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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제주도 점령”?…외국인 국내 부동산 투자, 영향력 ‘미미’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보유가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제주도가 중국인에 의해 점령됐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실제 투기 및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비중은 매우 적은 편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보유한 주택 수는 2023년 말 기준 8만3313가구로 전년 대비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자 수는 8만2503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났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전체의 54.9%로 가장 많았다. 소재지 별로는 경기(38.4%), 서울(24.8%), 인천(9.8%) 순으로 수도권 비중이 73%에 달했다. 외국인 보유 토지 규모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은 지난해 말 기준 2억6460만1000㎡로 2011년(1억9055만1000㎡) 대비 38.9% 증가했다. 이 토지들의 공시지가도 2011년 기준 24조9957억원에서 33조288억원으로 32.1% 늘었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도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제시한 120대 국정 과제에서 '외국인의 주택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취득이 늘어날 경우 투기와 세금 회피 수단으로서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차익 등 금전적 목적만을 위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지가 및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투기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인들의 경우 다주택자 규제, 가족 간 거래 시 증여·상속세 등 제도를 통해 주택 취득·보유에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외국인에 대해선 행정 절차상 신분·소유 관계·재원 등을 파악하는데 한계를 갖기 때문에 정확한 세금 징수가 어렵다. 따라서 중국 등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세금 회피 수단 등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건정연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전체 토지 면적 및 주택 수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크지 않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체 토지 면적 대비 외국인 보유 토지는 0.26%, 주택의 경우 0.48%에 불과하다. 고하희 건정연 선임연구원은 “집주인이 외국인일 경우 우리나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외국 자본으로 국내 자산을 구입하다보니, 향후 주택시장이 상승기에 진입했을 때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다면 이로 인한 리스크는 오롯이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는 우려일 뿐, 실제 이들 중 90% 이상은 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라 투기로는 볼 수 없다"며 “아직 비중이 낮아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적겠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저출산 대응하다 미래세대 ‘곳간’ 바닥날라…주택기금 고갈 위기

주택도시기금이 고갈위기에 빠졌다. 기금의 주요 재원인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저출산 대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해소 등으로 기금을 펑펑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기금 부족가 제기되자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청약통장 납입 인정 한도가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간 소득세 공제 금액도 12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된다. 납입 인정액 기준이 개편된 건 41년 만이다. 아울러 민영·공공주택 하나만 청약 가능했던 청약예금·청약부금·청약저축 등 3개 주택청약통장을 신형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납입 실적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한 국민 불편해소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택도시기금 고갈 사태와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1981년(국민주택기금)부터 주택 건설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서민층에 대한 주택자금 지원을 위해 조성됐다. 재원은 주로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 복권기금전입금 등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최근들어 주택도시기금 조성액과 여유자금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2020년 100조3031억원에서 지난해 95조4377억원으로 3년 새 4조8654억원(약 5%) 감소했다. 특히 2021년과 비교해서는 2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도 올해 3월 말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2년 3개월 새 35조1000억원 급감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청약저축 가입자 감소, 부동산 거래 위축 등 재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적축의 경우 최근 고분양가 등의 영향으로 청약가입자 수가 줄어들면서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청약저축 조성액은 3년 새 6조2094억원(29%) 줄었다. 2021년과 비교해선 8조1777억원(35%)나 감소했다. 특히 정부가 경매위기 미착공 PF 분양 사업장 구제 및 저출산 대응·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자금용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펑펑 써대고 있는 것이 고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생아 특례 주택구입·전세 자금 대출의 경우 약 30조원이 집행될 예정인데, 지난 1월 29일부터 4월 29일까지 3개월 간 총 2만986건, 5조1843억 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기금의 용처를 '정권 입맛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주택도시기금 거버넌스는 국토교통부가 주택정책(주택공급, 주택수요자 지원 등)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명목하게 기금운용을 주도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수직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보다 자율적인 책임을 가지고 성과 지향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마련하는 등 주택도시기금 거버넌스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도 “주택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서민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적 기금만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며 “민간의 자금과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되, 영리 추구가 아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지향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비영리 주택협회와 사회적 기업의 저렴주택 공급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융자·출자 대상에 사회적 경제 주체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매입, 관리 위탁 등에서 이들에 대한 우대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구 감소 시대, 주택 수요도 줄어…정책 근본 바꿔야”

