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하방 8개월만에 삭제…낙관론에도 수출 둔화 우려

정부가 8개월간 유지했던 '경기하방' 우려 표현을 삭제하며 낙관했지만 수출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 회복 지연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으나 정책 효과 등으로 소비가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향후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비롯해 1·2차 추경 효과가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비상계엄이 있던 작년 12월 '하방위험 증가 우려'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부터는 “하방 압력이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다 지난 6월 “하방 압력이 여전하다"고 수위를 낮췄고 이달에는 '하방 압력'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소비 등 내수와 관련해 확실한 긍정 표현이 등장한 건 약 2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소비 심리 개선 등 긍정적 신호'라는 문구를 담았고, 이달에는 소비가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봤다. 소비 심리 개선이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린북에는 지난 2023년 7월까지 '내수의 완만한 개선'이라는 표현이 있다가 같은 해 8월부터 빠졌고,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내수 회복 조짐' 문구가 담겼지만 끝내 조짐에서 회복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속보성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은 작년 동월보다 6.3% 증가했다. 올해 2월(6.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36.2% 늘었다. 올해 1월(39.7%) 이후 6개월 만에 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 심리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8로 6월보다 2.1p 올라 넉 달 연속 상승했다. 지난 6월 소매판매도 내구재(-1.6%)에서 줄었으나 준내구재(4.1%), 비내구재(0.3%)에서 늘어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정부는 “7월 소매판매는 소비자심리지수 개선,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승용차 내수 판매량 증가세 둔화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 경기 불황과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 부정적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2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으며 5개 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건설업 취업자 수도 계속 줄어드는 등 경기 침체의 여파가 고용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은 반도체 업황 호조로 작년보다 5.9% 늘었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변수다. 글로벌 경제와 관련 주요국 관세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교역·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기재부는 “추경을 신속히 집행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비지역경제 등 내수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범정부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우리기업 피해지원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 94.3조원…세입 증가에도 역대 4번째

올해 상반기(1∼6월) 나라살림 적자가가 9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0조원을 넘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총수입은 320조6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조7000억원 증가했다.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대비 진도율은 49.1%를 기록했다. 수입원 별로 국세수입은 190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조5000억원 늘었다. 법인세는 기업실적 개선과 법인 이자·배당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14조4000억원 증가했다. 소득세도 7조1000억원 증가했다. 해외주식 호황 등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 성과급 확대 및 근로자 수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세외수입은 19조4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 늘었고, 기금수입은 111조2000억원으로 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총지출이 389조2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7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대규모 적자의 원인을 제공했다. 1차 추경 대비 진도율은 56.6%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8조6000억원 적자를 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4조3000억원 적자였다. 전년보다 9조1000억원 개선된 수치지만 2020년(110조5000억원)과 2024년(103조4000억원), 2022년(101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많다. 이번 수치는 지난 5월 통과된 1차 추경까지 반영한 것으로 7월부터 집행이 시작된 2차 추경은 오는 9월 발표되는 7월 말 기준 재정동향에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2차 추경 반영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다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말에는 예산상 계획된 수준인 111조6000억원 안팎으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1218조4000억원이다. 전월보다 6000억원 증가했다. 2차 추경까지 반영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친 올해 국가채무는 130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9.1%로 전망된다. 7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21조2000억원으로 1∼7월 누적으로는 145조5000억원이 발행돼 연간 총 발행한도의 63.1%를 소화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유류세 인하 2개월 더…휘발유 10%·경유 15% 유지

