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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소비 거품 꺼진 위스키, 다시 고객에 ‘구애작전’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 영향으로 뜨거운 호황을 누리던 국내 위스키 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면서 위스키 주류사들이 소비자를 향한 구애작전에 돌입하고 있다. 가격을 내리거나 할인 프로모션 전개로 구매 문턱을 낮추거나,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매출 확대를 꾀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이달 1일부로 발렌타인·로얄살루트·일부 한정판 제품 등 주력 위스키 상품 출고가를 최대 13% 인하했다. 여기에 구매 시 할인율도 최고 18% 적용하며 판매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가격 개편을 통해 고객사 부담을 덜어내고, 프로모션을 강화해 소비자 부담까지 완화한다는 차원에서다. 특히, 업계는 상품별 차등 적용 없이 출고가 인하에 나선 점에서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전략적 가격 조정' 기조가 강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 회사는 브랜드별로 위스키 가격을 몇 차례 인상·인하해왔는데, 이번에 가격 하향 조정만 나선 것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업황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 때 빠른 재고 처리를 위해 가격 인하 카드까지 꺼낼 때가 있다"면서 “높은 할인율까지 매겨 소비 촉진에 나선 것도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경쟁사들도 수요 증진을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손질하고 있다. 토종 위스키업체인 골든블루는 주력 타깃인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춰 '가성비' 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추세다. 지난 10월 출시한 '골든블루 쿼츠'가 대표 사례다. 700㎖ 용량 제품으로 2만원 중반대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이달 2일부터는 주요 편의점 앱(App)으로 미리 주문 후 인근 매장에서 수령하는 '스마트오더'까지 시작하는 등 편의성 개선에도 진심이다. 신규 수요 유입을 위해 가정용 채널로 판매처를 좁힌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골든블루의 채널별 매출 비중은 가정용 시장과 유흥시장 각각 2대8 수준으로, 가정용 채널 수요를 늘려 매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실제 골든블루가 가정용 제품으로만 내놓은 위스키는 골든블루 쿼츠가 처음이라는 회사의 설명이다. 이미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일부 위스키 제품을 판매해왔으나, 유흥시장까지 아우르는 제품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위스키를 잇는 주력 사업으로 데킬라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던 위스키 브랜드 '윈저글로벌'을 매각한 가운데, 프리미엄 데킬라로 포트폴리오 구멍을 메운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멕시코 데킬라 브랜드 '돈 훌리오'를 첫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해당 브랜드의 라인업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데킬라는 숙성 기간에 따라 제품이 나뉘는데, 최근에는 수백만 원 대로 알려진 36개월산 신제품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기존에는 2년6개월이 최고 연산이었다. 이들 위스키 제조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이유는 위스키 붐이 꺼진 탓이다. 최근 몇 년 간 코로나19 수혜 품목으로 국내 시장에서 위스키는 전례 없는 인기를 끌었지만 올 들어 시장 상황이 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업계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3분기 누적 위스키 수입량은 1만9519톤(t)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3분기 누적 기준 2021년 1만671톤이던 위스키 수입량이 이듬해 1만841톤, 지난해 2만473톤으로 상승세를 유지한 점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성장세가 꺾인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선 오히려 그간의 위스키 특수가 이례적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시장 정상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한 뒤 “고물가 영향으로 고급 주류에 큰돈을 쓰는 소비자도 많지 않아 업체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대형마트, 미래형점포 차별화 경쟁 ‘3사3색’

대형마트들이 이커머스와 편의점의 협공에 맞서 '미래형 점포'로 리뉴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 마트 간에도 서로 차별화된 콘셉트를 내세워 고객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최근 기존 할인점 형태 매장을 탈피해 복합몰 형태 매장과 식재료 특화매장, 고객체험 요소를 강화한 매장까지 3사마다 차별화된 콘셉트를 내세운 점포로 변신하며 집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고물가 소비침체와 함께 이커머스 성장으로 온라인 소비가 늘고 있는 만큼 각종 볼거리와 체험요소 등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해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내년 '스타필드 마켓'을 대형점포 위주로 확대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스타필드 마켓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디엔에이(DNA)를 입한 신개념 쇼핑 공간이다. 휴식과 체험, 쇼핑이 어우러진 이마트의 '미래형 모델' 점포로, 기존 판매 공간 중심의 매장에서 문화·휴식 공간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이마트가 지난 8월 29일 죽전점에 선보인 스타필드 마켓은 1층 핵심 공간을 약 495㎡(약 150평) 규모의 북그라운드로 재구성하고, 고객들이 편히 머무르며 쉴 수 있는 라운지와 각종 행사,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스테이지 등이 어우러진 문화·휴식 특화 공간으로 조성했다. 그 결과, 고객유입·매출 증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리뉴얼 오픈 후 최근약 3개월간(8월30일~11월25일) 전체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32.1% 증가했다. 