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3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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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과제

필자는 지난달 ‘정치권의 신데렐라, 한동훈 활용법’이란 제목으로 에너지경제신문에 칼럼을 썼다. 한 장관의 정계 진출 시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직접 맞붙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와는 달리 국민의힘은 논의 끝에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로써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분분할 만큼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는 위험과 기대가 교차한다. 한 장관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가 걸어온 특수부 검사의 길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정치인 한동훈’의 비대위원장직 수행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리를 맡은 이상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이 당면한 과제와 그 해결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먼저 당정의 수직관계와 대통령과의 친분이 오히려 한동훈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거기엔 ‘김건희 특검’을 포함한 대통령 일가의 문제도 포함된다. 속이야 어찌됐든 야당이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이라고 생각하는 근본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 동안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동훈의 행태를 봐온 사람들에게 이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수 많은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과 비난에 원칙과 상식에 입각해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보편적 원칙과 상식에 따라 대통령과의 관계나 당정관계를 관리하면 거리낄 것이 없다. ‘누구도 특권을 가질 수 없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한 야당의 비판이나 비난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외부의 비판이나 야당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적은 내부에 있다. 당 내부의 질시와 견제, 그리고 예상되는 공천잡음은 근본적으로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부의 적은 외부보다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같은 편의 비판은 사실관계를 떠나 야당이나 외부의 적이 문제 삼기 딱 좋은 소재가 된다. 특히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순식간에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만일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이를 법적 잣대로 따지려 든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뻘밭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한동훈을 정치 초년생이라고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이 할 일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칙과 상식에 따라 도덕성과 품격을 갖춘 후보를 공천할 공천위원장을 찾아 공천을 맡기고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한동훈 비대위원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중도확장이다. 연령대로는 2040의 지지를 확보하고, 성별로는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넓혀야 한다. 1973년생인 한동훈은 우리나라 제2베이비붐의 중심세대다.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이들은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막대한 복지부담을 짊어져야 하지만 저출산 심화로 자신들이 받을 혜택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눌려 그동안 정치·경제·사회적 성공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한동훈은 그들에게 한국 사회의 주도세력 교체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마침 21대 국회에서 2/3에 달하는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반민주적 국회 운영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 등과 입만 열면 민주화를 부르짖는 민주당과 개딸들의 부도덕함과 천박함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이 많다. 이는 한동훈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썩어빠진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과 이를 수행할 정치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정치인 한동훈의 정치 인생은 그에 대한 ‘반신반의’로 시작될 것이다. 많은 국민은 여야 모두에게서 실망을 넘어 좌절을 경험했고,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주장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1년 6개월이 그다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때에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불리던 한동훈 전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를 시작한다는 것에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거나 비상식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인 한동훈은 내로남불이 아니라 스스로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정치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저성장-과잉부채 악순환에 빠진 한국경제

최근 들어 가계, 중소기업, 자영업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경제 전 부문에 걸쳐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의 장기화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자금이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이들 자산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로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실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지금 관찰되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시중의 과잉 유동성과 금리인상에 따른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부채의 ‘부실가능성’이다. 부채는 돈을 빌린 사람이 갚을 여력만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부채가 왜 커졌고, 부채상환 능력이 부족해진 이유가 뭘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7%)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도 최근 3년 연속 평균치를 밑돌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0년 이후엔 연 평균 3%대 초반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졌다. 