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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경쟁력 제고” 약속한 정부…중장기 계획으로 이어져야

정부 숙원인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알뜰폰이 통신비 인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업계 입지가 좁아짐에 따라 활성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재추진한다. 이와 함께 알뜰폰 사업자의 망 도매대가를 인하해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고, 중고폰 활성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중 알뜰폰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최근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 취소 계획을 밝히면서 알뜰폰이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대안으로 부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알뜰폰은 올 들어 통신 3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와 전환지원금 도입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온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1월 12만332명에서 매월 감소해 6월 6만8729명으로 42.8% 줄었다. 순증 규모 역시 지난 1월 7만8060명에서 6월 1만6523명으로 80% 감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책 방향이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결론적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대한 직·간접적 요금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알뜰폰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단통법을 폐지할 경우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알뜰폰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62%가 단통법 폐지 후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유통점과 제조사에 대한 규율이 사라지는 만큼 관리방안 모색과 함께 소비자 보호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원금 경쟁으로 인한 알뜰폰 업계와 소형 유통점이 받을 영향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도매대가 협의 역시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로부터 망을 빌리는 데 지불하는 비용이다. 직전 도매대가 인하는 2022년 12월 이뤄졌으며, 당시 음성 및 데이터 도매대가는 각각 14. 6%, 19.8% 내렸다. 올해는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는 마지막 해인 만큼 인하 폭이 예년보다 클 것이란 기대가 높다. 다만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내년 4월부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가 밀리면서 도매대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파사용료 감면 혜택 역시 올해로 종료돼 내년부턴 단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번호이동 수수료 역시 지난 5월부터 2800원이 부과됨에 따라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 경쟁력을 일시적으로 높일 순 있지만, 근본적인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으면서 통신 3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으로 △풀MVNO 구축을 위한 설비 투자 방안 모색 △도매대가 산정 방식 변화(현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 대신 코스트 플러스 방식 변경 또는 병행 검토) △알뜰폰 규모 수준별 전파사용료 차등 책정 등을 제시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는 정책 정합성 유지로 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공생하면서 이용자 후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종합·체계적이며 실효성 있는 그랜드 플랜 수립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AI 접는 폰’ 출격 임박…통신업계, 수요 잡기 ‘총력전’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공개가 눈앞으로 다가오며 통신업계의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하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사전 마케팅을 강화하며 고객 수요 선점에 나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4' 행사를 개최한다. 매년 하반기 언팩을 통해 차세대 폴더블 폰을 선보여 온 삼성전자는 올해 행사에서도 갤럭시 Z폴드6·플립6 등 신규 접는 기기를 공개할 전망이다. 신규 스마트폰 공개 소식이 전해지며 통신 3사는 일제히 사전예약 알림 행사를 열고 가입자 유치전에 돌입했다. 우선 SK텔레콤은 오는 10일까지 자사 온라인 몰에서 '뉴 갤럭시 사전예약 알림 신청 이벤트'를 진행한다.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 등을 선택한 고객을 대상으로 티다문구점 5000원쿠폰(5만명·추첨)과 네이버페이 1000포인트(5만명·선착순)를 증정하는 식이다. 삼성 액세서리 최대 50% 할인 프로모션도 예고된 상태다. KT는 오는 11일까지 자사 온라인 몰에서 사전 알림신청을 한 고객을 대상으로 네이버페이 모바일금액권 1000원(3만명·추첨)을 지급한다. 이외 멤버십 포인트 할인, 중고폰 추가 보상, 신용카드 5% 청구 할인 등의 사전예약 혜택이 예고됐다. 아울러 사전예약 이후 개통까지 완료한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5만원, 10만원 상당의 KT닷컴 쿠폰 등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사전 예약 알람 설정을 한 고객을 대상으로 2만원 쿠폰(1500명·선착순)을 주고, 추첨을 통해 시그니엘 호텔숙박권, 대한항공 마일리지 상품권 등을 선물한다. 이처럼 통신업계가 갤럭시 Z6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사전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수요 공략에 나선 건 휴대폰 회선 수가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통신 3사의 휴대폰 회선 수는 4754만2084개다. 전월(4755만9229개) 대비 1만7145개 줄었다. 휴대전화 가입 열기가 식으며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통신사들은 갤럭시 Z6 시리즈 출시 효과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신규 스마트폰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첫 폴더블 폰이 될 거란 점이 흥행 기대감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달 7일 자사 뉴스룸의 기고문을 통해 “곧 공개될 새로운 폴더블 제품에는 폴더블에 최적화된 갤럭시 AI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히며 AI 폴더블 폰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 내 AI 적용으로 한 차례 성공을 거뒀다. 