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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본잠식 빠진 광해광업공단, 지난 10년간 뭐했나…이게 다 비전문 낙하산 인사 때문”

“광해광업공단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죠. 제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2012년만 해도 부채율은 157%였습니다. 이후로 공단 운영을 어떻게 했길래 자본잠식까지 오게 됐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결국 이게 다 비전문가 사장이 임명되니까 이렇게 된거 아니겠습니까?" 한국광해광업공단(이하 공단)의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28년을 근무하고 이후에도 대학에서 자원개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공단의 현 모습을 진단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원개발 산업이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공단은 거의 유일한 광물개발 전문 기업이자, 공공기관이다. 글로벌 광물시장 동향 체크부터 민간 기업에 대한 탐사 및 자금 지원, 정부의 자원정책 수립 지원 업무를 도맡고 있다. 공단은 2008~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광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막대한 예산과 권한을 부여받아 대대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자원가격이 폭락하면서 그 타격을 그대로 받아 지금까지 부실이 이어지고 있다. 공단의 재무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말 기준 총자산 4조8210억원, 총부채 8조5840억원으로 3조7630억원 자본잠식이 진행됐다. 수익원이라도 있으면 돈을 갚아 나갈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적자만 늘고 있다. 공단의 영업적자는 2022년 876억원, 2023년 1043억원, 2024년 1319억원이며, 금융비용으로 인해 같은 기간 당기순적자는 181억원, 3120억원, 1조1817억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강 교수가 공단의 재무상태가 계속 악화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본 것은 몇 차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단을 어렵게 하는 사업이 크게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니 니켈광사업,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사업,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만 보더라도 광물가격이 크게 오르는 사이클이 있었다. 이 좋은 기회에 자산을 처분했다면 적자 규모를 훨씬 줄였을 것이다. 그런데 공단은 그 시기를 멍하니 쳐다만 봤다. 이것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단이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사업에 진출한 2008년의 구리가격은 톤당 9000달러로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해 말 가격이 2000달러대로 폭락했으나, 금새 다시 올라 2011년 2월 1만100달러를 돌파했다. 다른 광물가격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공단의 해외사업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 패착 원인이 되고 말았다. 공단은 볼레오사업 지분율을 10%에서 87%까지 높여 광산 운영권자가 됐다. 이후 가격은 급락해 2019년 4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가동률이 저조해졌고 공단의 재무상태는 악화됐다. 하지만 광물가격에는 항상 사이클이 있다. 내려간 가격은 다시 오르게 마련이다. 2021년 5월 구리가격은 1만700달러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2024년 5월에는 1만800달러대로 다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니켈가격도 2008년 톤당 3만1000달러대에서 2016년 8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4월 3만3000달러대로 급등했다. 강 교수가 지적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공단은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이 황금 같은 시기를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 강 교수는 “공단 행태와 바로 비교되는 게 LS니꼬동이다. 2009년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사업에 공단과 LS니꼬동이 각각 10%씩 참여했다. LS니꼬동은 2017년 지분을 6억3500만달러(당시 약 7100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비를 제외하고 1500억원을 벌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광산에서 생산되는 구리를 20년간 공급받는 수급계약까지 체결했다. 공단은 왜 이런 판단을 못했는지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종 결정과 책임은 사장의 몫. 공단 사장에 능력없는 낙하산 인사들만 오면서 황금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날려버려 자본잠식 지경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진단이다. 2008년부터 김신종, 고정식, 김영민, 황규연 사장은 모두 공단의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출신들이다. 이들이 부처에 근무하며 광업 관련 정책을 다뤄는 봤겠지만, 그렇다고 전문가라고 보긴 어렵다. 부처 퇴직 후 정권과의 연을 통해 공단 사장으로 온 비전문가들로 인해 공단은 황금기회를 모두 날려버리고 결국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공단은 2021년 9월 10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통합해 새로 출범했다. 김신종, 고정식, 김영민, 황규연 사장은 광물자원공사 출신이고, 황규연 사장은 초대 광해광업공단 사장을 맡았다. 기막힌 것은 이 같은 행태가 현재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취임한 황영식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3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그가 가진 관련 이력은 광해관리공단 비상임이사와 광해광업공단 비상임이사뿐이다. 황 사장은 후보자 시절 자기소개서에 공단과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언론인을 그만두고 영월로 귀촌해 농업인으로 살고 있다. 영월과 고향 문경은 탄광이 번성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 두 폐광지역을 고향과 제2의 고향으로 둔 인연으로 공단 비상임이사로 일했다"고 적었다. 사실 강 교수는 황 사장과 함께 공단 사장 후보자 최후 2인 중 한명이었다. 