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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의 ‘새 가족’은 ‘아이폰SE 4’?…애플, 보급형 시장도 공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온 애플이 보급형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 “새로운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하라. 2월 19일 수요일 애플 출시"라는 글을 남겼다. 업계에서는 그가 예고한 신제품이 '아이폰SE 4'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이폰SE 시리즈는 아이폰의 보급형 제품군이다. 아이폰SE 4는 지난 2022년 3월 이후 약 3년 만에 공개되는 아이폰SE 시리즈의 신작이 될 전망이다. 애플의 보급형 시장 재진출은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저가 모델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핸드셋 모델 판매량 트래커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 중 애플의 프로 시리즈가 4개를 차지했다. 상위 10개 모델 중 아이폰 프로 시리즈를 제외한 프리미엄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울트라'가 유일하다. 소비자들의 프로 모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애플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프로 시리즈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애플은 보급형 시장까지 공략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장악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아이폰SE 4는 3세대 모델보다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예상돼 판매량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작은 홈 버튼이 적용된 디자인으로 인해 구형 느낌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폰SE 4는 시리즈 최초로 홈 버튼이 사라질 전망이다. 또한 신제품에는 아이폰 15 프로 모델과 아이폰 16 시리즈에서만 제공되는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아이폰 16과 같은 최신 칩인 A18이 탑재될 거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도 더해진다. 현재 미국에서 SE 모델은 429달러(약 62만원)로, 799달러(약 115만원)인 프리미엄 폰 '아이폰 16' 기본형 모델에 비해 저렴하다. 아이폰SE 4는 성능이 강화되고 디자인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500달러(약 72만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애플 생태계를 선호하지만 가격이 부담됐던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새 제품 출시에 대해 “저가형 모델을 업데이트함으로써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자사가 우위를 보이던 보급형 시장마저 애플의 참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은 올 상반기 중 두께를 줄인 프리미엄 폰 '갤럭시 S25 엣지'와 보급형 라인업 A56·A36·A26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미엄과 보급형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며, 세력 확장에 나선 애플에 맞서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롯데글로벌로지스 IPO가 악재… 롯데지주 자금압박 커진다

올해 상반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가 마무리되면 롯데지주의 재무 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IPO 결과 재무적 투자자(FI)의 수익 보전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출해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연말까지 6250억원의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겹치게 돼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FI가 보유한 풋옵션이 롯데지주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요 주주는 롯데지주(46.04%)와 LHH(21.87%), 호텔롯데(10.87%) 등이다. 이 중 FI인 LLH는 보유 주식 전부를 올 상반기 롯데지주·호텔롯데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이 있다. 본래 풋옵션 행사 시점은 지난 2023년이었지만, 롯데지주가 두 차례 연기를 요청해 올해까지 기간이 연장됐다. 풋옵션의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를 통해 LLH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때문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으며, 연말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았다. 재계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달 혹은 다음달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본격 공모 절차에 돌입해 상반기 이내에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IPO를 추진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IPO 공모가가 FI 측의 풋옵션 행사 가격에 미달할 경우 롯데지주·호텔롯데가 차액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때문이다. 차액 지급을 피하기 위해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가 적어도 1조2000억원은 이상 돼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영위하는 택배·복합운송 사업 부문이 최근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라 기업 가치를 당장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6~7배와 11~12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이 350억원임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최대 4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경우 롯데지주 등이 LHH에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차액을 지급해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 큰 문제는 롯데지주가 올해 62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상환이 겹쳤다는 점이다. 롯데지주는 이달 25일과 28일에 합계 34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어 7월과 9월에도 합계 285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111억원, 유동자산 합계는 5443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에서 수익 보전 문제를 제외하고 회사채 상환만 감안하더라도 추가 자금 조달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년의 방식대로면 회사채 시장을 찾아 차환 발행을 진행했겠지만, 올해는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는 지난 2023년 상반기 신용등급이 종전 'AA'에서 'AA-' 등급으로 하향된 상황에서 추가로 지난해 연말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재무지표 관리에 실패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까지 발생한 탓이다. 