특히, 해당기간 죽전점을 방문한 고객 중에서 지난 6개월간 죽전점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2배가량(1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들도 앞다퉈 점포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8일 홈플러스 강서점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로 새단장 오픈했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는 '세상 모든 맛이 살아 있다'는 콘셉트 아래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극대화한 '현장 콘텐츠형' 식품 전문매장이다. 상품을 보고 사는데 그치는 일반적인 구매 과정에서 벗어나 '보고', '맛보고', '맡고', '듣고', '즐기는' 입체적 쇼핑 가치를 제공해 고객의 오감 만족에 집중한 미래형 마켓의 차세대 모델을 지향한다.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 라이브(강서점) 리뉴얼 오픈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기존 메가푸드마켓과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모두 리뉴얼 오픈을 확대해 성장세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내년 식료품 전문 매장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랑 그로서리는 롯데마트의 식료품 전문 매장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직역하면 '웅장한 식료품 잡화점'을 뜻하는 브랜드명처럼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신선 및 즉석 조리 식품을 중심으로 먹거리에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 매장을 식료품으로 가득 채운 롯데마트만의 차별화 매장이자 새로운 유형의 대형마트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말 선보인 그랑그로서리 1호점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은 올해 누계 기준(2024년 1월~11월 19일)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약 10%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점포 리뉴얼 오픈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이커머스 공세 속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전략으로 유통채널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들은 앞으로 오프라인 장보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韓 창업 생태계서 굿 케이스 ‘네이버’…‘배민’은 아쉬워”

“우리나라 창업 제도가 만들어진 초창기부터 일했던 사람으로서 가장 잘된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융자'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가 바로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로 창업한 회사죠. 창업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인 셈인데,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나 융자를 늘리는 방향은 여전히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김성섭 중기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에서 열린 창업·벤처 정책세미나에서 정부의 창업 정책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며 네이버의 사례를 꼽았다. 김 차관은 “창업 정책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씨를 뿌리는 것"이라며 “빌려서라도 열심히 하려는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을 촉발하는 게 창업 정책의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성섭 차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을 지내고 지난 7월 중기부 차관에 오른 인물이다. 공직 생활 입문 후 줄곧 중소기업청(현 중기부)과 중기부에서 일하며 특히 국내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여왔다. 이날 세미나는 우리나라 중소·벤처 정책의 기본 개념과 흐름에 대한 기자들의 이해도를 제고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당초 이 자리는 햄버거를 먹으며 기자들과 스터디를 하자는 차원에서 준비됐으나, 김 차관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변하며 마치 간담회 현장을 방불케 했다. 그는 투자 활성화 차원으로 마련된 '모태펀드'와 보조금 지원 정책의 사례인 '팁스'를 “국내 창업 생태계를 키워낸 좋은 제도"라고 설명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김 차관은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만큼 창업하기 좋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벤처투자 하라고 세제지원하고, 모태펀드로 자금도 대준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태펀드가 벤처투자 시장의 확장에 기여한 건 사실이지만, 분명 부작용이 있다"며 “실력 없는 '체리피커(cherry picker)'들이 정부 자금만 따먹고 다니는데, 이 부작용을 줄이려고 예산을 줄였더니 반발한다"고 지적했다. 또 팁스에 대해서도 “민간 친화적이고 성과 높은 지원책"이라면서도 “민간 투자와 정부 보조금이 5:5 정도 비율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팁스는 1:9로 민간 투자가 너무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 고마워했는데, 지금은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는다"며 “민간 기업의 경영 실패에 왜 정부 자금이 들어가야 하냐는 비판은 당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배달의 민족'을 언급하며 “사실 배민은 벤처로 시작해 해외 유수 기업에 인수합병(M&A)이 됐으니 M&A 활성화 측면에서는 정말 좋은 사례인데, 지금 도리어 그게 소상공인에게 '부메랑'이 돼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딜리버리히어로(DH)가 영업이익을 다 빼먹고 소상공인을 힘들게 할 때 이를 제대로 견제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김 차관은 “창업 정책을 28년여 간 다뤄왔는데, 우리나라 창업 정책이 초기에 어땠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잊은 것 같다"며 “창업 생태계를 바라보는 여러 플레이어들의 인식의 갭(Gap)을 줄여나가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시몬스, 비건 매트리스 ‘N32’로 침대 ESG·안전경영 주도

