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비트코인, ‘21세기 로마 금화’가 될 수 있는가

최근 글로벌 자산 시장은 마치 거대한 폭풍을 만난 듯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의장 후보로 '매파적 실용주의자' 케빈 워시를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과 은값은 물론, 기세등등하던 비트코인마저 줄지어 하락 곡선을 그렸다. 시장은 왜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그 원인은 명확하다. 케빈 워시는 과거부터 '강한 달러'와 '재정 규율'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가 이끌 연준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고 달러의 가치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자, 인플레이션의 대안이자 '달러의 적수'로 꼽히던 금과 비트코인의 매력이 단기적으로 위축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변동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달러의 권위가 서슬 퍼런 이 시대에, 비트코인 같은 무형의 자산이 과연 역사적 생존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에서 '돈'은 늘 눈에 보이는 '쓸모'를 담보로 해왔다. 고대 사회에서 금과 은이 화폐로 선택된 이유는 희귀성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장신구가 되거나 권위를 상징하는 실질적 유용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이 번영할 수 있었던 기반 중 하나인 '아우레우스' 금화 역시 금이라는 실물 가치에 기반한 강력한 화폐 권위를 가졌다. 하지만 로마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결정적 순간 중 하나는 지배자가 통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금화에 동을 섞어 화폐의 순도를 낮추기 시작했을 때다. '실질적 유용성'이 권력에 의해 오염되자 사람들의 '신뢰'가 무너졌고, 결국 제국의 경제 시스템도 붕괴했다. 오늘날 비트코인에 대한 열광은 어쩌면 무분별한 법정 화폐 발행으로 인한 '현대판 금화 오염'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일지 모른다. 물론 형태도 무게도 없는 디지털 코드에 가치를 투영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은 여전하다. 손에 잡히는 실체만이 안전하다는 수천 년의 생존 본능이 무형의 자산 앞에서는 의구심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의 지명으로 달러가 일시적 강세를 보인다고 해서 화폐의 거대한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현대 경제에서 자산의 가치는 이제 '물리적 실체'에서 '신뢰와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이라는 물질이 가치를 보증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수학적 알고리즘과 전 세계가 참여하는 보안 네트워크가 가치를 보증한다. 비트코인은 특정 중앙 권력이 임의로 찍어내어 가치를 희석할 수 없도록 설계된, 인류 최초의 '시스템적 신뢰 자산'이기 때문이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실체 없는 '밈 코인'들이 난무하는 모습은 170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2000년대 닷컴 버블의 잔해 속에서 구글과 아마존이 살아남았듯, 지금의 혼돈 속에서도 '디지털 금'으로서의 비트코인과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서의 이더리움은 제도권 금융의 핵심 자산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기준을 가져야 할까? 첫째, 단기적 변동성과 자산의 본질을 구분해야 한다. 케빈 워시의 정책 기조에 따라 가격은 출렁일 수 있지만, '해킹 불가능한 2,100만 개의 희소 자산'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둘째, '물리적 실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되 '시스템의 투명성'을 살펴야 한다. 미국이 규제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달러와 연동되어서가 아니라, 언제든 실물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검증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화폐의 역사는 결국 '인간이 무엇을 믿기로 약속했는가'의 기록이다. 금에서 종이 화폐로, 다시 디지털 코드로 형태는 변해왔지만 '조작 불가능한 희소성'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변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기 수단으로 치부하기엔, 그것이 담고 있는 '탈중앙화된 신뢰'의 기술이 현대 경제의 거대한 빈틈을 메우고 있다. 단기적인 시세 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화폐가 걸어온 유구한 역사의 궤적을 복기해 볼 때다. 정답은 늘 '물리적 쓸모'를 넘어선 '신뢰의 네트워크' 속에 있었다. bienns@ekn.co.kr

경북도·경북교육청, 민생·미래·교육 전방위 정책 행보

◇경북도, 저출생 정책 숫자 아닌 '체감'으로 점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는 저출생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목소리를 정책 전면에 반영하는 점검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도는 10일 경북시대 다목적홀에서 저출생 극복 사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도민 인식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그간 추진해 온 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 경북도는 만남부터 결혼, 출산, 돌봄까지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정책 틀을 구축해 왔다. 2024년 '저출생 극복 100대 과제', 2025년 '150대 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정책 공백을 최소화했고, 정책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올해 3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저출생 정책평가센터를 개소했다. 정책평가센터가 도민 1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 결과,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혼자금과 안정적인 일자리 등 경제적 부담으로 나타났다. 출산 영역에서도 양육비 부담이 78%로, 임신·출산에 따른 건강 부담보다 약 3배 높아 경제 여건이 출산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돌봄 분야 역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응답자의 61%는 필요할 때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다고 답했으며, 특히 아이가 아플 때와 방학 기간 돌봄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제도상 일·가정 양립 여건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높았지만, 출산·육아휴직 확대가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힌 점은 제도의 현장 체감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한 저출생 극복 과제 성과 점검에서는 'K보듬 6000', '아픈아이 긴급 돌봄센터' 등 지역 실정에 맞춘 돌봄 정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는 향후 다년간의 추적 점검을 통해 정책 효과를 지속 분석하고, 성과가 검증된 사업은 확대하는 한편 보완이 필요한 정책은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개선할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정책은 책상 위가 아니라 도민의 삶 속에서 체감되어야 한다"며 “정책평가센터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저출생 대응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포스트 APEC' 본격화…중동·유럽으로 경제 외교 확장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APEC 정상회의 유치 성과를 발판 삼아 글로벌 경제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는 양금희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지난 2월 초 UAE와 폴란드를 방문해 중동과 유럽을 잇는 투자 협력 기반을 다졌다. 이번 일정은 자본력이 풍부한 중동과 신산업 성장 거점인 유럽을 경북의 새로운 경제 영토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두바이에서는 세계정부정상회의(WGS)와 연계한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폴란드에서는 방산·이차전지 중심의 산업 협력을 점검했다. 두바이에서 열린 WGS 현장에서 경북 대표단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글로벌 정책 흐름을 직접 확인하고, APEC 이후 경북이 추진 중인 AI 협력 비전을 국제 무대에 소개했다. 