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슈 컬럼] 국가 마약대책, ‘규제-치료-예방’ 3박자 갖춰야

지난 2019년 발생한 서울 강남 '버닝썬 클럽 마약투여 사건'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마약 관련 증거물 의뢰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국민에게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새로운 시발점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4월 적발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유통사건은 국민들 마약 불안감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신종마약(NPS)이 최근 인터넷(해외직구)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돼 청소년 및 젊은이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져나가고 있다. 정부는 마약범죄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근절 대책을 강구해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안전기획관을 신설하고, 현장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고, 경찰청은 마약 전담 수사인력을 기존 150명에서 250명으로 증원한 바 있다. 검찰 역시 대검에 마약·조직범죄부와 마약과를 복원해 마약범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경찰청도 바닷길로 침투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마약수사대를 신설하고, 마약수사 전담 경찰관을 대폭 늘려 각 서에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약 근절은 크게 3개의 카테고리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규제 △치료 △예방이 그것이다. 첫째로 규제는 경찰·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을 통한 '단속'을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사력을 강화해 마약 용의자를 색출해 처벌하는 접근법이다. 수사관으로부터 마약 용의자의 시료를 받아 마약 성분을 검출함으로써 마약 투여를 증명하는 국과수도 여기에 해당된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법정으로 가고, 법에 따라 마약 남용자는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하는 것이다. 둘째는 '재활' 중심의 치료이다. 마약은 한 번 중독되면 끊기가 어려워서 자꾸 재범을 저지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재활중심의 의료기관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마약중독자는 다른 정신질환자보다는 치료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가는 마약중독자를 위한 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제약회사를 통한 치료제 개발 등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셋째로 예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교육'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대다수가 단순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작하며 이것이 끝내 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적으로 청소년 교과과정에 '마약 예방 교육'을 도입해 위험성을 조기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신문·방송 매체와 협조해 국민에게 마약의 경각심을 깨우치는 대국민 홍보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마약을 근절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올해 2월 국과수에도 '마약대응과'가 새로 생겨 컨트롤 타워로서 마약 범죄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 국가의 마약 대책이 수사력 강화에만 편중돼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수사력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국과수로 의뢰되는 마약류 증거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과수의 감정 인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감정물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수사력 강화만으로는 효율적 규제가 어렵다. 오랜 기간 마약 분석을 담당해 온 전문가의 입장에서, 정부의 마약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음지에서 일하고 있는 감정 인력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가의 마약 정책은 규제-치료-교육의 세 가지 정책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필자와 같은 공무원은 관련기관에서 규제 정책을 수행하고, 의료 전문가는 재활중심의 의료기관에서 중독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며, 약물 전문가는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교육할 수 있다. 마약 근절은 결코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마약사범을 신고하는 등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마약수사 셜록홈즈’ 국과수 김은미 박사 이달 퇴임…홍조근정훈장 수여