우리나라 인구가 앞으로 계속 감소하는 것이 기정 사실인 만큼 그동안 인구 성장과 이에 따른 수요·공급 증가에 촛점을 맞췄던 주택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 및 주택시장은 인구 성장과 수요초과 시장에 대응한 정책과 산업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내년 이후 본격화될 인구 감소는 과거와 다른 구조적인 수요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는 심각한 감소세 진입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내·외국인 및 시도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국 인구는 올해(5175만명)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감소해 오는 2052년에는 4627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인구는 2036년까지 연간 0.2%대로 감소하다가 2037년부터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 2041년부터는 매년 20만명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2022년 71.1%에 달했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52년 현재의 51.4%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수도권 인구는 2033년(2651만명)까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2034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2052년에는 2471만명으로 줄어든다.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2년 73.2%에서 2052년 54.2%까지 내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의 경우 이미 2019년부터 이미 감소세에 들어선 상태다. 2052년까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며 2022년 대비 403만명 감소한 2156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2022년 69.0%였던 지방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2047년(49.9%)에는 전체 인구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은 향후 전국적인 인구 감소세가 이어지며 2052년에는 세종, 경기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전국적으로는 10.5%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이미 자연감소(출생아수>사망자수) 상황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52년에는 전국의 인구 자연감소가 5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장기적 관점의 인구 마이너스 성장세 강화는 주택 및 건설시장 수요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대비 모두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가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인 수요 변화를 의미함에 따라 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출생 및 인구구조 문제에 대응할 주택정책에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신혼부부 다자녀 특별공급, 신생아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주택 공급이나 주택금융지원 등이 운영돼왔지만, 기존 정책들이 실질적인 저출생 완화 효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대출 소득 요건을 한시적으로 2.5억원까지 완화하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다양한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별 가구 단위 지원 뿐 아니라 주거인프라·주거서비스 확충 등 관련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며 “고령층 증가에 대응한 주거지원 프로그램 확충, 인구가 급감하는 지방의 경우 고용, 교통등과 연계한 주거지 정비, 빈집 증가 대응, 이주배경인구의 주거지원 등 주택정책적 과제가 산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환경도 급변할 것이며 품질, 안전 등 소비자 요구 확대 대응, 분양 중심에서 보유·운영 등 비즈니스 모델과 포트폴리오 변화 등 다양한 산업적 체질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청약 통장 소용없어”…제도 개편후 가입자 되레 줄었다

과거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청약통장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청약 당첨을 통해 예전만큼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54만38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만9766명 감소한 수치이며, 2020년 11월(2542만9537명) 이후 3년 6개월 만에 나온 최저치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 2022년 6월(2703만1911명) 정점을 찍은 후 올 1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러다 1월 2556만1376명→2월 2556만3099명→3월 2556만8620명 등으로 소폭 늘어났던 가입자는 지난 4월부터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는 규제 완화, 자재비·인건비 상승, 고금리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청약 당첨을 통해 예전만큼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당첨만으로 수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5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분양가격은 3.3㎡(평)당 1839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3.98% 상승했다.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862만98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5%나 올랐다. 서울의 국민평형인 전용84㎡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무려 10억원 안팎의 돈이 필요한 실정이다.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적용 물량이 급감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신규 택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분상제 적용 물량이 최근 대폭 줄었다. 올해 들어 공사비 갈등이 심화하면서 분상제 적용 단지들의 공급이 뒤로 밀렸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분상제 아파트 비율은 전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5월 말 현재 1순위 청약을 받은 민간아파트 총 5만998가구 중 10.5%(5353가구)만 분상제 대상인데, 지난해 전체 분양 물량 12만9342가구 중 29.9%(3만8673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아주 적은 편이다. 정부가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유리하도록 대대적인 청약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복 청약 허용,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 3자녀→2자녀 완화, 미성년자 가입 인정기간 2년→5년 확대, 배우자 청약통장 가점제 신설 등이 골자다. 그러나 오히려 이후 4~5월 연속 청약 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이에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을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하고, 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을 허용키로 하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된다면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다시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저렴한 신규택지 공급물량의 감소와 로또 청약 기대감 실종, 지나치게 높은 경쟁률 등으로 인해 청약 통장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청약통장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납입 인정액을 늘리는 것보다도 신규택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분상제 물량을 늘려 높은 경쟁률을 줄이는 것이 유효할 것"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그간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조정이 늦어진 것도 맞고, 오히려 납입인정액 25만원도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도 “(정부의 현재 대책으로는)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올해 LH 매입 전세사기 주택 달랑 5채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5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공매 유예 기간이 끝나는 피해주택이 늘면서 저조했던 매수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말 경매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넘겨받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부산의 오피스텔 1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1가구를 낙찰받았다. 