이어 열린 '포스트 APEC 경상북도 투자유치 설명회'에는 중동 주요 국부펀드와 대형 투자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경북도는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 기반과 통합신공항, 항만을 연계한 물류 경쟁력을 집중 부각했다. 폴란드 방문에서는 현지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방산 클러스터로서의 경북 위상을 강조하고, 신공항 프로젝트와 연계한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금희 부지사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포항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글로벌 물류·투자 허브로 도약하겠다"며 장기적 비전을 제시했다. ◇경북도, 설 앞두고 사과 수급 안정 총력…체감 물가 관리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경북도는 성수품 물가 안정을 위해 현장 대응에 나섰다. 도는 영주시 봉현면 과수거점 산지유통센터(APC)를 찾아 사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명절 대비 출하 체계를 살폈다. 연간 1만 톤 규모를 처리하는 영주 APC는 경북 사과 유통의 핵심 거점으로, 최근 사과는 명절 수요 증가로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샤인머스캣은 공급 확대로 가격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북도는 직거래 장터와 특판전을 확대 운영해 소비자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바로마켓 경상북도점'과 도청 특판전에서는 주요 농특산물을 10~30% 할인 판매하고,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체감 물가 안정에 힘을 보탠다. ◇경북도교육청, 학교 밖 교육 확대…고교학점제 안착 위한 선택권 강화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교육청이 고교학점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학교 밖 교육' 운영 범위를 대폭 확대하며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지원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학교 밖 교육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강을 희망하는 과목이 학교 내 또는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으로 개설되기 어려운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사회 기관이나 대학을 통해 해당 과목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경북교육청은 기존 6개 대학과 4개 지역 기관 중심의 운영 체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국대학교와 영남대학교, 대구교육대학교 등 지역 거점 대학을 새롭게 참여시키고 국립해양과학관, 국립청소년미래환경센터 등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 프로그램도 추가로 승인해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3개 대학을 추가 선정해 도내 고등학교에 안내함으로써 고교학점제 운영 기반을 보다 탄탄히 다질 방침이다. 이미 운영 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대구교육대학교에서 운영한 초등교사 희망 학생 대상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국립해양과학관의 실험·실습 중심 프로그램은 접근성 한계를 극복해 포항동성고 학생들의 참여로까지 이어졌다. 영주제일고등학교는 매 학기 학교 밖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기업과 경영, 데이터 과학, 생태와 환경 등 다양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자율형 공립고 2.0 운영학교인 이 학교는 지역 연계 교육과정의 대표 사례로, 학교 밖 교육이 진로 설계의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농어촌 소규모학교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과 경북온라인학교 운영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지역과 거리의 제약 없이 모든 학생이 과목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경북도교육청, 유·초 이음교육 전면 확대…배움의 출발선부터 연결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교육청은 11일 유아교육과 초등교육 간 단절을 해소하고, 아이들의 안정적인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2026학년도부터 '유·초 이음교육'을 도내 모든 유치원으로 전면 확대 시행한다. 유·초 이음교육은 유치원의 놀이 중심 교육과 초등학교의 기초 학습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교육과정과 생활지도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이다. 경북교육청은 2022학년도부터 이음교육을 단계적으로 시범 운영해 왔으며, 2025학년도 시범유치원 운영 결과 학부모 만족도가 90%를 상회하는 등 정책 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유치원에 해당 정책을 적용하고, 유치원당 1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현장이 안정적으로 이음교육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다 체계적이고 심화된 운영을 위해 41개 유치원을 시범유치원으로 별도 선정해 유치원당 200만 원의 운영비를 추가 지원한다. 이들 시범유치원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 설계, 연계 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이음교육의 모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초등학교와의 연계 역시 강화된다. 도내 220개 초등학교에는 교당 1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유치원과의 연계 활동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며, 교원 간 교육과정 협의와 공동 수업 설계, 수업 참관 및 피드백을 통해 현장 중심의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입학 초기 학습 격차와 정서적 불안을 줄이고, 유아의 발달 특성을 고려한 연속적 교육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교육청, 안심 유아교육 환경 조성…시설·교육·대응까지 촘촘히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교육청은 유치원 안전사고 예방과 현장 중심 안전교육 강화를 위해 '안심 유아교육 환경 조성 시범유치원' 43곳을 선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유아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취약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시범유치원에는 유치원당 약 120만 원 내외의 예산이 지원되며, 단순 시설 개선을 넘어 유치원 운영 특성과 유아 발달 수준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 안전 지원이 이뤄진다. 경북도교육청은 유아교육·시설·환경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단을 운영해 현장 방문 컨설팅과 연수를 실시하고, 유치원별 맞춤형 개선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컨설팅 대상은 수도·전기·가스·소방 등 기본 시설 안전부터 외부인 출입 통제, 실내 공기질 관리, 재난·사고 발생 시 대피 체계, 통학버스 안전관리까지 유아 생활과 직결된 전 영역을 포괄한다. 점검 결과 시설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치원 자체 대응투자를 통해 개선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유아의 발달 특성을 반영한 체험형 안전교육도 병행된다. 안전교육 공연 관람, 생존수영, 안전체험관 견학, 가정 연계 안전교육 등 직접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해 유아들이 일상 속에서 안전 행동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지원한다. 경북도교육청은 이번 사업을 통해 유치원별 안전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유아와 교직원의 안전 인식과 위기 대응 역량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대통령의 말폭탄이 불안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들을 향해 “집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다. “돈이 마귀" “망국적 부동산 투기" 같은 강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자랑하는 성과들을 끌어와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도 했다. 몇 년이나 미뤘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재개하는 것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하나다. 국민 삶에 필수적인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말도 옳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이런 압박이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호소에 가까워 보인다.