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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만난다…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국면 맞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일 내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3년 5개월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분수령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7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수일 내 양자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양측은 회담이 열릴 장소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담이 다음 주에 열리는 목표로 우리는 미국측 동료들과 함께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면서도 회담 장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우샤코프 보좌관은 “위트코프는 푸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볼로디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자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러시아는 미러 정상회담에 집중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위트코프 특사와 푸틴 대통령의 면담 결과에 대해 “고도로 생산적"이었다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 동맹국들에도 이 내용을 공유했다면서 “우리 모두가 이 전쟁이 끝나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그것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14일 러시아를 향해 '50일 이내'에 평화를 이루지 않으면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시한을 제시했다가, 지난 달 29일에는 이를 '10일'로 줄이면서 새로운 시한을 이달 8일까지로 재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종전 관세에 더해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율은 50%로 치솟게 됐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등을 수입하는 데 따른 조치로, 대러 2차 제재에 해당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눈치보는 줄 알았더니…美 월가의 조용한 ‘화석연료 엑시트’

미국 대형 은행들이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금융사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듯한 행보를 보였으나 이와 반대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6대 대형 은행들이 지난 1일까지 올해 석유, 천연가스, 석탄 프로젝트에 730억달러(약 100조원)를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5% 감소한 수치다. 파이낸싱을 가장 크게 줄인 은행은 모건스탠리(54% 감소)로 나타난 반면 가장 작은 감소 폭을 보인 은행은 JP모건체이스(7%)로 집계됐다. 6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한 은행은 웰스파고(191억달러)로 나타났지만 이는 전년 동기대비 17% 하락한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 대형 은행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글로벌 은행 연합체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줄줄이 탈퇴했다는 점에 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2월 6일 최초로 NZBA를 탈퇴했고 웰스파고,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미국계 은행들이 이를 뒤따랐다. TD은행, 몬트리올은행, 맥쿼리 등 캐나다·호주 대형 은행들도 NZBA를 뒤어어 탈퇴했고 지난 3월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이 아시아 최초로 NZBA 탈퇴를 선언했다. 최근엔 HSBC, 바클레이즈 등 영국 은행들도 NZBA 탈퇴에 동참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NZBA를 탈퇴한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됐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은행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역행한 것이다. 다만 은행들의 이같은 행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의식보단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시들어진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흐름은 2020년 이후 글로벌 업스트림 석유 및 가스 개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것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지속가능 투자 연구소장인 리사 삭스는 “은행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존재한다"며 “경제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또한 “은행들이 채권 및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넷제로 목표보다 시장 요인이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며 “미국 은행들은 자본주의의 압박에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편,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IBK기업은행, JB금융그룹 등 한국 7개 금융사들이 NZBA 회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NZBA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126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상호관세 본격 시행…“수십억 달러가 미국으로 유입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미국 동부시간 7일 0시 1분(한국시간 7일 오후 1시 1분) 공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최저 10%에서 최고 41%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효를 15분 정도 남긴 시점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상호관세가 자정에 발효된다"며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하면서 비웃은 국가들로부터 수십억달러가 미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썻다. 이어 “미국의 위대함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망하길 원하는 급진 좌파 법원뿐"이라고 덧붙이면서 법원의 제동 가능성을 견제했다. 그는 또 발효를 2분 남긴 시점에 “자정이 됐다"며 “수십억달러의 관세가 이제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글을 새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행정명령을 통해 68개국과 유럽연합(EU) 등 총 69개 경제주체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확정했다. 이중 10%의 관세율이 적용된 나라는 미국과 가장 먼저 무역협상을 타결한 영국과 브라질, 포틀랜드섬 3곳이다. 