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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협력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 ‘쥐어짜기’ 옛말

대형 건설사들이 업황 불황 속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사와 상생 경영에 나서고 있다. 과거 공사 현장에서 협력사를 쥐어짜던 업계 악습을 철폐하기 위해 당국이 상생경영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결과다. 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 가운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사업자간 상호협력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최우수' 등급(100점 만점, 95점 이상)을 받은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협력평가는 국토부가 종합건설사업자와 전문건설사업자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건설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건설공사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등급은 협력업자와 공동도급 실적 및 하도급 실적, 협력업자 육성,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부여한다 특히 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 기업에게는 조달청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공사 입찰 시 가점이 주어진다. 건설업계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 확보를 위해 업체 간 입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를 통해 가점을 받는 건설사에 사실상 입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협력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 위해 협력사들과 상생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건설업계 최초로 협력사 맞춤형 대학원 교육지원 프로그램인 '건설 동반성장 경영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에 스마트 건설기술을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또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안전체험교육 및 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안전한 현장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매년 연말에는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거둔 협력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한숲 파트너스 데이' 행사도 개최한다. 한화 건설부문도 상생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한화 건설부문은 '2025년도 우수협력사 간담회'를 개최하고 품질향상, 안전관리 등의 분야에서 노력해 온 협력사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한화 건설부문은 건축, 토목, 기계, 전기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28개 협력사를 우수협력사에 선정했다. 우수협력사에는 상패 및 인센티브 혜택인 운영자금 대여, 이행보증금 면제 등이 혜택을 제공한다. 대형 건설사들이 협력평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또 다른 이유는 최우수 등급 건설사에 시공능력평가액(시평) 산정 시 가산점이 주어지는 배경도 있다. 매년 7월말 국토부와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시평 순위는 건설업계 순위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특히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 사이에선 매년 여름 발표되는 시평에서 서로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한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올해 시평 순위 결과 발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10대 건설사 가운데 1위와 2위가 확고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제외하고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현대산업개발 등 3개 사는 전년 대비 시평 순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당국의 협력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입찰 시 경쟁에서 앞설 수 있고, 시평 순위를 끌어올리는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협력사와 상생경영을 강화해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해 실무부서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도로 공사현장 산재 줄인다…국토부, ‘알기 쉬운 매뉴얼’ 배포

국토부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등 현장 특성을 고려한 신규 도로공사 안전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다. 국토부는 도로공사 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해 신규 제작한 '도로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 매뉴얼'을 전국 지자체 등 도로관리청을 통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이는 최근 5년간 한국도로공사에서만 30건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로 4명이 숨지는 등, 도로 관련 산재 사고가 잦은 데 따른 대응이다. 신규 매뉴얼은 도로공사의 공정 특성과 현장 여건을 반영해 도로 신설·확장공사와 도로 유지·보수공사로 구분, 관리자용·근로자용 각 2종씩 총 4종으로 구성했다. 기존 안전매뉴얼은 주로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도 중심으로 구성돼 근로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숙지가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반면 신규 매뉴얼은 현장 단위 작업별로 내용을 구성하고, 실제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위험요소와 연계한 안전대책을 삽화로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또, 모든 매뉴얼에 QR코드를 삽입해 스마트기기로 현장 실시간 열람을 지원하며 작업 전 공종별 안전수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높은 도로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태국어·베트남어·캄보디아어·중국어 등 4개 외국어로도 제작했다고 국토부는 소개했다. 