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 연말 4대 금융그룹의 산하 증권사 3사(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체제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였다. KB증권의 각자 대표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하나증권 대표는 교체된다. 그간 각자 대표체제를 유지했던 신한투자증권은 단독 체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각 사의 내년 사업 방향도 변화가 보일지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증권,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 유지...내년에도 IB 호실적 이어간다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최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 박정림·김성현 KB증권 현 공동 대표들을 후보로 추천했다. 사실상 현 대표 체제를 1년간 유임한다는 결정이다. 내년 주요국의 통화 긴축 유지 및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행 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안정감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KB증권은 올해 증권업계에서 가장 투자금융(IB) 실적이 좋았던 증권사로 꼽힌다. 전통의 강자 지위를 차지했던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은 물론, 사상 최대급 기업공개(IPO) 딜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힘입어 주식발행시장(ECM)에서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사상 처음으로 한 증권사에서 양 부문 동반 1위를 기록한 사례다. 이외에도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부문에서도 업계 상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관측된다.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박 대표의 중징계 리스크 해소도 연임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박 대표는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의결 받은 상태지만, 최근 동일한 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박 대표가 주관했던 자산관리(WM) 부문이 불리한 업황에도 불구하고 자산 증가세를 유지하기도 했다. 특히 박 대표는 증권사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으로 상징성이 높고, 지주 자본시장부문 및 CIB총괄부문장직을 겸해 그룹 내 신임과 영향력이 상당하다.KB증권 관계자는 "내년 어려운 시장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네트워크 강점과 그룹 협업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선제적인 IB 솔루션 제안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계획"이라며 "특히 M&A와 인수금융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내년에도 IB 전 부문의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강성묵 신임 대표 유력...리테일·WM 확장 주목하나증권은 그간 지휘봉을 잡아 온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그룹 대추위에서는 신임 대표로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를 단독 추천한 상태다. 강 대표는 하나은행 영업지원, 경영지원, 중앙영업 등 그룹장을 거쳐 자산운용 계열사 대표까지 역임해, 리테일 및 WM 부문에 두루 경험을 갖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하나증권의 올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4364억원으로, KB증권(3064억원), 신한투자증권(2940억원)에 비해 높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최근 증권업계 화두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대표 교체를 결정한 것은, 내년에도 IB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강 대표의 주 분야인 리테일, WM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그간 주력 계열사 대표를 맡지 못해본 강 대표를 시험대에 올려 차기 그룹 주축 임원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신임 대표가 정식 부임하기 전이라 하나증권 측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며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내년이 돼야 간략하게나마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소방수’ 떠나고 김상태 단독 대표 체제...IB 확장 정조준신한투자증권은 이영창 대표가 물러나고 김상태 대표 단독체제가 본격화된다. 과거 옵티머스 사태 후유증으로 실적과 고객의 신용이 하락했던 신한투자증권은 ‘소방수’ 이영창 대표 부임 후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 책임이 마무리되고, 사명 변경, 사옥 매각을 통해 기업 이미지 일신과 자금력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그룹이 단독 체제 전환을 결정한 것은, 맡은 역할을 다한 이 대표를 내려 ‘IB 전문가’ 김 대표의 지휘 하에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로써 IB를 중심으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시너지가 강화되는 포석이 마련된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IB 수수료 수익 215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0.1% 성장한 바 있다. 법인 생태계 구축으로 확보한 다수 법인 고객이 IB 실적으로도 연결되고, IPO 시장 한파에도 더블유씨피, 대성하이텍 등 다수 딜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해, 내년부터 해외 딜 수임 기대치도 높아진 상황이다.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김 대표가 법인 생태계 구축에 따른 리테일-IB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내년 IB와 리테일에서 계속해서 딜이 수임되는 시스템이 정착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suc@ekn.kr(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김성현 KB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내년부터 각사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