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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 물류사·항만사와 LNG 벙커링 사업 본격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액화천연가스(LNG) 조달과 벙커링 역량으로 해운사들의 LNG 추진선 전환에 기여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9일 포스코플로우,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함께 '여수광양항 LNG 벙커링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글로벌 해운업계의 저탄소 연료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여수광양항 권역 내 선박연료용 LNG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3사는 힘을 합쳐 광양LNG터미널을 기반으로 LNG 벙커링 선박의 도입부터 운영까지 전 주기에 이르는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6년 완공 예정인 광양 LNG 제2터미널의 저장탱크와 벙커링 전용 부두를 활용해 LNG 조달부터 벙커링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항만 운영 주체로서 LNG 벙커링 활성화를 위한 안전성 검토와 정책 제도 지원을 맡는다. 포스코플로우는 선박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2027년 인도 예정인 1만2500㎥급 LNG 벙커링 선박의 건조·운영을 책임진다.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를 계기로 연료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LNG 추진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향후 10년간 신조 선박의 약 30%를 LNG 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LNG 벙커링은 △선박 간 공급 △항구 설비를 통한 공급 △육상 탱크·트럭에서 직접 공급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선사의 핵심 관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여수광양항은 연간 6만5000 척의 선박이 입항하고 2억1300만 톤의 수출입 물동량을 처리한다. 아시아·태평양 항로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데다 일본 3대 해운사 등 글로벌 선사의 벙커링 잠재 수요도 확인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내년 3분기까지 광양 제2터미널 벙커링 전용 부두를 완공하고, 제1·2터미널을 합쳐 총 133만킬로리터(㎘) 규모의 LNG 저장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7년 5월에는 1만2500㎥급 전용선을 투입해 동남권 항만에서 LNG 벙커링 서비스를 개시하고, 글로벌 선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홍상표 여수광양항만공사 운영부사장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 속 LNG의 선박연료용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협약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LNG허브항만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3개 기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창기 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사업본부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터미널을 기반으로 탐사부터 공급까지 전 밸류체인을 갖췄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3사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LNG벙커링 공급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유사, SAF로 에너지전환·수익창출 ‘일석이조’ 노린다

국내 정유업계가 최근 정부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의무화 정책 발표 및 SAF 얼라이언스 발족을 계기로 'SAF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SAF는 폐식용유, 동·식물 기름, 도시 폐기물,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해 만든 항공 연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보다 최대 80% 줄일 수 있는 연료로 평가받는다. 기존 내연기관 엔진에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에 정유사들이 SAF를 석유산업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고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하는 미래 산업으로 꼽고 있다. 우리 정유업계가 기존 원유 정제설비를 활용한 '코-프로세싱' 방식을 중심으로 단기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생산성과 수익성의 한계와 정부 차원의 SAF 생산 지원 정책 부족으로 그동안 총력을 기울이지 못한 상태였다. 정유업계는 글로벌시장에서 SAF산업을 지속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설비 투자를 비롯해 제조와 판매에서 인센티브도 정부 차원에서 제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국내외에서 항공유로 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한다는 움직임이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8월 'SAF 확산 전략'에 에어 올해 9월 19일 시기별로 SAF 사용 최소 비율 규제를 담은 '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공개한 데 따른 대응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오는 2027년부터 항공유에 SAF를 최소한 1% 섞어 사용해야 한다. 이어 혼합의무 비율을 2030년 3~5%, 2035년 7~10%로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SAF 혼합 의무 움직임은 이미 해외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시행 중이다. 노르웨이는 2020년부터 SAF를 항공유에 일정 비율 혼합하는 정책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SAF 혼합 의무 비율을 2%로 규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이를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현재 정유 4사가 원유를 정제하는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고 있다. 원유를 가열해 가솔린, 나프타 등으로 분리하고 촉매 반응을 품질을 강화하는 설비에서 바이오매스 등 같은 원료를 투입해 전처리와 증류 같은 처리를 한다. SK에너지가 SAF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연간 10만톤(t)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 사례도 코-프로세싱 방식이 적용됐다.