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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K 김병주, 전단채 투자자 형사 고발…협박죄 주장에 비대위 맞불 집회 예정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 전단채(ABSTB) 투자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김 회장 측이 투자자 일부를 협박죄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양측의 대립은 법적 대응 단계로 번졌다. 15일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는 지난 7일 김병주 회장의 자택에 항의성 전단지를 부착했다. 전단지에는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사기 발행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비대위 측은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지 않고 조용히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틀 뒤인 지난 9일 비대위는 용산경찰서로부터 협박 관련 수사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았다. 김 회장 측이 해당 행위를 협박으로 판단해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상황실장과 일행은 오는 18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비대위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4019억 원 규모의 피해에 대해 항의한 것일 뿐, 물리적 위협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표현한 피해자들에게 협박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김 회장 측의 협박죄 신고에 대응해 오는 17일 규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피해자들이 자택에 직접 방문해 항의한 행위가 사적 평온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입장이나 해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유동화 전단채와 관련된 채무에 대해 상환이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최민호 세종시장, 일본 교토·나라 방문…스마트시티 협력 논의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최민호 세종시장이 15일 일본 교토부와 나라현을 방문, 스마트시티, 문화,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시장은 이날 니시와키 타카토시 교토부 지사와 만나 도시 조성과 스마트시티, 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면담은 2023년 11월 한일지사회의에서 교토부 부지사가 세종시에 스마트시티 협력을 제안한 이후,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종시와 교토부는 '첨단 기술과 역사·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바탕으로 스마트모빌리티, 디지털 행정, 도시 기반시설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교토부는 매년 '교토 스마트시티 엑스포'를 개최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에 힘쓰고 있다. 또한 교토부는 오사카·나라와 함께 조성한 게이한나 과학도시의 핵심 참여 지자체로서, 연구 개발, 디지털 혁신, 지능형 도시 기반시설 구축 등 스마트시티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종시는 국가시범도시, 기회발전특구 등 미래 도시 구축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 교토부는 일본의 천년 수도(794∼1868년)로서 도시 전역에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 12월 실무진을 교토부에 파견, 박물관 운영 현황을 청취하고 전시, 교육, 학예 업무 등 박물관 분야 실무 교류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해 나라문화교류기구가 주최하는 문화 간담회에 참석, 민간 중심 문화 교류 사업 추진과 지속 가능한 교류 네트워크 구축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 시장은 오사카중입자선센터를 방문, 방사선 암 치료 분야의 첨단 의료 기술과 연구 기반시설을 시찰하고 보건 의료 분야의 협력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최민호 시장은 “이번 교토 방문은 행정수도 세종과 천년 수도 교토가 스마트시티와 문화 분야에서 공통된 비전을 확인하고 협력을 구체화하는 시간이었다"며 “세종시가 가진 미래 도시 역량과 문화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국제 교류의 외연을 더욱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민호 시장은 일본 일정을 마무리하고 16일 베트남한국문화원 방문, 17일 제12회 도시문화융합컨퍼런스 기조연설, 18일 쩐 시 타잉 하노이 인민위원장과의 면담 등 해외 출장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등 대선 공약 26개 과제 건의 대통령실 이전, AI 특화단지 조성 등…소요 예산 15조 5570억 원 규모 앞서 세종시는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의 완전 이전, 중부권 국가 메가 싱크탱크 조성, AI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국립한글문화단지 조성 등 26개의 대선 공약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러한 계획을 통해 행정수도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시는 14일 행정수도 완성 관련 10건, 국가 대도약 성장동력 기반 조성 7건, 품격 있는 행정수도 완성 9건 등 총 3개 분야 26개 대선 공약 과제를 각 정당 세종시당에 건의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그동안 실국장 보고회와 산하기관, 연구원 등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대선 공약 건의 과제를 발굴해왔다. 시는 행정수도로서의 지위와 기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양자·바이오 등 미래전략기술 중심의 성장동력 확보, 그리고 행정수도에 걸맞은 문화 기반 조성에 중점을 두고 공약 과제를 구성했다. 행정수도 완성 분야에는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대통령실 및 국회의사당 완전 이전, 미이전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등을 최우선 과제로 반영하여 시민들의 염원을 담았다.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조속 추진, 첫마을 IC 신설, 제2외곽순환도로 신설, 국지도 96호선 지하차도 신설 등도 포함됐다. 특히 광역급행철도는 대통령 집무실 및 국회 이전 시기에 맞춰 2032년까지 개통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동력 기반 조성 분야에는 국가 메가 싱크탱크 조성, 인공지능(AI)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세종 국제 폴리텍대학 캠퍼스 설립, 세종 북부권 산업단지 배후 신도시 조성 등이 포함됐다. 국가 메가 싱크탱크 조성은 서울대 등 수도권 명문대학 이전과 국책연구단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카이스트와의 협력을 통해 AI, 양자, 바이오 등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인재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elegance44@ekn.kr

