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우리나라는 영국 등 전통 경마 선진국에 비해 말복지 문화의 역사는 짧지만 단기간에 말 복지 사업을 체계화하고 빠르게 복지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마사회 말복지센터 신설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말복지 모범국가로 불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말 복지(동물복지)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신설된 한국마사회 말복지센터의 김진갑 센터장은 우리 사회에 말 복지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사회 말복지센터는 지난해 4월 처음 설립됐다. 반려동물인구 증가 등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을 다루는 유일한 공기업으로서 말 복지 사업과 동물복지 문화 조성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기존 마사회 말보건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말 복지 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서서히 본격화했다. 마사회는 퇴역경주마 관리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설립, 더러브렛(경주마 품종) 복지기금 조성, 말복지 중장기 전략 수립, 말복지 실태조사 등의 사업을 펼쳐 오다가 말복지센터 신설을 계기로 말 복지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수의사 출신으로 마사회에 30년째 근무하며 올해 초 말복지센터장에 취임한 김 센터장은 우선 퇴역경주마의 승용마 전환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센터장은 "퇴역한 경주마를 돌보기 위해서는 사료비 등 1년에 두당 1500만원 가량의 유지비용이 든다"며 "개·고양이 등 일반 ‘반려동물’과 달리 소·돼지처럼 ‘경제(산업)동물’로 볼 수 있는 경주마가 퇴역 후에도 제대로 돌봄을 받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쓰임새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말복지센터는 은퇴한 경주마를 승용마로 재훈련시키는 비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도록 훈련된 경주마를 유순한 승용마로 재훈련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퇴역경주마의 승용마 전환 활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말복지센터는 퇴역경주마의 승용마 재훈련을 위한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경주 중 부상을 입어 은퇴 기로에 놓인 경주마의 치료·재활 비용 지원도 늘려 경주마로 오래 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퇴역경주마의 승용마 전환을 활성화하려면 승용마 공급뿐 아니라 승마인구 저변확대 등 수요도 함께 늘려야 한다. 김 센터장은 퇴역경주마에 한정하는 승마대회를 확대하고, ‘비싼 레저활동’으로 여겨지는 승마의 대중화를 위해 민간 승마장 지원을 확대해 소비자의 승마강습 비용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말복지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각 민간 승마장 운영업체가 일정 기준의 마사회 말복지인증을 획득하면 승용마로 전환된 퇴역경주마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퇴역경주마 관리비용 바우처를 제공해 승마장의 경영부담과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밖에 ‘명예 경주마 지원제도’를 도입,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은퇴한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경주마 일부를 선정해 은퇴 후 각지의 말목장에서 충분히 보호를 받으며 지낼 수 있도록 말목장에게 관리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 센터장은 이러한 말복지 사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관건은 지속적인 재원확보라고 꼽았다. 어떤 사업이든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마사회와 서울·부산경남마주협회는 그동안 조성하던 더러브렛 복지기금을 확대, 향후 5년간 총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퇴역경주마 복지 향상에 쓰기로 했다. 그러나 축산발전기금(축발기금) 등에 말 복지 사업 예산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퇴역 경주마의 복지 비용을 마사회와 (경주마) 마주가 부담하는 것은 금액 규모나 지속성 측면에서 크게 부족할 뿐 아니라, 은퇴 후 말의 소유주가 마사회와 (경주마) 마주에서 다른 민간 개인으로 넘어가기도 한다는 점에서 마사회나 (경주마) 마주보다는 정부나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경마에 대한 세율은 우리나라가 매출의 16%인데 반해 영국은 4%, 싱가포르 6.7%, 일본 10%, 홍콩 12%에 불과하다"며 "주요 경마시행국에 비해 한국 경마의 환급률은 낮은 반면 레저세 등 세금 비율은 높은 만큼, 레저세 일부를 경주마 복지기금으로 별도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퇴역 경주마의 소유권 이전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다면 마사회가 말의 전(全) 생애 주기를 보다 체계적으로 총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퇴역경주마 복지수준이 글로벌 평균 이상의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특히 외국에 비해 단기간에 말 이력제 등 말 복지체계를 갖춘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가 말 복지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이다. 김진갑 센터장은 "해외의 경우 말복지 사업을 시작한지 오래됐으며 기부문화가 발달해 일부 퇴역경주마는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고 있지만 그 수는 극히 소수이며 대부분 퇴역경주마의 평균적인 복지수준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단일 경마시행체인 마사회를 중심으로 말 이력제 등 단기간에 체계화해 글로벌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퇴역 경주마의 복지 향상이라는 최종 지향점은 마사회나 마주, 시민단체가 모두 같으며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며 "지속가능한 재원확보 방안과 소유권 이전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말 복지 사업을 세계적인 모범국가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ch0054@ekn.kr김진갑 한국마사회 말복지센터장. 사진=김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