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코스피 하락장 눈치 봤나?…‘기업 초과이윤 배분’ 회의 기습 취소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가 개최 단 2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는 기업이 거둔 이익을 사회와 나누는 주제가 다뤄질 예정이었다. 최근 코스피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하락하는 가운데,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정책 신호를 서둘러 차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회의의 핵심 안건은 경제수석실과 사회수석실 등이 준비한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이었다. 이는 기업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거둔 막대한 이익을 사회 구성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으로, 재계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사전 참모 회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한 사안을 소규모 회의에서 섣불리 다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강 실장은 논의 끝에 회의 순연을 결정했고, 이 대통령 역시 이를 보고받고 승인했다. 정치권과 증권가에서는 이번 '돌연 취소'의 배경으로 최근의 주식 시장 불안을 지목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하락 추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자칫 '초과이윤 배분' 논의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시그널로 읽힐 경우 증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물론 재계에서도 개별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공론화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취지일 뿐 주가 동향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기업의 초과이윤 배분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에서 관계 부처 중심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통상 매주 목요일 대통령 주재 수보회의를 열지만 이번 주는 예외다. 오는 23일(목요일)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 대국민 토론회'가 굵직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거대 이슈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 추가적인 수보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조용범 기획처 신임 차관으로…“예산통, 중동 추경 최단기간 통과”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이 기획예산처 신임 차관으로 20일 임명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1971년 제주 출신인 조 신임 차관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총괄과장과 예산총괄심의관, 대변인 등을 거친 예산 분야에 정통한 경제 관료다. 조 차관은 제주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에서 예산총괄과장, 예산정책과장, 농림해양예산과장, 국토예산과장, 행정예산과장, 예산기준과장, 통상조정과장,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 기획총괄 팀장 등을 거쳤다. 이후 일본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에서 수석전문관을, 대통령비서실에서는 경제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맡았다. 그는 기재부로 복귀 후 대변인과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그리고 예산실장을 역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예산·재정 분야에 있어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최고의 전문가"라며 “특히 올해 상반기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최단 기간에 통과시키고 재정집행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민생안정과 경기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재정 전문성을 토대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대응 전략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 대도약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신임 차관= △1971년 출생 △행시39회 △제주도 제주시 △제주대 사대부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미국 위스콘신대 법학 석사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예산정책과장 △농림해양예산과장 △국토예산과장 △행정예산과장 △예산기준과장 △통상조정과장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 기획총괄팀장 △일본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수석전문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기재부 대변인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원승일 기자 won@ekn.kr

25억 차익에 세금은 1억…李대통령 ‘합법적 절세’에 형평성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택을 29억원에 매각해 25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거두자 파장이 일고 있다. 현행법이 1세대 1주택자에게 부여하는 '최대치의 절세 혜택'을 누리고 빠져나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증세' 기조와 맞물려 조세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20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의 자택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1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매입가(3억6000만원)와 매도가(29억원)의 차액은 25억4000만원이지만, 실효세율은 5%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1세대 1주택자는 양도가액 12억원 이하 부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이 대통령 전체 양도차익 중 12억원을 초과하는 비율(약 58.6%)인 약 14억8900만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 여기에 세액을 더 낮추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된다. 