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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의 ‘독자 생존 방정식’… 회사채 시장 복귀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6개월만에 공모채 시장에 등장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두산밥캣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자금처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공모채 시장 복귀…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11일 1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800억원의 만기 도래 회사채 차환과 700억원의 한도대출 상환을 위한 조치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희망금액 800억원의 593%인 4740억원의 유효수요가 발생했다. 2년물에 1130억원, 3년물에 361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여전히 높음을 보여줬다. 회사는 당초 개별민평 수익률에 '-0.30%p~+0.30%p'를 가산한 금리 조건을 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개별민평 수익률은 4~5% 수준이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수익률이 높은 크레딧 채권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 분리에 따른 자금조달 대안 모색 이번 회사채 발행의 배경에는 최근 추진 중인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계획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11일,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대규모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을 마주했다.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결국 두산그룹은 주주와 시장의 부정적 의견, 기관투자자의 우려 등을 고려해 두산밥캣을 품은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사이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은 철회했다. 지배구조 재편 계획이 당초와 달라졌지만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을 담보로 한 차입이 어려워진 것은 변함이 없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신설법인을 통해 두산밥캣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그대로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의 주식을 담보로 1조4900억원을 차입했다. 연간 이자만 약 6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두산밥캣으로부터 이자금액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두산밥캣을 분리하게 되면서 다른 방식으로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자 생존 전략…추가 자금조달 방안 검토 두산에너빌리티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독자적인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향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분리돼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채권 상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에 마이너스 요소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인 지배구조 재편에 효과로 이자비용이 사라져 재무구조가 개선되지만 차입은 늘려야 한다"며 “비용 부담과 본업 실적 전망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할 악재를 상쇄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IFA 2024 폐막, AI가 바꾸는 가전 지형도 보여줬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4가 AI 기술 대중화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 속에 10일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AI 기술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전 산업의 미래 방향성도 제시됐다. ◇삼성·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AI 경쟁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이번 IFA는 '모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ll)이라는 주제로 139개국에서 18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총 18만2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은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과 지속가능성이 핵심 키워드로 부각됐다. 삼성전자는 'AI for All(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선보였다. 보이스 ID 기술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음성 패턴을 인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앰비언트 센싱으로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능 등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플랫폼은 보안, 지속가능성, 연결성, 안전과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였다.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기기 간 안전한 연결을 지원하며, 삼성 녹스 볼트는 사용자의 중요 정보를 보호한다.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 및 최적화 기능을 통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지속가능성 기능도 강화됐다. LG전자는 AI 홈의 두뇌 역할을 하는 'LG 씽큐 온'(LG ThinQ ON)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AI 플랫폼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가전제품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사용자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커피머신을 작동시키고, 출근 시간에 맞춰 에어컨을 끄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씽큐 온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명령 처리 및 연결 기기 관리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높였다. LG전자는 B2B 사업도 강조했다. 고해상도 대형 디스플레이와 AI 기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디지털 사이니지 솔루션, 대규모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중앙 제어 시스템을 갖춘 상업용 에어컨, 호텔과 병원 등에서 활용 가능한 서비스 로봇 등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들, 유럽 시장 공략 나서 중국 기업들도 이번 IFA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TCL, 하이센스, 하이얼, 메이디 등이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센스는 'Connect Life' 슬로건으로 스마트홈 존을 운영했으며, AI 기반 음성 비서가 탑재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 냉장고는 식재료 관리, 레시피 추천, 온도 자동 조절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하이센스는 이동형 AI 홈 허브 '할리'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음성 명령을 인식해 집 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실내 환경을 모니터링하며,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TCL은 LG전자의 공간 디자인 TV와 유사한 제품을 전시했다. 