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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신생 화물 항공사, 국토부 신규 운수권 배분에 수익성 확보 기대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국제선 운수권을 배분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28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항공교통심의위원회는 30개 노선의 운수권을 11개 국적 항공사에 배분했다. 국토부 국제항공과 관계자는 “이번 운수권 배분으로 다양한 지방발 국제선이 확충돼 지역 주민들의 이용 편의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중 여객 노선 기준 가장 많은 운수권을 확보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다. 이 회사는 청주-인도네시아 발리 주 3회, 지방-몽골 울란바토르 주 3회, 한국-우즈베키스탄 주 3회, 한국-호주 주 300석, 한국-필리핀 마닐라 주 1323석, 한국-카자흐스탄(인천-알마티 제외) 주 3회, 한국-키르기즈스탄 주 3회 등 총 7개 노선에 운항편을 투입할 수 있게 돼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다. 앞서 티웨이항공 측은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노선을 확대하며 공급 우위를 선점하고,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한 적절한 운수권 획득으로 5자유 수요를 유치하는 노선도 개설해 운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적극적인 부정기편 운항을 통한 기재 가동률 극대화와 신규 판매 채널 개발, 여객 니즈에 부합하는 부가 서비스 개발을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는 호주 노선에 주당 좌석 1241개를 공급한다. 이 노선의 경우 기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분 운수권을 티웨이항공과 나눠갖게 돼 4개 항공사가 경합하게 된다. 이 외에도 에어프레미아는 국내발 마닐라행 여객기를 주당 2240석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띄울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15일 대한항공과 인터라인 체결을 마쳤다. 운수권 배분과 대한항공과의 협력으로 에어프레미아는 다소 부실했던 단거리 노선망 확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항공은 지방-울란바토르 주 3회, 한국-마닐라 주 1260석, 청주-마닐라 주 720석에 대한 운수권을 따내 영업력 강화가 예상된다. 부산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삼게 될 화물 전문 항공사 '시리우스항공'도 국토부로부터 상당한 분량의 운수권을 받았다. 이곳은 내달 중 본격 영업에 돌입할 예정으로, 올해 1월 말 항공화물운송사업면허를 취득했다. 이 회사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미주와 유럽 등 중장거리 화물 노선에 중점 취항한다는 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아직 보유 기재는 없다. 그러나 올해 중 A330F 3대, B777F 1대, 내년 B777F 2대, 2026년 B777F 2대, 2027년 B777F 2대 등 총 10대로 이뤄진 화물기단을 꾸린다는 방침이다. 시리우스항공은 해당 화물기들을 활용해 나리타 외 이원 5자유(싱가포르) 주 5단위, 중간 5자유(싱가포르) 주 6회, 태국 중간 5자유 주 5회, 한국-카자흐스탄 3~5자유 주 6회, 태국 이원 5자유(아시아) 주 6회, 한-벨기에(3~5자유) 주 3회, 한국-폴란드 주 2회, 한국-카타르 주 4회, 한국-튀르키예 이스탄불·앙카라 주 2회 등에 취항하게 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주황색 옷’ 갈아입은지 벌써 1년…한화오션, 화려한 부활

한화오션이 출범 1년 새 각종 지표상 실적개선의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개선세가 뚜렷한 재무 실적을 바탕으로 한화오션은 성공적인 항해를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2836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8.60% 늘었고, 628억원 적자였던 영업손실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204억원에 달하던 분기 순손실은 510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금융 수익 역시 1950억원에서 3032억원으로 55.45% 증가했다. 기업 체력의 척도인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6488억원으로 무려 514.40%나 불어났다. 이는 옛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5월 한화그룹 품에 안김과 동시에 주황색 '트라이 서클' 로고를 단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꾼 이래 꼭 1년 만에 이뤄낸 쾌거라는 평가다. 이와 같은 화려한 변신은 2조원대 유상증자 흥행과 상선·해양 및 특수선(군함) 수주량이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상선과 해양 및 특수선 매출은 지난해 1분기 각각 1조1446억원, 3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조9418억원, 4196억원으로 뛰어올랐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당사 선박·해양 플랜트·특수선 사업부의 판매 전략은 선별 고가 수주를 통한 수익성 확보와 시장 변동에 신속한 대응, 신규 시장 진출 기반 구축"이라며 “로컬 컨텐츠와 연계해 토탈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신조 선가는 현재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환경 규제에 따른 선박의 저속 운항과 친환경 연료 추진 엔진 장착, 추진 연료 교체 등이 시장의 주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향후 친환경·고효율 선박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운항 실적을 바탕으로 '탄소 집약도 지수(CII)'결과가 처음 발표될 예정이고, 낮은 등급의 선박 운항이 제한됨에 따라 교체 수요 발주 증가가 