시몬스가 점점 치열해지는 침대업계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비건 브랜드 'N32'의 입지를 키우고 라돈 안전 인증·난연 매트리스 생산 집중 등 안전 측면에서 차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일 침대업계에 따르면, 시몬스가 올해 침대업계 매출 1위 수성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별점 강조에 전력을 다하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시몬스는 동물성 소재 대신 유기농 해조류를 활용해 생분해가 가능한 비건 매트리스인 N32를 시몬스의 멀티 브랜드로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비건 호응도가 높은 만큼 N32를 통해 접점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실제로 최근 내놓은 N32 브랜드 캠페인 영상 'SLEEP SAFETY'는 공개 약 한 달 반만에 누적 조회수 1800만 회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신규 캠페인은 매트리스가 수명을 다한 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린다는 취지로,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등 파격적인 콘셉트에 힘입어 높은 조회수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시몬스는 하반기 현대백화점 판교점, N32 스튜디오 논현점,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3곳에 신규 매장을 여는 등 오프라인 고객 접점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는 전국 매장은 총 18개로, 일부 매장은 친환경을 나타내는 녹색을 반영해 내부를 꾸며 화제가 됐다. 아울러 시몬스는 △국가 공인 친환경 인증 △라돈·토론 안전제품 인증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 생산을 모두 충족하며 안전성에 집중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8년 '라돈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안전 문제에 훨씬 예민해졌기 때문으로, 당시 많은 업체들이 한국표준협회로부터 라돈 안전제품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지속 유지해 현재 표준협회에서 전제품 라돈·토론 인증을 받은 브랜드는 N32와 시몬스 뿐이라고 회사는 설명하고 있다. 시몬스가 ESG에 집중해 고객 공략에 나선 것은 상위 업체간의 프리미엄 경쟁이 격화된데다 슬립테크 신기술을 도입한 후발주자도 속출하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즉, 현란한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친환경·안전이라는 기본에 집중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침대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슬립테크를 포함한 국내 수면 산업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9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이 중 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1조 5000억원으로, 기존 수면 산업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지분이 다소 줄어들어서다. 이밖에 시몬스는 침대업계 트렌드인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 제트엔진 등 항공 엔지니어링 기술에 활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바나듐 포켓스프링을 개발, 뷰티레스트 신제품에 적용하는 등 기술 차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F&B 브랜드 매장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선보이는 등 오프라인 침대 매장 외 고객 접점 확대에도 주력한다. 그런 만큼, 침대업계는 시몬스가 에이스침대를 제치고 매출 1위를 수성할 수 있을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시몬스는 지난해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인 3139억원을 올리며 에이스침대(3064억원)를 누르고 업계 1위에 올랐다. 다만, 에이스침대는 도매가 기준으로 매출을 집계해 소매 판매하는 시몬스와 방식이 달라 실질 매출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최근 연 기자간담회를 통해“상반기 실적은 아주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며 “전반기까지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한미약품, 신약 조기개발로 경영권분쟁 악재 돌파

한미약품이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1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국내 최초 비만치료 신약으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 일정을 당초 계획인 오는 2027년에서 2026년 하반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미 임상 3상 환자 모집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만큼 이후 진행절차 속도를 높여 출시를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 평택 '한미약품 스마트플랜트'에 이미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경제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도 가능하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지난달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등과 같은 계열의 비만치료제다. 