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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외 공항들도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국토부 해명, ‘말장난’ 논란

국토교통부가 무안공항과 같은 콘크리트 기반의 로컬라이저 설치 사례로 언급한 해외 공항들이 실제로는 무안공항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언급한 공항들은 무안공항처럼 돌출된 둔덕 형태가 아니다보니 로컬라이저 시설이 비행기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였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외면하고 소재에 대해서만 해외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결국 사고의 원인 규명과 상관없는 책임 회피성 발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콘크리트 타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해외 공항 사례를 언급하며 무안공항의 구조적 안전성을 강조했다. 주 실장은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설치돼 있다"며 “국내 제주공항의 경우 콘크리트 구조물과 H빔을 써 로컬라이저 안테나 높이를 높였고, 여수·포항경주 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스페인 테네리페 공항·남아프리카 공화국 킹팔로 공항 등에서도 콘크리트 위에 안테나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설명은 본질을 회피한 답변으로 확인된다. 본지 취재 결과 주 실장이 언급한 3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설비는 콘크리트 사용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 비행기와 충돌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무안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가 2m 높이의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 위에 설치되고, 이를 흙으로 덮은 인공 둔덕까지 포함해 전체 높이가 4m에 이른다. 이러한 견고한 콘크리트 둔덕은 좌우 길이 58m, 폭 15m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동체 챡륙 중인 항공기 입장에서는 지나갈 수 없는 장애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역대급 참사로 이어졌다. 반면 LA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평지에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가벼운 구조로 설계됐다. 기둥이 일렬로 배치돼 상단부에 안테나 어레이가 설치됐다. 기둥 하단이 콘크리트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설비가 활주로와 평행하니 항공기가 동체 착륙하며 로컬라이저 시설과 충돌해도 괜찮다. 로컬라이저만 파손되고 항공기의 진로와 안정에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테네리페 공항 역시 LA공항과 마찬가지로 외부로 돌출된 것은 로컬라이저 시설이 대부분이며, 부가 구조물은 최소화됐다. 무안공항과 같은 둔덕은 없어 항공기의 동체 착륙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킹팔로 공항은 부서지기 쉬운 소재의 기둥을 설치하고 아예 로컬라이저를 공중에 띄우는 구조를 채택했다. 기둥이 있어 다른 공항보다는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지만 가운데 부분을 비워두어 항공기의 몸통이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 항공기의 진로를 차단하는 '장벽'으로 작용한 무안공항과는 큰 차이다. 결국 로컬라이저 설비의 안전성을 설파하며 이 공항의 설비를 예로 든 것은 국토부가 '콘크리트'라는 소재로 이슈를 집중하고 그 구조에 대해서는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3월 설계 용역 입찰 시 로컬라이저를 부서지기 쉽게(Frangibility) 설계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10(ICAO Annex 10) '파손성 규정'과 미 연방항공청(FAA)이 제시한 기준에 따른 것으로, 활주로 인접 시설물이 쉽게 부서지거나 변형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FAA는 활주로와 로컬라이저 간 최적 거리를 305m로 규정하며, 국내 주요 공항들도 이를 준수하고 있다. 이런 지침을 지킨 곳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공항은 무안공항과 달리 둔덕 구조가 아닌 땅속에 매립된 콘크리트 기초대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했고, 안테나는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졌다. 2016년 UPS 화물기 인천공항 오버런 사고 당시 이러한 설계 덕분에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생존할 수 있었다. 결국 당국의 해명은 실례와 판이한 것으로 밝혀져 국토부는 책임 회피를 위한 '견강부회(牽强附會,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끌어 대어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전문가들은 무안공항의 사례에 대해 “본 적 없는 구조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국 공군 조종사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 편집인은 “활주로 끝의 저런 구조물은 어디서도 본 적 없다"며 “이건 명백한 범죄"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행장 설계 매뉴얼(Doc 9157)은 활주로 끝에서 300m 이내에 위치한 모든 장비는 저질량(low mass)이어야 하고, 쉽게 부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는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본지는 국토부 항행위성정책과의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관계자들과의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T엠모바일, 12월 알뜰폰 브랜드 평판 1위…프리티·SK세븐모바일 뒤이어

KT엠모바일이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알뜰폰 브랜드 평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프리티, SK세븐모바일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국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알뜰폰 브랜드에 대한 브랜드 빅데이터 평판분석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소는 2024년 11월 30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의 알뜰폰 브랜드 빅데이터 345만2369개를 분석했다. 알뜰폰으로 불리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는 기간망사업자(MNO·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점 시장인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브랜드평판지수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습관이 브랜드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찾아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지표로 브랜드에 대한 △긍부정 평가 △미디어 관심도 △소비자의 참여와 소통량 △소셜에서의 대화량으로 측정된다. 브랜드 평판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활동 빅데이터를 참여가치·소통가치·소셜가치·시장가치·재무가치로 나누게 된다. 알뜰폰의 경우 참여지수·소통지수·커뮤니티지수로 분석했다. KT엠모바일은 참여지수 16만5951, 소통지수 24만8565, 커뮤니티지수 23만418이 되면서 브랜드평판지수 64만4934로 분석됐다. 지난달 브랜드평판지수 55만4497과 비교해보면 16.31% 상승했다. 같은 기간 프리티(63만1275)는 6.68% 상승했고, SK세븐모바일(45만157)은 1.36% 하락했다. 구창환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소장은 “12월 알뜰폰 브랜드 빅데이터 중 브랜드 소비는 5.53% 하락한 반면 브랜드 소통과 브랜드 확산은 각각 6.41%, 1.85% 상승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단독] 비행장 설계 지침엔 “로컬라이저까지 종단안전구역”… 국토부 거짓 해명 논란