기대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조선소들이 충분한 수주 잔고를 확보해둬 판매자 우위 시장 구도가 형성돼 선주들과의 선박 발주 협상에 있어 유리한 추가 수주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함정 시장은 우리 해군이 추진 중인 대양 해군·스마트 네이비 건설 목표에 따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호위함·잠수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 함정 시장은 국가별 함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점차 신규 함정 소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화오션 특수선 사업부 관계자는 “첨단 수상함·잠수함 건조 실적을 바탕으로 방위사업청·해군과 후속 발주 함정에 대한 긴밀한 협조를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장차 인접국들의 해군 무기 현대화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 하고 있고, 이와 연계한 시장 개척 또한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지난해 닻을 올리며 회사 슬로건을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정했다. 이에 입각해 한화오션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스마트십·스마트 야드 솔루션을 확보하고 미래 선박 개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무탄소 연료 등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R&D)과 스마트십, 자율 운항 등 미래 선박 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환경 규제와 에너지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제품 모델·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에어프레미아, 대한항공과 ‘인터라인’ 체결…단거리 하늘길 확장 박차

국내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대한항공과의 협력을 통해 노선망을 더욱 넓혀간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과의 '인터라인' 협정 체결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와 대한항공 간 '인터라인 이-티켓팅' 시스템이 지난 15일부터 적용됐다"고 말했다. 인터라인은 복수의 항공사가 운항하는 여정을 항공권 한 장에 묶어서 발권하는 것이다. 가령 특정 지점까지는 A 항공사 비행편을 이용하고, 그 이후의 구간부터는 B 항공사의 비행편을 탈 수 있어 '비행기 환승'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장거리용 여객기 보잉 787-9 드림라이너 5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단거리 노선망이 상대적으로 부실해 이를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 맏형' 격인 대한항공과 손잡고 영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왔다. 에어프레미아는 앞으로도 국내 타 항공사들과도 인터라인을 꾸준히 맺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과 관련해 미국 연방법무부(DOJ)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독과점 해소 차원에서 에어프레미아에 자사 보유 여객기도 임대해주기로 했다. 또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은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운수권 배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곧 운수권을 국내 항공사들에게 나눠주기로 해 양사 간 협력 수준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창간 35주년] [기업도 대비한다②] 똑똑해지는 제조업 공장···‘스마트 생산’ 박차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추후 국내 산업계의 '인력 부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 HD현대 등 제조업계는 '스마트 생산'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조선기업 등은 인공지능(AI), 로봇,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률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사망자는 늘고 출생아는 줄면서 인구수가 역성장하고 있다. 인구감소는 곧 인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특히 마땅한 자원 없이 오로지 기술과 노동력으로만 성장해온 한국의 경우 인력 부족은 사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실제로 여러 조선업계는 호황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업계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 조선소 등 자동화 생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의 센서를 통해 AI가 상황을 인식하면 컴퓨터가 분석, 판단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제조 방식이다. 한 라인에서 비슷한 차량만 찍어내는 것이 아닌 소비자의 취향, 부품 공급 상황을 예측해 생산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러한 기능을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반 유연 생산 시스템 △현실과 가상을 동기화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 활용 생산 운영 △인간과 로봇이 조화를 이루는 제조 공정 등 다양한 환경 변화와 고객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또 로봇과 사람의 유기적인 연결도 HMGICS의 특징이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작업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지시를 내리면 부품, 차체, 조립 등 각각의 공정에 배치된 로봇들이 최적의 타이밍과 경로를 계산해 업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공정 전반에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근로자는 반복적이고 무거운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어 HD현대,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이다. 