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냐 성장이냐”...신현송 체제, 기준금리 시험대 오른다

한국은행이 20일 퇴임한 이창용 총재의 후임을 맞는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이날 신현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덕분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재경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5·17일과 달리 간사 협의를 토대로 이같이 결정했다. 신 후보자 장녀의 허위 전입신고 등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남아있으나, 중동전쟁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 우려, 고환율·저성장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각종 악재 속에서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비우기 힘들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됨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신 후보자를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할 예정이다. 신 후보자는 오는 21일 취임하게 된다. 신 후보자는 글로벌 경제 전문가로 불린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했고, 최근에도 금융·환율안정을 비롯한 주제로 논문을 저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엔데믹 전환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던 시기에, 신속하고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아야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 알려지면서 '실용적 매파'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이창용 총재는 이임식 이후 기자들을 만나 신 후보자에 대한 능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논의하며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한은을 잘 이끌어갈 인사라는 것이다. '후임자에게 도움될 만한 조언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분"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신 후보자의 임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미 국고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높아졌고, 한은 내부에서도 중동전쟁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시기에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존과 다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신 후보자가 이분법적인 분류를 일축하고 '항상 한 가지 정책을 고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펴고 있으나, '비둘기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향후 6개월 내 조건부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금통위원 일부가 상당기간 동결 또는 인상 으로 선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의 충격이 가공식품 가격 상승 등 2차 파급효과로 이어지면 물가상승률 목표(2%) 달성이 요원해진다는 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를 높이는 때에 한국이 동결을 고수하면 환율 추가 상방 압력이 가해지고 수입 물가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 후보자 역시 국회 청문회에서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이 부딪히면 물가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은 총재로서 조직의 최우선 과제를 먼저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준 의장으로 폴 볼커를 언급한 점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폴 볼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인물로, 경기침체 속 전임자의 섣부른 금리인하가 초래한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초고금리 정책을 꺼내들었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을 급격히 떨어뜨렸고, 산업 섹터에서도 부실기업이 정리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만 재경위는 신 후보자의 가족 논란을 보고서 내 소수 의견으로 기재했다. 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2014년 이후 보고서가 당일 처리되지 않은 첫번째 사례로 기록된 탓이다.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신 후보자의 장녀가 국적을 상실했음에도 대한민국 여권을 이용해 출국한 기록이 확인됐다는 점을 기재 이유로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영국 국적을 보유한 신 후보자의 장녀는 2023년말 서울 강남구 아파트로 전입신고하는 과정에서 과거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해 내국인으로 신고한 것이 드러나 이번 청문회의 '태풍의 눈'으로 꼽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단순 여권 사용을 넘어 재발급까지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청문회가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고,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지녔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딜레마…“종료 결단할 때”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석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가격이 문제일 뿐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고 밝힌 반면, 산업부는 이른 시일 내에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가격제를 계속 유지하면 소비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가, 종료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2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 4차 석유 최고가격제 고시를 앞두고 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시행된 3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됐다. 2차 때 모든 유종 가격을 210원씩 올린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부는 동결 이유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크고, 민생 물가에 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고가 동결 후 기름값은 휘발유 기준 2000원선을 넘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했던 2022년 5~7월 이후 4년 만이다. 