황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고, 강 교수는 광물공사 28년 근무 이후 대학에서 관련 학문을 가르치고 있는 전문가인데, 결국 당시 대통령실은 계엄사태로 어수선한 틈을 타 황 사장을 뽑았다. 당시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황 사장은 같은 언론사에서 근무해 서로 잘 아는 사이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한국 광물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첫 단계로 전문가 선임을 꼽고 있다. 일본 에너지·자원 전문 공공기관인 조그멕(JOGMEC)처럼 전문가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에 자원 전문가가 없나. 50~60대의 정말 일 잘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 좋은 인력들을 갖다 쓰면 되는데 그걸 안 한다. 일본 조그멕은 스미토모상사 등 민간 자원기업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 좋은 재원 중에 고르고 골라 사장으로 임명한다. 그렇게 하니까 일본이 훌륭한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전문가 사장을 앉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교수는 끝으로 “현재 자원가격이 많이 내려와 있다. 지금이 자원확보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자원가격은 사이클상 반드시 오르게 돼 있다. 마침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지금이 한국 자원산업이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지금을 놓치면 다시 기회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하대 금속공학과 △중앙대 대학원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세아베스틸지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한국남동발전 비상임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장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現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재생에너지로 돌리는 산업지대…정부, ‘RE100 산단’ 설계 착수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전용 산업단지, 일명 'RE100 산단'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RE100 산단 조성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TF는 지난 10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RE100 산단을 국가 핵심과제로 공식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회의는 문신학 산업부 1차관 주재로 진행됐으며,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RE100 산단은 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는 공단을 말한다. 풍력, 태양광 등 지역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RE100' 이행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 입지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민간 글로벌 캠페인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세계적 기업들이 가입하고 있으며, 자사 공급망에도 동일한 기준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RE100 산단 조성을 국가 우선 과제로 공식화했다. RE100 이행이 가능한 산업단지를 국내에 마련하고, 수출 제조업의 투자 유치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RE100 산단 조기 조성을 위해 △특별법 제정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인프라 구축 △기업 유치를 위한 입지 경쟁력 확보 등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특히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기조를 설정하고, 전기요금 인하 방안, 교육·주거 인프라 조성 등 복합적인 유인 구조를 구축하는 데 TF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TF를 격주 단위로 운영하며, 2025년 연내에 RE100 산단 기본 계획과 관련 특별법 제정안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신학 1차관은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수출기업의 생존 요건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규제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며,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조속한 실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2050 탄소중립 앞당긴다…세종, 녹색도시 시동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도시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탄소 배출 없는 교통으로 움직이며, 건물 하나하나가 '제로에너지'를 향해 나아간다. 세종시가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의 거대한 전환 실험에 본격 착수했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 정책의 선도모델이자, 도시 차원의 구조 개편을 동반한 첫 실행 사례다. 정부와 세종시는 16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포럼을 열고, 에너지·교통·건축 등 전 부문에 걸친 탄소중립 전략을 공개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이날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에서 탄녹위와 공동으로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는 탄녹위가 권역별로 순회 중인 '탄소중립·녹색성장 권역 릴레이 포럼'의 일환으로, 도시 단위 탄소중립 전략의 모델로 떠오른 세종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영석 세종시 환경녹지국장(탄소중립이행책임관)은 “세종시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지속가능 미래도시'를 비전으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기본계획 이행 첫해였던 지난해, 목표치 대비 120.4%의 감축 실적을 거뒀다"며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도시 내 탄소 배출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탄소공간지도, 건물 단위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제도, 대중교통 중심 생활권 실현 방안 등 전방위적 탄소중립 수단들이 발표됐다.