앞선 지난 14일과 19일에는 경기 화성시의 도시형생활주택 1가구와 인천 오피스텔 1가구도 각각 경매로 매입했다. 이에 따라 LH가 매입한 피해주택은 올해 1월 인천 미추홀구 주택을 시작으로 총 5가구가 됐다. LH는 사들인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피해자가 살던 집에서 퇴거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LH가 경·공매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보다 싸게 매입한 뒤 LH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경매 차익)만큼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정부 대책이 도입될 예정이다. 그만큼 LH가 더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경매시장에 빌라 물건은 갈수록 많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 경매 참여로 최근 낙찰률(전체 물건 대비 낙찰된 물건의 비율)이 높아졌다.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총 1485건으로 2006년 1월(1600건) 이후 18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공공의 경매 참여로 최근 낙찰률이 높아졌다.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낙찰률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낙찰 사례가 늘면서 20%대로 올라온 상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2∼3년에 걸쳐 경매 등을 통해 투입한 돈을 회수해 왔다. 보증사고가 난 주택의 강제경매를 신청한 뒤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낙찰 대금에 대한 우선 변제금만 받는 방식이다. 그러다 HUG가 보증사고 주택을 낙찰받아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90% 수준으로 임대하는 '든든전세주택'이 도입되면서 경매에 직접 뛰어들었다. 특히 HUG 참여가 시작된 5월 서울 빌라 낙찰률은 27.8%다. 2월 9.8%, 3월 13.6%, 4월 15.0% 등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LH까지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에 참여하면 빌라 낙찰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경매 낙찰까지는 2∼3년가량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피해주택 매입을 위해 LH 인력을 보강하고, 추가 예산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전세사기 피해자가 내년 5월까지 3만6000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LH 직원 한 사람이 수백채 매입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악성 임대인’ 126명 공개…평균 약 19억 떼먹어

지난 6개월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 126명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약 19억원의 보증금을 떼어먹었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앱에 공개된 악성 임대인은 총 126명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상습적으로 보증금 채무를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공개하고 있다.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고서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인 임대인이 대상이다. 전세금을 제때 내어주지 못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는데도 1억원 이상의 미반환 전세금이 남아있는 임대인 명단도 공개된다. 악성 임대인 126명은 평균 8개월 이상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50대가 33명(26%)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30대(30명), 60대(28명), 40대(19명), 20대(6명)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9세이며, 평균 18억9000만원의 보증금을 떼어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떼어먹은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큰 악성 임대인은 강원 원주에 거주하는 32세 손모씨다.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707억원에 이르렀다. 손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가까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다가 지난 4월 명단 공개가 결정됐다. 최연소 악성 임대인은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26세 이모씨로, 4억8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전세사기와 역전세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이름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은 적은 편이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의 근거를 담은 개정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일인 지난해 9월 29일 이후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해야 명단 공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100억원대 전세사기를 일으킨 최모 씨도 악성 임대인 명단에는 빠져 있다. 전세 보증사고는 올해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5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3225억원, 사고 건수는 1만686건이다. 보증사고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4082억원)보다 65% 증가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임대인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법 시행 이전에 전세금을 떼어먹은 임대인까지 소급 적용해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韓 주택 수명, 주요국 3분의1…자원 낭비·환경 오염 심각

주택 장수명화(주택의 수명 연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환경 친화적인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펴낸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동주택 평균 수명은 약 30년으로 주요국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짧은 주택 수명은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때문에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장수명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주택 리모델링은 '남의 얘기' 수준이다. 지난해 건축물 착공면적 기준 전체 건축물 리모델링에서 주택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쳤다. 이중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 리모델링의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이처럼 리모델링 비중이 적은 것은 우선 재건축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주택 건설 후 20년이 지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주택 소유자 입장에선 리모델링을 통한 장수명화보다 재건축을 추진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는 곧 자원 낭비,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건산연 분석에 따르면 물리적인 내구성을 이유로 재건축을 시행한 사례는 전체의 11.5%에 불과했다. 나머지 88.5%는 기능적·사회적 이유에 따른 것이었다. 물리적 노후화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즉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보기 이해서 멀쩡한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리모델링을 활성화해 주택 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적·경제적 비용 증가를 유발하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장수명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친환경적이며 건물 주요 구조부 등을 존치 및 활용하기 때문에 재건축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다. 