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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민간 주도로 공급 병목 푼다”…서울시, 규제 완화·리츠 지원 대책

서울시가 공급 절벽에 몰린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건축 규제 손질과 인허가 단축, 리츠(부동산투자회사) 금융지원, 전세사기 예방 서비스까지 묶은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1일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비(非)아파트 민간임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서울 주택공급 전체를 견인하겠다"며 “민간 주도의 신속한 공급으로 병목을 풀겠다"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시 내 등록 민간임대주택은 총 41만6000호로 전체 임차주택의 2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가 80% 이상이다. 민간임대사업자 수는 약 9만8000명에 달한다.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료 증액 5% 제한, 보증보험 가입, 임대기간(6~10년) 갱신 거절 불가 등의 조건을 통해 임차인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왔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세제 혜택 축소, 2020년 장·단기 아파트 임대 폐지, 2022년 '빌라왕 사태' 등으로 신규 사업자 수는 2018년 3만 명에서 지난해 2000명으로 급감했다. 비아파트 착공 물량도 2015년 반기 평균 3만6000호에서 지난해 2000호 수준으로 떨어져 사실상 공급이 끊겼다. 오 시장은 “서울 시민의 약 65%를 차지하는 1~2인 가구, 청년·신혼부부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자금은 있지만 규제 때문에 투자할 수 없다는 시장의 절규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선 시는 소규모 오피스텔의 접도 조건을 20m에서 12m로 완화해 보조간선도로에서도 건축이 가능하도록 하고,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 기준도 30실 이상에서 50실 이상으로 상향해 중소규모 오피스텔의 건축 속도를 높인다. 또 자치구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신속 인허가 협의체'를 운영하고, 건축계획 사전검토제와 해체·굴토·구조심의 병행 등으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한다. 오는 10월 말부터는 인공지능(AI)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가 도입된다. 계약 전 주택 주소를 입력하면 등기부등본,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 13개 항목을 확인할 수 있고, 임대인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DSR·채무불이행 여부 등 11개 항목이 추가된다. 시는 또 '민간임대 업무편람', 임대 가이드라인, 민관 협의회 정례화 등을 통해 사업자와 임차인 간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행정 혼선을 최소화한다. 아울러, 기업형 민간임대시장 확대를 위해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정부가 민간임대리츠에 대한 주택도시기금 출자 비율을 14%에서 11%로 줄인 만큼 시는 그만큼을 서울주택진흥기금으로 보완한다. 또한 민간임대 리츠 대출이자의 2%를 보전해 사업성 확보를 돕는다. 오 시장은 “조례 정비와 기금 운용계획안 수립을 거쳐 연말 시의회 심의까지 마치면 내년부터 집행이 가능하다"며 “초기 출자금의 약 3% 내외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탄력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자체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에도 제도 개선을 공식 건의했다. 민간임대사업자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완화하고, 사실상 '0%'로 묶여 있는 주택임대사업자 대출 제한(LTV 규제)을 풀어 자금 조달 여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장기임대 축소로 사라진 혜택을 보완하기 위해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공급 물량 확대 차원에서 일조사선 규제와 도시형생활주택 층수 제한 완화 등을 통해 추가 용적률 확보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임대사업자를 억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급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인허가와 기금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금융·세제 문제는 중앙정부의 응답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시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개발 가능지를 넓히고, 금융지원을 통해 사업 문턱을 낮춰 민간자본의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는 단순한 공급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서울시는 멈추지 않고 규제를 하나하나 걷어내며 민간임대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긴급 점검] 9·7 대책은 실패했나② “집값, 안 잡는 거냐 못 잡는 거냐?…모호한 李 정부 정책

9.7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서울의 주택 시장이 계속 불안해지고 있다. 시장에선 “주택 시장 안정화"라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민간 공급을 늘리거나 세제를 강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없이 시장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서울 상급지의 집값은 어차피 시장 수요에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방임하되, 공공 주택 공급을 늘려 서민 주거 서비스 공급에 주력하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6·27 대출 규제 효과가 반감된데다 9·7 공급 대책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이달 들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과열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값 상승폭은 △9월 1주차 0.08% △2주차 0.09% △3주차 0.12%를 거쳐 4주차에 0.19%까지 확대됐다. 