한국, EU, 일본처럼 최근 미국과 무역협상을 체결한 나라를 비롯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등을 포함한 40개국에는 15%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나머지 26개국에는 15%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됐는데 시리아가 41%로 가장 높고, 라오스·미얀마(각 40%), 스위스(39%), 세르비아·이라크(각 35%), 리비아·알제리·남아공·보스니아(각 30%) 등의 순으로 높았다. 지난 4월 발표된 상호관세율이 10~50%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 관세율이 9% 포인트 낮아졌지만 뉴질랜드, 튀르키예, 볼리비아 등 지난 4월 당시 10%를 받았던 국가들이 15%로 상향됐다. 또 브라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행정명령에서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40% 포인트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관세율이 50%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인도에 대한 관세율을 각각 25%→35%, 10%→50%로 인상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하고 트럭, 핵심광물, 상업용 항공기, 폴리실리콘, 무인항공체계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아직 무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되자 미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15.2%로 지난해(2.3%) 대비 대폭 상향됐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추산했다. 앞으로 미국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ASPI) 부회장은 “더 어려운 시기가 코앞을도 다가왔다는 징후들이 보인다"며 “많은 기업들은 관세가 부과되지 전부터 재고를 축적해왔지만 낮은 마진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가 예고한 ‘반도체 100% 관세’…업계 관측대로 영향 미미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업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함께 한국의 대미(對美) 주력 수출 품목이기도 하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집적회로와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지만 미국에서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장이 건설 단계라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부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공장이 건설 중이어서 일자리 창출과 제품 생산 등의 활동이 없더라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누적된 금액을 나중에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모호한 부분이 있어 글로벌 업계가 직면할 불확실성의 여지는 여전하다. 반도체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기업들이 미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및 생산을 해야하는지,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만 면제 대상인지, 어떤 완제품(스마트폰, PC, 자동차 등)이 관세 부과 대상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반도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완제품, 반도체 제조장비(SME) 등도 모두 조사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품목별 관세로 부과시키기 위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 중 관세율을 포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반도체 관세에 따른 파장에 우려하고 있다. 해외 자동차 업체를 대표하는 무역단체 오토스 드라이브 아메리카는 반도체와 SME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동차 생산비용이 1대당 1200~2500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춰봤을 때 애플 아이폰, 맥북, 아이맥 등 제품은 관세가 면제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애플은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등을 위한 좋은 소식은 (공장을) 현재 미국에 건설하고 있거나 짓겠다고 약속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최종 조립되지 않아도 핵심 부품이 미국에서 제조되는 완제품도 관세가 면제될 가능성도 시사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심 부품이 미국에서 제조되지만 최종 조립은 “당분간 다른 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쿡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그와 애플은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예시로 애플을 꼽았다"고 짚었다.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미국에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관세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대만 정부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반도체 관세를 면제받는다고 주장했다. 류징칭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 주임위원(장관급)은 7일 의회 브리핑에서 “대만의 주요 수출기업이자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TSMC는 (반도체 관세에서) 면제된다"며 “일부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TSMC는 미국에 추가로 1000억달러(약 14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3월에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TSMC 공장으로부터 제품을 납품받는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이 관세로 인한 비용증가에 지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초젬파 선임연구원도 “미국에 반도체 생산에 진지한 투자가 상당해 대부분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또 반도체 최혜국 관세가 15%선에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1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일본도 반도체 관세에 있어서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해 이들에게도 반도체 15%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수출 한계 넘자…‘공유성장’이 미래 무역 모델

