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스와프’ 6월까지 연장…“8월 원유, 80% 이상 확보 가능”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자 정부가 원유 수급 안정을 위해 운영 중인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를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8월 원유 수급 위기설에 정부는 8월 도입 예정인 원유의 80% 중반 가량을 7월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 발발 95일째를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에너지 수급 동향을 보고했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정부가 우선 비축유를 빌려주고, 대체 물량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돌려받는 제도다.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로 정유사들이 확보한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산업부는 5월까지 비축유 스와프 운영하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해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현재까지 2100만배럴에 대해 스와프를 진행했고, 현재 단계적으로 상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8월에 도입하기로 한 원유의 80% 중반 가량을 확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까지 지속될 경우 8월부터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김 장관은 “8월 원유 도입 예상 물량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그간의 추세를 고려할 때 7월 중에는 평시 대비 80% 중반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5∼7월 원유는 전년 대비 86%, 나프타는 83%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나프타 가동률은 5월 말 기준 75%로 전쟁 전 평시 수준인 8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류, 의료용 장갑 등 보건·의료 분야 원료도 평시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물가 3% 넘었다”…‘석유류·생활물가’ 당분간 ‘들썩’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3%대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20% 이상 급등한데다 먹거리, 외식 등 생활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가 충격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돼 당분간 3%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3.1%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24년 3월(3.1%)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과 2월 2.0%에서 중동 전쟁 발발 후 3월 2.2%, 4월 2.6%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달 3%대로 껑충 뛰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류 물가는 24.2% 오르며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p)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높았다. 휘발유(23.1%), 경유(33.3%), 등유(21.7%) 등도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 포함 공업제품 물가는 4.2% 상승했다. 고유가에 5월 연휴 영향이 맞물리면서 서비스 가격도 2.8% 올랐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국제항공료가 33.5% 올랐는데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덩달아 석유류를 재료로 쓰는 엔진오일교체료(14.0%), 세탁료(11.3%) 등도 크게 올랐다. 외식은 2.6%,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4.4% 각각 상승했다. 해외단체여행비(26.3%), 승용차입차료(25.7%), 보험서비스료(13.4%) 등으로 상승 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먹거리인 농·축·수산물은 2.2% 오르는 데 그쳤다. 갈치(15.1%)와 쌀(13.5%), 달걀(10.2%)이 많이 올랐고, 축산물인 돼지고기(5.8%), 국산쇠고기(4.2%)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고온으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인데 농축산물 가격 상승 폭을 보면 아직 중동 전쟁의 영향이 다른 분야까지 확대된 것 같지는 않다"며 “전쟁과 5월 연휴 영향으로 석유류,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 등도 상승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3.3% 올랐다. 2024년 4월(3.6%)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식품 물가는 2.1%, 식품 이외 물가는 4.2% 각각 올랐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의 여파가 서비스 물가 등 다른 부문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고 있다"며 “6월 물가 상승률도 5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동 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 등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유지할 계획"이라며 “석유류 가격 안정, 여름철 폭염·폭우 대비 선제적 수급 관리 등 장바구니 체감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일본 넘어 ‘세계 5위’…“연내 수출 ‘1조달러 달성’ 가능”

