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28일(화)
‘국민연금 개혁’ 21대 국회서 끝내 합의 불발…22대로 공 넘어가

여야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8일까지 국민연금 개혁안에 끝내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연금개혁 과제를 22대 국회로 넘기게 됐다. 여야는 고령화·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연금개혁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외치면서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사이 구체적인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입씨름만 벌이다가 '빈손 종료'를 맞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022년 10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약 1년 7개월 동안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진행해왔다. 국민의힘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비롯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연계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 상향 등 모수개혁을 강조해왔다. 여야는 4·10 총선 이후 특위의 연금개혁 공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갔고,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최종 협상안으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각각 제시했다. 보험료율 인상의 경우 현행 9%에서 13%로 상향하는 데 여야가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선 2%포인트(p)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구조개혁 등 부대조건을 전제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절충안을 내기도 했지만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5% 이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연금개혁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국민의힘의 '소득대체율 44%' 절충안을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21대 국회 모수개혁, 22대 국회 구조개혁'을 제안했다.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를 골자로 한 모수개혁을 1차로 처리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포함해 2차 연금개혁을 추진하자는 제안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절충안의 부대조건인 구조개혁 없이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만 추진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이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여당의 '22대 국회 처리론'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타협이 이뤄지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22대 첫 정기국회는 오는 9월 1일부터 100일간 진행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모수·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고 국회 연금특위를 22대 국회에서 다시 구성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2대 국회에서 기초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부분을 개혁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모수개혁 아니겠느냐"라며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표방했지만, 실현할 의지와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패키지로 추진하는 연금개혁 협상이 난도가 높은 만큼 22대 국회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의 관계 설정이나 각종 특수직역연금 통합 문제를 다루는 구조개혁이 가입자들의 반발이 커 합의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22대 국회 상황과 주요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연금개혁 협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우선 22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여야 간 대치 속에 제자리걸음이라 연금특위 설치 합의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고 특위 설치가 합의되더라도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기 위해선 위원장 및 위원 선임 등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 21대 국회의 경우 연금특위 구성 합의 3개월 만에 첫 회의가 열렸다. 22대 국회가 지방선거(2026년), 대선(2027년)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연금개혁은 연금 가입자들의 저항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에 주요 선거 일정을 앞두고 정치권은 연금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된 이래 1998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개혁이 이뤄졌다. 소득대체율은 1차 개혁 때 70%에서 60%로 떨어졌고 2차 개혁 때는 오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낮추기로 했다.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9%로 오른 뒤 26년째 동결된 상황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북핵 ‘상황 관리’ 외교 ‘정보 강화’…외교부 조직개편 단행

