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韓, ‘장동혁 위기’ 틈타 세력 경쟁 본격화하나

吳·韓, ‘장동혁 위기’ 틈타 세력 경쟁 본격화하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점을 넓히며 본격적인 '당심 쟁탈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당권 구도가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 공백과 장기 입원으로 흔들리면서 조기 재편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24일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당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미래혁신포럼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보수 가치의 회복과 미래'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섰다. 미래혁신포럼은 옛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연구모임이다. 이날..

[독자위원회] 에너지경제 정체성 살린 기획물 늘어…일반 독자 위한 쉬운 기사도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2026년 2차 독자위원회 회의가 17일 서울 중구 에너지경제신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 4~6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온라인·지면 보도를 평가했다. 위원장인 박규호 한신대 경영학 교수를 비롯해 김정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희원 기후변화센터 선임연구원, 이선희 법무법인클라스한결 변호사, 이해수 서강대 언론학 연구교수(가나다 순) 등 5명의 독자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획·연재 기사를 중심으로 기사 내용과 방향성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 딱딱한 수치·어려운 용어, 구체적 비유·도식화로 풀어쓴 점 칭찬 ▲이선희 변호사=우선 미-이란 전쟁이 끝나서 다행이다. 전쟁 이후 (호르무즈해협 문제 등 기사를 다루려면) 에너지경제신문이 상당히 바빠질 것 같다. 저는 칭찬할만한 기사와 조금 아쉬운 기사,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우선 6월 14일자 ''전력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갈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 [기후신호등]' 기사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정체성과 잘 맞는 좋은 기사라 생각된다. 단순히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이나 물 부족 문제를 수치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비유를 들어줘 확 와닿았다.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 소비량이 현재 프랑스 전체 전력 소비량의 두 배에 해당하고 물 사용량도 우리나라 소양호 저수량의 3배가 넘는다는 기사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번째로, 지난 1차 회의 때에도 언급했지만 '재벌승계지도' 기획기사(4월 10일·24일, 5월 11일, 6월 17일자)가 자세히 정리돼 좋았다. 한화그룹이나 HD현대그룹 등의 재벌 구조를 승계 문제나 세금 상속 등 정책적인 관점과 연계해 잘 정리했고, 특히 그림(소유지분도)으로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칭찬하고 싶다. 6월 14일자 '스페이스X發 자금 블랙홀…외국인 '팔까 살까' 변동성 경고 [주간증시]' 기사도 어려운 내용을 (챗GPT 생성 이미지로) 시각화해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 점이 칭찬할 만하다. 반면 (에너지경제신문 특성과 관련해) 조금 아쉬운 기사를 들자면, 6.3 지방선거 기사를 들 수 있다. 정치 기사는 일반 종합일간지에서 너무 많이 다루고 있어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워 보였다. 제언하자면, 지자체장 후보들마다 많은 정책 어젠다를 내놓는데 이 중 에너지정책이나 산업단지, RE100, 지방 재정문제 등과 관련된 이슈에 포커스를 맞춰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자동차 시승기 관련 기사도 이런 점에서 조금 아쉬웠다. 대중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기사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경제신문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 만큼 일반 자동차 전문지에서 다루는 주행감이나 편리성 외에 연비나 유지비, 전기차의 경우 충전 문제나 배터리의 탄소배출 등에 관한 관점을 좀 더 보강했으면 좋겠다. 결국 전체적인 방향성을 말하자면 에너지경제신문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종합일간지를 지향하다 보면 에너지경제라는 특수성이 약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도 있겠지만 에너지경제라는 핵심을 잊지 않으면서 논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수 교수=저도 '기후신호등' 기획기사가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AI)을 어떤 가상의 기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후신호등 연재기사는 서버나 반도체, 냉각설비 등 거대한 산업시설이 움직인다는 물질계에 집중한 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온난화나 기후위기를 대기오염이나 폭염 같은 '육상'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후신호등 연재기사는 △멈춰서는 대서양 해류 △물 파산 시대 △냉각수 해양 배출 등 해양 위기 측면에 더 집중한 점이 주목된다. 바다는 운송·물류 측면에서도 중요한 만큼 여러 해양 관련 기획기사를 다뤄주길 바란다. 조금 아쉬웠던 기획기사를 들자면 '실버이코노미' 상·중·하편 기사(2월 4일·6일·10일자)가 있다. 저널리즘에서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는 언론이 대변하는 연령층이 청장년층에 집중돼 있어 노인 문제에는 소홀하거나 복지 또는 돌봄 이슈에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기획기사는 신노년층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생산주체로 다루고 에이지 테크로 연결시킨 점이 흥미로웠다. 기존 뉴스의 낡을 틀을 조금 깨줬다는 점에서 반가웠는데 단 3회에 마무리되고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노인 문제는 유통 분야 테크 산업과 연결되고 노동시장이나 주거형태 변화에도 변화를 주는 만큼 3부작이 좀더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밖에 전문성을 유지하되 독자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라이트한 기사들도 있으면 좋겠다. 일례로 6월 5일자 '막 오른 서울국제환경영화제…정재승 위원장 “AI와 환경, 구조적으로 닮아"' 기사가 있다. 기후위기나 AI 생태계 문제를 주제로 활동하는 예술가도 많고 관련 다큐멘터리나 신간도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거창한 기획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단신 형태의 코너를 신설한다면 무거움도 좀 덜어내고 일반 대중 독자층도 겨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희원 선임연구원=6월 16일자 ''보이지 않는 온난화 주범 '간접 온실가스'…새 기후 대응 과제로 부상''은 일반 독자가 보면 수산화라디칼(OH) 등 어려운 기호들이 많아 눈에 안 들어올 수 있지만 기후변화 분야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낯설지 않다. 특히 이 주제는 글로벌에서 굉장히 주목하는 이슈임에도 국내에서는 아직 정책도 미비하고 관심도 없는데 에너지경제에서 이 이슈를 다뤄 굉장히 놀랐다. 