석유 가격을 억눌렀던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었다는 논란이 일면서 정부의 고심도 커졌다. 산업부는 일단 휘발유·경유 판매량 등 관련 통계를 들어 반박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3월 셋째 주부터 4월 둘째 주까지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총 255만2000㎘로 전년(269만1000㎘)보다 12.4% 줄었다는 게 산업부 분석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4월 첫째 주 판매량이 58만9000㎘로 작년보다 13.2% 줄었고, 4월 둘째 주 판매량도 59만4000㎘로 11.3%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특정 시점의 단기 수치보다 향후 전체 소비량 추세를 보면서 최고가격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4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두고 가격 현실화, 제도 운용 지속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최고가격제 유지 시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한 국민들의 소비 증가 논란이 지속되고, 정유사 손실 보전에 따른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고유가에 민생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최고가격제 유지에 따른 부담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생산 원가와 실제 판매가의 차액 부분을 정부가 다 보전해 주게 되는데 그게 다 국민 세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 4조2000억원을 반영했다. 당초 최고가격제의 6개월 유지를 전제로 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중동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손실 보전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정부가 가격 상한을 설정해 공급가를 억제할수록 국제유가와의 격차가 벌어져 손실이 커지는 구조여서 재정 부담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격 현실화와 함께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석유 최고가격제 자체는 유지하되 가격 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5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은 계속하지만 가격이 문제"라며 “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는 최고가격제가 한시적 조치란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유가 하락세 등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최고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최고가격제는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일 뿐"이라며 “이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 제도를 종료시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1일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2주 간 휴전 종료 후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해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기름값 2000원대는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데 정부가 마냥 가격을 누르고 있을 수는 없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 논란과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더라도 일몰 시점을 고려해 언제까지 종료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최고가격제는 유가 상승 충격을 완화해 가격 안정화 효과를 냈지만, 시장 왜곡으로 물가 자극과 함께 정유사 손실 보전 부담도 커 단기 운용이 맞다"며 “2주 휴전 후 종료 수순으로 가되 원유 도매가 공개는 지속해 가격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최진식 중견련 회장 “노사정 신뢰회복, 노동 구조개혁 시급”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이 국가 경제 및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갈 노사정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상호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일 열린 노사정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상생의 순환으로서 고용 유연성을 확립하고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노동력 재배치 및 재교육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정부의 '규제 합리화'를 빠르고 단단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노사정 신뢰의 중요성을 밝혔다. 특히, 거대한 시대적 전환으로서 인공지능 전환(AX)는 물론, 인구구조 변화, 보호무역 확산과 공급망 불안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사정의 신뢰와 공감에 기반한 전방위적인 노동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을 최 회장은 피력했다. 최 회장은 “노사정의 깊고 열린 소통의 계기를 크게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이 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노동의 혁신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상생의 선순환,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최 회장은 발언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인 산업 내 우수인력 선순환 및 공동체 안정화를 동시에 구축할 해법으로 고용 유연성에 대한 인식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중견기업계의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은 그 사회가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한 뒤 “실직이 곧 절망과 공포, 경험 없는 창업과 소상공인 시장의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는 자멸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노사정 오찬 간담회는 지난 3월 19일 '새 정부 제1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최 회장의 제안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즉석에서 수용하면서 마련됐다. 김 위원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슈&인사이트] 호르무즈의 불길, 한국 통화정책을 옥죄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군사작전 개시로 촉발된 중동 전쟁은, 불과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제 우리 경제의 심장부를 조준하기에 이르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봉쇄와 역봉쇄의 충돌은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한국은행이 구사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선택지 자체를 근본적으로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취약성은 구조적이다. 