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세종시에서 실증 중인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정책 설계 가능성을 설명했다. 홍성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확산을 강조했다. 교통 분야에서는 세종시가 자체 도입한 통합 교통요금제 '이응패스'의 성과와 확장 계획이 발표됐다. 조은강 대중교통과장은 “2020년 7.9%였던 대중교통 이용률을 2030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도심 내 친환경 교통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정인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도·기술·시민참여의 삼각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장은혜 법제연구원 ESG법제팀장, 윤은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정연준 행복청 사무관, 김호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실장 등은 세종시 사례를 토대로 도시형 탄소중립 정책의 확장 가능성과 실현 과제를 짚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기후변화 시대, 숲과 정원, 공원과 꽃 같은 단어가 국민 삶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며 “세종시는 녹색성장을 도시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탄녹위 공동위원장은 “이상기후는 더 이상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라며 “탄소중립 실현의 최전선인 도시 현장에서 지자체, 시민, 산업계가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최대 5조원 사업’ 기후대응댐 정책 반쪽되나…“재검토하겠다” 김성환 발언에 업계 술렁

환경부가 주요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기후대응댐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을 정밀하게 다시 따져보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이미 건설이 확정된 곳도 있어 이를 철회한다면 관련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환경부 내부까지도 반발이 나올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악화로 이에 대응할 수자원 인프라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정권을 넘어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기후대응댐 건설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물산업계·학회 및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 내부의 불안함이 감지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후대응댐 관련해서 “(댐 신설과 관련해) 주민 반발은 없는지 등을 정밀하게 재검토해 꼭 필요한 것만 추진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양해를 구해서 중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댐에는) 다목적댐으로 설계 중인 것도 있고, 평소에는 수문을 열어두고 폭우가 왔을 때 물을 일시적으로 저류하는 용도로 설계하는 댐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필요성을 정밀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기후대응댐' 명칭에 대해서도 “너무 뭉뚱그려서 표현한 거 같다"며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이 같은 김 후보자의 발언은 민주당 내 일부 의견과 환경단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3월 11일 이학영 민주당 국회의원 등 5명 의원들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국회에서 기후대응댐 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기후대응댐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국책과제로,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거대한 물그릇'을 구축한다는 개념의 수자원 인프라 건설 정책이다. 현재 전국 후보지 14곳 중 9곳은 확정됐고, 5곳은 주민반대 등의 이유로 보류된 상태다. 보류 지역은 △전남 화순 동복천댐 △순천 옥천댐 △충남 청양·부여 지천댐 △강원 양구 수입천댐 △충북 단양 단양천댐이다. 총사업비는 확정 9곳만 하면 약 2조원, 보류 5곳까지 포함하면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된다. 김 후보자의 재검토 발언 이후 보류 5곳은 취소 가능성이 높아졌고, 나아가 확정된 곳까지 취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폭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대응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후대응댐을 통해 약 220만명의 시민이 사용 가능한 연간 2억5000만톤의 담수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확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지자체에 아낌없는 지원책을 제시하며 설득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자체 설득을 위해 파크골프장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올해 1월 15일 환경부는 댐 주변 지역지원금을 기존 300억~400억원에서 600억~800억원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와 전문가들도 기후대응댐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수자원학회가 발간한 '4월 이슈페이퍼 보고서'에서는 학회 회원 87명을 대상으로 기후대응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87명 전문가들은 학계 44.8%, 민간기업 35.6%, 공공기관 16.1% 등으로 구성됐다. 응답 결과, 81.6%는 14개 기후대응댐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로는 가뭄 대비 용수 확보(69.9%), 홍수 대응력 강화(65.1%), 기후변화 대응(65.1%)를 꼽았다. 또한 기후대응댐의 필수 기능으로는 홍수 조절(83.7%), 용수 공급(82.6%), 하천 유지용수 확보(53.5%)로 답했다. 수자원학회는 보고서에서 “기후대응댐과 같은 중요한 수자원 인프라 구축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물관리 전략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정권 성향따라 정책을 뒤집기 보다는 꾸준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5조원 규모의 사업이 장관 교체로 재검토 상황까지 가게 되면서 관련 업계와 지자체, 전문가들은 자칫 추진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태웅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수자원학회 수자원현안위원회 위원장)는 “원래 우리나라는 비가 매년 비슷한 패턴으로 왔다. 장마 때 온 비를 가둬 놓으면 1년 정도 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 탓인지 지난 2016년에 2년 동안 마른 장마가 나타났다. 만약 가뭄이 3년 연속 있었다면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이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공업·생활용수는 계속 늘고 있어 댐 개발은 필요하다. 일단 지역수자원관리계획을 토대로 공청회를 통해 확정된 댐은 추진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환경부가 한번 계획된 사업을 일관성 있게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업에 지장이 생기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사실상 기후에너지부 장관 청문회였다”…산업부 개편 어디로