에너지경제신문의 기후변화 관련 기사들이 전문적이어서 해당 분야 종사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산업 종사자나 일반 대중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대중을 타깃 독자층으로 할지, 에너지·기후 분야 전문가를 타깃 독자층으로 할지 방향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기후변화 보고서 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수 있으므로, 기사에서 기관·저자 배경과 이해관계를 설명해주면 독자들이 정보를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AI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문제 중 하나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에서 상위 순위에도 오른 '정보조작'과 '정보왜곡' 문제다. 일부 사실만을 발췌해 특정 기후대응 사업이나 제도 전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문제점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부 사례만으로 전체를 폄훼하기보다는 제도 또는 사업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현지사회에 미치는 UN 지속가능목표 영향까지 균형 있게 조명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언론은 단순히 외부 정보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닌, 정보의 신뢰성이나 맥락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균형잡힌 보도와 역할이 중요하다. 이밖에 에너지 전문 기사라 하더라도 기후변화, 산업 경쟁력 등과 연계하면 독자가 하나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계·정책 설계자 인터뷰 등 다양한 시각을 기사에 포함하면 균형 잡힌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 전문성 있는 기획기사, 쇼츠 유행 속 갈증 해소시켜 줘 ▲김정훈 교수=요즘 쇼츠가 유행이고 짦은 영상에 매몰돼 있다보니 신문들도 쉽고 짧게 쓰는 기사가 트렌드가 될 수 있겠지만, 에너지경제 기획기사만큼은 전문성을 가지고 심도있게 다뤄주고 있어 그동안의 갈증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독자위원을 하면서 에너지경제 기사가 시간이 흐를수록 짜임새나 구조가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는 느낌도 받았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이 보이지만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4월 6일자 '[에너지 절약 이렇게] 차 연료·가정전력 10% 줄이면 CO₂ 연간 1450만톤 감축' 기사를 들 수 있다. 이 기사에는 자동차 연료 사용 10%와 가정용 전력 10%를 줄이면 이산화탄소를 연간 1453만톤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기사 분량의 절반 이상이 이 수치를 도출하는 과정만 다루고 있다. 이 수치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도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인 것 같지만 약간 알맹이가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앞에서 미국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움 기사(6월 14일자 '전력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갈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 [기후신호등])를 언급해 주셨는데, 이는 사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일부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것에 불과하다. 사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우리나라도 가야할 길이다. 그리고 이 기사는 유럽, 아시아, 남미 지역의 데이터센터 확대에 대한 규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 민원이나 인허가 측면을 언급하고 있어 (유럽, 아시아, 남미의 경우와 함께 언급하기에) 맞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센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전력계통 영향평가이다. 차후 전력계통 영향평가로 인한 지방 분산 효과 등이 다뤄질 필요가 있다. ▲박규호 교수=에너지경제신문의 기획기사들이 신문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신문의 주 독자층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도 계속 하게 된다. 독자들은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구논문에 별 관심이 없고 몰라도 크게 상관이 없다. 따라서 연구논문을 정리해 기사로 만드는 경우, 그 연구의 시사점 위주로 정리해 주고, 우리나라 실정은 어떤지 그리고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간략히라도 넣어주면 독자들이 전반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만들어 넣는 기사들이 있는데 복잡한 그림은 눈에 잘 안들어온다. 오히려 '부동산현장' 연재기사가 (현장 사진들이 많아) 오히려 더 눈에 잘 띄었다. 이 연재기사는 길음역 일대(6월 16일자 길음역 일대 뉴타운 마지막 퍼즐 20년만에 맞춘다) 등 가장 핫한 지역을 선정해 실제 기자가 발로 뛰어서 그 지역의 장단점을 균형있게 정리한 기사로, 다른 경제신문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기사라 생각된다. 또한 '유증 리포트' 연재기사도 돈을 구하는 기업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코너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코너의 제목을 '유증 리포트'로 하면 일반 독자들 눈에 잘 안들어올 것 같다. 이 외에 '글로벌 레이더', '이슈+', '머니+' 등 제목의 코너들이 있는데 각 코너마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위원장 박규호 한신대 경영학 교수 ◆위원 김정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희원 기후변화센터 선임연구원 이선희 법무법인클라스한결 변호사 이해수 서강대 언론학 연구교수 장박원 본사 편집국장(간사)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정말 1만피 갈까”…코스피, 반등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머니+]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우려로 전날 폭락했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로 향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AI 관련 투자 쏠림 현상이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반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9.84%, SK하이닉스는 0.98%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조만간 9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991조원으로 늘어나며 1839조원의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거래일 만에 다시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반등은 전날 코스피가 AI 투자 과열 우려로 10% 가까이 폭락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베 첸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기술주 랠리에서 처음으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AI 투자 스토리와 올해 한국 증시의 기록적인 상승세 모두 앞으로는 뉴스에 더욱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흐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국시간 25일 오전 5시30분 발표되는 마이크론의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마리자 베트마네 주식 리서치 총괄은 “단기적으로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결국 마이크론 실적"이라며 “기술주 랠리가 다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마이크론이 강력한 실적과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더라도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날 코스피 급락에 대해 “지속적인 상승으로 누적된 피로감"이라며 “추세적 하락 보다는 일시적 숨 고르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와 주변 AI 관련 종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이들 제품이 계속해서 핵심 병목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제시했다. 