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선거를 앞두고 뾰족한 대책은 없고, 말로 기선 제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8.98%로,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높았다. 지난주까지 52주 연속 상승했으니 사실상 1년 내내 쉬임없이 오른 셈이다. 매매가뿐 아니라 전월세금까지 치솟아 서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재명 정부 들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부동산 대책을 4번이나 내놨다. 작년에는 서울과 경기도의 거의 모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을 거래허가 대상으로 묶고 금융 대출까지 막는, '사상 최강의 규제'라 불리는 10·15대책을 내놨다. 새해 들어서는 수도권 핵심지역에 6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1·29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은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전쟁에 나선 것인데, 그래서 더 불안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상승→부동산 대책 →효과 없음→ 더 강한 대책 → 집값 더 상승으로 이어졌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까지 나서서 요란하게 부동산 전쟁을 벌인 결과는 처참했다. 주택 소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하고, 서울 아파트는 점점 더 안전자산이 되어갔다. 사실은 다양한 요인으로 집값이 올랐지만, 국민의 인식 속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으로 각인되었다. 언론을 탓하는 것도 닮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땅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 언론들의 여론몰이'를 탓했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어깃장을 놓는 일부 언론도 문제지만, 옳은 비판도 많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을 실거주 아니면 구매할 수 없도록 규제했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 해도 팔 수 없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이고 정책을 보완해 주는 문제 제기였다. 다주택자가 현재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인지도 의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주택자는 2019년 15.9%에서 2024년 14.9%로 되레 줄었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100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의 평균 매입가는 1억 6000만 원 수준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은 서울 아파트가 아니라 대부분 임대 목적의 빌라나 다세대주택이라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나 금융대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구매한 사람은 30대 생애 최초 구입자와 더 좋은 지역으로 옮기려는 40대 구매자로 보인다. 이들을 '마귀'이고 '악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통령이 집값 상승을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실무자들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기 어려워진다.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1·29 공급 정책은 졸속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용산은 국제업무지구 기능 훼손, 교통과 교육 여건 악화,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다. 과천은 주민들은 물론이고 마사회 이전에 대해 전혀 상의가 없었다며 마사회 노조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때도 추진했다가 세계문화유산과 그린벨트 훼손 우려, 주민 반대 등으로 좌초됐던 곳이다. 1·29대책이 실현 가능성 점검이나 지자체와의 조율 없이 숫자 위주로 급조됐다는 반증이다. 때로는 투기 심리와의 기싸움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집값 상승의 원인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정책을 보완해야 할 때다. 부동산은 주식시장보다 복잡한 시장이다.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일자리, 교통, 교육, 문화 등 삶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집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쾌도난마식 해법에 조급하기보다 실용적이고 꾸준한 정책으로 집값을 안정시킨 최초의 민주당 정부가 되길 바란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매물 나오게 하겠다”…양도세 중과 종료 앞두고 거래 족쇄 푼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 인정 기간을 확대하고 세입자가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실제 거래 과정에서 의무 이행이 어렵다는 비판을 반영한 보완책으로 풀이된다.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어 즉시 매각이나 입주가 어려운 경우에는 최장 2년 범위에서 실거주 의무를 미뤄 거래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등록 매입임대주택은 임대 의무기간인 8년이 지난 뒤 일정 기간 내에 매각해야만 양도세 중과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부터 이 같은 방안을 보고받았다. 구 부총리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는 반드시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완료해야 한다. 다만 강남 3구와 용산 등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종료일 이후에도 최대 4개월 내 잔금 지급이나 등기를 마치면 중과가 유예된다. 그 외 지역에는 최대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적용된다. 또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경우 정부 정책 발표일로부터 2년 안에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로 한정해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기존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5월 9일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 내 잔금 지급 또는 등기를 마치면 유예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를 마무리하기에 기간이 짧다는 시장 의견이 제기되면서 이를 반영해 유예 기간을 확대했다. 실거주 의무 유예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 낀 주택' 거래가 어렵다는 시장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이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면 통상 2년간 실거주해야 하지만, 기존 임차인의 계약을 승계할 경우 의무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매도자가 보증금과 이사비용을 부담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특히 등록 매입임대 제도에 대해서도 손질이 예고됐다. 임대사업자 등록 주택이 의무 임대기간 종료 이후에도 무제한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매각 허용 기간을 새로 설정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등록 제도는 통상 8년간 의무 임대를 조건으로 임대료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는 대신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감면과 함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해당 혜택이 유지되면서 일부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다 매각하는 사례가 나타나 제도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제한 없이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구 부총리는 “임대 종료 이후 일정 기간 내에 매각해야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매각 기한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임대 의무기간 종료 후 정해진 기간 안에 주택을 처분해야만 중과 배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될 전망이다. 매입임대 제도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서울 시내 아파트 4만2500세대가 적은 물량은 결코 아니다"라며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다주택 양도세 중과가 일정 수준의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8일에는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9일에는 등록임대사업자의 다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특혜와 관련해 “각종 세제도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해야겠지요?"