지난 15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사실상 '기후에너지부 장관 청문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자는 이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하겠다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구상은 물론 산업부 산하 공기업의 통폐합 문제 등 산업부 에너지정책실 이슈 전반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에너지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산업부 장관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가 해야할 발언을 환경부 장관이 선점한 것이란 평가와 함께 향후 부처 개편방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기후·에너지정책의 총괄자로서의 역할 의지를 드러냈다"며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봐야겠지만 에너지 주도권을 환경부로 이관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환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형 있는 조합이 필요하다", “원전도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불가피한 전원"이라고 밝혀 기존 '탈원전'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의 통폐합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는 향후 기후에너지부 또는 환경부 주도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물론 산업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을 포함한 에너지정책 전반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방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환경부 청문회(15일) → 산업부 청문회(17일)로 이어지는 인사 청문회 일정은, 정책 우선순위와 부처 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지명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대통령이 경제계와 약속했던 '산업부 장관 민간 출신 임명'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의 인사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에너지정책 주도권을 환경부로 옮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제 6단체장들과의 회동에서 산업부 장관은 반드시 민간 출신을 임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인사들을 물색했지만, 청문회 부담과 내부 사정으로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SK 측에서는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과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을 추천했으나,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공공부문 경험과 두산에너빌리티 경영 이력을 모두 갖춘 김정관 사장에게 낙점이 돌아갔다. 정책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처음엔 김 사장 임명을 주저했지만, 경제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받아들였다"는 후문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산업부 내 에너지기능 분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재명 정부가 기후·산업·에너지를 아우르는 대형 개편을 구상 중이고, 김 장관은 이를 위한 전환기형 인사로 한시적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산업부로부터 에너지 정책 관련 업무보고를 받고 마음에 들어했다는 소문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선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설립에 탄력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부 장관 후보자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원전 기업 대표이기도 하지만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를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된 실무적 조율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김정관 후보자는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다. 인공지능(AI) 시대 머리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라면 심장은 에너지다. 심장과 머리를 따로 떼어선 안 된다" 라며 에너지 분야를 환경부에 이관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어 이번 청문회에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환경부와 산업부 장관 인사에는 에너지 및 원전 정책의 조정과 기후 정책 통합을 병행하려는 정권 의지가 반영된 게 사실"이라며 “장차 에너지 고속도로, SMR, 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범부처 조율 기구인 기후에너지부가 출범 혹은 대폭적인 업무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민간 출신 장관 임명이라는 정치적 약속을 지키고, 동시에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을 환경 중심으로 바꾸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장관은 민간과 공공의 경험을 겸비한 적임자이지만, 본인의 정책색을 뚜렷이 드러내기보다는 구조 개편을 마무리 짓는 관리자형 장관 역할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가에서는 김정관 장관 후보자의 임기가 6개월 이내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후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 컨트롤타워가 세워질 경우, 산업부는 제조업과 수출 정책 중심 부처로 재정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김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원전 수소는 철기문명의 디딤돌이다