이 기술은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 기술을 통해 조선소의 자동화율을 높여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최근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의 1단계 목표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완료했다. 눈에 보이는 조선소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조선소 '트윈포스(TWIN FOS)'다. 이를 통해 건조공정의 상황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대기시간 절감, 중복업무 감소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HD현대는 오는 2030년까지 FOS 프로젝트를 완료해 생산성 30% 향상, 공기 30% 단축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미국선급(ABS)과 2026년까지 '디지털 십빌딩' 기술 검증을 위해 협력한다. 디지털 십빌딩은 선박생산의 모든 과정을 가상 현실 기법을 이용해 구현하는 것이다. 이어 한화오션은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구축해 안전성을 제고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 숙련직 감소에 대처할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FOS 고도화를 통해 생산성 혁신을 이루고 조선업계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단독] 대한항공, 올 7월 B787-10·12월 A350 도입 확정…‘여왕·호텔’ 공백 메운다

대한항공이 차세대 고효율 여객기들을 연내 들여와 퇴출이 예정된 대형기들의 좌석 공급 역할을 맡긴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올 하반기 보잉 787-10과 에어버스 A350 초도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사정에 정통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787-10과 A350 시리즈를 각각 7~8월, 12월에 인도받는다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그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신조 787 여객기 하반기 도입설이 무성했지만 세부 형식과 에어버스 기종, 월 단위 일정까지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9년 6월 19일 파리 에어쇼에서 11조원 규모의 787-9 10대와 787-10 10대 등 여객기 총 30대를 구매·리스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보잉과 계약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신규 항공기 제작 수요가 대폭 감소했고, 이에 따라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보잉은 자사 숙련공들을 대량 해고했다. 이 여파는 코로나19가 걷힌 현재까지도 지속돼 항공사들이 제때 계약분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계약 체결 이후 약 5년 만에 신조 여객기 787-10을 들여오는 셈이다. 올해 2월 보잉 사우스 캐롤라이나 딜리버리 센터에서는 대한항공 787-10 드림라이너 HL8515·HL8536·HL8537·HL8538 등 4대가 주기돼있는 모습이 포착돼 신빙성을 더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1년 8월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A380은 5년, 747-8i는 10년 내로 처분하겠다"고 했다. 비효율 기재 정리를 통한 내실 경영을 기하기 위함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항공사별 2024년 기재 도입 계획'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27대를 처분한다고 항공 당국에 보고했다.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어서 변동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 중에는 747-8i 3대, 747-400 1대, 777-200 3대, A380-800 3대 등 대형기 10대가 포함돼 있다. 당초 조 회장의 방침보다 다소 이르지만 실제 대한항공은 최근 A380-800 3대에 대한 파트 아웃 작업을 진행해왔고, 747-8i 5대는 미국 방위 산업체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제작사들의 공급망 문제로 인해 주문한 중대형 신형 기재를 단 한 대도 못 들여왔던 만큼 여객사업본부의 좌석 공급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고, 대형기 처분이 현 시점에서는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공급망 이슈가 빠르게 해결되는 모습"이라며 “분명히 올해 안으로 신조 여객기 인도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밝혔듯, 당사는 내년 9월 30일까지 747-8i를 매각한다는 입장이어서 하루라도 더 운용해야 이득"이라며 “신조기가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송출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여객기의 아이콘'이자 '하늘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보잉 747과 '하늘 위의 호텔'로 통하는 A380은 장거리용 4발 대형 제트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엔진 갯수가 많아 정비 비용이 쌍발기에 비해 많이 들고, 연비도 최신 기종보다 낮다는 단점이 있고, 탄소 중립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 퇴역하는 추세다. 한편 엔진 기술의 발달로 항속 거리가 길어지고 기계적 신뢰도가 입증됨에 따라 대세는 쌍발기로 굳어지고 있다. 787-10은 1만1910km, A350 시리즈는 형식에 따라 연료를 최대 적재량까지 실어 1만5000~1만8242km를 비행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747-8i와 A380-800은 각각 346석, 407석을 탑재하고 있다. 옵션에 따라 앞으로 들여오는 787-10에는 330~440석, A350-900에는 325~440석, A350-1000에는 366~475석이 장착돼 대체기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엑설런스 인 세이프티”…‘지휘통제실 새단장’ 대한항공, ‘안전’ 자신감 드러냈다

