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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고령화, 떨어지는 집값…대안은 ‘주택연금’

#. 수도권 주민 A씨는 최근 주택연금 가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10년 전에만 해도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노후를 위해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하다 포기했었다.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자 연금 수급액 보다 차익이 더 커 손해를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인구 감소 등으로 집값이 앞으로 '대세 하락'할 것으로 보이면서 주택 보유에 따른 차익 보다는 연금 수급이 더 이득이 되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주택연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막연히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며 자산을 묶어두는 것 보단 연금에 가입해 현금 소득을 얻는 게 낫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자는 최근 지속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7만1034명이었던 가입자는 2020년 8만1206명, 2021년 9만2011명, 2022년 10만6591명, 2023년 12만1476명까지 늘어났다. 매년 약 1만명 이상이 신규 가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신규 가입자 수 증가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2020년의 경우 전년 대비 1만172명이 늘었지만, 2021년에는 1만805명, 2022년 1만4580명, 2023년엔 1만4885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현재 2월까지 총 2376명이 신규 가입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도 단순계산으로 총 1만4256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돼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HF 등은 주택연금의 수요층들이 예전과 달리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주택 연금 가입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금이라도 빨리 가입하면 월 수령액이 늘어나 신규 가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소장은 “은퇴 후 여생이 길어지다 보니 자식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것보단 '다 쓰고 가자'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등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의 차지하고 있는 데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한국의 특성상 주택연금 가입을 가장 효과적인 노후대비책으로 추천하고 있다. 방송희 HF 주택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고령가구가 직접 자가 주택에 사는 경우가 70% 정도이고, 자가점유 가구의 자산 중 주택의 비중이 75%를 넘어서고 있다. 노인 빈곤 현상도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전체가구 소득수준 대비 65세 이상 가구 소득 수준이 평균 88%이나, 한국은 66%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연금 가입의 문호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주택가액 12억원 이하 1주택자만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 지역의 경우 12억원 대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고령 가구가 16만호(전체의 1%)나 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부자'가 아니라 노후 대비가 부족한 고령층일 수 있다. 방 수석연구원은 “최근 실버타운 이주 시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는데, 여기에 더해 실버타운 기존 거주자도 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한다"며 “또 지자체와 협의해서 유휴 담보주택을 일부 수선 후 공적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더 많은 가입자가 나올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상을 확대해야 기금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향후 변화하는 시장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주택연금 가입 문턱이 낮아졌음에도 오히려 고가 주택 소유 고령 가구들의 연금 가입 실적이 뚜렷히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12일부터 12월 말까지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주택 신규 가입자는 256건이었으나 올해 2개월간은 72건 정도에 머물고 있다. 최근 고가 주택 위주로 집값이 오르고 있어 차익을 기대하는 고령 가구들이 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이 빠질 때는 연금을 늘리는 경향이 있지만, 고가주택을 소유한 고령가구는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임대소득이 더 크다고 생각해 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주택연금과 향후 시세차익, 임대소득을 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전세사기 피해 규모 ‘5조원 vs 5천억원’…누구 말이 맞나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선 가운데, 재정 투입 규모에 대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갈리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는 국토연구원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 토론회'가 열려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논의했다.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구제하는 방안이 전례에 없는 일이고, 다른 종류의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추산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 재정 투입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에 필요한 재정이 조 단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의 평균 보증금을 1억3000만원으로 잡고, 피해자를 3만명, 보증금의 30%를 선구제액으로 잡으면 1조1700억원이 소요된다고 추잔했다.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5월까지 피해자 수가 3만6000명으로 늘 것"이라며 “평균 보증금 1억4000만원을 곱하면 5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장은 “전세사기 피해 인정자 1만5000여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가정에 가정을 거쳐 추산한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시민 단체들의 계산은 다르다. 약 5000억원이면 1만5000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을 선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전날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부여당이 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시행하려면 수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왜곡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피해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눈물과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8∼9월 실시한 자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피해자 수를 1만5000명, 그중 보증금 일부조차 회수할 수 없는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닌 이들을 50%로, 피해자 평균 보증금은 1억3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최대 4875억원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수를 3만명으로 늘려도 최대 규모는 5850억원이라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2040년 이후 韓 주택 가격 폭락?…“인구 감소 대비해야”

