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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난항으로 우울한 추석 맞이

두산그룹이 우울한 추석 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개편 계획의 난항으로 인해 그룹의 미래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주주들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 연휴 이후 곧바로 다가올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의 압박도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두산그룹 경영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두산그룹은 최근 진행 중인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잠시 멈춘 상태다. 회사 합병과 관련해 다음 달 25일로 예정됐던 주주총회 일정을 잠정 연기한 것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이 분할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발표 직후부터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주주들은 이번 개편이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것이며,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교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점이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7조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적자 상태다. 이에 주주들은 “건설장비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로봇 회사 주주가 되는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감독원도 이 문제에 개입했다. 금감원은 두산에 증권신고서를 보완하라고 요구했고, 두산 측이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혀,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그룹은 지난 8월 29일 당초 계획했던 두산밥캣 상장폐지안을 철회하고 분할합병 수정안을 내놓았다. 두산그룹은 최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주주 설득 및 시장 소통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이라며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추진하지 않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정안 역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피하지 못했다. 주주들은 분할합병 계획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난관에 부딪혔음을 보여준다. 특히 금감원이 요구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의 수익가치 재평가 작업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일정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된 국정감사 일정도 두산 입장에서 부담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그룹 총수의 증인 출석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향후 다른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위기론 점검…HBM·AI 반도체 승부수 던져야

삼성전자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AI 시대의 도래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위기론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부문 부진 뚜렷... 시장 점유율 하락세 14일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추정치 대비 25%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3년 4분기 기준 DRAM 시장 점유율은 42.7%로, 전년 동기 대비 1.8%p 하락했다. NAND 플래시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31.4%로 3.1%p 하락했다. 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에서의 열세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AI 반도체 붐과 함께 HBM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뚜렷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H200'에 SK하이닉스의 HBM3E가 채택되면서,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을 놓치게 되었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시장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3나노 공정 기술에서 TSMC가 이미 대량 생산에 돌입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수율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고객사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족도 큰 우려 사항이다. 삼성전자의 NPU(Neural Processing Unit) 개발이 지연되면서,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에 자사 AI 칩 탑재가 늦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이 주도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 삼성전자의 진입이 늦어지고 있어, 향후 시장 점유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의 급격한 성장도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XMT는 2024년 말까지 웨이퍼 생산능력을 마이크론의 54%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DRAM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CXMT 등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다. ◇위기 극복 위한 과제와 정부 지원 필요성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HBM 및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와 기술 개발 가속화, 파운드리 사업의 수율 개선 및 고객 신뢰도 회복 등이 숙제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 선점을 통한 시장 주도권 확보와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강화,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확대 등도 절실하다. 특히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삼성전자는 HBM3E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에 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와 함께 생산 능력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3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2023년 초부터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공정 기술 개선과 함께 고객사들의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자체 NPU 개발 가속화와 함께 AI 가속기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엔비디아, AMD 등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안보의 한 축이다. 삼성전자와 TSMC로 이어지는 아시아의 반도체 벨트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최전선인 상황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R&D 지원, 규제 완화 등 다각도의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AI와 자율주행, 5G 등 신기술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 중요하게 부각 중이다. 이를 통해 단순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를 넘어, 종합 반도체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하는 것이 국가적인 경쟁력 강화로 직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혁신과 성공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되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아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우리 집 댕냥이 위한 ‘가전제품·이색 서비스’ 뭐 있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인 시대다. 단순히 기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며 우리 집 댕냥이들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 등은 뭐가 있을지 집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126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5%가량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우리 집 막내'로 여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이르는 신조어 '펫펨족'이 생겨난 이유다. 아낀다면 뭐든 해주고 싶기 마련이다. 특히 집에 반려동물을 두고 나와 걱정인 맞벌이 부부에게 딱 맞는 제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2023년형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가 대표적이다.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제품에 탑재된 카메라로 집에 혼자 남은 개·고양이 등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고, 이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녹화해 저장할 수 있다. 