인기 지역인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을 중심으로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정부의 '방관'을 꼽고 있다. 9·7 대책으로 실제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추가 대책이 필수적으로 내놓아 하는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시장을 지켜보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프롭테크리서치랩장은 “9.7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뒤로 미루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규제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이 보이니까 수요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다 보니 선호 지역이나 핵심 지역, 한강 벨트 등에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고, 그 결과가 변동률에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는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된 대출 규제 등이 주택 수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기존 6.27 대책과 9.7 대책에서의 수요 억제 정책도 '똘똘한 한 채'를 강화하는 구조다. 이를 막고 수요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쏠리지 않도록 분산하려면,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정책을 주택 수 기준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랩장은 실수요와 투기자를 구분하는 방식도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먼저 구분한 후 규제를 적용해야 하나, 현재 정책은 주택 수로만 판단하고 있어 기준이 불명확하다. 이로 인해 신혼부부나 신생아, 청년 대출까지 규제에 나선 것이라며, 윤 랩장은 6.27 대책은 사실상 가계부채 관리 대책일 뿐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윤 랩장은 “6.27 대책을 첫 정책으로 내놓으면서 시작부터 문제가 생긴 셈이다. 9.7 공급 대책은 애초에 수요자들도 기대치가 높지 않았을 것이다. 착공 기준으로 통계를 변경하더라도, 시장이 우려하는 공급 절벽은 당장 내년·내후년에 닥칠 문제라 통계 기준과 관련이 없는 문제다. 특히나 전월세 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공급 대책은 구체적인 착공 뿐 아니라 실제 입주가 있어야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전문가들과 자문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원인을 파악했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비롯한 시장에서 여러 차례 원인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고 또다시 수요 억제 중심으로 정책이 흘러가며 과거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과거 문재인 정부는 수요 억제 정책을 시행해도 공급이 많았다. 준공 물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문제가 덜했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는 내년·내후년 입주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수요 억제만 하니 구조상 더 불리하다"고도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도 “정부가 답은 알고 있겠지만, 지금 하는 걸 보면 서울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공공 공급도 중요하지만, 선호도가 높은 민간 공급을 풀어주고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 등 민주당에서 신경 쓰는 가치 때문에 알면서도 공급을 진행할 수 없을 테니, 이대로라면 서울 집값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나 전세 개혁 등 강력한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최근 SNS에서 “9·7 '무(無) 공급 대책'은 시장에 공급이 없다는 트리거로 작동해, 준공이 없는 인허가·착공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게 얼마나 잘못인지를 이제 주간 동향 시세로 정부는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현 체제로는 다 틀렸다. 전세 문제가 있어도 전세 개혁은 없고, 금융 부처는 수요 대책을 내지 못하게 쪼개버린다"고 정책 부재를 질타했다. 한문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도 “정부가 방심하고 있다. 6·27 대책이 맛보기였다고 할 거면 뒤를 이어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신호가 없어 규제를 안 낸 거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정부가 말로만 규제하며 시장을 방치하려는 거라고 판단하고 시장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공급 대책은 지난 10년 동안 전 정권들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기 때문에, 지금 내놓은 대책이 실현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결정적으로 분양 가격에 대한 정책 방향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 가격을 5~60% 수준으로 분양한다는 신호와 조성 원가제 시행, 전세 DSR 강력 규제만 시행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축소하고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조치도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확실한 대책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시장 위험을 강조하는 등 여러 명분을 내세우며 정책 진행을 방해하는 민주당 기득권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LH개혁위원회 민간위원)도 ㅂ유세 강화, 1주택자 혜택 축소 등 추가적인 '강력 조치'를 촉구했다. 남 소장은 “9.7 대책에서 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을 약간 규제한 부분은 있지만, 좀 더 강력한 조치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세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지만, 이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보유세를 강화하고,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발표만 해도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정책이 정말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다. 이 때 기대 수익률을 떨어뜨려야 다른 투자처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동해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다. 