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3차 상법개정안, 법사위 소위 통과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1소위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소위에는 11명이 참석해 7대 4로 의결됐다. 민주당 의원 6명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찬성했고, 국민의힘 의원 4명은 반대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의 '원칙적 의무화'다.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 역시 1년 6개월 내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매년 1회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처분 계획을 의결하도록 해, 주총 결정에 따라 소각 기간을 연장하거나 보유 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오기형 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케이(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법안 처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신규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에 소각하고, 기존 취득 자사주는 1년 반 내 소각하도록 했다"며 “매년 1회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처분 계획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주주가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고, 시장 신뢰를 높여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민주당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2차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기업 지배구조 개편 입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반면 국민의힘과 재계는 자사주 소각을 획일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기업 인수·합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번 소위 논의 과정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한 뒤, 2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 의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李대통령 “돈 없어 연구 멈추는 일 없을 것”…R&D 생태계 복원 약속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단단한 이공계 안전망을 구축해 적어도 돈이 없어서 연구를 멈추는 일은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본원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이같이 언급한 뒤 “이러한 확고한 신념 아래 우리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의) 연구개발(R&D) 삭감으로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윤석열 정부 시절 불거졌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가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5조 원 감액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이에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진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신진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에 전념하도록 기초연구 예산을 17% 이상 과감히 늘린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부한다"며 “그러니 실험실 창업이든, 세상이 아직 상상하지 못한 미지의 이론이든 상관없다. 정부를 믿고, 마음껏 도전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6년 기초연구사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총 2조7362억원으로, 작년 대비 17.1% 증가한 규모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번에 카이스트에 처음 신설된 '인공지능(AI) 단과대학'은 인공지능 3대 강국의 비전을 이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사회 전반에 인공지능의 과실이 고루 퍼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성공을 위한 귀중한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연구제도를 과감히 혁신하겠다"며 “그 어떤 어려움도 여러분의 용기를 꺾지 못하도록, 정부가 든든한 동반자이자 후원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실험실 창업이든, 세상이 아직 상상하지 못한 미지의 이론이든 상관없다"며 “정부를 믿고, 마음껏 도전해 달라. 여러분이 열어갈 빛나는 미래와 가능성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창업과 딥테크 육성을 국정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평범하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창업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졸업생들을 향해 “흔들릴 때마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을 때마다 이곳 카이스트에서 학우들과 교수님들과 함께 차근차근 쌓아 올렸던 노력의 시간을 믿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가 지닌 성장의 잠재력은 과학자들의 꿈에 의해 결정된다"며 “그렇기에 여러분의 꿈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격려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또 담합”…CJ·삼양사 등 ‘밀가루 밀약’ 의혹, 공정위 심의 절차 돌입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 행위에 대해 “시장에서 영구 퇴출"까지 거론하며 강력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이 20년 만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공정위가 국내 주요 밀가루 제조·판매사업자 7곳이 6년간 가격 및 물량 배분 담합을 해온 것으로 보고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 사무처는 19일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 등 7개사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전원회의에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사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7개사는 국내 밀가루 기업간거래(B2B) 판매시장에서 88%의 점유율(2024년 기준)을 보유한 사업자들로,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가격 및 물량배분 담합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매출액은 5조 8888여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담합의 구체적 행위에 대해 “B2B 판매 시장에서 수요처를 상대로 납품 가격을 높게 하는 담합이 있었고, 물량 담합은 각 사별로 수요처별 납품 물량을 나눠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2B에서 비싼 가격으로 구매가 이뤄진 만큼 그에 따른 소비자 가격 상승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관은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 및 제3호(물량배분 담합)를 위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관련 법령에 따라 관련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최대 1조1600억 