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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vs. 주력사’ 한미약품그룹, 주총서 결판날까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경찰고발 사태로까지 치닫는 가운데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주력사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번 분쟁의 최종 판가름이 내려질 공산이 커졌다. 5일 한미약품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오너일가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는 4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박재현 대표가 자신을 중국법인 '북경한미약품'의 동사장(이사회 의장)이라고 보고한 것은 허위 보고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임 이사는 박 대표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자신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에 셀프 임명한 것은 정관을 위반해 해임 사유라는 입장이다. 반면 박재현 대표는 전임 사장의 지명을 받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에 임명된 것이며 북경한미약품은 지난 30년간 한미약품이 임명서를 보내면 동사장을 임명하는 관행이 지속돼 왔다는 입장이다. 박재현 대표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측 인사로 불리는 전문경영인으로 지난달 지주사로부터의 독립경영을 선언했으며 이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직위 강등 조치해 전문경영인과 임종윤·종훈 형제의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같은 날인 4일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대주주 3자연합'은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사회가 임시주총 소집을 거부하거나 상당기간 지체하면 주주는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 결정을 구할 수 있다. 이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현재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기존 이사 9명 외에 임주현 부회장과 신동국 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것으로, 수적 열세인 이사회에서 3자연합측이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의 정상적 경영을 흔들기 위한 의도"라고 반발하면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 의장과 논의해 조속히 임시주총 소집을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자신의 단독대표 선임이 무산된 임종윤 이사 역시 박 대표 등 3자연합측 이사진 해임을 위해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구성은 임종윤·종훈 형제측 5명, 3자연합측 4명으로 파악된다. 한미약품 이사는 총 10명으로 3자연합측 인사 7명, 형제측 인사 3명으로 분류된다. 업계는 3자연합측이 법원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을 강행하는 만큼 형제측도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강행의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 증원을 위한 정관을 변경하거나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 등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모두 각각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한미사이언스에서 23.25%, 한미약품에서 39.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가 지난 3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 때처럼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마데카크림 빅히트’ 동국제약, 의료기기사업 출사표

주름개선 화장품 '마데카크림'의 인기에 힘입어 코스메틱 강자로 떠오른 동국제약이 의료기기 사업 확대를 꾀하며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동국제약에 따르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의 안티에이징 크림 마데카크림이 2015년 4월 출시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 6000만개를 돌파했다. 마데카크림은 동국제약의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성분 '센텔라아시아티카(병풀) 추출물'을 핵심성분으로 하는 주름개선 및 안티에이징 화장품이다. 병풀 추출물 성분이 피부재생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 주름개선 화장품으로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총 7종의 제품이 출시됐으며 마데카크림 시리즈의 누적 매출액도 출시 이후 지난 6월까지 9000억원을 달성했다. 마데카크림 성공에 힘입어 동국제약은 실적 개선과 뷰티·헬스케어기업 이미지 구축에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00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2% 증가하며 역대 상반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402억원으로 24.8%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데카크림의 매출은 동국제약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데카 프라임' 등 뷰티 디바이스(피부미용기기) 매출도 올해 500억원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동국제약은 의료기기 사업도 확대해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약의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은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받았다. 엑스레이(X-ray)와 자기공명영상(MRI)의 조영제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동국생명과학은 조영제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초음파, 이동형 CT, 유방 촬영기 등 영상진단장비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인공지능(AI), 체외진단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의료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며 향후 바이오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동국생명과학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영상진단의학과 조영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했다"며 “앞으로 종합 이미징 솔루션 분야에서 선두기업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한미약품 장남 임종윤, 대표 선임 좌절…박재현 체제 힘 실리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장남 임종윤 이사가 그룹 주력사인 한미약품 대표에 오르려는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이로써 전문경영인 박재현 현 한미약품 대표 체제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의 단독 대표이사 선임 안건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 교체 및 동사(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번 이사회는 임종윤 이사가 소집을 요청해 열린 것으로 현 박재현 대표를 내리고 임종윤 이사가 단독 대표에 오르기 위한 목적으로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종윤 이사는 지난 6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동생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개인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함께 한미약품 이사에 선임됐다. 