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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전기요금제’ 이르면 하반기 시행…전력정책 대전환 신호탄

산업부가 하반기 최고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도매요금 체계부터 우선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등요금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사안이다. 다만 이 제도는 그동안 단일요금제로 굳어온 국가 전체의 전력산업과 정책을 뒤바꿀만한 위력을 갖고 있어 산업부는 관련 용역결과를 통해 신중히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분산에너지특구와 RE100 국가산단 등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으로, 향후 에너지 산업 구조와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설계 중에 있다"며 “도매요금과 소매요금 적용을 동시에 진행할지, 순차적으로 진행할지는 용역 결과를 보고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12월 '송배전 이용요금 합리화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올 1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 체계개편에 대한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현행 전기요금체계는 전국 단일요금제로, 요금에 지역 간 송배전 거리나 계통혼잡도 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공급은 서남권·강원권 등 지역으로 몰리고, 수요는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전력공급을 위해 대규모 송전망을 건설해야 해 이에 따른 지역 민원과 전력 손실 및 계통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지역별 차등 요금제다. 이 제도는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간의 요금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요금을 상대적으로 더 싸게 해 전력수요가 쏠리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초 산업부는 도매요금 차등화는 올 하반기, 소매요금 차등화는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 따른 전력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크고, 산업부 장관도 새로 임명되는 만큼 시행 시기는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에서 모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시행은 확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전북 군산 유세에서 “서울과 영광의 전기요금이 같다. (전력 자립률 높은) 지방은 싸게, 소비지는 송전비를 붙여서 더 비싸게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기업은 더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자위 여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청문회에서 “차등요금제는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 지역균형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며 “산업부 전 차관이 3개월 전에 국회에 보고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보고가 안됐다. 준비 상황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RE100 국가산단과의 연계해서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에 대한 동시 설계가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 설계는 도매요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매요금은 배제되는 구조"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그는 “도매요금이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단순 구분되는 반면, 소매요금은 보다 정밀한 권역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소매요금 권역 구분은 보다 정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 단일 전기요금제만 적용해 온 우리나라가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한다면 전력산업과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은 에너지 시장 구조를 전면 재편할 수 있는 전환점이자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의 협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향후 하반기 도매요금 차등화 결과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단일요금 체계를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시범적으로 특정 지역 RE100 산단에 한해 요금 차등이나 정책적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방식은 가능성 있다"며 “결국 산업 경쟁력과 계통 효율성,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단지 RE100 산단에만 한정되지 않고, 기존 분산에너지특구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산업단지 내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PPA) 확대와 연계돼 한전의 산업용 전력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한전 재무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은 전기사업법 개정 등 제도적 전환이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들의 반발, 민생 물가 부담에 대한 정치적 부담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직접적인 차등요금제 도입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RE100 산단 입주 기업에 한해 세제 감면, 전력구매계약(PPA) 지원, 전기요금 간접 할인 등의 방식으로 우회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RE100 산단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산업단지로, 송전 부담을 최소화하고 지역 발전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지역 차등요금제' 적용의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 14년전 북한과 희토류 개발 합의…“재개되면 남북 경협 물꼬 트고, 공급망 다변화 효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 남북한이 북한의 희토류 등 7개 광종을 개발하는 협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북한 관련 기관은 본계약 체결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했으나, 그해 12월 김정일 전 북한 최고지도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모든 일정이 중단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희토류 품위(함유량)는 10.9%로, 현재까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마운틴패스의 8.9%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광물로, 중국이 전세계 공급망을 꽉잡고 자원무기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북한 희토류광산을 개발해 도입한다면 독자적인 공급망을 갖추게 되고, 남북한 경제협력 물꼬를 트는 계기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강천구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에 지난 2011년 11월 30일 남측의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측의 명지총회사가 체결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서'를 공개했다. 