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정책이 최고의 정치다](http://www.ekn.kr/mnt/thum/202506/news-a.v1.20241109.b66efaf66a144273bc45695d05163e00_T1.jpg)
이강윤 정치평론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문두에 적는다. 모든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권자인 국민의 시간과 돈(세금)을 임기 동안 전유할 전폭적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획득한다는 것은 물적 자원 배분권과 인사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영이 어떠하든 합법적으로 집권한 모든 정부는 성공 의무를 갖고 있다. 정부의 실패는 국민 실패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정부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공동 선 증대라는 목표 아래 국가를 경영한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말이다. 나치나 무솔리니, 일본 제국주의 정권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이 합리적이지도 않았고 공동 선과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명백히 실패했다. 윤 정부 3년은 분열과 대립의 악순환에 빠졌고 계엄이라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변을 일으켰다. 국민 저항에 직면했고 결국 탄핵돼 오명의 종지부를 찍었다. 집권 기간은 3년이 채 안됐지만 각종 정책의 후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 매몰비용은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계엄내란을 극복하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는 같은 경험을 이미 8년 전에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촛불정부가 들어섰다. 각종 논란과 격렬한 분열 과정을 거친 끝에 문재인 정부의 요직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적으로 돌아서며 반대당으로 갔고 집권했다. 인수위 과정 없이 바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우리는 함께 목격하고 경험했다. 비슷한 경로를 밟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야당도 윤석열계엄내란에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사과와 함께 정치적으로 확실히 결별해야 한다. 친윤 친한 반이…같은 말들로 정치를 더 이상 찢어발기듯 분열시키고 대립해서는 안된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윤 정부 3년은 극한대립의 확대재생산만 있었다는 점에서 정치사상 가장 퇴행적인 시기이고, 분열과 대립으로 인한 국가적 손해가 극에 달한 기간이었다. 이재명 정부에 당부한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새 정부의 성공은 대통령 자신이나 민주당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국민통합적 견지에서 모든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다음 네 가지 사안에 새 정부가 주춧돌 하나라도 제대로 놓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극화 완화, 저출생 탈출, 공교육 소생, 기후위기 대응 이 네 가지가 그것이다. 이 중에 단 하나라도 개혁이나 탈출의 주춧돌을 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정부가 몇 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그래서 주춧돌을, 주춧돌이라도 놓아달라는 것이다. 정책 역량으로 새 정부의 존재 이유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입증할 때이다. “아, 정권이 바뀌었구나. 확실히 변화하고 있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새 정부가 외치는 국민주권과 국민통합이 의미를 획득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간 정치권과 사회가 무조건 반대와 진영 대결에 쏟던 에너지를 국가적 난제 해결에 돌리게 함으로써 위기도 벗어나고 정치도 정상화시키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대적 공생관계였던 양당 대결의 판박이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새 정부에 달려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책무를 지니고 태어났다. 가장 어려운 일을 떠맡은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우선, 계엄내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야당이 크게 바뀌어야 하고, 여당과 새 정부도 대립적 관점과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새 질서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정운영이고 정치의 정상화다. 책무가 큰 만큼 성공도 클 것이다. 정책이 최고의 정치다. 이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