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집계된 코스피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가 한 달 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감돌던 경기 연착륙, 금리 조기 인하 등 기대감이 잦아들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악재가 시장을 덮쳤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잠정 실적 발표 결과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성장 둔화가 연내 이어지는 가운데, 연간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4개 코스피 상장사(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해성디에스 잠정실적 포함)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3조9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1.87% 줄어든 수치로, 1년간 계속된 글로벌 긴축 기조가 각 상장사의 실적에 끼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최근 증권가에서 집계하는 1분기 실적 추정치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154개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3월 18일 기준 25조9738억원으로 전망됐으나 불과 한 달 사이 7.7% 줄었다. 3~4월간 부각된 금리인상 장기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경기 침체 우려 부각 등 리스크가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더욱 낮춘 것으로 보인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만 하더라도 미국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무착륙’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3월 SVB 파산 사태로 그런 전망이 많이 후퇴했다"며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축소된 것도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 하향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도 시장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부추기고 있다. 이달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000억원, 한달 전 집계됐던 추정치(1조9071억원)보다 68.5% 낮은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95.8%나 감소했다. 어닝 쇼크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수하던 메모리 ‘무감산’ 전략을 파기, 인위적 감산을 선언하기도 했다.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장주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전망을 보수적으로 내놓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1개월 전 대비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크게 낮아진 곳은 화승엔터프라이즈로, 148억원에서 44억원으로 72.3% 줄었다. 삼성전자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뒤를 이었으며, 그다음은 SK이노베이션(-53.3%)이었다.코스피 상장사들의 부진은 코스닥 시장과 비교했을 때 더욱 심각하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1분기 총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52%가량 줄어들 동안, 코스닥 상장사 41곳의 영업이익(6337억원) 감소폭은 9.22%에 지나지 않았다.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에 비해 커버하는 종목 수가 많지 않다"며 "또한 1분기 동안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들이 급성장하며 시장을 이끈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물론 예외는 있었다. 지난 7일 발표된 LG전자의 영업이익 잠정치는 1조4974억원으로, 한 달 전 집계된 추정치(1조138억원)보다 47.7%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9% 감소했지만, 동종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6000억원)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쾌거를 거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가전 판매량이 확대된 반면 업황이 바닥을 친 반도체 사업이 없다는 것이 메리트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같은 날 발표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도 6332억원으로, 2차전지 산업 호황을 등에 업고 추정치(4516억원) 대비 40.2% 높은 성과를 거뒀다.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장사들이 1분기 전체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며, 올해 연간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에프앤가이드가 연간 실적 추정치를 집계한 182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144조20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0% 줄어든 규모다. 이 역시 약 한 달 전 추정치에 비해 4.2%가량 낮아진 전망치다.한지영 연구원은 "2분기, 또는 오는 3분기까지도 국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 둔화는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이미 주가에는 어느 정도 반영이 됐기 때문에 현재 투자자 관점으로 봤을 때 큰 악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suc@ekn.kr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