“안전 정책·목표, 항공 안전 위험도 관리, 항공 안전 보증, 항공 안전 증진. 이 4개의 축으로 이뤄진 안전 문화는 대한항공의 철학입니다."(유종석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 23일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운항 체계 소개' 행사를 개최해 '종합 통제 센터(OCC, Operations & Customer Center)'·정비 격납고·항공 의료 센터·객실 훈련 센터 등 자사 핵심 시설을 최초 공개했다. ◇OCC, '피로 쓰여진 역사' 반복 않겠다는 강한 의지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2년 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지난해 12월 새로이 문을 연 OCC였다. 군 부대의 지휘통제실과 같은 이곳에는 운항 중인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들의 항적과 테러·재난·자연 재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OCC답게 위성 전화 시스템(SATCOM)도 설치해둬 운항 중인 항공기와 실시간 통신이 가능했다. 다수의 회선이 참여해 객실 내 불법 행위 등 각종 비정상 운항 요인 발생 시 지체 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현장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 대한항공 안전성에 믿음이 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양한 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운항 안전을 도모할 수 있어 OCC는 소통과 협력, 협업 3가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OCC 중앙에는 '의사결정 존'이 있었고, 또 △운항 관리 센터(FCC) △정비 지원 센터(MCC) △탑재 관리 센터(LCC) △네트워크 운영 센터(NOC) 등 안전·고객 서비스 담당 조직으로 나뉘어 있었다. FCC는 항로·연료·탑재량·비행 시간 등 사전 계획에 입각한 운항 여부를 확인하며 운항 승무원에게 안전하고 가장 적절한 운항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MCC는 운항 중인 항공기에 정비 기술을 지원하고, 필요 시 해외 지점에 정비사도 파견한다. LCC는 승객 좌석·화물 탑재 위치를 결정하고 허용 범위 내 항공기 무게 중심을 관리한다. NOC는 기상 정보를 파악해 항공기와 운항·객실 승무원 스케줄을 운영하고, 비정상 상황이 생겨나면 전사 각 부문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다. 대한항공의 운항 안전은 '피로 쓰여진 역사'다. 특히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 연속 발생한 보잉 747 폐기 처분 사고 이후 조양호 당시 대한항공 사장은 '절대 안전'이라는 핵심 가치 하에 200억원을 투입해 델타항공과 항공 안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운항과 정비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최저 항공 보험 요율을 적용받을 정도로 '안전한 항공사' 이미지를 되찾는 데에 성공했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출입 기자에게 자랑스레 OCC를 공개한 것은 지난날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마친 후에도 흔들림 없는 안전 운항을 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처럼 느껴졌다. ◇세계 최초 빌딩 내 격납고 품은 '항공 기지'형 복합 건물 두 번째로 가본 곳은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하늘색 지붕의 김포 정비 격납고였다. 서소문 사옥의 현장 지원 기능과 김포공항 곳곳에 퍼져있는 운항·객실·정비·지원 시설을 한데 모아 유기적으로 연결한 현장 중심의 경영 체제의 상징처럼 보였다. '항공 기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 했던 'ㄷ' 모양의 이 건물은 중심부에 초대형 격납고가 자리 잡고 있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복합 건물이다. 총 부지 6만6000평, 연면적 4만1200평으로 김포공항 전체 부지의 35분의 1에 해당하는 대단위 규모를 자랑한다. 대한항공은 1997년 5월 공항동 오퍼레이션 센터(OC)빌딩 내 대형 격납고를 포함한 축구장 2개 규모의 김포 정비 기지를 구축했다. 대한항공이 건물의 50%인 지하 1층과 지상 1~3층을 정비 공간으로 할애하는 건물 설계를 실행에 옮긴 것은 안전 운항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보잉 747 2대와 A330 항공기 1대, 또는 소형기 7대를 동시에 주기시켜 기체와 부품 정비 작업을 수행하고, 지하 1층에는 항공기 예비 자재 저장, 지상 1~2층에는 각종 수리 시설, 3층에는 엔지니어들의 공간을 집중 배치해 단시간에 인력과 물자를 격납고로 투입할 수 있다. 가상 항공기 정비 훈련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비롯해 텔레스코픽 플랫폼과 같은 첨단 기기 등 완벽한 정비 시스템도 갖췄다. 기종별로 상이하나, 이 덕분에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결항 없이 계획된 시각에 출발하는 정시 운항률은 작년 기준 99.17~99.84%를 기록했다. 전 세계 항공사 평균보다 1~2% 높은 수치다. 최근에는 항공기에서 수집한 각종 빅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 발생 전 선제적으로 정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예지 정비 조직을 신설했다. ◇항공 의료 센터, 'FMS'서 지속 가능성 찾는다 항공사의 핵심 인력인 운항·객실 승무원들은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로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은 승무원 자원 관리(CRM)의 일종인 '피로 관리 제도(FMS)'에 입각해 지난해 항공의료센터를 최신식 설비와 장비를 갖춘 의료 시설로 바꿨다. 