앞서 올 초 세계 최초로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였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올해 1분기 1350만대 판매 됐는데 이는 전작 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선 갤럭시 S24 시리즈의 연간 판매량이 8년 만에 역대 최대인 360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AI 폴더블 폰 신작이 갤럭시 S24의 흥행 배턴을 이어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가입자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폴더블 폰에 대한 주목도가 이전 보다 높아진 가운데 첫 AI 폴더블이란 타이틀은 갤럭시 Z6 시리즈에 대한 고객 관심도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통신사들은 신제품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며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통신 3사 ‘인공지능 콘택트센터’ 사업서 AI 수익모델 찾는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인공지능 콘택트센터'(AICC)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익모델이 절실한 가운데 고객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AICC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CC는 사람 대신 AI 콜봇이나 챗봇이 고객 질문에 응대하는 지능형 고객센터다. 음성인식, 문장 분석 등 각종 AI 기술을 적용해 상담원 연결을 위한 대기시간 없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AICC 도입을 향한 기업 고객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고객센터 운영이 필수적인 고객사 중심으로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AICC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 수요가 가장 많으며 유통, 레저, 교육, 제조업체들도 AICC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수의 고객을 응대하는 업종 입장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인건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AICC 사업에 대한 관심 증대는 통신업계의 시선이 해당 사업에 모이는 계기가 됐다. 통신 3사는 최근 들어 잇따라 AI 서비스를 선보이며 AI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상태다. 다만 관련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과제로 지목돼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AICC가 수익성 강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 오랜 기간 콜센터를 운영하며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하고, AI 기술력 및 인프라까지 갖춘 통신사들로선 AICC의 흥행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통신 3사는 구축형 AICC부터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AICC를 앞다퉈 선보이며 기업 고객 수요 공략에 나섰다. 구축형 AICC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출시한 'U+ AICC 온프레미스'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이후 구독형 AICC인 'U+ AICC 클라우드'로 외연을 넓혔다. 구축형 사업에 집중하던 KT는 AICC 솔루션에 클라우드 역량을 결합한 서비스형 AICC 상품인 'KT 에이센 클라우드'를 선보이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KT는 실시간 대화록, 상담 어시스턴트, 보이스봇·챗봇을 상담 앱으로 결합해 서비스로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올인원 구독형 AICC 서비스 'SKT AI CCaaS'를 선보였다. SK렌터카를 첫 기업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CC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점도 눈에 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AICC 영역에서 자체 생성형 AI 익시젠을 탑재해 산업별 전문성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AICC가 고객사 산업 특성에 맞는 맞춤 답변을 하도록 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게 골자다. 업계에선 AICC 사업 확대가 통신사들이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권용현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전무)은 지난 2일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례로 기업들이 AICC 도입 시 85명으로 100명의 생산성을 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수요가 이어지며 AICC가 수익을 내는 '킬러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CC 시장이 지속 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통신사들에게 기회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AICC 시장은 연평균 23.7% 성장해 오는 2030년 약 4546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에 업계 촉각…“산업 위축 우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임을 건전한 여가문화로 여기는 인식이 퍼지며 산업 규모도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지적이 적잖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협의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9년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올리며 발족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게임업계,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은 내년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게임업계는 정부가 지금까지 WHO의 ICD 분류를 따르지 않은 사례가 없음을 고려하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게임을 장애로 분류하는 순간 산업 경쟁력이 줄어 국내 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비합리적 규제로 시장 규모 및 수출 둔화를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중소 게임사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게임 산업 매출액은 1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콘텐츠 산업(151조1000억원) 규모 중 방송(26조1000억원), 출판(25조2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다. 수출액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약 9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7.8%에 해당하는 규모다. 