정부가 국민의 유류비 부담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처를 2개월 추가로 연장키로 했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31일 종료 예정인 수송용 유류에 대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오는 10월 31일까지 연장된다. 현재 적용 중인 인하율인 휘발유 10%,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부탄 15%가 더 유지된다. 현재 리턷당 유류세는 휘발유 738원·경유 494원·LPG부탄 173원인데, 각각 82원·87원·30원의 가격인하 효과가 2개월 더 지속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2021년 말부터 유류세를 인하해왔다. 그동안 유가·물가 상황에 따라 총 16차례 연장했다. 이번 연장은 17번째다. 인하 조처 연장을 위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연장 조처는 국내외 유가의 불확실성,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주병기 “갑질 없는 공정 경쟁시장…한미 협상 후 플랫폼법 대안”

이재명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56)가 14일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고, 누구나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께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첫 출근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협력하는 시장 생태계가 없으면 경제 재도약과 지속 발전이 불가능하다. 기업 간 거래에서 공정성이 확보돼야 혁신의 성과가 약자에게도 돌아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법과 관련해선 “주권국가라면 주권적 의사결정을 국민에게 묻고 해야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미국)와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독자의 온라인플랫폼법이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이슈가 있는 만큼 협상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역협상 이후 그 결과에 맞춰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입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며 “현행법 체계에서 공정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를 막고,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는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위 인력 확충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추진을 시사했다. 주 후보자는 “경제 규모에 걸맞게 조직 역량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며 “조직의 투명성과 의사결정 합리성을 극대화하는 체계를 만들고, 경제분석과 데이터 생산·분석 역량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이와 함께 “소수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선진국이 된 사례가 없다. 혈연·지연·학연 등 정실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면서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중요한 직책 후보자가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건전하고 상생하는 시장 질서의 토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969년 전북 정읍 출생인 주 후보자는 서울 문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캔자스대 조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11년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를 설립해 소득 분배와 공정성 연구를 이어왔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2021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정책자문단 '세상을 바꾸는 정치'(세바정) 경제2분과위원장을 맡았고, 대선 캠프 경제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공정경제 정책 설계에 참여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⑥] 52시간 요구하는데 정부·노동계는 4.5일제…‘기업 한숨’

각종 규제 및 법안으로 재계를 압박하는 정치권이 기업들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52시간 제도 현실화 등 기존 사회적 논의가 활발했던 사안들도 정부·거대여당이 권력을 장악한 뒤 수면 아래로 내려앉고 있다. 13일 정재계에 따르면 대선 이전 여야 논의가 활발했던 '반도체 특별법'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외면 받고 있다. 특별법은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노사 합의로 주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해 근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법안이 통과돼야 연구원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호소한다. 노동계는 산업재해 증가,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통상 불확실성이 높다는 게 특별법 논의의 시작점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밀리고 중국 기업들 추격도 거셌기 때문이다. 각국이 자국 기업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자국우선주의'가 일반화된 시기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해당 이슈를 이미지 개선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월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를 열고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언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쟁국들은 기업에 노골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추진 등 족쇄만 계속 채우고 있다"며 “아무리 대선 전이라지만 우리나라 경제 기둥인 반도체 업계를 지원하는 법안을 '정치 쇼' 용도로 활용할 줄은 몰랐다"고 일침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추진했던 '노동개혁' 역시 역주행하고 있다. 경제계는 한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시장 정상화를 더 늦추면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현 정부와 여당은 '귀족노조'가 압도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와중에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경우 부를 독차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이유로 1인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성과급 보상을 요구하고 있따. 올해 임금협상 교섭은 결렬을 선언했다. 이들은 올해 초 기본급 1500%의 초과이익분배금을 받고 격려금 차원에서 자사주 30주(600만원 상당)을 받았다. 정년연장과 함께 논의돼야 할 직무·성과급제도 경제계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숙원인 상속세 인하 논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속세가 주요국 대비 지나치게 높아 기업의 장기적 안전·지속성, 중견기업 경영권 유지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 정부·여당은 확장적으로 재정을 사용하되 재원은 기업 및 고소득층에서만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화물차 안전운임제 시행을 3년 한시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을 위탁하는 기업인 화주와 운송사 사이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화물차 기사 사이에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 강제하는 게 골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시행됐지만 윤석열 정부때 일몰 시한이 지나면서 2022년 폐기됐다. 