동시에 경제의 두 축인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은 가파르게 뛰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해도 GDP의 75%에 불과했던 기업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24% 로 높아졌고, 가계부채도 같은 기간 50%에서 102% 수준으로 2배 늘어나며 각각 세계 주요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현상을 유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 성장의 둔화는 표면적으로 반도체 등 주력 산업 부문의 경쟁력 약화와 높은 수출의존도로 인한 글로벌경기와의 강한 동조 영향이 크다. 더 근본적 이유는 과도한 법인세와 상속세, 각종 부담금, 예측불가능한 규제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 등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국내 산업의 여건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갇혀 혁신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혁신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국내 산업의 구조는 전통적 주력업종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과 그에 종속돼 있는 다수 중소기업 간 수직적 분업구조의 근본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이러한 구조적 특수성이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맞물리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고, 그로 인해 불황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기업부채의 급격한 증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생계형 자영업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는 일차적으로 부족한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 때문이지만, 아이디어와 기술을 토대로 한 기회형 창업과 혁신에 기반한 성장을 기대하기 곤란한 정체된 산업여건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부문에 막대한 정책자금 대출과 대출을 촉진하기 위한 보증의 형태로 정책을 펴왔다. 이로 인해 많은 한계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생존을 이어가고 있고, 한계기업의 증가는 역설적이게도 정부 지원 확대를 다시 뒷받침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업의 투자 감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그런데 일자리 부족으로 늘어난 한계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주로 저리 대출 형태로 이뤄짐으로써 시중 유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도권에서 기업 투자가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뤄지면서 일자리가 제한적으로나마 창출되고 있지만, 이는 지역소멸과 저출산, 수도권 부동산가격 상승이라는 총체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문제를 직간접적인 재정과 금융지원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오히려 가계부채와 정부 부채를 키우는 모양새다. 부채 확대를 통해 기업과 가계가 생존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궁극적인 부채상환의 부담을 정부가 책임짐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가계-정부 모두의 부실위험을 초래하고 있다.현재의 위기는 모든 경제주체의 부실가능성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고 복잡해진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 구조로 인해 전개 양상도 예측하기 어렵다. 당국은 지금의 위기가 경제시스템에 누적된 문제에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 방향성은 경제시스템에 고착화돼 있는 저성장과 과잉부채 사이에 존재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과감히 끊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어려운 시기에서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명확히 하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끈기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슈&인사이트]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로 본 한중 외교 시사점

중국이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제2의 요소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3개월분의 요소 비축분을 가지고 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주유소의 요소수마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요소에 물을 첨가하여 요소수로 만든 후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트럭 운행에 필수적인 소재다. 그러면 중국은 왜 한국에 요소 수출을 통제하는가. 단지 경제적 요인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어서 일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요소 수급을 맞추기 위해서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세관에서 통관을 마친 요소까지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수출 통제는 상당히 이례적이며, 통관을 마친 요소 수출마저 통제해야 할 정도로 중국 내 요소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중국측에 요소 통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문의했지만 오랫동안 그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면 오랜 기간 답변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이 과연 미국처럼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제품이라면 반도체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타격을 입히는 정도보다 스스로 자해하는 격이 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홍콩 우회 수출 포함) 반도체 수출 비중은 무려 55%에 이른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급망기본법’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품목에 대해 중국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수입처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 더러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그 품목을 활용한 완제품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은 반도체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중국의존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구상 흑연 등 소재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향후 통제 품목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일본이 중국에 강경대응을 했던 것처럼 한국도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최근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크게 강화하였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통제에 상당 부분 협력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하는 발언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자극해도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국내문제라고 하며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이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때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관료ㆍ법조계가 대세인 사외이사 市場