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상시적으로 투입하는 설비를 마련하고, 바이오 원료를 안정적을 확보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 자회사를 통해 폐자원 기반 원료 업체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들은 해외 시장에서부터 공급 실적을 쌓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6월 일본에 공급하면서 4사 중 가장 먼저 공급 실적을 쌓았고, GS칼텍스는 9월 핀란드 네스테사의 SAF를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제조한 제품을 일본에 수출했다. SK에너지는 올해 1월 유럽 SAF 시장을 국내 정유사들 중 처음으로 뚫었고, 홍콩 캐세이퍼시픽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는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지난해 9월부터 대한항공 인천-하네대 노선에 SAF를 공급했고, 올해 9월부터는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각각 대한항공 인천-고베, 김포-오사카 노선에 공급하기로 했다. 아직은 정유사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SAF 코-프로세싱의 수율이 10% 미만인데다 생산 단가가 일반 석유계 항공유보다 2배가량 비싸다. 오는 2027년 당국 예고대로 SAF 규제가 시행되면 정유사들이 더 큰 생산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당국이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각각 최대 40%와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신규 투자에 대한 정책금융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생산성 향상과 시장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조금 같은 더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해외 국가들에서는 이미 SAF 사용을 일정 비율 만큼 의무화하며 인센티브 정책을 같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는 EU 정책에 더해 정유사들이 SAF 생산설비에 투자하면 최대 45%까지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SAF 구매 보조금을 t당 500유로까지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근거로 SAF 생산에 대한 세액공제를 갤런((약 3.78리터)당 1.25~1.75달러를 부여한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화학, AI반도체 패키징 첨단 절연재 개발 완료

LG화학이 온·습도 변화에 강하고 미세회로를 구현하는 감광성 절연재(PID)를 내세워 인공지능(AI) 시대 고성능 반도체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LG화학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인 액상 PID 개발을 완료했다고 29일 밝혔다. PID는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미세 회로를 만들어준다. 전기 신호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고 회로의 정밀도를 높여 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첨단 패키징 공정의 핵심 소재다. 고성능 반도체일수록 더 촘촘하고 정밀한 회로가 필요해 반도체 산업에서 PI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G화학의 액상 PID는 고해상도 구현이 가능하다.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경화되고 수축·흡수율이 낮은 특성으로 공정 안정성을 높였다. 과불화화합물(PFAS), 유기용매(NMP) 등을 첨가하지 않아 환경 규제 대응도 용이하다. 아울러 LG화학은 디스플레이·반도체·자동차 등 전자소재 분야에서 축적해온 필름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최상위 반도체 회사와 협업해 필름 PID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의 고성능화로 반도체칩 뿐만 아니라 기판에서도 대형화와 미세 회로 구현이 요구되고 있다. 기판이 커질수록 온도 변화에 따른 팽창·수축 차이로 균열이 발생하기 쉽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칩에 사용되는 액상 PID는 기판의 양면 적용과 균일한 도포에 어려움이 있었다. LG화학이 개발중인 필름 PID는 부착 형태로 대형 기판에서도 두께와 패턴의 균일성을 유지하는 특성을 구현했다. 높은 강도와 탄성, 낮은 수분 흡수율로 반복적인 온도 변화에도 균열 발생을 최소화했다. 기판 업체들이 이미 보유한 라미네이션(Lamination)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고객의 첨단 패키징 혁신을 위한 다양한 소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단순한 소재 공급을 넘어 고객과 함께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中 ‘석유화학 굴기’ 선언…K-석화 개편 ‘내우외환’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중국 비상령이 내려졌다. 가뜩이나 위기에 빠진 우리 석화업계가 구조개편 요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중국 정부가 자국 석유화학산업을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석화 굴기'를 선언하며 한국 석화산업 추월의 강한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석화업계의 추격에 맞서 우리 석화업계가 고부가가치 소재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중국 정부가 자국 석화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스페셜티 소재 개발 및 육성에 속도를 내기로 해 국내의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29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공업정보화부(MIIT)를 비롯한 중국 정부 부처들은 최근 중국 석유화학산업을 올해와 내년 연 평균 5% 넘게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과학·기술 측면에서 혁신을 이루고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도 줄인다는 목표도 밝혔다. 아울러 전기화학과 고급 폴리올레핀 같은 중요한 제품군에서 성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비전도 공개했다. 폴리올레핀과 전기화학 분야는 현대 산업의 필수 소재로, 폴리프로필렌(PP)과 합성고무 같이 다양한 형태를 구현하는 기본소재다. 전기화학도 반도체와 전자부품 제조 등에 필요한 고순도 화합물을 생산하는 분야이다. 그동안 두 분야에서 한국 석화사들이 강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LG화학·DL케미칼 등 국내 석화기업들이 자동차 내장재와 전선 피복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또한, 금호석유화학은 타이어용 합성고무를 고부가가치 소재로, LG화학은 동박적층판(CCL)과 비도전성 필름(NCL), 적층 필름(BUF) 등 반도체 칩·패키징용 소재로 개발·양산하며 시장 우위를 구축해 왔다. 