그래야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고,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가 생긴다"며 “이재명 정부 하에서는 세제 관련 정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도 시장이 불안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29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상대적으로 공급은 부진하고, 수요는 높은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상당히 (집값이) 오른 추세라고 보는데, 매우 시장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공급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좀 다양하다“며 “과거 정부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 일정한 강제력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법으로 (주택공급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 정책과 (과거 정부와의) 큰 차이점인데 아직 국회서 논의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가 가시화된다면 (공급대책에 대한) 우려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세를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으로 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김윤덕 국토장관 “9.7대책 이후 집값 올라…보유세 늘려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두 달여를 맞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9.7 주택공급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지만 김 장관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29일 세종시 모처 식당에서 김 장관은 지난 7월 31일 취임 이래 처음으로 오찬을 겸해 취재진과 공식적인 자리를 가졌다. 현재 국토부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달 초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발표됐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정부 의도와 달리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서울 주요 단지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수요-공급 균형이 깨져 매수자 우위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9.7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 흐름에 따라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 김 장관은 적극 항변에 나섰다. 김 장관은 “공급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좀 다양하다"며 “과거 정부에서 노후 청사나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정책의 툴이 (현 정부와) 유사하다라는 점에서 약간 불신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파트라는 것이 어디를 막 밀고 금방금방 지어서 공장에서 물건 만들듯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 정부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 일정한 강제력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법으로 (주택공급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 정책과 (과거 정부와의) 큰 차이점인데 아직 국회서 논의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가 가시화된다면 (공급대책에 대한) 우려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세를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으로 하자는 의견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국토부장관이 아닌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하고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이날 발표된 서울시의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해 사전에 조율이나 협의가 있었는지 질문에 대해선 아직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김 장관은 대책 발표 이후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이 상승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공급은 부진하고, 수요는 높은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상당히 (집값이) 오른 추세라고 보는데, 매우 시장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권한을 서울시장 외에도 국토부장관이 추가로 가지게 되는 점을 대책에 담은 것을 놓고 시장에선 공포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정부가 동원 가능한 수단을 가지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급대책의 주체가 될 LH 사장이 공석인 것에 대해선 “산하기관장 인사는 국토부 장관에게 모두 권한이 있지 않다"며 “대통령 뿐만 아니라 기재부장관과도 협의할 부분이 있다. (LH 사장 인사가) 늦어진 상황은 정확히 인식하고 있고, 빠른 시간 내에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 인사는 LH와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주택공급 문제는 LH가 책임기관으로써 강하게 정책을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서두를 것"이라며 “그러나 국토부는 인사 과정에서 과거 통계 조작(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통계 논란) 등의 아픔도 있어서 신중하게 (인사를)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주택공급 대책을 두고 엇박자가 일어난다는 비판에 대해선 “(서울시와) 마찰 있다고 보고받은 적은 없다"며 “(서울시와 소통이) 합리적으로 잘 되고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함께 노력하겠다는 인식은 같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변했다.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부동산 거래 신고 불통과 정상화 시점에 대해선 “지난 토요일(27일) 상황을 파악하고 (부동산 거래 신고를 하려는) 민원인들이 월요일(29일)부터 관할 지자체에 직접 방문해 신고를 하도록 조치했다"며 “부동산 실거래 신고는 30일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현재 문제가 생긴 기간은 제외해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긴급 점검] 9·7 대책은 실패했나① 불 붙은 서울 주택시장…소방수는 어디에?