롯데그룹은 알짜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고 나서야 은행권의 지급보증을 받아내 EOD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재무 리스크가 부각돼 재계 안팎에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롯데지주가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경우 신용등급이 'A+'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 회사채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추가적으로 롯데그룹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롯데그룹은 회사채 차환 발행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롯데지주가 회사채 이외에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IPO 차액 보전이나 회사채 상환으로 당장의 위기를 맞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 대출이나 CP의 경우 회사채보다 이자 부담이 심해 미래의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IPO 차액 보전과 회사채 상환이 겹쳐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지만 최근 부각된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차환 발행을 스스로 포기한 것 같다"며 “IPO와 회사채 상환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서 롯데지주의 재무 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엔비디아 독주 견제나선 AI 시장…韓 반도체 새 기회 온다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엔비디아(NVIDIA)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자체 시장을 구축하려는 업계의 노력도 심화 중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자체적인 AI 칩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올해 자체 반도체 칩을 출시하고 초기 고객으로 메타를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ARM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 그룹의 창업자 손정의 회장이 지난달 오픈AI와 함께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AI 칩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대항마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 최근 기대 이상의 성능을 가진 AI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딥시크(DeepSeek)도 반도체 설계 인재를 모집하는 대규모 채용을 시작하며 자체적인 AI 칩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자체적인 AI 칩 개발에 나서는 것은 업계의 공룡으로 군림하는 엔비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현재 AI 칩 시장의 70~95%를 점유하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12년 이후 AI 연산에 특화된 GPU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시장을 선점했다. 특히 CUDA라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을 통해 AI 개발자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요 IT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뛰어들면서 엔비디아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체 AI 가속기를 개발해 데이터센터에 도입하고 있다. 애플도 M4 칩 개발을 계획 중이며, 메타는 아르테미스라는 AI 칩을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는 것은 성공할 경우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것보다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데, 자체 칩을 사용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엔비디아의 H100·H200 수급도 원할하지 않은 데다가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중국에서는 제품 확보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새로운 AI 칩 개발이 필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반도체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AI 연산에 필수적인 HBM(고빈도메모리) 시장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주인공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체 DRAM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 중 16층 HBM3E 칩 양산을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6세대 HBM4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월 CES에서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 속도를 약간 앞서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대안이 없는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는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을 아직 납품하지 못하면서 고전하는 중이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아닌 다른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출하하는 중이다. 또 삼성전자에는 파운드리가 있다. 자체 AI 칩 개발 가속화는 AI 칩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파운드리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첨단 패키징 사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AI 시대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체 AI칩 개발 열풍은 반도체 산업이 단일 주도 기업 중심에서 다자간 협력 네트워크 체제로 전환됨을 의미한다"며 “각 진영은 오픈소스 생태계 확장, 에너지 효율 혁신, 지적재산권 전략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이며 여기에 우리 기업들의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석유화학 6사, 작년 영업손실 2825억…올해도 업황 불투명

석유화학업계의 시황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영업손실을 보거나 실적 감소를 겪었다. 올레핀 계열 외에도 방향족과 비화학 부문까지 전반적인 이익 창출력 약세를 보이고 있고, 극심한 공급 과잉이 단기간 내에 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꾸준한 재무 구조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작년 LG화학·롯데케미칼·SKC·금호석유화학·여천NCC·HD현대케미칼 6개사의 영업손실은 총 2825억원으로 집계됐다. 화학 제품 전반의 스프레드가 부진한 가운데 2022년 이후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걸어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에틸렌·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은 톤당 가격이 2022년 224.6달러, 2023년 174.4달러, 2024년 148.8달러로 매해 낮아지며 손익 분기점 이하의 마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2023년 영업손실이 2388억원인 여천NCC는 부타디엔 스프레드의 호조 덕에 작년 적자폭은 885억원 가량 줄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 상태여서 유의미한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가 정기 보수에 돌입해 손실 규모가 2022·2023년에 비해 확대됐다. 이와 관련,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과 기초 화학 부문에서 1조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인식함에 따라 1조8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톤당 317.6달러였던 방향족의 수익성은 하반기에 201.5달러로 급전직하했다. HD현대케미칼은 혼합 자일렌(MX) 이익률 축소와 유가 하락 등이 겹쳐 작년 한 해 1502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봤다. 