국내 마약류 분석의 최고 전문가이자 베테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김은미 박사(60)가 이달 말 정년퇴임한다. 오는 27일 국과수 원주 본원에서 열리는 퇴임식에선 정부 홍조근정훈장을 받는다. 김 박사는 국내외 연구진과 함께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 분석법'을 개발한 주역이다. 또한, 박유천·황하나·로버트 할리 등 연예인 및 재벌 3세의 마약 투약 사실을 집요하게 밝혀낸 사실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마약 수사의 셜록 홈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특히 최근까지 국과수 법과학부장을 역임하며 올해 2월 확정된 마약대응과(마약과) 신설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퇴임을 앞둔 김박사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규제, 재활, 교육의 삼박자가 필요하다"면서 “마약 사범에 대한 수사력 강화와 중독자들 재활 중심 치료, 청소년 등 국민을 대상으로 한 마약의 유해성 교육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마약 대책 중 수사 분야가 많은 발전을 이뤘음에도 여전히 재활이나 교육 부분은 상당히 열악한 현실을 지적한 대목이다. 김 박사는 “규제, 재활, 교육의 세 가지 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된다면 마약 없는 안전한 국가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64년 강원도 원주 출생인 김 박사는 이화여대 약학사·약학석사·약학박사를 받았고, 198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입사해 마약분석과 등을 거쳐 △부산과학연구소장 (2013∼2015) △독성학과장 (2019∼2021) △법과학부장 (2021∼2023)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국과수 마약대응과 신설을 35년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 김 박사는 퇴임 이후 계획에 “국과수에서 진행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공적원조개발(ODA) 사업에 마약 전문가로 참여할 수 있고, 대학에서 법과학 후학을 양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하며 “어디서든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곳에 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오스템임플란트, 의료기기 수출 ‘나홀로 승승장구’

오스템임플란트가 올해 1분기 국내 의료기기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가성비' 좋은 제품에 더해 일찍부터 독자 구축해 온 해외법인망과 글로벌 임상교육 인프라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4년 1분기 보건산업 수출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의료기기 수출액은 총 14억6000만달러(약 2조원)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엔데믹으로 체외진단기기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4.9% 감소한 1억8000만달러에 그친 결과로, 특히 우리나라 최대 의료기기 수출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86.6%나 감소해 이른바 '역기저'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올해 1분기 임플란트 수출액은 2억3000만달러(약 32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51.4% 증가하며 전체 의료기기 수출액의 16.0%를 차지, 의료기기 품목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전체 의료기기 중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했던 체외진단기기를 제치고 임플란트가 수출 비중 1위 품목에 오른 것이다. 임플란트에 이어 초음파영상진단기 13.8%, 방사선촬영기기 12.7%, 체외진단기기 12.5%를 차지했다. 임플란트 수출 약진에는 국내 1위, 세계 3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올해 1분기 오스템임플란트 전체 매출은 323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9% 증가했다. 이 중 해외매출 비중은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임플란트 물량을 확보해 두려는 중국, 러시아 등 현지 치과의사들의 수요 증가로 오히려 수출이 증가하는 뒷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오스템임플란트는 올해에는 해외 매출로만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 목표치도 지난해 66%에서 올해 70%로 높여 잡았다. 이러한 해외매출 성장의 원동력으로 우선 일찍부터 시작한 '현지화'가 꼽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임플란트 산업이 성숙되기 전인 지난 2005년부터 해외법인 설립을 시작,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 약 30개국에 총 36개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직접영업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46개 국가에 총 50개 해외법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특히, 오스템임플란트는 해외법인이 단순 판매영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는 현지 치과의사 양성을 위해 임상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현재 국내와 30여개 해외법인에 임플란트 전문 교육기관 '오스템 임플란트 연수센터(OIC)'를 비롯해 90여개 상설 교육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2만여명의 치과의사들이 오스템임플란트의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있어야 임플란트를 판매할 수 있다"며 “국내 임플란트 대중화의 성공요인인 치과의사 임상교육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에도 확대 적용한 것이 해외매출 증가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시작한 임플란트 국제학술 심포지엄 '오스템 월드 미팅'도 임플란트 시술인력 양성에 한 몫 했다. 