정부의 9.7 주택공급 대책은 실패한 것일까?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했지만 최근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달 초 정책 발표 이후 3주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은 오히려 불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9·7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장단기적 해법에는 견해 차이가 크다. 상승론자들은 공급을 꾸준히 늘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하는 반면, 하락론자들은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9일 부동산R 114의 전국 아파트 주간 시황에 따르면 9월 4주차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1% 올라 전주(0.02%)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8월 첫주 차 0.27%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시세가 0.34% 오르면서 아파트 시장 가격 상승 움직임을 리드했다. 또 경기·인천과 수도권은 각각 0.12%, 0.25% 상승했다. 5대 광역시는 0.10% 올랐고, 기타 지방은 0.03% 오르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약했다. 실제로 이달 7일 대책 발표 이후 서울 핵심지역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다수 이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던 강남3구가 토지거래허가제 구역으로 묶인 가운데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 벨트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본격화됐다.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34평)이 26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이전 최고 거래가에서 1억원이 올랐고 59㎡(24평)도 22억원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이전 신고가에서 5000만원 오른 가격에 손바뀜 됐다. 성동구 금호동 이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 84㎡는 24억5000만원에 거래돼 역시 신고가를 경신했고, 59㎡ 또한 20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처럼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정부의 9.7 대책이 수도권 중심의 공공아파트 공급 확대에 포커스를 맞췄고 서울에서의 공급 대책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민간 분양 브랜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마용성 지역의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달 대책 공개 이후 시장이 오히려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정부가 추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되레 시장 불안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추가 대책 발표 전 자금력 있는 수요층이 서둘러 공급 대책을 피한 서울 핵심지로 매수를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9·7 대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데 대채로 동의하고 있지만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우선 하락론자인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가 집값이 오르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추가 규제나 수요 억제책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로 인해 투자·투기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책은 집값이 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발표돼야 한다"며 “집값이 오른 뒤 뒤늦게 내놓는 대책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의 방향성을 전환해 선제적·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135만 호 공급 계획은 대부분 인허가 단계에 머물러 단기간에 입주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사람들이 공약 물량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어 단기적 집값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정부의 민생 지원금 지급 등으로 시중에 수십조 원의 유동성이 추가로 풀리면서 통화량이 크게 늘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하되고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9.7 대책 이후 집값이 오르는 건 규제의 역설로 인한 효과"라며 “규제로 인해 오히려 서울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신고가와 신저가가 공존하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통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시키는 등 서울에서 충분한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규제로는 집값을 잡기에 한계가 있다. 공급에 의한 수요를 조절해야만 집값이 안정되지만 9.7 대책은 공공에 치중돼 민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거란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며 “분상제 폐지 같은 신호를 시장에 줘야 민간 공급이 함께 이뤄질 것이란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LH 개혁위원회 민간위원)은 정반대로 보유세 강화나 과도한 양도세 혜택 폐지 등을 통해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주택 가격은 금리나 대출 같은 수요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공급 수가 적어서라기보단 수요에 달린 문제다. 즉, 공급 대책으로만은 가격이 안정되기 어렵다"면서 “9·7 대책에도 대출 관련 일부 내용이 포함돼 가격 안정에 도움은 됐을 수 있지만, 집값 안정은 금융만으로는 모두 통제할 수 없다.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1주택에 대한 과도한 양도세 혜택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영·서예온·김유승 기자 ijy@ekn.kr

‘제시간 운행’ K-철도 명성…노·사·정 책임 떠넘기기에 깨진다