라며 제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 “도대체 왜, 하필 지금, 어떻게?”…李 대통령 ‘부동산 전쟁’ 선포 10문10답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철폐 등 구체적인 정책까지 개입하면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해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왜 하필 지금 부동산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으며, 최종적인 정책 목표는 무엇일까? 향후 어떤 추가 정책 카드를 제시할 것이며 부동산 시장에는 결국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장 안팎에선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요지의 집값이 지나치게 불안해진 상황, 본격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함에도 부동산 시장에 발목잡혀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 등이 이 대통령의 '전쟁 선포'를 이끌어냈다고 보고 있다. 또 다주택자들을 상대로 보유세 강화는 물론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철폐 등 다양한 카드로 매각을 압박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선거 이후 전면적인 세제 개편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철폐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지 못하면 지방선거도 경기 부양도, 머니무브도 어렵다". 최근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 3구 등 수도권 1급지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8.98%로,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지난해 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수요를 묶고 공급을 늘리겠다고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 입장에선 6·3 지방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필수 과제로 등장했다. 역대 진보 정권들이 부동산 정책을 폈다가 시장을 자극해 집값을 상승시켜 결국 정권 교체로 이어졌던 악몽으로 지방선거 이후에나 본격적인 부동산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현재 내수 활성화의 필수 조건인 금리 인하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반도체 초호황 등 등 수출 호조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민생 체감 경기를 좌우하는 내수가 극도로 침체돼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한미 관세협상, 12·3 내란 주범 사법처리 등 대내외 주요 현안을 어느 정도 정리했고, 이제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본격적인 민생 경제 개선에 나서야 할 타이밍인 상태였다. 그러려면 금리 인하가 선결 조건인데, 문제는 자칫 금리를 내렸다가 수도권 집값 상승의 불을 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카드를 뽑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밖에 역대 진보 정권들이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개혁 정책을 임기 중반에 추진했다가 힘을 잃었고 결국 정권 교체와 정책 변경으로 이어져 시장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어 이번에는 임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부치는 쪽으로 작전을 변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최근 코스피 지수가 5000을 조기 돌파하면서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부동산 자산 위주에서 금융 자산으로의 '머니 무브'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이른' 부동산 개혁 공세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지난 3일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은 안타까우면서, 그들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건 아니겠지요?"라고 일갈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수위 높은 발언의 배경에는 정책 신뢰도 제고가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초강경 발언'을 통해 그동안 진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 이미지로 불거진 정책 신뢰도 저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 과거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민주당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좋지 못한 결과를 거뒀다. 과거 사례에 비춰 이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밑바닥 여론이 형성돼 있기도 하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는 '버티기' 여론이 과거 진보 정부 부동산 대책에서 주요 실패 요인이었다는 판단에 이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나서 '영구적'인 부동산 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이고 있다. 일단 시장에선 이 대통령의 강한 부동산 개혁 의지에 시장에선 매물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6만141건으로 최근 열흘 새 7.1% 증가했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로 서울 매물 기근 현상이 소폭 완화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시세 움직임은 아직 더디다. 우선 토지거래허가제 등 3중 규제로 주택 매매 거래 자체가 까다로워지면서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여기세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연일 이어지면서 오히려 시장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사태를 관망하면서 움직이려는 눈치 싸움이 더욱 극심해진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SNS에서 유독 다주택자를 상대로 강한 비판을 하는 곳은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 비율은 전체 가구의 14.9%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다주택자들의 소유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주택 중 37%에 달한다. 15%에도 채 못 미치는 가구가 전체 주택 중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주택 소유 불균형'이 부동산 시장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들 다주택자는 대부분 소유한 주택을 임대를 내놔 수익을 벌어들인다.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이 다주택자들의 임대 수익이 되는 전월세 매물은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트리거로 작용한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전세가 상승은 곧바로 매매가로 이어졌다. 다주택자들의 거둬들이는 임대수익이 증가할수록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감소하고, 집값이 상승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인 것이다. 요 며칠 사이엔 주택임대사업자들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각종 특혜를 주는 제도로 2017년 실시됐다가 아파트는 2022년 폐지되고 현재 빌라, 다세대 등에 대해서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주택임대사업자 특혜 철폐 검토' 발언은 아파트 제외 이전에 등록해 수혜를 봤던 이들에 대한 양도세·재산세 등 세제 혜택까지 폐지하자는 의도로 분석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5월 9일부터 양도세가 중과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양도 시 양도차익에 적용되는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자는 30%p씩 양도세를 더 내야 한다. 3주택 이상자의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최고 양도세율이 82.5%까지 인상된다. 