수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에너지 자급률이 4% 수준에 불과한 나라에서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수로가 막힌다는 것은, 경제시스템 전체의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봉쇄 선언 직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70% 급감했으며,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유조선 7척은 국내 항구 도착까지 항해하는 데만 최소 22~23일이 소요된다. 정부는 대통령 특사를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에 파견해 연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 톤을 확보했고, 현재 비축유 208일치를 앞세워 진화에 나섰지만,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이 방어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산 원유 확대도 검토 중이지만, 국내 정유시설의 설비 최적화 조정과 블렌딩, 높은 물류비 등 장애요인이 만만하지 않다. 호르무즈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최대 50~80% 뛰고 보험료는 과거 분쟁 사례에서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전례가 있다. 물량 확보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조달 비용 급등이라는 현실은 피할 수 없다. 이 에너지 충격이 국내 물가에 파급되는 경로는 단선적이지 않고 복합적이다. 1차 충격은 직접적이다. 배럴당 유가가 20달러 오를 때마다 우리나라의 연간 석유 수입 비용은 약 10조 원 증가하는 구조다. 유가 상승이 휘발유·경유 가격을 밀어 올리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력으로 전이된다. 오래 3월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100)으로, 1985년 1월 통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내구재·섬유제품·가공식품 물가지수 역시 역대 최고 또는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3월 2.2%로 한국은행의 목표치 2%를 이미 상회하기 시작했다. 더 위협적인 것은 2차 파급효과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기업 원가에 녹아든 뒤,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5월 이후 도미노식 물가 상승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은 4월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명시했고, 향후 인플레이션은 중상위 2% 범위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성장 둔화 속에서 금리 인상은 독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지점이다. 산업 충격의 최전선에 석유화학 부문이 서 있다. 이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탄화수소로,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현대 산업의 기초를 떠받친다. 과자 봉지에서 의료용 장갑까지, 나프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수입 나프타의 54%를 중동에서 조달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전쟁 발발 이후 나프타 현물 가격은 전쟁 직전 대비 84% 가까이 뛰었고, 연초 대비로는 100% 이상 상승했다. 국내 주요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은 60% 이하로 추락했으며,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롯데케미칼은 정기 보수를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4월 중순을 지나면 NCC 가동률이 30~4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정부는 나프타를 공급망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하고 5개월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긴급 조치를 시행했지만, 원유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제한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충격은 석유화학에서 자동차·전자·섬유 전방 산업 전반으로 번지며 기업 이익을 잠식하고, 고용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로를 열어놓고 있다.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자리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서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로서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통화정책 철학을 비교적 명확하게 피력했다. 현재 기준금리 연 2.50%를 “중립금리 추정 범위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경기 흐름과 크레딧 리스크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못 박았다. 중동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히며, 1차 공급 충격에 대한 금리 대응보다 2차 전이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환율에 대해서는 이창용 전 총재와 마찬가지로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는, 원화 절하를 막기 위한 금리 인상보다 달러 유동성 확보와 시장 개입이라는 수단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다면 향후 통화정책의 향방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한국은행은 4월 10일 금통위에서 7회 연속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내려진 것이다. 관건은 중동 전쟁이 단기 공급 충격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2차 효과로 번질 것인지다. 전자의 시나리오에서 한국은행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이란 협상 타결을 기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0~21일경 2차 협상 재개를 예고한 만큼, 외교적 돌파구가 열린다면 유가는 급격히 안정될 수 있다. 후자의 시나리오는 훨씬 까다롭다. 기업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본격 전가되고 임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은 성장 둔화를 감수하고도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기로에 설 수 있다. 동시에,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를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악순환도 경계해야 한다. 4월 말 영국 국왕의 미국 방문, 5월 중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대기 중인 만큼, 당분간은 협상 재개 국면을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이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미국-이란 전쟁이 한국 통화정책에 던지는 핵심 과제는, 공급 충격발 인플레이션과 수요 위축발 경기 하강이라는 두 개의 함정 사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과하느냐다. 신현송 체제의 한국은행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 그 앞에는 교과서가 상정하지 않은 지형이 펼쳐져 있다. 호르무즈의 불길이 어느 방향으로 번지느냐가, 당분간 한국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외생변수가 될 것이다. ekn@ekn.kr

