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과 공개 설전 벌인 SNS 이용자, 차단당했다

李대통령과 공개 설전 벌인 SNS 이용자, 차단당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소셜미디어(SNS)에서 공개적으로 '당무개입' 논쟁을 벌였던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풀잎이'가 최근 이 대통령의 공식 계정으로부터 차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통령이 해당 이용자의 비판을 직접 인용해 조목조목 반박한 지 한 달여 만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풀잎이'는 최근 자신의 X 계정에 이 대통령의 공식 계정으로부터 차단됐다는 내용의 화면을 캡처해 게시했다. 화면에는 “@jamyung_Lee(이 대통령)의 공개 게시물을 볼 수 있지만 상호작용은 차단되며 팔로우하거나 쪽지를 보낼 수도 없다"는 안내..

구미시, 기업 성장단계별 맞춤지원 체계 만든다

반도체·방산·이차전지 전략산업 집중…로봇·제조AX 전환도 추진 분산형 지원 벗어나 창업부터 선도기업까지 '구미형 성장사다리' 구축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구미시가 창업기업부터 선도기업까지 성장단계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구미형 기업성장사다리' 구축에 나선다. 반도체·방산·이차전지를 3대 전략 제조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로봇과 제조AX(AI 전환)를 지역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통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23일 구미시는 지난 20일 시청 국제통상협력실에서 정성현 부시장과 창업·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 전문가 등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시 기업지원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용역의 핵심은 그동안 부서별·사업별로 흩어져 있던 기업지원 정책을 기업 성장단계에 맞춰 체계화하는 데 있다. 지역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기존 지원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중·장기 기업지원 로드맵을 마련한다. 중간보고에서는 구미의 산업구조를 고려해 반도체·방산·이차전지를 3대 전략 제조산업으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로봇과 제조AX를 개별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끌어올릴 공통 전환 플랫폼으로 제시했다. 특히 관내 제조 중소기업을 성장성과 혁신성을 기준으로 '초기기업-잠재기업-예비선도기업-선도기업'으로 유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업 규모나 업력만으로 지원 대상을 구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과 기술혁신 수준을 반영해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지원 방식도 손질한다. 부서별로 소규모 사업을 분산 지원하던 기존 구조를 개선해 기술개발과 사업화, 금융, 인력, 판로 등을 연계하는 패키지형 지원을 강화한다. 창업거점과 금융 인프라 확충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제조 현장에는 AI 기반 자율제조를 중심으로 제조AX 전환을 촉진하고, 대기업·중견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과 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상생 네트워크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미시는 앞으로 4대 전략산업별 세부 실행과제를 구체화하고 '구미형 기업성장사다리'와 중장기 로드맵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기업이 창업에서 성장, 도약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정성현 구미부시장은 “변화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구미 기업지원의 방향을 새롭게 다듬고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의 기업지원 정책이 단순한 개별 사업 확대를 넘어 실제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원사업 간 연계와 성과 관리가 관건이다. '구미형 성장사다리'가 지역 제조기업의 성장 정체를 해소하고 전략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정책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청년공감] “비밀번호도 안 친다”…‘화석’된 PC쇼핑, ‘대세’된 모바일쇼핑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정모 씨(20·여)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무신사 등 여러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번갈아 열었다. 같은 상품을 놓고 가격과 할인 조건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에이블리에서는 할인 쿠폰을 적용해 2만1900원, 지그재그에서는 무료배송을 포함해 2만2900원이었다. 무신사에서는 적립금을 적용하기 전 가격이 2만4000원으로 표시됐다. 정씨는 몇 차례 화면을 넘긴 뒤 가장 유리한 조건을 골라 결제했다. 정씨는 “가격을 한눈에 비교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한다"며 “굳이 컴퓨터를 켜서 쇼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이나 '온라인 쇼핑'이라는 말이 여전히 익숙하지만, 젊은층의 소비 행태를 들여다보면 쇼핑의 출발점부터 결제까지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진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서도 온라인 거래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상품 검색 수단을 넘어 쇼핑 플랫폼 자체가 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게 모바일 쇼핑은 단순히 '편리한 구매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앱을 오가며 가격을 비교하고, 쿠폰과 카드 할인·적립금·배송비까지 따져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는 소비 습관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0·여)는 상품 하나를 고르면서 여러 쇼핑 앱을 번갈아 확인했다. 이씨는 “여기는 쿠폰이 되고, 저기는 카드 할인이 된다"며 할인 조건을 하나씩 비교했다. 