외교부가 28일 북핵 협상 등을 담당해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에 정보분석 조직을 더해 '외교전략정보본부'로 확대하는 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초대 외교전략정보본부 본부장(차관급)으로는 북핵과장, 북미국장 등을 역임한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개정된 '외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및 '외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등에 따라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그 산하에 외교전략기획국·외교정보기획국·한반도정책국·국제안보국 등 4개 국(局)을 뒀다. 외교부는 이 같은 개편을 통해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과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보다 기민하고 정교한 시각에서 우리 외교정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신설된 외교정보기획국은 전 세계 정보 수집·분석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주요 정책결정자에게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민간단체의 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정보서비스 제공 단계까지 발전할 계획이다. 외교전략기획국 안에는 한국 최초의 포괄적 지역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이행을 총괄·점검하는 전담 조직으로 인태전략과가 신설됐다. 한반도정책국은 과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업무를 이어받았다. '2국 4과' 체제로 차관급 조직이던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1국 3과' 국장급 조직으로 축소된 것이다. 2006년 한시 조직으로 출발해 2011년 상설기구가 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축소는 최근 크게 달라진 북핵 외교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업무 조직의 변화에 대해 “흔들림 없는 북한 비핵화 정책을 견지하는 가운데 북한인권, 탈북민 지원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업무 수행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부내 산재돼 있던 국제안보 업무는 국제안보국으로 일원화했다. 이 밖에도 기존 다자외교조정관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으로, 원자력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국제기구국을 '국제기구·원자력국'으로 각각 개편했다. 개발협력국에는 개발협력정책관을 신설해 개발협력 업무와 관련한 국제협력, 부처 간 협업 등을 제도적으로 강화했다. 또 경제안보 외교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담부서로 경제안보외교과도 신설했다. 아울러 동북아시아국을 동북·중앙아시아국으로 재편하고 산하에 중앙아시아과를 설치하는 지역국 체제 개편도 단행했다. 외교부는 이날 조직개편에 대해 “정부 효율화 기조 아래 기존 조직을 재정비하고 필요한 분야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더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복합적인 도전 과제에보다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한덕수 총리 “北 위성 발사, 명백한 UN 안보리 위반…국제 사회와 엄정 대응”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유엔(UN)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이라며 “국제 사회와 긴밀한 공조하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날(27일) 밤 10시 44분쯤 북한이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1발을 발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우리 군은 미·일 측과 긴밀한 협조하에 정보 공유 체계를 가동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며 “발사 2분 후 북한 측 해상에서 공중 폭발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과 과학·기술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일중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 26~27일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해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3국 협력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아세안 정상회의 등 각종 정상회의를 계기로 물밑 협의를 주도하며 한일중 정상회의의 재개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다음 주에 아프리카 40여명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최초의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이며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열리는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의"라며 “인구·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는 '외교가 곧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는 각오로 '국익 중심 실용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22년 만에 '준조세'로 불리는 부담금을 전면 정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건설부동산 위기 전문가 간담회 “부동산PF 부실화 해결, 정부 정책에 달렸어”

건설부동산권익보호협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설부동산 위기 진단과 해법' 전문가 간담회를 27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문제 해결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위기 상황이지만 국민들이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시장은 공급자 시장, 수요자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체감이 어렵다. 다수의 국민은 서울 집값이 오르면 부동산 시장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은 일시적인 반등일 뿐, 공급자 시장에서 보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잃어버린 20년이 온다면 아마 PF 위기에서 시작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굉장히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실 사업장 매입하고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로 미분양 매물을 산다고 하는데 LH는 전세 사기, 공공 사업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CR리츠로 해결할 수 있는 미분양 매물은 3000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서울을 제외하면 지방은 다 위기인 상황이다"라며 “근본적으로 건설회사들은 분양가 할인을 해줘야하고, 정부는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은행들은 저리 대출을 통해 지방에 미분양을 매매하게 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이충한 건설부동산권익보호협회 기술본부장은 기준금리 상승이 부동산 PF 시장 부실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아울러 정부의 공공주택 확대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물가 