매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오기 전에 항상 사외이사 장(場)이 선다. 올해 10월 말 현재 대기업 집단 상장사 전체 사외이사 1111명 중 내년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인원은 전체의 39.4%(438명)에 달한다. 그런데 기업은 사외이사를 어디서 찾을까?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지난달 ‘대기업집단 상장사 사외이사 10명 중 3명이 관료ㆍ법조 출신’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를 통해 사외이사 시장은 관료ㆍ법조계 인사가 대세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대기업집단 상장사 전체 사외이사 1111명 중 34.8%인 387명이 관료ㆍ법조 출신으로 조사됐다. 호반건설, 장금상선, 고려에이치씨, 반도홀딩스 등 4개 기업집단은 사외이사 전원을 전직 관료와 법조인으로 꾸렸다고 한다. 동원(71.4%), 신세계(69.6%), 중흥건설(66.7%), 삼표(66.7%), 삼천리(60.0%) 등 5개 그룹은 공무원과 법조인 비중이 60%를 넘는다. 관료·법조계 사외이사 비중이 50% 이상인 그룹은 17곳에 달한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중에서는 국세청 출신이 48명(21.3%)으로 가장 많고, 공정거래위원회 25명(11.1%), 산업통상자원부 20명(8.9%), 기획재정부 16명(7.1%), 금융감독원 14명(6.2%), 금융위원회 12명(5.3%), 감사원 10명(4.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필자가 여러 기업인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이처럼 관료 출신이 사외이사로 선호되는 까닭은 기업에서 고위직 직업 공무원의 쓸모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런 세무조사가 들이닥치면 참으로 곤혹스러운데 국세청 출신이 앞장서 해결해 주거나 조언을 해준다면 기업과 기업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 외에 젊어서 행정고시 등을 통해 바로 중견 공무원으로 임명된 후 정부 각 부처를 두루 거치면서 실력과 인맥을 쌓은 차관과 국장 등 고위 공무원은 기업의 대관업무에 적격일 것이다. 혹시나 기업이 공정위와 트러블이 있거나, 금융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정부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할 일이 있는 경우라면 그 분야에 오래 종사했던 고위 공무원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고 잡으려 할텐데, 회사의 녹을 먹는 임원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경우는 다르다고 한다. 장관과 같이 정치인 어공은 한국에서는 장관 재직 기간이 워낙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짧은 기간 내에 인맥 구축도 어렵고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교체되기 때문에 늘공(늘 공무원을 했던 분)보다 쓸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한다. 장관 출신이 사외이사가 된 경우는 인품과 식견이 훌륭한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법조계 인사가 많은 것은 기업인들은 언제든지 갑자기 수사를 받거나 기소 또는 구속 등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것은 한국의 엄격한 배임죄 또는 업무상 배임죄 때문인데 이 배임죄라는 것이 아주 고약해서 업무처리가 조금만 잘못되어 회사가 손해를 입으면 민사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적 고발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발은 주주, 직원, 거래처 등 누구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돼 형사사고 발생 가능성은 몇 배나 높아졌다. 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회사 임원으로서는 전직 판ㆍ검사나 현직 변호사의 법적 조언은 매우 유익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현실이 이렇다. 그러므로 기업인들은 관료와 법조 위 두 직군에서 사외이사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CEO 스코어’의 분석에 따른 경험적이고 현실적 조언이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미래차 시대, 부품산업 전환 속도 높여야

요즘 자동차 산업은 전례 없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의 확산으로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변화하고 있다. 더불어 지속 가능성에 관한 규제 강화와 디지털 및 첨단 커넥티드 기술에 대한 고객의 높은 기대수준으로 자동차 산업 구조의 전환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최근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가 회복됐는 데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도체 위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의 상승은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판매량 예측과 원자재 비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기업의 경영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 대체 동력원 차량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자동차 산업 구조의 전환을 위한 비용은 완성차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서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 공급업체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가치사슬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적 여유가 부족하고, 충분한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화에서 혁신에 대한 부담, 내연기관 관련 부품의 수요 변화, 원가 상승, 그리고 경기의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많은 자동차 부품 공급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관련 소재와 부품을 사용해 최종 생산품인 완성차를 제조하는 종합 기계 산업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산업은 제조산업에서 전체 고용의 6%(22만 명), 생산의 6.5%(101조 원), 수출의 3.6%(186억 달러)를 차지하는 핵심 주력산업으로, 고용 유발 및 산업 연관효과가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수급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준 수출 11.7%, 생산은 6.9%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경기부진으로 내수가 2.3% 줄었지만 환경규제 강화와 IT기술 혁신에 따른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차(전기·수소·자율주행차)시장은 성장했다.주요 선진국들이 파리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친환경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편으로 배출가스와 연비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세계 자동차산업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CASE(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city))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주력 사업을 ‘완성차 조립’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의 부가가치도 ‘엔진과 구동장치’ 중심에서 ‘반도체 등의 전장부품, 이차전지, SW, 서비스,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 환경의 변화는 특히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온 중소기업에게 중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미래차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는 데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과 정보의 부족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이 미래차 부품산업 중심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기술역량을 향상시키고, 다른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AI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혁신 고민해야