대표적인 비화학 부문인 2차 전지 업황 부진도 일부 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이 2022년 하반기부터 저조한 실적을 이어왔다. 전체 매출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영업이익 5754억원을 거뒀지만 이는 전년의 26.6%에 불과하고, 작년 4분기에는 22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C는 가동률이 낮아져 동박 부문의 고정 비용 부담이 이어졌고, 화학 부문인 SKPIC 글로벌도 스티렌 모노머(SM) 판가 약세 탓에 적자가 쌓이고 있다. 한편 석화업계 수급 개선 모멘텀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시황이 양호한 분야는 합성 고무 등 일부 스페셜티만 해당되고, 범용 석화 제품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자체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기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손실폭 축소는 이뤄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공급 과잉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당분간 지난한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5년 간 중국발 올레핀 생산량은 5600만톤이 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증설 규모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대규모 생산 시설 확장 계획은 2027년까지로 돼있어 국내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유럽의 범용 석화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을 잃어 설비 줄폐쇄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순수 석화 업체에 가까울수록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여력이 부족해 설비 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효성화학의 특수 가스 사업부 매각과 롯데케미칼의 해외 자회사 지분 유동화, LG화학의 SM 생산 중단 등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손실이 장기간 누적됨에 따라 생존 방안 모색이 절실해지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업 재편이 점차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손실 누적에 따라 생존 방안 모색이 절실해지고 있는 만큼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한 적자폭 축소와 자금 확보 여부 등 재무 리스크 요인 제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자본성 자금 조달·유휴 자산 매각 등 재무 부담 확대 폭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실행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은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운영 비용 절감 등에 따른 손실을 줄여나가고 있고,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유입 수준과 재무 부담 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업황을 고려하면 영업 현금 흐름을 통한 재무 안정성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좋아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며 “자산 매각·자금 조달 등을 통한 재무 여력 확보 수준에 따라 신용 등급 하향 압력이나 방어 여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입 약정에 따른 재무 비율 충족 여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기아 타이거즈 스프링캠프에 격려 방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 중에 현지의 기아 타이거즈 스프링캠프를 깜짝 방문했다. 정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인근에 위치한 더 클럽하우스 베이스볼(The Clubhouse Baseball)을 찾아 훈련 중인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를 격려했다. 최근 정 회장은 그룹 주요 경영진과 함께 설립 20주년을 맞은 모하비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 방문하고 미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2025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참관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떠났다. 정 회장은 선수들과 만나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현대차그룹 구성원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며 “승부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건강도 중요하니 선수단과 스태프 모두 컨디션과 몸 관리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또 정의선 회장은 “모기업이 자동차 회사인 만큼 차량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직접 보는 것도 좋겠다"며 즉석에서 기아 타이거즈 구성원들을 17일 어바인 내 위치한 기아 미국 판매법인(KUS)과 미국 디자인센터 등 사업장에 초대했다.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과 스태프 측은 “바쁜 일정 중 전지훈련장을 찾아주셔서 깜짝 놀랐고, 따뜻한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고 이번 시즌도 힘을 내 즐겁게 임하겠다"며 강조했다. 한편 기아 타이거즈는 지난달 25일부터 2025 시즌 대비 스프링캠프에 돌입하며, 전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훈련에 착수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2명, 선수 38명(투수 18명, 포수 3명, 내야수 10명, 외야수 7명) 등 6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으며, 오는 20일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3월 4일까지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성장 동력 키운다” 삼성 ‘스타트업 지원’ 박차

삼성 계열사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시장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혁신을 도모하는 사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삼성전기는 6월 선발예정인 '5기 S-CUBE'를 모집 중이다. 'S-CUBE'는 임직원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사내 스타트업이다. 수없이 반복 후 성공하는 큐브(CUBE)처럼 과감하고 지속적인 도전으로 미래를 풀어낸다는 의미가 담겼다. S-CUBE에는 삼성전기 임직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되면 본업을 떠나 과제 개발에만 열중하고 1억원의 활동 지원금, 독립적인 공간 등을 지원받는다. 2022년 11월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100여명의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스타트업이 생소한 임직원들을 위해 별도의 교육을 제공한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스타트업에 대한 소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 실무 교육을 지원해 임직원들의 아이디어 구체화를 돕는다. 선발된 팀은 1년 간 과제 개발에만 열중하게 된다.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기술과 네트워크 등 지원도 받는다. 1년 후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 주관 최종 과제 발표회에서 사업적 가치, 기술의 우수성, 기대 효과 등을 평가해 사업부 이관 혹은 창업 등 회사의 후속지원이 결정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사내 스타트업에 “도전 없이는 성과도, 새로운 기술도 만들 수 없다"며 “실패하더라도 과감한 도전을 해보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발굴 사업이다. 