다만 당시 이사회는 소집되지 않아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은 불발됐다. 이후 임종윤·종훈 형제를 지지해 왔던 신동국 회장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편으로 돌아섰으며 모녀와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모녀측 인사로 평가되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독자적 인사조직 신설 계획을 발표하며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의지를 천명했으며 이에 반대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곧바로 박재현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직위 강등시키는 인사발령을 냈다. 현재 박재현 대표측과 임종훈 대표측 모두 서로 상대방의 독자조직 신설 조치와 직위 강등 조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에 이어 한미약품 이사회까지 장악하려는 임종윤·종훈 형제측과 이를 저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려는 모녀·신 회장 3자연합측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임종윤 이사의 대표 선임 불발은 현 박재현 대표에게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3자연합측 인사 7명, 형제측 인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원이자 감사위원장인 김태윤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회사라면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라며 “세계 최고의 R&D 중심 제약회사를 지향하는 한미약품이 안정적 경영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 이번 이사회 결의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삼바·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국내출시 서두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나란히 국내 바이오시밀러 출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고 가격 책정에 제약도 많지만 국내 환자부담 경감과 국가 건보재정 절감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2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이틀간 인천 송도 본사에서 국내 의료진 60여명을 초청해 '에피즈텍 국내출시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에피즈텍은 존슨앤드존슨의 건선·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품 출시와 관련해 단독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피즈텍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이어 7월 오리지널의약품의 기존 약가 대비 40% 저렴한 가격에 국내에 출시됐다. 현재는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가도 인하돼 약 25%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오리지널의 1회 투여분 가격은 170만원대, 에피즈텍은 120만원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에피즈텍을 포함해 총 9종의 바이오시밀러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오리지널의약품이 합성(케미칼)의약품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비싼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출 증대는 물론 환자편익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혈액·신장질환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의 경우 오리지널인 '솔리리스'의 환자 1인당 1년 투약비용이 3억 9000만원인데 비해 에피스클리는 2억 7000만원 수준이다. 나아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환자의 경제부담을 완화하고 일상생활 영위를 돕기 위해 의약품을 무상 지원하거나 약가 일부를 지원하는 '환자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기준 한국과 미국·유럽 등 전 세계 약 43만명에게 총 7종의 바이오시밀러 1330만개 제품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의료재정 절감과 환자 의료비용 절감 등 직접적 비용절감 효과 1조 4000억원, 환자·보호자의 업무생산성 및 삶의질 개선 등 간접적 효과 1조 1000억원 등 총 2조 5000억원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에피즈텍을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폭넓은 대안을 제공하고 합리적 약가로 국가 건보재정 절감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의 바이오시밀러 국내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 역시 2일 바이오시밀러 제품 3종을 잇따라 국내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 3종은 △알레르기질환 치료제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스테키마'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 등이다. 하루 전인 1일 보건복지부 약가고시를 거친 만큼 조만간 국내에 시판될 예정이며, 각각 글로벌 시장에서 수 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인 만큼 국내 환자들의 비용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옴리클로는 오리지널 대비 약 28% 할인된 가격으로 급여가 책정됐으며, 스테키마는 약 26%, 아이덴젤트는 약 34%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셀트리온제약 관계자는 “오리지널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로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면역질환, 항암, 알레르기, 안과질환 등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해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바이오시밀러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가격을 통한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라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회적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SK바이오팜, 방사성 표적항암제 개발 앞서간다