예를 들어 양도차익이 10억원인 아파트를 20억원에 매도할 경우 현행 양도세는 2억600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5월 9일 이후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폐지되면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조치 유예 전 세금에서 126% 오른 5억9000만원,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65% 오른 6억8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세금 부담이 2주택자는 최대 2.3배,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최대 2.7배까지 무거워진다. 이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부동산 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간 세금을 통한 집값 잡기가 없다는 과거 기조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7월 세제 개편을 앞두고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5월 9일 양도세 중과 조치 시행 이후 시장 흐름을 한 달여간 지켜본 후, 해당 조치가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6월 초 지방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7월 세제 개편안 발표를 통해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개혁 '종합 세트'가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시지가 인상 등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올리거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해 '거주' 기준으로 옮기는 방안, 50억 원이상 초고액 주택만 보유세를 중과하는 방법, 다주택자들에게 세입자와의 지분 공유식 매각시 양도세 중과세 면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달 말 이 대통령의 부동산과의 전쟁 선포 이후 강남과 잠실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호가가 소폭 하락한 매물이 다수 나오는 등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거래량 자체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주목할 만한 하락 거래 움직임도 사라지고 있다. 일정 정도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 하락 거래를 유도하는 핀 포인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정책의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되 시장도 활성화시키는 촘촘한 세제 설계, 재건축·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다주택자가 세금을 올려도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정책 효과는 더 약해 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존에 시장에서 사라진 다주택자 물량을 기다리기보다는 새로운 주택 물량이 추가되야 시장의 안정이 확실히 도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 공급 추가 대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1·29 대책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수도권 도심에 6만채의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정책에서 주택 공급지로 예고된 지역 대부분이 빨라야 2027년에서 2030년에 착공이 이뤄진다. 실제 입주까지는 빨라도 5년 이상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당장 취직과 결혼 및 자녀 출산, 진학 등을 고려해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들의 입장에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은 너무 먼 얘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 참여 초년생들은 시세보다는 매물에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수석위원은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것은 확실시 된다"며 “주택시장에 처음 참여할 수록 시세보다는 매물에 주목해 물량이 증가하는 타이밍에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경제적인 가격대에 접근하는 매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이른바 '똘똘한 한 채'라고 부르는 고가 주택 소유주들, 강남의 비싼 집을 사놓고도 다른 지역에서 임대로 살고 있는 이들은 무거운 세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엑스에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1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가 늘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에 대해서도 강한 규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엔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 감면은 이상해 보인다"면서 사실상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의 개편을 예고했다. 현행 장특공제는 주택 보유 기간과 거주기간이 길 수록 양도차익의 일부를 공제하는 제도다. 1주택자의 경우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할 경우 최대 80%까지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의지대로 현재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공제율이 최대 공제율 45%가 적용되던 2008년 초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장기 보유 1주택자도 양도세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양도세 중과 조치 및 보유세가 본격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올해 하반기는 전월세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우선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지방이나 외곽의 주택을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갭투자자들의 물량이 전세 매물로 나오거나, 실거주 매수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월세 전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진 임대인들이 세금 부담을 전월세 가격에 전가할 우려가 있는데, 이 경우 전세 사기 여파로 수요자들의 전세 선호가 떨어진 상황에서 월세를 올려받기 위해 공급 측면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강력 규제에 다주택자가 매물을 모두 정리해 시장에 오히려 전월세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도 예측된다. 매물 감소는 전월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신연수 칼럼] 대통령의 말폭탄이 불안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들을 향해 “집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다. “돈이 마귀" “망국적 부동산 투기" 같은 강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자랑하는 성과들을 끌어와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도 했다. 몇 년이나 미뤘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재개하는 것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하나다. 국민 삶에 필수적인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말도 옳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이런 압박이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호소에 가까워 보인다.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선거를 앞두고 뾰족한 대책은 없고, 말로 기선 제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8.98%로,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높았다. 지난주까지 52주 연속 상승했으니 사실상 1년 내내 쉬임없이 오른 셈이다. 매매가뿐 아니라 전월세금까지 치솟아 서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재명 정부 들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부동산 대책을 4번이나 내놨다. 작년에는 서울과 경기도의 거의 모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을 거래허가 대상으로 묶고 금융 대출까지 막는, '사상 최강의 규제'라 불리는 10·15대책을 내놨다. 새해 들어서는 수도권 핵심지역에 6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1·29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은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전쟁에 나선 것인데, 그래서 더 불안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상승→부동산 대책 →효과 없음→ 더 강한 대책 → 집값 더 상승으로 이어졌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까지 나서서 요란하게 부동산 전쟁을 벌인 결과는 처참했다. 