5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이 877억 달러를 웃돌며 정부의 올해 '수출 9000억 달러'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이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 세계 5대 무역 강국 진입도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가 밝힌 5년 내 '수출 1조 달러' 목표도 앞당겨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87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53.2% 증가했다. 같은 달 기준 수출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특히 3월(872억 달러)과 4월(859억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800억 달러 이상으로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호황을 보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끈 가운데 월별 기준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치웠다. 5월 반도체 수출은 371억6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69.4% 급증했다. 3월 328억 달러를 기록한 뒤 월 수출액으로 역대 최대다. 반도체 수출은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부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에 따라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이 지속됐다"며 “메모리반도체는 D램과 낸드 모두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5월 무역수지도 269억5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1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특히 1∼5월 누적 수지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2017년 연간 최대였던 952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수입 증가에도 반도체 등 수출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추세에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 9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7093억달러였다. 수출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 6000억 달러 달성 후 7년 만이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5월 26일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수출이 9244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30.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변수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며 “수출 5강 달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수출이 9000억 달러를 넘기면 지난해 7382억 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포함해 홍콩, 이탈리아 등을 넘어 세계 5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경우, 연내 수출 1조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올해 한국 수출이 1조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목표로 제시했던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4년여 가량 앞당겨질 수 있어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현 추세로 볼때 산업연구원이 전망했던 9200억 달러 이상,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9500억 달러에 거의 근접할 수도 있다"며 “낙관적으로 본다면 일각에서 언급되는 1조 달러 달성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6월 이후 수출 관련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흐름, 반도체 단가 등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강 실장은 “6월 후 반도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 등 변수가 있다"며 “유가가 내년에도 높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석유제품 등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출 1조 달러 달성을 목표로 바이오헬스·전력기기 등 신산업과 방산·원전 등 전략산업을 집중 지원해 무역 구조를 다변화하기로 했다. 올해 수출기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275조원의 무역보험을 공급한다. 'K-수출스타 500' 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참여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의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발굴, 수출 1000만 달러 이상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K-UAM의 성공 조건은 국제표준과 국민 신뢰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성공 이후 항공은 인류의 이동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왔다. 오늘날 미래항공모빌리티(AAM/UAM)는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AI 자율비행, 디지털 공역관리 기술을 결합하며 새로운 항공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하늘을 일상적이동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제3의 항공혁명'으로 불릴 만하다. 정부의 'K-UAM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과 '운용개념서 1.5'는 기술 자립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초기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조정하고, 비도심 공공서비스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도 현실적 접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K-UAM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안전 실증 못지않게 국민이실제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GTX를 비롯한 고속·고밀도 광역교통망이 이미 상당 수준 구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UAM이 기존 교통 수단 대비 어떤 시간 절감 효과와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법·제도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첫째, UAM 항공기를 '항공안전법' 체계 안으로 조속히 편입할 필요가 있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도심형항공기'를 도입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 고시의 기술기준은 법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상위법인 '항공안전법'에 '도심형항공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하위 행정규칙이 기술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기와 헬기의 특성을 결합한 신개념 수직이착륙 항공기(Powered-lift)와의 관계가 불명확하며, 소음 기준 역시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항공기 분류는 안전인증과 운항규칙의 출발점이다. 