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초기 진압과 현장 통제 방식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불만이 잇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불길이 건물로 번지는 상황에서 신속한 진화를 요구했지만, 소방대원들이 현장 접근을 제한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방당국은 당시 강풍으로 진압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화재 진압에 앞서 주민들의 인명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는 입장이다. 28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단독 확보한 구룡마을 화재 당시 현장 영상에는 건물 지붕 위로 거센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하늘로 확산하는 모습이 담겼다. 불길은 건물 지붕을 따라 번지고 있었으며, 주변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화재에 대응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화재 현장을 촬영하던 주민이 불길이 확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빨리 물 뿌려, 왜 안 뿌려", “빨리 불 끄라고"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장면도 담겼다. 당시 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안전펜스를 설치하며 주민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고, 한 대원은 촬영 중인 주민에게 “저기로 가라", “위험하니까 물러서라"며 현장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주민은 “물 뿌리는 것 보고 가겠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고스란히 포착됐다. 주민은 눈앞에서 불길이 번지는 상황에 신속한 진화를 요구한 반면, 소방대원은 현장 안전 확보를 이유로 접근을 제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화재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도 불길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소방당국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방차들은 그래도 다 들어왔다"며 “제대로만 껐으면 이렇게 크게 안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은 마을 진입로에 쌓인 적치물과 좁은 도로 구조를 문제 삼았다. 그는 “소방차도 못 들어오는 길에 도로 공사를 한다면서 물건들을 쌓아 놨다"며 “그런 것 때문에 화재 진압하는 데 굉장히 힘들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화재로 굴착기와 5t 트럭, 1t 화물차 등 생계 수단이던 장비와 차량을 잃었다는 주민도 소방차 배치와 진입로 확보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주민은 “불이 나서 처음에는 직접 물을 엄청 뿌렸다"며 “이후 소방차들이 들어왔고, 옆에서 물을 뿌려줄 수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불길이 소방차가 주차된 곳까지 번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이 주민의 주장이다. 그는 “소방차 두 대 정도가 들어왔는데 불이 가까이 오니까 소방차부터 빼기 시작했다"며 “소방차 한 대를 빼는 데도 몇 분씩 걸렸고, 그사이 우리 차량은 앞뒤가 막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굴착기와 5t 트럭, 1t 화물차, 컨테이너까지 모두 피해를 봤다"며 “차량을 빼고 싶어도 사방이 막혀 방법이 없었다. 무방비로 당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조금만 더 물을 뿌렸어도 차량이 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진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해 보상 절차에 대한 답답함도 호소했다. 이 주민은 “차량과 장비가 모두 불에 탔는데 피해 보상을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구청이나 관계기관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는지도 아직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소방당국의 화재 진압 방식뿐 아니라 현장 통제 과정으로도 이어졌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은 화재 당시 소방대원과 경찰의 통제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웠으며, 불길이 번지는 상황을 가까이에서 확인하거나 촬영하는 데도 제약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화재 진압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 진입을 시도했다가 제지당했다고 밝힌 한 주민은 “불 끄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이 진짜 진압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일반인들이 촬영해서 퍼뜨릴까 봐 통제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함께 있었다는 다른 주민도 현장 접근을 제지당했다고 주장하며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구역까지 접근을 제한했다"는 취지로 불만을 나타냈다. 이 같은 발언은 화재 당시 주민들이 느낀 불신과 답답함을 보여준다. 다만 소방당국과 경찰이 촬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현장을 통제했다는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화재 현장에서는 건물 붕괴와 유독가스, 폭발 등 2차 사고 위험을 고려해 주민들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소방대원은 “당시 강풍으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인명피해를 막는 것이 최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소방대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제는 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느냐. 인명 대피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들도 다치지 않아야 하지만 주민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며 “그다음이 화재 진압인데 당시 바람이 워낙 강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초기 진압이 미흡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주민들은 직접 피해를 본 당사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우리는 진압하는 입장에서 모든 상황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과 소방당국 사이에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력 투입이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도 “가용할 수 있는 소방력은 최대한 동원했다"며 “헬기를 비롯해 인근 경기도 지역의 소방력까지 투입하는 등 동원 가능한 자원을 거의 모두 활용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28일 현장에서 잔불 정리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재발화 가능성에 대비한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소방대원은 “완진은 새벽에 이뤄졌고 잔불 정리도 거의 끝난 상태"라며 “미세하게 연기가 발생하는 지점을 계속 확인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과 최초 발화 지점에 대해서는 “어떤 원인으로 불이 시작됐는지는 아직 이야기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번 논란은 불길을 신속하게 잡아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와, 현장 안전 확보 및 인명 구조를 우선해야 한다는 소방당국의 대응 원칙 사이에 인식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주민들이 주장하는 초기 진압 지연이나 소방차 배치에 따른 차량 이동 제한이 실제로 발생했는지, 이러한 상황이 화재 피해 확대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특히 구룡마을은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데다 좁은 통로와 복잡한 건물 배치로 인해 화재 발생 시 진압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지역이다. 화재 현장 주변에서 확인된 불에 탄 가스통과 연탄, 무너진 건축물 잔해 등도 현장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들 물품이 실제 화재 확산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 화재 예방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 및 운영 실태도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한 주민은 “예전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서도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CCTV를 통한 감시와 화재 예방체계가 충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룡마을은 과거에도 화재가 반복된 만큼 예방시설의 설치 여부뿐 아니라 실제 운영과 관리 상태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본지가 지난 1일 취재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구룡마을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도로를 개설하고 빈집에 연결된 전선을 차단하는 등 안전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역시 SH와 합동 순찰을 실시하고 상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1월에 이어 10월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기존 안전대책의 이행 여부와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소방도로 확보와 적치물 관리, CCTV 운영 상태 등 기존 예방조치가 실제 화재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복되는 화재로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잇따라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초기 진압 과정 및 현장 통제의 적정성, 소방차 진입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