그럼에도 중국의 석화산업 육성 계획은 국가의 막대한 기술 개발 지원을 토대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 석화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동안 중국 석화사들도 폴리올레핀과 전기화학 소재를 생산해 왔지만 품질 면에서 한국에 열세였다. 그러나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해 중국 정부가 석화 소재 기술력 고도화의 의지를 드러낸 만큼 그동안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려는 우리 석화업계로선 위기감과 함께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 같은 현상이 석화산업에서도 가능하다는 전망 때문이다. 다행히 석화 수요 자체가 위축돼 있는 글로벌 시장 여건이 그나마 우리 석화업계에 시간 벌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선 안도를 주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석화업계도 기초 소재의 생산량 감축과 고부가가치 기술력 강화라는 양대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석화산업 육성 정책이 국내 석화업계의 구조개편 움직임 가속화와 함께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지원 논의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도 폴리올레핀과 전기화학 소재 자체를 생산하고 있어 이번 발표가 소재 물성과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중국도 감산에 나설 정도로 세계 석화 시장 자체가 공급 과잉에 빠져 있어 한국, 중국 관계없이 석화 소재 수요가 크게 증대되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석화산업 특별법)'의 조속 제정을 통해 정부의 직접 지원과 기술 개발 청사진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중국의 앞발 앞선 조치로 자칫 '국가 지원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걱정어린 지적도 제기됐다. 앞의 석화업계 관계자는 “최근 석화사와 정유사 간 합작법인(JV) 설립 방안이 해법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당국이 도와야 석화특별법 제정이나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석화업계, 30일 채권단 협약식 앞두고 ‘긴장’

정부로부터 '자율 구조조정' 통첩을 받은 석유화학업계가 오는 30일 열리는 정부 및 채권단과 협약식을 앞두고 개별기업 자구 노력과 석화산업 재편안의 내용과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석화기업들로선 개별 자구안과 사업 재편안을 조율해 피해를 줄이면서도 산업 회복을 위한 재무 개선을 요구하는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고, 정부와 채권단을 설득해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져 정부가 자구안 마련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넘길 경우 구조조정의 주도권이 정부와 채권단에 안겨지는 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기업의 재무부담 완화에만 집착할 경우 위기에 빠진 석화산업의 재편 실효성을 놓칠 수도 있어 이래저래 이해타산을 따지는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재무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자구안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석유화학기업 채권단은 오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모여 산업구조 혁신 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식에 참여하고 석화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협약식에서 금융위와 채권단은 석화 기업들과 대주주가 성의 있는 자구책과 효과적인 사업 재편안을 내놔야 금융 지원을 해준다는 원칙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자구안 기준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석화기업들이 채권단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시황 부진으로 자구안 및 사업 재편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5일 발표한 '구조조정의 문턱에 선 석유화학산업, 공급과잉 시대의 생존전략' 자료에서 지난해 말 기준 석화기업 13곳의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28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2년 말보다 10조원가량 늘었다. 단기성차입금은 단기차입금에 유동성 장기차입금, 유동성 사채, 유동성 리스부채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채권단)이 석화기업들을 향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강조하며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주요 은행들과 가진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석화기업들을 향해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석화업계 일각에서 정부의 '선(先) 자구 후(後) 지원' 방침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권 부위원장은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하려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의 구체적인 원칙 제시도 석화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전체 과정 중 하나"라며 “석화기업 자구안에 대한 채권단의 요구사항이 나와야 현실성 여부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책과 사업 재편안을 요구받는 입장이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업 재편과 정부 지원이 시급한 석화기업들과 성의 있는 자구책을 요구하는 금융권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석화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화기업들은 손실을 최소화하며 채권단에 자구 의지를 보여주고, 사업재편 기대 효과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선 자구 후 지원 방침에 석화기업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신호탄을 쏠지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생산 능력을 전체의 18~25%인 270만~370만톤만큼 줄이기로 한 목표를 석화기업들이 알아서 분담해야 해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사업 재편 방향을 확정하는 과정도 변수다. 