경북 동해안·북부권, 일자리·산림복구·관광·복지까지 전방위 정책 추진

◇포항시, 3만4500개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력 제고 포항=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포항시가 20일 산업 구조 변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시는 2026년 지역일자리 공시제를 통해 총 6198억 원을 투입하고 3만45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700개 늘어난 규모다. 이번 계획은 고령화 심화와 청년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2025년 말 기준 포항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32.9%에 달하는 반면, 청년층 비중은 13.7% 수준에 머물러 고용 정책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 전환형 혁신 일자리 △관광·체류형 일자리 △계층 맞춤형 일자리 △생활밀착형 공공일자리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이차전지 산업 전환, 스마트 제조 혁신, 산업 AI 인력 양성 등을 통해 미래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해양레포츠와 문화유산 해설 등 관광 분야 일자리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청년 인턴, 여성 기술인력 양성, 중장년 취업 지원 등 계층별 정책을 병행하고, 노인 일자리 및 공공서비스 확대를 통해 시민 체감형 고용 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는다. ◇안동시, 산불 피해지 복구와 미래 산림자원 조성 병행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안동시는 대형 산불 피해 지역의 조속한 회복과 지속 가능한 산림 조성을 위해 봄철 조림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올해 사업 규모는 총 37개 지구, 432.7헥타르에 달하며, 이 가운데 328헥타르는 산불 피해 복구 조림으로 진행된다. 임하면과 남후면 등 피해가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시는 단순 복구에 그치지 않고 내화 수종과 소득형 수종을 함께 식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상수리나무와 낙엽송 등 산불 대응력을 높이는 수종과 함께 산벚나무, 산수유, 두릅나무 등을 도입해 산림의 경제적 가치도 동시에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경제림 조성, 큰나무 조림, 지역특화 조림 등 미래 산림자원 확보 사업도 병행된다. 시는 5월 초까지 식재를 마무리하고,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해 생육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예천군, 회룡포 봄나들이 축제로 체험형 관광 강화 예천=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예천군은 4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용궁면 회룡포 일원에서 '2026 회룡포 봄나들이 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체험 중심 프로그램을 강화해 가족 단위 방문객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행사 기간 동안 '봄빛 거울 만들기', '공룡 미로 탈출', '포토부스 체험' 등 어린이 참여형 콘텐츠가 운영된다. 또한 스탬프 투어와 모종 심기 체험, 모래놀이 프로그램 등 자연환경을 활용한 체험 콘텐츠가 다양하게 마련된다. 현장에서는 피크닉 세트 대여 서비스와 푸드트럭, 플리마켓도 운영돼 체류형 관광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축제 기간 중 인근 용궁역 일원에서는 순대를 주제로 한 지역 특화 먹거리 행사도 동시에 열려 관광객 유입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군, 어르신 스포츠 복지 확대…3년간 국비 확보 울릉=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울릉군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어르신 스포츠 강좌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을 통해 3년간 총 1억8천만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 사업은 '세대공감 생활체육 아카데미' 형태로 운영되며, 맨발 걷기와 요가, 파크골프, 태권체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뿐 아니라 5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해 세대 통합형 체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군은 공공 체육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전문 지도자를 배치해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질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봉화군, 중부내륙 연계 관광 '미션형 투어' 추진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봉화군은 인근 5개 시군과 협력해 '중부내륙 6개 시군 미션 챌린지 투어'를 추진한다. 이 사업은 관광객이 각 지역을 방문해 인증사진과 소비 영수증, SNS 인증 등 미션을 수행하면 최대 30만 원 상당의 특산품을 제공하는 참여형 관광 프로그램이다. 오는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며, 사전 여행계획서를 제출한 뒤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단순 방문형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와 소비를 유도하고, 지역 관광지와 축제 홍보 효과를 동시에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경북도, 산업·농업·문화·안전까지 전방위 혁신…미래 성장 기반 강화 총력

