경제회랑 구상에 담겼다고 평가했다. 중국 역시 이 구상이 일대일로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2012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2013년부터 추진해온 중국-중앙아시아-유럽 간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다. 중국의 ‘대국굴기’를 현실화하려는 대외 확장 전략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미 일대일로의 균열은 시작됐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9년 3월 주세페 콘테 총리 주도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공식 선언했지만, 최근 탈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이 그간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해온 만큼, 반격 준비도 예상된다. 시 주석은 그동안 서방 중심의 주요 7개국(G7)에 맞서 G20 무대를 최대한 활용해왔다. 또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수교 중재를 시작으로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회담을 주도하면서 대미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추론을 낳게 했던 시진핑 국가 주석의 G20 불참 속에 일격을 당한 중국의 대응 카드가 뚜렷하진 않은 모양새다. 특히 중국 주도로 브릭스에 추가로 가입한 6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미국 주도의 경제회랑 구상에 참여해 중국 입장이 난처해졌다. 중국은 일단 10월 베이징에서 열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을 대응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hg3to8@ekn.krVIETNAM US DIPLOMACY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관.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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