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조사 의견을 담은 것으로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앞서 검찰도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5년에 걸쳐 이들 7개사가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와 변동 폭·시기 등을 합의했다고 결론짓고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추산한 담합 규모는 5조 9913억 원이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담합행위 근절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약 4개월 반에 걸쳐 진행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당 과장을 포함해 5명이 별도 TF를 만들어 진행했다"며 “담합 사건 평균 조사 기간이 최소 1년에서 1년 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4개월은 굉장히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 처리 속도와 관련해 “대통령의 민생물가 관련 지시가 사건을 집중적으로 빠르게 조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설탕, 밀가루, 육고기, 교복, 부동산 등 경제산업 전반에서 반시장적인 담합 행위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며 “반시장적 행위가 반복될 경우 아예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퇴출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며 형사처벌보다 경제 이권 박탈 등 실질적 경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분업계의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5년 공정위가 12개 제분업자 단체의 밀가루 가격 공동 인상 합의에 시정조치를 명령했고, 2006년에도 대규모 담합이 적발됐다. 검찰은 2006년 담합으로 적발된 인물이 제재받지 않고 계속 근무해 대표이사에까지 오른 뒤 최근 담합에도 가담했다고 밝혔다. 제분 7사 중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 담합으로도 최근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담긴 혐의에 관한 각 업체의 의견을 제출받은 뒤 전원회의를 열어 담합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7개사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내에 서면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처리 절차 규칙상 최소 8주의 의견 제출 기간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어 전원회의 개최는 그보다 더 뒤로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회의에서 담합이라고 결론짓는 경우 시정명령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주병기 위원장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누차 표명해왔다. 20년 만에 같은 명령이 다시 발동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제분업체들은 2006년 담합 적발 당시에도 과징금과 함께 60일 이내 밀가루 판매가격을 다시 결정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8개 업체에 과징금 435억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고, 가격 재결정 명령 이후 약 5%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최근 담합 의혹이 불거지자 일부 제분사는 밀가루 가격을 4~6%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설탕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는 조사 개시 후 세 차례 가격을 인하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대부업 위축 소비절벽, 제도 개선으로 내수 회복 돌파구 찾자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대출 규제 강화가 가계부채 급증 억제 측면에서 정책적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 문턱이 높아지며 실수요자·취약계층의 자금 수급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은행과 제2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신용도·소득 요건을 강화하고, 저신용·소액 대출 대상은 사실상 대출의 '대상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해당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가계 여건은 가계지출 축소, 의료·교육 비용 유예, 소비 연기 등으로 나타나며 내수 회복 속도를 둔화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로 증가하고 있다. 대부업의 경우 정부가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한 이후 전체 대출 잔액과 신용대출 공급 규모가 감소했다. 대부업권의 경우 차주의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한 대출금리 인상에 한계가 있어, 담보대출로 전환하면서, 저신용 개인 차주의 금융 접근성이 약화되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 이용고객 수는 2019년 177만 명에서 2025년 상반기에는 71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의 대부업에 해당되는 대금업은 1990년대 이후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에 대한 무담보 대출 공급을 통해 금융지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금 협회 중심의 자율규제를 바탕으로 과대대출과 고금리 대출 공급을 경계하면서, 은행 대출 공백을 메우는 안정적 소액 무담보 신용공급자로 특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대금업은 저신용 차주에게 안정적 소액 신용대출을 제공하며 소비 여력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 일부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나 고위험 대출에 대해 시장금리 연동제·유연한 금리 상한 구간을 마련해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 차주가 만기 연장을 통해 파산이나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적 시도가 있었다. 즉,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 차주가 만기 연장을 통해 일시 상환 압박을 피할 수 있도록 법정 최고금리나 금리 상한을 시장금리에 연동해 유연하게 조정하였다. 또한, 고위험 대출의 경우 만기 연장, 상환기간 분할, 금리 재조정 등의 조건을 허용해 파산이나 사채 시장으로의 내몰림을 줄이는 정책적 시도가 있었다. 현재 연 20%로 고정된 법정 최고금리제도는 대부업자들이 대출을 줄이거나 저신용 차주를 배제하는 '역설'을 만들었다. 이로써, 금융시장에서의 금융사의 조달금리 변동분을 반영해 최고금리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시장금리 연동형 최고금리' 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동 제도는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 차주가 제도권 대출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고, 만기 연장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한편, 대부업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조달 방법을 다원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은행 대출이 대부업의 주요 자금조달 경로지만, 이를 유동화증권(ABS)으로 다양화하면 발행금리를 낮추어 대출금리 인하 여지가 커진다. 