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기대감에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금리 고점이 머지 않았다는 판단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은행 위기가 부각되면서 재차 주목 받기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달 간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3배 ETF(TMF)’를 1억1095만달러(한화 1448억5613만원)규모로 사들였다. 해당 채권 ETF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를 3배로 추종한다. 순매수 상위 종목 12위를 차지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장기채’(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에도 2762만달러(360억원)의 돈이 몰렸다. 해당 ETF는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21거래일 연속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달 14일 상장 이후 280억원의 자금이 유입, 11일 기준 순자산규모 430억원이 들어왔다.국내 장기채 상품도 인기다. 개인은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를 161억원 가량 사들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ETF’도 상장(올해 2월1일) 당시 150억원이었던 순자산총액이 11일 기준 652억원까지 늘어났다.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ETF’는 최근 한달 간 1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해당 상품은 국내 상장된 채권형 ETF 중 듀레이션이 가장 긴 초장기형 상품이다. ‘듀레이션’이란 채권의 잔존 만기 평균기간이다. 일반 국고채 30년물의 듀레이션은 18~19년 수준인 반면, 스트립 30년물의 듀레이션은 28~29년으로 50% 가량 더 높다.장기채 ETF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반적인 채권 금리 수준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시 장기채 ETF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기존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아지고 기존 채권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이에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둔 투자자는 금리가 하락할 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미국의 최종 정책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도 점차 떨어지는 중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지난 7일 현지 12개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3분의 2인 8곳이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5.00∼5.25%로 전망했다.전반적으로 한 달 전에만 해도 투자은행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두세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한국은행도 지난11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을 확인하지 못한 만큼 채권 ETF에 대한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긴축을 장기화할 가능성,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 등이 변수라고 전망했다.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적 통화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면서 "한은도 실질 기준금리(기준금리-물가 상승률)가 0.5%는 돼야 인하를 논의해 볼텐데, 그 시점은 빨라야 내년 1·4분기"라고 말했다.yhn7704@ekn.kr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