신규 매뉴얼은 국토교통부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는 연매출의 3%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최대 1년의 영업정지를 가능케 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정권은 지시했고, 기업은 말이 없다”…정치 바람에 난처해진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한남동 관저에 시공된 일부 시설 공사와 관련해 공사비 출처·가덕도신공항 공사 로비 관련 의혹 등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해명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10조원대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겨우 수억원짜리 '뇌물성 공사'의 댓가였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만큼 정치권의 지나친 '기업 흠집내기'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등 일각에서 제기해 온 한남동 관저 골프연습장 등 일부 미등기 시설 공사와 관련해 “우리가 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발표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답변 자체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범위나 시공 주체, 하청 여부 등 기본적인 질문에도 “법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내부적으로는 연초부터 거론된 사안이라 특별히 새롭지는 않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건설이 지난해 말 10조원대 가덕도신공항 부지 건설 사업을 이례적인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가 최근 공사 기간 및 기술적 난제 등을 이유로 포기한 것이 대통령 관저 미등기 시설 공사 건과 연결돼 '불법 로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부터 미등기 시설의 공사 대금을 현대건설이 대줬을 수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일 한 라디오에도 출연해 “경호처가 현대건설을 윽박지르고, 팔을 비틀어 돈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업이 '정권과 가까운 공공공사'에 참여했다가 정권이 바뀐 뒤 정치적 책임을 떠안게 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사업은 총 13조원 규모의 영남권 거점 공항 프로젝트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무산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 당시 강행됐다. 현대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서 기본설계에만 600억원을 투입했지만, 결국 수의계약을 포기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84개월 완공 일정은 무리하다고 판단,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안정화와 매립 작업 등을 고려해 108개월 이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술적 협상 결렬에 이어 반복되는 지역 여론의 반발과 정치적 압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철수 결정의 배경이 됐다. 현대건설은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은 채 “정권 교체와 철수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기업이 민감한 공공사업에 참여했다가 사업 여건 변화나 정권 교체로 인해 의혹 또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안시설 공사는 수의계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도 없이 책임만 지는 구조'에 놓이기 쉽다"며 “정권이 시키면 대기업은 사실상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저 공사에 대해 “공사 규모도 작고, 수익도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말할 수 없는 책임을 지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정권 말기 민감한 공공사업은 대기업이 손대기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실익은 없고 정치적 논란만 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을 결국 포기한 것도 단순히 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관저건, 신공항이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면, 책임만 전가되는 구조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저 유령건물 논란은 애초 공사비 부족과 이면계약 의혹에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업은 왜 아무 말도 못하는가"라는 구조적인 질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발주한 보안시설 공사의 특성상 정보 공개 자체가 제한돼 있는 구조가 기업의 설명 책임마저 막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권의 지시에 따라 공사가 이뤄졌지만 그 후폭풍은 침묵하는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현대 vs 삼성, 7조원대 ‘압구정3구역’에서 다시 맞붙는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압구정3구역 재건축 공사 수주전에서 다시 정면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7조 원 규모의 '최대어'로 꼽히는 이 사업장은 현대건설측의 단독입찰로 정리된 압구정 2구역에 이어 두 건설사의 리턴매치 무대로 '진짜 승부'가 펼쳐질 곳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압구정2구역 입찰을 포기한 후 압구정3구역 입찰전에 재도전할 전망이다. 조합 측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포기했지만, 더 큰 규모와 상징성을 지닌 압구정 3구역에선 총력전을 펼쳐 '복수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압구정4구역을 포함해 모든 구역에 대해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3구역의 경우 아직 시공사 선정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도 당연히 검토 대상이며, 시기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비사업은 핵심 사업지를 선별해 가져오겠다고 판단한 곳은 반드시 가져온다는 전략으로 접근한다"며 “조기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하지 못한 곳을 뒤집기 위해선 3~4배의 자원 투입이 필요한 만큼, 전략적 선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내부에선 실제로 수주 전략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남4구역 수주 실패 이후 원인 분석과 내부 복기가 이뤄졌고, 주요 사업장에 더 빠르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기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조기에 판이 짜인 곳을 뒤집기 위해선 더 큰 자원과 전략이 필요한 만큼 초기부터 유리한 구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3구역은 삼성물산 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도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의 전신은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 소속의 '한국도시개발'이다. 회사는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 4차부터 14차까지의 개발을 주도했고, 1차부터 3차까지는 현대건설이 맡았다. 이후 계열 분리를 통해 '아이파크' 브랜드를 출범시킨 HDC현산은, 여전히 압구정 개발의 원류로서 자부심을 이어오고 있다.HDC현산이 입찰 참여를 공식 선언할 경우, 현대가(家) 출신 두 건설사가 같은 사업장에서 맞붙게 되는 셈이다. 압구정3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69-1 일대, 약 39만㎡ 부지에 지어질 초대형 재건축 단지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약 5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초고층+한강 조망+상징성'이 모두 맞물린 이 사업지를 놓고 현대건설, 삼성물산, HDC현산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2구역을 조용히 마무리한 뒤, 3구역에서 삼성과 다시 붙을 것"이라며 “양사 모두에게 브랜드 명예와 전략상 의미가 큰 사업지인 만큼 신중하고 장기적인 수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슈&인사이트] 눈물로 짓는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