네카오, 올 1분기도 실적 희비…AI가 엇갈랐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 1분기 실적이 엇갈린다. 네이버는 광고·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카카오는 콘텐츠 부진이 길어지며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본격 출시되는 하반기부터 양사 실적이 나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능 차별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1분기 매출 2조8002억원·영업익 511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85%·16.32%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매출 1조9374억원·영업익 1067억원으로 2.56%·11.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양사의 실적을 엇가른 요인으로 AI를 지목했다. 핵심은 서비스 상용화 전략·추진 속도다. 아직 기술 접목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활용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이용자 만족 지표는 시장 예상을 상회하고 있어서다.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는 지난달에만 △쇼핑앱 '플러스 스토어' △검색 요약 기능 'AI 브리핑'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플러스 스토어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출시 첫 달에만 268만명을 웃돌았다. 다만 단기 트래픽보다는 향후 거래액 성장률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플러스 스토어 앱 출시로 커머스 광고 지면이 확대되고, AI 브랜드 솔루션 패키지 등 유료 서비스를 통한 입점업체 수수료율(Take-rate)가 오르면서 매출액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6월 2일 새로운 판매수수료율 도입 후엔 맞춤형 상품 추천에 따라 구매율이 오르면서 연간 커머스 중개·판매 매출액은 28.4%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콘텐츠 사업 부진이 장기화한 상황에 플랫폼 사업 성장세 둔화가 겹치면서 다소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들 사업은 카카오의 매출을 책임지는 양대 축으로 꼽힌다. 플랫폼의 성장세가 약해진 건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광고시장이 위축된 영향이다. 여기에 시장 침체와 신작 게임 부재, 인수합병(M&A) 난항 등이 맞물리면서 콘텐츠 빙하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AI 서비스 출시 이후 카카오톡 트래픽 개선 여부에 따라 매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시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인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비서) '카나나'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발견 영역'의 성과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모멘텀이 부족하나 하반기 카카오톡 내 발견 영역 신설, AI 기반 서비스 도입 등으로 모멘텀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고 짚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의 트래픽 및 체류기간 증가는 광고 수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나 최근 선보였던 다양한 시도의 성공 사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구체화되기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양사의 매출 성장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만한 요인으로는 수익화 시점이 꼽힌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인 비전 제시와 기능 차별화를 통한 신사업 가치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향후 AI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어떻게 고도화할지가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에 대해 “새롭게 출시한 AI 브리핑 등 신규 AI 서비스에서 성능과 관련된 이슈가 꾸준히 불거지는 만큼 다양한 고성능의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향후 카카오 생태계의 다양한 서비스를 어떻게 AI를 통해 구현할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지배구조의 지렛대]② 테마파크, 삼성의 심장이 되다

지배구조의 핵심이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놀이공원 운영사 삼성에버랜드는 1990년대 후반, 총수 일가 지분을 집중시키는 '전환사채 발행' 사건을 계기로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떠받치는 정점으로 부상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삼성그룹의 기둥을 세운 셈이다.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까지 이어지며, 삼성에버랜드는 '재벌 승계의 교과서'가 된 첫 사례로 남았다. 1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76년 개장한 삼성에버랜드의 전신 '용인자연농원'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국토녹화 구상에서 비롯된 사업이었다. 초기에는 사파리월드, 유실수 재배, 양돈 사업까지 포함한 복합농업단지였으나, 1990년대 이후 본격적인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1996년, 단 한 번의 전환사채(CB) 발행이 계기가 됐다. 그해 10월, 에버랜드는 총 125만4000주의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발행하기로 결의한다. 이 가격은 당시 추정 주가(약 8만5000원)보다 9배 이상 낮았다. 일부에선 상속세법상 주당 10만원, 법원 감정으로도 1만4825원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전환사채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제일모직 등 기존 주주들은 인수권을 포기한다. 이후 이재용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전량을 실권주 방식으로 배정했다. 이 회장은 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도 '시작은 미약'했다. 이재용 회장은 1995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60억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두 회사가 상장되자 이를 매각해 605억원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일부를 에버랜드 CB 매입에 투입했다. 결국 이 지분은, 향후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출발점이 됐다. 1998년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거래가 이뤄진다. 에버랜드가 당시 비상장 상태였던 삼성생명 지분 21%(344만 주)를 주당 9000원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다. 이로써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라는 구조가 완성된다. 