강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당시에 국내 자원개발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의 본부장을 맡고 있었으며, 합의서에도 공사를 대표해 직접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북측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와 남측의 광물자원공사는 남북간 관계 개선을 대비해 다음 사항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성실히 의무를 준수하기로 한다'며 정촌흑연광산 정상화와 7개 광종에 대한 공동 개발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2003년 합작계약에 따라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에 위치한 흑연광산을 공동 개발해 생산물을 남측까지 들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는 5월 24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광산개발은 중단됐다. 합의서는 이를 재개함과 동시에 다른 광산까지 공동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이 합의서에서 중요한 것은 희토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북한이 먼저 희토류 개발을 제안했다. 광종 중에서 희토류를 맨 앞에 적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북한은 남한이 희토류 확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길 것을 알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앞서 2010년 9월 일본과 중국 간의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중국이 희토류 공급 중단을 선언하자 일본이 바로 꼬리를 내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세계에 희토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가 알려지게 됐다. 북한의 희토류 개발 제안은 매우 적극적이었고, 진심이었다고 강 교수는 말한다. 명지총회사 측은 합의서 체결 자리에 희토류 광석 샘플을 가져와 “남측이 이걸 한번 조사해보라우"라며 건냈다. 강 교수는 샘플을 가져와 광물자원공사 연구소를 통해 품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10.9%가 나왔다. 이는 세계 1위 매장지인 중국 바이윈어보 광산의 4.94%보다 거의 2배, 세계 2위 매장지인 미국 마운틴패스의 8.9%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강 교수는 “북한의 희토류 주요 매장지는 평안도와 황해도로 알고 있다. 당시 북한과 공동 조사하는 것까지 합의가 됐었는데 곧바로 김정일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끝내 못하게 돼 매우 아쉬운 마음"이라며 “북한과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협력이 재개된다면 희토류를 포함한 자원개발은 서로에 득이 되고, 우리로서는 중요한 독자 공급망을 갖게 되는 길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검토해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한 경제협력은 개성공단, 경수로 사업처럼 남측에서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정치적 리스크로 언제든지 물거품이 될 수 있고, 희토류 개발도 북한으로선 굳이 남한과 하지 않고 중국과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중국은 자국에 정제련 시설을 갖추고 북한에서 광석만 가져가기 때문에 북한에 부가가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북한 내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반대로 우리나라는 정제련 시설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 시설을 지어 부가가치를 높여주고 우리는 생산물만 가져오면 양측이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북 기업만으로 사업을 한다면 사업이 중단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잘 안다"며 “중국과 3자 합작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중단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남북한 경제협력은 정치적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고, 이후 실질적 사업에 들어간다해도 기업의 경제성 보장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희토류 광물 관련 전문가는 “남북한이 정치적 타협으로 희토류 공동 개발에 나선다 해도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공급망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경쟁국, 경쟁사들의 성장을 제한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은 결국 기업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보장, 경제성 확보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가 10~20% 만이라도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만큼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원경제 전문가는 “남북이 공동 개발을 통해 북한에 정제련시설까지 갖춘 희토류 공급 기반을 갖춘다면 중국 독점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공급망 다변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것처럼 북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남북이 한민족이니까 우리에게 더 호의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접근은 버려야 할 것이다. 이미 개성공단이나 경수로 사업 등 중단 사례가 많은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청문회에서 “이념 경쟁은 30년 전에 끝났다. 이제는 국익을 위한 실익이 중요하고, 평화가 바로 실익이다"라며 “개성공단 사업은 눈에 잡히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장관이 된다면 반드시 되살려내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스웨덴④] 수중익 전기선박으로 에너지 90% 절감…韓시장 진출도 검토