그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순회 개최해 왔으며 올해 행사는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역대 최대인 52개국 1500여명의 치과의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밖에 오스템임플란트는 글로벌 1~2위 기업 제품 못지않은 품질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갖춘 '가성비'도 성장의 주요 요인이라고 꼽았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며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며 “처음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구매했던 고객도 막상 써보고 품질이 고가 제품 못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 지속적으로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이 성장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한미약품 글로벌 기대신약 ‘당뇨관리 비만약’, 미국도 주목

한미약품이 이달 하순 미국에서 열리는 당뇨병학회에서 자체개발 중인 차세대 비만약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현재 글로벌 비만약 돌풍의 주인공인 '위고비'의 효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발표 결과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21~24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자체개발중인 차세대 비만 치료 3중작용제 'HM15275'의 전임상 연구결과 4건을 발표할 예정이다. HM15275는 근육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체중 25% 이상을 감량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비만 치료제로, 한미약품의 비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의 두번째 파이프라인이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HM15275는 3가지 작용제를 결합해 효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주류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작용제를 채택,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을 감소시키고 인슐린 분비를 개선해 혈당조절을 원활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 GLP-1 작용제의 부작용인 메스꺼움·구토·설사를 완화하는 '위 억제 펩타이드(GIP)' 작용제, 포만감 조절 및 지질대사 조절효과를 갖는 '글루카곤(GCG)' 작용제까지 결합한 3중 작용제를 완성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GLP-1 단일 작용,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GLP-1와 GIP 2중 작용제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의 HM15275는 한 단계 진화한 3중 작용제인 셈이다. 특히, HM15275의 체중 25% 감량 효과는 수술을 통한 체중 감량에 버금가는 효과로, 위고비는 임상 3상 시험에서 약 15%, 젭바운드는 약 21%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세가지 약리작용을 적절히 결합하면 비만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올해 약 150억달러(약 21조원)에서 오는 2030년 770억달러(약 10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오는 2030년까지 HM15275를 상용화하고, 나아가 먹는 비만 치료제, 디지털 비만 치료제, 폭식 등 섭식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한미약품이 경영권 분쟁과 상속세 납부 부담 속에서도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올해 1분기 총 467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 전년동기 458억원보다 2.0% 늘렸다. 특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임주현·임종훈 3남매 등 오너 일가 4인이 합심해 상속세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업계는 위고비의 성공에 자극받은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 외에 당뇨병, 고혈압 등 질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2중, 3중 작용제 개발에 나서는 추세인 만큼 한미약품의 HM15275와 H.O.P 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헬스&에너지+] 40~50대 자주 ‘깜박깜박’…뇌도 영양과 자극 원한다