우리나라가 현재의 저출산 추세를 지속할 경우 2050년 경엔 전국 주택 중 13%가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주택 수요가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3일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이 한반도미래연구원과 함께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인구 구조 변화와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비교 분석하면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우리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먼저 시작된 일본의 전문가들이 나서 자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우토 마사키 도쿄도시대 도시생활학부 교수는 “2010년 일본 인구는 1억3000만명 정점을 찍고 저출산 및 고령화와 함께 2070년 8700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며 주택 자산 가치 하락을 전망했다. 우토 교수에 따르면 2045년쯤 일본의 주택 가격은 2019년 대비 30% 하락해 총 94조엔(약 840조원)의 가치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도쿄 도심에서 30km이상 떨어진 지역, 즉 베드타운 등은 최대 80%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우토 교수는 “주택자산 디플레이션은 도쿄 도심을 제외하고 모든 지자체에서 발생할 것이며, 출퇴근 시간 60분 초과지역에서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이다"며 “고령자는 주택자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노후 생활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토 교수는 오피스, 상업, 물류, 호텔 등 다른 부동산 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인구감소로 인해 오피스는 도쿄 5구(치요다, 츄오, 미나토, 시부야, 신주쿠)를 제외하고 모두 정체할 것으로 봤다. 특히 지방은 침체 수준으로 전망했다. 상업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상으로 인해 대형 소매점 수요는 줄어들겠지만 도시 특성에 따라 오피스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물류는 이커머스 부상으로 인해 오히려 지속 성장할 것으로 봤고, 호텔은 외국인 방문객이 지속 늘어나면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빈집 실태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현재 일본의 빈집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빈집은 85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13.6% 비중이다. 이는 현 일본 빈집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것. 이 중 별장이나 임대주택으로 활용되지 않는 실질적 빈집(방치)은 약 350만가구로 추산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경관을 훼손하거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빈집에 대한 철거비용을 집주인에게 지원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토 교수는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에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주택자산은 디플레이션이 확실하기에 정부가 (거주공간을 한 곳으로 밀집하는) 콤팩트시티 추진 등 이를 복지정책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앞서간 일본의 뒤를 따를 전망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가구 수는 인구 자연감소 추세에도 1인가구 증가로 인해 2039년 2378만가구로 정점을 찍겠지만 2040년부터 줄어들어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2040년부터는 빈집이 급속도로 증가해 2050년부터는 전체 주택 10곳 중의 1곳 꼴로 빈집이 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전망이다. 이 교수는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자명한 만큼, 자산 유동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현재 부모들은 성인자녀가 독립을 해도 넓은 평수의 집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가격 하락이 명백한 만큼 크기를 줄여 다른 자산을 보유하는게 바람직하다. 또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아예 매각해 그 자금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도심 노후 주택 정비를 활성화해 빈집으로 인한 슬럼화를 막아야 하며, 청년층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시장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인구감소는 정주인구보다 활동인구가 많아지는 시대가 될 것이기에 이에 맞는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지적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개발보단 축소를,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HF) 연구원은 집값 하락 전 주택연금의 적극 확대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한강, ‘뷰’ 말고 ‘생활 중심’…5000억 들여 리버시티 만든다

#2030년, 직장인 A씨는 한강 위 사무실로 출근한다.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일을 하니 업무 능률이 올라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퇴근길엔 수상푸드존에서 한강 뷰를 바라보며 여러 나라 음식을 먹는다. 주말에는 서울에 올라온 친구들과 한강 위 호텔이나 한강다리 호텔에서 '호캉스'도 즐긴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1000만명이 한강 수상을 이용하는 시대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한강으로 출근해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 크고 작은 선박이 이동하고 정박할 수 있도록 수상을 활성화한다. 그저 바라만 보던 '한강뷰'를 넘어 '즐기고, 경험하고, 느끼는' '리버시티 서울'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한강에는 '수상오피스'를,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 옆에는 '수상호텔'을 띄운다는 구상이다. 명동 먹거리 골목처럼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공연도 감상하는 '수상푸드존' 조성과 케이블을 활용한 '수상스키장'도 만들어 수상레저를 활성화한다. 또 모터보트 등 동력수상레저기구 소유 시민이 증가하는 '마이보트' 시대를 맞아 현재 130개 선박만 정박할 수 있는 것을 2030년까지 총 1000선석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올 상반기 개장 예정인 난지 서울수상레포츠센터에 더해 이촌과 잠실에 도심형 마리나를 확충한다. 