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정부가 고금리와 미분양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환경과 주택거래 위축 영향으로 인·허가 및 착공 건수가 급감하자 신규 택지 발표라는 카드로 주택공급 기반 확충 시그널을 보냈다. 현실 가능한 공급 측면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기존 3기 신도시 토지보상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공급대책은 그저 숫자 맞추기라는 지적도 공존하고 있다.◇ 실현 가능한 개발 콘셉트 ‘확실’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된 전국 5개 지구 총 8만 가구 택지지구는 지구별 개발 방향에 있어 자족기능 탑재와 광역교통망 연계 개발 및 주변 산업단지, 택지지구와 생활권 연계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녔다.종합하면 구리토평2지구(1만8500가구)는 한강변 입지로, 한강조망이 특화된 고품격 주거·신산업·레저가 어우러진 도시가 특징이다. 오산세교3지구(3만1000가구)는 연구개발(R&D) 등 반도체산업 지원기능 및 세교1·2지구를 통합한 직주근접 자족도시다. 용인이동지구(1만6000가구)는 반도체 국가산단 배후주거단지로서 상업·레저·교육기능을 강화한 직주락(Work·Live·Play) 첨단도시다. 청주분평2지구(9000가구)는 지구 안 도보권에 산업·MICE·수변공원을 골고루 갖춘 10분 워커블(Walkable·보행친화성) 시티이며, 제주화북2지구(5500가구)는 제주시 동부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친환경 그린수소 에너지시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개발 콘셉트다.이번 발표를 두고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발압력이 높고 수도권 내 대기수요가 있는 유효택지 확보 및 주택 공급의 장기 시그널 제시 차원에서 이번 택지공급 발표는 긍정적이다"며 "다만 택지의 아이덴티티를 좌우할 자족기능이 안착하기 위해선 반도체 클러스터 및 유니콘팩토리 같은 민간 기업들의 입주의향 및 부응이 사전에 조율 전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택지 성장에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아울러 택지 완공 및 아파트 입주초기 광역교통망이 우선 개통되지 못하는 고질적 교통망 불편문제를 줄이기 위한 예산확보와 더불어 교통망 개발시점 준수도 택지개발 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이번 공급대책이 실현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실적으로 최근 주택공급 확대가 어렵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택지 발표는 손을 댈 수 있는 구체적인 미래계획에 맞춰 선제적으로 계획된 택지공급이라는 것이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지역의 미래 청사진에 맞춰 사전에 계획한다는 점과, 일단 만들어놓고 발전시킨다는 막연한 계획이 아니라는 점이 긍정적이다"며 "지역 개발 호재는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고, 계획발표와 지구지정 및 착공 등 사안이 구체화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다"고 평가했다.◇ 국민 불신 사전청약, 3기 신도시나 제대로… 정부가 이번 택지를 두고 2027년 사전청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국민들은 사전청약을 두고 ‘신기루’, ‘단순 빵공장’ 등의 불신이 커진 실정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들도 기약없는 본청약을 기다리며 하세월만 보내다가 기타 청약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사업지연으로 단 6%만이 본청약에 들어간다고 할 정도다.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신규택지 발표는 지금부터 일정을 맞춘다고 해도 2027년 사전청약 이후 2년 뒤 본청약, 3년 뒤 준공이라고 하면 빨라야 2032년이나 돼야 입주가 가능할 것이다"며 "현재의 착·준공 급감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진행되는 것이나 제대로 신속히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함 랩장도 "기존 3기 신도시의 저조한 공급 속도(사전청약이후 본청약 지연 문제)에 대한 불만을 다독이고, 내년 서울 입주물량 감소(2024년 1만가구 공급예정)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요인의 단기 해결책으로는 제한적이다"고 덧붙였다.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도 "지난해 11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의 경우 토지보상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현재 발표된 곳 중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곳부터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kjh123@ekn.kr국토부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일환으로 구리, 오산, 용인, 청주, 제주 총 5개 지구에 8만 가구 신규택지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구별 개발구상 방향. (왼쪽 위 시계방향부터 구리토평2지구, 오산세교3지구, 제주화북2지구, 청주분평2지구, 용인이동지구)경기 오산·용인·구리 등 5개 지구에 8만호 규모의 신규 택지가 조성된다.사진은 3만1천호가 공급되는 오산세교3지구 예정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