부동산 정책은 우리 국민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피부에 직접 와닿는다고 느끼곤 한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경기가 폭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년간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공급 물량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기존 신도시 등 정부 정책에 따라 대규모로 공급된 주택들의 노후화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번 오른 공사비는 내려갈 기색이 없고,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은 선도지구 지정 이후에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주요 정책 당국자들이나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정치인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며칠 전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정책을 보면 새 정부 들어 다시 부동산 경기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충원을 쉽게 하도록 가입자 자격을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부동산 가격 불안에 대한 대응을 위해 공급대책 중 하나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단지 정부의 주택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주택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재건축 조합과는 사업 추진 구조가 다르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토지와 건물을 내놓아 함께 개발사업을 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타인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해 개발사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주택조합의 발기인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타인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해 건물을 짓게 되는데,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부터 큰 비용이 든다.모집 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해 가입자 모집 1명당 1천만 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조합원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수억 원을 들여 광고지를 주문하고, 광고 현수막을 건다. 조합 가입자의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하는 홍보관 임차와 시설비로 십수억 원을 지급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같은 모집대행사와 계약한 다른 지역주택조합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홍보관을 그대로 인수하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급한다. 이렇게 조합 가입자들이 모집되면 다시 사업구역 토지의 사용권원과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위 '지주작업'을 하는데, 이 용역을 진행하면서 다시 상당한 수수료를 지출한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사업자금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비용과 별개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 작성하는 가입계약서에는 업무대행사에 지급하는 용역비를 가입자가 별개로 나눠 지급하는 조항이 있는 경우도 많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업무대행사는 도시정비사업의 정비업체보다 외주 용역계약으로 업무는 적게 하면서도 용역비는 더 많이 받아 가기도 한다.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뒤에서 업무대행사가 수렴청정하면서 현실성 없거나 관계 법령에 어긋나는 사업계획을 세워 조합원을 모집해 사업 초기에 용역비를 거의 다 받아 간 뒤에는 실제 사업 성공에 관심이 없는 도덕적 해이도 발생한다. 처음 지역주택조합 제도 도입 당시와 현재 시대, 경제적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구역의 타인 소유 토지를 최종적으로 95% 이상 매수해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어 토지 확보가 극히 어렵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도시지역에는 나대지가 별로 없고, 넓은 면적에 적은 수의 필지로 구성된 곳도 그다지 없으니 지방 비도시 지역에서나 가능한 사업이다. 이렇다 보니 운 좋게 부동산 경기를 잘 탄 일부 외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 보호를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한 2020년경 주택법 개정 이후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새로 시작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지역주택조합이 과연 현재 가능한 사업인지 역설적으로 답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있던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국토교통부에 지역주택조합 관련 제도 개선을 계속 건의해 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선 지역주택조합이 원칙적으로 민간사업이므로 규제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세워 외면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국민은 늘어나고, 가입자들의 피해도 늘어 갔다. 이제는 해산을 원하는 기존 지역주택조합에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면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존치한다면 도시정비사업처럼 제도를 전면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에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한 조합원을 충원할 수 있도록 조합원 자격 요건만 완화한다면 이로 인해 눈물 흘리는 피해자만 늘리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양희철

초강력 대출규제에 DSR 강화까지…“수요 잡았지만 공급은?”

