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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인도 스완 조선소와 ‘맞손’…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삼성중공업이 인도 조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낸다. 중국, 미국에 이어 인도 조선소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을 선점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스완(Swan Defence and Heavy Industries)' 조선소와 '조선·해양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협력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자사의 선진화된 선박 설계·구매·생산 관리(EPM)와 해양 프로젝트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스완 조선소에 제공하게 된다.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스완 조선소는 초대형 유조선(VLCC) 건조가 가능한 인도 최대 규모의 드라이 도크(662mⅹ65m)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 간 높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MOU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생산 교두보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인도는 급증하는 해상 물동량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핵심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이번 인도 진출은 삼성중공업이 추진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 중국 '팍스오션', 올해 8월 미국 '비거마린 그룹'과 사업 협력 관계를 맺는 등 전 세계적으로 생산 및 영업망을 확대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남궁금성 삼성중공업 생산지원본부장(부사장)은 “기술과 시장이 결합한 이번 협력은 양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고의 협력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미래 신성장 기회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핀 쿠마 삭세나 스완 조선소 CEO 역시 “글로벌 기업인 삼성중공업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해양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앞두고 ‘동행’…보육원서 함께 구슬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결합을 앞두고 연합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 한목소리를 냈다. 양사 임직원들은 지역 보육원을 찾아 노후 시설을 보수하는 등 주거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며 통합 이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29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지난 2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지온보육원에서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활동에는 양사 임직원 20여 명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노후화된 벽지를 제거하고 벽면을 다듬는 샌딩 및 도장 작업을 진행했고 아동들의 안전을 위해 계단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시설 곳곳에 온정의 손길을 더했다. 대한항공의 '희망의 집 짓기' 활동은 국제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와 함께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2001년 건축비 지원을 시작으로 2004년부터는 임직원들이 직접 봉사에 참여해왔으며, 지난 22년간 전국 각지에 총 19채의 '희망의 집'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번 봉사활동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양사가 함께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양사는 지난 7월 목소리 기부로 오디오북을 제작한 'KE-OZ STUDIO' 활동을 시작으로, 8월에는 업사이클링 파우치를 제작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꾸준히 공동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역 아동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사가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진-네이버, ‘N배송’으로 물류 동맹 강화…이커머스 배송 경쟁력 선점

㈜한진이 네이버와 손잡고 당일·일요배송 등 특화 배송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며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양사는 기존의 도착 보장 서비스를 'N배송'으로 개편하고 판매자 전용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협력 범위를 넓혀 배송 품질 경쟁에서 차별화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9일 ㈜한진은 네이버와의 물류 동맹을 강화하고, 'N배송' 서비스 참여를 통해 당일·일요 배송 등 특화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 강화의 핵심은 2025년부터 기존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개편한 'N배송'이다. N배송은 내일 배송 보장을 넘어 오늘 배송이나 일요 배송 등으로 서비스 선택지를 넓힌 것이 특징으로, ㈜한진은 전국 단위의 물류망을 활용해 고도화된 배송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한진의 물류 인프라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N 판매자 배송'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를 통해 판매자는 상품을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 물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한진은 2022년 12월부터 네이버 풀필먼트 동맹(NFA)의 핵심 파트너사로 '네이버 도착 보장' 서비스를 수행해왔다. 20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배송 품질'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양사는 이번 협력 확대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네이버와의 협력은 단순한 물류 제공을 넘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인 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네이버와 함께 물류 혁신을 이어가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스타항공, 내달 12일까지 부산 거점 경력직 승무원 채용

이스타항공은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경력직 객실 승무원을 채용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스타항공의 부산발 운항편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부산 거점 채용은 지난 8월 진행한 신입 승무원 공채에 이어 두 번째다. 전형은 서류 평가→체력 시험→통합 면접→채용 검진 순이며 특히 체력 시험에서는 오래 달리기와 배근력 측정, 데시벨 측정 등을 통해 기내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기초 체력을 평가한다. 지원 자격은 △객실 승무원 근무 기간 2년 이상인 자 △교정 시력 1.0 이상인 자 △병역필 또는 면제자 △초대졸 이상인 자 △해외 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에 한하며, 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등 외국어 능력 우수자는 우대한다. 서류는 9월 29일 오후 2시부터 10월 12일까지 이스타항공 채용 사이트에서 접수할 수 있으며, 최종 합격한 객실 승무원은 11월 중 입사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부산발 노선이 확대되면서 승무원들의 피로도 관리와 인력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거점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부산발 김포·구마모토·타이베이·치앙마이·오키나와·푸꾸옥·알마티 노선을 보유하고 있고, 10월 26일부터 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 노선에 취항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획]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 2.7조원 국방사업 연전연승 비결은?