이들을 위해 맞춤형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의료 기관과 연계한 수면 다원 검사를 지원한다. 특히 운항 승무원의 정신 건강은 안전 운항과 직결되기 때문에 심리 상태·음주 등 생활 습관·인지 기능 등은 더욱 각별한 관리 대상이다. 기내 응급 환자 발생시를 대비해 숙련된 의사들로 구성된 '24시간 응급 의료 콜 시스템'도 상시 가동 중이다. 이들은 지난 2월 기내 '닥터 콜'이 불가하자 의료 조언을 해 한 네팔인 승객을 살려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속적인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내 의료 기기를 개선하고, 응급 처치 방식을 보완하는 등 최선의 응급 의료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사장)은 “비용 지출이 상당하지만 당사는 안전 운항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들을 직접 고용해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들의 의료 지원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전과 같은 객실 승무원 양성의 장, '객실 훈련 센터'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객실 훈련 센터였다. 대한항공 정보보안실은 기내 준법 지원 프로그램(IDRP, In-flight Disturbance Respons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사법경찰직무법 제7조·항공보안법 제22조에 의거, 사법경찰관리 지위를 부여받는 객실 승무원들은 안전 관리자로서 테이저 건 등을 이용해 기내 난동과 같은 불법 방해 행위에 대처하는 훈련도 받는다. 실감나는 기내 난동 상황극을 보고 나니 테이저 건 실사격 기회를 얻었고, 경고를 하며 쏴보니 흡사 안전 위협 요인을 제압하는 요원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상황 발생을 염두에 두고 보잉 747 등 현역 여객기 일부와 동일한 모형 시설을 완비해뒀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기종도 다양한 만큼 객실 승무원들은 정기적인 출입문 작동법 훈련을 받는다. 또 환자 발생 시 의료, 화재 진압, 비상 탈출 장비를 점검하고 사용하는 방법도 익힌다. 이와 관련, 센터의 훈련 교관은 비상 착륙 상황을 상정해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벨트 풀어, 나와, 짐 버려!" 등 다소 위압적이고도 단호한 '탈출 명령어'를 사용해 정신이 번쩍 들면서도 승객들이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 프로다움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 항공기가 바다나 강에 내릴 경우를 대비한 비상 착수 훈련용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수영장도 있었다.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도 보니 사고 발생 시 당황하지만 않으면 생존이 가능해보여 대한항공 안전 매뉴얼에 대한 신뢰가 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해운업계, 업황 회복 힘입어 실적 반등 가속화

해운사들의 수익성이 반등하고 있다. 수급 상황이 유리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520.76으로 전주 대비 9.32% 오르는 등 6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는 중동 분쟁 장기화로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이 많아지면서 노선 내 선복 공급 부족 현상이 대두된 영향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최근 '컨테이너 시황 단기급등 원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유럽 주요 얼라이언스 루프가 9.6% 가량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올해 들어 114만TEU에 달하는 신규 선복량이 인도됐지만, 노선 유지를 위해 필요한 물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 10일 22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전년 대비 높아졌다. 지난달 상하이항 물동량(418만TEU)도 전년 동월 대비 4.2% 늘어나는 등 중국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노동절 연휴 동안 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이구환신' 행사를 진행한 결과 자동차·가전·가구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8%, 7.9%,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3월 미국 주요 컨테이너 항구 수입 물동량도 전년 대비 18.7% 확대됐다. 이후에도 미국 내 수요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대한해운이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152억원·영업이익 1267억원을 기록하면서 SM그룹 편입 후 1분기 최대 실적을 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2%, 영업이익은 111.7% 급증했다. 부정기선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도 투입했다. HMM은 매출 2조3299억원·영업이익 407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33% 늘어났다. HMM은 2021년 발주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올해 말까지 미주노선에 투입한다는 목표다. 양재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HMM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연간운임계약이 지난해 대비 높은 수준에서 체결됐다는 논리다. 팬오션의 경우 매출 9755억원·영업이익 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벌크와 탱커부문을 앞세워 수익성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건화물 선대 확장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고 하반기 들어 LNG운반선도 합류한다. 