작년까지 7회째 공모전을 통해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헬스 △콘텐츠·서비스 △모빌리티 △소재·부품 △ESG 등 첨단 기업을 찾아왔다. 국내에 법인 등록이 돼 있고 투자 단계 시리즈 B이하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삼성전자 C랩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참여 기업은 삼성전자와 사업협력 기회, 역량 발전 및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 컨설팅 등 전방위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생협력아카데미와 연계해 보다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C랩 아웃사이드 컨설팅'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임직원 전문가들이 1:1로 붙어 밀착 컨설팅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멘토 전문가들이 3~4개월 기간 동안의 코칭을 통해 C랩 아웃사이드 스타업들이 여러 부분에서 개선포인트를 찾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총 912개(사내 406개, 사외506개)의 사내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 패밀리를 대상으로 파트너십과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작년 말 우수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스케일업을 적극 지원하는 '2024 FutureScape' 데모데이 행사를 열었다. 서울경제진흥원과 공모전 방식으로 최종 선발한 6개 스타트업이 약 4개월간 회사와 진행한 사업 실증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삼성물산은 직접 발굴한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투자와 비즈니스 연계로 나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갤S25 체험하세요’…삼성 ‘갤럭시 스튜디오’ 30만명 다녀가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체험 공간인 '갤럭시 스튜디오'에 지난 3주 동안 누적 방문객 30만명이 다녀갔다고 17일 밝혔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코엑스, 삼성 스토어 홍대, 삼성 강남 등 4곳에서 운영 중인 갤럭시 스튜디오는 지하철, 학교 강의실 등 익숙한 장소를 모티브로, 방문객들이 일상 속에서 갤럭시 S25 시리즈의 갤럭시 인공지능(AI)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먼저 방문객들은 입구의 'AI 쇼룸'에서 여러 가지 앱을 한 문장의 명령어로 실행할 수 있는 갤럭시 AI 기능을 업무, 취미 등 일상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지하철' 콘셉트의 공간에서는 개인화된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나우 브리프(Now Brief)' 기능을 체험할 수 있다. 학교 모티브의 '스쿨' 공간에서는 교과목 문제와 일상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갤럭시 AI 기능들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갤럭시 S25 시리즈로 영상을 촬영한 후, '오디오 지우개' 기능으로 자유롭게 편집해볼 수 있는 '비디오 체험존'은 1020 방문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갤럭시 AI 활용법을 소규모로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갤럭시 AI 클래스'도 운영해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 강남의 '갤럭시 AI 클래스'는 현장 참여 외에 온라인 사전 예약제도로 운영돼 원하는 시간에 방문이 가능하다. 삼성 강남의 갤럭시 스튜디오는 대형 LED를 활용해 디지털 파사드를 연출했고, 건물 유리벽은 '갤럭시 S25 시리즈'를 전시하는 쇼윈도로 꾸몄다. 장소연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진정한 AI폰 갤럭시 S25 시리즈에 대한 고객들의 큰 관심 덕분에 전작보다 빠른 시점에 30만명 돌파라는 성과를 거뒀다"며 “갤럭시 S25 시리즈의 갤럭시 AI와 함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즐겨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최태원 등 26명 워싱턴行…‘트럼프發 통상압박 막아라’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와 투자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이 19~20일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민간 경제사절단이 처음 미국을 찾는 것으로, 전 세계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번 사절단엔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인 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에너지·플랫폼 등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26명의 CEO들이 대거 참여한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이 포함됐다. 또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 주영준 한화퓨처프루프 사장, 이나리 카카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신세계 김민규 부사장 등도 함께한다. 사절단은 첫날인 19일 미 의회도서관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의 밤'(Korea-US Business Night) 행사에 참석한다. 1897년 개관한 이 건물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정상급 리셉션이 열리던 장소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내각 주요 인사 등 150여 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사절단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고, 각 기업과 주요 투자 주(州) 관계자들과 개별 미팅도 진행한다. 20일엔 백악관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관세 정책을 비롯한 여러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의제와 대미 투자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조선 분야 협력, 완성차 및 부품 제조시설 투자, 차세대 원전 개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등이 주요 논의 사항이다. 대한상의는 한국이 트럼프 1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에 적극 부응한 모범적인 투자국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미국의 최대 그린필드 투자국 자리를 지켰다. 2017년 이후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분야 등에 1600억달러(약 231조원)를 투자해 미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각국의 외교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활동은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회와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대한항공, 내달 11일 신규 CI 공개 예고

