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정치권의 신데렐라, 한동훈 활용법’이란 제목으로 에너지경제신문에 칼럼을 썼다. 한 장관의 정계 진출 시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직접 맞붙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와는 달리 국민의힘은 논의 끝에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로써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분분할 만큼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는 위험과 기대가 교차한다. 한 장관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가 걸어온 특수부 검사의 길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정치인 한동훈’의 비대위원장직 수행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리를 맡은 이상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이 당면한 과제와 그 해결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먼저 당정의 수직관계와 대통령과의 친분이 오히려 한동훈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거기엔 ‘김건희 특검’을 포함한 대통령 일가의 문제도 포함된다. 속이야 어찌됐든 야당이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이라고 생각하는 근본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 동안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동훈의 행태를 봐온 사람들에게 이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수 많은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과 비난에 원칙과 상식에 입각해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보편적 원칙과 상식에 따라 대통령과의 관계나 당정관계를 관리하면 거리낄 것이 없다. ‘누구도 특권을 가질 수 없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한 야당의 비판이나 비난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외부의 비판이나 야당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적은 내부에 있다. 당 내부의 질시와 견제, 그리고 예상되는 공천잡음은 근본적으로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부의 적은 외부보다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같은 편의 비판은 사실관계를 떠나 야당이나 외부의 적이 문제 삼기 딱 좋은 소재가 된다. 특히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순식간에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만일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이를 법적 잣대로 따지려 든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뻘밭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한동훈을 정치 초년생이라고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이 할 일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칙과 상식에 따라 도덕성과 품격을 갖춘 후보를 공천할 공천위원장을 찾아 공천을 맡기고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한동훈 비대위원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중도확장이다. 연령대로는 2040의 지지를 확보하고, 성별로는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넓혀야 한다. 1973년생인 한동훈은 우리나라 제2베이비붐의 중심세대다.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이들은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막대한 복지부담을 짊어져야 하지만 저출산 심화로 자신들이 받을 혜택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눌려 그동안 정치·경제·사회적 성공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한동훈은 그들에게 한국 사회의 주도세력 교체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마침 21대 국회에서 2/3에 달하는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반민주적 국회 운영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 등과 입만 열면 민주화를 부르짖는 민주당과 개딸들의 부도덕함과 천박함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이 많다. 이는 한동훈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썩어빠진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과 이를 수행할 정치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정치인 한동훈의 정치 인생은 그에 대한 ‘반신반의’로 시작될 것이다. 많은 국민은 여야 모두에게서 실망을 넘어 좌절을 경험했고,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주장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1년 6개월이 그다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때에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불리던 한동훈 전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를 시작한다는 것에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거나 비상식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인 한동훈은 내로남불이 아니라 스스로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정치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