스웨덴은 204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웃 나라 핀란드보다는 10년 느리지만 우리나라보다는 5년 빠르다. 스웨덴에는 수력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을 더해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유럽연합(EU)과 전력망을 공유하며 전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전력시장 구조를 갖췄다. 생산한 전력의 약 20%는 수출해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이라 자부한다. 스웨덴은 인구 1050만여명의 작은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게 국가 총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스웨덴은 주요 연구기관을 통합해 국영연구기관인 'RISE'를 만들어 유럽 최대의 연구기관 중 하나로 키웠다. RISE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스웨덴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공급 및 시공했다. 볼보는 대형화물차와 중장비의 전기화를, 칸델라는 전기보트 보급을, 예테르마 항만청은 친환경 선박 확대를 유도하며 수송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웨덴인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 ④ 친환경 선박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서울의 한강처럼 발트해가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다. 스톡홀름에 위치한 부두에는 작은 마을버스 크기의 30인승 전기보트인 P-12가 있었다. P-12는 스톡홀름에서 섬을 잇는 대중교통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P-12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선박 선체를 장치를 활용해 물 위로 띄워, 물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줄여 마치 하늘을 날아가듯이 가는 수중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서 전기선박의 전기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다. 수중익 상태로는 더 빠르게 갈 수 있어 약 50km/h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자가 지난달 13일 스웨덴의 전기선박 기업인 칸델라를 방문해 직접 전기선박을 타고 실제 수중익 상태를 경험해 본 결과, 속도가 빨라지는 데도 오히려 배의 소음과 흔들림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스웨덴은 승용차 및 상용차, 중장비 등 수송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선박 또한 전기화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전기선박이 하나의 주력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및 환승 편의성 등 넘어야 할 벽들이 많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한강버스라는 이름으로 선박을 대중교통화 하려고 하고 있다. 칸델라의 전기선박은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사업이다. 또한, 스웨덴은 대규모 선박 및 항만 등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가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칸델라가 전기선박에 수중익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스웨덴은 국가 전체 전력의 95%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등으로 생산한다. 전기선박을 쓰면 탄소배출은 감소하지만 문제는 전기요금이다. 수중익 상태에 도달하면 일반적인 보트로 갈 때보다 최대 90%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P-12는 총 6개의 배터리로 구성, 시속 50km 주행 시 최대 70~80km까지 항해가 가능하다. 충전은 부두에 설치된 전용 충전기로 한다. 비용이 절감되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저렴한 요금을 부과할 수 있고, 다른 대중교통과 비교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칸델라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전기선박이 대중교통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만큼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기선박을 타는 것은 버스나 지하철과 비교할 때 환승이 불편한 문제가 있다. 강변에서 타야 하는 만큼 접근성도 떨어진다. 우리나라 한강버스도 한강 강변이 지하철역 혹은 버스정류장과 멀어 환승하는 데 불편하다는 평가가 있다. 악셀 브랑겐펠트 칸델라 비즈니스 개발 및 중동 책임자는 불편한 환승을 극복할 방안으로 “비용절감으로 전기선박을 버스처럼 10분에 한 대씩 운영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훨씬 편하게 전기선박을 타러갈 수 있다"며 “이때부터는 공공교통시스템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선박을 탈 수 있는 곳까지 버스 노선이 연장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칸델라는 우리나라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총 14km인데, 자동차로 가면 교통체증을 고려하면 대략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반면 전기선박으로 한강을 통해 가면 18분이면 가능할 것으로 칸델라는 분석하고 있다. 보령, 목표, 여수, 부산 등 바다를 끼고 섬이 있는 지역도 전기선박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섬이 많은데 전기보트가 섬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와 같이 섬이 많은 지역도 전기보트로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에서 항만을 운영하는 예테보리 항만청은 해양운송을 포함해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7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항만 자체의 탄소배출뿐 아니라 항만을 거치는 선박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포함해,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테보리 항만에는 스웨덴 원유 수입의 50%, 매년 14만명의 승객과, 컨테이너 90만9000톤이 들어오고 있다. 예테보리 항만의 전체 탄소 배출량 중 83%는 바다를 이동하는 선박에서 나온다. 나머지 14%는 화물 분배, 3%는 항구 터미널에서 나온다. 