지난 8월 선로 사고 후 시작된 KTX 지연 운행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고용노동청이 안전 관련 인력 확충 등 노사 합의를 조건으로 주간 선로 공사를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인데, 코레일 노·사, 국토교통부 등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29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남성현역~청도 구간 작업 근로자 사망 사고 이후 한 달 간 경부선 KTX 정시율은 62.56%에 그쳤다. 고속열차 열 대 가운데 네 대가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지연 사태는 사고 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코레일 대구본부 관할 전체 선로에서 열차가 운행 중인 시간의 주간 작업을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근로자 2명이 선로 작업 중 사망한 만큼, 안전 확보 전까지는 코레일 대구본부 관할 구역 선로 전체에서 작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선로 보강 공사가 완료된 구간에 한해 고속 운행이 가능한데, 주간 공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구간에선 시속 40~60㎞로 낮춰 저속 운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코레일이 안전 확보를 전제로 한 노사 합의를 통해 작업 중지 해제 요청을 해야 철로 작업이 정상화되는데, 사고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철로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노조에 대해 코레일이 노조를 설득시킬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아니겠냐"며 “열차 지연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선 코레일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선로 작업 시 안전을 확보해 작업 중지 해제 신청을 하는 것이 우선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 노조는 주간 선로 작업 시 열차가 다가오는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근로자를 추가 배치해 근로자 안전이 완전 확보되기 전까지는 작업 중지 해제에 합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노조 관계자는 “주간 작업 완전 확보를 위해선 300명 이상 추가 인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사측은 260명 정도로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의견 차이를 보이는데다, 이마저도 상위 기관인 국토부 눈치를 보느라 확충 요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사측은 국토부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사측 한 관계자는 “국토부에 인력 확보를 위한 요청을 하고 있다"며 “다만 노조와 안전 확보를 위한 인력 규모에 대해선 차이가 있는데 의견 일치를 보기 위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코레일 노사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력 충원을 위해선 기재부에 예산 조정을 해야 하는데 노조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인력을 확충하면 안전이 확보된다는 근거가 없다"며 “코레일이 먼저 노사 합의를 통해 안전 확보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사·정이 KTX 지연 운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둘러 싸고 '떠넘기기'에 급급하면서 국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 야간 시간대에 최대한 선로 작업을 진행해 저속 운행 구간을 없애려고 노력 중"이라며 “야간 작업 확대를 통해 명절을 앞둔 다음 주부터는 지연 시간이 3분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야간 작업은 물리적으로 작업 시간이 부족해 지연 사태를 해소하려면 열차 운행 횟수를 감축하거나 열차 운행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국토부에 결정권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열차편 및 운행 시간 감축 문제는 국민적인 설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일축했다. 명절 기간 국민 불편은 가중될 전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에서 요청하는 사안들의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선 시일이 걸린다"며 “바로 추석이라 이번 명절까지는 현재의 지연 사태가 해소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경주 APEC 행사 전까지 야간 작업 확대를 통해 지연 사태를 최소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아파트 가격 ‘조작’ 의심 사례 425건 점검

정부가 서울 아파트 '가격 띄우기' 계약 의심 사례를 파악해 조사에 나섰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해제 신고 사례 중에서 가격 올리기 의심 정황이 있는 건수는 425건으로 파악됐다. 우선 국토부는 해당 의심 건에 대해 계약금 지급·반환 여부, 해제 사유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 중이다. 조사는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진행된다. 다만 필요 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기간도 연장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위법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가격 띄우기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에선 매물을 고가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고 국토부에 거래 신고를 한 뒤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동일 단지에 매매 거래가 성사되면 기존 거래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위법한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허위 거래 신고는 실수요자들에게 잘못된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매수자들에게 피해를 유발하는 불법 행위다. 부동산거래신고법상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가격 띄우기 거래를 국토부에 신고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한편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계약 해제 건수는 424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해제 건수(1천155건)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거래량 증가 및 전자계약 활성화에 따른 계약 해제 후 재계약 건수가 늘어난 배경이 크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 중에서 전자계약 건수는 4만6583건 가운데 1만1075건이었다. 작년 상반기 2만7753건 중 712건이 전자계약으로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전자계약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전자계약에 대출 우대 금리 혜택을 제공되면서 기존 계약 해제 후 전자계약 재신고와 전자계약 내용 정정·변경을 위한 해제 후 재신고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계약 해제 건수의 92.0%(3902건)는 동일 거래인이 동일 매물에 대해 동일 가격으로 재신고한 경우였다. 나머지(8.0%·338건)는 해제 후 가격 상승 재신고 25건, 해제 후 가격 하락 재신고 33건, 해제 후 미신고 280건 등이다. 