인류는 3천 년 전 철기 시대를 열어젖힌 이후, 세계사는 지금까지 사실상 철기 시대의 연속이다. 철의 시대를 개막한 히타이트 제국, 코크스 제철 방식으로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 등 문명 전환기에는 항상 철이 있었다. 제철 기술에 앞선 국가는 번영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실제로 청동기에 머무르고 있던 잉카제국이 철제무기로 무장한 스페인에게 힘없이 무너진 역사적 경험도 있다. 오늘날 현대 문명도 여전히 철강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는 약 19억 톤의 철강을 소비하고 있다. 전체 금속 소비의 95%에 해당하는 압도적 물량이다. 철강 생산이 문명의 지속 가능성과 맞닿아 있는 이유다. 철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코크스 제철 방식의 발견이다. 철은 산화철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과정을 거쳐야 생산된다. 10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 공정이다. 처음에는 목탄을 사용했으나 목재 공급이 걸림돌이었다. 산림이 빠르게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영국 의회는 16세기 수목 벌채를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제철산업 더 나아가 문명 발전의 위기였다. 구리 제조업자였던 아브라함 다비는 1709년 오늘날 코크스라 불리는 점결탄을 용광로에 넣어 철을 녹이는데 성공했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용되는 코크스 제철 방식의 탄생이다. 코크스 방식은 연료비 절감, 고온유지, 규모의 경제 등의 이유로 철강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실제로 1700년대 초반 2,500톤 정도에 불과하던 영국의 철강 생산량이 1850년에는 약 1,000배가 증가한 250만 톤으로 급증했다. 화학적으로 탄소 덩어리인 코크스는 당연히 제철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제철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중은 7%에 이르고 있다. 단일 산업으로 최대 규모다. 당연히 금세기 최대 의제인 탄소중립과 충돌한다. 탄소중립은 단순 선언을 넘어 실존하는 무역 규제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140개 이상의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한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6개 업종이 첫 시험대에 오른다. 이들 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철강 대국이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배경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제철 기술은 수소환원제철이 유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인이 되는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시험 생산설비에서는 이미 검증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규모 생산설비의 상업 생산에는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량의 수소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물 분해인데, 저온 전기분해와 고온 전기분해 방식이 있다. 전자는 전기만을 사용하는 반면, 후자는 열과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고온의 열을 값싸게 얻을 수 있다면, 훨씬 경제적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여기에 한국 철강산업의 활로가 있다. 원전과 철강 산업의 결합이다. 원전에서 24시간 생산되는 전기와 열을 활용해 얻는 소위 핑크수소를 제철 환원제로 사용하면, 수소환원제철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3시간 남짓 전기만을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소위 그린 수소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세계는 이미 수소환원제철 경쟁력 확보 경쟁을 시작했다. 스웨덴의 HYBRIT 프로젝트는 수력과 원전을 기반으로 생산된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2026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프랑스 EDF도 자국 원전을 활용해 2030년까지 1GW 규모의 청정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도 뒤처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기술을 개발했고, 현대제철은 하이큐브라는 독자적 수소환원제철 기술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 확보는 난항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원전 수소만이 답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중심의 수소경제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철은 현대 문명의 근간이다. 수소는 미래의 에너지다. 원자력은 탄소중립 시대에 철기 문명을 이어갈 디딤돌이다. 박주헌

일년 중 단 5분만 중단되는 데이터센터…“안정적 전력공급이 핵심, LNG발전 가장 현실적”

세계 각국이 AI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대량 구축하면서 그에 따른 에너지 공급량도 크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년 중 단 5분가량만 서비스가 중단되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도 일정해야 한다. 간헐성 문제가 있는 재생에너지로는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스발전이 최적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1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제5회 코가스포럼에서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발전을 꼽았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2026 글로벌 전력수요 증가율이 연평균 3.4%에 이르는데, 대부분이 데이터센터, AI, 가상화폐가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특히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이 2022년 4%에서 2026년 6%로 늘고, 2030년에는 무려 1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세계 데이터센터 수는 1만개를 상회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5381개로 압도적이고 이어 독일 521개, 영국 514개, 중국 449개, 캐나다 336개, 프랑스 315개, 호주 307개, 네덜란드 307개, 러시아 297개, 일본 251개이다. 