그는 “몇 번만 눌러보면 어떤 곳에서 사는 게 가장 저렴한지 알 수 있다"며 “원하는 상품을 가장 합리적인 조건으로 살 수 있다는 게 모바일 쇼핑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가격뿐 아니라 배송비와 적립 포인트, 결제 수단까지 비교 대상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여러 조건을 동시에 따져 구매하는 방식이 모바일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쇼핑의 또 다른 특징은 '실시간성'이다. 대학생 김모 씨(20·여)는 주요 쇼핑 앱의 알림을 켜 놓고 있다. 인터뷰 도중 화면 상단에 타임세일 알림이 뜨자 김씨는 곧바로 해당 상품 페이지를 열었다. 김씨는 “타임세일이 뜨면 바로 들어가야 한다"며 “몇 분 지나면 할인이 끝나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임세일은 특정 시간 동안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방식으로, 높은 할인율을 내세워 소비자의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한다. 실제 할인율이 80%를 넘는 사례도 있지만, 할인 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타임세일 등의 할인 효과를 과장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는 할인 정보가 실시간 알림으로 전달되고, 상품 페이지에 남은 시간이나 수량까지 표시되면서 구매 결정을 재촉한다. 대학생 서모 씨(20)는 “쿠폰에 카드 할인까지 전부 적용해 본다"며 “이렇게 사지 않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송모 씨(20·여)도 “한 군데 쇼핑몰만 보고 사면 불안하다"며 “모바일로 최저가를 찾아보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모바일 쇼핑은 상품을 직접 검색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이나 콘텐츠를 보다가 상품을 발견하고 곧바로 구매하는 '발견형 소비'도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이브 커머스다. 라이브 커머스는 판매자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가 방송을 보며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네이버 쇼핑라이브와 카카오 쇼핑라이브, 쿠팡 라이브, 그립(Grip), 11번가 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0조원에 이른다. 직장인 이모 씨(28·여)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낀 채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실시간 채팅과 함께 구매 수량이 표시되고 있었다. 이씨는 “'지금만 할인한다'는 말이 반복되고, 다른 사람들이 계속 구매한다고 나오니까 마음이 급해진다"며 “방송을 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오면 바로 결제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에서는 구매 이후의 과정도 끊기지 않는다. 결제가 끝나면 배송 시작과 이동 경로, 배송 완료까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모 씨(24)는 “방송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결제한다"며 “배송 과정도 앱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간편 결제 역시 모바일 쇼핑의 속도를 높이는 요소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카드번호나 비밀번호를 매번 직접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줄었다. 생체인증 등을 활용하면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다. 취업준비생 정모 씨(26·여)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비밀번호도 안 친다"고 말했다. 지문 인증을 거친 뒤 결제가 완료되자 정씨는 “그냥 누르면 끝이라 생각할 틈이 없다"고 했다. 결제 과정이 짧아지면서 구매를 망설일 시간도 함께 줄어드는 셈이다. 과거 PC 기반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 검색→장바구니→결제로 이어졌던 과정이 스마트폰에서는 검색과 결제가 한 화면 안에서 빠르게 연결된다. SNS 역시 젊은층의 모바일 소비를 변화시키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를 넘겨보다 상품을 발견하고, 게시물에 연결된 구매 페이지로 이동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검색하기보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상품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구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대학생 김모 씨(21·여)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기다 의류 광고 게시물을 발견했다. 크롭 후드집업을 소개하는 영상 아래에는 구매 링크가 연결돼 있었고, 할인 적용 가격은 2만원대였다. 김씨는 “검색해서 사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며 “게시물을 보다가 괜찮으면 바로 산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에 따라 김씨의 피드에는 의류와 액세서리 관련 영상이 계속 노출됐다. 김씨는 “편하긴 한데 원래 살 생각이 없던 것도 사게 된다"며 “심심해서 영상을 보다가 결제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모바일 쇼핑의 확산은 소비자에게 분명한 편리함을 제공한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상품을 비교하고,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결제와 배송 조회까지 한 번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함이 커질수록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숙고할 시간은 줄어들 수 있다. 타임세일과 실시간 알림, 라이브 방송, 간편결제, SNS 알고리즘 등이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필요해서 사는 소비'와 '보여서 사는 소비'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PC 앞에 앉아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던 온라인 쇼핑에서, 이제는 스마트폰을 보다가 상품을 발견하고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하는 모바일 쇼핑으로 소비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젊은층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 쇼핑을 발견하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하나의 소비 공간이 된 것이다. 김윤호 기자·박예린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EE칼럼]전력투자비 조달, 원가회수율 공개가 핵심이다