이 대통령은 1998년 매입 후 28년 가까이 해당 아파트를 보유했다. 현행법상 거주 및 보유 기간이 각각 10년을 넘기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해당 주택이 부부 공동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 추가 절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독명의일 경우 2억9800만원 전체에 대해 38%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공동명의 시 양도소득금액이 반으로 나뉘어 두 사람이 각각 1억4900만원씩 신고하게 된다. 이 때 과세구간이 내려가면서 각자 35%의 과세율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최종 세액은 약 9000만원에서 1억원 선에 그치며, 세후 순차익은 약 24억4000만원에 이른다. 다만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관사 및 도지사 공관에 거주했고, 2022년 국회의원 당선으로 주소지를 인천 계양으로 옮긴 이력이 있어 '실거주 기간'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만약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돼 공제율 30%를 적용받게 된다면 세액은 약 4억4200만원대로 훌쩍 뛴다. 문제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극대화된 이 대통령의 자산 증식 결과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는 점이다. 그간 이 대통령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강하게 주장하며 대출 규제와 증세를 추진했다. 많은 국민은 집을 사고 싶어도 은행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팔고 싶어도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나는 이제 집이 없다"며 자신의 '시세 차익 25억원' 관련 보도에 대해 “악의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돈 때문에 산 것도 아닌 것처럼 돈 때문에 판 것도 아니다"라며 “정책 총책임자로서 정치적 공격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보다 만인의 모범이 돼야 할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자 싶어 판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선 “1998년 IMF 때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 집"이라며 “아이들을 키우며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라 돈보다 몇 배 더 애착이 있는 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중잣대라며 비판에 나섰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자기 집으로 25억을 앞두고 홀가분하게 빠져나온 바로 그 순간, 국민의 집에는 세금을 더 얹겠다는 것"이라며 “본인 집은 애틋하고, 나머지는 다 '마귀'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책 총책임자가 자산 증식과 절세라는 과실을 모두 따낸 직후 징벌적 세금을 요구한다면 조세 저항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에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중산층의 반발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장특공제는 이 대통령이 먼저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던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부터 거주하지 않으면서 집값 상승의 이익을 보는 이들에 대한 장특공제 축소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장특공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일반적인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 대통령의 이번 아파트 매각 논란은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정책적 화두로 옮겨가고 있다. 이달 말로 다가온 정부 세제 개편안 논의와 맞물려 향후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중동 불안에 美 ‘강제노동’ 추가 관세…정부 “통상 리스크, 긴밀히 협의”

미국의 글로벌 관세에 이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조치 등 미국발 통상 리스크가 커지자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선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로 중동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명분의 후속 관세 방침도 밝히면서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정부는 미국의 글로벌 임시 관세, 품목별 관세,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사 등과 같은 관세 조치와 비관세 분야 후속 이행 등에 국익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미국의 후속 관세 조치 관련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0%에 이어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과 구조적 과잉생산 명분의 새 관세를 준비 중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 상대국의 강제노동 상품 수입 근절 정책을 추진 중인데 지난 달 이와 관련된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한 46개 경제권의 강제노동 상품에 대한 12.5%의 추가 관세 부과 내용이 담겼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추가 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다. 미 무역대표부는 상대국의 과잉생산 상품에 대한 301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 결과가 나오면 기존 강제노동 조사 결과와 합쳐 한국 포함 상대국에 새 관세를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은 상호관세 부과 및 무역 협상에서 15% 관세율에 합의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번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15% 넘는 관세율이 적용될 수도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3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화상 면담에서 한국 관세율이 15% 이상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오는 23일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장관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된 의제가 조선산업 협력 강화 방안이 되겠지만 러트닉 장관을 만나면 관세 포함 양국 간 통상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른 관세 조치와 비관세 분야 후속 이행계획에 대해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경제분야 양해각서(MOU)를 통해 통상 리스크를 관리하고, 국내 기업의 수출과 투자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한미전략투자 특별법과 한미전략투자공사 등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상업적 합리성도 면밀히 검토해 후속 절차를 추진한다. 구 부총리는 “정상외교로 구축한 경제협력 기반을 적극 활용해 대외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새로운 시장과 협력 기반을 지속 마련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도심 지진에 대비하는 자세