이 TV는 벽에 완전히 밀착돼 설치할 수 있으며, 화면이 꺼졌을 때는 액자나 거울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속가능성·에너지 효율, 가전 산업의 새로운 화두 이번 IFA에서는 AI 기술과 더불어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에너지'와 '플렉스 커넥트' 등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 서비스들은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 스마트싱스 에너지는 테슬라와 협업해 개발한 서비스로, 전기차 충전, 태양광 발전, 가정용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통합 관리한다. 하이얼은 초절전 냉장고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AI 기반 온도 제어 시스템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전력 소비를 30% 이상 줄였다. 메이디는 태양광 발전과 연계된 스마트 에어컨 시스템을 전시했다. 이 시스템은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해 전력 비용을 절감한다. 에코플로우(EcoFlow)는 가정용 전력 백업 시스템 'DELTA Pro Ultra'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90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제공하며,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연동해 가정의 전력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연결성 강화도 이번 IFA의 주요 트렌드였다. 스마트홈 플랫폼, 크로스 디바이스 경험, IoT 생태계 확장 등이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약 3억5000만 명의 스마트싱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 및 프라이버시 강화도 중요한 이슈였다.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기기 간 안전한 연결을 지원하며, 삼성 녹스 볼트는 사용자의 중요 정보를 보호한다. 리셋 보호(Reset Protection) 기능은 외부인의 임의 접속을 감지하고 차단한다. ◇AI, 미래 가전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 이번 IFA 2024는 글로벌 기업들 간의 치열한 기술 경쟁 무대였다는 평가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고,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눈에 띄었다. 반면 소니, 샤프 등 전통적인 일본 가전 기업들의 참여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동향 측면에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중저가 제품군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소비자들의 양극화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 가전업계 전문가는 “지속가능성과 연결성이 강화된 차세대 스마트홈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AI 기술을 필두로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향후 가전 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매각설’ 카카오VX 노조 “구조조정 중단하고 고용불안 해소해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카카오VX가 일부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카카오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해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사측에 요구했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은 9일 서울 강남구 뮤렉스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카카오VX 사모펀드 매각 반대 피켓 시위를 벌였다. 크루유니언 측은 이 자리에서 계열법인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카카오는 올들어 비핵심 사업들을 정리하는 등 고강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순차적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곳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크루유니언 측에 따르면 카카오VX는 최근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힌 골프용품과 헬스케어 플랫폼 관련 부서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희망퇴직을 이달 중순까지 신청하지 않을 경우 자택 대기발령을 내리고, 급여를 70%만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전달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구체적인 인원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사업 철수가 예정된 부서 소속 인원은 약 100여명이다. 카카오VX는 지난해에도 일부 구조조정을 통해 약 100명 규모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크루유니언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카카오VX 경영권 인수에 나선 벤처캐피털(VC) 뮤렉스파트너스와의 사전 논의 후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크루유니언은 이와 관련해 사모펀드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들어온 공식 입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면 이달 말쯤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카카오VX는 당장 정해진 인원수만큼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못하면 회사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다. 자산도 어느 정도 있고 이익유보금도 있다"며 “그럼에도 이달 안에 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다수 계열사들의 2~3대 주주가 사모펀드라는 것"이라며 “기업이 단일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경영권을 사모펀드를 매각하려는 건 작금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카오는 이같은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다. 매각보다는 사업 축소 가닥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VX 주요 사업 중 골프용품·헬스케어 플랫폼·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연내 철수키로 결정했다. 주력 사업인 스크린골프 및 골프장 예약 플랫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 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로썬 일각에서 제기되는 매각설과 관련해 구체화되거나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⑦ LG그룹,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 노력 필요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핵심지표 이행률 등을 짚어본다.