특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 수준의 체중감량 효과(최대 15%) 뿐만 아니라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심혈관·신장 보호 효능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비만약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존 비만치료제들의 부작용인 근육손실을 최소화하고 대사질환 개선효과도 갖춘 삼중작용 비만치료제 'HM15275', 근육손실 방지를 넘어 근육증가 효과까지 갖춘 'HM17321' 등 차세대 비만 신약도 개발하고 있으며 경구형,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흡입분말형, 디지털 융합형 등 다양한 제형의 비만치료제도 개발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HM17321은 체중감량을 위해 근육손실이 불가피한 기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통해 비만·대사질환 신약 명가로 자리잡는다는 목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이 주도해 비만 신약 강자로 도약한다는 한미약품 'H.O.P'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형제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모녀3자연합측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H.O.P 프로젝트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3자연합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역시 전문경영인체제 강화를 위해 역대 최고 실적을 지속 경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는 올해까지 취임 이후 2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경신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50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지속가능경영 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국내 최초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 'HCP1803'의 임상 3상을 올해 중에 마무리하고 1~2년 내 출시할 예정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와 HCP1803 등 출시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연매출 100억원 이상 의약품을 30개로 늘리고 매출 1조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한미약품은 앞서 지난달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형제측 인사 5명과 모녀3자연합측 인사 5명 양분구조로 재편됨에 따라 경영권 분쟁 장기화와 이로 인한 경쟁력 저하 우려를 받고 있다. 이번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새로 이사회에 진입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재현 대표의 독자경영 선언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오는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한미약품 이사직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신약개발 및 기업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박재현 대표는 “국내 사업과 신제품 개발, 제제 연구소, R&D 분야가 어우러져 내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과 관련없이 신약개발에 매진할 뜻임을 강조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건강e+ 삶의 질] 태반 주사,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청신호’

사람의 태반 추출물이 난치병으로 꼽히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심한 가려움증, 홍반 건조증, 습진 등의 여러 증상으로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이 잦다. 중앙대학교병원(병원장 권정택) 피부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중앙대 피부과학교실 이정옥 박사)은 최근 사람의 각질형성세포와 아토피 피부염 쥐 모델 실험에서 '인간 태반 추출물(HPH)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 효과'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인간 태반 추출물은 사람의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분리해 제거하고 남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주사제 성분으로 사용하는 일명 '태반주사'로 불린다.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염증을 줄이고, 피로를 개선하며, 상처 치유에 도움을 준다. 김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인간 각질형성세포와 아토피 피부염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 쥐의 등 부위에 아토피피부염 유발물질을 도포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인간 태반 추출물과 기존 피부염증 치료제로 사용되던 덱사메타손(DEX)을 각각 피하 및 복강 내 주사한 뒤 아토피 피부염 치료 효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인간 태반 추출물 주사가 인간 각질형성세포의 활성산소(ROS) 생성을 현저히 감소시켜 산화 스트레스가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인간 태반 추출물을 주사한 아토피 피부염 쥐 모델에서도 아토피 피부염증의 주요 사이토카인인 IL-4와 IgE의 농도가 혈중에서 각각 60%, 27% 줄었으며, 대식세포 침윤과 표피의 두께가 감소해 아토피 피부병변이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 태반 추출물 주사가 아토피 피부염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아토피 피부염 유사 피부질환에도 유용한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본격적인 임상연구를 통해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치료 대상이 안 되는 경우,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의 한 옵션으로서도 HPH 주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김 교수는 전망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미생물생명공학저널)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KMB) 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클릭! 3분 건강] 흡연에 망가지는 잇몸…‘구강암 위험’ 급상승