실제 운항 단계에서는 감항증명, 운항승인, 조종사 자격 등 기존 항공안전 체계와의 연계가 불가피하다.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은 Powered-lift 항공기를 기존 항공안전 체계 안에서 수용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특별법 중심 접근을 넘어 '항공안전법' 안에서 '도심형항공기'의 분류와 안전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범 단계와 상용화 단계의 경계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시범운용구역 내에서 '항공안전법' 규정을 완화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초기 상용화 모델이 시범사업 단계와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항공안전 체계에서 실증 단계와 상용 운항 단계의 구분은 엄격해야 하며, 규제 특례가 사실상 상용 운항 단계까지 연장되는 방식은 국민적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UAM 정책은 단순한 '모빌리티 산업'이 아니라 '항공체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UAM은 기존 항공체계의 연장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일본 역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실제 정책과 인증은 항공당국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ICAO를 중심으로 감항인증·공역관리·운항규칙에 관한 국제표준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UAM이 원격조종과 자율비행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공역관리, 인증, 사이버보안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K-UAM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미래 글로벌 항공질서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항공의 역사는 기술만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K-UAM이 국제표준과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E칼럼] 국제원유가격의 하락과 국내 석유제품가격의 비대칭성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지난주 이란 사태가 종결될 기미가 보이자 국제원유시장의 가격이 WTI를 선두로 Brent와 Dubai유 모두 90달러 선으로 급락하였다. 미국 EIA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330만 배럴 이상 감소해 6주 연속 감소하였다고 발표했지만 그 감소 폭이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400여만 배럴에 못 미치면서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물가격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2월 말에 시작된 이번 사태가 약 3개월 만에 일단 안정되는 모양이다. 사태의 종결이 확정되고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유조선들이 다시 운항을 재개하면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인 70달러 선으로 거의 곧바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Dubai유 기준 2월 말 70달러 수준이던 국제원유시장 가격은 3월 중순에 1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4~5월 내내 100달러 선에 머물러 왔다. 이번 전쟁과 같은 공급 부문의 쇼크가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시적이라는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오랜 분석 결과가 이번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시설은 대규모 피해가 없어 앞으로의 수급에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완전히 위험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이번 사태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기에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원유 수송경로 등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이제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준비하여 내어놓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란 사태의 영향을 진정시키기 위해 실시한 정책들을 이제 하나둘씩 거두어 드릴 필요가 있다. 그 중 특히 석유제품가격에 대한 최고가격 고시 방침은 빠른 시한 안에 종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는 최고가 고시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이 이번에만 폭등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1월 국제원유시장 가격은 20달러대로 시작하였으나 2005년 이후 급증한 중국의 소비량으로 2008년 8월에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나 2009년 초 40달러 초반까지 폭락했다가 이후 다시 상승하여 2011~2014년 기간 동안 100~120달러대를 유지하였다. 이후 다시 낮아진 국제유가는 한때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21년 다시 상승하기 시작, 2022년에 다시금 120달러를 돌파하였었다. 이후 60~70달러대로 안정적이던 국제유가가 올해 초 이란 전쟁으로 130달러까지 폭등한 것이었다. 국제유가가 폭등하였을 때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140달러 이상 폭등했던 2008년 여름, 이명박 정부는 '휘발유가격이 묘하다'고 언급하면서 국내 정유사에게 리터당 100원씩을 인하하라고 압박하였으며, 역시 120달러 이상 치솟았던 문재인 정부 때는 휘발유, 경유에 붙는 세금을 리터당 100원가량 깎아 가격을 인하하였다. 