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편리함 누려 위기 왔다면 이제 불편해도 습관 바꿔야”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편리함 누려 위기 왔다면 이제 불편해도 습관 바꿔야”

기후변화가 이제 우리에게 재앙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재앙의 신호들이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등의 형태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누구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구의 종말 같은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렵게 됐다. 전쟁 터나 다름 없는 경제현장을 누비는 기업도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모두가 비상한 관심과 노력으로 힘을..

[인터뷰] “새만금, RE100 최적지…첨단산단·균형발전 핵심될 것”

“새만금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지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의 기반이기도 하다. 제대로 개발하면 영호남 지역간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숙원대로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의겸(62·사진) 새만금개발청장의 각오다. 김 청장은 최근 전북 군산 청사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7월 20일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취임한 이후 김 청장의 첫 언론사 인터뷰다. 김 청장에 따르면, 새만금 개발지 전체 토지 가운데 절반 정도의 매립을 마쳤으며, 매립지 대부분이 이미 민간 기업 등 외부에게 매각된 상태다. - 취임 후 새만금 현장을 둘러보고 가장 먼저 느낀 문제점이나 고민은 어떻게 하고 있나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에너지 대전환, 에너지 고속도로 문제를 말씀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국가 시책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산단을 제시했다. 이것이 새만금사업의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새만금은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역이다. AI를 비롯해 대량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첨단 사업을 새만금에서 친환경 에너지 산단의 중심이 되도록 기틀을 세우겠다. 또 RE100 산단을 통해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보급하면 이것이 유인책이 돼 새만금이 위치한 전북 지역의 정주여건도 강화될 것이다. - 전국 산단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이 산단만 존재하고, 이를 받쳐주는 기반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새만금이 산단 성공에 있어 어느 정도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 새만금은 전체 크기가 1억2300만평으로,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2 크기다. 한강 이남보다 크고, 여의도 면적의 140배 규모가 되는 광활한 여건이다. RE100 산단 지정은 전남 무안이나 광양 등과 새만금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만금의 강점이라면 앞서 열거한 지역은 태양광 에너지만 주로 존재하고, 산업단지가 없다. 또 경쟁지역들은 주로 농촌지역들이라 정주여건이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만금은 산단이 이미 조성돼 있고, 현재도 들어오고 있다. 군산이라는 도시를 통한 인프라 시설도 어느 정도 충족돼 있다. - 새만금개발이 국가적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이 대통령이 강조한 에너지고속도로 정책을 보면 예전 경부고속도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1960년대 우리나라가 농업 중심 사회에서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그 축을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산업수요가 창출됐다. 단순한 물류 이동이 아닌 도로 축을 따라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다. 이 와중에서 호남 지역은 식량 공급지로서의 역할에만 그치고, 영남에 비해 소외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전라도가 경제적으로도 낙후되면서 이는 정치적인 불안 요소로도 작용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첨단 사업의 유치, 신성장 동력을 위한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영호남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지방이 소멸하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취임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 부분에 있어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 새만금개발을 통해 지방이 살아날 수 있다는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 혹자는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자원과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과거부터 시행했던 이런 전략으로 인해 현재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어서면서 이같은 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 현 시점에선 이미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에 도달했어야 하는데 계속 정체 상태다. 이는 그만큼 수도권 포화 현상으로 인해 생산성의 증대가 일어나기 보다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 새만금개발은 국가적인 에너지 자원의 분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 지금 새만금 개발에서 가장 시급하게 손봐야 할 부분은? ▲ 개발 에너지를 곳곳에 전파할 수 있는 네트워크망의 부재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새만금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현지 공장이나 산단에서 바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감안하면 반드시 새만금에서 개발된 에너지를 외부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만금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신속하게 화성 등 수도권 산단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HVDC·고압직류송전망)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전력이 올해 초 밝힌 계획에 따르면 이를 2036년까지 완수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이미 그 이전에 임기가 끝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해도 효율적인 사용이 어렵다. - 새만금 개발을 통한 기업 유치 활동은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을까 ▲ 최근 LS그룹과 협업해 새만금 산단에서 4만 평 규모의 전구체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구자은 LS그룹 회장을 만나 HVDC 건설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구 회장에게 한전이 제시한 2036년 HVDC 준공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으니 이를 당길 수 없는지 물었다. 