올 10월부터는 여의도-경인아라뱃길에 유람선을 연간 1000회 이상 정기운항하고, 리버버스도 함께 그 길을 활용한다. 시는 이같은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에 총 550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민간에서 3135억원, 시 재정으로 2366억원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시는 한강 수위가 올라가도 안전할 수 있도록 물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시설로 '수상호텔'과 '수상오피스'를 조성한다. 수상오피스는 한강변 정비사업을 통한 기부채납이나 민관협력 사업으로 추진해 재정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한강대교 북단 교량 위 '직녀카페'는 특색있는 숙박공간으로 리모델링 한다. 수상호텔은 올해 SH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고, 2025년에 호텔업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2026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수상푸드존은 약 2400명을 동시 수용하고 15~20개소 판매 부스가 들어설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대상지를 선정하고 2025년 설계, 2026년 공사를 시작한다. 수요맞춤형 선박은 올해 10월 리버버스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수상택시는 폐지하고 소규모 수요 맞춤형 선박을 도입해 관광을 활성화 한다. 1척당 199명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는 리버버스는 올 10월부터 운영한다. 아울러 한강 최초 케이블 수상스키장과 수상 축제, 윈드서핑장 등 레저활동을 확대한다. 케이블 수상스키장은 기존 보트에 줄을 단 수상스키와 달리 탑처럼 설치된 케이브을 활용해 수상스키를 타는 시설이다. 또 수상영화관, 보트퍼레이트 등 축제를 열고 기존 뚝섬 윈드서핑장을 일반 시민도 이용하할 수 있게 운영구조를 개선한다. 잠실에 도심형 마리나를 신설하는 것도 목표다. 중대형 선박이 계류할 수 잇는 중규모 이상 도심형 마리나를 구축해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수요 창출을 꿈 꾼다. 2025년부터 잠실한강공원에 설계 및 공사를 시행해 2026년 개장할 예정이다. 이 외 복합 마리나 시설 '한강아트피어'(이촌한강공원 올 상반기 타당성조사 완료, 2026년 개장)와 서울수상레포츠센터, 여의도-아라뱃길 유람 활성화, 여의도 서울항 조성 등을 구축한다. 서울항은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여의도한강공원 올해부터 설계와 공사를 시작해 2026년 하반기 개항한다. 한강 위에 조성하는 만큼 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 수상안전에 대한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오세훈 시장은 “홍수 및 범람 등 한강이 가진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그간 수변에만 활용됐던 한강을, 이제는 선진기술과 과학을 동원해 한강 위에서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10여년 전 한강르네상스를 통해 오히려 생태계가 더 다양한게 복원된 사례가 있고, 홍수를 예방할 각종 관제시스템 기술을 구축해 환경이나 안전문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이번 사업으로 연간 6445억원의 생산파급 효과와 연간 2811억원의 부가가치 효과 등 연간 9256억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했다. 또 연간 90만명에 그친 수상 이용 시민을 약 1000만명(현 한강공원 이용객 69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LH 공공주택 공급 일정 줄줄이 연기…당첨자들 ‘발동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공공주택 공급 일정이 파행을 겪으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공공분양 사전청약 단지 10곳 중 7곳에서 본청약이 지연되고 있지만 LH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LH '사전청약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본청약이 예정됐던 사전청약 단지 45개 중 32개(71.1%)가 원래 발표했던 일정을 연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공급이 지연된 총 지연 물량은 약 1만7913채 규모로, 6개월부터 길게는 4년까지 일정이 미뤄졌다. LH가 지연 예정일을 공개한 단지로만 따져도 평균 지연 기간이 1년 2개월에 달했다. 올해 본청약이 예정됐던 18개 단지에서도 10개 단지가 공급계획서에서 빠지며 평균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실제 지연 기간은 더 길 것으로 추측되며, 앞으로 본청약이 지연되는 단지들 숫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LH는 “기존 주민들의 이주 반대, 보상 거부, 오염토 발견, 법정 보호종 및 문화재 발굴 등 돌발적인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사태"라고 해명했다. LH는 또 “사전에 본청약 및 입주예정시기 등이 추후 사업추진 여건에 따라 변경 및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을 입주자공고 당시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LH가 거론한 지연 사유, 즉 주민 보상, 감리 업체 선정, 주민 이주 반대 등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로 일정 지연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실망감에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 LH 사전청약 단지 당첨자는 “입주 일정에 맞춰 자금 및 자녀 계획을 세웠는데 본청약 일정 연기로 인해 계획이 틀어졌다"며 “아직까지 명확한 발표도 없어 청약을 포기해야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2009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로 처음 도입됐지만 사업지연 등의 이유로 당첨자들이 제 때 입주하지 못하자 폐기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2021년 7월 '패닉바잉' 등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를 진정시키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사전청약 제도를 부활시켰다.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주민 보상 및 기반 시설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사전청약 제도는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LH의 무성의한 대응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불만이 고조된 당첨자들에게 뚜렷한 대안·입장을 밝히거나 사과하지 않아 '매를 벌고 있다'는 것이다. LH는 다만 국토교통부와 사전청약 단지 전수조사 등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국토부 주관으로 지연된 본청약 일정을 다시 짜고 있지만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일정 및 안내 시기를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전청약 관련 제도 개선이 검토되고 있으며, (결정되면)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수조사 완료되는대로 구체적 지연사유와 지연기간을 당첨자에게 개별 안내할 예정"이라며 “당첨자가 사전청약지구 사업현황을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소통체계도 구축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이미 많은 문제가 발견된 제도를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사전청약에서 보이는 문제점들은 과거 이에 대해 이미 지적됐었던 문제들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애초부터 문제가 지적됐던 제도를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선분양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사전청약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 선구제 후회수 절실”