한국은 아직 200여개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에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6.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AI용 데이터센터의 일년 간 서비스 이용률은 99.999%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일년 중 서비스 중단시간이 5분 15초에 불과한 것이다. 그만큼 중단없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핵심으로 꼽힌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신뢰도 기준은 공급지장기대(LOLE) 일수가 연간 0.3일이므로 현재의 전력공급 신뢰도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며 “그뿐만 아니라 대규모 전력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전기요금 또한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전력공급 원칙의 3대 원칙인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에 따라 AI용 공급전력으로 재생에너지, 원자력, 천연가스를 꼽으면서도 그 중에서도 천연가스 발전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전통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천연가스발전을 데이터센터 주요 전력원으로 고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원전 및 SMR 건설에는 최소 12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그 대안으로 건설기간이 짧고 탄소배출이 석탄보다 적은 LNG 열병합발전에 보다 많은 관심과 유연성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출신인 전우영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도 앞으로 LNG발전의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지난 4월 발생한 스페인 정전의 주요 원인은 과도 전압에 대응할 자원 부족이었다는 스페인 장관 발표가 있었다. 재생에너지 증가로 급전 가능하지 않은 인버터 기반의 자원이 많아지면 전압과 주파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 비중이 줄어든다"며 “석탄발전 퇴출이 예정된 상황에서, LNG발전은 유연성, 관성, 전압관리 제공을 통해 계통을 강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계통운영 원칙이 기존 경제급전에서 유연성급전, 신뢰성급전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우리와 같은 독립계통을 가진 대만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30%, LNG발전 50%를 계획했고, 일본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최대 40%, LNG 중심 화력발전 최대 50%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수소혼소 전환,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적용 등 점진적으로 무탄소 전환이 가능한 LNG발전 활용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강건한 계통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에 두고 설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우리나라 전력 수요가 2024년 557.1TWh에서 2038년 735.1TWh로 연평균 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응한 원별 전력 공급량은 2023년 대비 2038년까지 원전 180.5→248.3TWh, 재생에너지 49.4→205.7TWh, 신에너지 7.2→26.4TWh,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0→43.9TWh, 기타 8.3→34.9TWh로 증가한다. 반면 화석연료인 석탄은 184.9→70.9TWh, LNG는 157.7→74.3TWh로 급감하게 된다. 이는 앞으로 LNG발전의 역할과 공급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박종배 교수와 전우영 교수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정치적 목표를 담은 정부 정책과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 간에 괴리가 발생하는 현상이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다. 2019년 문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81만대 보급, 수소 충전소 660개소 구축, 수소 발전량 비중 2.2% 달성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수소연합의 종합정보포탈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소차는 3만8622대, 충전소는 225개, 수소발전량은 0%로,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경제원장과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을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둬서 무리하지 않은 목표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적 계획이 만들어지고,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은 현실적이지 못한 계획에 구속돼 현실적이지 못한 경영계획을 세우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법적 계획의 경직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웃룩(전망)화하고, 법적 구속력이 필요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가스공사 등 공기업에 독립적인 수요 전망을 하게 하는 등 유연하게 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전기요금 정치화…실용주의 외치던 이재명 정부도 예외 없어

정부와 여당이 15일, 7~8월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전격 결정했다. 전기요금의 사회적 민감도를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금의 정치화가 또다시 반복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실용주의, 합리성, 시장원칙에 기반한 에너지정책'을 강조하며, 상법 개정안 통과 등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정작 전기요금 문제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넘지 못한 채, 전 정부들과 동일한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피해자는 한국전력공사(한전)다. 2022~2023년 국제 연료비 급등기, 전력도매가격(SMP)은 치솟았지만 소매요금은 정부의 물가 억제 방침 아래 묶여 있었다. 결국 한전은 사상 유례없는 40조 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렸다. 