상승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PF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증가했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동산PF 부실화로 인한 시장 붕괴는 단순한 가격 하락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과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향후 공공주택 확대 및 공급 부족 완화 대책을 포함한 잠재적 해결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새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시행사 건설사의 수익성을 높이고, 다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원영섭 건설부동산권익보호협회 협회장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택 공급에 대해 거론하며 “주택 가격이 100% 상승할 때 출산율은 최대 0.3명까지 감소하고 무주택자와 자가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의 출산율이 0.45명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1인 가구화가 진행 중이라는 전제하에 중소형 아파트 집중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자녀와 함께 사는 3040세대 실수요자들은 84㎡의 중형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앞으로 4인 가구와 4인 주거 회복을 지향한 중형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의 주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도 출산율을 높게 만들 수 있는 개선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 법률사무소 집 후원으로 개최됐다. 사회는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맡았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여성 경제활동·출산 ‘마이너스 관계’ 확인…“맞벌이 가구, 자녀 수 적어”

육아 부담이 여성에 쏠린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출산과 '마이너스' 관계라는 연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과 일본을 두고 여성의 직장·가정 병행이 특히 어렵고 유연한 근로 시간, 가사 분담으로 여성 경제활동이 경제 성장과 저출생 해결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축을 제언했다. 27일 통계개발원이 지난달 발간한 '경제 사회적 요인에 따른 출산 격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취업하거나 맞벌이인 가구에서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우한수·심수진 통계개발원 사무관)은 최근 20년간(2003∼2023년)의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25∼44세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과 경제활동 상태 등 요인과 출산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작년 기준 맞벌이 가구에서 자녀 수는 1.36명으로, 비맞벌이 가구(1.46명)보다 적었다. 특히 고소득인 소득 5분위에서 비맞벌이(1.75명)와 맞벌이(1.43명) 가구의 자녀 수 차이가 0.32명으로 컸다. 반대로 1∼2분위에서는 맞벌이 가구의 자녀가 소폭 많았다. 연구진은 “저소득층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녀·출산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가 많아 맞벌이 가구 자녀 수가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여부별로 살펴봐도 유사했다. 여성 취업 가구(1.34명)보다 비취업 가구(1.48명)의 자녀 수가 0.27명 많았다. 5분위에서는 그 차이가 0.34명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토대로 회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성 소득의 계수는 -0.04로 자녀 수와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여성 소득이 100% 증가할 때 자녀 수는 약 4% 감소하는 것이다. 반면 남성 소득은 자녀 수와 양(+)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의 자녀 출산을 위해 경력 단절이 아닌 육아휴직 제도 등을 통한 경력의 연속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력 단절로 대표되는 고용상 불이익, 즉 '차일드 페널티' 증가가 2013∼2019년 출산율 하락 원인의 40%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을 지난달 내놨다. 연구에 따르면 그간 30대 여성의 평균 경력단절 비율은 꾸준히 감소해왔으나 주로 자녀가 없는 경우에 집중됐다. 이런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육아와 돌봄이 여성에게 치우친 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KDI에 따르면 한국은 남성의 가사 참여도를 뜻하는 여성 대비 남성의 무급노동 시간 비율은 23%에 그친다. 일본(18%)과 튀르키예(22%) 다음으로 낮다. OECD 평균은 52%로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이다. IMF는 지난 21일 한국과 일본에 대한 '포커스'를 발간하며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 승진 지연, 가사 분담 문제를 겪는 현실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만혼(晩婚)과 늦은 출산이 흔해졌고 출산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IMF는 한국과 일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양국의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 탓에 많은 여성 근로자가 저임금의 임시직·시간제로 일하고 있고, 긴 근무 시간과 원격근무 제한 등으로 근무 방식도 가족 친화적이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에 IMF는 일자리 이동성 등을 촉진해 여성의 고용과 경력 성장 기회를 지원하라고 조언했다. 보육시설 확충과 남편 출산휴가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로 남성의 육아 참여도 제고, 원격근무와 유연한 근무 시간 확대 등도 제시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가 경제성장에 기여해왔으며 앞으로 성별 격차를 좁히고 문화 규범을 변화해 나감으로써 출산율 감소 역전에도 도움될 수 있다고 봤다. IMF는 “한국의 남녀 근무 시간 격차를 2035년까지 OECD 평균으로 줄이면 1인당 GDP를 18% 늘릴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여성이 성취감을 얻는 경력을 추구하면서 가정 꾸릴 수 있고 결국 경제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7월부터 ‘병원쇼핑’ 땐 본인이 초과 진료비 90% 부담