뇌는 인간의 운동조절, 감각 인식 및 해석, 언어전달, 항상성 유지, 학습과 기억, 호르몬 분비 등 무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체의 사령탑'이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노화와 함께 뇌 활동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뇌가 늙어가거나(퇴행성) 손상되면 인체의 기능장애, 기억력, 감각, 심지어 성격을 포함해 여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뇌졸중(뇌경색, 뇌출혈)과 치매·파킨슨병 등 뇌질환이 고령사회의 주요 건강문제로 꼽히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암이나 심장병뿐 아니라 뇌졸중과 치매·파킨슨병 등 주요 뇌질환들이 노년기의 대표 질병으로 떠올랐다. 뇌 건강은 전신건강의 바로미터이다. 뇌질환 분야의 권위자인 한양대병원 김희진 교수(신경과)는 최신 저서 에서 “뇌 관리를 소홀히 해 고통받는 환자가 건강해지는 과정과 그렇지 못한 과정을 수없이 지켜보면서 건강한 두뇌 습관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뇌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신체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뇌 역시 나이가 들수록 변하는데 다른 신체보다 훨씬 빨리 노화가 시작된다. 구조적 측면에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때는 30대 중반부터다. 뭔가 깜박깜박하거나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학계에 따르면, 기억의 중추인 해마는 40세 이후부터 연간 평균 0.5%씩 줄어든다. 정보를 생성하고 변형 또는 조작하는 능력과 기억, 추론, 새로운 연관성을 형성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40대 이후가 되면 많이 감소한다. 김희진 교수는 “뇌의 나이를 되돌릴 수 있는 최적기인 40∼50대를 잘 보내면 노화의 시계를 더디게 가도록 만들 뿐 아니라 미래에 맞게 될 정점을 더 효과적으로 폭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인의 뇌의 뇌 세포는 대략 1조개이며, 이 가운데 약 1000억 개가 신경세포(뉴런)다. 뇌는 35세 이후 부피가 지속적으로 연간 평균 0.2%씩 감소한다. 그리고 60세 이후로는 부피가 연간 평균 0.5%씩 감소하는데, 이런 현상을 학계는 '뇌가 위축된다'라고 표현한다. 김 교수는 “뇌의 부피가 감소한다는 것은 곧 뇌 기능의 감퇴를 의미한다"면서 “신경세포 수의 감소, 신경전달물질과 세포 내 환경의 변화, 세포내 시냅스 전달의 변화, 산화 작용·염증 반응 등 생화학적 변화, 아밀로이드 침착 등 병리학적 변화가 동반되면서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에 총체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뇌를 위해 △일상 점검 △식단 변화 △뇌 자극 운동 △스트레스 해소 △양질의 수면 △만성피로 해결 △의학적 대처 등 7가지 건강습관을 제안했다. 첫째, 일상 점검은 수면, 식사, 운동을 평소처럼 했는지와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정상인가를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 식단 변화는 적게 먹기, 설탕·소금·밀가루 등 줄이기, 패스트푸드·가공식품 멀리하기, 간헐적 단식이나 초저열량 다이어트, 물 충분히 마시기, 자신에게 맞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조율, 적절한 영양제 섭취, 채소류·곡류·견과류의 충분한 섭취, 붉은색 육류를 줄이고 생선과 해조류 섭취 늘리기 등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셋째 뇌 자극 운동은 걷기·달리기·등산, 근력 운동, 악력 키우기, 뇌에 활력을 주는 손운동 및 스트레칭, 소리 내어 책 읽기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넷째로 제안된 스트레스 해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좋다. 숲속에서 사람이 건강해지는 것은 경관과 햇빛, 피톤치드, 음이온, 소리 등 산림이 가진 치유 인자 덕분이다. 초록이 우거진 산림 경관을 바라며 심호흡을 하면 마음이 안정될 때 나타나는 뇌파인 알파파가 증가한다. 다섯째인 양질의 수면은 피로 회복뿐 아니라 뇌에 쌓인 단백질과 기타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잠드는 순간 뇌세포가 수축하고 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지는데, 이때 뇌척수액이 들어와 뇌세포 사이에 쌍인 노폐물을 씻어준다. 여섯째로 만성피로 해결인데, 피로가 계속되면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 합성을 저해한다. 이는 몸이 나른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원인이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경우 의욕과 계획 수립, 창조성 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위축되어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의욕 감퇴 등이 유발된다. 마지막으로 제안된 의학적 대처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생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잘 복용하고, 기타 요법들을 잘 준수하는 것이다.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상태의 호전이나 악화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헬스&에너지+] 부정교합 치아교정, 남녀노소 빠를수록 좋다

부정교합(위·아래 치아의 맞물림 불량)은 충치·잇몸병(치주질환)과 함께 '치아 상실'을 초래하는 3대 원인다. 최근 부정교합으로 치아 교정을 하는 연령대가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중·장년층 이상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대한치과교정학회에서 국내 20~70대 598명을 대상으로 치아교정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대 63.2% △40대 46.2% △50대 45.1% △60대 35.2% 순으로 치아교정에 관심을 나타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부정교합으로 진료받은 환자의 급격한 증가세를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53만 7578명에서 2015년 75만 2508명으로, 다시 2021년에는 100만명을 넘어 102만 926명에 이르렀다. 치과 교정치료(치아교정 등)는 단순한 미용 측면을 넘어 치아를 보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치료이다. 부정교합뿐 아니라 입 부분의 돌출과 비대칭, 부정교합에 따른 구강건강의 문제, 더 나아가 심리학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부정교합에 따른 치주질환이 야기돼 치아 상실이 조기에 발생할 수 있는데 치과교정으로 방지할 수 있다. 