최근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총 2조 7388억원 규모에 이르는 정부의 전자전기(EWA:Electronic Warfare Aircraft)사업에서 항공기 개발(1조7775억원)과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성능개량 사업(9613억원) 등 2건의 핵심 국방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LIG넥스원의 성숙하고 검증된 전자전(EW) 기술력과 특정 플랫폼에 대한 대한항공의 깊이 있는 정비(MRO) 및 개조 전문성, 경쟁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략적 판단 착오와 결정적 시기에 발생한 리더십 공백 등 복합적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또한, 전통적인 항공기체계 종합기업 중심의 방산 구도에서 벗어나 핵심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이 대형 플랫폼사업을 주도할 수 있음을 입증한 분기점이라는 평가도 나와 한국 방산 생태계 내 근본적인 '힘의 이동(Power Shifts)'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은 최근 방위사업청의 EWA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수주는 본질적으로 두 컨소시엄 간의 핵심 임무장비 기술 격차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방위사업청(DAPA)의 평가가 항공기 플랫폼 자체보다 탑재되는 전자전 시스템의 성능과 신뢰성에 더 큰 비중을 뒀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LIG넥스원의 승리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한국형 EWA 도입의 시급성은 북한의 고밀도 방공망 위협에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조차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는 북한의 방공망은 평양 일대에 4중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대 사거리 300㎞급 SA-5를 비롯해 SA-2·SA-3 등 다양한 지대공 미사일이 거미줄처럼 구축돼 있다. 현대 공중전에서 이러한 위협을 뚫고 아군 전투기의 생존성을 보장하며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EWA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EWA는 전투기 편대보다 먼저 적진에 침투해 강력한 전파 방해(Jamming)를 통해 적의 레이더와 통신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창의 끝'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국방전략자산이다. 과거 한국 공군은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도입 기회를 놓친 이후 독자적인 전자전 능력 확보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미군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의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주권적 역량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이번 방위사업청 EWA사업의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LIG넥스원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전자전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 포트폴리오를 꼽고 있다. 경쟁사인 한화시스템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깊이와 폭을 가지고 있었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의 핵심 장비인 '내장형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이는 최첨단 전투기 플랫폼에 적용되는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 개발 능력을 입증한 가장 결정적인 이력이다. 이밖에 △항공기용 전자전 장비(ALQ-200) △해군 함정용 전자전 장비 '소나타(SONATA)' △지상 전술 전자전 장비 등 육·해·공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전자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전 배치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거론된다. 특히, 소나타는 2011년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한국선박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한 군사작전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레이더를 무력화하며 그 성능을 실전에서 입증했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47년 간 전자전 핵심기술을 연구·개발(R&D)해 온 역사는 LIG넥스원에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제도적 지식과 기술적 깊이를 제공했다. 방위사업청이 이번 사업 평가에서 기체 개조 능력보다 탑재될 전자전 장비의 기술적 성숙도와 성능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LIG넥스원의 기술력이 승패를 결정지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의 파트너십은 상대의 강점을 극대화한 전략적 결합이었다. LIG넥스원이 사업의 핵심인 '두뇌'를 제공했다면, 대한항공은 항공기라는 '신체'에 두뇌를 이식하는 정밀한 '외과 수술'을 담당할 최적의 파트너였다. 대한항공은 과거 P-3C 해상 초계기 성능개량 사업과 '백두' 정찰기 개발 사업 등을 통해 민항기를 특수임무 항공기로 개조해 본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조합은 방위사업청에 핵심임무 시스템의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플랫폼 통합·감항 인증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한 안정적인 제안으로 평가받았다. 더욱이 이번 수주 결과는 한국 방산업계의 전통적인 위계 질서를 뒤흔드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에 주목받고 있다. 