아무래도 선박이 바다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항만의 전기화뿐 아니라 선박연료에 바이오연료와 수소도 공급하려 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산업 부문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약 10억톤 규모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IMO는 2050년 해운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대규모 선박을 전기화하거나 연료를 재생연료로 대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실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테보리 항만청 관계자는 “탄소규제를 잘 지키는 선박에는 항만 사용료를 할인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 왠만하면 새로운 연료를 쓸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끌고 가려 한다"며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해운산업의 탈탄소를 위해 유럽 국가들과 협력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예테보리 항만은 선박 연료 공급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액화바이오가스(LBG),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연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암모니아와 수소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의 경우 사용가능한 시점이 2030년쯤으로 보고 있다. 수소는 부피가 크다는 문제로 선박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선박 외에서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만에서 사용하는 작은 선박 및 장비들의 전기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항만 내에서 이동 수단 및 선박 점검 수단으로 쓰이는 작은 배들을 전기선박으로 대체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산업장관 인선 마무리…중단된 에너지 공기업 인사 재개 ‘초읽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재가하면서, 그간 보류됐던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인사 절차가 본격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 장관의 공식 취임 직후 산하 공공기관 인사도 전면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는 임기 만료 2달 전부터 공모를 시작한다. 다만 현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계엄과 탄핵사태로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유임하고 있는 기관과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도 공모를 시작하지 않은 기관들이 많은 상황이다. 1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산업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 중 수장이 공백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 공모가 마무리됐으나 이후 인사 절차가 멈춘 상태다. 한전KPS와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주총을 통해 최종후보자가 내정됐지만 아직 산업부의 제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KPS는 노조가 기관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제청과 임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수차례 내기도 했다.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산하 기관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 마무리된다. 황 사장은 임기 내 25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계약을 매듭지으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9월 만료됐으나,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올해 9월까지 1년 연장된 상태다. 이 프로젝트는 1차 탐사에서 유의미한 시추 결과를 내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사기라고 언급한 만큼, 사업이 계속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캠프 출신인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임기도 올해 12월에 끝난다. 가스공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원하는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할지를 정해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았다. 한전은 에너지 공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하반기 임명된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 김준동 한국남동발전 사장,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이정복 한국서부발전 사장,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 5대 발전사 사장단은 임기는 2년 이상 남았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 장관의 공식 임명 이후에는 공석 기관에 대한 사장 공모가 순차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며 “특히 한전KPS처럼 최종 후보자가 확정돼 있는 경우에는 곧바로 임명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인사 흐름은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와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떼어내 환경부 혹은 별도 부처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에 따라 인사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정성호 법무부장관 후보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공공기관장들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와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같이해야 한다는 법안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처리되지 못했다. 원칙적으로 그 법안들은 처리돼야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초기였던 2022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한덕수 당시 총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압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정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산업부 내 에너지 기능 유지를 강조한 반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 총괄이 환경부로 이관돼야 한다"고 주장해 부처 간 역할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통과, 주주충실 의무 강화,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향후 공기업 수장 선임 시에도 전문성과 민간 경험을 중시하는 인사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후보자 역시 기획재정부와 두산에너빌리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관 가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야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관 임명 이후 산하 공공기관 인사 등 정책 결정에서는 원천 배제하는 내부지침 마련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탈원전 아니다”는 김성환…‘반신반의’ 원전업계 “12차 전기본에 본심 나올 것”