최근 금융당국이 서민금융회사·중견·중소기업에 대해 ABS 발행 대상 및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의 자산유동화 관련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즈음해서, 대부업도 은행 또는 여신전문금융업체 수준으로 공모 및 자산유동화 구조 측면에서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즉, ABS 발행 요건, 기초자산 범위, 금리 구간(저금리 대출 비중 의무) 등에서 규제 완화시 대부업의 조달비용 절감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금리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과 ABS 발행 규제 완화를 통해 대부업의 조달비를 절감할 경우, 저신용·저소득 취약 차주에게도 낮은 금리·합리적 만기 구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취약계층의 가계 소비가 회복되는 등 내수진작 효과가 기대된다. 2024년 발표된 캐나다 중앙은행 보고서는 대출금리 인상 시 중·저소득 가계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동 보고서는 한계적 가계일수록 이자 부담 증가에 대해 소비 감소 효과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한, 반대로 대출금리 인하 등 채무부담 완화가 이루어지면, 중·저소득·이자부담 비중이 큰 가계에서 좀 더 소비가 민감하게 회복된다는 미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아티프 미안(Atif Mian) 교수의 연구도 제시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가계부채 규제 강화와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이 위축되며 취약계층의 자금 공백과 소비 위축이 내수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 시장금리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과 ABS 발행 규제 완화를 통해 조달비 절감→낮은 대출금리 제공→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 완화→가계 소비 회복의 경로를 열어야 한다. 대부업을 취약계층의 금융 안전판이자 내수진작을 위한 정책 축으로 재정립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bienns@ekn.co.kr

여야 협치 급랭은 예고편? 설 이후 더 얼어붙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관증원법·재판소원법'을 단독 처리하면서 설을 앞두고 모처럼 무르익던 여야 협치 분위기가 일순간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내에 두 법안에 '법 왜곡죄'까지 묶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모처럼 만의 여야 대표 회동이 무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 불참한 데 이어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본회의에도 '보이콧'을 선언하며 자리를 비웠다. 장 대표는 당일 “한 손으로는 등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로는 악수를 청하는 데 응할 수는 없다"며 여당의 사법개혁법안 단독 처리를 오찬 불참 이유로 밝히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한 손으로 협치를 논하고 한 손으로 입법폭주를 자행하는 민주당의 비열한 이중플레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본회의 불참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행태를 비판하며 반격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찬 불참은 참 해괴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초딩보다 못한 유치한 결정"이라고 장 대표를 직격했다. 한병도 원내대표 역시 “무책임의 극치"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법 개혁'에 매찬한다는 방침이다. 상정된 63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법안을 처리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헌법을 짓밟고 사법부를 파괴하는 '더불어 입법 쿠데타' 세력에 강력히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설 이후 열릴 본회의에서 두 법안 외에 이미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법왜곡죄까지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사법개혁은 2월 임시국회에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반드시 처리해낼 것"이라며 “왜곡죄 신설까지 2월 국회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처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예고하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본회의 상정 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 원내대표는 12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현재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사법파괴 악법을 처리하는 속도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논한다면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임기 초 1시간 정말 소중”…李 대통령 ‘국정개혁’ 절박한 호소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초 1시간의 가치와 임기 중·후반 1시간의 가치는 완전히 다르다"며 국정 운영의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여권 내부 갈등을 겨냥한 우회 경고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권 초반 국정 동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 당내 권력 경쟁이 확대될 경우 개혁 과제가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위원들에게 “개혁 조치라고 하면 큰 것 몇 개를 덜어내면 될 것처럼 말하는데 큰 것은 별로 없다"며 “먼지처럼 자잘한 것이 수없이 모든 영역에 잔뜩 쌓여 있다. 그래도 집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세세한 사안까지 직접 챙긴다는 '만기친람' 평가에 대해선 “먼지처럼 켜켜이 쌓인 적폐를 하나씩이라도 빨리 치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혁도 작은 노력이 무수히 쌓여서 되는 것이지 획기적인 조치 한두 개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방에 혁명적으로 하면 사회 갈등만 커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강한 속도전 기조는 최근 다시 활발해진 SNS 메시지에서도 감지된다. 대통령이 직접 작성하는 X(옛 트위터)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책 관련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비판 보도에 대해 “샛길이 빤히 보이는데 정책당국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반박하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한 야당을 향해 “망국적 투기 옹호도 이제 그만하라"고 맞서는 등 대통령이 정책 논쟁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6시간 신속 대응 체계'까지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임기 초 1시간'을 유독 강조한 배경에는 국정 과제를 밀어붙여야 할 시기에 정치권이 당권 경쟁 등 내부 문제에 매몰되고 있다는 답답함도 배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둘러싼 당내 갈등, '2차 종합특검' 여당 추천 후보 문제 등으로 청와대 '의중'이 정치적 무기로 소비될수록 당내 권력 경쟁이 격화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정 추진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논란이 된 특검 후보 추천과 관련해 “대통령이 격노한 적은 없다"며 당청 갈등설을 일축했다. 