개정안에는 내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3년 일몰제로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지난달 2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제계는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위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시행 당시 화물운임 급등과 시장 왜곡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기에 향후 신중한 제도 운영을 당부한다"며 “무엇보다 제도의 시행에 앞서 시장 참여자들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모든 경제주체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운임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영계 “산재 처벌·제재보다 안전기준 실효성 확보 우선”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직면한 경영계가 재발 방지에 처벌·제재 강화보다 선진국처럼 실효성 높은 예방 시스템을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3일 '산재예방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산재예방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사업주의 자율적 산재예방활동 촉진과 성과에 따른 보상과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경영계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현장의 안전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점검·개선해 나가는 안전경영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산재사고에 대한 경영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벌써 3년 6개월 지났으나 뚜렷한 산재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이 부회장은 지적했다. 이어 “오래전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안전선진국들은 엄벌주의 정책과 획일적 규제방식만으로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규제의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여 안전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힘을 모아 안전시스템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은 새로운 처벌수단 마련을 고민하기 보다 산재예방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행 안전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자인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안전공학과)는 “우리나라가 산재예방에 상당한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제재와 엄벌에 치우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제(산안법)의 한계로 '고비용 저효과'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안전선진국들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제재 강도를 높임으로써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방시스템의 충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사업장 작업환경의 다양성과 급격한 기술변화 등을 고려할 때 사업주의 자율적 산재예방활동을 촉진하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개편방향으로는 △산안법과 중처법상 중복·상이한 사업주 의무 조항 정비 △과도한 원청 책임 부여하는 도급규제 혁신을 통한 법 해석과 집행의 합리성 제고 △건설공사발주자 역할과 책임 명확화 △위험성평가 내실화 △세부 안전보건기준의 정교성 개선 △지도·지원 중심의 감독행정 전환 등을 제안했다. 또다른 발제인 서용윤 동국대 교수(산업시스템공학과)도 “생존에 급급한 중소기업 현실에서 정부 규제만으로 효과적 산재예방 활동이 이루어지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한국의 중소기업 경쟁력은 최하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해 제재나 처벌로 접근하기보다 더 큰 보상과 인센티브 제공으로 안전관리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구체적인 지원방안으로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중소기업 안전보건활동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고 노력에 대한 실효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문인력 양성과 안전기술 연구개발, 민간 전문기관 활성화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산재예방 지원 및 시장 진흥 법률'의 신규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상반기 마약 2.6t 적발”…유통망 뿌리채 뽑는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4~6월) 범정부 합동 단속에서 마약사범 3733명을 검거하고 621명을 구속했다. 압수한 마약류는 2.68t(약 5,900파운드)으로, 수천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국무조정실은 13일 오전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15개 부처가 참여한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성과와 하반기 단속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2일 강릉 옥계항에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긴급 정보를 바탕으로, 관세청과 해양경찰청이 노르웨이 선적 화물선을 합동 급습했다. 선박 격벽 안에서 코카인 1.7t(시가 8,500억원, 5,700만명분)이 발견됐으며, 총 56자루에 달했다. 피의자 4명이 구속됐고, 해외 마약카르텔 조직원 6명은 국제공조 수사 중이다. 6월 13일 경찰·법무부·지자체·출입국당국이 외국인 전용 클럽을 단속해 천장과 벽 속에 숨겨둔 엑스터시 54정을 압수하고 업주·종업원·손님 등 6명을 검거했다. 단속은 경찰의 마약사범 수사, 출입국의 외국인 단속, 지자체의 행정처분이 병행된 범정부 합동 방식으로 진행됐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해 프로포폴·ADHD 치료제 등 의료용 마약류의 과다 처방 의심 사례를 선별했다. 전국 68개 의료기관을 점검한 결과, 23개소를 수사의뢰했다. 한 의사는 동일 환자에게 메틸페니데이트 4340정을 1년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핀셋' 점검은 적발률 34%를 기록했다. 정부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하반기 범정부 특별단속에 나선다. 추석·축제 기간 유흥업소 집중 단속, 온라인·의료기관 불법 처방 원점 수사, 명절 휴가철 출입국·해상 경계 강화가 핵심이다. 