흡연을 하면 담배연기에서 나오는 수십 가지의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인체 건강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흡연은 치아에도 악영향을 끼쳐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는 사람의 치아는 비흡연자의 치아보다 수명이 10년가량 짧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흡연자들은 잇몸에 염증이 생겨도 피가 나지 않는 현상을 겪게 된다. 이는 치과의사가 치주질환의 정도를 측정할 때 진단을 어렵게 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 스스로도 출혈이 없다는 이유로 잇몸 건강에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치주질환(잇몸병)이 진행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다. 치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흡연자는 치주 치료를 받아도 회복률이 낮다. 치아 스케일링을 하더라도 시술 후 곧바로 니코틴이 치근면과 결합해 버려 '하나마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잇몸에 멜라닌 색소가 다량 침착되고, 그 결과 잇몸의 색깔이 본래의 핑크빛에서 검붉은 색으로 점차 바뀐다. 서울순치과 이호정 원장은 “다량의 흡연으로 혀의 표면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혀의 표면에 황백색 또는 갈색의 설태가 많이 생긴다"며 “혀에 낀 찌꺼기 때문에 입냄새가 심해지기도 하고, 혀의 표면이 타는 듯한 느낌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치아의 표면에 달라붙는 타르가 발암물질이라는 점은 담배의 치아 건강 유해성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구강암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지만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흡연이 구강암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인정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건강e+ 삶의 질]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5년새 14%↑…국민건강에 ‘시한폭탄’

해마다 12월 첫 주에 걸친 1주일은 한국고혈압관리협회와 대한고혈압학회가 지정한 '고혈압 관리주간'으로, 올해는 12월 2∼8일에 해당한다. 사전에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에 대한 올바르고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치료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한 국민인식 개선 캠페인 행사다. 두 기관의 연구 및 조사에 따르면, 매년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거나 방치하는 사례가 상당해 고혈압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증가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분석이다. 고혈압과 함께 심장부정맥 또한 증가하고 있어 심·뇌혈관질환 발병의 '이중주' 또한 박자가 빨라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를 보면 2019~2023년 최근 5년간 국내 고혈압 환자수가 14.1% 늘었다. 2019년 651만 2197명에서 지난해 746만 3891명으로 많아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의 폭증이다. 2019∼2023년 5년 동안 20대 고혈압 환자는 27.9%, 30대는 19.1%나 껑충 뛰었다. 게다가 전체 고혈압 환자의 치료율은 74%이지만, 20대와 30대는 각각 24%와 40%로 낮은 편이다. 의료계는 고혈압 환자수가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최근 발표한 '고혈압 팩트 시트 2024'에서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중 30%인 약 1300만명이 고혈압을 앓는 것으로 추정됐다. 직전 2023년 팩트시트에서 20세 이상 성인의 28%, 30세 이상 성인의 33%가 고혈압으로 추정되는 1230만명인 수치와 비교해 고혈압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혈압 연관 질환도 살펴보자. 심평원 통계에서 심근경색 환자는 2019년 11만 8872명에서 2023년 13만 9147명으로 매년 늘고 있고,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등) 환자는 2019년 61만 3824명에서 2023년 65만 3409명으로 매년 증가세이다. 부정맥 질환은 2019년 39만 8497명에서 역시 매년 상승해 2023년 48만 6956명이 진료를 받았다. 고혈압에서 출발한 심·뇌혈관질환 이벤트가 국민건강에 시한폭탄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고혈압과 부정맥은 동맥경화로 인해 심·뇌혈관에 늘러 붙은 혈전(피떡)을 떨어지게 만들어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혈압은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악화하는 원인이다. 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건강의 악순환의 출발선에 고혈압이 있다. 질병관리청과 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이란 위 팔에 혈압대를 감아 측정한 동맥의 압력을 기준으로 수축기혈압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확장기혈압) 90㎜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 모두 120㎜Hg와 80㎜Hg 미만일 때가 정상 혈압이다. 고혈압과 정상 사이의 경계치에 있는 경우도 나이를 먹을수록 고혈압으로 진행하기 쉬우므로 '건강의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면 된다. 고혈압은 그 원인에 따라 본태성 고혈압과 속발성(2차성) 고혈압으로 나눠진다. 전체 고혈압 환자 중 90~95%가 본태성인데, 이것은 뚜렷한 원인이 없고 현재까지는 유전(가족력), 나이, 비만, 염분섭취, 운동부족, 스트레스, 성격 등이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 5~10%는 어떤 원인질환이 있어 이차적으로 고혈압이 생기는 속발성이다. 신장(콩팥) 질환이 가장 많고, 선천성 혈관이상, 당뇨병, 부신종양, 갑상선 질환, 임신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고혈압에는 고령화, 가족력 등과 더불어 음주,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나트륨과 당분 및 지방 등의 과다 섭취가 큰 영향을 미치므로 생활습관을 잘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생활패턴의 도시화 등으로 인해 점차 속발성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당뇨병 등 동맥경화의 위험인자를 동반할수록 고혈압 발생이 증가한다.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작은 환경인자의 작용에도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 관리와 예방·치료에서 첫째로 꼽히는 것이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정상이지만 진료실에서만 혈압이 높은 경우를 '백의 고혈압'이라 하며, 반대로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은 정상이지만 평소 활동 시에는 높은 경우를 '가면 고혈압'이라고 한다. 