국토교통부가 무안국제공항 내 제주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와 관련해 “피해를 키운 콘크리트 둔덕인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해 규정에 어긋난 점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는 국토부가 작성한 '비행장시설 설계 세부 지침'의 규정과도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는 관련 규정에 맞게 시설물 설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부 예규) 제23조 제3항'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이는 착륙대·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에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와 같이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되는 장비나 장애물에 대해서는 해당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둔덕 위에 설치된 해당 로컬라이저는 '쉽게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 등의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 과정에서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를 넘어섰을 때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착륙대 종단 이후에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종단안전구역이 199m로, 항공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해당 구역 5m 뒤에 설치돼 있어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이는 본지가 입수한 2022년 6월 국토부 예규 제346호 '공항·비행장 시설 설계 세부 지침(Manual on Aerodrome Design)'은 이같은 해명과는 배치된다. 활주로의 물리적 특성을 다루는 해당 문서 제4장 18조 5항 2호 3목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길이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불리한 운영요건 때문에 흔히 발생되는 활주로 이전에 착륙하거나 과주한 경우를 포함하기에 충분하도록 고려되어야 한다. 정밀접근 활주로에서는 계기착륙장치(ILS)의 방위각 시설(Localizer)이 통상 첫 번째 장애물이 되며,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이 시설까지 연장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상황(비정밀 또는 비계기 접근 활주로)에서는 직립해 있는 첫 번째 장애물이 도로, 철도 또는 기타 인공 또는 자연지형이 될 수도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장애물까지 연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무안항공 사고의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한 원인으로 콘크리트 받침대와 둔덕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이번 해명은 국토부가 작성한 세부 지침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에 당연히 포함되는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장애물로 규정하고 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무안항공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 규정과 관련해 추가적인 설명이 없을 경우 자칫 '거짓 해명' 논란을 부풀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로…미래로봇 개발 속도

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 휴머노이드 등 미래로봇 개발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14.7%의 지분을 갖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보유 중인 콜옵션을 행사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35.0%로 늘려 2대 주주에서 최대 주주가 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미래로봇 개발을 위한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구축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향후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로봇의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핵심 성장 동력화 한다는 계획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이자 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오준호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퇴임 후 삼성전자 고문 겸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는다. 오 교수는 오랜 기간 산학에서 축적한 로봇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로봇 개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아시아나항공, 내달 16일 주총…새 대표에 송보영 대한항공 전무

30일 아시아나항공은 2025년 1월 16일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공시했다. 장소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오쇠동 본관 4층 OZ 홀이다. 주총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위원 선임의 건이다. 사내이사로는 △송보영 △강두석 △조성배, 사외이사로는 △최준선 △김현정 등을 선임한다. 이 중 송보영 사내이사 후보자는 현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전무)로, 아시아나항공 대표로 선임된다. 또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장민 씨를 선임한다. 감사위원으로는 최준선·김현정 씨를 선임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국민 10명 중 8명은 OTT 구독…TV 이용률 감소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의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8명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30일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79.2%로 전년(77%)보다 약 2.2%포인트(p) 증가했다. OTT 이용자 중 유료 서비스를 구독하는 비율도 59.9%를 기록했다. 10대~30대의 OTT 이용률이 90%를 웃돌았고, 40대 이상의 이용률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고령층의 이용률이 증가해 눈길을 끈다. 60대는 지난해 61%에서 올해 66.7%로, 70대는 23.2%에서 27.1%로 증가했다. 