21대 국회 종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운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정부여당이 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선구제후회수'방안을 시행하려면 수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왜곡하며, 제대로 된 피해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눈물과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피해자지원위원회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총 1만 5433명로 늘어났지만, 피해를 인정받아 지원을 받은 이들은 소수다. 경공매 유예 807건, 우선매수권 사용 259명, 긴급주거지원 267건, 공공임대주택 지원 123건, LH 공공매입 1건 등에 불과하다. 까다로운 피해자 인정 요건을 통과해도 빚에 빚을 더하는 금융지원을 제외하면 지원대책을 이용한 피해자는 10%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및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의 세금 낭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국회 계류 중인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지금까지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요구한 피해 구제 대책 마련을 위한 토대가 되는 실태조사도 실시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국토부는 피해가구, 보증금 피해 규모,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 주택 유형 등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선구제후회수'에 대해 수조원의 혈세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경공매, 누수·소방·단전·단수 등 관리 문제, 전세대출 이자를 내기위해 밤낮으로 일고 있다"면서 수조원의 혈세 낭비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9월 실시한 자체 실태조사를 해보니 피해자 수는 약 2만5000명으로 추정되며 그중 보증금 일부조차 회수할 수 없는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닌 이들을 50%로 가정하면 최대 4875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 수를 3만명으로 늘려도 최대 5850억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는 정부가 전세보증금으로 수백 채씩 집을 살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등록 사업자를 양산해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주택도시기금과 복권기금 등에서 정부가 충분히 재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도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 중 약 30%로 추정되는 선순위 임차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혀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며 “피해 금액의 일부라도 최우선 변제금의 수준 내에서 빨리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건설사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는 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는 구제하면서 왜 전세사기 피해자는 구제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발의로 현재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보증금 선(先)구제, 후(後) 회수 방안 도입 △전세 사기 피해자에 외국인 포함 △피해자 요건 보증금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 △신탁 전세 사기 피해자 소송 유예 또는 정지 등이 담겨 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갑질 or 억울”…공정위 칼날 위에 선 ‘준공 후 잔금 지급’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보금 명목으로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지연 지급한 건설사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하도급법상 위반이긴 하지만 정해진 기간을 준수하고 하자 보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대우건설 등 건설사 4곳에 조사관을 보내 하도급 대금 지급 내역서 등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가 하도급 대금 일부를 유보금으로 정해 지급을 미룬 부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보금은 건설사가 공사 완성 및 하자 보수 의무 이행을 이유로 잡아둔 보증금 성격의 돈이다. 약속된 공사대금의 일부를 준공 후나 하자 보수 기간 이후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보금은 통상 전체 공사대금의 5∼10%로 책정된다. 건설업계 일각에서 이같은 대금 지급 조건을 특약에 넣거나 '관행'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겹친 상황에 중소 건설사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단 이같은 유보금 제도는 하도급법 위반이 명백해 보인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목적물의 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지연 이자를 줘야 하며, 적발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제 막 조사를 시작해 드릴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결과를 기다리고 그에 따르겠다"면서 “너무 단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만 보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유보금 지급 관행 조사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잘못된 행태'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현실적 필요성 등을 들어 '엄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 '갑질'인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잘못된 관행이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보금과 같이 대금을 묶어놓는 형태의 계약은 잘 보지 못했다. 요새는 협력업체와의 거래가 워낙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유보금이라는 것은 조금 철 지난 얘기"라며 “협력업체들도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절차가 잘 적립돼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보금 얘기는 부적절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유보금은 건설업계 관행이긴 하지만 지양해야 할 낡은 시스템"이라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지적을 한 것이고 앞으로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건설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공정에 따라 하자가 나오는 부분이 일정하지 않고 마감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유보금은 공사를 잘 마무리 지으라는 차원에서 받는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업체를 선정할 때 완공 후 유보금을 주겠다는 협의를 하고 공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갑질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디. 그는 이어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연 지급했다면 갑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갑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애매하다"면서 “조사 대상 기업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줄었지만 여전”…건설현장 불법행위 대대적 단속

