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4주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물론,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16일까지 4주 연속 투자자금을 유출했고, 그 규모는 4억 2300만 달러(약 5876억원)로 집계됐다.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던 기간이 이렇게 길었던 적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들은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1조 5290억원, 272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로써 올 들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규모는 640억 달러(약 88조원)로 불어났다. 이는 2021년 한 해 동안 유출됐던 금액을 이미 웃돌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기술주 중심의 한국과 대만의 피해가 특히 컸다"며 "이 국가들의 증시는 세계에서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곤두박질치자 증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1400원에 근접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게 되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이와 관련, BNP 파리바의 마니시 레이차우두리 아시아태평양 증시 리서치 총괄은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침체 위험과 고강도 긴축정책은 아시아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과 시장 흐름을 전례 없이 방해하고 있다"며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향후 경로가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역시 "이번 주 연준의 또 한번 금리인상으로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의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 전반적인 통화정책 관리 등은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일어났을 당시에 비해 선방하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와 이로 이한 세계 각국의 강제적인 통화긴축으로 피해가 불가피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긴축 발작은 당시 벤 버냉키 연준의장이 통화완화 기조에서 긴축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은 일을 일컫는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더욱 심화해서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3.5%를 돌파했고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4%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날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그 차이가 46bp(1bp=0.01%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는데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최대폭이다. 블룸버그가 7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MLIV 펄스 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그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1980년대 초반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아시아 신흥국 중 한국, 대만과 달리 인도에서는 자금 유출 추세가 반전됐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니프티 50지수는 이번 분기에 11% 가량 급등했고 같은 기간 태국과 인도네시아 대표 지수 또한 4% 정도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 코스피는 1% 가량 올랐다. 블룸버그는 또 일부 투자자들이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피난처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유틸리티 관련 주들이 이번 분기에 0.5% 가량 하락했다. 이 기간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가 5.5% 급락한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퍼포먼스가 좋다는 설명이다.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의 사트 두라 펀드 매니저는 "우리는 통신주 등을 포함한 경기방어주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소비재, 기술주 익스포져는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2%에 달해 9월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18.0%로 나타났다. 아울러 내년 1월에 기준금리가 4.25%∼4.50%에 달할 확률이 41.3%로 나타났고 4.50%∼4.75%와 4.00%∼4.25% 확률은 각각 28.7%, 21.7% 순으로 뒤를 이었다.USA-FED/OUTLOOK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사진=로이터/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