지난 6월24일 규모 7.2와 규모 7.5 연속지진이 카리브해판과 남미판이 만나는 베네수엘라 북부지역에서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50 km 이내에 인구 140만에 이르는 발렌시아를 포함해 크고 작은 중소 도시들이 여럿 위치한 곳이었다. 지진으로 속절없이 무너진 건물과 폐허가 된 참혹한 도시재난 현장이 전 세계로 고스란히 전송되었다. 한 사람이라도 구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는 하루가 다르게 크게 늘어났다. 공식사망자 수는 4천명이 넘어섰고, 실종자수만 5만여명에 이른다. 부상자수도 1만6천명이 넘는다. 건물잔해 속인명피해가 모두 산정되면 사망자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도시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큰 인명피해를 남긴다. 이러한 지진은 학교와 아파트는 물론 교량과 터널의 붕괴뿐 아니라, 산사태, 낙석, 지반침하, 액상화 등의 2차 재해를 일으킨다. 또한 시설 파괴로 인한 화재와 가스 누출도 뒤따를 수 있다. 다양한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재난으로 확대되며, 인명피해가 더욱 커진다. 이처럼 치명적인 지진재난 도시 재난 앞에서 정부와 의료계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역 의료 대응 역량에 따라 부상자의 생존율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명 구조 과정이 지연될수록 생존율은 크게 낮아진다. 2023년 규모 7.8 튀르키예 지진때엔 도로가 끊기고, 전기와 통신이 마비되고, 병원 건물이 무너지면서, 지역 의료 기능이 마비된 사례도 있다. 도로와 교량이 파괴되고, 헬기 착륙장이 소실되면서 응급환자의 이송시간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병원 건물 붕괴로 치료 공간과 의료 장비가 부족해졌다. 건물 손상으로 병동이 폐쇄되거나 수술실 사용이 중단될 수 있고, 정전으로 인공호흡기와 각종 생명유지장치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의료 시스템자체가 재난의 피해 대상이 된 셈이다. 이 같은 의료 시스템의 마비는 부상자에 대한 신속한 치료를 어렵게 한다. 특히 건물붕괴로 크게 증가하는 골절 환자와 외상 환자, 압궤손상 환자는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특히 압궤손상으로 급성신부전이 발생하면 혈액투석이 필요하다. 실제 1995년 규모 6.9 일본 고베지진때 압궤증후군 환자가 370여명 발생하고, 1999년 규모 7.4 튀르키예 마르마라 지진때엔 압궤증후군 환자가 630여명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진 직후 응급 투석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기존 만성질환자의 치료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기적인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장질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지거나 중단되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지진을 겪은 시민들에게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진 직후 불안과 공황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불면증도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지진때 이후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는 응급의학뿐 아니라 정신의학, 신장내과, 중환자의학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의료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인구가 많은 도심지역의 갑작스러운 환자 증가는 인근 지역으로 연쇄적인 환자 이송을 불러와, 주변 지역으로 의료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제한된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이처럼 도시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다양한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도시 고밀도화와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는 도심 지진재해를 증가시킬 수 있다. 도시의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의료계의 종합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대한신장학회와 응급의학회를 중심으로 지진 등 대규모 재난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진 대비가 개별적인 노력으로 완성될 일은 아니다. 응급의료 전략뿐 아니라, 병원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고 비상 전력과 비상 통신망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현재의 편중된 대도시 위주의 의료시설 분포를 고려한 권역별 통합 재난 대응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지자체와 정부는 사회 기반시설을 점검하고, 지진 발생 시 응급의료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을 겪으며,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고 있다. 역사서에는 규모 7에 육박하는 더 큰 지진들도 여럿 기록되어 있다.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피해 규모는 우리의 준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난 발생시 신속하게 작동하는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과학적 도시 관리와 재난 의료체계 구축은 재난 이후 피해를 줄이는 사회 안전망이다. 이 안전망은 사전에 충분히 갖춰져 있을 때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와 국민, 의료계가 함께 준비할 때 비로소 지진재난을 줄일 수 있다.