과거 KAI와 같은 체계종합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던 하위 협력사(Subcontractor)의 위치에 있던 LIG넥스원이 이번 사업에서는 항공 플랫폼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주계약자(Prime Contractor) 수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LIG넥스원이 현대 무기체계의 가치가 기체의 기동 성능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센서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와 같은 전자 시스템으로 현대전이 '네트워크 중심전(NCW)'으로 이동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즉, 플랫폼의 '두뇌'와 '신경망'이 '근육'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방사청의 평가 기준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함에 따라 LIG넥스원의 전략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는 향후 한국 방산시장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이 대형 플랫폼 사업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킹 메이커'이자 스스로 왕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 이는 한국 방산 생태계 전반의 '힘의 균형(Power Balance)'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이며, 전통적인 체계종합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성능개량 사업에서 대한항공의 승리는 신규 플랫폼 설계 능력보다 기존 플랫폼에 대한 깊이 있는 유지·보수·운영(MRO) 경험이 더욱 결정적인 경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는 방산 시장, 특히 수명 연장과 성능 개량 분야에서 MRO 역량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됐다. 9613억원에 이르는 이 사업은 육군 특수전사령부·공군 탐색구조부대가 운용하는 핵심 자산인 블랙호크 헬리콥터 36대의 성능을 대대적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의 핵심은 기존의 아날로그식 조종 시스템을 완전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신 디지털 조종석·통합 항전 장비·생존 장비 등을 탑재해 야간 및 악천후 침투 능력을 강화하고, 조종사의 임무 부담을 줄여 특수 작전·전투 탐색 구조(CSAR) 임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는 미군의 최신 개량형인 UH-60V와 동등한 수준의 작전 능력을 확보해 한미 연합작전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한항공이 이번 사업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축적해온 독보적인 플랫폼 특화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항공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130여 대의 UH-60 헬리콥터를 생산해 우리 공군에 납품했다. 이는 단순히 정비하는 것을 넘어 헬리콥터의 조립부터 최종 검사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며 기체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설계도 수준'의 이해를 갖추게 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한항공은 블랙호크 헬리콥터에 대한 창정비(Depot Maintenance)와 지속적인 부분 성능 개량을 거의 독점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러한 장기간의 실질적인 운용·유지 경험은 기체의 노후화 특성과 부품별 수명 주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게 했고, 이는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성능 개량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핵심자산이 됐다. 블랙호크에 대한 전문성은 F-4, F-15, C-130 등 다양한 군용 항공기의 정비 및 성능 개량 사업을 수행하며 다져진 대한항공의 세계적 수준의 MRO 인프라의 일부다. 1972년부터 시작된 항공기 엔진 정비 사업은 그 깊이를 더한다. 블랙호크 헬리콥터 성능개량 사업을 놓고 벌인 이번 경쟁은 '기존 플랫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개량하는 능력'과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하는 능력' 간의 대결로 요약될 수 있다. KAI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독자 개발하며 쌓은 뛰어난 설계·제작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는 분명 훌륭한 역량이지만 노후화된 기존 기체를 분해하고 구조를 보강하며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성능개량 사업의 특수성 앞에서는 대한항공의 '유지·보수' 경험에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 KAI가 원제작사와 협력을 내세워 기술적으로 앞선다고 자신했기에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대한항공의 승리는 MRO사업을 방산 수주경쟁의 핵심 전략무기로 격상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군용 플랫폼의 수명 주기가 길어지고 신규 도입 예산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 자산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개량사업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제안을 할 수 있는 기업은 플랫폼의 이력과 상태를 가장 잘 알고 깊이 있는 MRO 경험을 가진 기업이다. 대한항공의 수주 성공은 MRO 역량이 단순한 사후지원 활동을 넘어 수조 원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임을 증명했다. 나아가 이번 수주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안정적인 MRO·부품 공급업체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국방사업을 주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했음을 의미해 위상이 재정립된 전환점이 됐다. 최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수주 잔고 증가, 해외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등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방산업계 최상위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려는 확고한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변동성이 큰 여객운송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방산 부문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한진그룹의 장기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승리는 계약 금액 이상의 '장기적인 이익'을 보장한다. 수십 년 간 지속될 고부가가치 MRO 및 후속 성능 개량 사업을 확보했으며, 독자적인 전자전기라는 전략 자산은 'K-방산'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닌다. 