이번 여름철 누진제 완화는 한전의 수익성 회복 기조에 다시 제동을 거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1분기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반영해 원가 기반 요금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여름철 전형적인 포퓰리즘성 요금 조정이 반복되면서 정책 일관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 부담을 고려한 한시적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화된 요금체계는 에너지 공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 위축, 시장 왜곡, 국제적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원전, 재생에너지, 송전망 등 필수 인프라에 대한 투자계획이 요금 현실화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시장 기반의 유연한 요금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요금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이상, 어떤 정부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주의 노선을 공언했고, 상법 개정안까지 관철시켜 공기업도 주주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다. 그러나 전기요금이라는 최대의 정치적 변수 앞에서 기존 프레임을 깨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정치 전기요금'은 단기적 민생 안정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기업 부실, 투자 위축, 시장 왜곡이라는 대가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빛해상풍력·한전KDN, 해상풍력발전 안전 및 보안 확보 협력

낙월해상풍력에 이어 한빛해상풍력이 한전KDN과 함께 해상풍력사업 발전단지 ICT 설비 구축 및 사이버․물리적 안전․보안 확보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전 KDN은 364.8메가와트(MW)의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인 낙월해상풍력사업의 통합관제시스템과 전력계통 보안관리체계를 구축하는데 이어, 340MW 규모의 한빛해상풍력사업에서도 협력을 이어간다. 한전KDN은 한빛 해상풍력 발전단지 ICT 설비 구축 및 예정정비를 위한 기술적 지원과 협력을 최대한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한빛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사이버 보안 및 물리적 보호 확보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 보안가이드 라인 및 설계를 검토하고 사이버위협 예방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더불어, 정부에서 개발 중인 해상풍력 단지인증 취득 절차 모니터링 및 인증 평가시 인증취득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한다. 낙월해상풍력과 한빛해상풍력은 외국계가 아닌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대표적인 해해상풍력사업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조직·사업 개편’ 발전공기업들, 李정부 발맞추기 바쁘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및 산업 정책 방향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들이 일제히 이에 보조를 맞춘 조직 개편과 정책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탄소중립 △균형발전 △재생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등 핵심 국정과제에 발맞춘 경영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들 발전공기업 사장들은 대부분 지난 정부 하반기(2023년 하반기)에 임명돼 아직 임기 2년 이상이 남아, 정권 교체기에 따른 정책 방향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추진정책에 발맞춰 발전산업에서 인공지능대전환(AX·AI Transformation)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강기윤 사장이 직접 남동 AI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스마트발전, 스마트안전, 스마트 경영혁신 등 총 5개 분과에 회사 주요 경영진을 분과장으로 임명하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자문단과 함께 'Creative AI, Smart Factory KOEN'을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남동 에너지 신작로 2040'이라는 장기 비전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2040년까지 석탄화력 전면 폐쇄 △무탄소·저탄소 전원으로의 전환 △지역 분산형 발전을 통한 균형발전 유도 등이다. 특히 전국 5대 권역 중심의 균형발전을 통해 50만 명 고용창출, 연 3800억 원 규모의 '햇빛·바람연금' 조성으로 14만 명에 혜택 제공 등의 수치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남동발전 측은 “남동발전은 공기업의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 보다 도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업무 추진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조성에 나서는 동시에 발전산업 전 분야에 혁신을 선도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남부발전은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에 공약에 맞춰 AI디지털본부, 탄소중립처 신설 등 전사적 조직개편을 단행한데 이어 구체적인 공약 실천방안까지 논의하는 등, 정책 이행을 위한 속도감 있는 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새롭게 신설된 부서로는 △미래성장본부 △탄소중립처 △AI디지털본부 등이 있으며, 이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재생에너지 전환 △기후위기 대응 △지역균형 발전 등에 중점을 둔 전략으로 분석된다. 