지난 20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은 충격적이다. 2040년 목표 최대전력은 지난 4월 전망한 131.8~138.2GW에서 158.4~165.0GW로 26.6~26.8GW 늘었다. 연간 전력소비량도 657.6~694.1TWh에서 847.3~885.1TWh로 약 190TWh 증가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최대전력 전망이 20%, 전력소비량이 28%가량 상향된 것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전력수요 지형을 바꿨다.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지도 문제이지만,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보낼 전력망은 누가, 무슨 돈으로 건설할 것인가. 한전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2038년까지 72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0GW 이상 전력공급 설비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호남권 반도체 산단과 AI 데이터센터가 추가되고 정부가 전력망 건설 시기를 앞당기라고 요구하면서 72조8천억원 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연간 투자비가 약 10조원, 이 가운데 송전망 투자가 약 8조원이라고 밝혔다. 지중화 확대, 주민 보상 강화, 자재비 상승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4조9천억원이다. 흑자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연결 기준 부채는 210조원을 넘었고 차입금은 133조원에 달한다.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1천억원이다. 여기에 정부는 11차 전기본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목표 78GW를 100GW로 높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발전설비만 세운다고 전기가 저절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과 변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계통 안정화 설비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반도체·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수요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력망 비용은 더 커진다. 공짜 점심이 없듯 공짜 전력망 역시 없다. 민간투자를 끌어들인다 한들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한전에 차입을 떠넘기는 방식도 한계에 이르렀다. 전기요금 조정과 재정 분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은 과연 유의미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소비자는 자신이 내는 요금이 원가보다 비싼지 싼지조차 알 수 없다. 정부가 인상률만 결정해 통보하니 요금 조정 때마다 모든 소비자가 “왜 나만 올리느냐"고 반발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 역시 원가 차이를 반영하는 것인지, 지역 지원 정책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교차보조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전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의 그늘을 못벗어나고 있다. 전기요금 탈정치화의 핵심은 '용도별 원가회수율 공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주택용·일반용·산업용·농사용 등 종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료 공개가 중단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원가회수율은 평균 95.1%, 산업용 97.9%, 일반용 99.7%, 주택용 89.6%, 농사용은 35.1%였다. 산업용 원가회수율이 높아진 것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 11회에 걸처 80.6%를 인상한 결과이다. 2022년 이후에도 산업용은 kWh당 80.0원, 주택용은 40.4원 인상됐다. 지금은 '전기요금'이라는 명목으로 누가 누구를 얼마나 보조하고 있는지 추정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깜깜이 상태에서 막대한 전력망 비용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면 산업계와 일반 국민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정책적으로 특정 용도의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야 한다면 그 차액은 투명하게 계산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때가 왔다. 복지·농업·산업정책 비용을 한전 장부 속에 숨겨 다른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닥다리 방식은 이참에 일소해야 한다. 원가를 알아야 지원이 필요한 경제 주체와 정책 목적이 분명해지고 그 지원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발표보다 앞서 정부가 해결할 일은 용도별 공급원가와 원가회수율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용도별 전기요금 인상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를 넘어서 “누가, 어떤 원칙으로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 모두 고민할 때다. bienns@ekn.kr

100조 넘는 ‘미래기금’ 반도체 꺾이면?…“지속가능성에 상시 추경 논란도”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추가세수를 미래성장 동력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반대로 반도체 호황이 꺾여 세수가 줄면 기금이 고갈될 수 있어 지속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겅기 호황기 때 추가 세수를 쌓아놓고, 경기 둔화나 세수 결손 때 재정을 보강하는 소위 '재정 저수지'로 기금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반면, 100조원 이상 추정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사실상 국회 동의 없이 일정 부분 집행이 가능해 '쌈짓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함께 불어나는 나라빚 등 재정건전성 관리는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에 따르면 기금의 주된 재원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여유자금 등이다. 