정부가 초과근무비, 월례비·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단속한다. 지속적인 단속에 줄어들긴 했지만 불법행위들이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는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고 21일 밝혔다. 먼저 국토부는 앞서 진행한 현장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부당금품 강요·작업 고의지연, 불법하도급 등이 의심되는 155개 사업장을 선정해 집중단속할 계획이다. 불법하도급은 단속매뉴얼을 별도로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법 위반이 의심되는 150개 건설사업장을 골라 채용강요 및 임금체불 등 기초노동질서 위반행위 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청도 지난 3월부터 첩보를 통해 주된 불법사례로 확인된 갈취, 업무방해, 채용강요 등 건설현장 폭력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아울러 부실시공·불법하도급 등 불법행위까지 병행해 특별단속을 추진한다. 정부는 현장에서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5대 광역권별로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같은 정부부처 합동 단속은 건설현장의 각종 불법행위가 최근의 단속 강화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0부터 4월 19까지 실시한 현장점검 결과, 월례비 강요, 불법 채용 관행 등이 확연히 줄어들긴했다. 국토부의 전수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월례비 및 초과수당을 수수하는 사례 및 지급 금액이 대폭 줄어들었다. 월례비 수수자는 지난해 1215명에서 올해 72명으로 줄었고, 지급 금액은 710만 원에서 381만 원으로 감소했다. 고용부의 건설현장 자율점검(1000개소) 및 방문 점검(50개소)에서도 직접적인 채용절차법 위반 사례는 확인되지 않아 채용 강요 행위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인 건설현장 불법행위자도 91명에 그쳤다. 지난해 '건설현장 특별단속' 기간 중 총 4829명을 송치한 것과 비교하면 불법행위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다만 국토부가 건설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전히 45개사에서 285건 불법행위가 접수됐다. 초과근무비, 월례비 강요가 250건(87.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채용강요 위한 집중 민원·집회(30건, 10.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고용부 현장점검 시 일부 현장에서도 채용 목적으로 집중 민원을 제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그간 정부의 노력으로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많이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사업장의 불법행위가 확인되고 있다"며 “정부는 보여주기식 점검이 아닌, 건설현장의 불법행위가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불법행위에 대한 지속적이고 엄정한 법집행으로 법치주의가 완전히 정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겹겹이 쌓인 악재…총선 후 부동산시장 ‘총체적 난국’

4.10 총선 이후 건설부동산 시장의 대내외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중동발 유가 급등 등 원자잿값 상승 압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고조, 미분양 확산, 여당 패배에 의한 부동산 규제 완화 동력 상실 등 악재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 등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10 총선을 전후로 건설부동산 분야에 각종 악재가 산적하면서 일각에서 전망했던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우선 공사비 급등, 미분양 적체 등으로 건설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2월 국내 건설수주 실적에 따르면 10조 2000억원에 그쳐 전월 대비 2.9%, 전년 동월 대비 24.2% 감소했다. 공사비가 급증하다 보니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어 건설사가 일감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간 수주는 재개발과 건축수주가 각각 45.3%, 16.2% 줄었다. 재건축시장만 봐도 유찰이 거듭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서초구 신반포12차, 송파구 가락삼익맨숀과 우성4차 등은 지속 유찰을 겪으며 건설사가 수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이란간 충돌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고물가, 고금리에 유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원자잿값 인플레이션 압박이 공사비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원화 환율까지 10년래 최고치인 1400원대를 넘나 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수입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PF도 다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착공에 따라 전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많아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금융권 입장에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아지다 보니 추가 자금 대출보다는 회수가 안전한 상태다. 건설사들도 부실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도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해외 부문도 악재가 겹쳤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대형프로젝트 수주로 잭팟을 터뜨렸지만 이스라엘-이란간 전쟁 국면으로 장밋빛 전망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우디 정부의 역점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중기 목표가 대폭 축소됐다. 