“탈원전은 아니다"라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업계 내부에서는 신뢰보다는 '유보적 관망'의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향후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분야가 합쳐져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의 초대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원전업계로서는 그의 과거 발언과 현재 인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18일 원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언급한 '원전 활용'이 현재 여야 합의로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범위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며, 후속 전기본에 신규 원전이 반영되지 않으면 결국 탈원전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환 후보자는 15일 청문회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원전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난 듯한 발언이었지만, 업계 인사들은 “이는 사실상 이미 결정된 계획 이행에 그칠 뿐"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여야 합의로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2기 신규원전 외에 추가는 어렵다는 신호로 보인다"며 “결국 12차 전기본에서 신규가 빠지면 원전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중소 원전 부품업체들은 추가 수주와 사업 계획이 없으면 향후 수년 내에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11차 전기본에는 △신한울 3·4호기 및 소형모듈원전(MR) 1기 건설 △기존 원전 계속운전 확대 등이 담겼다. 12차 계획에서는 신규 원전의 확대 혹은 축소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원전업계는 “김 후보자의 발언은 원전 생태계의 '기대'를 자극하기엔 부족하며, 결국 후속 전기본에 신규가 포함되는지가 정책의 진정성을 가늠할 기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말로는 '탈원전 아니다'라고 하지만, 정책의 디테일은 숫자에 담긴다"며 “기존 계획 유지만으로는 원전 생태계를 지킬 수 없다. 12차 계획에서 신규 원전이 빠진다면 업계는 명확히 탈원전 정책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차 전기본은 원래는 올해까지 수립해야 하나, 11차가 2년 가까이 늦어졌고,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까지 나오고 있어 12차 수립도 훨씬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인력의 유출, 부품 공급망의 파괴 등 원전 생태계가 겪는 위기는 일시적인 수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업계는 “APR1400이나 SMR 등 기술 수출도 결국 내수 기반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지금은 '골든타임'이다. 정부가 국내 신규 원전 없이 SMR 수출과 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면 착각"이라며 “전기본이야말로 정부의 의지가 수치로 드러나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결국 김성환 후보자의 '탈원전 아님' 발언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12차 전기본에서의 정책 방향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전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말보다 숫자, 원칙보다 실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사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위한 에너지정책 세미나’ 7월 25일 개최

에너지경제신문은 오는 7월 25일 국회의원회관(제8간담회실)에서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을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을 주제로 재생에너지정책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새 정부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주민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 주체자들이 협력해 새로운 정책 거버넌스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세미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전력시장과 전력계통 및 분산화 방안 및 지역주민의 소득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지금의 전력시장 시스템을 좀 더 유연성 있고 효율적이며 미래지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실효적 방향성도 제시하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참석자는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北 핵 폐수 오염 확산설 사실 아니다”

일각에서 나도는 북한 핵폐수 오염 확산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북한 평산 우라늄공장 폐수와 관련해 우리 해역과 하천에 대한 방사능·중금속 오염 영향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해양수산부, 환경부는 지난 4일 북한 지역에서 유입되는 예성강 하구 인근인 강화도와 한강하구 등 총 10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우라늄 등 방사성 핵종 2종과 중금속 5종에 대해 분석했다. 예성강 하류에 인접한 강화·김포 지역 6개 지점의 우라늄 농도는 2019년 조사 당시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추가로 조사가 이뤄진 한강·임진강 하구 2곳과 인천 연안 2곳 역시 2019년 서해 연안과 한강 지점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다. 모든 조사 지점에서 방사성 세슘은 최소검출가능농도(MDA) 미만이거나 최근 5년간 서해에서 측정된 수준보다 낮았다. 중금속 역시 전 지점에서 '환경정책기본법'과 '해양환경 보전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의 환경 기준에 미달하거나 불검출됐다. 