올해 들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세계 무역 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 자유무역이 당연시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40% 이상이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어 있어, 대외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는 오래된 과제지만, 이제는 그 방식 자체를 재설계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개발도상국 대상 경제협력은 원조, 단순 무역, 또는 OEM 중심의 투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협력형 파트너십'으로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변화의 출발점은 기존 무역의 장벽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 관세, 물류비, 가격경쟁력 등은 여전히 주요 진입장벽이며, 중남미 시장은 지리적 거리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더욱 높은 장벽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장벽은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넘을 수 있다. 공동 생산, 공동 기술개발, 공동 브랜드 전략이 바로 그 해법이다. 지난 6월 말, 에콰도르 수도 키토시의 고위 공무원 연수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숭실대학교, 서울산업진흥원(SBA), 이노비즈협회,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양한 창업 및 혁신 기관을 방문해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고, 다자간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창업 협력과 기술 역량 공유,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발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키토시 산하 혁신기관 콩키토(CONQUITO)가 체결한 협약은 양국 스타트업 간의 1:1 기술 매칭, 공동 연구개발(R&D),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등 다층적인 협력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 수출을 넘어, 산업 기반을 함께 설계하고 성장하는 '공유성장형 파트너십'의 구체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노비즈협회 역시 기술 기반 중소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 시장개척에 그치지 않고, 기술이전, 혁신 교육, 스마트팩토리 도입 등을 포함한 '역량 전이(capacity transfer)' 중심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양국 기업은 '시장 + 기술'이라는 두 가지 자산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숭실대학교가 주관한 키토시 고위급 연수 또한 같은 흐름에 있다. 창업 정책, 제도, 지원 시스템 등 비가시적 인프라의 공유는 단기적인 수익과는 직결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적 신뢰와 상호 이해 형성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제는 선진국이 일방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시대를 넘어, 서로 성장하는 상호협력 모델을 본격적으로 설계할 때다. 한국은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개발도상국은 시장과 인재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이는 무역 장벽을 본질적으로 낮추는 전략이자, 단기적 실적이 아닌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중남미는 이러한 '공유성장' 접근이 특히 효과적인 지역이다. 스마트시티 인프라, 적정 농업기술, 친환경 제조, 청년 창업지원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중남미 현지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진다. 기술을 단순히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와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파트너십이 중요해진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전통적 수출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고, 생산과 수익을 '함께 만드는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공동 프로젝트형 ODA, 세이프가드 없는 기술이전 모델, 스타트업 간 교차 연수 프로그램 등의 실질적 제도가 요구된다.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키토시와의 협력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한국이 개발도상국과 손잡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새 질서'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먼저 포착한 기업만이 미래의 무역 장벽을 뛰어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박주영

트럼프 “반도체에 100% 관세 부과할 것…美서 제조하면 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제품에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집적회로와 반도체에 매우 큰 관세를 부과할 것이지만 애플에게 좋은 소식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거나 건설할 계획이 있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해 집적회로와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지만 미국에서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장이 건설 단계라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부과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공장이 건설 중이어서 일자리 창출과 제품 생산 등의 활동이 없더라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누적된 금액을 나중에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반도체 관세의 구체적인 부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반도체, 의약품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품목별 관세의 목적이 리쇼어링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NBC 인터뷰에서 다음 주 정도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를 발표할 수 있다며 “반도체에 대해 별도 카테고리로 발표할 예정인데 이것들이 미국에서 생산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의약품에 대해서도 “의약품의 경우 처음에는 소액으로 출발하지만 1년이나 최대 1년 반 후엔 150%로 올린 뒤 250%로 끌어올리겠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만든 의약품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세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극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관측도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초젬파 선임연구원은 “중국 SMIC, 화웨이 등이 생산한 반도체는 관세가 면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시장에 진입한 이들 기업의 반도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조립된 채 온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럼에도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제품이어서 한국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명목상으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지만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한국 정부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통해 반도체·의약품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산 반도체 제품엔 관세율이 어떻게 적용될지 주목된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이날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기존의 투자계획까지 합치면 애플의 대미 투자규모는 총 6000억달러에 이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이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은 미국에서 제조되지만 최종 조립은 “당분간 다른 지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쿡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그와 애플은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도에 대해 추가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추가 관세는 21일 뒤 발효된다. 