이어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1만500, 약세장 시나리오에서는 6500까지 가능하겠다고 봤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별도 기사에서 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최근의 시장 움직임이 대규모 매도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AI 산업의 장기 성장 전망 자체는 유효하지만 과도하게 누적된 투자 포지션, 레버리지 ETF 확대, 옵션 헤지 거래, 반도체 업종의 급등세가 맞물리자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바비 몰라비 파트너는 “액티브 펀드든 패시브 펀드든, 헤지펀드든 퀀트 전략이든, 기관이든 개인이든 사실상 모두가 매일 AI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상승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매도 국면에서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몰라비 파트너는 이어 현재 시장이 5% 수준의 급등락에 익숙했져 있었던 닷컴버블 말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10% 하락이 발생했을 때"라며 “그 이후에도 시장을 지지할 바닥이 존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레버리지 ETF를 최대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현재 글로벌 레버리지 ETF 자산 규모는 약 2000억달러에 달한다. 기초지수가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달러 규모의 리밸런싱 거래가 같은 방향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기술주와 모멘텀 전략이 전체 레버리지 ETF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어 관련 종목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들은 목표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약 60억달러(약 9조 288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두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약 14%에 해당한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나란히 12% 넘게 급락했다. 레베카 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ETF 애널리스트는 “전날 시장 하락은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때문이 아니었다"며 “레버리지 ETF들이 일일 노출도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매도 압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하루 5% 움직일 경우 약 47억달러(약 7조 2756억원) 규모의 ETF 리밸런싱 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평소 하루 평균 거래대금의 약 8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정부·기업, ‘중동 재건사업’ 뭉친다…“에너지·인프라 투자 예상”

한국 기업이 참여 가능한 중동 재건 사업으로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시설 복구, 물류·도로 인프라 구축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 종전 합의로 우리 기업의 중동 재건시장 진출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중동 인프라 협력 태스크포스(TF)'도 가동된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이란을 포함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동 국가 전반을 대상으로 재건 수요를 파악 중"이라며 “정유, 석유화학, 가스처리 등 훼손된 에너지 시설 복구와 도로, 항만 등 인프라 보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 에너지 설비 투자에 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 전쟁으로 감소했던 업계의 발주 물량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후 복구 사업으로 기반시설인 사회간접자본(SOC) 보수 외에도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에너지 인프라 투자도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중동전쟁으로 이란 포함 9개국에서 40~50개 이상의 핵심 에너지 자산이 파괴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이 이란 전후 복구 목적으로 3000억 달러(450조원) 규모 이란 재건 기금 조성을 검토 중이어서 플랜트와 에너지 인프라 중심의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도 예상된다. 이 경우 정유·화학 플랜트와 전력, LNG 등에서 경쟁력 있고, 중동에서 수행 경험이 풍부한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E&A, GS건설 등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와 등에서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가스 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해 왔다. 국토교통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중동 전쟁 발발 전 2021~2025년 5년 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총 1792억 달러(271조1475억원), 이 중 중동 수주액만 620억 달러(93조822억원)로 전체의 35% 가량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중동 재건 사업 수주를 선점할 수 있도록 민관이 참여하는 중동 인프라 협력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포스트 중동 대외 경제 정책을 본격화하겠다"며 “중동 국가들의 재건과 경제 체질 개선에 따른 협력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중동 인프라 협력 실무 TF를 발족하고, 고위급 인사도 현지에 파견해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국토부와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해외건설협회 등은 중동 인프라 협력 목적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3일 첫 회의를 열었다. 중동의 현지 상황 안정, 계약 조건 합의 등을 고려할 때 정부 간 협력과 외교적 지원이 필요해 협의체 중심으로 주요국별 시장 동향을 파악해 수주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중동의 대형 인프라 사업 발주가 투자개발사업으로 전환되는 추세에 맞춰 KIND 등 투자기관과 연계한 공동 진출 전략도 강화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이날 재건 인프라와 수출복원, 유망 품목 수출, 물류대응, 동향분석 등 5개 분과로 구성된 '포스트 중동 TF'를 발족했다. TF는 중동 국가들의 인프라 복구, 에너지 안보 프로젝트 발주에 대비, 민관 협업 진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종전 후 우리 기업들이 중동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이란 경제개방 대응 세미나, 현지 네트워크 복원 등도 추진한다. 방산과 소비재, 의료기기 등 유망 품목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도 강화한다. UAE, 쿠웨이트, 오만 등 국영 방산기업과 정부 기관 초청 상담회를 마련한다. 방산 유지·보수·정비(MRO) 현지화 협력 수요 확대에 대비, 투자유치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최근 한-중동 포괄적 경제협력팀을 신설했다. 우리 기업의 중동 지역 재건 사업 참여, 중동과의 경제협력 방안 마련 등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다. 