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이 칼을 빼 들었다. 해외 법인으로도 부족해 벤처캐피탈(VC) 업계 상위권 자회사까지 매각한다.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까지 실시하자, 다올투자증권의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시장에 팽배한 상황이다. 반면 다올투자증권의 유동성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며, 다량의 현금을 확보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비장의 한 수’라는 분석도 나온다.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태국 법인과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물로 내놨다. 다올 태국법인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한 태국 소재 현지 법인이며, 다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1호 VC로써 확고한 입지를 가졌다. 양사 모두 올 3분기 말 누적 기준 흑자를 내고 있기도 한 ‘알짜’ 자회사인 만큼 수많은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다올투자증권은 최근 공시를 통해 "자회사 매각 절차를 추진 중에 있으나, 관련 세부 조건 및 거래 상대방, 매각 일정 등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이와 관련해 구체적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이런 다올투자증권의 갑작스러운 행보는 올 하반기 불어닥친 부동산금융 위기의 여파로 해석된다. 현재 중형 증권사들은 올 한해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지난 10월경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은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71%로 중형사 중 톱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최근 실시된 감원 조치도 다올투자증권의 위기를 반영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까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희망퇴직은 주력인 투자금융(IB) 부문 업황 악화에 따른 조치로, 내년도 불황이 예상되며 부서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로 전해진다.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알짜배기 자회사를 이만큼이나 내놓고,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까지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실제 다올투자증권의 위기 수준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의 브릿지 론 규모는 약 2000억원대로, 그 두배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예상치 못한 레고랜드 사태로 현금 확보에 일시적 위기를 맞게 됐지만, 자기자본 규모(6949억원)와 정부가 내놓은 채권시장 안정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결국 자회사 매각 및 감원 등 일련의 조치는 향후 다시 있을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 주주와 협력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이 회장의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 혼자만의 저력으로 위기를 넘길 수는 있어도 현 시장 상황상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르는 만큼 단기간에 대량이 현금을 보유해 놓으려면 자회사 매각이 확실한 선택지라는 것이다.또 실제로 겪은 위기와 그에 따른 갖가지 루머로 다올투자증권이 신용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자회사 매각과 비용 절감으로 발생하는 현금 수입은 다시금 시장 참여자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안겨줄 수 있다. 태국 법인과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할 시 발생하는 수입은 약 3000억원 이상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자기자본 절반 수준이다. 자회사 매각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7일, 다올투자증권의 주가는 장 초반 17.42%까지 급등하기도 했다.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다올이 부동산 PF에 집중했다고 해봤자 결국은 자기자본 100% 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서 너무 황당한 소문이 많이 돌아 불안감을 조성한 감이 있다"고 귀띔했다.다올투자증권은 그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향후 사업 재편을 통해 또 다른 먹거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감원 조치에 따른 IB 부서 축소와 더불어 수익성 낮은 사업이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데, 웹트레이딩서비스(WTS)가 내년부터 종료되고 해외주식 서비스 규모도 줄일 예정이다. 하지만 새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 회장도 신년 사업계획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애지중지하던 자회사를 매각한 것은 그만큼 그룹의 단호한 결단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다량 확보된 현금을 통해 다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장기 비전을 펼쳐 보이겠다"고 강조했다.suc@ekn.kr다올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