유료 구독 비율 또한 각각 25.8%, 12.9%를 기록했다. OTT 이용자 대다수는 스마트폰(91.2%)을 통해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86.3%) 보다 4.9%p 상승한 수치다. 반면 TV 이용률은 감소했다. 주 5일 이상 TV 이용비율은 69.1%로 전년(71.4%) 대비 감소했다. TV 수상기를 이용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비율도 82.2%로 전년(84.4%)보다 줄었다. 반대로 주 5일 이상 스마트폰 이용비율은 92.2%로 전년(91.4%) 대비 0.8% 늘었다. 60세 이하는 주 5일간 스마트폰을 90% 이상 이용하며, 70세 이상은 64.4%가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의 필수 매체에 대한 인식률 또한 스마트폰이 75.3%로 전년(70.0%) 대비 5.3%p 늘어난 반면, TV는 22.6%로 전년(27.2%) 대비 4.6%p 줄었다. 두 매체 간 격차는 약 3배에 달했다. 주로 이용하는 OTT는 △유튜브 72.7% △넷플릭스 36% △티빙 14.7% △쿠팡플레이 8.5% 순으로 집계됐다. 티빙의 이용률이 9.1% 증가했는데, 이는 국내 프로야구(KBO) 콘텐츠 제휴 영향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료 구독형 OTT 서비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넷플릭스 및 티빙 이용자의 18.2%가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료방송 가입 가구 비율은 91.9%로 0.6% 감소했다. OTT 이용 증가로 인한 코드 커팅 현상과 1인 가구의 가입 비중이 저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는 방송매체 관련 이용자의 시청행태와 인식변화에 대한 국가 승인통계다. 올해는 전국 13세 이상 남녀 8316명을 방문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보고서는 방통위 및 방송통계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통상임금 확대 판결, AI 도입 가속화하나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기업들의 AI(인공지능) 도입이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임금 확대로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AI 도입을 통해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호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의 도입을 앞당겨 현재 근로자들의 근로 기회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업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통상임금 판결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기업들은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이 AI다. AI를 도입하면 인력 감원이 가능하거나 감원이 없이도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85.7%가 업무시간 감소를 경험했다. 직원들의 39%는 주당 10시간 이상 업무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업무 자동화를 함께 활용한 기업들은 44%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 그러다보니 AI를 도입해 업무 자동화를 이루는 분야의 야간근무와 휴일근무 등 초과근무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초과근무가 감소할 경우 통상임금 인상으로 인한 수당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 아예 해당 인력이 담당하는 분야 전체를 AI가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에게 반가울 소식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기반 기술혁신과 인력수요 구조 변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도입 등으로 향후 5년 내 8.5%, 10년 내 13.9%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음식숙박업은 14.7%, 운수·물류업은 21.9% 감소가 예상된다. 이미 전체 근로자의 19.1%가 AI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노동시장 양극화다. AI의 업무 대체 가능성에 다른 차별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직과 대면 서비스직은 AI 대체 가능성이 21~40%로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은 일자리 상실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반복 직무, 사무직, 판매직 등은 AI 대체 가능성이 61~80%에 달한다. 디자인과 코딩, 정보 처리 등 AI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대체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례도 많다. 주요 IT기업은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그 배경에는 AI의 도입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신입 공채로 838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신입 공채 규모가 100명 미만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신입 공채로 994명을 뽑았던 카카오는 올해 아예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AI 기반 챗봇과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콜센터 인력을 200명 이상 대폭 축소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AI를 통한 데이터 수집과 노동 통제도 문제다. 실시간으로 노동자의 움직임이 데이터화되면서 노동 감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의 도입 자체는 대세인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기업의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이런 부분에서의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무안공항 계기 착륙 장치 ‘국제규약 파손성 규정’ 위반 논란

무안국제공항 내 항행 시설에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해 화재 사고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국제 항공 기구 관련 규정 위반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30일 무안국제공항 내 제주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와 관련, 계기 착륙 장치(ILS)의 일부인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장치) 안테나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돼있었다는 점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항공 통신에 관한 국제 규약인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10(ICAO Annex 10)의 6장은 ILS 장비의 파손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ICAO 비행장 설계 매뉴얼(Doc 9157)에 따르면 활주로 끝에서 300m 이내에 위치한 모든 장비는 저질량이어야 하며 쉽게 파손돼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는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쉽게 파손돼야 하는 장애물로 ICAO는 △활주로 및 유도로 가장자리등 △접근등 시스템 △시각 접근 경사 지시기 시스템 △표지판·표지 △풍향 지시기 △계기착륙시스템(ILS) 장비 △마이크로파 착륙 시스템(MLS) 장비 △레이더 반사기 △풍속계 △운고계 △시정계 △전방산란계 △울타리 등을 거론하고 있다. ICAO는 충돌시 쉽게 파손되는 성질이 필요한 장애물의 설계 조건으로 환경 하중에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제트 분사에 의한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진동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3000kg 항공기가 140km/h로 공중에서 또는 50km/h로 지상에서 충돌할 때 쉽게 파손 또는 변형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로컬라이저는 안전상의 이유로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무안공항에서는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흙더미 위 콘크리트에 설치됐다는 점에서 사고 규모가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로컬라이저는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다.