연간 외래 진료 회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등 의료 이용이 과도한 환자는 오는 7월부터 초과 외래진료에 대한 요양 급여비용 총액의 90%를 부담해야 한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불필요한 의료를 과도하게 이용한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본인부담률은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개정안은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사람은 그 초과 외래진료에 대한 요양 급여비용 총액의 90%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18세 미만 아동과 임산부, 장애인, 희귀난치성질환자, 중증질환자 등과 같이 연간 365회를 초과하는 외래진료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적용 후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은 보통 20%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입한 실손보험이 있다면 실질적인 본인부담률이 0∼4%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는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의료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건보 당국은 보고 있다. 그만큼 국민(가입자)의 보험료가 재원인 건강보험 재정이 타격을 입는 셈이다. 실제로 건강보험 당국의 외래 이용 현황 통계를 보면 지난 2021년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은 2550명이나 됐고 건강보험공단 재정에서 급여비로 들어간 금액은 251억45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연간 급여비는 평균 986만1000원 수준이었다. 지난 2021년 전체 가입자 1인당 연간 급여비(149만3000원)에 견줘 6.6배나 높았다. 이용 횟수가 500회를 넘는 경우만 봐도 529명(공단 부담금 62억4400만원)이나 됐다. 17명은 무려 1천회 이상 외래의료를 이용했는데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비는 3억3700만원이었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외래 이용 횟수는 평균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9회의 3배에 달할 만큼 외래진료를 많이 이용한다. 지금까지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하루에 몇 번씩 병원을 드나들고, 한해 수백 번 외래진료를 받아도 차별 없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등 과도한 의료 이용을 막을 장치가 거의 없었다. 지난 2005년 한때 약 처방일수 포함 365일로 이용 일수를 제한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곧 폐지됐다. 복지부는 건보 가입자에게 분기에 1회씩 누적 외래 이용 횟수, 입원 일수, 건보 급여비용 및 본인부담금 정보를 카카오톡, 네이버, 'The 건강보험' 앱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료 이용량이 많은 사람이 스스로 경계하며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하도록 돕자는 취지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27년만에 ‘의대증원’ 반영 대입전형 확정…지역국립대, ‘메가 의대’로 재탄생

올해 고3 학생들에게 적용할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승인되면서 27년 만의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지역 국립대는 지역 필수의료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서울대보다 큰 규모의 '메가 의대'로 재탄생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32개 의대의 증원 인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전년(3058명) 대비 1509명 늘어난 40개 대학 총 4567명이 된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앞서 정부는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이를 배분했다. 그러나 각 대학의 여건을 고려해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만 뽑을 수 있게 변경하면서 32개 의대의 총증원 규모는 1509명으로 줄었다. 작년 이미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9개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학은 모두 2025학년도에 증원분의 50%만 반영해 뽑는다. 9개교의 증원 규모는 총 405명이다. 이 가운데 △경북대 155명 △경상국립대 138명 △부산대 163명 △전북대 171명 △전남대 163명 △충남대 155명 등 6개 대학이 서울대(정원 135명)보다 큰 규모로 증원됐다. 충북대는 125명, 강원대는 91명, 제주대는 70명을 각각 선발하기로 했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를 정부가 집중적으로 증원한 것은 '지역의료·필수의료 거점'으로서 역할을 강화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23개 사립대 가운데 정원이 50명 이하였던 14개 소규모 의대도 대폭 증원됐다. 정원이 각각 40명이었던 성균관대와 아주대, 울산대는 110명을 선발한다. 이들 대학은 애초 이번 증원으로 정원이 12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으나, 내년에는 10명을 줄여 뽑는다. 단국대(천안) 역시 기존 정원 40명에서 증원분의 50%를 적용해 모두 8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나머지 소규모 의대들은 정부에서 배정받은 증원분을 모두 선발한다. △차의과대(기존 정원 40명) 80명 △인하대(49명) 120명 △가천대(40명) 130명 △가톨릭관동대(49명) 100명 △동국대 분교(49명) 120명 △대구가톨릭대(40명) 80명 △동아대(49명) 100명 △건국대 분교(40명) 100명 △건양대(49명) 100명 △을지대(40명) 100명 규모로 커졌다. 정부가 소규모 의대에 증원분을 집중적으로 배정한 것은 의학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규모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그간 소규모 의대들은 의대 운영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에 비해 정원이 지나치게 적어 운영상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거점 국립대나 소규모 의대가 아닌 나머지 9개 의대 중에서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당초 증원분보다 줄여 뽑는 곳은 영남대뿐이다. 영남대는 기존 증원분 44명을 24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원 76명을 포함해 100명을 선발하게 된다. 이외에 △연세대 분교(기존 정원 93명) 100명 △한림대(76명) 100명 △계명대(76명) 120명 △인제대(93명) 100명 △고신대(76명) 100명 △원광대(93명) 150명 △조선대(125명) 150명 △순천향대(93명) 150명 등은 정부가 배정한대로 선발 규모가 늘어난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아직 각 대학이 누리집에 수시 모집요강을 공고하지 않은 만큼, 각 대학의 정시·수시모집 비율 등 세부적인 내용은 이달 30일 발표하기로 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창간 35주년] 합계 출산율 0.65명…대한민국 인구감소 가속화, ‘사람다운 삶’에 초점 맞춰야