콘진원은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2년 동안 게임산업이 약 8조8000억원의 피해를 보고 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를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이용장애의 정의와 진단 기준 자체가 모호한 데다 게임과 질병의 인과관계 또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게이머의 행동 유형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국내 연구 결과, 게임보다는 이용자가 처한 다양한 환경 및 사회·심리적 요인이 문제적 행동의 선행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이용자의 뇌 변화를 연구한 결과 역시 게임 자체가 아닌 주의력결핍장애(ADHD)라는 공존질환이 게임 과몰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및 ADHD 환자, 자폐, 충동조절 환자 등 누구나 게임을 많이 할 수 있다"며 “게임과 질병의 인과를 짚는 연구에서 진단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박·마약 중독자와 게임 과몰입을 겪는다는 이들의 2~3년 뒤 예후는 확연히 달랐다"며 “자연 치유를 기대하기 힘든 중독 유형과 차이가 있음에도 같은 진단 기준으로 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 관련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도 “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아동이나 성인에게 마치 과몰입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질병코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는 최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과 산업 진흥책 마련을 위해 게임정책포럼을 결성했다. 지난 4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문제가 있으며,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게임정책포럼은 앞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의원으로 활동한 '대한민국게임포럼'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기존 한국게임산업협회, 모바일게임협회, 게임학회를 비롯해 게임이용자협회, e스포츠협회, 게임정책학회 등 참여 단체를 더 다양화했다. 강유정·김성회·박상혁·위성곤·이준석·장경태·장철민 의원이 포럼에 가입한 가운데 다음달까지 회원 모집을 진행한 후, 오는 9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해외 석학들 “접근 신중해야”…부정적 낙인 우려도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화에 대해선 아직 글로벌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이뤄지는 중입니다. 그런 만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등재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게임과 질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 과몰입을 행동장애의 원인으로 규정한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콘텐츠진흥원·게임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는 게임 인식'을 주제로 게임 이용자에 대한 국내외 연구 사례와 종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 조현래 콘진원장,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등은 이 자리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의 복잡성과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공유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위원회에서 국제 질병분류의 개정판인 '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 '6C51'로 등재했다. 정부가 이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국내 정치권 및 의료·산업계의 대립이 첨예하다. 현재 국무총리실 주관 하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세미나에 앞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 교수는 “ICD-11에 등재된 질병이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며 “과거 추세를 보면 KCD에도 게임이용장애가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성인의 절반은 게임이든, 스마트폰이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든 기술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를 중독이라고 진단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연구하고,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이 이용장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뚜렷한 근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게임보다는 이용자가 처한 다양한 환경 및 사회·심리적 요인이 선행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우리의 연구 결과"라고 부연했다. 부오레 교수는 “질병코드 도입시 게임 관련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도 “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아동이나 성인에게 마치 과몰입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회과학계 연구 결과 폭력과 게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는 사실이 다수 도출됐다"며 “네덜란드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말에 게임이 새로 출시되거나 업데이트 버전이 발표될 때 범죄 비율이 줄어들었다. 게임을 하느라 집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WHO의 국제질병분류(ICD) 수용 여부에 대한 국가별 사례도 공유됐다. 쉬빌스키 교수는 “영국의 경우 ICD-10 도입에 20년 정도 걸렸다"며 “교통사고와 같이 특정 수치가 통계로 잘 나와서 논란 없이 도입된 것도 있지만 다른 ICD 질병코드 도입은 국내 의료 체제 등에 따라 도입했고, 수천 개 질병코드 중 도입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게임이용장애 논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추가적인 임상 연구와 명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긴 호흡을 갖고 세계 동향 및 검토 과정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제4이통 전국망 로밍 불가 의혹…스테이지엑스 “정부 정책 믿고 참여”