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는 착륙 도중 로컬라이저에 이어 담벼락과 충돌하며 기체가 두 동강이 났고, 결국 대참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설치 방식이 사고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활주로와 불과 200여m 거리에 저런 둔덕이 있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법 전문가 역시 “ICAO 부속서는 국제법에 해당해 구속력이 약하지만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며 ILS 설치 방식의 적절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공항 시설의 안전 기준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ICAO의 안전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항공기 사고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설계와 장비 설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무안공항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공항들의 ILS 설치 현황과 안전성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항공 안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 주 실장은 “로컬라이저는 임의 설치가 불가하고 규정이 있어 이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재질이나 소재에 제한이 있는지,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환율에 얼어붙은 소비심리…車 업계 수출·내수 ‘동시 부진’ 우려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섰다.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탄핵, 미국 금리 인하 등 굵직한 리스크가 연이어 터진 결과다. 이에 완성차 업계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집권시 보편관세로 인해 수출량이 예전 같지 못할 것인데다 고물가로 인해 내수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30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을 찍고 147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달러가치는 금융위기 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 환율의 가파른 오름세는 대내 정치적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환율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전까진 1400원선울 유지하다 선포 후 1442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1410원~1430원을 오락가락하다 19일 오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0.25%p 인하결정에 1450원을 돌파했다. 계속해서 오르던 환율은 지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환대행 국무총리가 탄핵당하면서 1480원을 돌파했다. 이달 원화 가치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일본 엔화 다음으로 가장 컸다. 환율의 엄청난 오름세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달러 강세 초반엔 환차익으로 인해 수출에 유리할 것이라 전망됐지만, 이제는 마냥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는 없게 됐다. 내년 수출 전망이 어두운데다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로 인해 내수 경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잘나가던 수출이 감소하고 이를 보완할 내수도 침체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올해와 같은 수출량을 기록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2기 집권 시 10% 이상의 보편관세, 20% 이상의 멕시코 우회 수입품 관세 등이 예고됐기 때문에 미국 내수 상품들과 경쟁에서 크게 뒤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미국 보편관세 부과 시나리오'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내년 수출 감소 효과는 약 7.7~13.6%로 예상된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무리 달러 가격이 높아진데도 판매량 자체가 줄어버리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영향력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완성차 제작에 필요한 부품 수입 단가가 오르면 기존 수익구조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내수는 더 심각하다. 달러 가격의 상승은 국내 시장의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물가가 오르면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힌다. 정세 불안에 고물가까지 이중고가 덮친 것이다. 업계도 벌써부터 부정적인 내년 소비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소매유통시장이 올해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어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하락했다. CCSI도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과 비교해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국내 경기가 불안정해지면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적어질 것이고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내수는 더 큰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판매실적에 따르면 11월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차는 12만379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그랑 콜레오스로 반등에 성공한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4개사 모두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다양한 관세 시나리오 분석 결과 부가가치 측면에서 자동차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며 “트럼프 2.0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 따라 투자, 무역수지 관리 측면의 대응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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