중동 재건 사업이 실제 수주로 이어지려면 외교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재외공관을 통해 중동 국가들의 협력 수요를 발굴할 계획이다. 종전 후 피해 복구를 넘어 탈석유, 산업 다변화 등 복잡한 문제에 대비해 이란 포함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란 게 외교부 설명이다. 다만, 종전 후에도 중동 불확실성은 국내 기업들의 재건 사업 참여, 수주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정확한 전쟁 피해 규모도 집계되지 않아 복구 사업 관련 발주 계획도 확인된 게 없는 상황이다. 재원 조달 방식 등 사업 조건 확정, 현지 안전 문제 등 변수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직접적인 사업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제재 방향과 범위에 따라 현지 안전 보장 문제와 금융 조달, 계약 구조 등 세부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구나 중동 재건 사업에 미국과 유럽 기업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도 가담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점도 우리 기업으로서는 부담 요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 재건 사업은 단순히 감소했던 중동 수주의 재개 차원보다 중장기적으로 정유와 석유화학, 전력 등 에너지 인프라 시장 참여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호르무즈 통행 정상화, 대이란 제재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정교한 외교적,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한쪽은 전세 걱정, 한쪽은 빚 걱정”...금융불균형 경고음 커졌다

집값 상승과 빚투 확산, 취약 업종 부실 우려가 동시에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 속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는 데다 건설·부동산·도소매 업종의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여전해 가계와 기업 부문 모두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24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재확대와 차입을 통한 자산투자 증가가 금융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다주택자의 채무 부담 확대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 심화, 취약 업종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우선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흐름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주택 거래 증가에 따른 대출 수요 확대와 신용대출 증가가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가계대출 월평균 증가 규모는 지난해 10~12월 2조7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분기 3조원 안팎으로 확대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9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한은은 수도권 집값 상승과 증시 호조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스템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도 경계 구간에 머물렀다.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5월 17.2를 기록하며 주의 단계가 이어졌고, 중장기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도 장기 평균을 소폭 웃돌았다. 다만 가계 전반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 1분기 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DTI)은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으며 가계 연체율도 장기 평균을 밑돌았다. 반면 취약차주 비중은 상승해 일부 계층에 위험이 집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재무 여건 차이도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주택 가구의 순자산은 10억원을 웃돌며 무주택 가구의 약 7배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채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컸다. 유주택 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무주택 가구보다 크게 높았고, 다주택 가구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상대적으로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다주택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70%를 웃돌아 관리 기준을 크게 초과했다. 3주택 이상 차주의 연체율 역시 1주택자나 2주택자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다주택 가구가 금리와 주택가격 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만큼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세제와 대출 규제 강화가 수도권 주택 매각과 부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무주택 가구는 상대적으로 부채 상환 부담은 낮지만 수도권 전·월세 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무주택 가구는 주거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주거 취약계층 중심의 정책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거주 목적의 1주택 가구에 대해서는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 접근성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부문에서는 업종별 양극화가 한층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 업종을 취약 업종으로 분류했다. 이들 업종은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건설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영향으로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이 5%를 넘어서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석유화학과 금속제품 업종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아직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과 도소매 업종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두 업종은 금융권 대출 비중이 큰 데다 연체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금융기관 건전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 업종에 대해 중장기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필요할 경우에는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금융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과 도소매 업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위험노출 규모가 큰 만큼 보다 엄격한 자산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업대출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대기업의 이자상환 능력은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가계신용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취약차주와 일부 업종 기업의 신용위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중동 정세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국내외 투자자금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민간신용 규모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대외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슈&인사이트] 모아타운에 거는 기대와 우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당시 경쟁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오세훈 시장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차 지지율이 상승했다. 