이렇듯 진료실에서만 혈압을 측정하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24시간 활동 혈압이나 가정에서 측정하는 혈압 수치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진료실 밖 혈압이라고 하는데, 진료실 혈압보다 수축기 혈압은 5∼10mmHg, 이완기혈압은 0∼5mmHg 정도 낮은 것으로 인정한다. 고혈압 관리와 예방·치료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건강한 식생활이다. 음식은 골고루 싱겁게 먹는다. 짠 음식, 단 음식, 기름진 음식은 고혈압을 비롯한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한다. 국물은 적게, 가능한 밥을 국에 말지 않는다. 짜고 달고 기름진 성분이 국물에 많이 녹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나트륨(소금 성분의 40%) 줄이기 표어는 '적게 넣고 적게 먹자'이다. 특히 곰탕·설렁탕을 먹을 때 소금을 넣고 바로 먹지 말고 충분히 휘저어 소금을 충분히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공식품에는 나트륨 성분이 대부분 많이 들어간다. 젓갈, 장아찌 같은 음식도 마찬가지다. 적게 먹어야 한다. 그런데 김치는 짜기는 하지만 유산균과 섬유질 공급 등 이로운 점이 여러 가지여서 고혈압이나 신장병(콩팥병)·심장병 등을 앓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나치게 줄일 필요는 없다. 외식은 가능한 줄이고 '집밥' 또한 자연 재료로 음식을 조리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고혈압관리협회와 고혈압학회가 권고하는 '고혈압을 예방하는 7가지 생활 수칙'이다. 하나,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둘, 살이 찌지 않도록 알맞은 체중을 유지한다. 셋,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한다. 넷,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간다. 다섯,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 여섯,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일곱,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신체가 영하의 찬 기운에 노출되면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으므로 외출할 때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갑작스럽게 찬바람 유입이 안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목도리나 모자를 이용해 목 부위, 머리(특히 정수리)에 대한 보호 조치는 겨울철 건강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라면 라이벌 농심-삼양식품, ‘3세 경영’ 맞대결

라면업계 라이벌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창업경영 세대교체 시계'가 빨라지면서 오너 3세 간 맞대결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려온 '1990년대생 젊은 금수저'라는 공통분모를 가졌지만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는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신사업 성과'를 보여줄 지가 이들 라면기업 오너 3세간 대결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이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그룹 내 더욱 큰 존재감을 확보하게 됐다. 1993년생인 신 전무가 2019년 회사 입사 후 3년 만에 상무를 거쳐 올해 전무 자리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벼락 승진'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만큼 차기 후계자로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 전무의 책임감도 커졌다는 업계 분석이다. 특히, 올 1~3분기 농심 전체 매출 중 라면 사업 비중만 81.6%인 점에 주목하면, 라면에 편중된 매출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신 전무가 당면한 과제다. 현재 신 전무는 그룹 성장 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전략실을 이끌며 주로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따른 투자 타당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사업 분야는 크게 △스마트팜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주류 등이다. 미래전략실이 기존 성장전략팀을 흡수함에 따라 해당 부서 소관이던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N-스타트'를 신사업 시험대로 삼고 있다. 농심이 영위 중인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있는 분야에 투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올해에만 반려동물 영양제·전통주 등 미진출 분야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장기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스마트팜이다. 현재 중동 지역 위주로 수출 영토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내보낸 데 이어,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 4000㎡ 규모 스마트팜 구축을 골자로 지난 7월 관련 업무 협약을 맺은 상태다. 인수합병(M&A)도 미래전략실 담당인 만큼 신 전무가 직접 관여해 새 분야의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엿보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국내 김 제조사 '성경식품'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인수 대상으로 성경식품을 눈여겨 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여러 이유로 본입찰 단계에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상무는 올해 인사에서 유임했으나, 재계에서 빠른 승진 사례로 언급된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지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한 이후,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배지를 달았다. 전 상무 역시 라면에 치중된 사업 비중을 분산시켜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실제 주력 계열사인 삼양식품 전체 매출 중 라면 사업 비중만 90%를 초과할 만큼 의존도가 상당하다. 