한편, 이번 정부는 1993년에 퇴출시켰던 최고가격고시제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국내 소비자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지난 이명박, 문재인 정부는 모두 1993년 이후 시행해 온 석유제품의 시장가격 결정방식을 유지한 채로 중간 단계의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시행한 반면, 이번 정부는 정부가 직접 소비자 가격을 제한하는 예전 방식을 다시 적용한 것이다.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가격의 절반은 수입과정의 세금과 특별소비세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액형이기에 국제유가 변동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즉, 예를 들어 국제원유가격이 2배 올라도 국내 제품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 절반 정도인 것이다. 그 반대로 국제가격이 절반으로 하락해도 국내 제품가격은 그 절반 정도만 하락하게 된다. 이를 보통 비대칭성(asymmetry)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환율이 변동하는 경우 이 영향도 추가되어 국제가격과 국내가격 변동의 비대칭적인 차이를 만들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대칭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주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 나타나게 되는데, 국제가격의 하락폭에 비해 국내가격이 하락폭이 매우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시행중인 최고가격 고시제도는 국제원유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그 조정속도를 느리게 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하는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만을 오히려 중폭시킬 수 있다. 최고가 고시는 긴급한 시기에는 효과적이나,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여러 부작용을 일으킴이 알려져 있었기에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시장가격 결정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며 이명박, 문재인 정부도 그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국제원유시장이 안정되어 가고 있는 지금, 응급처방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들을 늦지 않게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바란다. bienns@ekn.kr

[윤석헌 시평] 중금리 대출과 민관의 역할

중금리대출은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 신용점수 하위 20~50%인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5~15% 범위의 금리로 공급하는 대출이다.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취급한다. 금융사 스스로 공급하는 민간 중금리대출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정책금융인 사잇돌대출이 공존하며, 작년 8월말 기준 총잔액이 109.8조원에 달했다. 금융위의 정책 취지는 저신용 고객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정부의 끈질긴 노력에 불구하고 중금리대출은 금융시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금융사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경쟁적 금융시장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금융사 이익 감소를 초래하고 특히 신용정보의 비대칭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기대손실까지 예상된다. 중금리가 대출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금융사와 대출고객 간 신용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금리 차등화가 어려워 모든 고객에게 단일금리가 적용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중금리(중간 수준 단일금리) 도입은 금융사의 기대손실을 초래한다. 경쟁적 대출시장에서 금융사 이윤이 영(0)이 되도록 이미 결정된 대출금리가 중금리 도입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도의 수익 보전이 없다면 금융사는 손실이 발생하여 중금리대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둘째는 금융사가 중개역량을 발휘하여 신용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함으로써 대출금리가 고객의 신용정보를 반영하여 차등화되는 경우이다. 기존의 저신용자 가운데 일부를 중신용자로 다시 인식하거나 또는 경영자문⦁지원을 통해 신용위험을 낮추어 중금리로 지원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경우 나머지 저신용 고객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저신용 고객 중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들이 중금리로 빠져나간 상황에서 나머지 고객들의 평균 신용등급이 낮아졌기에 이익 하락을 우려하는 금융사가 대출금리를 인상하거나 심지어 대출을 거절할 수도 있다. 결국 중금리대출의 도입은 금리인하 혜택을 보는 일부 고객에겐 이득이나, 혜택에서 제외되는 나머지 고객은 부담이 증가하면서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 시나리오 구분의 핵심은 고객의 신용을 재인식 내지 개선하는 금융사의 중개역량 발휘에 있다. 중개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단일금리가 유지되는 첫째 경우에서 중금리 정책이 대출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인하 효과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반면, 중개기능이 작동하는 둘째 경우에서 중금리 정책은 최소한 일부 고객에게 금리인하라는 실질적 편익을 부여한다. 다만 이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고객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문제가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구분은 정부가 정책의 초점을 중금리 도입 자체보다 중개기능 활성화에 맞추어야 함을 말해준다. 중금리대출을 추진하는 정부는 금융사 손실 보전을 위한 여러 가지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대부분 유인이 정보 비대칭성 해소와 무관하여 금리 차등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대율 등 건전성 및 영업행위 규제 완화는 금리 차등화 혜택은커녕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분석은 정부가 중금리 정책을 직접 추진하기보다 금융사의 중개기능 활성화를 유인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저신용 소비자의 부담 증가에 대응하는 게 옳은 방향임을 알려준다. 