선거 후 출구조사에서는 5% 차이로 패배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밤새 진행된 개표 결과 역전해 최종적으로 당선되었다. 서울시에서 최초로 5선 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표심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 분석 결과 드러난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지지층 중에는 오세훈 시장이 기존에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모아타운 대상지 주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언론사는 오세훈 시장이 상대 후보보다 적은 비율을 득표했던 자치구에서도 모아타운이 추진되고 있는 행정동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의 득표를 했다는 분석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널리 알려진 신(속)통(합)기획뿐만 아니라 모아타운도 오세훈 시장을 다시 지지해 사업의 추진력을 얻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아타운은 주로 도심의 주거 환경이 노후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모아 하나의 마을처럼 정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 공공지원을 하여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신통기획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모아타운은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시행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서는 기존의 낮은 사업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소규모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 단계가 생략되어 있고, 조합 설립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에 관리처분계획을 포함해 받으면서 행정 업무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이런 절차적 완화는 정비사업 추진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금융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수단으로 기능하므로 상대적으로 큰 인센티브로 인식된다.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문제는 모아타운을 구성하는 모아주택이라는 소규모 정비사업들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일반 재개발·재건축보다는 사업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물론 도심에서 대규모로 정비사업을 하려면 정비구역 지정 요건이나 동의율 충족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부 구역만 소규모로 사업을 시행하면 더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소규모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정비기반시설을 개선할 여지가 줄어들고, 일반 분양 물량 증가로 사업성 확보가 곤란하다. 실제로 2025. 8. 기준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장 총 107곳 중 93%가 서울시 평균 공시지가보다 공시지가가 낮은 지역이다. 분양가는 일반적으로 지가에 비례하기 때문에 낮은 지가는 사업성에 제약 요인이다. 서울시는 이런 낮은 사업성을 해결하고자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용적률을 완화하고, 보정계수를 도입해 임대주택 비율이나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모아타운 내 모아주택 간 건축협정이나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정비기반시설 통합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아타운은 근본적으로 여러 소규모 정비사업의 집합체다. 모아타운 전체가 하나의 사업지가 아니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높아진 공사비로 분양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1군 건설사들은 참여를 꺼린다. 설령 중소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도 공사비가 이미 높은 상황이라 미분양, 임대 수입 상실, 추가 분담금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최초 모아타운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던 정비업체나 조합 관계자가 실제 사업이 진행되면서 예상보다 많아진 추가 분담금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하는 순간 조합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등 임원 급여에 대한 불만이 더해 지면 조합은 극심한 내분을 겪게 된다. 여기에 사업비나 이주비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에 조합원들의 시름은 깊어 가고, 정비사업은 출구를 찾지 못하게 된다. 모아타운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초 모아타운 지정 시부터 신중하게 대상지를 선정하고, 필요시 해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의 연임에는 모아타운 정책을 지지하는 주민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구역은 공공지원 강화로 신속한 추진을 돕고, 그렇지 않다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 매몰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지지해 준 주민들을 위한 길일 것이다. 양희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공론화 논란…이상일 시장 “산업은 산업 논리로”

국무총리실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국가 반도체 산업단지 정책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호남권 유치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산업 논리에 따른 국책사업 추진을 강조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23일 국무총리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국가 반도체 산단 정책 공론화 필요' 입장과 관련해 “이미 국가정책으로 결정돼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인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프로젝트를 공론화 명분으로 시민사회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국가산단 조성을 흔들려는 의도라면 용인시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기업의 투자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며, 시민사회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위원장 박석운)는 6월 22일 정부가 반도체 산업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개위는 반도체 산업 정책이 산업 경쟁력, 전력 및 용수 수급 안정성뿐만 아니라 지역생산 지역소비 원칙, 국가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수용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결정된 