주택 소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하고, 서울 아파트는 점점 더 안전자산이 되어갔다. 사실은 다양한 요인으로 집값이 올랐지만, 국민의 인식 속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으로 각인되었다. 언론을 탓하는 것도 닮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땅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 언론들의 여론몰이'를 탓했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어깃장을 놓는 일부 언론도 문제지만, 옳은 비판도 많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을 실거주 아니면 구매할 수 없도록 규제했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 해도 팔 수 없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이고 정책을 보완해 주는 문제 제기였다. 다주택자가 현재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인지도 의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주택자는 2019년 15.9%에서 2024년 14.9%로 되레 줄었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100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의 평균 매입가는 1억 6000만 원 수준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은 서울 아파트가 아니라 대부분 임대 목적의 빌라나 다세대주택이라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나 금융대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구매한 사람은 30대 생애 최초 구입자와 더 좋은 지역으로 옮기려는 40대 구매자로 보인다. 이들을 '마귀'이고 '악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통령이 집값 상승을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실무자들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기 어려워진다.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1·29 공급 정책은 졸속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용산은 국제업무지구 기능 훼손, 교통과 교육 여건 악화,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다. 과천은 주민들은 물론이고 마사회 이전에 대해 전혀 상의가 없었다며 마사회 노조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때도 추진했다가 세계문화유산과 그린벨트 훼손 우려, 주민 반대 등으로 좌초됐던 곳이다. 1·29대책이 실현 가능성 점검이나 지자체와의 조율 없이 숫자 위주로 급조됐다는 반증이다. 때로는 투기 심리와의 기싸움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집값 상승의 원인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정책을 보완해야 할 때다. 부동산은 주식시장보다 복잡한 시장이다.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일자리, 교통, 교육, 문화 등 삶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집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쾌도난마식 해법에 조급하기보다 실용적이고 꾸준한 정책으로 집값을 안정시킨 최초의 민주당 정부가 되길 바란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실버이코노미] ㊦ “시니어, 소비·생산 주체…‘장수 경제’ 나아가야”

“실버비즈니스가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되기 위해선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시니어를 돌봄 대상으로만 봤다면,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소비·생산 주체로 인식해야 하죠. 모든 산업에 걸쳐 연령주의(Ageism)에 대한 고정 관념이 해체돼야 합니다." 이충우 숙명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연령의 개념을 출생연도 기준인 '캘린더 연령'으로 정의해왔고, 모든 정책·사회 복지의 기준점도 출생연도로만 적용해왔다"며 “개인의 기능적 역량에 맞춘 고용·교육·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면, 단순히 실버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장수 경제로 확장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개설된 숙명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고령층 대상의 전문 연구 학과다. 출범 초반부터 이곳은 실버산업을 단순히 복지·요양 관점이 아닌, 시장·소비자·산업 등 경영학의 시각으로 연구해왔다. 교육 방식은 원격교육으로 진행된다. 학생 나잇대는 평균 30대 후반으로, 50대부터 70대 이상 학생도 들어온다. 이번 학기만 봐도 74세 최고령 학생이 입학했다. 학부가 아닌 석사과정 특성상 직장인들도 많고, 졸업생의 경우 돌봄·요양·뷰티·교양·원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교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곧 새로운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수동적 노년에서 능동적 삶의 주체로) 실버 세대의 스위칭이 핵심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만 15세∼64세) 감소와 전체 인구의 중위연령 증가로 경제성장 동력은 꺼지고 있지만, 산업화 세대(1945년∼1954년 출생자)와 비교해 경제적 파급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1955년~1974년 출생자)가 이를 지탱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소비 흐름을 보면 젊은 세대의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있지만, 중장년 세대의 지갑은 두툼해지고 있다"며 “다만, 일자리가 단절되면 자산이 있어도 미래의 불확실성 탓에 소비가 망설여질 수 있으니, 정년 연장 또는 일자리 형태 다양화로 조금의 소득이라도 벌 수 있게끔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버 비즈니스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이 교수는 기술적 혁신을 꼽았다. 디지털·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그는 정부의 에이지테크(Age-tech, 고령친화기술) 강화 기조를 두고 “초고령 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우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지역 커뮤니티가 발달돼 동네 슈퍼·약국·신문 보급소 등을 통해 다른 집에 무엇이 있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는 끈끈한 커뮤니티 문화가 아니다"라며 “한때 익명성을 전제로 한 대도시 속에서 편안한 삶을 누렸지만 나이를 먹으면 굉장히 외로워지는데, 이를 고려한 돌봄 로봇·AI 문안 인사 서비스·웨어러블 로봇 등이 새로운 형태의 실버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버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주된 전략으로 에이지테크 기반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바탕으로 5년 단위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담은 제5차 기본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에이지테크를 비롯해 실버산업에 대한 정책 방향성을 손보는 한편, 이 교수는 복지적 관점에서 소득 수준의 양극화에 따른 기술 수용 격차가 너무 커지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기술 개발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시니어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나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 후속 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당초 실버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 정책의 관점이 성장보다 복지 영역에 집중됐다고 꼬집는다. 그는 “정부가 저출산고령위를 통해 고령친화법을 만들고, 제조업·서비스업 등 이와 관련한 산업을 분류해 취급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요양 등 돌봄 분야에 치우쳐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버산업 자체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령층이 소비 대상이자 생산 주체라는 양면적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고령층을 여러 측면에서 삶의 주체로 봐야 한다는 이 교수의 관점은 교육 과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는 민간·공공 영역에서 실버산업을 구성하는 상품·소비자·정책 등을 주제로 다학문적 융합특성의 커리큘럼을 앞세운다. 