한국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고 대학 진학이 사회적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학벌 경쟁이 치열하고 고등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다. 하지만 높은 학벌을 갖춘 청년들이 졸업 후에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AI 및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여러 직업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각 교육 기관들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습과 학업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학습과 학업 전환보다는 일자리의 전환을 강조하고자 한다. 빌 게이츠는 지난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인해 사람들은 말만 하면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며 "이는 개인의 생활과 비즈니스, 사회까지 혁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매장에 구글 생성 AI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오래전부터 맥도날드와 구글 클라우드는 생성형 AI 도입을 위해 다년간 파트너십을 진행해왔다. 곧 매장내 카메라를 통해 AI가 사람의 성별, 나이와 취향을 인식하고, AI챗봇이 대화를 통해 메뉴를 추천하고 주문을 받는 시대가 온다. 지금도 사람과 교감하며 주문을 하기 힘든 키오스크 맥도날드 매장에서 AI는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고객과 직원들에게 더 나은 User Experience와 User Interface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맥도날드의 미래 노동자에게 필요하며 동시에 바람직한 역량을 제대로 갖춘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초점을 두고 AI가 적어도 10년 이상을 수행하지 못할 인간 고유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미래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과 연구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고급의 비즈니스 컨텍스트(Business Context)와 패턴의 인식, 창의성, 메타인지, 특히 인간이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파악하는 능력, 공감과 설득의 휴먼 스킬이 그런 것들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사회적 차원의 인간지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결하고 협력하는 역량과 스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의 교육기관이 강조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디지털 도구를 잘 다루는 디지털 스킬을 넘어 AI 시대의 인간 역할인 가치 공감, 인간 중심의 이해와 판단, 상호 설득, 실험적인 도전, 창의적 학습 그리고 그 의미 있는 성과로서의 혁신과 윤리적인 성공으로써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학습이 일자리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인간다움을 유지하지 위해서 학습전환은 물론 일자리, 일터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인간이 인공지능의 업무지시를 수행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능동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며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에서 생산성을 높이며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필자도 뾰족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않은 상황이지만, ‘자율과 재량의 일자리와 일터혁신’을 제안한다. 일터가 전환되면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일자리의 직무가 바뀌면 새로운 일자리에 맞는 고등교육 기관의 학습의 전환도 이뤄질 것이다. 지금까의 경쟁 위주 관리는 역량 개발과 발휘를 방해할 수 있다. 오히려 AI를 이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 즉 광의적인 디지털 전환이 경쟁적이어야 한다. 그 디지털 전환이 현업이 되는 기술과 역량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자동화를 어떻게 도입 및 활용할지에 초점이 된 학습촉진과 AI 활용에 크게 비중을 둔 교육과 일터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만들어내는 위기와 기회에서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하게 노동과 재화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박세원 S&P Global 상무/ 거시경제 및 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주원칼럼] 보기 좋게 빗나간 올해 경제 전망, 내년은?

올해 초 여러 국책연구기관 및 컨설팅 기업에서 올해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를 점쳤다. 당장 내일 벌어질 일도 모르는 세상에서 수개월 후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었던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당시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소비 회복이 지연되었던 내수와 외수가 동시에 불황국면에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앞으로 이것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상저하고’ 전망이 크게 빗나갔다. 비록 10월과 11월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만 1년 동안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달의 수출이 워낙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99.3포인트)을 저점으로 5월까지 반등하다가 이후 다시 급락하면서 10월 기준 99.1포인트로 지난 1월 수준보다 더 낮아졌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10월 저점 경로다. 비관적으로 보면 11월 이후 값들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즉 통계청에서 경기 국면 판단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인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올해 9월까지는 경기가 바닥을 찍지는 않았다.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다. 그렇다면 2024년 새해의 한국 경제는 어떨까. 새해 역시 올해 초와 같은 단순한 논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유가 및 원자재가, 금리, 환율 등 금융·자산시장의 여건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미국과 중국 경제의 동시 불황 가능성이다. 물론 2024년 연중 내내 두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 중국 경제는 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물가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야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10월 기준 중국 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2%다. 