핵심 재원인 추가세수의 경우 다음해 예산안의 내국세 세입예산이 내국세 추세치를 넘어설 경우 그 금액만큼 미래대응기금으로 옮기게 된다. 내국세 추세치를 밑돌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출한다. 예컨대,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가 많이 걷힌만큼 내년 추가세수로 잡히면 기금으로 적립되는 구조다. 하지만,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추가세수도 줄게 돼 재원의 지속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3∼5년 주기 반도체 업황 사이클을 전제로 세수 구조를 설계해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호황에는 적립하고, 세입이 미달하면 재정안정화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번 호황뿐 아니라 3∼5년 뒤 산업구조가 바뀌어도 추가세수가 다시 쌓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국회 심의를 덜 받는 기금은 정부가 임의로 지출을 늘릴 수 있어 '쌈짓돈'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재정 투명성 지적도 나온다. 연간 기금운용계획의 경우, 정부는 20∼30% 범위 내 지출 금액은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정부가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상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처 관계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수요가 생겼을 때 매번 추경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기금을 활용하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상시 추경보다 세입 측면에서 탄력적 대응 장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추가세수로 국채 상환 등 나라빚을 먼저 갚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채를 제때 갚지 않으면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서다. 반면, 정부는 추가세수를 경기 부양용 일시적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거나 재정건전성 관리에만 치중하면 인공지능(AI) 대전환 등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봤다. 그동안 세수 호황으로 확장적 재정을 운용하면 경기 과열에 물가를 자극해 왔다. 반대로 경기 둔화 때에는 세수가 줄고, 긴축적 재정 운용으로 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우려되는 세수 변동성을 완화·흡수할 수 있는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거액의 재원을 재정건전성에 투입하면 내년이나 내후년 수입과 지출에 차이로 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지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결정적 시기로 전략적 투자에 따른 성과로 세입을 늘려 재투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선군 농어촌 기본소득, 소비 넘어 창업으로…17곳 사업화

정선=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정선군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며 늘어난 지역 소비가 창업과 고용으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올해 기본소득과 연계한 창업 지원을 통해 17개 사업장이 선정됐고 이 가운데 10곳이 문을 열었다. 최승준 정선군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17개 군 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업 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17개 군 단체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사업 추진 상황과 지역별 사례를 점검하고 현장에서 나타난 효과와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최 군수는 기본소득으로 늘어난 소비가 창업과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기본소득 지급으로 지역 내 소비가 늘면서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고 이를 창업과 고용으로 연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늘어난 소비를 지역 소득으로 연결하기 위해 '정선 기본소득형 창업 지원사업'과 면 지역 창업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음식점과 카페, 의류 소매업, 스포츠체험시설 서비스업 등 17개 창업 사업장을 선정했으며 이 중 10곳이 문을 열기도 했다. 정선읍에 위치한 가마솥해장국 전문점 '조양옥'은 지난 4월 문을 연 뒤 7월까지 지역사랑상품권으로만 2544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방과 서빙 인력 3명도 새로 고용했다. 최 군수는 귀촌인이 정선에서 창업해 기본소득으로 늘어난 지역 소비를 매출과 고용으로 연결한 사례로 조양옥을 소개했다. 생활서비스가 부족한 면 지역에서는 기본소득 사용처를 넓히는 효과도 나타났다. 화암면에서는 종합잡화점 '반월사랑방'이 문을 열었다. 의류와 신발, 화장품 등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주민들이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읍내까지 이동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면서 지역 안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늘어난 셈이다. 군은 앞으로 기본소득 사용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밀착형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와 의제를 직접 찾아 해결하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연계해 기본소득 효과를 지역 경제뿐 아니라 공동체 활성화까지 넓힌다는 구상이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주민 생활 안정을 넘어 지역 안에서 소비가 늘고 새로운 가게와 일자리가 생겨나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선에서 나타나는 사례를 발전시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국제유가 다시 상승…‘14주 연속 하락’ 주유소 기름값 오르나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다만 국제유가가 오른 만큼 국내 기름값에도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6~20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62.5원으로 전주보다 1.7원 하락했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전주 대비 1.0원 내린 L당 1908.9원을 기록했다. 