국가 반도체 산업 관련 정책이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발표되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며, 국회·정부·기업·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 조성이 결정된 용인시 원삼면의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도 단지 선정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친 적이 없다"며 “왜 현 정권의 직전 정권만 비판하느냐"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사개위가 올해 2월 서울과 부산에서 토론회를 열거나 시도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공론화 주장이 용인 국가산단 조성 훼방 의도를 표출했던 과거 토론회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대만 등 반도체 선도국 중에서 대규모 반도체 투자결정이나 입지 선정을 시민사회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 사례가 있는지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시장은 사개위의 입장문에 '지역생산 지역소비 원칙'이 포함된 것을 두고, 용인 국가산단 반도체 팹(Fab)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친정권 지역에 선물을 주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감추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호남권에서는 반도체 핵심 제조시설인 전공정(FAB) 유치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광주 동남갑)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반도체 공장 유치가 단순한 후공정 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완전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공정(FAB)이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권 후공정 투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전자는 패키징 투자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연계해 전공정 공장 유치가 남부권 반도체벨트를 완성하는 핵심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생산시설 분산이 필요하다며, 통합광주가 한빛원전을 비롯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과 재생에너지 공급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유치 주장과 사개위의 공론화 요구에 대해 이상일 시장은 정진욱 의원을 향해 “용인에 대한 관심은 끄고 광주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 시장은 “용인 국가산단은 2023년 3월 정부가 조성을 결정했고, 같은 해 7월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했으며, 2024년 12월에는 정부가 국가산단 계획을 승인한 국책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3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맺었으며,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토지보상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이 시장은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1월 일부 환경단체가 제기한 국가산단 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국가산단 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행정부가 결정하고 사법부가 적법성을 확인한 국책사업을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가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지 말라고 사개위에 촉구했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수입업계 “최대 애로 ‘환율’…공급망 다변화 필요” [현장]

“한국 수입 엑스포는 제품 전시를 뛰어넘어 해외 공급 업체와 국내 수입 업체가 만나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과 공급원 다변화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입니다. 이번 행사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시길 바랍니다."(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 겸 하이랜드푸드그룹 회장 개회사 中) 23일 한국수입협회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 B홀에서 '한국 수입 엑스포(Korea Import Expo) 2026'을 개최했다. 이날 윤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엄중한 과제 앞에서 '수입'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했다. 개막식 축사에 나선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보호 무역주의 확대로 수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수입 없이 수출이 어렵고 공급망 완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비재 수입은 물가 안정과 국민 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실장은 “한국 시장은 혁신 제품의 경연장이며 수입은 이러한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자극제"라며 “산업부는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 보험료를 낮추고 보험 한도와 대상을 확대하고, 이슈가 많은 축산물과 과일 등의 검역 절차를 부처 간 협동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방향은 수입 업계가 처한 척박한 거시 경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만난 권기창 한국수입협회 상근부회장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하며 공급망 다변화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권 부회장은 “현재 업계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환율"이라며 “환율 급등으로 수입 원가가 치솟아 마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막혀 나프타나 황산 같은 핵심 원료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며 “소수 국가에 전략 물품 수입을 의존하면 국가 경제에 큰 문제가 생기는 만큼 수입 공급망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이 올라 미국산 쇠고기 등 수입 육류 단가가 인상되며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알프스 암염·헝가리 와인·이탈리아 프레첼…유럽의 맛에 취하다 전시장 내부는 60여개국 150여 개 기업이 뽐내는 이국의 향기로 가득했다. 기자는 전 세계의 풍미를 혀끝으로 느껴보고자 유럽 국가들이 포진한 부스부터 샅샅이 누비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오스트리아 식료품 수입사 '트리벳 마켓' 부스에서는 투명한 소금 결정체가 발길을 붙잡았다. 트리벳 마켓 관계자는 “과거 바다였던 알프스 산맥 300m 갱도 안에서 압력으로 만들어진 암염"이라며 “외부 요인으로 오염될 확률이 극히 적고 제조 공정이 철저히 관리돼 깨끗한 제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함께 전시된 포도 주스 '트라우벤자프트'에 대해서도 “와이너리의 와인용 포도로 만들어 과일 맛이 진하고 농축돼 있어 취향에 따라 물을 섞어 마실 정도"라고 부연했다. 바로 옆 헝가리 부스에서는 와인과 천연 꿀 시식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수입사 담당자는 글라스에 붉은 와인을 따르며 “국제 품종과 달리 헝가리 토착 품종은 해당 지역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주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신토불이'처럼 헝가리 와인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해준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머금자 묵직한 느낌과 복합적인 풍미가 혀끝을 강하게 맴돌았다. 