전체 170km 가운데 2030년까지 겨우 2.4km만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400억달러 수주라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아질 것이란 지표는 안 나오고 악재만 겹치다 보니 건설업계가 힘든 시기를 장기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 악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반기 금리인하까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택 시장도 조기 금리 인하, 규제 완화가 어려워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부는 그간 1.10대책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총선 패배로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주택 수요 자극의 관건인 금리 인하 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때 공급된 과잉 유동성 때문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현재 기준금리 5.25~5.50%)를 유지하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3.5%) 있으며, 이는 부동산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올 하반기 3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됐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늦어도 9월 이후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리 인하 시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강한 인플레가 지속되는 반면 3월 소매판매지수가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가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단기간 내 금리 인하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우리나라의 금리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가 불가능해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 시장의 경색 국면을 장기화시킬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수요자 입장에선 심리적인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동 긴장감으로 투자 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 말 금리인하마저 없다면 2차 하락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인구감소와 부동산시장]④ 개인은 ‘영끌족’ 피하고, 건설사들 ‘패러다임’ 바꿔야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기록됐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출산율이 1.58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출산율은 재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인구감소가 필연이라면 개인와 기업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인구감소 신호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출산율과 혼인율이 저하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해 당분간 주택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구수가 유지 또는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2040년부터는 이마저 감소할 수 밖에 없어 시장의 구조적 변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실거주자 입장에선 주택을 매매해야 할지 장기임대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서울 등 주요 도심의 1주택자는 빚을 내서라도 똘똘한 한채를 매입해 가격이 상승하면 팔아 더 큰 주택으로 옮기거나, 평생 보유하고 있다가 팔아서 노후 자금으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택 가치의 장기적 하락이 불가피해 이런 전략은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끌'을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소득의 50% 이상을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 지급에 쓰지 말라는 것이다. 실거주를 위해 집을 사고 싶다면 청약시장을 지속 두드리거나, 저렴한 경매매물로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게 좋다. 또 노후 대비를 위한 주택 매수 후 향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주택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실거주자는 주식이나 기타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은 월세 등 임대로만 거주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남는 돈을 주식, 채권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해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선별 투자가 강조될 것으로 전망됐다. 거주 인구 규모에 따라 특정 지역은 초고층 밀집 개발이 진행되고 나머지 지역은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등 재개발로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알짜배기' 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지역이나 실버주택 등 임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곳이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가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인지하고 세제 혜택이나 대출관련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으며 상황 악화를 막고 있다"며 “다만 결국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만 가격 상승 요인을 부추길 수 있어 향후 쏠림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는 만큼 건설업 부문의 대내외적 환경도 확 달라진다.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주요 업무 영역이 임대 주택 공급, 주택 리모델링이나 인프라 건설, 해외 부문으로 변화될 수 있다. 또 현재 초기 단계인 프로젝트매니지(PM) 방식을 활성화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효율성·비용 절약은 극대화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주택공급 활성화 세미나에서 “하나의 공간에 주거와 업무, 상업활동 등 수요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성을 높인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선 또 인구 감소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민간 장기임대주택 보급 활성화를 위해선 일정한 수익성 보장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 사업자들이 임대 주택 사업에 뛰어들려면 그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그래야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지방의 빈집 해소도 향후 과제다. 지방 관급공사를 주로 하는 C 대표는 “앞으로 지방 소도시나 농촌은 디트로이트처럼 빈집으로 가득찰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도시철도망을 좀 더 촘촘하게 구축해서 소멸되는 공간의 빈집을 문화 및 관광산업과 연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면 변화하는 인구감소를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건설업계의 변신도 요구된다. 신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제로 탄소 시대 개막·시간 단축·인력 투입 최소화 등이 과제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설계 최적화 솔루션이나 3D설계인 BIM과 가상 시뮬레이션 디지털트윈, 사물인터넷(IoT), 모듈러건축, 3D프린터 등 신기술 개발과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 확대도 필수다. 해외건설 관계자는 “해외진출에는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 등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나 각국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 발주자 협업 및 금융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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