또 대한항공의 방산 부문 성장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됐음을 뜻한다. 반대로 KAI의 연이은 패배는 단순히 경쟁자의 우수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은 내부적 취약성, 특히 심각한 '리더십 공백'이 사업 수주 실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KAI는 전임 강구영 사장이 임기를 남기고 사임한 뒤 3개월 이상 CEO 공석인 상태로 이번 대형사업 입찰을 치렀다. 이러한 리더십 위기는 KAI의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배구조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이른바 '사장 잔혹사'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KAI의 리더십 부재는 이번 입찰 과정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는 사업 전략의 구심점을 잃게 하고, 컨소시엄 파트너와 협상력을 약화시켜 발주자인 정부와 군에 불안정한 인상을 줬을 가능성이 컸다는 설명이다. KAI 노동조합조차 “사장 부재로 인해 협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리더십 공백이 수주 실패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다가오는 국내 최대 방산전시회 'ADEX 2025'에 주요 방산기업 중 유일하게 CEO 대행체제로 참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KAI의 위상 하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자전기(EWA)사업에서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 개발사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파트너인 한화시스템이 LIG넥스원에 비해 항공 전자전 공격 시스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상쇄하지 못했다. 사업의 핵심기술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하는 데 실패한 전략적 판단 착오가 패배의 또 다른 원인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공군 조종사 출신이었던 강 전 KAI 사장이 윤석열 캠프에도 몸 담았었고, 파트너인 한화시스템의 모기업인 한화그룹이 직전 정부의 수혜를 받아 크게 성장했다는 이미지까지 겹쳐 탈락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2건의 대형사업 실패는 KAI에 재정적 부담을 안기는 동시에 '대한민국 항공우주 대표 기업'이라는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다. 현재 KAI 내외부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CEO의 조속한 선임을 꼽고 있다. KAI는 안정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래 항공기체(AAV)·우주·무인기 등 장기성장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AI의 사례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시다.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지배구조는 예측 가능한 경영 공백을 낳고, 이는 경쟁자들에게 KAI의 취약성을 공략할 기회를 허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2조7000억원이 넘는 수주 실패는 이러한 '거버넌스 리스크'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패배는 KAI에게 기존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KAI는 리더십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미래 무인 및 유·무인 복합 체계(MUM-T)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임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거나 이를 보유한 파트너와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주 성패와는 별개로 이번 2건의 사업 결과는 단순한 기업 간 승패를 넘어 한국 방위 산업이 더욱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는 향후에 더욱 치열해질 국내 경쟁과 변화하는 기업들의 정체성 속에서 새로운 방산 시대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양자연구소’ 개소

한국항공대학교(총장 허희영)는 오는 29일 16시 교내 항공우주센터 2층 비전홀에서 '항공우주양자연구소' 개소식 및 기념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최초로 항공·우주 분야에 특화된 양자연구소로서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허희영 총장은 “세계 과학 기술의 중심에 서 있는 양자 기술은 앞으로 항공우주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본교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양자 기술과 융합시켜 국가 전략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는데, 이는 또 다른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항공우주양자연구소는 기존 컴퓨터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항공·우주 분야의 난제를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 항공 분야에서는 기상·항로·연료를 종합 고려한 실시간 최적 항로 설계, 양자 시뮬레이션 기반 항공기 구조설계 최적화 등이 가능해진다.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 군집 궤도 제어와 충돌 회피, 심우주 탐사 시뮬레이션 등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소는 나아가 △신약 개발 △금융 시장 리스크 최적화 △스마트 제조 공정 제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양자 컴퓨팅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핵심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고 글로벌 양자 연구 경쟁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초대 연구소장에는 한국항공대 인공지능(AI) 전공 정재훈 교수가 임명됐다. 그는 AI의 신뢰성과 양자 인공신경망 등을 연구해왔으며, 2024년에는 인공지능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NeurIPS'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국제적 연구 성과를 쌓아왔다. 정 소장은 “양자컴퓨터는 인류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며 “항공기 설계와 위성 궤도 제어 등 구체적인 응용 분야에서 양자 기술의 실용성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날 행사는 1부 개소식과 2부 세미나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허희영 총장의 환영사와 내빈 축사, 정재훈 소장의 연구소 비전 선포가 있을 예정이다. 이어지는 2부 세미나에서는 '양자 컴퓨팅과 항공우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주제로 한국IBM 표창희 상무가 '하늘과 우주를 잇는 미래: 통신과 양자 컴퓨터의 도전'을 주제로 정재훈 소장이 특별 강연을 진행한다. 이번 개소식은 고양특례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차세대통신 혁신융합대학사업단, 한국IBM(주), 텔레픽스(주), (주)솔루텍시스템, (주)레이시오, 소프트온넷(주), Amazon 등 국내외 여러 기관과 기업이 후원한다. 연구소는 향후 지역 사회 및 산업계와 협력하는 개방적인 양자 연구 허브로서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삼성중공업, ‘육상 이동형 원자로’ 기술 특허출원