특히 '전면 리모델링'과 '부분 리모델링' 중 부분 리모델링을 활용하면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지원 정책은 미약하다. 대표적으로 노후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을 지원하곤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노후 건축물을 녹색건축물로 바꿔 에너지 효율및 성능을 끌어올리는 사업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10월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다음해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한 후 2020년부터 노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애초 설정한 목표 달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살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영구임대주택 5만6535호의 그린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해 진행 중이지만, 준공은 2020년 300호, 2021년 500호에 그치며 1.4%의 공사진척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재 노후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 지원 정책의 준공 공정률은 목표의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그린리모델링의 시행을 시장 자율에 맡기면 시장실패가 예상되며 공사 보조금 지급, 공사비 저리 융자, 세제 혜택, 건축규제 완화 등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노후 저층주택(단독·다세대·다가구)은 주택조합 등 연합을 구성해 집단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용선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이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중 어는 부문의 활성화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주거에 대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는 것으로 각각의 특성에 맞는 활성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출산율이 하락하는 동시에 노인인구가 증가하며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노후화된 시설물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적 인프라 유지, 보수, 개선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사회 인프라 노후화에 직면해 있다. 우선 지난해 대한민국 출생아수(23만명)는 2000년(64만89명)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출산율(2000년 1.48명→2023년 0.72명) 역시 2017년 이후 1명 이하로 떨어졌다. 출생아수가 줄어들자 노인인구 비중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15.7%에 머물렀지만 2025년에는 20.3%, 2030년에는 25.3%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더불어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과 중첩되며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228개 지역 중 소멸위험지역은 무려 118개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1970년~1980년대 건설된 기반시설도 덩달아 노후화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기후와 함께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시설물안전법 관리 주요 시설물 총 16만5282개소 중 사용연수가 30년을 초과한 시설물은 3만476개소로 전체 시설물의 18.4%를 차지했다.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주요 시설물의 신규 공급이 없다는 가정 하에, 2032년 사용연수 30년 이상 노후 시설물은 총 7만7475개소로 전체의 46.9%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건축물을 제외한 주요 시설물의 경우, 2032년 사용연수 30년 이상 노후 시설물은 총 2만9568개소로 전체의 50.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우, 폭염 등 극단적 기후가 잦아지면서 시설물 노후화로 인한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완 또는 대비하기 위한 우리나라 SOC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육상시설(도로, 철도 등)과 항공시설을 합한 SOC 자본스톡은 GDP 대비 21.5%로 프랑스(31.3%), 독일(28.7%), 미국(22.0%) 등 주요 선진국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SOC 예산(23조원)은 2010년(27조1000억원)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향후 예상되는 투자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적정 SOC 투자 규모는 58조~60조원 수준이지만, 실제 중앙정부의 SOC 투자 규모는 이보다 6000억~2조1000억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OC 투자는 사회 인프라 유지, 보수는 물론 직간접 경제적 효과도 크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최근 SOC 투자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구매와 노동수요 증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및 잠재적 경제성장률 증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인프라 투자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도 공간적 파급 효과를 미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SOC에 추가적으로 1조원을 투입한다면 실질 GDP 성장률이 0.076%p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엄근용 건산연 연구위원은 “SOC 투자가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그 효과성이 입증되고 있지만 현실에선 2025년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적정 SOC 투자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먼저 인명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 관련 시설 및 노후 인프라 중심의 공공 건설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축되고 있는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특혜 의혹· PF 위기 부추겨”…서울시 창의혁신디자인 사업 논란

서울시가 도시 미관을 개선하겠다며 시행 중인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이 지나친 특혜 및 심사기준 불투명 논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9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부터 민간 분야의 도시건축디자인혁신 활성화를 위해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름답고 특이한 빌딩을 짓겠다고 설계안을 제시하면 심사해 일부를 선정, 용적룔 상향 등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는 '도시건축디자인혁신위원회'를 통해 △디자인 독창성 △심미성 △공개공지 등 공공성·장소성·파급성 등 혁신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가이드라인의 세부내용은 △도시건축 공간의 새로운 방향과 근본적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디자인 △시민의 예술적 감수성을 고양할 수 있는 심미성 높은 디자인 △환경의 건전성과 사람의 감성에 기여하는 형태와 구조 재료의 제안 △자연 역사와의 조화, 대지 장소의 이야기를 적극적 또는 창의적으로 해석 등이 있다. 심사를 맡은 도시건축디자인혁신위원회는 시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 위원 등 7명 내외로 구성한다. 