와인의 쌉쌀한 여운은 바로 옆의 헝가리산 천연 아카시아 벌집 꿀이 감싸 안았다. 이탈리아 무역공사(ITA)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운영하는 '하이 스트리트 이탈리아' 부스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ITA 관계자는 “이미 한국에 유통 중인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을 알리는 동시에 '바이어스 클럽'이라는 정부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간 가교 역할을 소개했다. 화려한 제품들 사이로 시식용 정통 스낵 프레첼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길다란 프레첼을 집어 베어 물자 고소하고 짭조름한 풍미가 입안에 퍼져 이탈리아 현지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꼈다. 폴란드 부스에서는 도수 28도의 과일 보드카 '소플리차(Soplica)'가 애주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수입사 직원은 “보통 보드카가 40도라 꽤 독한 편인데 이 제품은 저도수라서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부드럽게 넘어간다"며 “실제 과일이 같이 숙성되어 과일 맛이 진하게 우러난다"고 귀띔했다. 직접 맛본 모과 맛 보드카는 독한 알코올 향 대신 기분 좋은 상큼함과 청량감을 뽐냈다. 아직 한국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리투아니아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25개 식품 업체를 소개하러 나왔고, 한국 유통망을 애타게 찾는 중"이라며 판촉에 열을 올렸다. ◇아시아·기타 대륙 부스의 이색 상품과 치열한 판로 개척 전시장 한켠에 자리 잡은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구역에서도 이색 제품의 등장과 한국 유통망을 뚫으려는 영업전이 이어졌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부스에서는 100% 사과로 빚은 '카네쇼 식초'에 우유를 붓자 효소 작용이 일어나 순식간에 몽글몽글한 요구르트가 만들어졌다. 이현경 선민에프앤비 차장은 “식초가 발효 식품이다 보니 우유와 만나면 바로 요거트화가 진행된다. 꿀이 들어간 식초라 산미가 무척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아 다채롭게 응용할 수 있다"며 시연을 이어갔다. 옆에 위치한 아키타현 주류 판매업자 역시 “스시집이나 고급 이자카야에 주로 납품하는 사케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이 일품"이라며 맑은 잔술을 권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판로 개척 열정도 유럽 못지않았다. 말레이시아 세정제 업체 담당자는 유창한 한국어로 바이어들에게 “NSF 인증과 할랄 인증을 모두 받아 식품 가공 시설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다용도 세정제와 섬유 유연제"라며 “한국 진출은 처음이라 유통을 잘해줄 파트너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쉴 새 없이 명함을 건넸다. ◇대규모 팔레트 창고로 무장한 하이랜드푸드 등 대형 수입사 맹활약 해외 기업들의 구애에 발맞춰 국내 B2B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유통사들도 거대한 부스를 차리고 영업망 확충에 매진했다. 연간 15만 톤의 육류를 들여와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하이랜드푸드는 전면에 나서 글로벌 공급망 비전을 과시했다. 전하림 하이랜드푸드 선임은 중동 사태 등 대외 리스크 우려에 대해 “경남 창원에 2만7634 팔레트 분량의 물량을 보관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가공장과 물류 창고가 있다"며 “환율 상승이나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 대비해 미리 많은 물량을 수입해 보관함으로써 유연하게 방어하고 있다"고 탄탄한 인프라를 강조했다. 이어 “기존 육류 위주에서 벗어나 이번에 처음 수입 와인과 수산물로 영역을 넓혔고, 국내산 닭을 가공해 해외로 역수출하는 '케이본(K-BONE)' 브랜드도 새롭게 론칭했다"며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 계획을 덧붙였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파스타 면 '데체코(De Cecco)'를 취급하는 연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상장사 보라티알도 현장에서 홍보에 나섰다. 보라피알 관계자는 “30년간 이탈리아산 수입 식자재를 유통해 온 내공을 바탕으로 B2B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데체코 신제품 면은 통으로 길게 나와 요리 활용도가 높으며, 유지력과 맛이 뛰어나 셰프님들이 프리미엄으로 꼽는 제품"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가 돈을 찍어냈다”...1분기 기업 이익률 13.2% ‘신기록’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올해 1분기 들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가 실적 개선을 견인한 가운데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6067곳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3.2%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6.0%)보다 7.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현재 방식으로 작성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다소 개선됐다.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88.9%에서 올해 1분기 87.0%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24.4%에서 23.9%로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뚜렷했다. 대기업 부채비율은 85.5%에서 83.8%로, 중소기업은 105.4%에서 103.0%로 각각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채비율이 68.0%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한 반면 비제조업은 122.9%로 떨어졌다. 수익성 개선은 제조업이 이끌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1년 전 6.2%에서 18.1%로 급등했다. 특히 기계·전기전자 업종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32.5%까지 치솟았다. 석유·화학 업종도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 반면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5.9%에서 5.7%로 소폭 낮아졌다. 운수업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고유가와 우회 항로 운항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수익성 격차가 확대된 배경에는 반도체 대기업의 영향이 컸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두 기업(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을 제외하면 6.6%로 낮아져 비제조업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성 격차도 벌어졌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14.8%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은 4.7%에 그쳐 개선 폭이 제한적이었다. 매출 증가세 역시 뚜렷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증가율은 13.5%로 지난해 4분기(2.5%)보다 1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매출 증가율이 21.1%를 기록하며 비제조업(3.7%)을 크게 웃돌았다. 제조업 가운데서는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52.1%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은 75.7%까지 치솟았다. 비제조업에서는 운수업과 도소매업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운수업의 경우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으로 해상운임이 오르고 항공 여객 수요도 확대되면서 매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기업 규모별 매출 증가율은 대기업이 16.0%, 중소기업이 2.4%로 집계됐다. 한은은 반도체 업황 호조가 전체 성장성을 끌어올렸지만 특정 기업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전 산업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분기에도 AI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과 철강·화학·자동차 업종의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의 관세 장벽 등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쿠팡, PB상품 단가 떠넘기다 ‘30억원 상생안’ 지원