업계는 전 상무가 재정비 시간을 거쳐 내년부터 신사업 확장을 위한 실질적 액션을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지난해 9월 공개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올해까지 목표 수립과 조직 구성에 집중해 왔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앞서 삼양애니 대표직에서 사임한 전 상무는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과 삼양식품 헬스케어BU(비즈니스 유닛)장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그룹 비전인 과학 기술 기반의 '푸드 케어' 실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기존 신사업본부를 없애고 헬스케어 전문 조직을 신설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주사가 연구개발(R&D) 역량을 주도한다면, 제조 역량을 갖춘 삼양식품의 경우 중단기적 관점으로 푸드케어 사업을 추진한다. 최근 들어 전 상무는 지난해 3월 삼양식품에서 첫 선보인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 띄우기에 공들이고 있다. 출시 초기 식물성 단백질 음료에 그쳤던 라인업도 지난 10월 브랜드 리뉴얼을 거쳐 건강기능식품, 간편식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잭앤펄스는 헬스케어 계열 방향성 측면에서 첫 걸음 되는 사업"이라며 “장기 비전으로 소규모 기업 인수나 헬스 케어 앱(App) 개발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이사회 양분된 한미사이언스, 관건은 임종훈 대표 단독 의결권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가 경영권 분쟁 중인 형제측 인사 5명과 모녀3자연합측 인사 5명으로 정확히 양분됨에 따라 다음달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2월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은 총 2개로 3자연합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를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과 형제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다. 이번 임시주총은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형제측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재현 대표가 전문경영인 체제전환과 독자경영을 표방한데 대해 그룹 전체의 투명경영과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해임을 추진해 왔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 6월까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측을 지지하다가 이후 형제측의 경영스타일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측으로 돌아섰다. 주목할 점은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신동국 회장이 신규 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며 형제측 인사 5명과 3자연합측 인사 5명으로 동률이 됐다는 것이다. 이전 형제측 인사와 4자연합측 인사가 5대 4 구도였을 때에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가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에 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5대5 구도가 된 현재로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사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8일 임시주총 직후 한미사이언스는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가 동수가 되면 임종훈 대표이사의 역할과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라며 “임 대표가 회사의 미래를 위해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훈 대표는 주총 직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 발전을 이끌고 오는 12월 19일에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해임 건이 포함된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은 '중요한 업무 집행 사항'이라며 이 경우 의결권은 (임종훈) 대표이사에게 위임되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 제11조 4항 3호에 따르면 '기타 경영상 중요한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은 부의사항으로, 부의사항을 둔 목적은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사회나 관련 회의체에서 투명하게 논의하기 위한 것을 뜻한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직후 신동국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모델을 이뤄내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형제 독주를 막고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이루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부 법조계는 한미약품에 대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보고 상법과 판례등에 비춰볼 때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 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예시 조항으로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도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즉 경영권 분쟁이 없을 때라면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일상업무로 간주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 대해 단독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있는 현재의 상황이라면 중요업무에 해당해 임종훈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미약품과 일부 법조계의 판단이다. 업계는 3자연합측이 임종훈 대표의 단독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임종훈 대표의 단독 의사결정을 막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보고 향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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