부정교합 유발 요인은 △유전 △크거나 작은 치아 턱 △위·아래 턱의 크기·형태 부조화 △비정상적인 치아 수 △치아 맹출(萌出) 이상 △유치 조기 상실 △나쁜 구강습관 △구강호흡을 유발하는 질환 △턱을 괴거나 스마트폰 과사용 등에 따른 잘못된 자세 △질기고 딱딱한 식품 과다섭취 등 다양하다. 치아 배열이나 맞물림에 문제가 있으면 씹기·발음 등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외모도 나빠지기 쉽다. 치아배열 불균형은 충분한 영양소 섭취와 학업,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치아가 들쭉날쭉하면 칫솔질이 어려워 충치나 잇몸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교정치료는 치아 및 구강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대한치과교정학회에 따르면, 교정치료의 최적기는 부정교합의 원인에 따라 다르다. 단순히 치아 배열에만 문제가 있을 때는 시기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턱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턱뼈의 성장 과정을 고려한 장기적 치료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칠 경우 추후의 치아 교정 치료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걱턱이 의심되는 반대교합이나 아래턱 성장이 과도한 어린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이나 저학년부터 평가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아를 지지하고 있는 턱뼈, 즉 위턱과 아래턱의 위치 이상(주걱턱, 비대칭, 무턱)인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빨리 검사해 치아 교정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아교정은 치아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은 부정교합으로 음식물 씹기나 말하기에 어려움이 생기고 외모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 흔히 시술된다. 치아 배열과 턱 성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도 교정치료가 적용된다. 유치에서 영구치로 치아가 바뀌는 소아청소년기에는 치아가 제자리로 나오는 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맹출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유치가 영구치로 바뀌는 혼합치열기 과정은 보통 초등학교 시기에 이뤄진다. 교정장치를 부착해 치료하는 시기는 보통 작은 어금니가 나온 직후에 시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략 사춘기 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인체의 성장을 활용하면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교정을 언제 시작하면 좋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최적의 교정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치과에 정기적으로 내원해 진료받아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병원 김미선 교수(소아청소년치과)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제대로 나고 있는지 확인 후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교정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면서 “특히 증세가 심한 경우 빠르면 만 4세쯤에 교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검사를 받고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국윤아 명예교수(대한치과교정학회 전 회장)는 “성장기 환자의 경우 위턱과 아래턱의 성장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정확한 진단에 의해 적절한 교정치료를 할 수 있다"면서 “잔여 성장과 추후 성장 양상에 대해 미리 예상할 수 있어야 교정치료 후 안정성을 높이고 재발의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면 잇몸이 약해져 아래쪽 치아가 몰리거나 치아 사이에 틈이 생기고, 입술 탄력이 줄어 모양이 변형되면서 아랫니가 더 많이 노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중·장년 층에서 말을 하거나 웃을 때 어색하고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치아 배열이 고르지 못해 치아 틈새에 음식물이 잘 끼고 양치질이 어려워져 잇몸질환과 치아상실을 초래한다. 성인이나 노인 환자들이 교정치료를 받게 되면 심미적인 개선뿐만 아니라 치아를 가지런하게 배열하여 잇몸뼈가 소실되는 것을 예방하고, 치열을 장기적으로 안정스럽게 유지할 수 있어 전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교정치료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특히 치아를 발치하지 않고 치아교정을 하는 비발치교정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올랐다. 특수하게 고안된 골격성 고정장치를 입천장에 고정해 심미적으로 효과가 있고 불편감 최소화와 함께 어금니와 전체 치열을 치아 뒤쪽으로 이동시킨다. 발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치아를 보존할 수 있다. 비발치교정은 골격적 부조화가 심해 수술이 필요한 환자, 치열에 공간이 부족해 치아가 매복된 환자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국윤아 교수팀이 발표한 여러 비발치 임상 논문들은 미국 치과교정학계의 양대 저널인 '미국교정학회지'에 이어 '미국임상치과교정학회지'에도 표지 논문으로 실리는 등 'K-치아교정'으로 세계의 표준이 됐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기업탐방] 쓰리에이치, 지압침대 하나로 마사지·온열·뜸 동시해결