[EE칼럼] MMR 시대, 민간이 주역이어야 한다

휴대전화는 본래 전화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메라가 되고, 지갑이 되고, 길 안내자가 되었다. 통신사가 한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들이 저마다의 쓸모를 찾아낸 결과다. 특정 용도로 개발된 기술도 민간에 개방되면 그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원자력에도 그런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초소형원자로(MMR) 얘기다. 지난 6월 2일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MMR의 군사·장비 활용 가능성을 짚고 개발 상황과 관리체계를 챙겼다. MMR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MMR은 트럭이나 비행기에 싣고 어디든 옮길 수 있는 초소형원자로다.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오지, 군사기지, 나아가 우주까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전기는 물론 열을 공급하고, 산업 공정에도 투입할 수 있다. 전력 소비지 가까이 둘 수 있어, 갈수록 심해지는 송전망 포화 문제도 비켜 갈 수 있다. 전기만 만드는 기존 대형 원전과는 본질이 다르다. 미국은 일찌감치 민간에 문을 열었다. MMR 개발의 주역이 민간기업이다. 오클로, 안타레스, 래디언트, 웨스팅하우스 등이 저마다 다른 노형으로 경쟁한다. 이들은 원자로를 공장에서 모듈로 찍어내듯 만들어 빠르게 개량한다. 민간의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미 국방부는 군사기지용 선진원자로 프로그램에 8개 기업을 적격사업자로 선정했고, 육군은 9개 기지를 배치 후보지로 골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은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에 MMR을 도입하면서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설계·건설·소유·운영하고 군은 전력구매계약으로 전기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을 열어주고 민간이 그 안에서 기술과 쓸모를 다지는 구조에서, 국방 수요가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제도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이다. 미국과는 거꾸로다.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개발하거나 운영하려 해도 길이 막혀 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공기업이 운영하는 전기 생산용 대형 원전을 전제하여 짜여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원전과 설계 특성이 크게 다른 MMR은 인허가받기조차 어렵다. 전기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원자로를 쓰는 길도 사실상 열려 있지 않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역시 공기업 사업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민간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감당할 구조가 마땅치 않다. 빗장이 겹겹이 걸려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결과는 뻔하다. 기술도 있고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도 있는데, 정작 뛰어야 할 민간은 출발선에 묶여 있게 된다. 그사이 미국 시장은 빠르게 무르익어 갈 것이다. 한발 늦으면 따라잡기 어려운 게 첨단 기술 경쟁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나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표준까지 거머쥘 것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민간이 원자로를 개발·소유·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새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양한 용도의 여러 원자로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마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SMR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에 MMR도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안전기준은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셋째, 원자력손해배상법을 손봐야 한다. MMR을 다양한 용도로 쓰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제2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에 걸맞은 책임과 배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넷째,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도 손봐야 한다. MMR은 출력이 매우 낮고, 사고가 나도 스스로 식어 멈춘다. 이런 피동 안전 특성을 반영해, 비상계획구역을 원자로 설치 지역으로 줄일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MMR을 전력 소비지 가까이 배치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 방호는 더 촘촘해야 한다. MMR은 운반 중 위협이나 테러에 노출되기 쉽고, 외딴곳에서는 방호 인력 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에 개방한다고 안전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을 여는 만큼 책임의 소재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지를 법에 명확히 못 박아야 한다. 명확한 규칙이야말로 민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직접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항해할 바닷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이 그 길을 열 때다. 문주현

해수부, 휴가철 수산물 원산지 특별단속…전국 1만 곳 점검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해양수산부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 주변 음식점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국 1만여 곳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이 잦은 수산물을 집중 단속한다. 해수부는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여름철 수요가 많은 수산물 원산지 표시 특별점검을 벌인다고 19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 민물장어와 미꾸라지,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잦은 활참돔, 낙지, 주꾸미, 농어, 냉동 오징어다. 점검반은 휴가철 이용객이 몰리는 해수욕장과 물놀이시설 주변 음식점, 수산물 판매시설,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국 1만여 곳을 집중 점검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조사공무원과 명예감시원으로 민관 합동 점검반을 꾸린다. 필요하면 해양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합동 단속에 나선다. 해수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산지 거짓 표시 적발 100건 가운데 활참돔, 낙지, 주꾸미, 농어, 냉동 오징어가 36건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관은 “여름철 수요가 많은 품목과 원산지 표시 위반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집중 점검해 국민이 우리 수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만들겠다"며 “먹거리 걱정 없이 안심하고 우리 수산물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경북, 반도체·기후과학·공공의료·문화콘텐츠까지 미래 성장동력 강화 총력