동시에 “대통령과 청와대는 경제·민생 살리기, 외교, 부동산, 주식시장 문제를 감당하기도 버겁다"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 임기말에나 나올 법한 당내 권력다툼"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임기 초반은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라며 “대통령 메시지는 여당을 향한 사실상의 역할 주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통상 협상 뒷받침과 행정 규제 혁신, 대전환 동력 마련을 위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이 절실하다"고 강조해왔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도 “국회가 너무 느려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잇따른 발언은 경고라기보다 애원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나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 나중에는 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며 “잠을 설치는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의 1시간은 5160만 국민의 1시간"이라면서도 “임기 초 1시간과 중·후반 1시간의 가치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의 가치가 가장 크다"고 못 박았다. 또 “대통령 혼자 언론과 댓글, 메시지를 눈 터지게 봐서는 다 드러낼 수 없다"며 “전 공무원 100만 명이 진심을 다하면 쉽고 빨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협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국 경색을 풀고 입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던 여야 대표 오찬이 12일 당일 전격 무산되면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약속 1시간 전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대결 구도가 선명해질 가능성이 커 여야 대표 회동 같은 '협치 이벤트'를 다시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통령실 역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도 약속된 일정 취소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집 팔라 강요 안해”...대통령 SNS에 여·야 치열 공방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겨냥해 메시지를 던지자 이를 두고 14일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구할 뿐, 집을 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이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 대한 부동산 겁박을 이제 그만 멈추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발언이 담긴 내용을 함께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자가 주거용 주택 소유자는 보호하되 살지도 않는 투자·투기용 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는 무주택 청년과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니 그에 상응한 책임과 부담을 지는 것이 공정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집을 팔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한다"며 “버티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해온 당사자가 이제 와서 '강요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금과 대출, 규제를 총동원해 특정 선택을 사실상 압박해 놓고 '선택은 자유'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지도자의 태도냐"며 “'얼마가 있는지 물어봤을 뿐, 돈을 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발뺌하는 시정잡배와 대통령은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분당 집은 퇴임 후 돌아갈 주거용'이라고 밝혔다"며 “그렇다면 퇴임 후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매각해 시세 차익을 실현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일은 없다는 대국민 약속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주택 6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문제'를 지적하자, '국민에 대한 부동산 겁박을 이제 그만 멈추라'며 비난에 나섰다. 다주택자가 제 발 저린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적한 건 부동산 투자·투기에 활용되어 온 잘못된 정책은 개선하고 부당한 특혜가 있다면 이를 회수하고, 상응하는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가 주거용 주택 소유자는 보호하되, 살지도 않는 투자·투기용 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는 무주택자인 청년과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니 그에 상응한 책임과 부담을 지는 것이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 대표도 몸이 여섯 개는 아니실 테니, 살지도 않는 5채는 이참에 정리해봄이 어떨까 제안한다"고 꼬집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해사법원 설립 법안 국회 통과…2028년 3월 개원 목표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해양수산부는 12일 해사국제상사법원 설립을 위한 '법원조직법' 등 9개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 통과로 해사·국제상사 분쟁을 전담하는 전문 법원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이번에 가결된 법률안은 법원조직법,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선박소유자책임법, 소액사건심판법, 중재법, 행정소송법, 질서위반행위규제법 등 총 9건이다. 이 가운데 7건은 의원 발의, 2건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안으로 마련됐다. 해사국제상사법원은 해사 분쟁 해결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해외 기관에 지급되던 중재 비용의 국외 유출을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그동안 해상 분쟁 발생 시 국내 지방법원이나 해외 중재·재판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했던 한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법원은 1심 법원급으로 부산과 인천에 각각 본원을 두고 설립된다. 부산 본원은 부산·대구·울산·광주·제주·전북·전남·경북·경남을, 인천 본원은 서울·인천·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을 관할한다. 개원 시기는 2028년 3월 1일이다. 사물관할은 해사민사사건과 해양사고 제외한 해사행정사건, 국제상사사건이다. 일반적으로 1심은 해사법원 단독부, 2심은 해사법원 합의부, 3심은 대법원이 담당한다. 다만 법률이 정한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합의부가 1심을 맡고, 2심은 관할 고등법원, 3심은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심급 체계가 적용된다. 해양수산부는 해사국제상사법원 설립으로 국제 해사 분쟁 해결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동안 해외에서 처리되던 소송 비용의 국내 환류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 재판체계를 통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분쟁 해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사·국제상사 분야의 전문 재판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해운·항만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李 대통령 “다주택 대출 연장이 공정?”