창사 이래 10여년간 뇌전증 신약 한우물을 파오며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성공시킨 SK바이오팜이 제2의 엑스코프리를 위한 분야로 '방사성의약품(RPT)'을 점찍고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1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방사성의약품 사업관련 애널리스트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방사성의약품사업 중장기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은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회를 갖고 엑스코프리 이후 주력할 3대 사업분야로 △방사성의약품(RPT) △표적단백질분해(TPD) 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홍콩 바이오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로부터 대장암·췌장암 등 고형암 치료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했고, 지난달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회사 '테라파워'와 방사성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생명공학기업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인수해 TPD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지만 RPT 분야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뉘는데 이 중 치료용은 방사성물질을 바인더(항체 등 암세포를 찾아가는 물질)에 결합해 암세포만 찾아가 파괴하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다. 노바티스의 '루타테라'가 대표적으로 상용화된 제품이며 국내에서는 바이오기업 '퓨쳐켐' 등이 개발 중이다. SK바이오팜은 고순도 악티늄-225를 독점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RPT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암세포 파괴효과나 적절한 반감기 등 현재 방사성의약품에 가장 적합한 동위원소로 꼽히는 악티늄-225는 우라늄에서 생산되는 물질(토륨)로부터 추출하기 때문에 생산이 매우 제한적이고 이를 사용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도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다. 노바티스의 루타테라는 악티늄-225보다 암세포 파괴효과가 떨어진다고 알려진 동위원소 루테튬(Lu)을 사용하며, 악티늄-225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악티늄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임상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SK바이오팜은 오는 10월부터 테라파워로부터 악티늄-225를 공급받아 SKL35501의 전임상 시험에 착수, 내년 하반기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에 돌입하고 임상 2·3상을 거쳐 203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방사성의약품 중 진단용 제품은 비교적 널리 상용화됐으나 치료제는 아직 시장형성 초기단계다. 진단용과 치료용을 합친 전체 방사성의약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10조7000억원에서 2030년 34조9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며 이중 치료제만 21조4000억원을 차지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국내기업 최초로 개발부터 미국 FDA 승인, 미국 현지판매까지 독자 수행한 '엑스코프리'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2011년 창립 이래 처음 연간 영업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매출로 창출되는 현금을 SKL35501 개발에 투자하고 내년 중 2개 이상의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을 추가 도입해 2027년 글로벌 리딩 RPT 기업으로 자리잡는다는 목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매력적인 시장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모그룹의 지원과 함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서두르지 않고 황소걸음으로 천천히 가되 중요한 상황에는 타이밍에 맞게 나섬으로써 글로벌 RPT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 중 하나로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한미약품그룹, 이번엔 ‘오너대표-전문경영인’ 충돌

오너일가 모녀와 형제가 대립해 온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오너일가 출신 지주사 대표'와 '전문경영인 출신 계열사 대표'의 권한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그룹 주력사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는 28일 오후 5시께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한미약품의 독자적 인사조직 신설 계획을 알렸다. 그동안 한미약품은 독자적 인사조직 없이 인사업무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해 왔으며,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인사·법무 등 업무를 대행하면서 한미약품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 왔다. 박 대표는 이번에 한미약품 내 독립적 인사조직을 신설하고 독자경영에 필요한 부서를 차례로 신설해 독자경영과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자 약 1시간 뒤 오너일가의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역시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고, 업무 범위를 제조본부로 한정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박 대표의 직급 강등 사유로 임 대표는 특정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즉, 박 대표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와 개인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3자연합측 이익을 앞세운 경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박재현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지난해 3월 한미약품 대표에 선임된데 이어 지난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전문경영인이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측의 