같은 달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이 이상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그것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5.2%로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경제지표들은 ‘경고등’이 켜졌다.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월평균 3.5%에서 10월 3.9%까지 올랐다. 그동안 증가세를 지속했던 소매판매도 10월에 들어 -0.1%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고물가·고금리가 미국 경제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 0%대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두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은 38%(올해 1∼11월 기준)로 절대적이다.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이 부정적 방향으로 흐를 경우, 그나마 최근 살아나던 수출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내수 시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고금리·고물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기도 어렵다. 따라서 민간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에서 이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미·중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주춤거리거나 더 나아가 큰 침체가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씀씀이를 줄이고 리스크가 큰 경제활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내년 상반기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날 것이다. 이를 잘 버티면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한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를 잘 버텨 내기를 바래본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사

[이슈&인사이트]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대수준, 안전의 개념 및 안전기준 등은 시대와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에 따라 변화한다. 베이비부머들이 한창 대학을 다니던 1970∼1980년대만 해도 고급호텔의 커피숍에서도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간접흡연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1950∼1960년대에는 미국 병원의 수술실에서 의사가 담배를 피우면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건물 등 어느 공간에서도 ‘금연’이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간접흡연의 심각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매우 높다. 이처럼 소비자 안전은 오랜 세월 각종 사건 및 사고를 거치면서 꾸준히 개선돼 왔다. 소비자 안전의 대표적인 개선 사례는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소비자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제조회사인 존슨앤드존슨 경영진은 원인 파악이나 책임소재 구명보다 더 빨리 신속하게 리콜(자발적 제작결함시정) 대응팀을 구성해 ‘미국 내 모든 제품 수거’, ‘원인 규명 때까지 복용금지’ 등의 소비자경보부터 발령했다. 이후에 사망의 원인이 밝혀졌는데 누군가 캡술형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리콜을 적극 시행한 모범 사례로 리콜의 효시가 됐다. 이 회가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한 가지 더. 1992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79세 할머니가 맥도널드에서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로 커피를 구매했는 데 차 안에서 커피를 쏟아 다리와 엉덩이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할머니측은 제조물 책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소비자에게도 일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맥도널드 측에서 치료비· 위자료와 함께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징벌적 배상 판결 근거로 맥도널드 커피가 다른 패스트푸드 커피보다 뜨거웠다는 점을 들었다. 더불어 이 사건 발생 몇 년 전부터 커피가 너무 뜨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맥도널드 측에 제기됐는 데도 이를 방치한 책임을 물었다.더구나 매장 점원이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를 주지 않은 책임도 지적했다. 이 소송 이후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화상을 입지 않도록 두꺼운 마분지를 컵에 끼우도록 조치했고, 그 결과 오늘날 테이크 아웃 컵에 덧붙여 있는 마분지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맥도날드 소송은 기업들에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안전사고 감축 노력과 소비자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용설명서나 경고문을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어린이용 인라인 스케이트에 "본 제품은 사용하면 움직입니다", 디지털 체온계에는 "체온계를 일단 항문에 사용하고 나면 입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기 유모차에는 "유모차를 접기 전에 아기를 들어내십시오", 수면제 제품에 "경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표시가 그것이다. 우리 일상에는 각종 제품은 물론 시설물 등에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언론이나 일반 소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해 막연하게 완전한 안전을 요구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은 없으며 위해나 결함정보를 사전 또는 사후에 완벽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시점에서 아무리 안전이 인증된 제품이라고 해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위해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안전한 사회는 행정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할 때 안전한 사회가 실현된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그래도 전기자동차가 대세