윤창렬 실장은 “20~30대의 마약 노출 비율 증가가 국가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신호"라며 “마약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부처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李 정부 국정과제 발표…“AI·에너지·균형발전으로 진짜 성장”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국가 운영의 큰 그림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 등 미래전략산업 육성과 '에너지고속도로'·메가특구 같은 초대형 인프라 사업, '5극3특' 균형발전, 기본사회 구현을 통해 '진짜 성장'을 이룩한다는 계획이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1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이같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6.3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을 인수한 지 70일 만이다. 새 정부의 국가비전으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 확정됐다. 또 경청과 통합·공정과 신뢰·실용과 성과 등 3대 전략으로 했고,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5대 국정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한 23대 추진 전략, 123개 세부 과제도 발표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AI·바이오·첨단 제조업 육성에 방점을 찍는다. 구체적으로 'AI고속도로' 구축을 통해 독자 AI 생태계를 완성하고, 차세대 AI 반도체와 원천기술을 선점해 최고급 AI 인재를 확보한다. 개인정보 보호체계와 오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공공데이터를 적극 개방해 '세계 1위 AI정부'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AI·바이오헬스 등 미래전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한편,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 제조업의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초연구 환경 개선, 핵심인재 양성으로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꾀한다. 에너지 분야 핵심은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이다. 세부적으로 산업 부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위해 전국 송배전망을 확충하고, 재생에너지·수소·원자력의 균형적 활용으로 전력 안정성을 높인다. 정부는 이를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로 지정해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신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에너지·신산업 집적지에 '메가특구'를 도입해 규제를 전면 완화, 현장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한다. 탄소중립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위해 관련 인프라와 기술 개발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금융·자본시장 개혁도 병행된다. '국민성장펀드' 100조원을 조성해 AI·바이오헬스·재생에너지 등 국가 핵심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스타트업 성장사다리를 구축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으로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고, 상법 개정의 시장 안착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5극3특' 균형성장 전략이 가동된다. 정부는 광역 교통망 연계, 행정수도 세종 완성, 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권역별 혁신·일자리 거점을 조성하고, 국세·지방세 비율을 2028년까지 7:3으로 조정해 지방재정을 확충한다.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과 '주민 선택 읍·면·동장제' 시범 도입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한다. 지역교육 혁신·인구유입 선순환 체계 구축, 서민·소상공인 금융지원, 공적주택 확대, 농어업 국가전략산업 육성 등 지역별 맞춤형 성장을 추진한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기본사회 구현를 구현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산재 예방,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AI 기반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공공병원 확충과 필수의료 보상체계 개편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 청년층 주거·일자리 지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 확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확립 등 일터 기본권을 보장하며 교육격차 해소와 교권 보호, K-콘텐츠·관광 산업 육성으로 문화경제를 확대한다. 외교 안보는 한미동맹 강화와 정예 군사력 확충을 축으로 한다. 북핵·미사일·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인구감소·안보환경 변화에 맞춘 국방개혁을 추진한다. 방산 벤처·중소기업 육성과 R&D 확대를 통해 K-방산을 세계 4대 강국으로 끌어올리고, 남북 화해·협력과 교류·평화공존 제도화를 통해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전환한다. 외교 다변화와 경제외교 강화로 G7+ 외교강국 도약도 병행한다. 정치 분야에서는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를 위해 권력기관 개혁과 사회 통합을 추진한다. 개헌으로 국민주권을 강화하고, 검찰·경찰·감사원 권한을 분산하며, 군 정치 개입을 차단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국민참여 확대, 과거사 진상규명·보훈 예우 강화, 재정·공공기관 운영 투명성 제고, 안전 규제 보완과 불필요한 규제 해소를 병행한다. 이번 계획에는 △잠재성장률 반등 △코스피 5000 △AI 3대 강국 △에너지고속도로 △인구위기 대응 △재난안전 강화 △균형성장 △문화강국 실현 △한반도 평화공존 등 12대 중점 전략과제가 담겼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6~2030년 5년간 210조 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재원은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 민간투자 유치 등으로 마련하되, 내년까지 법률 87%, 하위법령 81%의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같은 123대 국정 과제는 정부 최종 검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가맹점에 세척제·토마토 강제 구매” 버거킹 과징금 3억