◇경북도, 바이오 규제 혁신으로 전주기 생태계 구축 박차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지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개선과 투자 연계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는 지난 17일 도청 창신실에서 바이오기업 및 유관기관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 분야 스케일업 및 규제개선 간담회'를 열고 현장 중심의 애로 해소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현재 경북 바이오산업은 지역별 특화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동은 백신·헴프·첨단재생의료, 포항은 바이오 소재와 그린백신, 경산은 의료기기와 화장품·한의약, 의성은 세포배양 산업을 중심으로 각각 산업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기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기술 개발 이후 시장 진입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허가 절차의 불확실성과 자금 부담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가 실험장비 임대료 지원, 폐기물 기반 바이오소재 활용 규제 완화, 산업단지 폐수 기준 개선, 헴프 연구개발 규제 완화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경북도는 경제혁신추진단을 중심으로 중앙부처 건의와 기관 협의를 통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정책금융과 연계한 투자 지원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안동 의료용 헴프 밸류체인 구축' 사업을 통해 생산부터 의약품 개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드라마 촬영 유치 성과…경북, 영상 촬영지로 부상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추진해온 촬영 지원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지역이 새로운 영상 콘텐츠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도청 청사와 예천 양궁장, 경주 오릉, 문경 세트장 등 경북의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활용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도청 전정과 회랑은 극 중 주요 정치 공간으로 등장하며 웅장한 건축미를 강조했고, 예천 양궁장은 긴장감 넘치는 장면 연출에 기여했다. 경북도는 촬영지 발굴부터 허가까지 원스톱 행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문경새재 등 기존 세트장 인프라 확충과 국가 공공자산화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300여 편의 영상 콘텐츠를 유치하며 지역 관광 홍보 효과도 함께 거두고 있다. ◇경북도, 농업 대전환 준비…유통·기술·인력 혁신 집중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는 농업 분야에서도 구조적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7일 열린 '농식품유통혁신위원회 활동계획 보고회'에서는 2026년 중점 연구과제가 공개됐다. 위원회는 학계와 산업계, 농업인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치기구로 농업 전반의 혁신 정책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요 과제는 △온라인 유통 고도화 △양파 부산물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 △농촌 인력 부족 해소 △대마 활용 고품질 김치 개발 등이다. 이는 단순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유통·가공·수출까지 확장되는 농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위원회는 향후 정책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경북 농식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경북도, 중국 선전 투자포럼…글로벌 협력 확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16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선전에서 투자포럼을 개최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나섰다. 이번 포럼은 APEC 이후 경제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사로, 도와 시·군, 현지 기업인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도는 선전 난산구의 글로벌 플랫폼과 협력해 기업 진출과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선전 중소기업 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첨단 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드론·로봇·전기차 부품 기업 등이 참여한 투자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 성과도 도출됐다. 경북도는 향후 중국 내륙 도시까지 투자 유치 활동을 확대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방침이다. ◇폐기물 화재 대응 강화…경북도, AI 기반 예방체계 도입 추진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안전 분야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강화된다. 경북도는 20일부터 27일까지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도내 고위험 업체를 대상으로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점검 항목은 CCTV 설치 여부, 폐기물 관리 기준 준수, 화재 취약 요소 제거, 소화 설비 운영 등이다. 특히 자연발화와 작업 중 스파크로 인한 화재 위험이 높은 점을 고려해 적치 상태와 시설 안전성을 집중 점검한다. 도는 AI 기반 화재 감지 및 자동 대응 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이며, 현장 점검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과 기술 확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올해 ‘초과세수’ 대폭 증가…“보유세·법인세·증권세 영향”

올해 주택 공시가격 인상과 증시 호황에 힘입어 정부의 세금 수입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택 보유세에 이어 반도체 기업들이 예상 밖 실적을 기록하며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초과 세수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주택 보유세수는 8조7803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보유세수 추계액 7조6132억원과 비교하면 15.3%(1조1671억원) 증가한 규모다. 올해 전국 표준주택(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작년 대비 평균 2.51% 올랐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9.16%, 이중 서울은 18.67% 오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법인세도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으로 정부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합산액이 500조원 이상 예상되면서 법인세 납부액도 125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예상한 법인세 101조30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증시 호황에 따라 증권거래세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달 31일 발표한 '2026년 2월 국세수입 현황' 자료를 보면, 국세수입은 증시 활황 등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3조8000억원 더 걷힌 1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항목별로는 증권거래세가 증권거래대금 증가와 세율 인상 등으로 1조원 늘어난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증권거래세도 정부가 추경 때 추산한 10조6000억원을 넘어 1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본예산 대비 세수가 25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초과 세수의 대부분을 추경에 편성했다. 