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 금융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은 잔인하다"고 연이어 발언하자 은행권은 좌불안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서민금융 금리가 15.9%까지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신용자는 저금리로 장기, 저신용자는 고금리로 단기로 돈을 빌려준다"면서 “금융이 가장 잔인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한 번 빚지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닌다"며 “왜 가난한 사람들끼리 손실을 다 감당하나.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의 지적처럼 금융의 냉정함이 때론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속성에서 비롯된다. 대출 금리에는 차주의 신용프리미엄이 반영된다. 과거 상환·연체 이력 등을 고려해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는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연체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는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시장 원리다.
이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면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 대출 위험이 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는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은행을 향한 비판이 당장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도 우려된다. 대출을 제때 잘 갚았지만 오히려 금리 등에서 차별을 받으면 차주가 빌린 돈을 성실히 갚아야 할 유인이 사라진다.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금융기관과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흔들리게 된다. '신용이 낮으면 금리를 높게 받는다'는 기본 원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물론 은행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 역할이나,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기업에 대한 은행의 생산적 금융 강화 등의 요구는 타당하다. 그동안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온 것에 대한 비판 역시 일리가 있다. 다만 은행의 냉정함을 곧 은행의 잔인함으로 단정하기에는 지나친 부분도 있다. 금융기관은 그 냉정함을 바탕으로 지금의 신용사회와 금융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서민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금융 때리기만으로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잔인한 현실을 바꾸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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