인도는 오는 7일부터 25%의 국가별 관세(상호관세)를 부과받기로 돼 있어 이번 25% 추가 관세를 더하면 3주 후부터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율은 50%로 치솟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추가 투자 무산될 판”…출력제어로 중국 ‘재생에너지 붐’ 제동 걸리나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을 선두하는 중국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계속해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줄이는 출력제어율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출력제어를 낮추기 위한 노력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시장이 앞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출력제어율이 5.7%로 작년 동기대비 2.7%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풍력 발전의 출력제어율도 작년 3.9%에서 6.6%로 증가했다. 출력제어란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많아지는 낮에 송·배전망이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해 발전을 정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출력제어율은 출력제어로 인해 제한된 전력 생산량을 출력제어 전 전체 풍력과 태양광 생산 전력으로 나눈 것이다. 출력제어가 일어나는 이유는 전력 수급 균형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과잉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에 그대로 흘려보내면 과부하가 발생, 심하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출력제어를 당하는 발전소는 해당 시간 동안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손실을 본다. 문제는 중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N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약 277기가와트(GW)로 역대 최고치를 2년 연속 경신했다. 풍력 발전설비도 작년에 80GW 가량 새로 추가되면서 중국은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6년 일찍 달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NEF(BNEF)는 올해 중국에서 새로 설치될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가 각각 273GW, 94GW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에는 중국이 2024년 한 해 동안 다른 어떤 나라가 추가한 것보다 더 많은 태양광을 설치했다고 BNEF는 덧붙였다. 하지만 전력망 건설 속도는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송·변전설비 건설 기간이 재생에너지 발전소보다 길기 때문이다. 이에 재생에너지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칭하이 등 중국 서부지역엔 출력제어율이 두 자릿수에 달한다. 실제 NEA에 따르면 올 상반기 티베트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의 출력제어율은 34%에 육박했고 신장자치구(12.9%), 칭하이(15.2%), 광시자치구(6.3%) 등도 전국 수준을 웃돌았다. 칭하이성의 경우 싱가포르 크기만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갖추고 있어 인구 600만명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도 전력이 남아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다이애나 시아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출력제어율이 문제가 된 이유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성장률을 훨씬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잉 생산된 전기는 소비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건설 중인 추가 전력망 일부가 향후 몇 년 뒤에 구축이 완료되기 때문에 2027년 전까지 출력제어율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전력망 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다. 중국 국가전망공사는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위해 올해 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6500억위안(약 1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 차이나는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출력제어 개선을 통한 정부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수익률 감소, 전력가격 하락 등으로 향후 투자가 크게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무역협상 타결에도 웃지 못하는 일본…“합의한 내용과 다르다”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합의 세부 내용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를 통해 미일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일본)은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하고 있다"며 “그들은 매우 아름다운 포드 F-150 픽업트럭을 가져가고 있는데 여기(미국)서 잘 팔리는 만큼 거기(일본)서도 잘 팔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잘 팔리는 다른 제품들도 거기서 잘 팔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에서 일본차 브랜드가 넘쳐나는 반면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막고 있어 무역적자가 지속됐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일본은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품목관세를 각각 25%, 27.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과의 무역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동차 품목관세에 대한 합의를 문서 형태로 명문화하지 않았고 관세 적용 시점도 합의하지 못했다. 오는 7일 시행 예정인 국가별 상호관세와 달리 무역합의를 통해 자동차 품목관세가 인하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도 없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27.5%로 적용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한국 정부도 무역협상에서 15%로 조정된 자동차 관세율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적용 시점에 대해서는 합의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악용해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을 늦출 경우 한·일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 심지어 상호관세율에 대해 미일 양국이 15%로 합의한 부분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15% 관세가 기존 관세에 더해 추가로 적용되는지 혹은 모든 관세율이 15%로 일괄 적용되는지에 대한 여부가 또다른 쟁점"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관세율이 15% 미만인 품목은 상호관세 15%가 적용되고, 기존에 관세율이 15%를 넘었던 물품은 상호관세가 별도로 추가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명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을 보면 이부분은 유럽연합(EU)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명시됐다. 