여기서 삼성생명이라는 금융계열사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기에, 항상 대규모 현금자산을 보유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자연스럽게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 주식을 안정적으로 장기 보유할 수 있었고, 이는 곧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자산 기반이 됐다. 결과적으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장악하게 되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사업적 비중은 작지만, 비상장사이자 총수 일가의 지분이 집중된 에버랜드는 그룹의 실질적 지배축으로 자리잡았다. 당시에는 순환출자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이었기에, 비상장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연결하는 구조는 제도상 허용된 회색지대 전략이었다. 당연히 법적 논란도 뒤따랐다. 2000년 법학 교수들이 이건희 회장과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실무 임원들은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사건은 종결됐다. 당시 판결은 “경영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는 논리를 따랐지만, 재벌 편법승계의 대표적 상징으로서 사회적 비판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삼성에버랜드의 영향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에버랜드는 2015년,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꾼 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한다.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핵심 계열사였다.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 자산·매출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3배 이상 크다는 점에서, 이 비율은 사실상 이 회장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6%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훗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얽혀, 국민연금의 결정이 부당했다는 법적 판단과 사법 처리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합병은 그대로 성사됐고, 이재용 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8.1%를 확보하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르게 된다. 그 결과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완성됐다. 표면적으로 지주회사는 없지만,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은 각 계열사 인사와 전략, 투자 방향의 중심에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는 놀이공원이라는 비주력 사업에서 출발해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중심축으로 진화한 보기 드문 사례"라며 “지분과 구조를 통한 지배력 확보, 비상장사의 활용 등 그룹사 지배구조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한 해설집이 됐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노사화합’ 마지막 관문 앞두고 시끌

3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한 번에 타결하며 '상생' 물꼬를 텄던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내홍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집행부 임기 단축과 조기 선거가 예정되면서 핵심쟁점인 성과급 조정 논의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임금협상 불확실성을 높이는 불안요소가 벌써부터 싹트고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 집행부는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6개월 가량 단축하기로 최근 결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조기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집행부는 손우목 노조위원장이 병가에 들어가면서 이현국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조기선거 시행 배경은 내부 갈등이다. 지난 2월 마련한 2023·2024·2025년도 임단협 잠정합의안 내용을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공지하면서 일부 내용을 숨겼다고 알려졌다. 노조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원의 인사평가 처우 개선 등 사안이다. 조합원들은 이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집행부가 방어적으로 대응하며 불필요한 대립이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전삼노 집행부는 결국 공식 사과문을 내고 “이번 전임자 처우 개선과 관련된 사안으로 인해 조합원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단순한 의사결정 문제가 아니라 조합의 투명성과 신뢰 자체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가장 민감한 사안인 성과급 문제를 추후 다루기로 했다는 점이다. 노사는 총 8명 규모 성과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9일 첫 회의를 가졌다. 양측은 2주에 1번씩 총 6차례 만나 상반기 내 결론을 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리더십을 잃은 노조가 핵심쟁점인 성과급 논의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집행부는 사측과 임단협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힘들게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조합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된 사례도 있다. 작년 말에는 집행부 불신임 투표까지 펼쳐졌다. 이 위원장 직무대행은 입장문을 통해 “(조기선거 일정을) 당장이 아닌 9월을 선택한 것은 임단협 후속으로 진행 중인 성과급 제도 개선 TF와 선택적 복리후생 TF를 상반기 내 성과로 연결하기 위함"이라며 “또 차기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9월부터 내년도 임금교섭 투쟁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철저한 인수인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노조가 구심점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는 점은 회사 입장에서도 악재다. 글로벌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노사가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새 집행부에 상급 노조 등이 영향력을 행사해 대화에 앞서 파업부터 준비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른 노조 몸집이 커지며 노노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것도 걱정거리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약 3만3200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작년 말 기준 12만8846명)의 26% 수준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 분석] “계열사 팝니다”… 다이어트로 빙하기 버티는 ‘공룡’ 카카오