반려견이 심하게 짖거나 장시간 움직임이 없는 등 이상행동을 감지해 보호자에게 알림을 전송해주기도 한다. 우리 집 막내의 외모를 깔끔하게 만들어줄 제품도 있다. 청호나이스가 출시한 반려동물용 셀프미용기기 '펫 관리기'가 그 주인공이다. 펫 관리기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의 건강과 위생 모두를 수시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커트, 드라이, 청소 등 셀프 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실내 미용 시 2.5L의 대용량 흡입 통을 장착해 한 번에 많은 털을 담을 수 있다. 커트 시 활용되는 에어클리퍼는 3·6·12·18·24mm의 길이를 제공해 견종의 스타일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선보인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도 집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SK텔레콤의 반려동물 AI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이용하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알아볼 수 있다. AI가 강아지나 고양이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수의사의 진료를 도와 보다 명확한 상태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촬영한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엑스칼리버 전용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질환의 위치와 비정상 소견 등을 15초 이내에 분석한다. 진단 범위는 근골격계 질환 7종, 흉부 질환 10종, 복부 질환 16종, 심장 자동계측 등이다. LG유플러스의 반려동물 서비스 플랫폼 '포동'을 이용하면 반려견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포동의 성향 분석 검사 DBTI를 통해 반려견 성향을 야생성·의존성·관계성·활동성 등 총 16개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포동은 △반려견 양육 고민에 대해 훈련 전문가가 무료 상담해주는 '고민 상담소' △반려가족이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양육 팁과 반려견 시설 정보 등을 제공하는 '매거진' △반려견 행동교정을 위해 보호자와 훈련사를 매칭하는 '포동스쿨 훈련 클래스'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장으로 다시 체코로” 추석에도 쉴 틈 없는 재계 총수들

재계 총수들이 추석 명절에도 휴식을 반납하고 경영 일선을 지킨다. 연휴 직후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동행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수장들의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출장과 경영 구상, 그리고 체코 방문 준비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동행하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재용, 10년 전통 해외 출장 이어가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명절 해외 출장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 삼성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은 이후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왔다. 올해 설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의 삼성SDI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했으며, 지난해 추석에는 중동 3개국을 순방했다. 이번 추석에도 주요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방문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체코와의 반도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원전 시공 참여 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정부가 최근 반도체 제조를 전략적 투자 분야로 지정한 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또한, 삼성물산이 UAE 바라카 원전 시공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 원전 사업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최태원, 'BBC' 전략으로 체코 공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음 달 예정된 SK그룹 CEO 세미나 준비와 함께 체코에서의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근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했으며, 체코에서 이 분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온의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체코 내 투자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정의선,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 노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체코 내 유일한 EU 생산기지인 노소비체 공장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은 2009년 준공 이후 현대차의 유럽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소비체 공장은 이미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구광모, 체코 배터리 공장 설립 타진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하반기 경영 현안을 점검하고, 체코에서의 배터리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체코 내 배터리 공장 설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이미 30여 년간 체코에서 가전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장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 정기선, 미국서 친환경 선박 기술 논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에서 열리는 '가스텍 2024'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친환경 선박·에너지 전시회로, HD현대는 후원사로 참여한다. 정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에너지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화, 우주항공·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사실상 승계 구도가 굳어진 만큼, 올해 초 수립한 계획을 점검하고 미래 신성장동력과 신규 투자처를 집중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등 기타 그룹, 각자도생 전략 수립 이 밖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등의 현안을 점검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연휴 기간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등 주요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는 '팀코리아'가 약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 원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체코 순방, 新시장 개척 교두보 될까 연휴 짂후 이어지는 체코 순방은 한-체코 수교 3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체코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원전 등 첨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총수들이 추석 연휴마저 반납하고 현장 경영에 나서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특히 체코 순방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中 ‘반도체 굴기’ 284조원 투입…韓 대응 시급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빠른 정상 속도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사 협회인 SEM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은 250억달러를 반도체 제조 장비에 투자했다. 이는 한국, 대만,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SEMI는 2024년 전체 중국의 장비 구매액이 350억달러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최근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3기 반도체 투자기금으로 3440억위안(약 64조 원)을 조성했다. 여기에 사회자본까지 포함하면 총 1조5000억 위안(약 284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520억달러(약 69조원)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중국은 이번 3기 투자기금의 투자 기간을 늘려 중장기 R&D 지원을 확대한다고 알려졌다. 또 국유은행을 대거 참여시켜 인내자본(Patient Capital·장기투자자금)의 역할도 강화했다. 투자 방향도 AI 반도체와 고대역폭(HBM) 메모리 제조기술 확보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반도체협회(SIA)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2024년까지 1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2020년 9%에서 2024년 17.4%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비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현행 반도체 지원 정책은 주로 세제 혜택과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직접적인 투자 규모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기획재정부가 6월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패키지"를 통해 18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과 2030년까지 운용할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계획(15만명) 등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계획과 투자 규모 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이광호 연구위원은 “중국의 3기 반도체 기금 조성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예산 투입과 함께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 확대와 R&D 지원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의 지원 정책으로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라며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가 향후 한국 경제의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해외 인력 30% 감축 추진”