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준수 현황 하락이 두드러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9일 LG그룹 9개 상장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린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를 종합한 결과 모두 전년 대비 지배구조핵심지표의 준수 항목 수가 감소했다. 지배구조핵심지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 및 활동, 감사기구, 관계사 위험 등 4개 영역에 걸쳐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기업은 이 항목들에 대해 준수 여부를 'O'(준수) 또는 'X'(미준수)로 표시하여 보고한다. 이번 평가에서 LG그룹 산하 상장사 중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2년 13개 항목을 준수했다가 이번에는 10개로 총 3개 항목이 감소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LG헬로비전은 12개에서 10개로 2개 항목이 감소했으며, 나머지 7개 계열사(LG,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는 모두 1개 항목씩 감소했다. 2023년 기준으로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항목을 준수한 곳은 LG이노텍(13개)이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LG헬로비전이 각 10개 항목만을 준수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점수 하락은 이유가 있다. 먼저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항목이 2023년 평가에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항목으로, 배당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LG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이 새로운 항목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상 LG그룹 계열사들이 배당 정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2022년 평가에 포함되었던 '내부감사기구 연 1회 이상 교육' 항목은 2023년 평가에서 제외되었다. LG그룹 상장사는 모두 이 항목을 준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 항목을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적인 내부감사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는 지적이 있었다. 단순한 교육 횟수보다는 내부감사기구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 수행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추가로 고질적으로 LG그룹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LG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감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LG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항목과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항목을 2022년에는 준수했으나 2023년에 준수하지 않았다. 대상 기업 중 이 두 항목을 모두 지키지 못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이는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주총에 참석하기 용이하게 하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가 퇴행하면서 새롭게 도입된 평가 항목에 대한 대응과 기존에 준수하던 항목들의 지속적인 이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LG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점수 하락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확립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며 “특히 새로운 평가 항목에 대한 준비 부족과 기존 항목의 후퇴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업들 ESG ‘뒷전’… 올해 ESG채권 발행 코로나때보다 적은 41조원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올해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고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흔들리고 재무관리가 중요해지면서 ESG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크게 줄었다는 진단이다. 9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지난해까지 상당한 규모였던 ESG채권 발행이 올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G채권은 올해 1~8월 기간 동안 41조4763억원에 발행하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52조7540억원 대비 21.38%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1~8월 동안 발행 규모인 42조5620억원 보다 적은 규모로 집계됐다. ESG채권은 발행자금이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을 통칭하는 단어다. ESG가 최근 몇 년 동안 재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채권의 발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ESG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조2500억원, 2019년 25조6873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연간58조884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년 만에 4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후 지난해까지도 2020년 이상의 물량이 발행돼 왔다. 이 같은 흐름과 반대로 올해 발행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극도록 발행 물량을 줄인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은 올해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발행의 큰 축이었던 대기업들이 발행량을 극단적으로 줄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한화에너지 등 10대 그룹 계열사 이외에는 ESG채권을 발행한 기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까지 일반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ESG 채권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히 떨어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일반 채권의 수요가 좋다보니 굳이 ESG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경기 위축으로 인한 불황과 고금리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0.02%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불황으로 오히려 역성장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1년여 만이다. 아울러 경기 불황과 심각한 고금리가 맞물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도 경기 위축이 심각했으나 그 때는 기준금리가 0.5~1.25%로 역사적인 저금리가 지속됐다. 