김명준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장은 “가격 띄우기 사례 의심 정황이 파악된 거래 건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계약 중 거래 신고 해제 후 다시 신고가 되지 않은 280건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신고가 거래 후 재신고가 되지 않은 매매 계약은 최우선 감시 대상으로 불법 여부를 파악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내년 1기 신도시 정비구역 지정 최대 7만 가구로 확대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 물량 한도를 기존 2만6000가구에서 7만 가구로 크게 늘렸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서부지사에서 경기도 및 성남·고양·부천·안양·군포시와 협의체를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협의체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에 대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 제안' 방식으로 진행될 후속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국토부는 2030년까지 1기 신도시 정비 사업을 통해 6만3000가구를 착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년 11월 선정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15개 단지 가운데 연내 2∼3곳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 국토부는 9·7대책을 통해 기존에 공모 방식으로 선정했던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 주민 제안 방식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기본 계획상 연차별 예정 물량을 초과한 구역 지정 접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최종적인 구역 지정 물량은 이주 여력을 고려해 협의체에서 국토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상한 물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구역 지정 가능 물량 상한은 일산 2만4008가구, 중동 2만2200가구, 분당 1만2000가구, 평촌 7200가구, 산본 3400가구로 결정됐다. 또 협의체는 1기 신도시 정비 사업 추진을 위한 이주 대책 상황도 점검했다.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지자체는 이주 수요 흡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이주 수요 관리 방안 수립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주 여력이 부족한 분당에 대해서는 관리처분 인가 물량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주 대책을 보완할 예정이다. 특히 1기 신도시 지역별로 향후 5개년 관리처분 가능 물량 예측치를 조사해 11월 중 공개한다. 유지만 국토부 신도시정비협력과장은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통합 수립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개발 취득을 위한 주민 동의서도 비슷한 의견이 개진된 동의서는 같은 동의서로 판단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기존엔 선도사업만 행정지원을 했다면 이번부터 후속사업지도 행정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소문고가 무대책 철거에 “교통 지옥”…시민들 ‘분통’

서울 사대문 관문인 서소문고가 철거가 본격 진행되면서 일대가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철거 전 약속했던 안내 인력·경찰 배치 등의 대응책을 취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분통을 샀다. 25일 오전 7시반 서소문고가 도로가 위치한 충정로역 근처는 2차로가 차들로 꽉 막혀 정체를 빚고 있었다. 시가 지난 21일부터 서울 중구 중림동과 순화동에 걸쳐있는 폭 15m, 길이 493.2m인 왕복 4차로의 서소문고가도로를 철거하기 위해 전면 폐쇄하면서 모든 차들이 고가 도로 밑 2차선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서소문고가는 1966년 완공된 이래 59년간 신촌·상암·마포·여의도 등 서부권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안전 진단 결과 노후화가 심각해 전면 철거가 결정됐다. 당연히 이로 인한 일대 도로 출퇴근 교통 정체가 예상됐고 시도 대응책을 내놨었다. 철거 현장과 인근에 안내 인력 30여명을 배치해 우회로를 안내하고 경찰청과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교통체증을 분산하겠다는 게 뼈대다. 해당 도로를 지나는 경·인천 광역버스 20개 노선과 서울 시내버스 11개 노선도 우회시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철거를 앞두고 지난 7월말 서소문고가 현장을 찾아 철거 시 벌어질 수 있는 교통불편을 최소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책이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아침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철거 현장 인근 도로에선 차량 우회 안내 인력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결국 서소문고가 인근 충정로역에서부터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인 중림동 삼거리까지 평소라면 출근길 정체를 감안해도 5분이 걸리던 거리가 이날은 30분 가까이 소요됐다. 또 시는 교통 경찰 배치를 공언했지만 이날 서소문고가 철거 인근 도로에선 단 한 명의 교통 경찰도 없었다. 출근길 지각이 불가피하게 된 시민들은 애꿎은 버스기사에게 항의하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도로 한 가운데에서 정차 중이던 한 버스 기사는 승객들의 하차 요구에 안전을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는데, 승객들은 “지각인데 책임 질 거냐", “빨리 문 열어 달라. 회사에 뛰어서라도 가야 한다"고 강하게 항의해 소동이 벌어졌다. 한 승객은 “오세훈 시장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며 욕설과 고성을 내뱉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세교 시 교통안전팀장은 “안내 인력 30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지만 교통법상 도로 위에 교통 안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경찰관 및 모범택시 운전수로 한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모범택시 운전사들을 현장에 안내 인력으로 투입했는데, 직접적으로 차량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교통경찰 부재에 대해선 “경찰청에 철거 현장 인근에 인력 배치 요청을 했지만, 현재 초등학교 유괴 사건 이슈로 아침 시간대에 경찰 인력이 대부분 초등학교 부근과 통학길에 배치돼 있어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며 “고가 도로 밑 정체 구간에 한해서라도 교통경찰이 추가로 배치될 수 있도록 경찰청에 협조 요청을 독촉하겠다"고 말했다. 고가 밑을 다니던 버스를 우회시키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시 버스정책과에서 고가 위를 지나는 직진 버스 노선에 대해 우선 우회하도록 계도했다"며 “고가 밑 노선 버스 우회 문제는 버스정책과에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서울 아파트 다 10억대?…‘알뜰 매물’도 수두룩