이에 일본 정부를 대표해 미국과 관세 협상에 임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행정부와 만나 자동차를 포함해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5%로 적용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한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영국과의 합의가 실현되는데 54일이 걸렸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며 “관세율에는 많은 세부 사항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이러한 점들을 자세히 논의하고자 한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전날 참의원에서 미국의 관세 인하가 “시급한 과제"라며 “이행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는 일본이 미국에 자동차 시장을 개방했지만 미국차 판매가 많이 늘어나기는 힘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본 도로가 좁아 미국산 자동차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CNBC 인터뷰에서 언급한 포드 F-150 픽업트럭은 전폭이 2미터가 넘는데 일본 2차선 대부분은 폭이 4미터 미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더 강력한 청구서 내미는 트럼프…글로벌 상호관세 본격 시행

세계 무역 질서를 바로잡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오는 7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7일 오후 1시 1분)을 기해 본격 시행된다. 미국 주요 교역국들은 그동안 기본관세인 10%를 부과받았지만 무역협상 결과를 반영해 새로 조정된 상호관세가 앞으로 시행됨에 따라 경제적 파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도 예고한 데다 각국이 보복 조치 등을 통해 자국 이익을 지킬 가능성도 있어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행정명령을 통해 69개 경제주체에 대해 새로 적용할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 새 상호관세율은 대미 무역수지, 미국과의 개별적인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차등적으로 10~41%로 적용됐다고 미국 정부는 설명했다. 행정명령 부속서에 따르면 69개 경제주체 중 10%의 관세율이 적용된 나라는 미국과 가장 먼저 무역협상을 타결한 영국과 브라질, 포틀랜드섬 3곳이다.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처럼 최근 미국과 무역협상을 체결한 나라를 비롯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등을 포함한 40개국에는 15%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나머지 26개국에는 15%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됐는데 시리아가 41%로 가장 높고, 라오스·미얀마(각 40%), 스위스(39%), 세르비아·이라크(각 35%), 리비아·알제리·남아공·보스니아(각 30%) 등의 순으로 높았다. 지난 4월 발표된 상호관세율이 10~50%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 관세율이 9% 포인트 낮아졌지만 뉴질랜드, 튀르키예, 볼리비아 등 지난 4월 당시 10%를 받았던 국가들이 15%로 상향됐다. 또 브라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행정명령에서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40% 포인트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관세율이 50%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인도에 대한 관세율을 각각 25%→35%, 10%→25%로 인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겠다는 대선공약 중 핵심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고율의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미국을 갈취하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되돌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15.2%에 이를 것이라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추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2024년의 2.3%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며,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였던 13.3%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 AP통신은 예일대 예산연구소(TBL)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18.3%로 뛰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193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는 7일부터 적용될 상호관세가 반영된 수치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는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관세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들에겐 비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파급 효과는 이미 경제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상호관세는 7일부터 시행되지만 10% 기본관세를 비롯해 철강,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또 중국산 수입품에는 여전히 50%가 넘는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에 올 상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1.2%(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로, 작년(2.8%)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2.3%)까지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5월(2.4%), 6월(2.7%)까지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여기에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10만명)을 밑돌았고, 5∼6월 일자리 증가 폭은 종전 발표 대비 총 25만8000명 하향 조정됐다. 