지난달 27일 단행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제한에 이어 1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가 시행됐다. 대출 문턱이 대폭 높아지면서 수요 심리는 진정되고 있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속도 있는 공급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한 DSR 3단계가 적용됐다. DSR 한도는 40%로 유지되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가산금리(1.5%포인트)를 추가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 소득 6000만 원인 차주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엔 최대 4억5000만 원까지 가능했지만 이달부터는 3억~3억2000만 원 수준으로 축소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겐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생애최초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는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졌고, 실입주 요건도 강화됐다. 향후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DSR 적용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중개업소에 따르면 “문의는 있었지만, 대출 얘기만 나오면 다들 주저앉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직방이 지난달 말 앱 이용자 5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향후 1년 내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73.1%, 매도 계획은 54.8%에 달했다. 매수·매도 심리 모두 높아진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막차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DSR 3단계보다 더 강력한 6억 원 한도와 실입주 요건이 적용되면서 7월 이후 고가 수요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전반에 관망 분위기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대출 공급과 각종 규제 완화, 기준 금리 인하로 촉발된 서울 집값 급등세가 이번 대책으로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공급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22~2024년 기준 직전 3년 대비 15% 줄었고, 착공 물량은 35% 가까이 감소했다. 인허가만 받고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단지도 적지 않다. 착공이 줄어들면 분양 가뭄으로 이어진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려운 만큼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규제 효과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경호 '어쩌면 사회주택' 저자는 “대출 규제는 불을 끄기 위한 소방차일 뿐"이라며 “공공·사회주택 같은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병행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15억 원 초과 주담대 금지 조치의 효과는 6개월에 그쳤고, 상승세는 상급지에서 하급지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가 퍼져 있는 상황에선 대출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강한 수요가 존재할 땐 시장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결국 핵심은 심리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불안을 잠재우려면, 공급 신호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처럼 상징적인 정책 카드라도 시장에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간보고 빠진다는 건 오해”…삼성물산, 적극 수주 전략 변화 無

삼성물간 건설부문이 최근 일부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탈한 것을 두고 “간만 보고 빠진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적극적인 수주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을 계기로 수년 전처럼 “이익이 남지 않는 주택 사업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한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 이후 '정비사업 소극론'에 시달리고 있다. 대치쌍용2차 등 앞선 사업지 철수 사례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에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우리를 '간만 보고 빠지는' 회사로 보는 프레임은 오해"라며 “압구정2구역은 조합의 이례적인 조건 탓에 사업 제안 자체가 어려웠던 케이스"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조합은 대안설계 범위를 제한하고, 금융 조건도 CD(양도성예금증서)+가산금리 고정 수준으로 제한해 사실상 시공사의 차별화 경쟁을 원천 봉쇄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또 같은 시기 개포우성7차에는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래미안 루미원'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고,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협업한 디자인을 내세우며 대우건설과 수주 경쟁 중이다. 광고물 선점, 조합 설명회, 현금 150억 원 투입 등 수주전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는 6778억 원 규모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지난 2020년 반포3주구 이후 5년 만에 다시 재건축 수주전에서 맞붙는다. 개포우성7차는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 영희초, 중동중·고, 삼성서울병원 등이 인근에 위치한 강남 요지로, 입지와 사업성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다. 기존 802가구 단지를 최고 35층, 112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중도 철수하면서 현재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간 양강 구도로 좁혀졌다. 대우건설은 김보현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는 등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 변화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는 예전부터 신중하게 사업성을 검토해왔고, 올해 하반기엔 여의도, 잠실, 개포 등 강남권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건축 속도가 붙은 여의도 대교아파트와 시범아파트도 주요 관심지다. 대교아파트는 서울시의 '패스트트랙' 1호 사업장으로, 다음 달 시공사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단지 외벽에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조기 홍보전에 나선 상태다. 시범아파트 역시 연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을 접었다는 얘기는 경쟁업체 등에서 퍼뜨린 루머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오히려 '브랜드를 지킬 수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우리를 '치고 빠지는 회사'로 보는 일부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비사업은 그 자체보다 고객 가치와 사업성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BS한양, 재생에너지사업단장에 윤을진 부사장 영입