해를 거듭할수록 합계 출산율이 뚝뚝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인구 정책이 국가 등 거시적이고 규모의 관점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개인의 '사람다운 삶'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통계청 '2023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0.78명 대비 0.06명 줄어든 수치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 여성 1인당 평생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로, 현 수치대로라면 1명도 낳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1~3분기의 기록이 버텨준 덕에 이 같은 합계 출산율이 나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에는 0.65명으로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 출산율은 0.68명으로 재차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세계 통계학 박사들은 일본이 2020년 최초로 합계 출산율 0.9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견했지만 2022년 오히려 1.26명을 유지했고 한국은 이들의 예상치를 깨고 바닥을 향해 OECD 회원국 최초의 사례로 이목을 끌고 있다. 당초 인구 자연 감소는 2020년부터, 2028년부터는 총 인구 감소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주민 등록 인구 통계에 따른 내국인 인구는 2019년 11월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헌정 사상 가장 많이 태어났던 1960년 108만명의 25%에도 못 미친다. 저출산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한 번 시작된 이상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남녀 2명이 2명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올해 예상 합계 출산율 0.68명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최대한 긍정적인 가정 하에 계산하면 다음 세대의 합계 출산율은 이를 제곱한 0.4624명이 된다. 문자 그대로 '급전직하' 하는 셈이다. 합계 출산율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소비에트 연방 해체 또는 통일 후 구 동독 사회 등 체제 붕괴와 같은 수치다. 앞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들은 지난 18년 간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부담 대폭 경감 △영·유아 무상 보육 △신혼 부부 주거 지원 확대 △아동 수당 지급 등 각종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왔지만 28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이 같은 인구 대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혼·출산·양육을 멀리하는 가치관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2023년 혼인 건수는 32만2800건이었고, 작년에는 19만4000건으로 10년 새 39.90%나 줄었다. 정부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를 천명했지만 전 국민적 움직임은 정반대로 가고 있어 정책 방향의 선회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부랴부랴 남성 양육 참여 확대 시 인센티브 지급 등 출산 후 돌봄의 책임을 사회화했다. 그러나 미혼 상태인 개개인의 구체적 상황과 욕구 살피기는 등한시하고 제도 도입에만 급급해 경우에 따라서는 다자녀나 저소득 가정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했다. 이로써 애매모호한 중산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판국이다. 이러한 문제는 그간의 저출산 정책이 생산력·경제 성장·국가의 지속 가능성 등을 강조하는 인구 규모의 관점을 우선시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동욱 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출산 장려를 우선 말하기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인 '사람다운 삶'을 어떻게 보장할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며 “미래 설계가 가능한 안정된 사회'를 만들어야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을 것"이고 꼬집었다. 또 “고용·주거·교육·문화·인식과 가치관의 영역을 포함한 삶의 모든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지형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행복이 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출산율과 출생아 수 자체를 목표로 하는 정책에서 탈피해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저출산'을 출산율 제고 등을 통해 제거해야 하는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전략에서 탈피해 인구 구조 변화와 4차 산업 혁명 등 거시적 흐름에 선제 대응하는 '사회 시스템 혁신'으로 설정하자고 논의한 바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정책 관점과 우선 순위에 대해 더욱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구 정책에서 출산율 제고 중심의 전략을 폐지하되, 대안으로 이를 어떤 방식으로 재편할 것인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가족·사회 정책적 관점 등 접근론 간 우선 순위와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단순 출산율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국민의 최저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고, 국민이 일자리·주거·의료·돌봄 등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걱정 없이 누려 미래를 안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 비혼 가정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가정과 그로부터 출발하는 출산을 존중하는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는 관점과 가족과 아이가 주는 행복과 소중함을 존중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인식 재전환 요구 등 저출산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 등도 존재해 다각적인 검토를 통한 정책 입안이 이뤄져야 한다는 평이다. 이 전 실장은 “모든 관점이 가치있는 만큼 어느 한 방식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를 어떻게 조합하고 무엇을 좀 더 우선해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사회 각층이 함께 논의하는 담론화 과정을 통한 합의와 정밀한 현실 분석에 바탕을 둔 합리적 정책 조합을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창간 35주년] “사람이 미래다”…기업, ‘육아 휴직 눈칫밥’ 지양해야