조선·해양 플랜트 분야 글로벌 강자 삼성중공업이 기존 해양 중심 소형모듈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전략을 넘어 '육상 이동형 원자로' 사업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3월 11일 '이동형 원자로'에 관한 기술 특허를 특허청 정보검색 서비스 '키프리스'에 출원했고, 특허청은 1년 6개월이 경과한 이달 18일 공개특허공보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출원 기술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등록특허공보'가 아니라 특허 출원 후 18개월이 지나면 해당 기술 정보가 출원 공개 제도에 따라 공표하도록 돼 있는 '공개특허공보' 단계이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의 이동형 원자로 기술이 최종 특허 인증을 받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특허청의 공개특허공보 이행은 삼성중공업이 육상 이동형 원자로 기술을 얼마나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개특허공보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출원한 이동형 원자로 기술특허 내용의 핵심은 5메가와트(㎿e)급의 초소형 모듈 원자로(MMR:Micro Modular Reactor)를 현장에 배치할 때 발생하는 고질적인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MMR은 모듈러 제작으로 시공 기간이 짧고, 모듈을 추가 설치하는 방식으로 전력과 열 출력을 더 많이 늘릴 수 있다. 아울러 소규모로 형성되기 때문에 선박이나 트레일러, 기차 같은 육상 이동수단에 설치돼 운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원자로 설치 목적 지점에 도착해 컨테이너를 하역하기 위한 크레인 등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고, 설치 지면이 고르지 못하거나 경사가 심한 경우 원자로의 수평이 유지되지 못해 전복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원자로에 수용된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누출돼 주변을 오염시킬 심각한 우려도 있다. 이 외에도 원자로 운반 작업을 마친 차량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자로 이름을 올린 이상민·김정·김종원·임채욱·전상배·전준환 삼성중공업 연구원 6명은 원자로 모듈이 운송차량에서 스스로를 들어 올리고, 고르지 않은 지면에서도 자동으로 수평을 유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유압식 승강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 기술은 외부의 대형 하역장비 없이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설치할 수 있게 하며, 임무를 마친 운송차량은 즉시 다른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과 운용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연구원들은 “원자로 운용에서 안정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치 시스템은 중후장대 산업에 속한 삼성중공업의 정체성과 핵심 역량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핵심사업은 선박·해양 플랜트와 같은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물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수천 톤에 이르는 거대 블록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막대한 중량 관리 기술과 복잡한 유압제어 시스템, 파도 치는 가혹한 해상 환경에서도 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 특허에 담긴 '독립형 유압식 배치 시스템'의 개념은 삼성중공업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핵심 역량을 '육상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응용 분야에 직접적으로 이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자로 자체보다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하고 배치하는 '플랫폼' 기술에 집중함으로써 자사의 강점을 극대화하고자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LNG 운반선 추진용 용융염원자로(MSR) 개념 설계를 공동 진행했고, 덴마크 시보그(Seaborg)와는 콤팩트 용융염원자로(CMSR)에 관해 협력한 바 있다. 따라서 추후 종류에 관계 없이 MMR을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허 출원이 회사 차원의 일회성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은 지난해 발표된 학술 연구 논문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삼성중공업 연구원들은 특허청에 출원하기 5개월 전인 지난해 4월 한국기계기술학회지에 '이동형 열원발생기 수송 기술 개발을 위한 국내외 관련 법률 및 인허가 규정 검토'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이동형 원자로를 도로로 수송할 때 적용될 수 있는 △도로교통법 △핵물질 운반 규정 △가속도·진동 기준 등 국내외 법률과 인허가 요건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법·제도 검토까지 선제적으로 진행해왔음을 알려주는 단서다. 삼성중공업 연구원들은 해당 연구가 2022년 방위사업청의 재원으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차세대 다목적 고출력 전력 생산 기술 연구' 과제의 일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시제품도 없고, 실제 사용 여부는 10여년 후에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지는 않다"며 “SMR 기술이 선박에 적용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보호하기 위한 방어 차원에서 선제 출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중공업, 수소연료전지 추진선 개발 ‘쾌속항해’