정부는 이번에 조사를 실시한 주요 7개 지점에 대해 월례 정기 감시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계부처 협의체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30년간 가스산업 5배 성장했지만, 안전·권익은 뒤쳐져…가스시공협회 설립 필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 교대역 인근에서의 가스배관 누출 사고는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지만,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누출된 가스가 지하철로 흘러들어 갔으면 과거 대구지하철 사고처럼 큰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가스시공의 전문성과 안전성, 그리고 사고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가스시공협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8일 가스시공사업자들은 가스시공협회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가스시공사업자 수가 278개에서 1500개로 5배 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번번한 협회도 설립하지 못해 관련 사업자들은 권익을 보호받지도 못하고 있다"며 “가스산업의 성장과 전문성 향상 그리고 안전성까지 높이기 위해 가스시공협회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협회는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법이나 정책 상에서 불합리한 점이나 건의 사항이 있다면 이를 개인적으로 제기하기보다는 동종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공익성에도 부합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동종 사업자들은 협회를 설립해 권익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시공업계는 지난 30년간 업체 수가 5배 늘어난 1500개로 늘어났음에도 독립적 협회를 갖지 못해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공사 수주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1의 비고 제4호에서는 “기계가스설비공사업 중 기계설비공사를 주력분야로 등록한 자는 주력분야의 공사만 수행할 수 있고, 주력이 아닌 분야의 공사는 수행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비고 제5호에서는 “제4호 단서에도 불구하고 기계가스설비공사업 중 기계설비공사를 주력분야로 등록한 자는 기계설비공사와 가스시설공사(제1종)가 복합된 공사로서 기계설비공사가 주된 공사인 경우에는 해당 공사의 가스시설공사(제1종)를 함께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로 인해 가스시공 자격이 없는 사업자가 가스시공사업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실제 가스시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 기술검토를 의뢰하거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업무는 1종 가스시설시공업 등록자만이 수행할 수 있다. 결국 기계설비공사업자가 가스시공사업을 따낸 뒤 이를 가스시공사업자에 하청을 줘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가 만들어 지게 됐다. 관계자는 “기계설비공사와 가스시설공사가 복합된 공사의 경우 공사 금액상 기계설비공사가 주된 공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계설비공사를 주력분야로 등록한 자가 사실상 대부분의 가스시설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불합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는 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것은 또 있다. 가스시공사업자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실적증명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실적증명을 기계설비협회로부터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계설비협회는 기계설비사업자들을 위한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가스시공사업자들은 증명서를 땔 때마다 적지 않은 수수료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는 “기계설비협회에 가스시공 담당자는 1명밖에 없다. 가스는 위험물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기술검토를 통해 허가를 받고 가스공급 전에도 시설 및 안전점검 등 검사를 유관기관에 받아야 하는 공사 특성상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와 애로사항 등에 대한 해결이 어렵다. 건설산업기본법에 하도급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설비에서 하도급을 받게 돼 있는 구조로서 부실시공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가스시공협회가 없음으로 인해 가스안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가스는 폭발성이 강한 위험물질이다. 수소경제 등으로 인해 가스산업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고도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전문기술을 가진 사업자가 시공 및 감리를 맡아야 하고, 나아가 기술자 양성을 위한 교육이나 자격 관리도 필요하다. 또한 사고 발생시 협회 차원에서 신속히 대응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가스시공협회가 없어 이러한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가스시공업계 관계자는 “세계 주요국에는 가스시공협회가 다 있는데, 5000만 국민이 다 쓰는 국민 연료인데도 우리나라만 협회가 없다. 지난 교대역 가스분출 사고 때도 가스시공협회만 있었다면 긴급사고조사팀을 파견해 더 빠른 응급조치를 했을 것"이라며 “수소경제,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 등 국내외적으로 가스시공 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문성과 안전성 그리고 산업발전을 위해 반드시 독립적인 가스시공협회 설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발전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상향, 전력비용 과도한 부담 초래…규제 완화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으로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상향을 내걸었다. 이렇게 하면 배출권거래제가 활성화돼 탄소감축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발전사들의 발전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게 된다. 탄소가격이 전기가격에 충분히 부담되는 만큼 기업들에 부과되는 배출권 규제 일부를 완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여당에서 일고 있다. 17일 박지혜·박정현·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플랜1.5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강화의 필요성과 추진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용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현행 배출권제도는 발전부문에 대해 직접 배출뿐만 아니라 전기 소비에 대한 간접배출도 병행 규제하고 있어 사실상 발전부문 배출량을 이중으로 규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환경요금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중이 높아질 경우 전력 비용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한다"며 “따라서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 확대시 간접배출 규제 완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서 전력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인 발전사의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용은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기후환경요금으로 부과된다. 