쿠팡이 자체브랜드 PB 상품 판촉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혐의로 제재를 받는 대신 3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 관련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상품 제조·판매를 맡고 있는 100% 자회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 씨피엘비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PB상품 제조를 맡기면서 314개 납품업체에 법정 사항이 빠진 계약서를 교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94개 업체에는 사전 약정 없이 판촉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를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쿠팡 측은 지난해 3월 납품업체 구제책을 마련하는 내용의 동의의결을 공정위에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 구제와 거래질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안에 따라 쿠팡과 씨피엘비는 총 3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 납품업체를 지원하게 된다. 우선 피해 업체 대상으로 상품 개발과 생산 및 납품 비용 등 10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판촉 비용을 낸 94개 업체에게는 1000만원씩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 관련 하도급업체들에게 주기로 했다. 인터넷사이트, 모바일앱에서 하도급업체의 PB 상품 관련 광고비 등 10억원도 지원한다. 해당 업체의 PB상품이 현장 박람회에 출품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홍보비 4억5000만원도 추가하기로 했다. 하도급업체들의 거래내역을 기준으로 '우수 사업자'를 선정해 상금과 판촉행사 등 1억원도 지원한다. PB 상품의 개발 관련 컨설팅 서비스 제공, 해외시장 판로 개척 비용 등 4억원도 지원안에 담겼다. 아울러 쿠팡은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해 납품업체 발주서에 기명날인을 하도록 시정하기로 했다. PB상품 출시 전 하도급업체와 협의해 결정한 최소 생산요청 수량, 판촉비 분담 비율 등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부속 합의서도 체결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게 판촉 행사를 제안한 행위에 그친 점, 504개 업체 중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은 94곳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했다. 특히, 쿠팡이 제시한 상생 방안 30억원은 법 위반 행위로 예상되는 과징금 최대 11억원 수준보다 약 3∼5배 큰 점도 동의의결 확정 사유로 꼽았다. 또, 하도급업체의 공급단가 인하는 약 7억원 규모였지만 쿠팡의 지원 금액은 10억5000만원으로 이를 상회한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 측 상생안은 수급 사업자의 매출 증대, 판로 개척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신청인들이 동의의결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중대재해, 사업주 못지않게 근로자 안전책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 책임 못지 않게 현장작업 당사자인 근로자의 안전 인식 및 공동책임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중대재해 감축 추세는 정체돼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 정책상 산재예방의 중요 주체인 근로자의 의무와 책임 제고 노력은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주 처벌과 책임 강화에만 집중해서는 산재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제조·건설업 등 11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도 담겼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가 가장 자주 위반하는 안전수칙으로는 △작업순서·절차 미준수(49.5%) △보호구 미착용(43.2%)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도 응답 기업들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73.0%)'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로워서(36.5%) △할당된 작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36.5%)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아서(20.0%) 순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기업의 61.5%가 안전수칙 위반자 징계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주된 사유로는 '근로자 반발 및 노사관계 마찰 우려'가 52.8%로 가장 높았다. 경총은 “근로자 안전수칙 준수 현황 및 사업장 애로사항 조사 결과, 기업의 산재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작업절차 미준수, 보호구 미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율적인 안전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우수자 포상과 고의·반복적인 안전수칙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는 산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기업의 적법한 경영활동"이라며 “포상·징계 제도의 목적은 일회성 격려 차원의 보상 또는 맹목적인 처벌이 아니라 근로자 스스로 안전수칙 준수에 대한 자긍심과 경각심을 동시에 갖게 함으로써 자율적인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국내 산업현장의 안전보건교육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즉, 안전보건교육은 근로자가 현장의 잠재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비상시 올바른 대처 방법을 습득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임에도 현행 제도는 획일적인 교육내용, 교육이수 증빙을 위한 서류작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경총은 “근로자의 수동적 참여, 법정 이수시간 인정을 위한 형식적 교육에서 탈피해 교육의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자율안전활동이 안전보건교육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의 천문학적인 안전투자와 정부의 처벌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감축 추세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해결해야 할 때"라며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을 균형 있게 이행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의 노사 공동책임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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