최근 신한금융이 도입한 '소상공인 땡겨요'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의 성공확률 내지 신용도를 높이는 긍정적 중개역할로 평가된다. 소상공인의 주문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수집 실질적 상환 능력을 파악하여 중금리대출과 결합하면, 금리 차등화 내지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은행은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이윤 보전을 위해 제3자인 나머지 저신용 고객들에 대한 금리인상과 대출거절 등에 나설 수 있어 금융당국의 관심과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중금리대출은 포용금융으로 보기 어렵고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이 따른다. 사잇돌대출은 중신용자의 금리부담 경감을 추구하므로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포용금융과는 결이 다르다. 또한 중개기능 활성화 없이 금융사 이익 감소를 초래하여 지속가능성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중금리대출은 민간에 맡기고 저신용 고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관의 역할 분담에 나서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생산·소비·투자’ 모두 꺾였다…‘중동 충격’에 반도체 나홀로 증가

4월 들어 생산과 소비, 투자 등 모든 산업활동 지표가 감소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정제 생산이 19% 이상 줄며 38년 만에 최대 폭 감소를 보였다. 다만, 수퍼 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생산은 3% 늘어 나홀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2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들 지표의 동반 감소는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2월 2.1%, 3월 0.4% 등으로 증가세가 꺾이더니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석유정제 생산이 19.4%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1988년 5월(-22.1%) 이후 37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중동 전쟁 이후 원유 수급 차질과 함께 관련 시설의 정비와 보수가 잇따르면서 큰 폭의 마이너스 전환을 보였다는 게 데이터처 설명이다. 자동차 생산도 10% 줄었는데 대전의 차 부품업체 화재 영향 등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호황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생산만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영향이 내수까지 덮치며 소비와 투자도 덩달아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6% 줄었다. 2024년 2월(-3.7%) 이후 2년 2개월 만에 큰 폭의 감소세다.통신기기와 컴퓨터, 승용차,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 소비가 전달보다 11.1%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비내구재도 1.1% 감소했다. 특히, 중동전 쟁 이후 유가 상승 영향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 등으로 차량연료(-8.3%)가 크게 줄었다. 소매판매액 카드 실적 감소 등으로 금융·보험업 생산도 7.7% 감소했다. 도소매업 생산(-1.5%)도 자동차·부품판매업 부진 등으로 소폭 줄었다. 설비투자와 건설기성 등 투자 지표도 일제히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3.6% 줄었다. 건설업체의 국내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도 1.4% 감소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월과 3월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낮아진 기저효과, 중동 전쟁의 영향 등으로 생산·소비·투자 등이 감소했다"며 “다만 작년과 비교하면 생산 지표는 아직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올해 초 증가세를 나타냈던 기저효과 등으로 산업지표가 일시적인 조정 흐름을 보인 것으로 진단했다. 5월부터는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반도체 포함 제조업 전반에 심리 개선 효과, 소비심리 반등 등으로 내수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5월에는 소비와 기업 심리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고 수출 호조세도 이어지고 있어 개선 흐름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가격 오를때까지 안 판다”…‘요소·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7월까지 연장

정부가 요소와 요소수의 수급 안정을 위해 시행 중인 매점매석 금지를 7월까지 연장한다. 농림어업용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한도도 29일부터 상향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고유가에 따른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경제 구석구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5월 31일 종료 예정이었던 요소수와 그 원료인 요소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는 7월까지 연장된다. 중동전쟁 영향으로 국제 요소 가격 상승에 따른 수급 불안에 대응하고, 소비자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요소·요소수 수입 및 판매업자는 폭리 목적의 과도한 물량 보유나 판매기피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관련 물품의 몰수·추징도 될 수 있다. 이날부터 농림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한도가 기준가격 대비 종전 12.9%에서 16.4%로 상향된다. 고유가 부담 완화와 함께 본격적인 농번기·성어기를 앞둔 농어민의 유가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농어민이 구입하는 면세유가 기준가격을 넘는 경우 초과분의 70%를 유가연동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유종별로 농기계용·어업용·임업기계용 경유는 리터당 138.4원에서 176.2원으로 각각 37.8원 오른다. 