과거 문어발 확장으로 눈총을 샀던 카카오가 '군살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AI)·카카오톡 중심 체질개선을 이뤄낸다는 전략이다. 내부 진통이 여전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실적·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와 고용불안 상승·스타트업 투자 기조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VX·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에 이어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카카오엔터가 주요 주주에게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사측은 즉각 공시를 통해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내부 동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사례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조직 슬림화 기조가 뚜렷해진 점도 계열사 분사·매각설에 힘을 싣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에서 지난 2월 기준 116개로 2년새 약 21%가량 감소했다.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VX는 연내 매각을 공식화한 상태다. 모빌리티·헬스케어 또한 사모펀드로의 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인수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엔터의 경우 최근까지도 종속기업을 줄여왔다. 카카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크래들스튜디오(드라마 제작사) △크로스픽쳐스 및 해외법인(드라마·영화 제작사) △카카오IX 중국·홍콩법인(캐릭터 사업) △상하이레디엔터(중국 광고모델 에이전시 법인) 등을 청산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실적 부진이 길었거나 사법리스크에 휘말려 있다는 것이다. 엔터·모빌리티의 경우 대규모 외부투자를 여러 건 받아온 만큼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지만 시장 침체 등 이유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리며 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모빌리티 또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콜 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공정위 과징금과 금융당국 조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카카오VX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프 인기가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매출 1241억원·영업손실 1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헬스케어는 매출 119억원·영업손실 349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이 포함된 포털비즈 또한 성과 부진이 아쉬움으로 꼽혀 왔던 사업부문이다.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4240억원에서 2023년 3440억원, 2024년 3320억원으로 3년새 21.7% 줄었다. 결과적으로 몸집 줄이기를 통해 핵심 자원을 모으는 한편 '문어발 확장' 오명과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무리한 확장으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정체성과 연관이 적은 사업들이 많아지면서 AI 등 첨단 산업 역량이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계열사 정리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조치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다. 상반기까지는 콘텐츠 자회사 위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AI 서비스 출시 이후 카카오톡 트래픽 개선 여부에 따라 매출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신은정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AI와의 공동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서비스 방향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건강한 변화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다만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노사갈등이 심화할 우려는 더 커졌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성명을 통해 계열사의 사모펀드 매각 가능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사모펀드에 사업을 매각하는 건 경영쇄신과 정반대 방향"이라며 이달 중 단체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벤처투자업계에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옥석 가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플랫폼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확장성으로 성장성이 높아 투자심리가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성장 한계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중심축이 성장성에서 수익 안정·투명성으로 옮겨간 것도 한몫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 의사결정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평가·실사 과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다른 한편으론 단단한 사업 기반 없이 매개자 역할로 머무르면서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에 또 다른 투자금을 유치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오던 기업들에 대한 불실 우려 해소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넷플릭스, 지난해 한국서 9000억 벌어 법인세 39억 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9000억원 가량을 벌면서 법인세는 39억원만 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대부분을 미국에 '멤버십 대가' 명목으로 보내 영업이익률이 1.9%에 머무른 탓이다. 본사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만 세금 회피 목적으로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작년 매출액은 8996억6538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8233억4278만원) 대비 9.3%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억5208만원에서 173억8075만원으로 44.2% 뛰었다. 호실적의 배경은 구독자 증가다. 매출액의 99.8%(8982억7932만원)가 구독 멤버십 재판매 수익에서 나왔다. 