손실 최소화와 재무 안정성 강화에 무게가 쏠리면 생산설비 통폐합의 실질적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석화사-정유사 간 합작회사(JV) 설립으로 에틸렌 등 석화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원유 정제 설비와 NCC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대표적이다. 원유 수입·정제부터 석화 소재 생산에 이르는 공정을 하나의 기업 안에 마련하는 '수직 계열화'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생산 수직 계열화를 목적으로 JV를 설립한다고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JV를 통한 수직 계열화 효과를 어떻게 낼지까지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설비가 조금씩 다른 데다 위치도 떨어져 있는 공장을 하나의 JV로 통합한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석화 산업 수직 계열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에쓰오일 울산 샤힌 프로젝트는 생산설비 설계·조성 단계부터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샤힌 프로젝트는 정유와 석화 소재 생산을 통합해 '공정상 이득'을 얻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서로 다른 곳의 시설에 설치된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면 실질적으로 공정상 통합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금융권에서 석화기업들의 자구책과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할 때 경영상 효율화만을 보기보다는 정유-석화 JV 설립 이후 기술 통합 시너지와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까지 기술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권이 석화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화학, 석화 구조조정을 ‘실적 반등’ 전화위복 삼는다

LG화학이 국내외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 움직임 속에서도 '실적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광범위한 화합물을 만드는데 쓰이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시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국내 최대로 보유한 LG화학의 실적 회복 기대감은 정부와 채권단이 석유화학업계에 연말까지 NCC 감산 자구안 마련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도 에틸렌 감산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짜사업 매각에 따른 유동성 확보, 배터리와 첨단소재·생명과학 등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토대로 석화 부문을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2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330만톤으로 국내 생산의 25.8%를 차지해 단일기업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다만, 다른 석화기업들과 달리 여천NCC나 HD현대케미칼과 같은 합작법인(JV) 설립에 참여한 적이 없다. 국내외 장기 침체로 위기에 빠진 석화업계는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기업별로 에틸렌 생산 감축 자구안을 올해 연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으로 에틸렌 생산설비를 최대 370만톤까지 감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누가 먼저 감축안을 제시할 지 서로 눈치게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최대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LG화학에 눈길이 먼저 쏠릴 수밖에 없다. 업계는 LG화학이 이번에 NCC 생산 구조조정을 거치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세를 탈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배경에는 먼저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 기업들을 앞선 중국 석화기업도 자국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통보를 받은 점이 작용한다. 이르면 이달 중 중국 석화기업들은 과잉생산을 줄일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럽지역 석화기업들도 에틸렌 설비 폐쇄 및 매각을 추진중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대규모 석화산업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인 시설 감축 흐름으로 에틸렌 가격이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가격은 이달 24일 기준 톤당 81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743달러까지 떨어진 뒤상승세가 이어졌다. LG화학의 사업 다각화도 실적 부진 탈출의 요인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연결 기준)에 매출 23조5389억원, 영업이익 9145억원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석화부문 매출은 9조3043억원으로 전체의 39.5%를 차지했지만, 1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에 첨단소재 부문에서 매출 1조3251억원, 영업이익 188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4%를 넘겼고,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도 매출 11조8304억원, 영업이익 8668억원 기록했다. 기초석화 소재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소재도 생산해 왔다는 점에서 석화부문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전환의 토대도 다졌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LG화학은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과 아크릴로나이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수지(ABS)로 각각 연간 116만톤, 95만톤을 생산한다. 