신임을 받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임종훈 대표의 이번 인사를 형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형제측이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인 모녀측(3자연합측)의 인사로 분류되는 박재현 대표를 견제하고, 대표이사 업무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임종훈 대표의 인사에 한미약품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주사 대표의 계열사 대표 직위 강등 조치는 원천무효 또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종훈 대표의 박재현 사장직위 강등 조치는 아무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라며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이며 (박재현) 대표의 권한 및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지주사 대표는 계열사의 인사·법무 등 경영지원에 관한 스텝 기능을 수탁받아 용역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했을 뿐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 발령 권한이 없다"며 “계열사의 대표가 인사·법무 업무를 독립화해 별도 조직을 만드는 행위는 아무런 법적인 장애가 없다"고 부연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독자경영) 방침을 지주사 대표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도 이번 한미약품의 독자경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해임 등은 한미약품 이사회가 결정한다.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원은 총 10명으로 송영숙·임주현 모녀 체제때 선임된 이사가 박재현 대표를 포함해 총 6명이고 여기에 지난 6월 임시주총을 통해 임종윤·종훈 형제와 신동국 회장, 남병호 헤링스 대표가 새로 합류했다. 지난 6월 한미약품 이사진에 합류할 때만 해도 형제측을 지지했던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은 지난달 모녀측으로 돌아서며 이른바 '대주주 3자연합'을 결성했고 곧바로 전문경영인체제 전환을 표방했다. 한미약품그룹에서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신동국 회장의 지분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50% 이상을 차지한다. 업계는 신동국 회장의 지지에 힘입어 지난 5월 지주사 단독대표에 오른 임종훈 대표와 새로 결성된 대주주 3자연합간의 갈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3자연합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과반수를 되찾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정관변경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으나 임종훈 대표는 명분이 없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 업계는 상법상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이사회가 거부하거나 지체하면 주주는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 결정을 구할 수 있는 만큼 지주사 이사회의 과반수를 장악한 임종훈 대표가 임시주총 소집을 계속 거부하면 결국 법정 공방을 통한 분쟁 장기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대웅제약, ‘신약+메디컬헬스’ 시너지 높인다

대웅제약이 국내외 제약사·벤처기업과 손잡고 의료기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주력 의약품 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매출 확대는 물론 만성질환 예방·치료 효과 증진에도 기여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벤처기업 '스카이랩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카트비피 프로'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건강보험급여를 인정받고 정식 출시됐다. 혈압은 측정할 때마다 수치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24시간 연속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기존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APBM)는 팔에 완장 형태의 '커프'를 착용해야 해 불편함이 컸다. 카트비피 프로는 고혈압 환자가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기만 하면 24시간 혈압 기록이 병의원 의료진에게 자동 전송된다. 첨단 바이오센서인 광혈류측정센서(PPG)가 손가락 혈류를 측정해 정확도가 높을 뿐 아니라 실시간 측정 및 모니터링이 가능해 생활습관에 따른 혈압변화 추적과 약물용량 조절이 용이하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해 6월 스카이랩스와 카트비피 프로의 국내 판권계약을 체결, 국내 병의원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이번 보험급여 등재로 환자는 하루 5000~9000원 정도를 부담하면 병의원으로부터 카트비피 프로를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게 돼 대웅제약의 병의원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이달부터 병원용 모델인 카트비피 프로의 병의원 판매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내년 상반기에는 의사 처방없이 사용하는 일반소비자용 모델 '카트비피'도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대웅제약은 △2020년 글로벌 미국 제약사 애보트의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기반 웨어러블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 △2020년 국내 헬스케어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기기 '모비케어' △올해 초 국내 의료기기기업 아크의 인공지능(AI) 기반 안과질환 진단 보조기기 '위스키'·'옵티나' 국내 판매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국내 병의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연속혈당 클리닉' 사업을 시작, 병의원과 함께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활용해 당뇨 환자에게 맞춤형 혈당관리 정보를 제공하고 체계적인 대국민 당뇨관리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병의원과 연계해 대국민 예방교육·홍보활동을 펼치는 이러한 대웅제약의 의료기기 사업방식은 주로 만성질환관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대웅제약이 주력으로 하는 만성질환 분야 의약품과 동반 매출성장은 물론 만성질환자의 체계적인 예방·치료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자체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함께 3대 주력제품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엔블로 매출을 1조원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올메텍, 크레젯 등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제품군도 올해 상반기 기준 대웅제약 전체 매출의 17%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품목 중 하나다. 