…규제 강화 시사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가 주거용 아닌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다주택자 대출 규제는 매우 엄격하다"며 “양도소득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주었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그들에게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할까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힘들고 어렵지만 모든 행정과 마찬가지로 금융 역시 정의롭고 공평해야 한다"며 “규칙을 지키고 사회질서를 존중한 사람들이 부당한 이익을 노리고 규칙을 어긴 사람들보다 불이익을 입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버티면 해결되겠지' 생각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린다. 이제 대한민국은 상식과 질서가 회복되는 정상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상 사회의 핵심은 규칙을 지키는 선량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이익 볼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민주사회에서는 공정함이 성장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주주제안 받은 LG화학 ‘개정상법 시험대’…재계 긴장

LG화학을 향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을 시작으로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재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주주가치 제고' 취지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과 주주 간 힘겨루기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3월 정기주총에서 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은 주식가치 저평가를 좌시하지 않고 목소리를 적극 제기한다는 태세다. 따라서 올해 주총 시즌이 개정 상법이 기업과 주주 간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험대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재계와 LG화학에 따르면, 영국계 펀드 팰리서 캐피탈은 지난 9일 LG화학 이사회에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올릴 주주제안 안건을 제출했다. 팰리서 캐피탈은 LG화학 지분 약 0.5%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10월에도 LG화학 측에 주주가치를 높이라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문제는 팰리서 캐피탈이 LG화학의 주주가치 제고 계획보다 더 강력한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약 2.5%를 주가수익스와프(RPS) 방식으로 매각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현재 79.4%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향후 5년간 70%로 낮추고, 지분 매각대금 중 1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화학의 계획보다 더 센 방안을 요구하는 팰리서 캐피탈의 의도는 기업가치가 큰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이용해 LG화학의 주식가치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LG화학 배터리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 분할한 뒤 투자 재원 확보가 절실해지자 2022년 중복상장 논란을 돌파하고 주식시장에 별도 상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모회사인 LG화학의 주식 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 LG엔솔 지분 추가 유동화로 LG화학 자사주를 소각하면 그만큼 LG화학 주식 가치가 올라가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주총회 때 일정지분 이상 주주에게 권고적 주주제안 권한을 부여하고, 주식시장 순자산가치(NAV) 할인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연동해 경영진을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을 압박했다. NAV 할인율이 낮을수록 기업이 보유 자산 대비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고, ROE가 높을수록 같은 주주 투자 자본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했다는 뜻이다. 주주 의견을 논의할 창구를 활성화하고, 경영진이 주주 가치 제고 관점을 좀 더 고려할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외국계 투자자의 주주제안은 LG화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분 구조만 따지면 LG그룹 지주사인 (주)LG가 LG화학 지분 31.5%를 보유하고 있어 의결권이 취약하지 않다. 그러나 개정 상법으로 주주 목소리가 이사회에 영향을 미칠 구조적 기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1차 개정 상법 시행으로 이사 충실 의무에 주주가 추가된 것이 대표적인 지렛대다. 대규모 상장기업 이사회의 과반을 독립이사(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하는 의무와 최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 의결권 제한(3%룰)도 7월부터 적용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2인 확대 같은 2차 개정 상법도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나아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시장 분위기도 부담이다. LS그룹은 특수전선 제조 미국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국내 상장을 추진하려다 소액주주 연대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주주단체의 반발에 정치권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HD현대로보틱스도 상장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두 기업 사례 모두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인프라와 로봇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목적을 내세웠다. 그러나 자회사를 주식시장에 별도 상장하면 상장 모회사의 주식 평가가치가 그만큼 내려간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걸린 주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두 기업의 상장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따라서, 3월 정기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개정상법 여파로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화학 산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LG화학이 성장할 미래 전략과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상장에 따른 주식가치 저하 문제를 두고 주주와 면밀히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용자산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사업 투자와 주주 환원에 활용할 방안과 경영 전략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주주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방안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상법 개정 국면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거론되기 때문에 주식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들의 요구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주주 소통을 소홀히 하면서 경영 전략까지 불신받게 된 만큼 기업들이 성장 전략과 투자 효과에 대해 수시로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