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올 연말, 내년 초 종료되면서 대표이사의 연임 및 교체 여부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보다는 CEO들이 갖춘 투자금융(IB) 영업력이 연임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업황 악화로 전년 대비 절반 정도 실적을 기록한 데 반해, 실적의 30~40%를 차지하는 IB 부문은 대표의 영업력이 큰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와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가 오는 12월 만료된다. 이어 내년 3월에는 최현만·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등이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외에도 BNK투자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DB금융투자,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가나다순) CEO들의 임기가 비슷한 시기 종료될 예정이다.일반적으로 회사의 연간 혹은 3분기 누적 실적이 CEO의 연임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작년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의 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으나,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증권 업황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둬 대부분 연임에 성공했다. 유일하게 연임하지 못한 김재식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도 리더십을 인정받아 미래에셋생명 관리총괄 사장으로 옮긴 뒤 곧 대표로 선임됐다.그러나 올해는 전반적인 증권 업황 악화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전년 대비 약 50%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오는 12월 각자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KB증권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0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의 누적 순익은 5704억원으로 55.2% 증가했지만, 이는 사옥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합쳐진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전년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만큼은 증권사 대표의 연임 여부는 실적 감소 여부로 좌우될 수 없다고 본다"며 "그만큼 증권업계 상황이 안 좋아 공통적으로 실적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업계에서 보는 연임의 제1조건은 ‘IB 영업력’이다. 과거 증권사 실적 중 10~20%에 불과했던 IB 부문 비중이 근래 들어 30~40%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부채자본시장(DCM), 금융주선·인수 등이 포함된 IB 사업은 경영 책임자가 지닌 영업력에 의해 딜 수임 여부가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곧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 중에서도 IB 업계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대표들이 많이 있어, 오너·그룹의 변심이 없다면 무리 없이 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정일문, 김성현 대표 등이 ‘IB 전문가’로 알려졌으며, 황현순 대표 역시 IB 베테랑이자 키움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입성을 이끈 리더다. 최현만 대표도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IB 변신’을 이끈 리더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은형 대표는 글로벌 영업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또한 증시를 둘러싼 경기가 내년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며 내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는 교체보다는 현행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안정 카드’를 택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일문 대표의 4연임으로 이미 체계가 공고히 갖춰져 있으며, 반대로 황현순 대표는 이제 1년의 임기밖에 보내지 않아 또다시 사령탑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보다는 다수 IB 딜을 끌어올 수 있는 ‘인맥’을 갖춘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IB 업계 경력을 보유한 대표라면 저마다 대기업 그룹에 친밀한 라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suc@ekn.kr▲(윗줄 왼쪽부터)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 (아랫줄 왼쪽부터)김성현 KB증권 대표,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