학과 근간으로는 실버마케팅·실버소비자행동·노년학 개론 등 세 개의 전공필수 과목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산업 나침반격인 정부의 실버산업 정책에 발맞춰 디지털 헬스케어·스마트홈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 관련 분야에 주안점을 두며, 실버소비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교수는 “실버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해야만 가치 제공물에 만족할 것이고, 결국 만족의 효용을 체감한 소비자와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 같은 마케팅 선순환 구조에서 소비자의 정보처리과정과 구매의사결정, 실버세대의 소비자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뒤 20여년이 지났지만 이 교수는 여전히 국내에 실버 산업 전문 인력 양성요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초고령사회 현상은 거시적 관점에서 (시장은 수요를, 교육기관은 인재풀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실버 산업 관련 학과를 보유한 국내 대학교·대학원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사회복지학과 사회학, 행정학 등이 실버비즈니스의 다학문 체계에 일부 접목돼 있다"면서 “유관 학과에서도 실버 세대와 관련해 공부하겠지만 사실상 사회복지학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교수는 고령층이 같은 시니어 세대를 돌보는 '노노케어'도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실의 단면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뒤 태어난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어떠한 열등감과 결여 등이 없다"면서 “봉사 차원에서 돌봄에 나서는 젊은 층 수요는 있지만, 직업적으로 봉사를 하겠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버 산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민·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인력 개발 방법으로 대학·산업계 간 산학협력을 꼽았다. 이를 통해 융합 교육 과정을 늘려 다양한 분야와 실버산업을 결합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술 투자 유도 등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도 요구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버 테크 제품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니어 특화 서비스 모델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연구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재원 확보는 정부 정책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서비스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전문 시설 확립의 경우 사업성과 수익성이 변수이나, 정부 주도의 BTL(건설·이전·임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일본의 초고령사회를 언급하면서 디스토피아적 전망과 함께, 한국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공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점은 25년 전 일본이 맞닥뜨린 초고령사회와 우리가 직면한 현 상황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로봇·휴머노이드가 세계 최고 수준이니 국내 실버산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제도 정비·현장 복지·에너지 전략까지…경북도의회, 민생과 미래를 함께 챙긴다

◇3대문화권 조례 전면 개정…운영 실효성 강화 기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의회는 지난 6일 열린 제36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대진 도의원(안동1·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경상북도 3대문화권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번 개정은 3대문화권 사업의 운영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해 관광 활성화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정 조례에는 5년 단위의 중장기 지원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콘텐츠 개발과 운영, 시·군 간 연계 협력사업 추진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3대문화권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 체계를 도입해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과 포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기존 조례에서 사업명과 시설명이 혼재돼 있던 3대문화권 관련 사업 명칭을 시설명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김대진 의원은 “3대문화권 문화생태관광기반 조성사업은 2008년 국가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돼 12년간 약 2조 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유치와 운영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조례 개정은 그간 드러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실질적인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한 제도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 명절 맞아 복지시설 방문…현장의 목소리 청취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도의회는 지역 복지시설을 찾아 따뜻한 나눔과 함께 현장의 애로사항을 살폈다. 윤철남 도의원(영양)은 지난 9일 경상북도의회를 대표해 영양군 노인복지관과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영양군지회를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윤 의원은 명절을 앞둔 시기인 만큼 형식적인 방문에 그치지 않고, 복지시설 관계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인력 운영, 재정 여건, 이용자 지원 등 실질적인 어려움을 살폈다. 그는 “작은 정성이지만 명절을 맞아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역 복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종사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 차원에서도 복지 현장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을 통해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원전·SMR 정책 토론…경북 에너지 산업 미래 모색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경상북도 원전 정책 발전 연구회는 지난 5일 도의회 다목적실에서 '경상북도 원전 정책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황명강 대표의원을 비롯한 연구회 소속 의원들과 경북도청, 한국수력원자력, 경북연구원, 포스코홀딩스 관계자, 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해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 경북형 에너지 전략을 논의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동국대학교 박홍준 교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SMR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짚으며, 경북이 원자력 산업 경쟁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SMR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부 정책 방향,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 경북도의 산업 지원 정책, SMR 건설과 지역 산업 연계 방안 등 현실적인 정책 대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정보 부족으로 인한 주민 불안 해소와 지역 환원 방안 마련, 생산 전력의 지역 활용 구조 구축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황명강 대표의원은 “원전과 SMR은 경북 에너지 산업과 지역경제를 이끌 핵심 분야"라며 “국가산단 선정 이후 경북이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도의회는 앞으로도 문화관광, 복지,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도 개선과 현장 중심의 의정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과 도민 삶의 질 향상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李 정부 ‘부동산감독원’ 설치 속도…“투기 척결 vs 빅브라더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부동산 투기 등 불법 행위를 전담 수사할 '부동산감독원' 설립을 본격 추진하면서 부동산 시장 관리 체계가 대대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경한 부동산 메시지를 내놓는 가운데, 여권이 이를 뒷받침할 입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야당이 '부동산 빅브라더'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거센 충돌이 예상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안은 10일 발의돼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계획이다.