◇경북, 대경권 반도체 혁신거점 본격화…국방반도체 중심지 도약 시동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정부가 국가 반도체 산업의 권역별 육성 전략을 공식화한 가운데 경상북도가 구미를 중심으로 한 대경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혁신거점 조성에 속도를 낸다. 국방반도체 실증 인프라 구축과 첨단 연구개발을 연계해 국가 공급망 안정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의 지역별 기능 분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경권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핵심 혁신거점으로 육성되며, 구미를 중심으로 방산 특화형 시스템반도체 시험·평가와 실증 기반 구축이 추진된다. 경북도는 이를 계기로 연구개발과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 양산 지원이 한곳에서 가능한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에 집적된 반도체 기업들이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 기술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화합물반도체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SiC와 GaN, Ga₂O₃ 기반 소재와 부품 국산화를 위해 정부 연구개발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관련 국가예산 확보에도 역량을 모을 예정이다. 지역 대표 기업과 중소 소재·부품 업체 간 공동 연구를 확대해 기술개발이 실제 생산과 구매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과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국방반도체 분야 역시 속도를 낸다. KIST와 공동 연구를 통해 적외선·열상센서, 전력증폭기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책사업과 국방 상생파운드리 구축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향후 설계부터 생산·실증까지 지원하는 국방반도체 통합 실증 허브를 구축하고 관련 제도 정비도 병행해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강치 아일랜드' 넷플릭스 진출…경북 문화콘텐츠 세계 시장 공략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의 대표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다. 지역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독도 홍보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치 아일랜드'는 오는 8월 10일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경상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제작사 픽셀플레넷이 협력해 제작한 작품으로, 국내 방송에 이어 세계 최대 OTT 플랫폼까지 진출하게 됐다. 작품은 독도를 배경으로 한 해양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독도 앞바다의 마법학교에서 성장하는 강치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독도의 역사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경북도는 시즌1 공개 이후 오는 9월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시즌3 제작도 시작할 계획이다. 콘텐츠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울릉크루즈와 협력해 선박 내 전용 상영관 운영과 테마 공간 조성, 캐릭터 상품 판매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과 대만 등 해외 판권 계약도 체결해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경북도는 이번 넷플릭스 공개를 계기로 지역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알리고, 독도를 친숙한 문화 콘텐츠로 소개하는 글로벌 홍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경북, 국립기후과학원 유치 총력…탄소중립 연구 거점 경쟁력 강화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국가 기후정책 연구를 담당할 국립기후과학원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도는 최근 경북연구원에서 유치 타당성 조사와 전략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기후과학원 설립 추진에 맞춰 경북의 입지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지난 16일 진행됐다. 용역에서는 경북이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포항 철강과 구미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대규모 산업기반과 원전·수소·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 있어 산업 전환 연구와 실증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기후환경 측면에서도 폭염과 태풍, 집중호우 등 다양한 기후재난이 반복되는 지역 특성과 전국 최대 규모의 산림 자원을 보유한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산림 탄소흡수원 연구와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함께 수행하기 적합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경북도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협의를 강화하는 한편, 청사 제공과 정주 여건 지원 등 실질적인 유치 지원책도 마련해 국립기후과학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경북, 공공의료 현장실습 전국 첫 모델 안착…지역의료 인재 양성 확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공공의료 현장실습 프로그램이 지역 의료인력 양성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16일 경주에서 지역책임의료기관 공공의료 현장실습 성과보고회를 열고 사업 운영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역책임의료기관과 의과대학을 연계한 전국 최초의 공공의료 교육사업으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생들이 지역 공공병원에서 의료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학생 40명이 포항·김천·안동의료원과 영주·상주적십자병원 등에서 2주간 실습을 진행했다. 임상진료뿐 아니라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재가방문, 원격협진, 퇴원환자 관리 등 지역 공공의료사업 전반을 경험하며 의료취약지의 현실과 필수의료 체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습 종료 후에는 조별 발표를 통해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의료기관 관계자들과 지역의료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경북도는 의료취약지역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공공의료 교육을 지속 확대하고, 지역에 정착하는 의료인력을 꾸준히 양성해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검찰도 ‘부동산 투기·시세조종’ 엄단… 전국 검찰청 전담 검사 지정