계정공유 금지 정책을 시행한 이후 '흑백요리사' '오징어 게임 2' 등 주요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를 많이 팔았지만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영업이익률이 1.9%에 머물렀다. 매출원가가 7673억9220만원으로 지나치게 높은 탓이다. 매출원가율은 85%를 넘는다. 특수관계인인 미국 본사(Netflix, Inc.)에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7323억8194만원을 쐈다. 이밖에 종업원급여(242억533만원)가 18% 늘어며 판매·관리비(354억1915만원) 지출이 67억6435만원 많아지긴 했지만 마케팅 비용(794억7328만원)을 30억원 가량 줄여 이를 상쇄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1억2496만원이었다. 문제는 이익이 줄며 법인세 지출액도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에 낸 세금은 39억3087만원이다. 2023년(36억1754만원)과 비교해 8.6% 늘었지만 매출액을 감안하면 초라한 숫자다. 본사 배당금은 법인세의 2배가 넘는 95억원이었다.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은 감사보고서에 별도로 표시하지 않아 0원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코리아가 세금 회피를 위해 영업이익률을 일부러 1%대까지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비스 기업 특성상 마진율이 높은 구조를 지녔고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내 영향력도 가장 강력한데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 최근 2년간 넷플릭스 미국 본사 영업이익률은 매분기 30% 안팎을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코리아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법인 회계 투명성 관련 지적은 수년째 나오고 있다. 다만 당장 해법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정치 환경이 아직 불안한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넷플릭스가 SK텔레콤·KT 등 국내 기업에 내는 망 사용료도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매출원가 책정 논란 관련 “당사는 유통계약에 따라 본사를 대신해 넷플릭스 서비스에 대한 구독 멤버십을 재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해당 협의에 따라 서비스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애플, 관세·AI 겹악재에 휘청…삼성 스마트폰 ‘반격의 시간’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관세 유예 조치와 AI 기능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며 반격의 기회를 포착한 반면, 애플은 이중 관세 부담과 AI 광고 논란이라는 겹악재에 직면한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및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4월 11일 발표한 조치는 관세 예외가 아니다"라며 “해당 제품들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의 적용 대상이며, 단지 다른 범주로 분류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가올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는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등 핵심 품목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긴급 조치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불과 이틀 전인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각서를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고,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으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아이폰 생산량의 약 90%가 중국에 집중된 애플은 이번 조치로 인해 20%의 펜타닐 관세에 추가로 품목별 관세까지 겹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 생산 비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망 이전도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공급망의 10%만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더라도 약 3년의 시간과 300억달러(약 43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에서 생산을 대부분 철수하고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왔다. 2022년부터 베트남 이전을 본격화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약 2억2400만대 중 절반 가까이를 베트남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삼성은 일정 수준의 시간적 여유도 확보했다. 물론 품목별 관세 부담은 남아 있지만, 애플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스마트폰 선행 생산을 확대해 유통 채널에 물량을 미리 공급할 수 있고, 전 세계 8개 생산 거점 간 생산 조정의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능을 둘러싼 경쟁에서도 삼성전자가 한 발 앞선 모습이다. 올해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국내 사전 판매량이 130만대를 넘기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중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전작 대비 사전 예약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했다. AI 기능을 한층 강화한 점이 소비자 선택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 S25에 구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비주얼 AI' 기능을 업데이트하며 AI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측면의 AI 버튼을 길게 누르면 자동 실행되는 이 기능은, 카메라 화면을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과 응답을 제공하는 '제미나이 라이브'를 포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25 시리즈가 2016년 출시된 S7 이후 9년 만의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AI 기능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실제 기능의 대부분은 내년 이후에야 제공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더 개인화된 시리' 등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접수된 소송에서는 “광고한 AI 기능이 실제로 제공되지 않았다"며 사기 및 계약 위반 혐의가 제기됐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아이폰16 구매자에게 인당 최대 15만6000원의 보상이 필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도 서울YMCA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삼성과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 시장조사업체 마다 출하량 집계 결과가 엇갈릴 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정책 변수인 '관세'와 기술 변수인 'AI' 모두에서 삼성이 다소 유리한 흐름을 타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대외 환경 변화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 ‘2나노’ 반도체 수율 아직 30~40%… TSMC 60% 수준 확보가 관건