제4이동통신사업자 후보 선정 취소 위기에 처한 스테이지엑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 정책을 믿고 사업에 참여했음을 강조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후보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의 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에서 법인 선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청문을 진행했으며, 결과는 이달 중 발표 예정이다. 회사는 할당 취소 처분이 나올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과기정통부의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는 취지의 법률자문이 나오면서 제4이통 후보 취소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해당 정책을 발표하면서 신규 사업자(제4이통)가 자사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서 타사 전국망을 로밍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제4이통 지원책으로 내놓은 해법이지만, 로밍 의무 허용이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로밍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성립하는데, 제4이통은 전국 사업자로 보는 게 불가능해 사실상 로밍이 아닌 도매제공 형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A사(스테이지엑스)를 로밍 이용사업자로 고시하려면 'A사가 28㎓ 서비스 가능 단말기 이용자에게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로 한정해야만 로밍이용사업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자문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28㎓ 지원이 가능한 단말기는 없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입장문을 내고 “과기정통부에 로밍 관련 법률 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에 따른 피해자"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발표 당시 제4이통에 대한 로밍·중저대역 주파수 지원 플랜을 발표한 바 있고, 지난 2월 백브리핑에서도 로밍 지원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며 “28GHz 신규 사업자에게 향후 중저대역 주파수 공급과 관계없이 시장진입 초기 전국망 서비스를 위한 로밍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관련 자료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의 이러한 정책 방향성을 신뢰해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스테이지엑스는 또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로밍 지원책과 관계없이 사업자 간 자율적 협상을 통한 로밍 계약을 진행 중이었다고 부연했다. 회사 측은 “다수의 이동통신사업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신작 3종 등에 업은 넷마블…연간 흑자전환 기대감 ‘쑥’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며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넷마블이 신작 3종의 흥행에 힘입어 2분기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도 다수의 기대작이 출격하며 넷마블의 연간 흑자전환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넷마블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 1분기 적자를 낼 거란 시장 전망과 달리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바 있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흑자 달성에 집중한 영향이다. 회사는 지난 2년간 실적 부진을 겪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넷마블의 적자 규모는 1772억원에 달한다. 다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분기 출시된 '나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나혼렙)', '아스달연대기: 세개의 세력', '레이븐2' 등 3종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덕이다. 특히 나혼렙의 질주가 매섭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2분기 나혼렙의 매출액은 2160억원에 달한다. 이 게임은 출시 하루 만에 27개국 모바일 매출 순위 상위 10위권에 진입했으며, 일일활성이용자수(DAU) 500만명 이상, 일 매출 14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나혼렙 만큼은 아니지만 레이븐2와 아스달연대기: 세개의 세력 역시 꾸준한 흥행을 보이고 있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선 넷마블이 올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하반기 큰 손실을 내지 않는다면 넷마블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하반기에 출시될 신작들이 연간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넷마블은 올 하반기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RF 온라인 넥스트', '데미스 리본' 등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게임은 인기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한 방치형 장르다. 이미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글로벌 출시해 방치형 장르의 대중화를 이뤄낸 바 있다. 이에 동일 장르인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아울러 자체 IP인 RF 온라인 넥스트와 데미스 리본에 대한 기대도 크다. 자체 IP 레이븐2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상반기 출시작의 흥행과 하반기 신작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넷마블의 연간 흑자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3종의 신규 게임이 양호한 성과를 거뒀고, 하반기에도 다수의 신규 게임이 나온다"며 “이를 통해 넷마블은 올해 1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제4이통 전국망 로밍 불가능했다…통신 정책 뿌리까지 ‘흔들’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다시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의 통신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제4이통이 통신 3사의 전국망을 의무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법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4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로펌으로부터 제4이통 지원책으로 밝혔던 전국망 네트워크 공동이용(로밍)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에는 신규사업자(제4이통)가 자사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서 타사의 전국망을 로밍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스테이지엑스는 제4이통 주파수 할당 후보 선정 이후 28기가헤르츠(㎓) 대역을 공공 시설 등 주요 거점에 구축하고, 현재 5세대 이동통신(5G) 전국망인 3.5㎓는 통신 3사 망을 활용해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나 제4이통에 전국망 로밍 요구 자격을 부여할 경우, 법적 문제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밍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성립하는데, 제4이통은 전국 사업자로 보는 게 불가능해 사실상 도매제공 형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도매제공은 통신설비를 갖추지 않은 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려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현재 알뜰폰(MVNO)의 통신 서비스 제공에 적용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 3사에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과기정통부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전문가들은 28㎓의 특성과 스테이지엑스가 구축할 기지국 수(6000대)를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전국에 산재된 일부 구역에서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봤다. 