기초소재인 에틸렌과 프로필렌(194만톤) 다음으로 큰 생산능력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들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매각하며 재무 체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수처리 필터(워터 솔루션) 사업을 1조4000억원에 사모펀드기업 글렌우드 PE의 특수목적법인에 양도하기로 결정했고, 8월에는 에스테틱 사업을 2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같은 재무 체력을 기반으로 LG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업 가치제고 계획을 통해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과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소재, 신재생에너지 산업용 제품 같은 지속가능사업을 키우고 저탄소 사업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지역별로 사업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석화기업과 채권단의 석화산업 구조개편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식에서 개별기업의 에틸렌 감축 및 사업재편 등 자구 계획안을 놓고 쌍방간 치열한 눈치싸움과 조율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도 자체 에틸렌 감축 규모의 윤곽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맞춰 감축에 부응하는 동시에 사업 매각, 신성장산업 전환을 통해 실적 회복 및 수익 개선을 빠르게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HD현대케미칼, LNG 해외 직도입…“석화업계 최초”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해 만든 HD현대케미칼이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직도입해 원가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HD현대케미칼은 충남 대산 본사에서 프랑스 종합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와 LNG 장기 직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해외 LNG 직도입 계약을 한 것은 HD현대케미칼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국내 석화기업들은 한국가스공사나 국내 대형 에너지기업을 통해 LNG를 들여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HD현대케미칼은 오는 2027년 1월부터 2034년 12월까지 연간 20만 톤의 LNG를 국내에 도입한다. 직수입한 LNG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연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 연료인 부생가스 대비 21% 수준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HD현대케미칼은 한국가스공사의 LNG 터미널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도입한 LNG의 저장 및 관리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인천·평택·통영·삼척에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LNG 터미널을 활용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HD현대케미칼은 이번 계약이 원가 경쟁력 강화를 넘어 토탈에너지스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토탈에너지스는 석유·가스를 비롯해 전력, 수소, 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 정임주 HD현대케미칼 대표는 “이번 LNG 해외 직도입은 안정적인 연료 도입과 원가경쟁력 확보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의 협업을 지속 확대해,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석화 구조조정 지연에 정부 “속도 내라” 압박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산업의 회생을 위한 개별 기업 차원의 자구안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정부가 구조조정 속도전을 강조하며 사전정지 작업에 나서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석화업계는 구조조정 작업이 오래 걸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일단 알짜 계열사의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자칫 석화산업 구조개편이 긴 호흡으로 진행될 경우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석화업계의 자구책 마련과 신속한 이행을 정부가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주요 석화기업 10곳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나 기업결합 심사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석화 사업 재편 과정의 일환으로 합작법인 설립 같은 기업결합 방식이 거론되면서 양측이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 방법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와 석화기업들이 구조조정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지만, 통폐합 내용이 결정되면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석화기업들에 미리 안내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석화기업 간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려면 담합과 독과점 가능성을 검토하는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결합 심사는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기업결합 심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으면 자칫 석화 구조조정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질 수 있어 규제당국이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와 석화업계 간담회를 계기로 해당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라는 채찍과 자구책이라는 '뼈를 깎는 고통'에 대한 당근을 동시에 받게 됐다. 석화기업들은 지난달 20일 맺은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최대 370만톤(t) 감축 △고부가가치(스페셜티)·친환경 제품 중심 전환 같은 구조조정 내용을 약속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석화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선(先) 자구 후(後) 지원 원칙을 내세웠다. 석화 기업들은 NCC 생산량 감축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달 19일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 석화기업들을 향해 “기업 간 진행중인 협의에 속도를 내 사업재편 계획을 빠르게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며 “정부도 맞춤형 패키지 지원방안을 마련해 기업 사업재편계획 이행을 위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통폐합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NCC 중심의 화학기업 생산시설을 정유기업으로 넘기는 방향이다. 