김준동 사장은 신정부 정책 공약의 핵심 내용을 공유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AI 및 지역산업 성장 견인 등 핵심 공약에 대한 선도적 이행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전사 경영간부 합동 민생·전략·혁신 대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신정부가 제시한 '회복·성장·행복'의 3대 비전과,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글로벌 환경에 강한 중소기업 육성 지원과 같이 회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공약과제에 대해 토론을 통해 타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선도적 이행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국민안전·보안·재난대응 강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기후위기 대응', '저출생 극복·경제 활성화·지역균형 발전', '정책이행 견인 위한 경영기반 강화'의 4개 테마별로 회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 정책공약 과제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은 물론 기상이변 등 따른 신종 재난·재해 대응강화를 위한 위험발굴센터 운영,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계획과 연계한 서·남해안 해상풍력 및 BESS 개발계획 등 13개 안건을 추진하고 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국정과제를 선도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공기업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며, “국민안전·재난대응 강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 AI 생태계 확장, 지역 균형발전과 같은 핵심 정책공약에 대해 남부발전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실천하고 우수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아예 '새정부 국정과제 대응 전략회의'를 공식 개최, 6개 분야를 중점 전략영역으로 설정했다. 이들 분야는 △재생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안전 △AI 신사업 △ESG △위험관리 등으로, 각 항목별 전담 조직을 구성해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각 분과는 정부정책과의 연계성 검토, 분야별 이행계획 수립·실행, 정부회의 및 대외 보고 대응 등을 담당하며, 정기회의 및 상시 실무회의를 통해 정부 국정철학을 회사 경영전반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권명호 사장은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의 3대 전략에 발맞춘, 무탄소‧저탄소 전원확대와 인공지능(AI) 인프라‧지능형 전력망 구축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속도감 있는 전략추진을 강조했다. 특히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산업안전체계 마련을 강조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을 위한 예방적 재난관리 체계 점검강화를 지시했다. 이와 함께 공정과 상생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동서발전 측은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인공지능(AI) 혁신 생태계 구축 등 신산업 육성은 공기업이 수행해야할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안전한 일터를 기반으로,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공기업의 책임을 다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서부발전은 새 정부의 전력 산업 정책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인공지능 전환 등을 혁신 분야로 정하고 구체적 이행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선언한 'AI G3(세계 3대 인공지능 강국)' 비전과 연계해 발전 운영, 설비 관리 등 기술 분야의 디지털화·자동화 전환을 통한 친환경 발전 전략을 설계 중이다. 최근 이정복 사장 주재로 '새 정부 정책 방향을 반영한 주요 사업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경영진과 본사, 전 사업소 주요 간부 150여명이 참석했다. 서부발전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정복 사장이 주관하는 세 차례 전략 회의를 통해 정부 정책의 핵심 내용을 분석하고, 정책 변화가 전력 산업에 미칠 영향과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서부발전은 급격한 전력 산업 변화에 대응해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하고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소규모 분산형 친환경 에너지 전원을 적기 확보하기로 했다. 가상발전소(VPP) 구현, 가상모형(디지털트윈) 기술 활용, 발전 정보 민간 개방 등 타 발전사 대비 앞서 있는 디지털 기술과 제도를 활용해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인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실현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부발전은 모든 작업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제거해 안전 최우선 경영을 실천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구성원의 일‧가정양립 실현을 도움으로써 경영 전반의 공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영 전반에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안전·인권 경영, 환경‧사회‧투명(ESG)경영, 근로환경 개선 등도 혁신 분야로 확정했다. 서부발전은 이 같은 정책들을 빈틈없이 실행하기 위해 이행 체계를 구축했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이 위원장인 '코웨포(KOWEPO) 미래성장위원회'를 구성하고 연초 수립한 100대 톱티어(Top-Tier) 혁신과제와 이번 6대 혁신 분야별 주요 사업 이행계획을 연계해 추진한다. 또한 우수과제 발굴을 위한 성과공유회를 개최하고 그 성과를 홍보해 정책 이행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부발전은 '이재명 정부 정책 대응 혁신 워크숍'을 열고, 탄소중립·디지털 전환·균형발전 등 주요 국정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워크숍에서는 경영평가 체계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도 함께 공유됐으며, 전사적 차원의 실천 방안 마련이 강조됐다. 중부발전은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발맞춘 철저한 대비로 대외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직 및 전략 변화는 발전공기업들이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정렬 및 협력 체계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들 기관이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응해 재생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 디지털전환 등 국정 기조에 따른 실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 교체기와 비교해 이례적인 '속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발전 자회사들이 단순한 지시 수용을 넘어, 정권의 정책 방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며 “에너지 공기업이 단순한 전력 생산 기관을 넘어 국가 전략의 이행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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