해당 사업으로 선정되면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 통합심의 등의 신속행정 지원, 사업추진 자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1,2차에 걸쳐 총 16곳을 대상지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 '정성적'이라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이란 어디까지나 보는 이의 주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관광객들이 몰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초기엔 '흉물'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현재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서울시청 본청도 '한국 전통 도자기 반쪽'를 본땄다는 설계자의 의도와는 달리 서울의 역사·시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엉뚱한 건축물이라는 비난을 아직까지도 받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디자인과 관련한 사업은 미학적인 부분이 들어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이 얼마나 많은데 단순히 정성적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 커다란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보는 사람 입장에선 '특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사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응모자가 심사 절차 및 과정, 심사방법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작품 선정을 위한 논의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참가자는 열람을 원할 경우 심사결과 7일 이내에 열람을 요청할 수 있고 논의과정 내용은 녹음을 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교수는 “응모자가 심사 절차와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작품 선정 논의 과정도 공개하지 않게 하는 점은 옳지 못하다"며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심사 부적정 및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기준이 정성적이긴 하지만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전문가들이 29개 항목을 통해 심사를 하고 있다"며 “(심사 내용이)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속기도 하고 있고 정보 요청을 하면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이 사업이 누적된 부동산 PF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선정된 곳 중 하나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개발사업 '르피에드 청담'의 경우 사업성이 나오지 않은 채 브릿지론 만기가 다가오면서 좌초할 위기에 빠졌지만 시가 수상작으로 뽑아 용적률 599%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최고 48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된 덕에 PF 대출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현재 신세계 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 신세계프라퍼티가 시행사 미래인과 사업장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업 정상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혁신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선 공사비가 일반 건축물보다 2~4.5배 정도 더 든다"며 “도시 경관을 향상 시키고 디자인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르피에드 청담은 역세권활성화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이 진행된다면 공공기여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도 “센터필드, 복합사업 등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과 르피에드청담 개발사업이 좋은 시너지를 보일 것 같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공동개발을 위해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물가 상승분 시공사 전가 무효”…공사비 갈등 해소 기준점 나왔다

최근 재건축 조합-건설사간 공사비 급등에 따른 소송 등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건설산업기본법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배제 특약(ESC)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설사 건설사가 계약서 상 특약을 통해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당한 조항이므로 공사비를 더 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로 도급인-수급인-하수급인간의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관련 입법으로 이어져 제도적 해결책이 마련될 지 주목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4월 부산의 한 교회가 시공사에 제기한 선급금 반환 청구 항소심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5항'을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 부산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 불속행 기각하며 2심을 확정했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한다는 뜻이다. 이 교회는 시공사와 2020년 8월 건물 증축공사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체결 후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는 특약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교회 측의 요청으로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춰지면서 변수가 발생했고, 그 사이 철근 가격이 2배가량 상승했다. 건설사는 계약금액 증액을 요청했지만 교회는 계약 해제와 함께 선급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건산법 제22조 제5항(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특약을 무효로 인정)을 근거로 이같은 배제 특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이후 설계 변경 및 경제 상황 변동에 따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것은 '불공정 거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폭등, 고금리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T와 쌍용건설은 공사비 갈등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10일 판교 신사옥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계약서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배제 특약을 이유로 쌍용건설 측이 요구한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달라는 골자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쌍용건설은 2020년 967억원에 KT 판교 신사옥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는 지난해 마무리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자재 반입 지연 등에 따라 계약 조건보다 무려 171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갔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KT에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청해왔지만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 조항을 근거로 이를 거부해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례 건은 교회측 이슈로 인해 시공이 늦어져 준공이 되지 않은 건으로, 준공과 정산이 완료된 KT와 쌍용건설 건과는 사안이 다소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원) 및 공기연장(100일) 요청을 수용했으며,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 KT는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그간 논란을 해소하고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ESC 무효가 하도급 체제로 시행되는 재건축 공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하도급법의 경우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 특약이 미비한 상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안은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하도급업체 보호차원에서 해당 특약 무효화하겠다는 정책 방향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산법에 따른 부당특약 무효가 발주처와 시공사 관계에서는 적용되지만 대주단과의 관계에서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부당특약 무효화가 공사비 갈등의 해법으로 작용하려면 국토부, 금융위, 공정위가 함께 지침을 만들어야한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쉬워질 것이고, 폭넓게 적용될 여지가 크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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