최근 들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가 위축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판매 장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조금 지원과 할인을 통해 차종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혜택을 주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줄면서 글로벌 전기차 제작사와 배터리업체들은 생산과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조정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에 그 틈새를 하이브리드차가 메우는 모양새다. 전기차 보급에 부담을 느낀 일부 글로벌 제작사들이 내연기관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 생산과 판매로 눈을 돌리면서 하이브리드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에 관심을 두지 않던 토요타 회장은 하이브리드차의 보급 활성화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같은 전기차 시장의 위축은 단기적으로 무공해차 보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내연기관차로 회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향후 몇 년간 전기차 등 무공해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느냐,늦어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처한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0%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의 탄소 저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전기차 판매 부진은 여러 시사점을 던져 준다. 먼저 최근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 보다 가격이 2배 가량 높은 가운데 보조금은 줄어들고, 충전 전기료는 상승일로다. 게다가 충전인프라와 충전시간,화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감안할 때 가성비와 실용성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따라서 전기차가 다시 추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충전인프라의 확충 및 충전시간 단축과 함께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등은 ‘반값 전기차’ 실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FP배터리 채용을 비롯한 각종 신기술과 혁신적 공법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런 노력이 전기차 기술혁신을 앞당기고 진정한 전기차 시대를 실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과정서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전기차 판매 감소는 재도약과 안정성장을 위한 숨고르기라고 볼 수 있다. 전기차는 불과 5년 안팎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산업자체에 많은 피로가 누적됐고 전후방 산업에 많은 과제를 던졌다. 성장 속도에 비해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않아 화재 등 각종 사고가 뒤따르고,급작스런 원자재 수요증가로 원자재난과 원자재값 상승 등 공급망에 과부하가 걸렸다. 일자리 등 사회적 문제도 초래했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현장근로자 30% 줄여야 하는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더구나 협력부품사의 경우 엔진과 변속기 핵심 부품 생산에서 친환경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준비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생태계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의 전기차 판매 감소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전기차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산업 기반 다지기를 위한 기회다. 과열양상을 보이던 배터리 회사들도 한 발 물러서서 공장 신증설 등 설비투자에 따른 사업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글로벌 제작사 대부분이 전기차 생산에 ‘속도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꼬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술과 시설의 압도적인 초격차를 실현해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맹주 자리를 꿰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위기인 지금이 전기차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의사협회의 오만함 누가 키웠나

지금 대학가는 한창 입시가 진행 중으로, 많은 미래의 주역들의 인생과 장래가 결정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대학 입학정원이 매년 4월까지 확정되기 때문에, 올 겨울 내에 복지부와 교육부가 의대 정원 확충에 대한 협의를 마쳐야 하지만, 한해라도 빨리 의대 정원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임에 충실하려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대한의사협회가 항상 그랬듯이 파업까지 예고하면서, 이를 저지하려고 하고 있다. 필자는 의료의 수혜자 및 소비자이며 경제학자 측면에서의 시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의대는 수많은 대학 학과 중에 하나에 불과한데, 그동안 정부규제에 의해 정원을 관리하면서 몇십년 동안 숫자를 제한하여 온 결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오는 시장가격의 왜곡현상을 표출하고 있다. 그 결과 요즘같은 입시철에 서울이건 지방이건 가리지 않고 의대 입학만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지원하고 있다. 국내 최고 일류대학의 다양한 자연과학 분야의 재학생들마저 의대로 옮기기 위해 학업을 중도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초자연과학 분야의 인력 공동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시장에서의 접점(Optimum point)을 찾지 못하고 수량규제, 물량규제를 해온 정부주도정책 (Government Driven Policy)의 결과다. 그런데 여기에서 대한의사협회라고 하는 조직은 의사부족과 의료서비스 저하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특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진이라고 하는 직업인은 고소득자 엘리트인데 의사 본연의 사회기여적 역할인 필수의료 진료과 지원은 기피하고, 보다 사적 이익창출에 유리한 특정 진료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행태를 보이며 의대 정원 증원에 적극 반대하는 모습은 볼썽 사납다. 그 저변에는 엘리트이즘과 특권층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국내에서 의대를 들어가는 문은 대학에서 그 어떤 학문으로 들어가는 문보다도 좁다. 이렇게까지 대박효과를 만들어 놓은 다른 학문이 어디 있는가? 그러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보장된 인생이 펼쳐지고,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학생, 학부모가 전부 의대 입시에 몰입하는 코메디와 같은 교육계를 시현하고 있음이 과연 바람직한가?, 유일하게 의대만이 이런 상황인 것은 의대 정원 동결이 의사집단의 반대로 계속되던 과거부터의 잘못된 결과이므로, 이제부터라도 이를 고치려는 선진 정부의 의지에 부합하여야 진정한 선진시민으로서의 의료진이라 할 수 있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인구 천명당 의사가 OECD 에서도 최고 상위 수준인 5.7명인데도 최근 의대 정원을 50% 확대한다고 하자, 의료계가 대환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OECD 통계에서도 평균 3.7명에도 못미치는 2.1명 수준의 꼴찌 임에도, 그렇게 높은 고임금과 고소득을 자랑하는 의사들의 이기심과 오만함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우리보다 후진국들도 의사 수는 충분하니, 지표 상에는 우리 보다는 선진국이다. 그들 의사들의 급여나 소득 수준도 일반 직장인들과도 엇비슷한 그 수준이 진정한 의료 선진국 모형이다.의사들이 시장에서 자신들의 희소성 가치를 극대화 하겠다고 한다면, 국민복지를 위해서는 이제부터는 외국에서 의대 졸업한 인재를 적극 수용하는 정책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복지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현재 의대 정원인 3058명 대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이후 2026학년도 최소 2288명·최대 3057명, 2027학년도 최소 2449명·최대 3696명 등은 국외에서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 유학생들로서, 채워주기를 바라고, 이제 부족 직업군인 의사도 글로벌하게 선진국으로부터 수급되는 시대가 되기를 촉구한다.류덕기 수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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