허리·목 통증 등으로 인해 안마의자 등 안마기기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데, 집에 별도의 가구를 들이는 게 공간 문제상 부담이 되는 예비 구매자라면 주목할 만한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수직상승 지압 방식으로 척추 곡선을 따라 온열 기능을 갖춘 지압침대를 만드는 쓰리에이치(3H)다. 쓰리에이치는 한방의 추나요법과 서양의 척추교정치료 방법인 카이로프랙틱 요법을 결합한 의료기기 제조 기술력을 지녔다. 이 기술력에 힘입어 거북목이 심해 누웠을 때 목이 바닥에 닿지 않고 붕 뜨거나, 몸의 균형이 육안으로도 눈에 띄게 비틀어진 경우도 지압침대를 통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을 정도로 증상을 완화한 사례를 보유했다.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원사인 쓰리에이치는 대구에서 지난 2002년부터 지압 매트 사업을 해 온 정영재 대표가 온열기와 의료용 진동기를 합친 혁신적인 제품 '지압침대'를 목표로 재창업한 강소기업이다. 지난 22일 찾아간 쓰리에이치 본사에서 정영재 대표는 “기존 안마기기는 도자 방식 바퀴가 수직 상승하는 방식의 안마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쓰리에이치는 수직상승 압박식을 차용해 압력을 한 곳에 모아 올려줘 자극이 한 곳에 집중돼 효과가 더욱 높다"고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어 “전통적인 치료방법인 뜸과 온열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것도 특장점"이라고 소개한 정 대표는 “안마의자 등 기존 상품들은 점차 시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쓰리에이치는 효능과 높은 활용성에 힘입어 매년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사에 마련된 체험매장에 다수의 중장년층 고객이 방문해 지압침대를 직접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쓰리에이치는 현재 서울대학교와 경북대학교, 대구한의대 등에서 △만성 허리 통증 환자 온열 지압 자극 유효성 및 안정성 △근육 긴장·경직도 유의미한 감소 △우울감·스트레스·수면 질 증가 △파킨슨병 환자 자극 유효성 사용성 평가(파일럿 스터디)를 마쳤다. 식약처 허가 임상을 획득해 정식 임상도 진행할 예정이다. 꾸준한 내수 판매 확장과 수출에 힘입어 쓰리에이치의 연평균 성장률은 70.8%에 이른다. 코로나19때 잠시 주춤했으나 2021년부터 다시 성장 중으로, 연평균 고용 증가율도 7.3% 수준이다. 특히, 지난 3년간은 청년 고용률을 50% 이상 유지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생산량을 더욱 늘리기 위해 제3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쓰리에이치는 현재 월 4000대의 침대를 생산 중으로, 세종 산업단지에 설립할 공장이 약 2년 후 완공되면 월 1만 대 이상 생산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매출 확대를 위해 본격적인 B2B(기업간 거래) 사업도 전개한다. 이를 위해 개발한 제품이 병원·호텔·헬스장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스파인얼라인' 의료기기다. 제품 판로 확대를 위해 백화점 등 유통채널과도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쓰리에이치는 이노비즈협회 우수 회원사답게 △2022년 중소기업대상 △2017년 300만불 수출의 탑 △2017년 대구광역시 산업평화대상 △2022년 IR52 장영실 기술혁신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특허도 18건을 보유한 데 이어 17건을 추가 출원했다. 현재 기능성 온열침대를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캐나다·영국 등 15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과 베트남에는 법인을 설립했다. 내년에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2025에 참가해 해외시장에 제품을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정영재 대표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매출의 15~20%가 수출이었으나, 지난 3년간 거래국들이 문을 걸어잠궜다"며 “지난해부터 다시 수출이 늘어나 캐나다·호주·영국 등에 새로 수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향후 4~5년 후에는 수출 비중이 40~50%까지 올라올 것으로 정 대표는 전망했다. 쓰리에이치의 향후 성장 전략은 AI(인공지능) 결합 침대 개발이다. AI 기능 도입 침대는 누웠을 때 압력을 감지해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팔, 다리 등 침대 각 부위가 올라오거나 내려오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개인 체형을 감지한 후 맞춤 지압하는 기기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정영재 대표는 “매출 실적이 탄탄한 만큼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25년 정도에 코스닥 상장할 계획이다"라며 “현재 주관사 선정을 위해 물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당뇨병시민연대 “연속혈당모니터 무허가 앱 문제있다”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회장 연광인)는 21일 오전 세종시 보건복지부 정문 앞에서 “국민건강권을 외면하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성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당뇨병시민연대는 당뇨병 환자용 인슐린 주입기(인슐린펌프) 'DIACONN G8' 제조사인 G2E를 제품에 적용되는 어플리케이션 등의 무허가 무단사용 혐의로 지난 3월 경찰에 정식 고발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2월 식약처를 상대로 G2E 제품 승인 취소와 인허가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질의서를 여러 차례 공식 접수했다. 