삼성전자가 해외 일부 부문에서 최대 30%의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TV·메모리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2일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인력은 약 15%, 관리직은 최대 30% 감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인도에서는 이미 일부 중간 관리자들에게 퇴직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대 1000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약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일부 해외 법인에서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통상적인 인력 조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생산직 인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 수는 26만7800명이며, 이 중 14만7000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은 약 2만5100명, 기타 부문 인력은 2만7800명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이번 구조조정이 삼성전자가 주요 사업 부문에서 직면한 도전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경쟁사들에 비해 업황 회복이 더뎌 지난해 15년 만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화웨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며, 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TSMC에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기술 제품 수요 감소에 대비한 조치"라며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서의 인력 감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카카오 김범수, SM 시세조종 의혹 전면 부인…“무리한 기소”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정당 행위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첫 공판을 열었다. 지난 7월 23일 김 창업자가 구속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구속 수감 중인 김 창업자는 이날 수의 대신 정장을 입은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섰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전 투자전략실장 등도 법정에 출석했다. 김 창업자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과 함께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위해 장내 매집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종의사결정권자인 김 창업자가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직접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SM엔터 보유 주식이 5%를 넘겼음에도 주식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 측은 이날 모두진술을 통해 “피고 측은 카카오엔터가 SM엔터를 인수할 경우 하이브를 넘어 엔터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과정에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미칠 영향과 '문어발 확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에 따라 경영권 분쟁 시 대항공개매수를 통한 대응이 가능하고, 경영권 취득 목적을 공시하며 5% 이상 장내 매집을 통해 확보하는 방법도 있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배 투자총괄대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취득 목적을 밝히지 않기 위해 이러한 제안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김 창업자가 공개매수 대신 비밀리에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동의·지시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창업자 측 변호인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 일환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지분 매수가 위법하다며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창업자가 원아시아의 SM엔터 고가 매수 활동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며 시세조종의 고의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김 창업자는 원아시아 등 SM엔터 주식 매수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고, 해당 사실 자체도 몰랐다"며 “우호지분을 확보하라고 기재돼 있을 뿐 언제,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없는데 원아시아와 공모했다는 건 무리한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사 간 인수전에 따른 기대로 주가가 오른 부분도 있으나 검찰은 무조건 시세 조종성 고가 매수라고 주장했다“며 “검찰 측 주장대로라면 경쟁사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고가주문이나 물량 주문하는 게 불가능하다. 저가 주문과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길 기다리며 필요한 주식 매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가 공동 보유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아시아가 매집한 부분을 제외하면 5%를 넘지 않으므로 공소사실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 측은 “이 사건 범행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가 인정됐기 때문에 기소한 것"이라며 주가가 오른 것만 갖고 기소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2270개 가량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다음달 8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이달 말까지 변호인 측 증거 의견을 받은 후 검찰과 변호인의 쟁점에 대한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삼성에 연이은 기밀 유출…‘매국’ 행위로 25조 ‘줄줄’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기술 유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속적으로 발생한 기술 유출 시도가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례 잇따라 11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출신 전 임원과 삼성전자의 전 수석연구원 등이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코드명 '볼츠만'을 중국의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와 '최종목표규격'(MTS) 등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넘겼다.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실제 피해 금액은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기술이 탈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8월에 발생한 'F프로젝트' 관련 기술 유출 사건도 충격을 줬다. 삼성전자 전직 상무가 삼성전자에서 20~31년간 근무한 베테랑 직원 3명을 영입해 화성 삼성반도체 공장의 'BED 자료'(클린룸 유지를 위한 최적 온도, 습도, 조도 등의 수치)와 중국 시안 삼성반도체 공장의 설계도면 및 공정배치도를 유출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유출한 자료를 이용해 중국에 '복제 공장'을 건설하려 하려다가 적발됐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 연구원들이 710억 원대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과 장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관련 기술정보로 동일한 사양의 반도체 세정 장비 14대를 제작한 뒤 관련 기술과 함께 중국 업체와 연구소 등에 팔아넘기다가 적발됐다. 2022년에는 삼성의 반도체 초순수시스템 관련 기술을 중국과 미국으로 유출한 전·현직 연구원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일도 있었다. 이 기술은 삼성엔지니어링이 2006년부터 매년 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이룬 업적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월에도 삼성전자 전직 부장급 직원과 협력사 전직 팀장이 18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중국의 최대 D램 제조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액은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기술 유출은 2016년에 발생했지만 8년이 지난 후에야 적발됐다.