기업들이 관세 시행에 앞서 미리 축적한 재고를 소진하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더욱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마진이 압박받기 시작해 소비자에게 (관세 비용을) 전가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훨씬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EY-파르테논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경제적 신기루"라며 “관세가 경제를 갉아먹기 시작했다"고 야후파이낸스에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앞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새로운 품목별 관세를 다음 주에 발표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CNBC 인터뷰에서 의약품·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다음주 정도 안에 관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의약품의 경우 처음에는 소액으로 출발하지만 1년이나 최대 1년 반 후엔 150%로 올린 뒤 250%로 끌어올리겠다. 미국에서 의약품을 생산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에 대해서도 별도 카테고리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인하되고 반도체·의약품에 대해서도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되지만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큰 부담이다. 특히 반도체는 자동차처럼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정치적·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활용해 브릭스(BRICS) 국가들의 반미 연대에 대응하고 있다. 브라질에 대해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율인 50%를 예고했고 러시아의 경우 오는 8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 2차 관세 부과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CNBC 인터뷰에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24시간 내로 인도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보다 훨씬 많이 올릴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중국과 무역협상도 불확실하다. 미·중은 오는 11일 관세 휴전 시한 종료를 앞두고 지난달 28~29일 고위급 협상을 통해 추가로 90일간 관세휴전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AMP의 셰인 올리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 '미 해방의 날(4월 2일)'전보다 더 높은 관세를 보게 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목격하게 될 것이 현실"이라며 “중국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멕시코 관세는 90일 더 유예된 데다 품목별 관세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의 숨겨진 원인

일본의 잃어버린 기간을 20년, 30년, 40년으로 다양하게 말한다. '잃어버린 20년'은 10년 전 2015년에 제기되었다. 1995년 GDP 5조 달러가 2015년까지 20년간 동일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30년'은 10년 후인 2025년에 제기되었다. 그때까지 30년간 GDP가 5조 달러에 머물렀다. 또한, 닛케이 지수도 1989년 고점을 회복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잃어버린 40년'은 '잃어버린 30년'에 '버블 10년(1985년~1995년)'이 더해진 수치다. '잃어버린 40년'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 가치를 65.7% 절상한 플라자 합의를 맺은 1985년에서 시작한다. 1987년에 루브르 합의를 통해서 일본 금리를 5.0%에서 2%로 낮춘다. 촛불이 꺼지기 전에 밝게 타오르듯 일본경제는 낮은 금리로 1985년에서 1991년에 걸쳐 부동산, 주식, 명품, 문화재 등 국내외 사회 전반에 걸쳐 거품이 전개된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1985년 11,992에서 1989년 38,915포인트로 3.5배 상승한다. 부동산도 같은 기간 3.5배, 골프장은 4배 폭증한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산다는 말이 유행했다. 1989년 세계 시총 20위 기업에 14개의 일본 기업이 포함되었다. 젊은이들은 고급 차 폭주족, 명품 플렉스, 레저 열풍이 불고 세계 명품의 70%를 일본이 소비했다.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 리조트의 60%를 사들이고, 록펠러 센터, 페블비치 골프장 등 미국 부동산을 투매했다. 이러한 일본경제는 1989년 재할인율 인상으로 금융 긴축이 시작되어 1,500조 엔 규모의 자산이 공중분해 되면서 붕괴했다. 일본경제 붕괴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의해서 이미 예고되었다. 1981년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서울시가 나고야시를 꺾고 1988년 올림픽 최종 개최지로 결정된 순간이다. 당시 일본의 GDP($1조 860억)는 한국의 17배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발로 GDP 격차는 1990년 11배, 2000년 9배, 2010년 5배로 급감했다. 드디어 2024년 한국의 1인당 GDP($36,132)가 일본의 1인당 GDP($32,859)를 추월했다. 일본의 전체 상품 수출액이 한국과 비슷하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쌀을 사려고 공항에서 줄을 선다.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5년 세계 최강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6위, 일본은 8위다. 2024년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이 내놓은 '2024 글로벌파이어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위, 일본은 7위다. 2024년 OECD 국제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한국은 1위, 일본은 5위다. 폭삭 망한 일본의 자화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의 주요인으로 1995년의 고베 대지진, 2011년의 도호쿠 대지진 등 천재지변과 외생변수, 특히 미국의 환율 조작과 금리 인하 등을 든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1970-80년대, 세계 최고 품질 경쟁력의 일본경제 폭망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실마리를 일본 뿌리 산업의 원조라고 할 오타쿠 공단에서 찾는다. 7·80년 대에 이곳은 일본 장인정신 '모노즈쿠리'의 산실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만개의 공장은 2005년 5천 개로 급감했다. 뿌리 산업의 붕괴는 2009년 도요타사의 천만 대 리콜로 연계된다. '하류사회'라는 책을 펴낸 미우라 아츠시는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 잘살아 보겠다는 목표 의식이 없다"라고 했다. 유학을 가지 않고 이공계를 기피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도 “요즘 일본인은 생각하려 하지 않고, 작은 행복에 만족하려는 소시민적 성향이 짙다"라고 진단한다. 매뉴얼 사회가 편하고 그래서 악명높은 플로피 디스크 사회가 전개된다. 성년 젊은이의 60%가 캥거루족이다.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마키는 일본 남자를 2006년 초식 동물 의미의 초식남으로 명명한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율이 급감하는데 국민은 이민이나 입양아를 수용할 포용력이 없다. 인구가 줄고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된다. 생산 인력은 급감한다. 이것은 투기와 거품으로 노동 가치가 무너진 거품경제의 후유증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이 남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거품경제의 초입은 아닌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숙고할 일이다. 윤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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