통신 3사와 대등한 체급으로 키워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무늬만 제4이통이고, 실질적 사업 모델은 알뜰폰과 다를 바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제4이통은 통신 3사가 아닌 알뜰폰과 고객 유치 경쟁을 전개하게 됨에 따라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A사(스테이지엑스)를 로밍이용사업자로 고시하려면 'A사가 28㎓ 서비스 가능 단말기 이용자에게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로 한정해야 인정될 수 있다"고 자문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28㎓ 지원이 가능한 단말기는 없다. 이에 따라 제4이통 정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테이지엑스가 28㎓ 할당 자격을 박탈당한 후 정책 개선 없이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면 향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것이란 시각이다. 주파수 입찰 과정에서 기업들의 재정·기술 능력에 대한 사전 검증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제4이통이 초저가 요금 경쟁에 나서게 되면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고사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현재도 통신 3사 및 수십 개의 알뜰폰 사업자가 있어 과포화 상태임을 감안하면 제4이통 출범으로 메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이어 “28㎓ 전용 단말기 출시 요체는 제4이통이 얼마나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냐에 달렸는데, 가입자 수가 일정 비율 이상 유지되지 않으면 판매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관련 고시를 개정하거나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파법 개정을 통해 재정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스테이지엑스의 28㎓ 주파수 할당 자격 취소 청문 결과는 이번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회사는 취소 처분이 나올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관위, 확률형 아이템 규제 위반 266건 적발…절반 이상은 해외 사업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100일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과 활동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제도 보완을 위한 점검에 나섰다. 게관위는 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경과 및 사후관리 활동, 모니터링 현황 등을 공유했다. 게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확률형 아이템 사후관리 모니터링은 총 1255건이 진행됐다. 이 중 266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으며, 60%는 해외 게임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확률 미표기 및 미흡이 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게임 광고 내 확률형 아이템 포함 문구 미표기가 29%, 소수점 위반 등 확률 표시 방법 오기가 12%로 뒤를 이었다. 게관위의 사후관리 조치에 따라 총 185건이 시정 완료됐으며, 시정 권고가 내려진 조치는 5건이었다. 상세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권고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국내 시장 유통이 제한된다. 박우석 게관위 게임정보관리팀장은 “법률적으로 행정조치 내용을 공개하도록 규정돼있지 않다"며 “정보공개법을 검토해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되는데, 현재로선 사업자 관련 조치사항이다 보니 조심스럽다. 공개가 필요할 경우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게관위는 제도 시행에 맞춰 27명 규모로 게임정보관리팀을 신설했다. 자체 모니터링 혹은 민원을 통해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행정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또 게임사 및 이용자 협·단체 간 소통을 실시하는 등 제도 안착과 이용자 보호에 주력했다. 향후 문체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률 표기 기준을 지속 보완할 계획이며, 국내 게임사 역차별 현상을 줄이기 위해 해외 사업자와의 연계 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업자 상담·이용자 제보 창구 등 소통 채널도 확대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현 시행령 및 해설서 기준 모호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문체부와 협의를 거쳐 확률 표시 기준을 우회하는 방식들에 대해서도 법안이 적용될 수 있도록 지속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 조사 과정에서 게임위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중복 규제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뉴진스 컬래버 아이템 확률 오기재 논란과 관련해 공정위와 게임위가 동시에 조사에 착수했는데, 양 기관의 역할이 일부 겹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3월 이후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게임사는 총 12곳이며, 이중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인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그라비티, 위메이드, 컴투스, 크래프톤, 웹젠 등 6곳이다. 이에 대해 게관위는 각 기관의 적용 법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게관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조치를,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기준에 따라 조치한다"며 “게관위는 사업자가 시정한 확률이 기존 판매한 아이템의 확률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공정위는 기존 판매한 아이템의 확률 오기재 사실이 고의성을 띠는지 확인한 후 이용자 기만 여부를 가린다"고 말했다.