하지만 기업에게는 전력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감당토록 하는 간접배출규제를 부과해 배출권 확보 부담을 키운다. 이것이 이중 규제이기 때문에 기후환경요금이 상승하면 간접배출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배출권제도란 일정 규모 이상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배출할 수 있는 총 배출량을 정하고, 정해진 배출량 내에서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후환경요금은 전력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을 요금에 청구한 것이다. 현재 기후환경요금은 kWh당 신재생에너지의무제도(RPS)비용 7.7원, 배출권거래제(ETS)비용 1.1원, 석탄발전 감축비용 0.2원 등 총 9.0원이 책정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유상 혹은 무상으로 받는다. 현재 배출권제도의 유상할당 비율은 최대 10%로 적용된다. 배출권 적용 기업들은 배출권량의 90%는 공짜라는 의미다. 정부는 배출권 판매에서 얻은 수익을 온실가스 감축 사업 지원 등에 사용한다. 간접배출규제란 기업이 사용한 전력을 생산한 과정에서 나온 탄소배출량에 대한 부담을 지는 규제다. 즉 현재는 유상할당 비율이 너무 낮아 발전부문의 탄소가격이 기업에 제대로 전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 차선책으로 간접배출규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100%로 적용된다면, 발전사업자가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비용을 모두 감당하게 된다. 탄소가격이 저절로 전기요금의 기후환경요금에 적용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4차 배출권 기본계획에서는 유상할당 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100%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유상할당 비율이 올라가는 만큼 간접배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권동혁 BNZ파트너스 부대표는 배출권 가격을 톤당 5만원, 유상할당 비율을 50%로 가정했을 때 오는 2030년 전기요금이 kWh당 6.2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 278kWh를 적용하면 한달에 약 1700원 오르는 수준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전기업 출신이 원전정책을 맡는다?…김정관 산업장관 후보자 이해충돌 논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이해충돌 논란에 직면했다. 전에 원전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그가 원전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장관직을 맡게 되면 공정성과 청렴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후보자는 관련 기업의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해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이해관계자 실명 공개 등 실효적인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두산은 지난 10년간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들과 9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서 장관으로 직행한 인사는 명백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리1호기 해체 사업 등도 두산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후보자가 그 결정에 관여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후보자는 장관직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두산이 수주한 계약은 기업 경쟁력에 따른 것이며, 재직 당시에도 공정성과 청렴성을 갖고 일했다"며 “장관에 취임하면 두산 관련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은 원전은 물론 해상풍력, 가스터빈 등 산업부 정책과 직접 연계된 사업을 다수 진행 중"이라며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산업 생태계를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 과외선생이던 후보자가 이제 담임선생이 됐다. 특정 학생에게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두산을 포함한 산업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선 더욱 엄격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역시 “두산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국내 과점 업체이고, 후보자의 이력이 향후 불이익을 줄 수도, 특혜를 줄 수도 있다는 시장 인식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의사결정에서 완전히 빠지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두산 관련 업무에는 직·간접적으로도 관여하지 않겠다"며 “결정 라인에서 배제되는 체계나 내부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는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겠다"며 “혹여라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투명하게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기업 이직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돈 때문이 아니라, 공직 외부에서 산업현장을 경험하고 싶었다"며 “공직과 민간 간 활발한 순환이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관 후보자가 스스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관련 업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산업부는 전통적으로 두산을 포함한 대기업과의 정책·기술 협력 비중이 매우 큰 부처다. 단순히 선언만으로는 논란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및 시민사회에선 △특정 기업 관련 의사결정 라인 공식 제외 △사전 가이드라인 마련 △이해관계자 실명 공개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최근 부상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대통령실과 국정기획위가 김 후보자는 두산 출신이라는 점을 활용해 기후와 산업의 균형을 명분으로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거나, 기후에너지부로 분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요하다"며 환경부가 에너지정책을 총괄할 수 있음을 강조했으며, 산업계는 이에 대해 “에너지 수급은 산업과 직결된 문제로, 환경부의 단독 관리에는 무리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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