공정거래위원회는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이 세척제 15종과 토마토 16개 품목을 본사 지정 제품만 구매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미사용 시 불이익 가능성을 알리지 않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비케이알은 2013년부터 세척제와 토마토를 '권유' 품목으로 정보공개서에 안내해 가맹점주가 시중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특정 미국 브랜드 세척제와 승인된 국내 토마토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내부 구매 시스템을 운영했다. 가맹점 점검 때 이를 확인해 미사용할 경우 감점, 경고 공문 발송, 배달 영업 중단, 영업정지, 계약 해지까지 제재를 가했다. 이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본사 지정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경영상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본사에서만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가맹점주의 거래 상대방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하며,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한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세척제와 토마토 제품 사용 여부 점검과 미사용 시 불이익 조치 가능성을 정보공개서 등에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가맹점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은폐·축소한 '기만적 정보 제공' 행위로도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척제는 버거킹 햄버거의 맛이나 품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통일적 이미지 유지 차원에서도 특정 제품만 반드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이번 조치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고 합리적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맹사업법 준수를 유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가맹점주는 성능이 동등한 국내산 대체품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격히 감시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강력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EE칼럼]인력양성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한국은 국가 산업 경제 규모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자원이 빈약한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 항상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마음 조리며 상황을 지켜보아야 하는 나라 중 하나에 속한다. 우리가 기껏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자원의 국내 비축뿐이다.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축은 몇 주에서 길어야 몇 개월 분량에 해당 될 뿐이다. 장기적인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때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결국 지속 가능하게 자원 안보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를 대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여 국가산업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도 에너지자원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공 지능과 자동화 시대에는 2차 에너지원인 전력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수소에너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에너지 광물의 수요가 확대되는 미래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자원 공급망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의 시작과 끝, 성공과 완성은 전적으로 우수한 자원개발 인력의 꾸준한 양성과 공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자원 보유국에 비해 국내 자원산업이 빈약하고 산업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자원분야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인력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 규모가 비교적 큰 분야에서는 필요한 인력이 많아 시장 자체적으로 인력공급 체계가 형성되겠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소수로 필요한 부분은 간과되기 쉽다. 에너지자원 개발 분야는 한 사람의 개인 능력이 전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분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확실성과 위험성 높은 자원개발을 책임지는 상류 부문의 인력양성은 무척 중요하고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서 겉보기 규모로 소수의 인력만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단기적 효율성에만 집착하여 소홀하게 여겨지고 있다. 에너지자원 국내 기업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단순한 겉으로 보이는 자원개발기업을 넘어 자원을 도입하는 물류와 조선 및 플랜트 산업, 더 나가 에너지자원을 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까지 확대하면 국내 모든 산업이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자원안보 공급망의 한 축인 해외자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적 실무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기술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유능한 기술 인력양성은 학교와 산업체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일이다. 자원산업 인력양성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 따라, 에너지산업의 축소와 확장에 따라, 대학에서 인력 양성이 조정되기도 하고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없어진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인력양성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주기를 갖고 변하는 분야이다. 작금의 국가 자원안보 시대와 미래의 신에너지대에도 자원개발 분야의 지속적인 유능한 인력양성과 확보는 중요하다. 인력양성은 차세대를 위한 것이다. 어쩌면 대학의 인력양성 사업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인지도 모른다. 적은 투자로 많은 미래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단지 그 성과와 결과가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뿐이지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력양성은 인력이 필요한 시기보다 5년~10년 앞서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10년 이상의 긴 주기를 갖고 변하는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자원산업분야 인력양성은 꾸준히 실행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차원의 자원안보를 위한 자원산업인력양성은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유능한 군인 없이는 국방안보 없듯, 유능한 자원인력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이다. 신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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