여기에 주택 보유세도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되면서 본예산 대비 세수는 정부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힐 상황도 대비해 보수적으로 추계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상당 규모의 세수 오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세입 추계가 해마다 빗나가면서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세수 추계 대비 지난 2021년에는 61조3000억원, 2022년 52조6000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이후 2023년 56조4000억원, 2024년 30조8000억원, 2025년 8조5000억원 등으로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이어졌다. 정부의 세수 추계 실패로 초과 세수를 추경 등으로 지출해도 부채가 될 수 있지만, 세수 결손으로 국채 발행을 해도 빚이 돼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회계연도 개시 후 불과 3개월 만에 25조원 세수 오차가 발생한 것은 단순 추계 실패를 넘어 세수 추계 체계 전반에 대해 재정 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며 “세입 과소·과다 편성 모두 재정 운용의 비효율과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세수 결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하되 세수 추계 때 어떤 추산을 잘못했는지 추계 분석을 면밀히 해야 한다"며 “반복되는 세수 추계 오류를 막기 위해 민간 전문가나 별도 위원회가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4월말 ‘차량 요소수’ 공공비축분 방출

정부가 차량용 요소와 요소수의 공공비축분을 이달 말부터 시장에 풀기로 했다. 일부 기업의 재고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방출한다.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어 종전이 확실해질 때까지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를 열어 “중동 전쟁 대처 능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공급망, 민생애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이다. 구 부총리는 “지난 15일부터 기초유분 7종에 대해 매점매석금지 및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기타유분 등 7대 기초유분을 매점매석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7개 품목은 사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재고를 8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 공공계약금액 조정 제한 기간을 완화하고, 계약기간 연장 및 지체상금 면제, 계약보증금의 지방세입 귀속 면제 등도 실시 중이다. 원유 수입 정유기업의 관세·부가세도 해당 세관장 승인을 통해 최대 9개월 납부 유예를 해 주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신속한 집행도 강조했다. 그는 “27일부터 지급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신속집행관리 대상 10조5000억원은 상반기 내 85% 이상 집행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관계부처가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 지원, 원유·나프타 등 핵심 품목의 물량 확보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 공조에도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구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 “물가 압력·공급망 교란 등으로 중동 전쟁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IMF는 지난 14일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지난 1월(3.3%) 보다 0.2%포인트(p) 낮췄다. 한국은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과 같은 1.9%로 유지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속 성장 하락, 내수 둔화 등의 우려섞인 진단도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영향으로 소비·기업심리가 둔화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 민생 부담 등이 커지는 점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세부 지표를 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전월(2%)보다 올랐다. 중동 전쟁 후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석유류 물가가 9.9% 오르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소비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3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107.0로, 전월보다 5.1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세도 멈췄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유지한다"며 “상황 변화 및 부문별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추경 신속 집행 및 현장 애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후 소비 12% 줄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휘발유·경유 등 소비가 12%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로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었다는 지적에 정부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1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중동전쟁 발발 후인 3월 첫째 주 일부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3월 둘째 주 주유소 판매량은 61만㎘로 작년(65만9000㎘)보다 7.5% 감소했다. 이후 지난달 13일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뒤 3월 셋째 주 판매량은 63만8000㎘로 작년(67만2000㎘)보다 5% 줄었다. 반면, 3월 넷째 주에는 주유소 판매량이 73만1000㎘로 작년(67만1000㎘)보다 9% 상승했다. 