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처벌 강화 기조 이러한 지속적인 기술 유출 시도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의 핵심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을 유출하는 건 '매국' 행위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이런 행위는 국가정보원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부터 5년동안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기업 추산 피해액은 25조원 규모다. 적발된 전체(93건)의 3분의 1(33건)이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었다. 국가핵심기술이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이다.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정부가 따로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도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일반 산업기술 침해에 대한 최대 권고형량을 국내침해의 경우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산업기술 국외침해의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각각 상향하고, 국가핵심기술의 국외침해 유형의 경우 기본 권고 형량을 3년~7년, 가중 권고 형량을 5년~12년으로 정했다.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 특별조정을 통해 권고 형량 상한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어 최대 18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핵심 기술의 유출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제도 개선, 기업 문화 변화, 개인의 보안 의식 제고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4조 짜리 삼성 D램 기술…중국으로 불법 유출 확인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10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에서 임원을 지낸 최모씨(66)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씨(60)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업기술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코드명 '볼츠만'을 중국의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다. 청두가오전은 최씨가 2021년 중국 청두시로부터 약 4600억원을 투자받아 설립한 회사다. 최씨는 한국에서 삼성전자 임원과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업체 설립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부터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들을 접촉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에서 D램 메모리 수석연구원을 지낸 오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기술 인력을 자신이 설립한 업체에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최씨는 청두가오전 운영을 주도하며 영입한 국내 반도체 기술자들을 통해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반도체 핵심공정기술을 유출했다. 이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와 '최종목표규격'(MTS) 등을 포함하고 있다. 청두가오전은 놀라운 속도로 사업을 진행했다. 2021년 1월경 반도체 D램 연구 및 제조 공장 건설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에 준공을 마쳤고, 불과 1년 3개월 만인 2022년 4월에는 '시범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시범 웨이퍼는 적용한 기술이 실제 반도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초 개발 제품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8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3000억원이며, 20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원에 달한다"며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실제 피해 금액은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아직 중국 내 외국 기업으로 기술이 추가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청두가오전의 경우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고, 20나노급 D램 양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중국 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정황은 확인된 바 없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이번 유출 사건과 관련해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임직원들도 추가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핵심 기술 인력이 해외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위한 불법 인력송출이 있었는지 등도 면밀히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인원은 밝힐 수 없지만 약 30명 정도가 추가로 입건된 상황"이라며 “기술을 유출한 추가 국내 기술 인력 및 이와 관련된 인력 송출 혐의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애플 ‘아이폰16’ 출격…갤럭시 넘어 AI폰 패권 차지엔 역부족

인공지능(AI)을 품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가 베일을 벗었다. 이로써 애플은 '갤럭시 S24' 및 '갤럭시 Z6' 시리즈 등을 출시하며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의 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만 삼성전자 AI폰과 비교해 큰 차별점이 없고 지원 언어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이폰16이 AI폰 패권을 차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 '이제 새롭게 빛나다(It's Glowtime)'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 등 최신 제품을 선보였다. 아이폰16 시리즈는 고급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디자인 측면의 일부 변화 외엔 전작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가격도 달러 기준으로 전작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아이폰 기본 모델은 799달러(128GB), 플러스는 899달러(128GB), 프로는 999달러(128GB), 프로맥스는 1199달러(256GB)부터 시작한다. 이번 아이폰 신작의 가장 큰 변화는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애플이 자체 개발한 최신 칩인 A18과 A18 프로가 장착됐다. 아이폰 등에 적용될 AI 생태계가 공개되며 애플도 삼성전자에 이어 AI폰 대열에 참여하게 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 AI 기술이 탑재된 첫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며 'AI 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지난 7월엔 폴더블 폰 신제품인 갤럭시 Z 플립6·폴드6에도 AI를 적용하며 AI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내 AI 탑재를 강화하는 건 수요 위축 속 AI 기능이 한줄기 빛으로 작용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11억6690만대로, 지난 10년 내 최저치다. 올해 들어선 수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1분기와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각각 6%, 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I폰 등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AI폰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13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왕좌를 차지했지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준 애플이 AI폰 출시에 나선 이유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차세대 아이폰은 처음부터 AI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AI폰을 앞세워 세계 시장 1위를 수성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애플의 첫 AI폰이 공개됐음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기존 AI폰과 비교해 큰 차별점이 없다는 이유다. 일례로 애플 인텔리전스가 표방하는 하이브리드형 AI는 삼성전자가 이미 선보인 개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한 자체 생성형 AI '갤럭시 AI'를 통해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기반 AI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AI를 먼저 내세운 바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대비 지원 언어가 한정적이라는 점은 애플이 AI폰 시장을 선점하는 데 제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은 내달 베타(시험) 버전으로 영어가 우선 제공된다. 한국어 지원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내년에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의 언어도 지원될 예정이지만, 삼성전자 갤럭시 AI의 지원 언어 16개에는 못 미친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AI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애플 인텔리전스의 주요 기능이 내년까지는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폰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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