최근 몇년새 서울의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10억원 이하의 집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넉넉치 못한 자금으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이들이 원하는 6억~7억원 미만의 아파트들도 여전히 곳곳에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서울 외곽에 위치한 상당수의 구축 아파트들의 경우 가격이 낮게 형성된 상태에서 매물도 꾸준히 나와 '실속'을 찾는 수요자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 시장의 현황과 신혼부부 등 자금이 부족한 이들에게 적합한 내 집 마련 전략을 알아보자.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6·27 부동산 대출 규제로 6억원 이하로 대출 한도가 제한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입과 분양 시장의 진입 장벽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을 비롯해 영등포구 문래동 등 비교적 시세가 낮아 신혼부부 등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의 구축 아파트는 청약 가격대인 5억~7억원 수준과 비슷하게 거래되고 있다. 지난 22일 만난 문래동 A 공인중개소 한 관계자는 “문래 지역도 많이 올라 오피스텔 18평형이 4억원 정도로 6억~7억원대 아파트는 찾기 어렵지만 매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집값이 높게 뛰었던 문재인 정부 때만 오른 게 아니라 최근까지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살기 괜찮은 아파트는 10억원대에 거래되고, 브랜드 아파트는 17억원대가 기본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B공인중개사도 “6·27 대책 이후 대출이 막히면서 집 구매가 어려워 한동안 거래가 끊겼지만 최근 들어 문의 전화가 다시 오는 분위기다. 오름세가 꾸준하지만, 최근 18평 구축 아파트가 5억7000만원에 나왔다가 5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구하기 나름"이라고 전했다. 이어 “7억원 미만 아파트 매물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현대2차아파트도 6억원대 매물이 나와 있다"“며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은 강남 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해당돼 여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일 거래된 문래현대5차 전용 84.79㎡형은 직전 계약 대비 1억600만원 하락한 8억499만원에 매매됐고, 같은 날 한신아파트 전용 40.04㎡형도 4000만원 오른 5억7000만원에 손바뀜해 여전히 서울 타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노도강 일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준공 38년차인 노원 상계주공 전용 58.01㎡는 지난 13일 5억7800만원에 계약됐다. 40년차인 노원 미성 전용 50.14㎡도 지난달 30일 7억18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우성 전용 84.88㎡는 34년차로 21일 6억4500만원에 손바뀜했다. 39년차인 도봉구 삼환도봉 전용 59.96㎡는 지난달 11일 5억9900만원에 계약됐다. 상아1차아파트 전용 84.22㎡도 39년차로, 21일 4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구에서는 17년차인 수유역두산위브 전용 85.00㎡가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하락 거래도 계속 이뤄지는 분위기다. 노원구 대림벽산 전용 141.45㎡는 지난 20일 직전 대비 2억5500만원 하락한 12억9500만원에 계약됐다. 포레나노원 전용 84.90㎡도 지난 2일 직전보다 700만원 떨어진 11억2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도봉구 주공19단지 전용 90.94㎡도 지난 8일 이전보다 2000만원 하락한 9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강북구 동아청솔 전용 59.96㎡ 역시 지난 9일 직전 대비 1200만원 떨어진 9억9500만원에 판매됐다. 다만 이같은 가격대는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지구보다 높다. 왕숙 A2블록 전용 55㎡는 4억2363만원, 1블록 전용 59㎡는 4억2933만~4억5651만원에 불과하다. 새집을 원하는 신혼부부나 출산 가구들의 경우 3기 신도시의 특별공급 혜택을 활용해 분양시장 진입을 노리는 게 나은 이유다. 그러나 특별공급 대상이 아니거나 전체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청약을 노리기 어려운 이들은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서울 외곽 구축 아파트로 유입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비교하면 외곽 지역은 약 10억원 가량 낮다"면서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상급지로의 갈아타기 수요가 겹치면서 거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중소형(전용 59~84㎡)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4억원에 달한다. 전세대출로 6억원을 마련하더라도 최소 8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또,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평균 15억원을 넘어섰다. 예컨대 곧 분양을 앞둔 경기도 광명시 철산역 자이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으로 전용 84㎡가 15억원을 웃돌았다. 내달 분양하는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은 분앙가가 3.3㎡당 6000만원, 전용 84㎡는 20억~21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인기 지역인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과 한강변 주요 지역에서는 30평형대 아파트가 20억~30억원에 달한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세 물량도 줄어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주요 지역에서 매물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재건축 호재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고, 전세 매물도 씨가 말라 월세로 알아봐야 한다. 동여의도 기준으로 오피스텔 전세는 2억4000만원, 월세 기준 100/3000 정도다. 오피스텔 매물도 많지 않고, 도심형 생활주택을 노릴 경우 방 3개 있는 구축을 살 수는 있지만 대부분 낙후돼 추천하기 어렵다"고 전언했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6억원대 아파트 매물을 점차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토스에 따르면 2015년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80.5%였지만 올해 9월 기준 15.8%로 급감했다. 반면 '9억~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5.6%에서 33.3%로 늘었다. '15억원 초과' 비중도 1.4%에서 27.3%로 증가했다. 