대한항공이 새로운 정체성을 담은 기업 이미지(CI)를 내달 공개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이후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변화다. 이에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임직원들과의 시간을 갖고 기업 가치 체계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내달 11일 17시 30분부터 20시까지 약 2시간 30분 간 'KE 라이징 나이트(KE Rising Night)' 행사를 개최하고 CI를 공개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행사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OC 격납고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회사는 당일 참석할 임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이후 약 4년여에 걸친 기업 통합 과정을 거쳐 왔다. 이번 CI 변경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기념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업 가치를 대내외에 선포할 중요한 기점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은 신규 CI 공개 이후 이를 본격 적용하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항공기 도색 변경과 운항·객실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 개편, 공항 라운지·사옥 외관 리브랜딩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본사 격납고 외벽과 항공기 출입문에 대해서는 CI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CI가 단순한 로고 변경을 넘어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비전과 가치를 담은 상징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84년 만들어진 현용 CI는 태극 문양을 응용해 역동적인 힘을 표현하고, 프로펠러의 회전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인데 기존 디자인이 어떻게 재탄생할지 주목된다. 앞서 지주회사 한진칼은 흰 바탕에 남색으로 된 CI를 2022년 1월 특허 당국에 출원한 바 있지만 확정된 건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그러나 사내에 공지한 게시물 속 활자체와 최근 도입한 신규 기재인 A350-900의 기내 픽토그램에 활용된 디자인 언어가 특허청에 등록한 로고 폰트와 동일해 사실상 확정됐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오는 3월 중 일련의 행사를 계획 중이다. 조원태 회장은 내달 4일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본사 5층 강당에서 'KE 보딩 데이(KE Boarding Day)'를 통해 신규 기업 가치 체계 선포식을 열고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오는 19일까지 사전 접수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직접 답변한다. 또 4일부터 10일까지는 'KE 커넥팅 위크(KE Connecting Week)'라는 임직원 온라인 이벤트가 진행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바다에서도 탄소 중립 요구 높아…K-조선, 원자력 추진선으로 돌파구 찾는다

해상 탄소 중립 규제의 강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차세대 선박 기술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액화 천연 가스(LNG)나 이중 연료(DF) 추진 선박은 연소되지 않은 메탄을 배출해 탄소 중립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때문에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선박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 온실 가스 퇴출을 위해 2050년 경 또는 근접한 시기에 탄소 순 배출량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8년 총 온실 가스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는 최소 70%까지 감축하고, 2030년까지 국제 해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총량의 최소 5%를 저·무배출 기술 또는 연료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현재 전세계 해상 물동량은 2022년부터 2026년 사이 연 평균 2.4% 증가하는 추세로, 오는 2050년 온실 가스 배출량이 2008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선박용 벙커C유의 대체 에너지원으로는 액화 천연 가스(LNG)·에탄올·암모니아·수소·전기 등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연료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온실 가스 배출을 수반한다. 한국기후변화연구원에 따르면 천연 가스는 연소 시 석탄이나 석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주성분인 메탄(CH₄)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25배 이상 강력하다. 아울러 이중 연료 추진(DF) 선박은 LNG·저유황유(VLSFO)·고유황유(HSFO) 등 기존 연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지만 연료 전환 과정에서 엔진 손상·연소 효율 저하 가능성이 있다. 또한 LNG를 사용하는 만큼 연료 추진 선박에서 연료가 불완전 연소돼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중 연료선은 과도기적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선박 추진용 연료를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추진선이 연료 연소 과정이 없어 탄소 중립이 대두되는 현 조선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2일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소형 모듈 원전(SMR) 기술을 적용한 1만5000 TEU급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선박용 용융염 원자로(MSR)' 개발 연구를 진행해왔고, 현대건설·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자력선 개념을 설계하고 있다. 원자력선은 주로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원자력선에 활용될 수 있는 SMR은 100MW 내외로 대형 원전에 비해 10분의 1 규모다. 원자로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은 10~2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중간 연료 공급이 불필요해 장거리 운항 시 연료 재보급 부담 없이 운항할 수 있어 항만 의존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원자력은 기존 선박과 달리 엔진의 배기 기관이나 연료 탱크 등의 기자재가 요하지 않는다. 큰 부피를 차지하던 연료 저장 탱크가 필요 없다는 점은 곧 적재 공간 증가와 운송 효율 극대화로 직결돼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 선박 운용 기간이 25~30년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막대한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장준섭 한화오션 함정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은 “원자력 대비 타 추진 체계의 운용 비용이 높아지는 역전 시점은 11.8년"이라며 “25년 간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디젤은 7038억원, LNG는 6084억원이 더 든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북극 항로를 시작으로 극한의 환경에서 선박을 띄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원자력선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현재의 항로보다 거리가 훨씬 짧아 항해 일수와 물류비를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인도양에 출몰하는 해적 등의 위험 요인이 없다. 또한 금·은·다이아몬드·아연·가스·석유 등 전 세계 자원 중 22% 가량이 북극 항로에 매장된 것으로 보여서다. 이 지역에서는 저온 상태에서 선체의 결빙이나 눈의 축적, 그리고 해수의 물보라 등으로 쌓인 얼음으로 장비의 지속적인 작동이 어렵다. 장 연구원은 “추진원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적은 양의 연료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어 극한의 기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국제 규제·원자력 선박에 대한 대중적 수용성 문제 등을 해결해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인 만큼 원자력선은 203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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