업계는 이달 초 판권계약을 체결한 위스키와 옵티나가 당뇨성 망막병증 등 당뇨·고혈압 환자의 합병증 실명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의료기기인 점에서 보듯이 대웅제약은 주력분야인 만성질환 의약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춰 의료기기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이번 카트비피의 보험급여 등재를 계기로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서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심전도기 '모비케어', AI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에띠아' 등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 공급을 통해 쌓아 온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카트비피의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유한양행 렉라자 美승인에 삼바·셀트리온 소환 까닭은

유한양행이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음에 따라 제2, 제3의 렉라자 배출을 위한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동시에 유한양행은 이번 렉라자 FDA 승인이 렉라자를 기술이전 받은 J&J의 주도로 이뤄졌던 만큼 향후에는 우리 제약사들도 독자적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출시까지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25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렉라자의 FDA 승인 이후 유한양행의 신약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 방향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후보물질 단계의 렉라자를 도입한 이후 물질최적화, 공정개발, 전임상, 임상 개발을 거쳐 2018년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했다. 이후 얀센은 자체 보유한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를 병용하면 치료효과가 더 우수할 것이라고 판단,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해 임상을 진행해 지난 19일 이 병용요법에 대한 FDA 승인을 획득했다. 이로써 렉라자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첫 국산 항암제의 명예를 얻게 됐다. 또한 유한양행은 1조원 이상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비롯해 향후 J&J가 출시해 판매하면 지속적인 로열티(매출의 일정금액) 수입도 올릴 수 있게 됐다. 유한양행은 이번 렉라자 FDA 승인을 계기로 △현재 임상 1·2상 진행 중인 이중항체 항암제 'YH32367' △임상 1상 중인 알레르기·천식 치료제 'YH35324' △최근 임상시험을 시작한 희귀유전질환 '고셔병' 치료제 'YH35995' 등을 제2, 제3의 렉라자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기술수출, 전략적 투자, 대학·연구소 기초연구지원 프로젝트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IP)' 등을 통해 △항암 △대사질환 △면역질환 등 3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배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열홍 유한양행 R&D총괄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다수 만드는 것"이라며 “여기서 나오는 수익이 안정적인 신약개발 투자재원이자 기업 경영자금이 될 뿐만 아니라 많은 환자의 생명을 유의미하게 연장해 주는 등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 때문에 기술수출 할 때에도 단순히 마일스톤을 많이 주는 기업보다 후보약물을 키워 상용화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기업에게 기술수출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렉라자(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의 FDA 승인 과정만 보면 허가 신청부터 최종 승인까지 J&J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유한양행은 향후 우리 제약사들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승인, 판매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번 렉라자의 FDA 승인은 우리로서는 처음 가본 길"이라며 “이번 승인 과정에서 J&J에 자료제출 등 적극 협조한 동시에 J&J로부터 많은 것도 배웠다"고 말해 매출, 파이프라인 등 글로별 제약사와 격차가 큰 우리 제약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렉라자 FDA 승인은 큰 의미가 있는 성과임을 강조했다. 이어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FDA 승인 경험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난해 자가면역질환 신약 '짐펜트라'의 FDA 승인을 획득한 셀트리온 △국내 최초 FDA 승인 신약인 항생제 '팩티브'를 개발한 LG화학 등을 언급하며 대기업 수준에서 가능한 신약개발 전 과정 독자수행을 국내 제약업계도 수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했다. 조욱제 사장은 “우리 제약사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등 대기업처럼 독자적으로 신약을 개발해 FDA 승인과 상용화까지 수행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美에 국산 항암제 1호 쏜 유한양행 “제2 렉라자 발굴 앞당길 것”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가운데 제2, 제3의 렉라자를 탄생시키기 위한 유한양행의 R&D 전략이 공개됐다. 유한양행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렉라자 승인 이후 유한양행의 경영방향'이라는 제목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신약개발 파이프라인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소개했다. 