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 소비자들의 니즈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기업, 생산자, 마케팅 종사자들은 물론 소비자 자신, 소비자단체, 정부 등 경제 주체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다. 공급 경쟁의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잠재적 니즈를 발견하는 것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Phillip Kotler)는 “소비자 니즈의 이해는 마케팅의 출발점으로, 경영에서 이것이 없으면 마치 장님과 같다"고 설파했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의식, 가치관, 취향, 개성, 생활양식이 변화하면서 소비자 니즈도 변화하고 변덕스러워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자들의 심리나 니즈를 파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실제로 말로 표현 되는 니즈는 실제의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를 알아내야 한다. 그렇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속내를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고, 속내를 드러내더라도 그게 진심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에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소비자들의 니즈나 행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소비자들의 선택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정서적 동기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즐거움, 환타지와 같은 쾌락적, 경험적 느낌을 찾고자 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물리적 속성이나 성능보다 제품이 주는 긍지, 지위, 기쁨 등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샤넬 No.5 가 아름다운 향 때문이 아니라 자아 이미지 강화 때문에 구매하는 것이다. 표면에 들어나는 것 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무의식적 니즈와 인지된 니즈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억양, 눈맞춤, 몸짓, 주시 동작 등의 준언어적 측면도 포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윤리적 측면, 사회적 인식 등을 감안해서 자신의 니즈나 욕구에 대해 의식·무의식적으로 거짓 대답할 가능성이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소비자들과의 심리전이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먼저 알아내고, 그 것을 먼저 제공하는 기업이 승리한다. '소비가 너무 안 되서 큰 일이다. 소비자가 점점 까다로워진다'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불황에도 히트 상품은 있게 마련이고, 성장하는 기업들도 있다. 성공한 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경쟁사에 비해 더 빠르고 능동적으로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에 대응했기에 불황 속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자신의 니즈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스스로 알지 못 했던 욕구(니즈)가 마케팅 자극 또는 기업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 니즈 추종 전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 니즈 선도가 필요한 이유다. 요즘 휴대폰의 카메라가 큰 인기지만, 휴대폰이 개발되기 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니즈를 표현한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지 못한 소비자들은 현재 제품에 대해 점진적 개선사항 위주로 자신의 니즈를 표현한다. 그러나 완전히 차원이 다른,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측면의 소비자 니즈를 발굴하는 '소비자 창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일본의 소니가 워크맨을 개발할 당시 움직이면서 음악을 듣는 문화가 생소해 소비자, 판매망, 사내 임직원 모두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CEO가 의지를 갖고 상품화를 강행해 결국 성공신화를 썼다. 소비자 니즈 파악은 일상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부부관계 개선, 부모자녀관계 개선 등 일상생활에도 상대방의 니즈 파악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청소년 아들에게'너는 요즘 불만이 무엇이니?,'뭐가 문제인 거니?, 도체 불만이 무엇이니?'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들의 니즈를 파악 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아들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밖으로 표현하지 못 한다. 혹은 아들 자신도 자신의 생각이나 니즈를 잘 알지 못하기도 한다. 청소년 아들의 니즈를 알아내기 위해선 아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세심한 관찰을 통해 통찰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통찰을 통해 공감과 동감을 얻어야 한다. '음, 그래 그럴 수도 있어!''아니! 저거는 내 어릴적 얘기를 하는 것 아니야?' 과거 인기 폭발이던 광고 카피를 생각해 보자. '선영아 사랑해!', '김대리님! 부자되세요!','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광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소비자들의 공감과 동감을 얻은 결과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창업을 하기 위해, 자녀나 배우자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정책을 잘 펼치기 위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방의 숨겨진 니즈, 드러내기 싫은 니즈, 복잡하고 논리적이지 못한 심지어는 수시로 변화하는 변덕스런 니즈를 어떻게 알아 낼 것인지 고민해 볼 때이다. 허경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