향후 업황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캐나다 철도 파업 연기 및 미국 항만 노사 갈등 완화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운임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과 환경규제 강화가 변수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국제 해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용적 5000t 이상급 선박에 적용된다. 3년 연속 D등급을 받는 등 탄소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선박은 '에너지효율 개선계획' 수립 및 C등급 획득 후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조선 인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얼마나 크게 나타날지 의문"이라면서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에어부산·에어서울, 영업이익률 20%대… 모기업 아시아나 ‘하드 캐리’

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관계사와 자회사의 실적 덕에 연결 재무제표상 체면 치레를 할 수 있게 됐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어부산의 매출은 2722억4200만원, 영업이익은 709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27.77%, 영업이익은 48.2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6.05%로 에어부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까지 에어부산은 기존에 보유해오던 기종 대비 운항 효율성이 높고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A321neo를 도입 하고 있으며, 그 결과 단거리 위주의 노선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있는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수 있게 됐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지난해 팬트 업 효과로 폭증했던 중단거리 여행 수요가 올해에도 꾸준히 이어졌다"며 “특히 엔저 현상 지속은 일본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자사의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에서 5개 일본 노선에 비행편을 투입하고 있는 에어부산은 시장 점유율 우위를 지속하는 한편 여객 수입 창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6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에어서울도 1분기 매출 986억원, 영업이익 27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6.27%, 2.2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7.99%를 기록했다. 보유 기재가 6대에 불과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최소 규모임에도 영업이익률은 가장 높다. 호실적의 배경으로 에어서울 관계자는 “일본 주력 노선 사업에서 수익이 났고, 특히 1분기 항공권 가격 상승과 효율적인 기재 운용 덕을 봤다"며 “오는 7월 17일부터는 주 7회 일정으로 필리핀 보홀 노선에 신규 취항해 수익성 극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관계사와 자회사로 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별도 기준으로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2조88억원, 영업이익은 623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96% 늘었고 영업이익은 62.63% 줄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매출 1조633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312억원을 기록했다. 적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사측은 2555억원에 달하는 감가상각비와 항공기 정비를 포함한 외주 수리 등 안전 투자 비용에 투입된 1383억원을 이유로 들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감가상각비가 572억원 가량 늘었다"며 “세부적으로는 비효율 기재 반납 스케줄 변경에 따른 내용 연수 단축으로 317억원 증가, 작년 4분기 신규 도입한 항공기에 대한 67억원 등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또한 지속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 탓에 1261억원 규모의 외화 환산 손실을 입어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과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노선 수요 선점을 위해 좌석 공급을 늘리고, 고수익 부정기편 운영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5년 만의 신규 채용도 실시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항공사들, MRO 확대 속 국내 정비 면장 불신…국토부, 관련 제도 뜯어고쳐야”