정유기업이 나프타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 NCC를 통해 소재를 뽑아내는 수직계열화로 효율적인 산업 재편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수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를 각각 통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대산에서는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간 합병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누가 먼저 구조조정 첫 발을 뗄 지 기업들 간 눈치작전이 계속되면서 생산량 감축·구조조정 이외의 카드도 꺼내려는 분위기다. DL케미칼의 석유화학 자회사 카리플렉스 매각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카리플렉스는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수술용 장갑에 필요한 이소프렌 고무와 이소프렌 라텍스를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 2400억원과 순이익 255억원을 창출했다. 그러나, DL케미칼은 22일 “카리플렉스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한국 석화사업 재편이 시급한 만큼 기업들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자구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석화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나섰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버틸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면 스페셜티 중심으로 석화 산업을 재편한다는 전략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산업은 성장하는데 한계에 다다른 데다 중국과 중동 기업의 부상으로 더 어려움에 처하고 있어 산업 구조조정 이슈가 떠오르는 것"이라며, “공정위 같은 규제기관 입장에서도 석화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기업결합 심사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가능한 빠른 속도로 진행하도록 돕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화학, ‘365일 가동’ 로봇 자동화 실험실 구축

LG화학이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갖춰 연구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여건을 마련했다. LG화학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분석연구소에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했다고 22일 밝혔다. 분석연구소는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정밀 분석해 LG화학의 차세대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번 로봇 자동화 실험실 도입으로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고온, 고농도 산 처리 등 위험하고 반복적인 분석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안전과 분석효율이 동시에 향상됐다. 담당자가 분석 시료를 보관함에 넣으면 로봇이 출고부터 시료 전 처리, 분석, 시료 폐기까지 한 번에 수행한다. 분석 데이터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입력돼 고객 요청에 매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365일 실험이 가능한 연구 환경이 조성된다.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근무 시간에 맞춰 실험 준비와 진행에 직접 투입됐지만, 연구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실험 진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연구원들은 신규 분석법 개발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여건을 확보했다. LG화학은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서울 마곡지구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캠퍼스에도 분석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분석 데이터 해석까지 연계한 인공지능 전환(AX) 융합 자동화 실험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화학 소재 연구개발(R&D) 과정에도 AI를 도입해 효율성과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자체 AI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 AX를 진행 중인 가운데 LG화학도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토대로 AX에 속도를 낸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신약 개발에 이어 화학 소재 연구개발(R&D) 분야로 AI를 이용한 연구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구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분석 자동화는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연구원들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차세대 소재 경쟁력을 선도하고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 中에 잠식···지원 확대 시급”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태양광 모듈 보급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 보급시장에서 국산 모듈 비중은 2019년 78.4%에서 지난해 41.6%로 급감했다. 중국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6%에서 58.4%까지 증가했다. 국내 태양광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 인버터 등에서 일정 수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산화율이 하락하고 있어 기술력과 시장을 동시에 지켜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국내 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해외 의존도가 심화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 정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산 태양광 모듈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기후테크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탄소중립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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