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부동산감독원 설치법' 제정안을 통해 감독원에 특별사법경찰을 두고 이상거래, 담합, 시세 띄우기 등 부동산 관련 35개 법률 위반 행위를 직접 수사할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조직 규모는 관계 부처 파견과 신규 채용을 포함해 약 100명 수준이 거론된다. 부동산감독원은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돼 국토교통부·국세청·경찰청·금융당국 등 여러 기관에 분산된 조사 기능을 총괄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기존 부처 중심의 단속 체계로는 지능화되는 부동산 범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부동산감독원을 통해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조사 결과에 따른 즉각적인 고발과 단속을 시행해 '부동산 불법으로는 단 1원의 이익도 얻을 수 없다'는 무관용의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킬 것"이라며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시장 경제를 교란하는 투기 세력을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법 추진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엑스(X·옛 트위터)에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겁니다"라고 적으며 시장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는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감독기구 설치를 주문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감독기구 설치 방침을 공식화한 뒤 민주당과 관련 입법 방향을 긴밀히 조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수사권을 갖춘 부동산감독원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를 통한 자산 증식은 과거의 생각이라는 대통령의 기조를 실현하고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감독원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의 위상과 권한 설계, 기존 감독 체계와의 기능 조정, 정치권 공감대 형성이라는 과제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조직의 위상과 권한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독원장의 직급과 조직의 위상, 영구성 등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국무조정실장 아래에 둔다면 최소 차관급 수준의 위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특별사법경찰은 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기구의 성격이나 규모를 고려할 때 곧바로 금감원 수준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감독 강화가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임 교수는 “불공정하거나 시세를 조작하는 거래를 막자는 것이지 정상적인 거래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감독원이 있다고 주식 거래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감독원은 오히려 정상 거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위 신고로 집값을 부풀린 뒤 전세를 놓는 행위처럼 시장 피해를 초래하는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 감독원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감독 조직과의 기능 조정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도 해당 지자체 구청이나 국토부에 감독 기능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과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지가 과제"라며 “잘못하다 보면 여러 곳에서 감독 기능이나 규제 기능이 있다 보니 소비자들이 헷갈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예 국토부에 있는 기능 또는 구청 쪽에도 나눠져 있는 지휘 감독 기능 같은 것들을 한 데 다 몰아서 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관할 국회 정무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는데 “과도한 규제로 국민 사생활을 감시하는 '부동산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획]“도로·철도는 생활복지 인프라”…김천시, 선택과 집중으로 도로·철도에 282억 원 투입

간선도로·지역현안·철도망·유지관리까지 균형 투자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김천시가 2026년을 맞아 도로와 철도를 시민 생활복지 인프라로 규정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총 282억 원 규모의 도로·교통 예산을 투입한다고 9일 밝혔다. 장기 경기침체로 SOC 재원이 축소되는 여건 속에서도 체감도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도시 경쟁력과 정주 여건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김천시는 △도심네트워크 간선도로망 구축 56억 원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현안도로 87억 원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 32억 원 △도로시설물 유지관리 89억 원 △도로조명 효율화 18억 원을 각각 편성했다. ■ 도심네트워크 간선도로망 구축…56억 원 시는 달봉산 터널 건설 등 6개 사업에 56억 원을 투입한다. 2026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달봉산 터널(총사업비 755억 원, L=1.87㎞)은 김천 일반산업단지–교동택지–스포츠타운을 직결해 지역 간 단절을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촉진할 핵심 사업이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이와 함께 부곡택지~우회도로 경부선 횡단 통로박스 설치사업(총사업비 170억 원)을 통해 인구밀집 지역의 교통 혼잡 완화에 나선다. 김천 희망대로·혁신도시·양천 새터 등 회전교차로 및 교차로 개선사업도 병행해 교통안전과 통행 편의를 높인다. ■ 철도 교통 여건 개선…'김천 십자축 철도망' 가속 김천시는 기존 철도망을 기반으로 '김천 십자축 철도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최근 착공한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172㎞)는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맞춰 김천역 선상역사 신축사업(연면적 3,500㎡, 총사업비 343억 원)도 추진해 환승·이용 편의를 강화한다. 또한 중부내륙철도(문경~김천)는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했고, 김천~신공항~의성, 김천~청주공항 철도와 EMU 차량정비기지 유치가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와 건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천시는 이를 토대로 '철도특별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지역현안도로로 균형발전…87억 원 부항댐 관광객 증가에 대응해 부항 파천리 물소리 생태숲 진입로 확장을 연내 마무리한다. 가목재터널 진입도로, 아포 스마트시티 연계 육교, 대덕·구성 지역 진입도로 확장 등 9개 사업을 통해 농촌·읍면 지역의 접근성과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 ■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32억 원 남면 운남(봉천) 인도 설치사업을 통해 보행·자전거 안전을 확보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한다. 농소~남면 군도 개설·확장 등 대형 사업은 2026년 행정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차질 없는 추진 기반을 마련한다. ■ 도로시설물 유지관리·조명 효율화…107억 원 노후 도로와 사고 위험 구간 개선을 위해 도로정비·선형개량 69억 원, 유지관리 20억 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가로등 원격제어 시스템, 노후 가로등 교체, 고효율 LED 조명 설치 등 18억 원을 들여 에너지 절감과 야간 안전을 동시에 확보한다. 배낙호 김천시장은 “도로와 철도는 단순한 SOC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생활복지 인프라"라며 “재정 여건이 어려운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교통 환경 개선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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