항공업계가 다시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항공기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시장도 점차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전문 지식이 필요하나, 현행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는 필요 이상으로 높은 기준을 제시해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항공경영학회는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소재 한국항공대학교에서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 개선'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 특별 세션을 개최했다. 항공 MRO는 항공기 안전 운항과 성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을 포괄하고, 정비의 종류는 운항(작동 점검·교환)·기체(정기 검사·분해·수리)·엔진/부품(정기 검사·분해·수리)으로 세분화된다. 보잉 747의 부품 수는 약 600만개로 자동차의 300배에 달한다. 이는 전기·전자·정유·신소재 등 1000종이 넘는 부품 산업과도 연계된다. 코로나19가 걷힘에 따라 글로벌 항공 교통과 운송량은 올해 중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들은 신규 기재를 적극 도입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5년 1005억달러(한화 약 136조4488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내 항공 MRO 시장은 2016년 2조9000억원(민항기 1조9000억원, 군용기 1조원) 규모였으나 내년 중에는 4조3000억원(민항기 2조6000억원, 군용기 1조6600억원)으로 연 평균 5.1%씩 성장세를 기록해 2030년이면 5조원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최근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에서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엔진 정비 능력이 기존 연간 100대였는데 장래에는 360대로 늘어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인천국제공항에는 '첨단 복합 항공 단지'가 조성돼 일자리 5000개와 향후 10년 간 10조원 수준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홍 국토교통부 항공자격팀장은 “국내 민항기 MRO의 해외 정비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업계에는 6000여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향후 3000여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 MRO는 초기 기계식을 넘어 정보 기술(IT)와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첨단 산업의 성격을 띤다. 아울러 근로자가 보유한 기술과 기능이 정비 성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 증명 보유자는 지난해 말 기준 1만7459명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5년 이하 저경력 정비사는 948명으로 2022년보다 25.6% 늘었다. MRO 확대에 맞춰 정비사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정작 국내 항공사들은 이들에 대한 채용에 소극적이다.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증과 체계를 신뢰하지 않아서다. 국토부 인가 MRO 전문 교육 기관(ATO)은 4년제 대학교와 2·3년제 전문대, 고등학교·항공사·직업 전문 학교·공군 등을 포함해 총 36개다. 그럼에도 전자·전기·계기 교육 과정이 부실하고 실제 자격 취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박 팀장은 “단순 수리공(repairman)이 아닌 전문화된 정비사·엔지니어·테크니션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강명수 한국항공경영학회장은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 설계와 운용은 MRO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부속서 1)는 모든 관련 자격증에 지식과 기술, 경험을 요한다. ATO별 역량 기반 훈련 등의 경험에 따라서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식과 기술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반면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 증명 제도는 최대 이륙 중량에 따라 정비 권한을 제한할 따름이고, 전자·전기·계기 등 각 영역별로는 명확히 나눠놓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 경험 없는 ATO 이수자에게는 자격을 부여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증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유럽 항공안전청(EASA)이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부족하고, 이를 취득하기 위한 커리큘럼과 실습 분야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국내에서 항공 정비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려면 2410시간의 이론·실습 교육 이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FAA가 제시하는 1900시간보다도 많다. 4년제 대학에서 항공기계공학 전공자도 현 제도에선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없어 낙후된 교육 시스템과 교과목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때문에 FAA와 EASA가 인정한 국내 훈련 기관을 육성하고, 외국 교육 기관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단일 정비 면장 제도는 앞으로 인력 수급 불균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토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항공 기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만큼 MRO 작업도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어서 언어 교육도 중요하다. 김종복 한국항공대 기술교육원 부원장은 “FAA과 EASA는 정비 기록에 있어 로그북을 사용하고 커리큘럼 레벨도 1~3으로 구별하며, 영어 필기·구술 시험 성적을 요구한다"며 반면 국내 제도에는 그 어느 것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 실습과 실무 중심의 레벨 1~3 커리큘럼 변화가 필요하고, 항공 정비사 경력 관리와 전산화를 위한 로그북 사용을 권장한다"며 “리페어멘 라이센스 사용 권한과 최대 이륙 중량 제한, 정비 한정 추가 등 항공 MRO 정비 산업에 필요한 자격 제도 변경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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