앞서 미국 FDA는 유한양행이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을 지난 19일(현지시간)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제로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렉라자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국산 항암제 1호 타이틀을 얻었고 유한양행은 승인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출시 이후 매출의 일정부분에 대한 로열티를 통해 향후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유한양행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임상 단계에 있는 주요 신약 후보물질을 소개하면서 제2, 제3의 렉라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한양행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33개로 이 중 8개 파이프라인이 임상 단계에 있으며 내년까지 4개를 추가해 총 12개 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장 주목받는 후보물질은 고형암 치료를 위한 이중항체 항암제 'YH32367'로 현재 임상 1·2상을 동시 진행 중이며 내년 국제학회에서 임상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YH32367은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동시에 NK세포, T세포 등 체내 면역세포도 활성화시키는 약물로 항암과 면역활성을 동시에 수행해 효과가 크고 약효지속기간이 길어 재발위험이 낮다는 점에서 향후 개발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또한 알레르기·천식 치료제 'YH35324'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에서 글로벌 매출 5조원대의 대표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오말리주맙'(제품명 졸레어)보다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올해 하반기 임상시험을 시작한 희귀유전질환 고셔병 치료제 'YH35995'는 저분자화합물이라 기존 치료제와 달리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고셔병에 의한 뇌신경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성이 큰 것으로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포함한 5건의 글로벌 기술수출과 35건의 전략적 투자, 대학·연구소 기초연구지원 프로젝트인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IP)' 등을 통해 △항암 △대사질환 △면역질환 등 3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배출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올해에만 총 25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창업정신에 따라 인류 건강을 위한 혁신신약 개발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파스 명가’ 제일약품, 신약명가 반열 올라서기

'파스 명가' 제일약품이 신약 명가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다. 22일 제일약품에 따르면 국산 37호 신약이자 제일약품의 첫 국산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의 임상 3상 결과가 세계 최고 권위의 소화기 학술지인 미국 'AJG(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 논문에서 자큐보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결과 대조군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에소메프라졸'(제품명 넥시움)에 비해 4주 투여시 치료율은 7.4%P(자큐보 95.1%, 넥시움 87.7%) 높고 8주 투여시 치료율은 3.0%P(자큐보 97.9%, 넥시움 94.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여 초기 치료 효과가 기존 치료제에 비해 우수한 점이 눈길을 끈다. 반면 부작용은 자큐보와 넥시움 간에 통계적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지난 30여년간 '프로톤 펌프 저해제(PPI)' 계열의 치료제가 주류를 이뤄 왔으며 PPI 계열 중에서도 넥시움은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이다. 반면 자큐보는 PPI 계열을 대체할 차세대 계열로 불리는 '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의 치료제다. 업계에 따르면 PPI 계열 치료제는 느린 작용시간과 공복에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 야간 산분비 억제 미흡 등이 단점인 반면 P-CAB 계열 치료제는 복용 즉시 효과,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긴 반감기로 야간에도 효과 지속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는 현재 PPI 계열 치료제가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추후 P-CAB 계열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 P-CAB 계열 치료제는 2019년 출시된 국산 30호 신약인 HK이노엔 '케이캡'이 연매출 1600억원 안팎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대웅제약 '펙수클루'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자큐보를 올해 중 출시, 케이캡·펙수클루와의 경쟁보다는 PPI 계열 중심의 시장 판도를 P-CAB 중심으로 전환해 '파이'를 키우는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제일약품은 실적개선과 함께 신약개발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도 기대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올해 상반기 매출 343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0% 줄었고 영업손실은 17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룹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가 맡고 있는 케펜텍, 제일파프 등 파스 제품군이 올해 상반기 120억원 안팎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력사인 제일약품은 외부도입상품 매출비중이 올해 상반기 기준 70.2%에 달해 고수익 신약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 7264억원으로 국내 10대 제약사에 올라 있는 제일약품은 매출의 6~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10개 안팎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치료제 'JP-2266'과 난소암 치료제 'JPI-547', 뇌졸중 치료제 'JPI-289'은 각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고형암, 염증성장질환 등 신약도 개발 중이다. 특히 제일약품은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이 공동 추진하는 범정부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프로젝트 'K-멜로디(K-MELLODDY) 프로젝트'에 유한양행, 카이스트(KAIST), 서울대학교병원 등과 함께 참여, 오는 2028년까지 실제 신약개발에 활용할 AI 모델 개발에 나선다. 제일약품은 K-멜로디 프로젝트로 구축될 AI 신약개발 모델이 후보물질 발굴 등 신약개발 초기단계의 비용·시간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5년간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개발 후 구축될 모델을 신약개발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앞으로 자큐보의 국내외 빠른 상용화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위식도역류질환 외에 위궤양, 진통제(NSAID) 유도성 소화성 궤양 예방 등 적응증 확대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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