가장 저렴한 대구는 2.1원 하락한 1835.6원으로 집계됐다. 상표별로는 GS칼텍스 주유소가 L당 1865.6원으로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가 1853.5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전주보다 L당 1.4원 내린 1845.7원을 기록했다. 반면 이번 주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이 강화되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간 갈등까지 심화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체 공급을 확대하면서 상승 폭은 제한됐다. 국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91.8달러로 전주보다 3.2달러 상승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2.4달러 오른 배럴당 113.8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4.0달러 상승한 163.7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국제유가 움직임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한편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1일 제9차 석유 최고가격을 제8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정했다. 최고가격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6개월 지났는데, 9차 최고가격 또 ‘동결’…“당분간 지속”

정부가 중동 불안이 여전하다 보고, 9차 석유 최고가격을 또 다시 동결하기로 했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이전 7~8차 때와 같이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된다. 9차 최고가격은 22일 0시부터 4주 간 적용된다. 이로써,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는 도입한 지 6개월을 넘어섰다. 산업통상부는 21일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지난 8차 최고가격 결정 당시와 유사한 점,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국내 이상기후로 인한 민생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의 60일 기한이 만료된 뒤에도 양국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배럴당 70 달러대로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지난 20일 브렌트유 93.8 달러, 두바이유 95.6 달러로 상승했다. 다만, 국내유가는 7차 최고가격이 시행된 6월 27일 이후 지속 하락해 이달 20일 기준 리터당 휘발유 1862원, 경유 184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13일 첫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는 이번 9차 적용으로 6개월을 넘기게 됐다. 정부는 종전 상황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 국제유가 등을 고려해 제도 종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반면,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피면서 중동정세와 석유 수급, 물가 및 민생부담, 수요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민하고 유연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현대엘리베이터 특집 ①] 중국산 에스컬레이터가 서울 지하철역을 점령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 두 대 가운데 한 대 이상이 설치된 지 15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0년 이상 된 설비도 세 대 중 한 대를 웃돌았다. 노후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고장이 발생하면 부품 조달 등의 문제로 정상 운행까지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21일 본지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에스컬레이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기준 공사가 관리하는 에스컬레이터 1881대 가운데 설치 후 15년 이상 지난 설비는 974대로 51.8%에 달했다. 이 가운데 25년 이상 사용한 설비만 437대로 전체의 23.2%였다. 20년 이상~25년 미만도 210대로 집계됐다. 전체의 34.4%인 647대가 설치 20년을 넘긴 셈이다. ◇ 7호선 391대 중 229대가 20년 이상 노후화는 일부 호선에 집중돼 있다. 1881대의 설치일을 기준으로 보면, 7호선은 전체 391대 가운데 20년 이상 설비가 229대로 58.6%를 차지했다. 6호선 역시 294대 가운데 201대(68.4%)가 20년을 넘었다. 특히 25년 이상 된 에스컬레이터는 7호선 194대, 6호선 187대로 두 호선에만 381대가 몰렸다. 전체 25년 이상 설비 437대의 87%에 해당한다. 5호선도 본선 기준 351대 가운데 108대가 20년 이상이었고, 2호선은 248대 중 58대가 20년 이상으로 분석됐다. 노후화는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장기 사용 에스컬레이터의 유지·보수 비용은 신설 설비보다 21배 이상 많이 든다. 올해 중보수 작업의 41%도 노후 설비에 집중됐다. 디딤판 체인 등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부품의 교체가 늘어난 영향이다. ◇ 5년간 절반 이상 고장…한 번 멈추면 최장 24일 문제는 고장이 발생한 뒤 정상 운행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연희 의원실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서울 지하철 1~8호선 에스컬레이터 1871대 가운데 984대가 적어도 한 차례 고장 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준 전체 설비의 절반 이상이 5년 동안 한 번 이상 고장을 경험한 것이다. 호선별 고장 건수는 7호선이 302건으로 가장 많았고 6호선 202건, 5호선 189건 등의 순이었다.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같은 기간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를 수리하는 데 평균 2일15시간이 걸렸으며 가장 긴 사례는 24일10시간에 달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제조사와 모델이 다양하고 일부 부품은 주문 제작해야 해 조달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해왔다. 