삼성전자가 2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된 첫 반도체 칩을 연내 시험 생산할 계획인 가운데, 수율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3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구조를 도입하고도 낮은 수율로 고객 확보에 실패했던 삼성은, 2나노에서는 '기술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느냐'는 시험대에 다시 오르게 됐다. 수율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전체 칩 중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의 비율을 뜻한다. 같은 기술이라도 수율이 낮으면 생산 단가가 급등하고, 고객사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기 어렵다. 삼성의 3나노 수율은 초기 10~20% 수준에 머물러, 퀄컴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 2나노 공정(SF2)에 MBCFET(Multi-Bridge Channel FET)를 적용해 모바일용 칩 '엑시노스 2600'을 올해 안에 시험 생산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MBCFET는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트랜지스터 기술 중 하나로, 나노시트 형태의 채널을 여러 겹으로 쌓은 삼성전자의 고유 구현 방식이다. 이 기술은 전류가 흐르는 통로(채널)를 게이트가 네 면에서 감싸는 구조로,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이 기존 3나노 공정 대비 성능 12% 향상, 전력 효율 25% 개선, 면적 5% 축소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2022년 3나노 공정에서 GA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기술적 선두에 나섰지만, 실제 양산에서는 수율(완성품 비율)이 10~20%대에 그치며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확보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일부 파운드리 라인의 가동이 축소됐고,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500 시리즈도 수율 문제로 출하 일정이 조정된 바 있다. 당시의 '기술 선도'는 '양산 실패'로 이어졌고, 삼성 파운드리는 고객 신뢰도 측면에서 타격을 입었다. 결국 이번 2나노 공정에서도 핵심은 단연 수율 안정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SF2 공정의 현재 수율은 30~40% 수준으로, 이전 세대보다는 개선됐지만 실제 대량 납품이 가능한 '양산 수율 기준선'인 60% 이상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경쟁사인 TSMC는 2나노 공정(N2)에서 처음 GAA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SRAM(메모리 셀) 테스트 수율이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TSMC는 올해 하반기부터 2나노 양산에 들어가며, 이미 애플, AMD 등과의 공급 계약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삼성도 수율 확보를 위해 생태계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EDA(전자설계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과 협력해 회로 설계용 툴(PDK)과 설계 키트를 최적화하고 있으며, 공정 전환의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3나노 공정과의 설계 호환성도 확보했다. 또한 삼성은 2027년 양산 예정인 2나노 후속 공정(SF2Z)부터는 전력 공급을 칩의 하단에서 직접 제공하는 후면 전력 공급(BSPDN) 구조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전력 손실을 줄이고 칩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TSMC도 2026년부터 유사 기술(A16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퀄컴이 삼성의 SF2 공정을 기반으로 2나노 차세대 스냅드래곤 칩 샘플 제작을 의뢰했다는 소식이 나오며, 수율 안정성 확보 여부에 따라 향후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AA는 이제 모든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가 채택하는 기술이 됐고, 관건은 수율과 양산 안정성"이라며 “올해 연말 시험 생산 결과가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 회복 여부를 가를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금양 류광지 회장, 지분 ‘전량’ 압류 확인

금양 류광지 회장의 금양 지분 전량이 사실상 압류 또는 담보로 묶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류 회장의 주식 일부를 추가 압류한 사실이 공시로 확인되면서, 최대주주의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 11일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통해 류광지 회장이 보유한 금양 주식 총 1413만1724주(전체 발행주식의 22.09%) 중 일부가 국세청(부산진세무서)에 의해 추가로 압류된 사실을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25일 부산진구청이 지방세 체납을 이유로 803만1103주(12.55%)를 압류한 것과 별개로, 국세 체납에 따른 국세청의 별도 압류 조치다. 공시에 따르면 해당 계좌의 일부는 이중 압류가 발생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결과적으로 류 회장의 금양 지분 전량이 현재 압류 또는 담보로 제한된 상태가 됐다. 앞서 금양은 지난달 27일 '단기차입금 증가결정' 정정공시를 통해, 류 회장이 금양에 대여한 209억원 상당의 자금에 대해 국세청이 채권자로 등재됐다는 사실도 밝힌 바 있다. 국세청은 해당 대여금 채권 외에도 류 회장 명의의 주식 일부에 대한 압류 조치를 병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류 회장은 명목상으로는 금양의 최대주주지만, 자유롭게 처분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가 됐다. 지방세를 압류한 부산진구청과 국세청은 금양의 주식 거래가 재개되거나, 상장폐지 이후 정리매매가 개시될 경우, 법에 따라 압류 주식의 매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류 회장 본인 명의의 지분은 모두 압류 또는 담보 설정 상태에 놓여 있으며, 그나마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있는 지분은 특수관계인 명의로 보유된 일부에 국한된다. 최근 유상증자에 참여한 케이제이인터내셔널과 케이와이에코 등 특수관계 법인들이 보유한 약 245만 주 정도가 사실상 유일한 의결권이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 대비 약 3.8%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최근 금양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태이며, 한국거래소는 향후 일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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