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의 경우 제도 위반 시 적법한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해외 게임사의 경우 자체등급분류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조치하는데, 밸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민원 중 스팀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아 모니터링 중"이라며 “지난 3월 미국에서 밸브와 미팅하면서 자체등급분류사업에 관심이 있음을 확인했다. 어떤 조건으로 접근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게관위는 확률형 아이템 표기 의무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제도 정착에 주력하는 한편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겠다"며 “지난 20년간 급격히 성장한 게임산업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지를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확률형 아이템 규제 ‘D+100’…현주소와 향후 전망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게임업계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변화하는 시도들이 감지되고 있다. 게임사들의 아이템 확률 정보 표시 오류 사례가 지속되는 등 후폭풍 또한 여전해 제도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게임 내 아이템 당첨 확률을 의무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 제도는 산업 구조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업계 핵심 매출원으로 꼽혔는데, 법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BM을 비롯해 장르·플랫폼 다각화에 주력하는 것이다. 업계는 이용자들의 부담은 줄이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에 배틀 패스 등 구독형 과금 모델을 도입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을 낮추고 있다. 지난 2일 출시한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는 시즌마다 플레이를 통해 레벨을 올리고, 꾸미기 아이템과 플레이 보조 아이템으로 구성된 배틀 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엔씨소프트 신작 '배틀크러쉬' 역시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대부분 삭제하고 배틀패스 구매 시 특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출시됐다.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으로 구성된 일부 가챠(뽑기) 상품도 존재하지만 핵심 BM은 낮은 가격의 상품과 월 정액·패스형이다. 다만 별도의 유예 기간 없이 바로 시행된 만큼 제도가 현장에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행 초기인 만큼 과도기적 현상이 지속 발생하는 데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범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최근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발생한 뉴진스 컬래버 아이템의 확률 정보 오류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크래프톤이 선제적으로 표기 수정 및 이용자 보상안을 내놓은 만큼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저촉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월 이후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게임사는 총 12곳이며, 이중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인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그라비티, 위메이드, 컴투스, 크래프톤, 웹젠 등 6곳이다. 시행 이후 위반 사례가 급증했다보단 제도 적응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게관위가 3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100일 경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사후관리 통계에 따르면 총 1255건의 게임을 모니터링한 결과 266건의 위반 건수가 적발돼 시정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 중 게임 및 홈페이지 내에 확률을 표기하지 않은 사례가 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게임물 광고 내 확률형 아이템 존재 유무를 표기하지 않은 사례가 29%, 게임과 홈페이지 간 확률 표시 방법 및 오류가 12%로 뒤를 이었다. 다만 게임사 공식 유튜브 게재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 등 문구 표기 여부 및 배너 규격, 광고 크기, 정보 공개 범위 등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도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시정 조치 과정에서 법적 권한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 역시 숙제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 시정 조치의 경우 공정위나 게관위 등 기관에서 게임사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후 실제 시행 횟수 및 아이템 획득 관련 데이터를 받아 검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자료 제출 요구권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은 “일정 등급 이하 아이템까지 확률을 고지하기엔 게임사도 부담이고, 이용자도 번잡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그 기준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까지는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만일 이에 협조하지 않는 게임사가 등장할 경우 관련 기관으로 이관하는 것 외엔 마땅한 대처 방안이 없는 만큼 명확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에 대한 확률 공개는 의무화되지 않는 데다가 뚜렷한 제재 수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를 포함한 게임산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최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발의했지만,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게관위는 향후 제도 정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확률 표기 기준을 지속 보완하고, 거짓 확률 사후 관리 절차를 지속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업자 상담·이용자 제보 창구 등 소통 채널도 확대해 이용자 의견을 적극 청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실 BM을 단기간에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다"며 “확률형 아이템이 오랜 기간 주요 BM으로 작용해온 만큼 대형 게임사부터 중소 게임사까지 매출이나 수익 구조가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도 한계는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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