그러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소비자들이 오히려 유류 소비를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4월 첫째 주 판매량이 58만9000㎘로 작년보다 13.2% 줄었고, 4월 둘째 주 판매량도 59만4000㎘로 11.3%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3월 셋째 주부터 4월 둘째 주까지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총 255만2000㎘로 전년(269만1000㎘)보다 12.4% 줄었다"며 “주유소 판매량이 작년보다 늘어난 3월 둘째 주와 넷째 주만 뽑아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고 전반적인 추세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일부 원유 수급 차질에도 5월까지 국내 원유 도입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중동산 원유 대체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고, 비축유 교환 제도를 활용해 정유사들이 필요한 물량을 국내에서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방문해 원유 2억7300만배럴 도입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선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연말까지 물량에 대해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이라며 “이중 2700만배럴은 6월 선적을 시작해 국내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E칼럼] 한국 배터리 성장은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중동전쟁으로 고유가 국면이 접어들자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침투율(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9%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전쟁 전 1월 예상했던 27% 보다 2% 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내년에는 전기차 침투율이 더 높아져 35%, 2028년 4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커진 결과다. 현재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 안전 등을 이유로 보조금을 깍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기준이 된다. 에너지 밀도 기준이 도입되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실구매가 상승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LFP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를 담는 효율(에너지 밀도)이 낮고 삼원계 배터리는 가격은 비싸지만 효율은 높다. 국산 차량은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리튬.니켈.코발트) 배터리를 주로 적용하는 만큼 보조금 산정에서 유리하다. 가격 격차 축소와 함께 배터리 안전성과 사후관리 경쟁력까지 반영된다면 국산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과잉 설비 및 저가 경쟁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을 시작했다. 중국 구조조정의 기준은 품질과 기술이며 이를 기반으로 수출 및 가격 규제, 수요 유지, 확대 정책이 결합되어 정책 기조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효율, 저성능 제품의 생산 능력을 퇴출하고 고성능, 고품질 제품 중심의 산업 재편을 촉진하는 한편, 무질서한 수출과 출현 경쟁을 억제하여 시장 질서를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세제 지원과 인프라 구축, 정부 조달 확대 등을 통한 수요 유지.확대 정책을 병행하면서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계에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및 차세대 기술 중심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해외로는 단순한 수출 위주의 전략을 넘어 생산, 공급망, 판매, 서비스를 통합한 현지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중저가 영역에서 중국과의 경쟁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고성능 제품과 기술 표준 분야의 경쟁은 심화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협력 또는 디커플링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중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자산과 기술, 인력을 선별적으로 인수, 제휴함으로써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보완할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배터리 제조사 및 소재관련 기업이 여럿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기업이 에코프로 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리튬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R&D)에 착수했다. 목표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배터리 대비 폭발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통한다. 기술의 핵심은 폐도가니 재활용을 통해 리튬을 회수하고 초미세 분쇄 기술로 황화리튬을 생산하는 것이다. 에코프로가 추진해 온 폐도가니 재활용 프로젝트는 양극재 소성 과정에서 리튬 노출로 변질된 도가니를 분말 수준으로 미세하게 파쇄한 뒤 이 과정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나온 리튬을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세 분쇄 공정이 필수적이다. 고체 전해질은 전극 사이를 이동하며 리튬 이온의 이온 반도체 역할을 하는데 기존 액체 전해질보다 입자 간 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에 더 작은 입도(입자 크기)가 요구된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은 이러한 기술적 특성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개발 전담팀을 중심으로 황화리튬 생산 공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의 기술력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가 성장하기 위해선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다시 회복되는 2~3년 뒤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업계 흐름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신배터리 연구에서부터 더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고체 배터리 등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비싼 가격이 문제로 꼽히지만 신배터리가 상용화되면 가격 또한 보편화될 수 있다. 기술 경쟁의 또 다른 한 축은 다각화이다. 배터리 수요가 로봇과 데이터 센터, 드론 등으로 확산되는 흐름에 누가 더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선제적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 없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배터리 시장 트렌트에 대응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강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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