당뇨병시민연대는 이날 “식약처 첨단제품허가 담당관실과 유관부서에 당뇨병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심대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허가에 대해 지난 2023년 2월 27일부터 9월 12일까지 7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올해에도 지난 4월 11일 식약처 주무부서 관련자 3인과 관련 회의를 진행했지만 식약처는 아직까지도 답변을 계속 지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 직무를 유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성토했다. 이 단체는 인슐린펌프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환자들의 모임으로, 현재 약 1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준형 사무국장은 “최근 국내외에서 허가돼 사용하는 연속혈당모니터(CGM ) 기술과 관련해 혈당조절이 좀 더 정밀하게 된다는 것으로 알고 치료를 받고자 알아보던 중 국내업체에서 사용하는 CGM 관련 6종의 애플리케이션이 국내외에서 허가받지 않은 것이어서 환자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지난해 2월 22일부터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하는 질의서를 여러 차례 공식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당뇨병시민연대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4월 11일 '구체적인 제품 정보가 없어 무슨 문제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현재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이달 16일 답변에서도 '의료기기 해당 여부 및 의료기기법령에 따른 사용가능 여부 등에 판단이 어려우니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경남제약-휴마시스 결합 ‘헬스기기-의약품 시너지’ 기대

비타민C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이 오랜 실적부진 끝에 체외진단기기 기업 휴마시스에 인수돼 재도약을 모색한다. 또한, 경남제약 새 주인이 된 휴마시스도 코로나 사태 일상회복 이후 실적 부진에 빠진 터라 두 회사의 합병이 매출 시너지 및 동반 부진탈출이라는 겹효과를 창출할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휴마시스는 지난 17일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의 주주 플레이크와 메타플렉스로부터 블레이드의 주식을 매입하는 주식양수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1일 플레이크에 294억원, 메타플렉스에 186억원 등 총 480억원 등 매수금액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휴마시스는 블레이드 전체 주식의 34.8%를 인수해 블레이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시에 블레이드가 경남제약 지분 19.84%로 최대주주여서 자연스레 경남제약의 최대주주 지위까지 차지했다. 블레이드는 라텍스(고무)제품 생산 및 연예매니지먼트를 주사업으로 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9년(당시 법인명 블루베리NFT)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경남제약은 블레이드를 맞은 이후에도 좀처럼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1957년 설립된 경남제약은 1983년 출시한 국내 최초 물 없이 먹는 분말형 비타민 '레모나'가 히트를 치면서 일반의약품 전문 제약사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레모나와 인후염치료제 미놀, 무좀치료제 피엠에만 매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성장이 정체돼 왔다. 실제로 블레이드에 인수된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남제약 매출은 △2020년 709억원 △2021년 646억원 △2022년 590억원에 이어 지난해 684억원으로 횡보걸음을 해왔고, 영업이익도 2020년 26억원을 올렸다가 이후 3년 내리 77억원, 34억원, 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경남제약을 인수한 휴마시스 역시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못하지만 부진탈출을 위한 돌파구로 경남제약 인수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설립된 휴마시스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셀트리온과 함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미국에 수출하는 등 호황을 누렸으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다른 진단기기업체들과 같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휴마시스의 매출은 2021년 3218억원, 2022년 4713억원에서 지난해 138억원으로 곤두박질 쳤고, 영업이익은 2021년 1936억원, 2022년 2147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52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진단키트 납품지연 등을 둘러싸고 지난해 시작된 셀트리온과 소송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는 경남제약이 오랜 역사의 일반의약품 전문 제약사로서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숙면을 위한 전자약 개발 등 디지털 헬스케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체외진단기기 기술을 보유한 휴마시스와 의약품·헬스케어 판로확대 시너지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K-스타트업의 도약 86] 웨이센 “내시경 검사서 의사가 놓친 위·대장암도 포착”