이에 기업들이 큰 이자 부담 없이 ESG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 기준금리가 3.5%가 유지되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 경기 위축으로 이전보다 수익이 줄면서 일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ESG채권까지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발행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ESG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다소 낮은 편이나 조달한 자금을 ESG 분야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산업권에서도 당장 생존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전만큼 ESG에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당장 ESG에 집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별도로 자금의 활용에 대한 심사 등 준비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단순 회사채를 발행해 ESG 이외 목적에도 조달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다. 산업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ESG채권 발행에 관심이 있었던 기업이 올해는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업 상황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굳이 ESG를 내세우지 않고 단순 회사채를 발행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요기요, 배달앱 최초 ‘로봇배달’ 현장 투입

요기요는 자율주행 한집배달 서비스 '로봇배달'을 정식 출시하고, 배달앱 최초로 아파트·오피스·대학가 등에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9일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 6월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기업 뉴빌리티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인천 송도에서 실증 테스트를 거친 뒤 이번에 라이더(배달기사)를 대신해 현장배달 서비스에 들어간다. 뉴빌리티는 최근 '2024 포브스 아시아 100대 유망기업'에 선정됐으며, 지난 6월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기조연설에 뉴빌리티의 로봇이 깜짝 등장하는 등 글로벌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실외 이동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획득한 뉴빌리티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실외 자율주행 로봇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단거리 배달에 최적화된 요기요 로봇배달은 가게로부터 최대 1.2㎞ 반경의 주문에 한해 1건씩 배달하는 단건배달 서비스로, 요기요 등록 음식점주과 고객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음식점주의 경우, 일반배달과 동일하게 음식을 조리한 뒤 배달로봇이 가게 앞에 도착하면 음식을 실어 보내면 된다. 소비자는 요기요 앱으로 픽업(수령) 장소를 선택한 뒤 약속한 장소에 배달로봇이 도착하면 음식을 받으면 간편하게 끝난다. 로봇배달에 투입되는 로봇은 현행법에 따라 최대 시속 5.76㎞ 정도의 속도로 운행하다가 사람 및 구조물이 있거나 인도 폭이 좁아지면 안전하게 속도를 줄이는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복잡한 도심 속을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복잡한 보행로에서도 안전한 보도 주행이 가능하다고 요기요는 설명했다. 장수백 요기요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자율주행 로봇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고객들에게 스마트한 딜리버리 기술을 선사하고자 한다"면서 “송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로봇배달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안정성 vs 가격인상…엑시노스2500 빠지는 ‘갤럭시 S25’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에 자체 칩셋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그럼과 동시에 퀄컴 의존도가 높아져 협상력과 자체 개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내년 하반기 출시 스마트폰에는 탑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MX 사업부는 내년 상반기 출시할 S25 시리즈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제품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S25에 당초 DS 부문 산하 시스템 LSI 사업부가 3나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FET 공정을 적용해 생산한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할 예정이었다. GAA는 2022년 6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양산화에 성공한 공정 기술이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엑시노스 2500이 채택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40%선에 불과한 수율에 따른 경제성 저하가 꼽힌다. 이는 반도체 100개를 생산해 상품화 할 수 있는 양품이 40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현행 엑시노스 2400 가격은 삼성전자가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100달러 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수율이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또한 △사진 및 동영상 촬영 △CPU 성능 △발열 관리 △전력 효율성 등 고질적인 성능 차이가 늘 있어왔고, 팁스터들은 이름만 같고 다른 제품이라고 지적해왔다. 이와 같은 연유로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하고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S25에 대한 엑시노스 2500 내장을 포기하게 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외부 기술력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가격 협상력이 낮아져 삼성전자 AP 독립이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퀄컴 스냅드래곤 스냅드래곤8 4세대는 240달러(한화 약 32만1480원)로 전작 대비 20.68% 가량 올라 S25의 소비자 가격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지만 이 역시 잘 돼야 퀄컴에 종속되는 모양새를 피할 수 있는 만큼 응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급기 라인업에는 퀄컴, 보급기 라인업에는 미디어텍의 칩셋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DX 부문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모바일 AP 솔루션을 매입하는 데에 쓴 금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6조27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5조7457억원 대비 4.90% 증가했다. 이처럼 내년 상반기 엑시노스 2500 탑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계의 시선은 언제 해당 AP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집중된다. 한국 시간 기준 오는 10일 오전 2시에 애플 아이폰 16 시리즈가 공개돼 삼성전자는 우선 내년 초 스냅드래곤8 4세대가 적용된 AI 스마트폰으로 대응하고, 수율을 개선해 하반기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갤럭시 Z폴드 7·Z플립 7 등 폴더블 폰에 엑시노스 2500이 공급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6%(5위)로 나타났다. 1위는 미디어텍(40%), 2위 퀄컴(23%), 3위와 4위는 각각 애플(17%)과 유니SOC(9%)로 집계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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