특정 부품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법정검사를 거쳐야 하는 것도 복구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 상반기 끝나기도 전에 보수예산 94% 소진 올해 들어서는 노후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실제 운행 중단으로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편성한 에스컬레이터 중보수 예산은 55억67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2억9500만원 늘었지만 6월까지 52억3900만원, 94.1%가 집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집행률 42.8%의 두 배를 웃돈다. 예산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 6월26일 기준 수리를 기다리며 운행을 멈춘 에스컬레이터는 25대까지 늘었다.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가용 예산을 조정해 수리가 지연된 25대를 즉시 보수하겠다고 밝혔다. 노후 에스컬레이터가 앞으로 더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15~20년 사용한 설비가 327대에 달한다. 이들 설비가 순차적으로 20년을 넘기면서 유지·보수와 교체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설비별 고장·복구 실태는 한눈에 파악 어려워 문제는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설비에서 얼마나 자주 고장이 발생하고 복구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외부에서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본지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에 전체 에스컬레이터의 제조사와 모델, 생산국, 설비별 고장·복구 현황, 장기간 운행 중단 설비, 노후 설비 교체계획, 유지보수 예산 및 집행 현황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공사는 이 가운데 전체 1881대의 호선·역명·승강기번호·설치일과 사용연수 현황 등을 공개했다. 제조사와 모델명은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서 개별 승강기 번호를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반면 생산국과 설비별 고장·복구 현황, 장기 운행중단 설비,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계획, 유지보수 예산 및 집행 현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취합 및 가공이 필요한 정보"라고 했다. 공사가 관련 정보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지가 요청한 형태로 취합된 자료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2019년 이후 99%가 중국산…또 다른 문제 '부품' 노후화만으로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장기 운행중단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고장 이후 필요한 부품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는지도 복구기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모델이 다양하고 오래된 제품일수록 필요한 부품을 바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 에스컬레이터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한때 국내 업체들이 직접 생산하던 에스컬레이터는 2000년대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마저 2014년 국내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에스컬레이터 제조기반은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안전인증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후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99%가 중국산으로 파악될 정도로 시장 구조도 달라졌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장이 잦거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완제품뿐 아니라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까지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게 된 구조가 장기적으로 적절한지는 별도의 문제다. 서울 지하철에서 반복되는 에스컬레이터 운행 중단은 노후 설비 교체라는 당장의 과제와 함께 국내 제조·부품 공급망이 왜 사라졌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반도체 추가세수로, 100조 이상 ‘미래기금’ 쌓는다…교육교부금 연동 폐지 “기금 적립”

반도체 호황에 늘어난 세수를 재원 삼아 청년 일자리와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등에 투자하는 100조원 이상의 '미래대응기금'이 신설된다. 정부는 경기 호황기 때 추가세수를 적립하고, 경기 둔화나 세수 결손 때 재정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해당 기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남는 세수를 경기 진작이나 부채를 갚는데 쓰기 보다 청년과 지방, 교육·인재 등 미래성장 동력에 중점 투자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꾀한다는 취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내국세의 20.79% 자동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학령인구 변화에 35%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손 본다.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해 영유아, 고등·평생교육에 사용한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21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과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우선, 취업과 주택, 양육 등의 어려움이 큰 청년층 지원에 쓰인다. AI와 반도체, 3대 메가프로젝트, 소형모듈원자로(SMR)·핵융합·첨단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도 투자한다. 인구소멸지역 등 지방의 정주 여건 개선과 미래 인재 양성에도 활용한다. 