원예시설 난방기용 등유와 중유는 각각 143.9원과 144.4원인 지원 한도를 39.3원과 39.4원 높인다. 유가연동보조금은 9월까지 한시 지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복귀(유턴) 촉진을 위해 인정 기준도 유연화한다. 현재 해외사업장 생산 제품·서비스와 국내 생산이 같거나 유사해야 유턴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 첨단산업과 공급망 분야는 핵심 제조시설을 국내에 투자할 경우 해외 생산거점을 유지·확대하더라도 유턴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경제구조 혁신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경북연구원 “경제위기, 통계보다 먼저 읽는다”…경북형 경제불확실성 지수 개발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연구원이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경제 분석 체계를 도입해 지역경제 위기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경북형 경제불확실성 지수(EPU-GB)'를 구축했다. 지방정부가 국가통계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스스로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주권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연구원 황성윤 박사는 28일 발간한 'CEO 브리핑' 제761호를 통해 '경북형 경제불확실성 지수 구축과 데이터 주권 확보'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통계 한계 넘어 지역 맞춤형 경제지표 구축 최근 지방분권 강화와 함께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 권한이 확대되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경제 분석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경제 정책은 국가 단위 통계를 중심으로 수립돼 왔지만, 산업구조와 경제 여건이 서로 다른 지역의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지역내총생산(GRDP)이나 지역산업연관표 등 기존 경제지표는 발표 시차가 길어 경기 침체나 경제위기 징후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방정부가 자체 통계조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 측면에서 현실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역 언론 보도와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결합해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불안감과 정책 리스크를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경제 진단 모델을 개발했다. ▲AI가 지역 언론 분석… 경제 불안감 수치화 경북연구원이 개발한 경북형 경제불확실성 지수는 대구·경북권 주요 언론사 7곳의 기사 데이터를 인공지능 언어모델(sLLM)로 분석해 구축됐다. 경제 불확실성은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와 소비, 고용 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언론 보도가 지역 주민과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제 심리와 정책 위험 요인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새롭게 구축된 지수는 불확실성의 원인을 국가 차원의 요인, 지역 내부 요인, 복합 요인으로 구분해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전국적 경제 변수뿐 아니라 인허가 문제, 정책 혼선, 지역 갈등 등 경북 특유의 경제 리스크까지 별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경기 하락 3~5개월 전 위험 신호 포착 연구 결과 경북형 경제불확실성 지수가 급등한 이후 약 3~5개월이 지나면 제조업 경기심리가 악화되고 중간재 출하량 감소와 공장 전력사용량 하락 등 실제 경기 둔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해당 지수가 단순한 심리지표를 넘어 지역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조기경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진이 구축한 '경북 광업·제조업 GRDP 하락 예측 모형'에서는 실제 경기 하락 국면을 약 76.9% 수준의 정확도로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단계별 위험 수준으로 구분해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체계적인 경제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위기 조기경보체계 구축 기반 마련 경북연구원은 이번 지수를 활용해 '경북형 경제위기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경보체계가 마련되면 지역경제 위험 신호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소비 활성화 대책, 재정 조기집행, 산업 지원 정책 등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특히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기 이전 단계에서 정책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지역 요인 중심의 불확실성 지수는 도정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리스크를 점검하는 평가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인허가 지연이나 지역 갈등, 정책 추진 과정의 혼선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정책 개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주권 확보가 지역 경쟁력" 경북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경제지표 개발을 넘어 지방정부 차원의 데이터 주권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경북형 경제불확실성 지수가 지역경제의 불안 요인을 조기에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행정체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기업 연쇄 부실과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역경제 회복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지역 중소·중견기업에는 경기 전망과 정책 리스크 정보를 제공하는 경제정보 서비스로 활용하고, 금융기관과 연계한 위험관리 체계 구축 및 투자유치 전략 수립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북연구원은 앞으로도 지역 실정에 맞는 경제통계와 데이터 기반 정책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경북형 지방행정 모델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주가조작의 끝은 세무조사다