검찰이 '집값 잡기'에 총력인 이재명 정부 기조에 맞춰 투기와 시세조종 행위 엄단에 나섰다. 전국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 검사와 수사관을 지정하고, 적극적인 공소 제기 및 고액 벌금형 구형 등 강화된 사건 처리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전국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관련 적극 대응을 지시했다. 대검은 최근 부동산 거래 질서를 해치는 가격 담합이나 불법 중개행위, 허위 거래 신고, 부정 청약 등 범행이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농지 투기와 재건축 비리, 전세 사기 등 범죄도 이어지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검은 전국 60개 지방검찰청 및 지청에 전담 검사 및 수사관 206명을 지정하도록 업무 명령을 내렸다. 부동산 투기 사건 발생 시 전담 검사와 수사관을 중심으로 사법 통제와 기소·공소 유지 등 사건 처리 모든 단계에 관여하도록 하는 '책임 수사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검은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허위 신고를 이용하는 등 죄질이 불량한 범죄에 대해 강화된 사건 처리 기준을 적용해 적극적인 기소에 나서는 한편 재판에서 고액의 벌금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불법 행위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는 검찰이 각 지자체에 위법 사실을 통보하고 자격 정지 및 취소 등 행정조치가 이뤄지도록 한다. 검찰은 부동산 사건의 원활한 수사를 위해 경찰과 수시 협의 체계를 구축하고, 국토교통부 및 지자체 소속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수사기법 교육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물가와 부동산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 경제 대전환을 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협의회를 설치하고 각 부처가 추진 중인 부동산 불법행위 조사 현황 등을 공유하고 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외국인 24시간 원화거래…해외 은행서 원화계좌도 만든다

외국인이 현지 은행에서 원화 계좌를 개설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를 통해 외국인이 역외에서 원화를 보다 쉽고 자유롭게 조달·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19일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는 내용의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동안 원화는 정부의 외환 규제로 역외시장에서 거래나 결제에 제약이 있는 규제통화였다. 로드맵에 따라 원화가 자유교환통화가 되면 거주자와 비거주자가 큰 제한 없이 외환시장에서 사고팔거나 국제 결제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외국인의 원화 거래 편의성을 높여 원화 자산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국의 주식 시장 규모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데다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원화를 국제화 단계로 끌어올여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로드맵에 따라 지난 6일 외환시장이 24시간 개장되면서 역외원화결제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간 거래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능해졌다. 정부는 내년 1월 외국인간 원화 거래의 최종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역외원화결제망'도 새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역외원화결제기관이란 예컨대, 뉴욕에 있는 미국 은행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에서 미국인이 뉴욕 은행에서 원화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외국인이 원화 주식이나 국채에 투자하고 싶으면 자신들의 낮 시간, 한국의 밤 시간에 환전을 할 수 없다"며 “원화 국제화는 이런 제한을 없애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또, 야간 역외 유동성 부족에 대비, 외국 금융기관이 일시차입을 통해 결제 등에 필요한 원화를 제한 없이 조달할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2단계 방안까지 검토한다. 외국인의 외환거래 규제도 완화된다. 정부는 외국인 대상 원화자금 대출 등 자본거래 때 사전 신고기준 금액을 2배 이상 상향하기로 했다. 은행이 역내계정에서 역외계정으로 이체할 수 있는 자율한도 상향도 검토한다. 현행 사전신고 유형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사후보고 중심 체계로 단계적 전환을 검토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등 한국 주식이나 채권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지속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증권거래·결제 자동화 인프라 구축, 투자자 등록 개선, 영문공시 확대 등을 완료한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원활한 원화 증권 결제를 위해 오는 9월 차입제한 완화 방안도 마련한다. 담보목적 대차거래 활성화 등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 채권의 활용도도 높인다.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보유한 원화를 단기상품에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외국 중앙은행이나 국제금융기구, 정부 등이 국내 채권투자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국내 기업이 무역대금 결제에 원화를 활용할 때 금리를 우대하고, 무역보험 한도 우대도 적용하는 등 원화 경상거래 유인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주요 교역국과 자국 통화로 수출입대금을 지급하는 현지통화 직거래 체계(LCT) 구축도 추진한다. 2024년 인도네시아와 직거래 체계를 출범했는데, 잠재적으로 수요가 큰 국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은행이 다른 국가 중앙은행에 통화 스와프 자금을 통해 원화를 공급하는 방식의 무역금융을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확산한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금융자산 관리(커스터디업)도 제도화한다. 선도은행 지정과 인센티브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원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국내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비, 재정 및 통화와 함께 금융감독, 거시건전성 등 정책 간 유기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국장은 “(이번 로드맵의 핵심은) 외국인이 주저함 없이 원화를 보유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들어 원화 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잠재 성장률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외환 정책이 전환된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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