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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의 부동산뷰] ‘부동산과 전쟁’ 선포한 李 대통령, 회심의 승리 카드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05 11:02

李 대통령 “망국적 부동산 투기 반드시 잡는다”…강경 발언 지속
양도세 중과 유예 종결 등 힘입어 가격 1~2억원 낮춘 급매물 증가
집값 안정·매물 확대 위해 보유세 상승 등 세제 개편 가능성 높아
1주택자 혜택 축소 병행…‘반값 아파트’ 등 파격 정책 가능성도 제기

부동산 매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에서 붙여둔 부동산 매물 홍보 전단지 모습. 사진=김유승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등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있어서 부동산 투기(불로소득)은 잡겠다"며 연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다양한 세제, 공급, 지역균형발전 등의 정책이 '셋트'로 뒤따라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나 50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만 타깃으로 하는 보유세 인상, 양도소득세 완화가 맞물린 세제 개편 등이 거론된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나 토지임대부 아파트 같은 파격적인 공급 카드 가능성도 있다.


코스피 5000 달성, '머니무브' 추동 나섰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적극적인 부동산 정책에 나선 것은 우선 코스피 5000 달성 등 '대체 자산 시장'이 확보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최근 '코스피 5000'이나 '불법 계곡 평상 철거' 역시 처음에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실현해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문제는 그보다 더 쉬운 과제로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과거에는 부동산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투자 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구조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으로 '주식'이 37%를 차지해 '부동산'(22%)을 앞섰다.




시장은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상급지 위주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서울 전체 매물은 줄었지만 강남 3구와 용산은 증가했다"며 “강남 3구는 11.74%, 송파는 15%, 용산은 4.1% 증가했는데, 매물이 늘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고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급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송파구 대장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소를 둘러 보니 급매물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급매물 가격은 전용 84㎡(25평) 저층이 27억8000만원, 전용 110㎡(33평)는 고층 기준 30억~30억5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 지난 1월 기준 전용 84㎡의 평균 매매가는 28억5000만원, 전용 110㎡는 30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선호도가 높은 고층의 경우 최고 31억4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매물은 이전보다 가격을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소보다 가격을 1~2억원 낮춘 급매물들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은 중개업소들도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지만, 당분간 가격을 더 낮춘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물로 나온 물건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와 더불어 이 대통령이 보유세 인상을 언급하자 그동안 팔까 말까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내놓은 것"이라며 “다만 집주인들은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5월 9일 이후 다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통령 활용 가능한 현실적 수단 세제 개편…보유세 상승 및 1주택자 혜택 축소 등 유력

시장은 이 대통령이 차후 '부동산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어떤 정책 수단을 들고 나올 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우선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금융, 공급, 법적 수단인 세제 개편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금융은 이미 상당 부분 활용됐다.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크게 줄였고,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시작하며 금융 부분은 사실상 틀어막았다. 아울러 9·27 대책과 1·29 대책을 통해 유휴부지 등 공공부지를 활용한 수도권 약 6만 가구 공급 방안까지 제시한 만큼, 사실상 남은 방안이 세제 개편 뿐이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이 대통령이 다양한 법적·정치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정치적 수단은 집값을 내리는 데 유효하지 않은 만큼, 정책적이고 법적인 수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세제를 손보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 방향으로는 보유세 확대를 중심으로 양도세·취득세 인하,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주택 가액별 세액 구간 세분화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보유세 확대 가능성은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SNS를 통해 “팔면서 내는 세금(양도세)보다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언급했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도 “언젠가는 정권 교체를 기다려보자 할 수 있는데, 그걸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세 확대 방안으로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이 가능한 만큼 비교적 신속한 조치가 가능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3년부터 약 3년간 6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전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9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금 부담을 고려해 다시 60%로 낮췄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유세 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은 편으로 '정상화'할 경우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해 집값 하향 조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0.33%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0.83%), 일본(0.49%)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많이 낮다. 지난해 강남이나 한강변을 중심으로 집값이 10% 이상 오른 점을 고려하면,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상하면 서울 주요 아파트 보유자의 세 부담이 연간 수백만 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및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단순히 다주택 여부가 아니라 가격 기준, 즉 비싼 짒을 갖고 있을 수록 세금을 더 내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같은 한 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 원 등으로 구간을 촘촘히 나눠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구간은 △3억원 이하 △6억원 이하 △12억원 이하 △25억원 이하 △50억원 이하 △94억원 이하 △94억원 초과로 나뉜다. 이 구간을 세분화하면 고가 주택의 세액 부담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시가 50억 원 이상 서울 아파트에 대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현행 6%에서 8~10%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거나 보유가 아닌 거주 기간으로 기준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거주 1주택자도 투자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양도가액이 12억원을 초과해도 10년 이상 거주 후 매도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1주택자 중 약 18%는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 또는 빈집 상태로 보유하고 있다. 1주택 비과세 요건으로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거나 혜택 자체를 대폭 줄이면 불로소득 징수와 매물 증가 등 '양수겹장'의 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양도세와 취득세는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보유세와 함께 양도소득세를 인상한 정책이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키며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얘기다. 양도세만 인하할 경우 부자 감세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양도세를 내려 매매를 활성화시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만들어 주자는 의견이 많다. 재정경제부는 오는 7월 말 발표 예정인 세제 개편안에 부동산 관련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반값 아파트' 등 수요 대기 위한 파격 정책 거론…지대 안정 위한 임대형 분양주택도 언급

가격을 낮춘 파격적인 공급 대책도 나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 매각이 건설사들의 이익만 키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업 방식을 직접 시행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등 공급 전반에 대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표출했다. 직접 시행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분양 속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특히 분양을 포함한 주거비 부담을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엿볼 수 있다.


LH 직접 시행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미리 공개해 '반값 아파트'로 수요를 분산시키고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일부 전문가들의 아이디어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LH의 부채 증가와 공사비 증가 등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남양주의 경우 사전청약이 이뤄졌던 4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진행된 본청약에서 분양가가 약 7700만~7900만원 상승했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무투자분석학과 교수는 “과거 보금자리주택 공급 당시 집값이 안정됐던 것은 강남 지역 분양가가 평당 2500만~3000만원이던 시기에 강남 세곡·내곡지구에서 보금자리주택을 1200만~1300만원에 분양했기 때문"이라며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폐지한 것도 공급 대책이 뒷받침된 상황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공급이 심리를 역전시켜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를 통한 불로소득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이 토지를 계속 소유하는 임대 방식(토지임대부형) 확대도 거론된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가 집값 상승의 근원인 만큼, 공공이 보유한 공공택지를 분양하지 않고 계속 보유해 불로소득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그만큼 싼 값에 분양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1·29 대책에서 수도권에 공급하기로 한 약 6만 가구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LH 개혁위원회 위원)은 “이번 1·29 대책에선 공급 유형이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현재 이 대통령이 보이는 의지를 감안하면 토지임대형 분양주택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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