삼성중공업이 수소 연료전지 선박 개발과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프랑스 선급 BV로부터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추진 원유운반선의 기본설계 인증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는 크래킹(Cracking) 기술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하고, 분리된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한 후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번 인증은 11만5000톤급 원유운반선에 적용됐다. 저온에서 작동하는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PEMFC)를 탑재해 빠른 시동이 가능하며 내구성도 우수하다. 아울러 5메가와트(MW)급 대용량 암모니아 크래킹 장비 2대와 2MW급 수소 연료전지 6대를 갑판과 엔진 룸에 분산 배치해 안전성을 높였고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소 연료전지 선박에 국내 업체인 파나시아의 크래킹 장비와 빈센이 개발한 연료전지를 적용해 핵심 장비를 국산화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국영 선사 MISC와 프랑스 선급 BV가 선박 개발에 참여해 선박 운용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경제성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기술 신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상용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기대했다. 장해기 삼성중공업 기술개발본부장(부사장)은 “연료전지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의 중요한 추진 장치"라며 “삼성중공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기술과 제품 개발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보잉코리아 “한국 세계4대 방산수출에 참여하겠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 역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한국의 혁신 정신에 입각해 한국 산업계와 함께 계속해서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 24일 윌 셰이퍼 보잉 코리아 사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혁신적 성장과 첨단 제조업, 세계적 수준의 기술 인력을 갖춘 한국은 미래 항공우주 산업을 위한 당사의 주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보잉 측은 지난 75년간 한국과 맺어온 협력의 역사를 조명하고, 한국 산업·기술 역량과 결합해 미래 항공우주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보잉과 한국의 인연은 1950년에 시작됐다. 대한항공의 전신인 대한국민항공이 보잉이 제작한 DC-3 항공기를 도입한 것이 그 시작이었고, 같은 해 한국 공군이 F-51D 머스탱 전투기로 첫 임무를 수행하며 방위 분야의 협력도 막을 올렸다. 이후 양측의 파트너십은 상용기와 방산 부문을 아우르며 꾸준히 발전했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및 여러 저비용 항공사(LCC)를 포함, 총 270여대의 보잉 상용기가 한국에서 운용되고 있고,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한다. 특히 대한항공은 올해 777-9, 787 등 차세대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는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주문이자 보잉이 아시아 항공사로부터 수주한 최대 규모의 광동체 주문이 될 전망이다. 방산 부문에서도 △F-15K △아파치(AH-64) 헬기 △치누크(CH-47) 헬기 등 150여 대의 보잉 플랫폼이 대한민국 국군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과거 단순 구매에서 나아가 F-15K 프로그램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그룹·LIG넥스원 등이 부품 공동 개발에 참여했고, 아파치 헬기는 KAI가 동체를 직접 제작하는 등 공동 생산·기술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이 단순한 고객을 넘어 핵심적인 공급망 파트너임을 분명히 했다. 보잉은 2024년 기준 약 3억25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부품을 한국 협력사로부터 구매했다. 이는 보잉의 전 세계 공급망에서 5~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셰이퍼 사장은 “737과 787 생산량이 늘고 있고, 2026년부터는 777-9의 생산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공급사로부터의 구매액이 단기적으로 50%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보잉 측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인도량은 8월까지 누적 385대로 전년 동기 258대 대비 49.2% 증가하며 가파른 생산량 증대를 뒷받침했다. 보잉은 한국의 R&D 역량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 입주한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에는 현재 10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근무하며 차세대 기술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셰이퍼 사장은 “내년까지 BKETC 인력을 약 20% 증원할 계획"이라며 “소프트웨어·인공 지능(AI)·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항공우주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출입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 -2024년 3억2500만달러 투자의 의미와 향후 계획은. “투자 개념보다는 한국 내 공급사로부터의 '구매액'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737·787, 내년부터 생산이 늘어날 777-9 등 상용기 프로그램의 생산량 증대에 따라 이 구매액은 향후 50%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주문이 영향을 미쳤는가. “직접적인 투자 증대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와 오랜 기간 중요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고, 이러한 긴밀한 관계가 향후 추가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쟁사인 에어버스가 LIG넥스원과 협력하는 등 한국 방산업계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잉의 계획은. “앞으로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고 싶다. 