2009년 개봉한 주식 범죄 영화 '작전'에서 조폭 출신의 벤처기업 사냥꾼 황종구는 “대한민국 경제는 내가 돌리는 거야"라며 호기롭게 외친다. 평범한 개미투자자 강현수를 비롯한 작전 세력이 600억 원 규모의 주가조작을 기획했던 이 이야기는 스크린 속 상상으로만 남지 않았다. 2025년 대한민국 주식시장 코스닥에 스스로를 “영화 의 주인공"이라 부르며 판을 짠 실사판 작전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말은 영화보다 훨씬 씁쓸하고 가혹했다. 새롭게 도입된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로 인해 철석같이 믿었던 동료의 배신을 겪고, 검찰의 구속을 넘어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까지 마주하게 된 대한민국 '리니언시 1호' 주가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사건의 총책 A(구속)는 기업사냥 전문가로 통하며, 영화 속 황종구처럼 작전의 전체적인 판을 짰다. 그는 현직 증권사 부장이었던 B(구속)를 포섭해 실행력을 갖추었고, 재력가 C(구속)와 전주(錢主) D로부터 작전에 필요한 현금 30억 원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기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OO 팀'과 자금 조달 및 바람잡이를 맡은 'O 패밀리'라는 두 개의 조직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삼은 곳은 코스닥 상장사 '가' 기업이었다. 이곳은 최대 주주 지분율이 45%로 높아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전형적인 '품절주'였다. 게다가 총책 A는 2대 주주의 보유 주식 17%에 대한 매수 권한(속칭 '모찌')까지 미리 확보해 두었다. 즉, 유통 물량을 완벽히 통제해 적은 자금과 거래량만으로도 주가를 쉽게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범행의 시작은 대담했다. 재력가 C와 전주 D는 시세조종에 쓸 현금 30억 원을 여행용 캐리어에 꽉꽉 채워 담아, 수십 개의 차명 계좌 및 대포 폰과 함께 선수 B가 일하는 증권사 사무실로 직접 배달했다.준비를 마친 이들은 2025년 1월 14일, 전일 종가 1,926원이던 주가를 단숨에 상한가인 2,490원으로 끌어올리며 작전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거래량을 평소의 400배까지 폭증시키며 집중적인 통정매매(서로 짜고 치는 매매)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총책 C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시장에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속칭 '펄 붙이기' 작업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주가를 7,000원 이상으로 띄운 뒤, 고점에서 개미들에게 차명 주식을 모두 떠넘기고 수익을 반씩 나누는 것이었다. 실제로 주가는 한때 장중 4,105원까지 폭등하며 이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듯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범죄 카르텔은 2025년 3월 14일, 공범 중 한 명의 '배신'으로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이들은 무너진 주가를 살리기 위해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시세조종 선수 F를 긴급 영입해 2차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숨통을 끊어놓은 결정타는 2024년 1월 새로 도입된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였다. 주가조작은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이 매우 어려운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대검찰청에 '1호 자수자'가 등장한다. 공범의 자수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부는 불과 2개월여 만에 작전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배신과 역습을 거듭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조직원들이 서로를 밀고하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결국 이들이 차명 계좌로 굴린 289억 원 규모의 거래와 부당이득 14억 원은 백일하에 드러났고, 총책 3인방은 줄줄이 구속되었다.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주가조작 세력의 범죄 수익을 뿌리째 뽑으려는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최근 국세청은 “코스피 7,000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안착"을 목표로 내걸고, 주가조작 세력을 포함한 불공정 탈세자 31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벌어들인 '검은돈'을 추적하며 한층 교묘해진 '터널링(Tunneling,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과 '자산 편취' 수법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을 합법적인 이익으로 위장하기 위해 사주 배우자 명의의 유령 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의 공금을 사주 일가의 고액 급여로 둔갑시켜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 등이 주요 적발 대상이다. 국세청은 부당이득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탈루 세액을 끝까지 추징하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을 밝혔다. 과거의 주가조작이 단순히 솜방망이 형사 처벌이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검찰의 신속한 구속 수사, 리니언시 제도로 인한 조직의 내부 와해, 그리고 국세청의 전방위적 세무조사와 세금 추징이라는 '삼중 철퇴'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종잣돈까지 끝까지 추적해 동결하고 있으며, 국세청은 불공정 자본 거래를 시장 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돈줄을 완전히 옥죄고 있다. 영화 의 결말은 주인공의 통쾌한 한탕이었을지 모르나, 현실판 작전 세력이 마주한 마무리는 차가운 구치소와 텅 빈 통장뿐이다. 서민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낸 범죄는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사법당국과 과세당국의 흔들림 없는 공조를 통해 명백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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