이전처럼 추가 세수를 경기 부양용 소비성 지출로 쓰거나 건전 재정 관리로 활용하기 보다 미래 성장 모멘텀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삼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남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재정 저수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규모는 약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추가세수의 추세치 판단 시 최근 10년 연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토대로 2027년 추가세수 추세치는 약 370조원 가량 추산된다. 정부가 밝힌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 '500조원+α', 국세 수입 대비 내국세 비중 90%선을 고려하면 내년 내국세는 450조원 이상이 된다. 이 경우 내년 추가세수 규모는 60조∼70조원, 여기에 올해 초과세수 약 25조원과 교육교부금 개편 재원 20조원 가량을 더하면 총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처는 구체적인 기금 규모는 이달 말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 때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경제 성장과 학령인구 감소 등을 반영해 교육교부금을 55년 만에 개편한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 배정하는 자동연동 방식이 폐지된다. 앞으로 3년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교부금을 산정한다. 이번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마련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해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 우수인재 유치, 국가인재 유출 방지 등에 사용한다. 다만,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계속 늘어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관련 패키지 법안을 마련한 뒤 입법 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3일 내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석유화학 ‘대산 1호’ 결합 조건부 승인…공정위 “5년간 가격 제한”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으로 '대산 1호' 프로젝트 관련 기업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다만, 공정위는 일부 합성수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5년간 가격 인상과 공급을 제한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는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신청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업결합으로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로 취득한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통합 법인인 HD현대케미칼의 지분을 50%씩 보유해 최다 출자자가 된다. 충남 대산 산업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각각 보유하던 나프타분해설비(NCC), 기타 석유화학제품 생산 시설도 통합 운영하게 된다. 앞서,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업계는 사업재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를 마련했고, 올해 2월 정부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국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에서 경쟁 사업자가 줄어 과점이 심화되는 등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LDPE는 종이컵 코팅, 식품용기 등에, EVA는 신발 밑창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 제품이다. 두 시장 사업자는 한화, LG, 롯데, HD현대 4곳에서 롯데가 빠져 3곳으로 줄어든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후 생산능력 기준 3개 사업자가 약 50대 25대 25의 비율로 시장을 나눠 갖게 된다. 판매량 기준으로도 3사 합산 점유율이 7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또, 3사가 국내 LDPE, EVA 시장에서 경쟁사의 생산 능력, 국제 가격 등 주요 정보도 쉽게 취득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경쟁 사업자 간 가격 협조가 쉬워지고, 낮은 수익의 품목은 생산과 공급을 중단해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지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특히, HD현대케미칼은 시장 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됐다. 아울러, 공정위는 국내 LDPE, EVA 시장의 구매자 다수가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란 점도 고려했다. 3개 사업자가 저수익 또는 저가 제품 생산과 공급을 중단할 경우 대체 거래처를 찾기 어렵고, 가격 인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의 조건부로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 공급 유지 의무, 정보교환 금지, 임직원 인사 제한 등 시정조치를 내렸다. 구체적으로 향후 5년간 LDPE·EVA의 국내 가격 변동률을 수출 가격 변동률 기준으로 제한한다. 기업결합 당시 생산 중이던 LDPE·EVA 제품도 국내 수요자의 요청에 따라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간 가격과 수량, 원가, 재고량 등 경쟁 민감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도 제한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옮긴 롯데케미칼 임직원이 복귀하는 경우 1년간 LDPE·EVA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기업결합과 별도로 HD현대케미칼은 협력업체와 상생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번 첫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으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면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큰 시장에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수요자들의 피해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유화학 기업결합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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