더욱이 HUG에 따르면 수도권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8월 말 기준 2915만원으로 전년 대비 6.15%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실거주자라면 여력이 있을 때 매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값과 인건비, 지대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공사비가 점점 올라 재건축·도시정비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를 분양 받더라도 추가 분담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크고, 분양가도 계속 비싸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7로 전월 대비 소폭 올랐다. 공급 절벽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 가구, 수도권은 1000가구 수준으로, 2015년 5월 이후 가장 적다. 서울은 단 46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 9월 7일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착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데다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노원은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이 꾸준한 지역으로, 서울시에서 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구 중 하나"라며 “최근 서울 매입 트렌드가 흔히 말하는 '똘똘한 한 채'나 상급지 쪽으로 집중되면서 노도강이나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같은 외곽 지역들의 거래도 발생하지만, 가격 움직임은 강남권이나 한강변 등 특정 지역 위주로 제한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절세 이슈나 대출 규제 영향도 있어 자기자본 비율이나 대출 한도를 살펴봤을 때 실거주 목적에서 접근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며 “실거주라면 유효하겠지만, 1년 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올해는 산재 국감”…CEO 줄소환 예고에 건설사들 ‘초긴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건설업 산업 재해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산재가 발생한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체 관계자들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는 추석 이후인 다음 달 중순부터 말까지 약 2주간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번 국감에선 특히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타깃'이 된 건설 현장 산재 사고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올해 국감의 가장 큰 포인트 중 하나가 산재 문제가 될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최소한 산재 사고 발생 건수가 1~3위 안에 드는 업체들은 전부다 소환될 것"이라며 “아직 국감 일정이나 전략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건설업의 경우 전체 산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토위, 환노위 의원들이 실태 조사와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감장에 주요 건설사 CEO들이 줄줄이 소환될 전망이다. 직접 불러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다는 명분에서다. 현재 한국의 산재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은 0.39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0.12), 독일(0.11), 영국(0.0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계에선 최근 산재 및 부실시공 사고 등이 일어난 업체들의 CEO들이 줄줄이 국감장에 소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에만 사망자가 6명 발생해 증인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큰 업체 중 하나로 지목된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사망사고가 4건 발생해 이 대통령이 직접 지적하는 등 CEO 소환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아파트 하자 분쟁으로 전중선 대표가 증인 출석한 바 있다. 만일 이번에도 출석이 확정되면 2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불려 나오게 된다. 모기업인 포스코그룹 광양제철소에서도 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장인화 회장 소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또, GS건설도 최근 서울 성동구 재개발 현장에서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해 압박을 받고 있다.이랜드건설은 올해에만 사망사고가 4건 일어났다. DL건설도 지난 8월 의정부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냈다. 여당 소속 한 국토위 의원실 관계자는 “증인 소환 관련 명단은 주고받았고 구체적인 가이드도 정해져 있지만, 아직 실제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야당도 명단을 철저히 비공개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곧 여야가 만나 명단을 두고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당 측 다른 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강하게 산재 예방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엄중한 분위기가 예상된다“며 “최근 산재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기본적으로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에서는 CEO 소환 시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은 물론, 사업 일정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 등의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실효성보다는 자칫 '호통 청문회'로 흐를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온다. 정치적 공세나 보여주기식 질타에 그쳐, 정작 현장 안전 관리 개선을 위한 제도적 해법 마련에는 소홀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 CEO 소환에 그치지 않고 안전 감독 강화와 하도급 구조 개선 등 구체적 제도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질타를 받으면 이미지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국정감사장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동안 '안전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대책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제도적인 보완책이 병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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