급격한 '인구 절벽'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2030년까지 만 65세 이상 인구가 연 평균 4.8%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해당 연령의 인구가 45만명씩 늘어 내년에는 1000만명을 넘고, 고령화에 따라 산업 경쟁력 하락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집계돼 아이 울음 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재계는 저출산발 노동력·구매력 감소는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만큼 결국 기업 경영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이후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들은 수많은 저출산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육아 휴직 제도는 자녀 양육이 필요한 남녀 근로자가 일정 기간 양육에 시간을 할애하고 이후 다시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의 육아 휴직 제도는 다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대비 관대한 지원을 하는 편에 속하지만 활용률 자체는 낮다는 것이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이다. 곽은혜·김민희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2019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사업체의 45.5%만이 육아 휴직을 필요한 경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며 “직장 분위기와 대체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육아 휴직 제도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거나(26.4%)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28.1%)는 응답이 54.5%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인협회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올해 3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옥근 롯데그룹 수석은 “지난 10여년 간 꾸준히 추진한 다양한 사내 가족 친화 정책으로 2022년 롯데그룹 100명당 출생아 수는 2.05명으로, 한국 성인 100명 당 출생아 수인 0.81명을 훨씬 상회한다"고 소개했다. 조 수석은 “차제에는 '엄마'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아빠'에 대한 육아 휴직·육아기 근무 시간 단축 등의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창간 35주년][기업도 뛴다③] “직원이 미래다” 중소기업도 출산 장려 ‘한마음’

역대 최저 출산율로 산업계가 다양한 출산 장려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출산을 하면 1억원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 하고 있다. 이에 그간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중소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23일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률은 0.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4분기에는 0.65명으로 사상 첫 0.6명대 분기 출산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출생아 수가 23만명인 반면 사망자 수가 35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인구는 약 12만명이 자연 감소했다. 저출산·인구감소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각종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적, 시간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기업을 비롯한 산업계는 적극적으로 출산 장려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출산 복지는 출산 임직원에게 1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한 부영그룹이다. 부영그룹은 지난 2월 시무식을 열고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씩 총 70억원을 일시 지급했다. 쌍방울그룹도 최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 5년 이상 근속자 중 올해 1월 1일 이후 출산한 직원이 대상이다. 첫째 3000만원, 둘째 3000만원, 셋째 4000원의 출산장려금을 누적 지급하기로 했다. 셋째까지 충산장려금 혜택을 받는다면 총 1억원이 된다. 롯데그룹은 기존 제도에 더해 올해부터 셋째를 출산한 임직원에게 대형승합차인 카니발을 24개월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이렇듯 대기업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그간 복지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의 규모가 작아 출산휴가자의 업무를 대체할 인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대기업이 발 벗고 나서며 '출산 복지 증진'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어 정부가 육아휴직을 부여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해서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을 부여한 중소기업에 지급하는 대체인력지원금을 최대 24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함께 육아하는 직원의 같은 팀 동료에게 지급하는 육아동료수당의 시기도 확대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출산·양육 지원금을 지급하면 해당 지원금을 사업자의 손금·필요경비 범위에 추가해 세금 절감 효과를 누리게 했다. 이러한 지원이 확대된다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육아휴직자수는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수 12만6008명 가운데 중소기업(우선지원대상기업) 소속 육아휴직자 수는 7만95명으로 55.6%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직원들에게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지자체나 관내 큰 단체, 기업들이 함께 협력해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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