단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동 개발을 통해 한국과 함께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요컨대 아파치 헬기에서 드론을 발사하는 '런치 이펙트' 같은 기술을 한국과 공동 개발한다면 현재 폴란드·호주·인도 등에서 수요가 높은 아파치 시장에 한국 기업과 함께 진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민항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와의 경쟁 전략과 향후 개발 로드맵, 코로나19 시기 해고했던 숙련공 충원 계획은. “판매 목표는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4만3000대의 신규 항공기 수요가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은 동남아·인도 등 신흥 시장의 성장에 따른 것이고, 차세대 기종 개발보다는 현재 주문이 2030년대까지 밀려있는 기존 제품군의 생산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엔진 등 차세대 기술의 발전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지는 않았고, 일부 조정과 은퇴 인력이 있었을 뿐이다. 이후 적극적으로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해 현재 엔지니어 인력의 약 50%가 새로 합류한 인원이다." -지난 3월 취임 후 포부와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 인력 증원 계획은. “사장으로서 고객 지원·인재 개발·한국 정부 및 산업계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BKETC의 인력은 내년까지 약 20% 증원할 계획이며, 주로 AI 엔지니어링·시스템 및 생산 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해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다. 또 스마트 팩토리·AI 등 한국이 선도하는 첨단 제조 기술을 보잉의 생산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안을 배우고 싶다. 향후 기술 개발·인재 양성·공급망 고도화 등 다방면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격상시킬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027년 ‘지속가능항공유’ 의무화…8년간 최대 10%까지 늘린다

정부가 국제항공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7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항공유에 1% 혼합해 사용하고, 2035년에는 최대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국제항공 탄소중립 선도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공동 발표, 'SAF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SAF는 폐식용유, 옥수수 곡물, 농업 잔류물, 폐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 연료를 뜻한다. 두 부처는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을 1%로 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어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 범위에서 국내 생산능력, 해외 의무 수준,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최종 비율을 확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SAF 혼합의무비율 적용 대상은 항공유 공급자인 석유정제업자와 석유수출입업자로 정했다. 이들의 의무 이행 여부는 연간 국내 공항의 국제선 항공유 공급량 대비 SAF 공급량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 유연성 제도를 도입해 전체 이행량의 20%까지 최대 3년간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국토부는 2028년부터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이 연간 급유량의 90% 이상을 해당 공항에서 급유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SAF 생산 과정에서 함께 발생하는 바이오 연산품(납사·디젤 등)이 가격 손실 없이 판매될 수 있도록, 다원화된 지속가능성 인증기준(EU, CORSIA 등)이 상호 호환될 수 있게끔 오는 9월 23일부터 열리는 ICAO 제42차 총회에서 제도 개선도 요청할 예정이다. SAF 활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SAF 혼합의무비율을 초과해 급유·운항하는 국적 항공사에는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기존 1점에서 3.5점으로 확대 적용한다. SAF 혼합급유를 활용 및 국내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에 제공하는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2027년부터 항공사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산업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바이오 기반 SAF 관련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최대 25%)를 지속 지원한다. 재생합성 SAF 등 차세대 생산기술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한다. SAF 주요 원료는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시설투자와 원료 구매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석유관리원 내에 석유대체연료센터를 설치해 전담 조직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토부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의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정부, 항공업계가 분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AF 혼합의무 비율 1%를 기준으로 전체 국적사 부담액은 92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토부는 현재 SAF로 인한 항공요금 인상 계획이 없으나, 오는 2030년 전후로 업계 경영 여건, 사회적 공감대, 국제 동향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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