내시경 검사 시 위암, 대장암 등의 병변을 놓치는 간과율은 통상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내시경 검사가 1년에 약 1300만건 진행되는 만큼 숙련도 낮은 의료진이 검사하거나 의료진의 피로 누적으로 병변을 놓칠 확률이 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이 의사를 보조해 놓치는 병변을 잡아낸다는 콘셉트로 내시경 진단 보조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 AI 메드테크 기업 웨이센이다. 현재 웨이센의 내시경 의료 AI 솔루션 '웨이메드 엔도'는 정확도가 95% 이상으로, 강릉아산병원과 일산병원, 중앙보훈병원 등에 도입됐다. 김경남 웨이센 대표는 “웨이메드 엔도는 위·대장 내시경 검사시 웨이센이 제공하는 모니터를 내시경 장비와 연결해 검사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AI가 판독 후 의사가 놓친 이상 병변을 찾아 알려주고, 암일 확률도 표현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메드 엔도를 개발하기 위해 웨이센은 강남세브란스 소화기내과 연구교수팀과 협력해 단순 사진 뿐 아닌 내시경 동영상 데이터를 AI 학습에 반영했다. 염증성 위염·위궤양 등 질환과 초기 위암을 구분하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일본 보건당국의 AI 활용 위 내시경 검사기기 인허가 사례가 없을 정도이나,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웨이메드 엔도는 95%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웨이메드 엔도는 국내 70개 이상 병원에서 시범 서비스 중으로, 도입 병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6개 국가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시범 운영하며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해가고 있다. 웨이센의 두 번째 상용화 제품인 '웨이메드 코프'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한 후 3~5회 차례 기침음을 내면 AI가 호흡기 건강상태를 분석해 신호등 형태로 알려주는 헬스케어 솔루션이다. 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 폐렴 환자들의 기침 소리는 정상 범주와 달라 음향 스펙트럼 구분이 가능하다. 그런 만큼 가전 기업들과 협력해 스마트폰이나 TV, 리모컨 등에 달린 마이크에 코프 AI 시스템을 탑재해 일상에서 호흡기 건강 상태를 꾸준히 살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웨이센은 한 가전 기업과 협력해 소아청소년용 스마트 스피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도 협력해 워커힐의 헬스 피트니스 시설인 ROO 클럽에서도 코프 솔루션을 체험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코프는 정확도가 85%로 병원에서 청진기로 1차 진단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지난해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기술혁신상 2관왕을 달성했고, 올해 솔루션을 고도화해 혁신상을 한 차례 더 수상한 글로벌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웨이센은 웨이메드 코프를 베트남 공공의료에 적용하기 위해 하노이 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종합병원 방문을 위해 진단서를 끊어야 해 AI 솔루션으로 검사 정확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중동·아랍에미리트·태국의 호텔에서도 코프를 체험할 수 있게 추진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웨이센은 공황장애와 식품 알러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공황장애 완화 디지털 치료기기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진과 협력해 제작한 CBT(Cognitive behavioral therapy) 인지행동치료 프로토콜이다. 생성형 채팅봇이 환자와 대화하고 심호흡을 돕는 등 약물 없이도 환자의 불안을 완화시켜준다는 취지다. 현재 이 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허가를 받아 임상시험 중으로, 웨이센은 내년 중 식약처 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 알러지 치료를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음식을 최소량부터 시작해 점차 늘려 섭취하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줄인 뒤 다시 증량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을 여러 번 내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번거로움을 최대한 낮춘다는 구상이다. 식품 알러지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아청소년 교수들과 협력해 개발한 후 현재 임상시험 신청 준비를 마친 상태다. 김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아직까지 국내 스타트업 중 해외 수출을 이뤄낸 '퍼스트 무버'가 없어 이를 웨이센이 선도하겠다는 목표"라며 “이미 해외 파트너사들이 국내 임상이 완료되면 디지털 치료기기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센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국내 특허등록 29건과 상표등록 6건, 해외 특허 출원 6건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23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2024 식약처장상 수상 △CES 2024 3관왕 △CES 2023 4관왕 △CES 2022 1관왕 등의 수상 실적도 가지고 있다. 김경남 대표는 “실시간 의료영상 분석 관련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향후 웨이메드 엔도를 발전시켜 관절과 호흡기, 복부 초음파 내시경 분야로도 진출하고자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