BS한양은 재생에너지사업단장(부사장)으로 윤을진 전(前) 한화솔라파워 대표를 영입했다고 30일 밝혔다. BS한양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LNG, 수소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재생에너지사업단을 신설했으며, 이를 총괄하는 단장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영입했다. 윤을진 재생에너지사업단장은 2008년부터 LG CNS에서 스마트그린사업부 단장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 한화큐셀코리아, 한화솔라파워 등에서 △한국사업총괄 상무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국내외 태양광, 풍력 사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재생에너지 전문가다. 윤단장은 한화솔라파워 대표이사 재임 중 국내외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며 풍부한 사업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축적했으며, 애월해상풍력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태양광부터 해상풍력까지 재생에너지 전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 회사 측은 “윤 단장 영입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역량을 한층 강화함은 물론, 기존 태양광 중심에서 풍력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주민참여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란-이스라엘’ 휴전에 K-건설 ‘제2의 중동신화’ 재점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격 휴전에 돌입하면서 중동에 진출한 우리 건설사들도 다시 뛰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할 것이라는 강경 모드를 보이면서 현지서 긴장이 크게 고조됐지만 조기 종전으로 다시 현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 2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중동에서 10건의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 국가별로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건의 공사를 진행해 가장 현장이 많다. 이 밖에 이라크에서 2건, 아랍에미리트(UAE) 1건 등의 시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동에서 6건의 시공 현장을 운영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4건, 카타르 2건이다. SK에코플랜트도 중동에서 6개 현장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쿠웨이트 2곳, UAE 2곳, 이라크 1곳, 카타르 1곳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중동에 사우디 3곳, 이라크 1곳 등 4개 현장이 있다. 대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도 이라크에만 각 3곳씩 공사를 수행 중이다. GS건설은 사우디 1곳에 현장이 있다.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로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현장이 중동 국가 중 분쟁 위험성이 가장 적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장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또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 있는 현장들도 이란 및 이스라엘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다. 그나마 우리 건설사 공사 현장이 있는 중동 국가 중에서 이란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는 이라크 뿐이다. 현재 이라크에선 대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 5개 국내 건설사가 시공 현장을 운영 중이다. 이라크는 내전 종료 이후 재건 작업으로 인한 공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 건설사가 활발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과 인접한 이라크에 한국 건설사가 많이 진출해 있는 까닭에 예기치 못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국내 건설사 시공 현장이 이란-이스라엘 분쟁 지역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남부에 집중돼 있어 물리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건설업계는 이번 조기 휴전에 안도하면서 추후에도 혹시 터질 수 있는 중동 리스크와 관련해 사태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돌입한 순간부터 현지 지사를 중심으로 시공 프로젝트 현장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조치를 시행했고, 단계별로 대응 상황 등을 철저히 시뮬레이션 하는 등 만일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며 “다행히 현지 상황이 조기 휴전으로 안정을 되찾은 만큼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 될 수 있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재주는 K-원전, 돈은 웨스팅하우스”…원전 건설 ‘호구 노릇’ 논란

국내 원전 건설업체들이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원전 건설 입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K-원전 기술의 지식재산권 상당 부분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수익성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재주는 K-원전이 넘고 돈은 웨스팅하우스가 버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입지를 다진 국내 건설사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Fortum),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원전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 바 있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가 독자적인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해 사실상 단독 수주가 불가능한 회사이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럽 진출 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즉,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 불리는 웨스팅하우스에 AP1000 원자로 설계를 맡기고, 전략적 제휴를 맺지 않은 국내 기업은 시공·조달·건설만 담당하며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1997년 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 체결된 기술사용협정에서 제3국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독자 노형인 APR1400을 개발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설계 핵심코드 등에 자사 기술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가 필요했으나, 올해 1월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협력에 합의해 제3국 시장 진출 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한수원이 체코 수주를 대가로 조 단위 로열티나 일감을 제공하는 등 상당한 양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체코원전을 수주한 팀코리아는 유럽 시장에 첫 깃발을 꽂기 위해 체코 원전 수주 시 가격 경쟁력 우위를 내세워 계약 단가를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게 제시했었다. 여기에 웨스팅하우스에 거액의 수수료를 제공했을 경우 손익분기점조차 넘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시공 당시 웨스팅하우스에 제공된 주기기 공급 물량(41%)과 기술 자문료 등이 총 29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이상)에 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전체 수주액의 약 16%로, 당시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규모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더욱이 한수원이 지난 2월 슬로베니아 원전 프로젝트 등에서 잇따라 발을 빼면서, 업계에선 한수원이 유럽 진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에 따라 유럽과 중동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다만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수익성 저하와 산업 자립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기술 독립이 필수다. 한수원도 지식재산권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SMR 개발에 착수했으며, 웨스팅하우스와 완전히 분리된 독자 대형 원전 기술 개발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이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추경 예산에도 포함됐지만, 원전 관련 예산은 확보하지 않는 상태"라며 “원자력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정부 의지가 핵심이나, 현재 상황을 보면 정부가 새로운 원전 노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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