구 회장은 해저 밑바닥으로 전선이 깔리는 토목공사의 어려움이 있지만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면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하더라. 문제는 HVDC 건설에 있어 필수적인 전선을 만드는 부분에서 국내 최대 전선 기업인 LS 전선도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HVDC 전선의 필수 기술과 노하우가 미국에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협업이 중요한만큼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새만금이 전국가적으로 필요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은 갖추고 있는지 ▲ 전북의 태양광 생산 능력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은 충분하다. 문제는 태양광 에너지를 전력화 시키는데 필수적인 송배전망을 한국전력이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동안 이를 소홀히 하면서 현 정부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 새만금 개발이 성공하기 위한 어떤 실행 전략을 구상 중인가. ▲ 재생에너지 공급을 6기가와트(GW)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이재명 정부 임기 내인 2030년 이내 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모든 직원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 취임 이후 새만금개발이 개선되고 있는 실질적인 성과가 있는지 ▲ RE100 산단을 조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지원과 행정적인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 깨끗하고 값싼 전기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재생에너지는 공짜다. 시스템 구성에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들도 재생에너지를 싸게 확보활 수 있는 새만금에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을 위해 1년 전기료만 4조원을 쓴다. 만약 새만금에서 전력을 반값에 제공하면 삼성전자도 1년에 2조원으로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새만금 땅 값은 수도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저비용 강점을 통해 유수 기업을 유치하면 정주여건이나 교육 여건들도 지금은 뒤처지지만 기업들을 유치하면 세이브한 재원으로 인프라도 발전 시킬 수 있다. - 새만금 산단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는 ▲ RE100 산단 특별법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항으로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우선 정부에서 재정적,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인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은 굉장히 넓은 땅이다. 유수의 대기업이 들어와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사람이 몰릴 것이고, 기반 수요인 학교나 병원 등도 갖춰질 것이다. 이러려면 반드시 국회에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속에서 새만금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되나 ▲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재생 에너지의 불완전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새만금개발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수소 연료 전지 등 지역 내에서 관련 인프라를 갖추려 하고 있다. 2023년 7월에 지정된 새만금 2차 전지 특화 단지는 이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성과들이다. 새만금에서 생산된 2차 전지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아닌, 중소기업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새만금에 부지는 많다. 중소기업들이 새만금에서 공동 연구를 통해 효율적으로 2차 전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새만금에 중국 업체 등이 들어오는데 따른 문제점은 없을까 ▲ 2차 전지 생산 중국 업체가 들어올 경우 기술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 기업에 우리 기업이 밀릴 위험은 있다. 그러나 오히려 미중 간 관세 전쟁으로 중국 생산품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우리 기업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 할 수 있다. - 새만금 산단에 유치되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혜택은 충분한가 ▲ 새만금에 들어오면 현재 법인세 등 세금이 아예 면제되고 있다.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해 새만금 개발 투자 유치 기업에 3년 동안 법인세가 100% 면제되고, 2년 동안 50% 면제되는 3+2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새만금 지역을 여전히 늪지대로 보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 새만금 사업이 워낙 오래전부터 진행되던 사업이다보니,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에 대해 실망하는 분들도 다수 계신다. 특히 윤석열 정부 당시 잼버리 실패 등 사건으로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에선 삭감된 예산을 다시 회복했다. 또 현 정부는 새만금 사업의 성공의 열쇠를 속도로 보고, 신속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도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 새만금개발청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중 특히 무게를 두시는 부분이 어떤 방향인지. ▲ 조력 에너지 강화를 중요한 부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산 확보도 해놨고, 내년 상반기에 사업 구상 및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겠다. 이재명 정부 내에 조력 사업 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새만금산단 조력 발전은 수질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방조제 안의 물을 활용하다보니 물의 순환에 있어 취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방조제 규모를 확대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 정부 부처가 개편이 됐다. 새만금 개발에 있어 부처 간 소통 부재로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 새만금 개발 성공을 위해선 모든 부처가 그 필요성을 공동적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새만금공항 건설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소송에서 최근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사업수행 차질이 예상되는데 청의 입장은 무엇인지? ▲ 이번 판결은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이지, 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항소했고, 전북특별자치도 협력 의지를 밝혔다. 국제공항은 새만금과 지역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인프라로 국토부와 함께 공조해 사업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 새만금 공항을 제외한 SOC사업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판결로 인해 현재까지 투자 계획이 재검토 되는 일은 없다. 앞으로도 대내외 환경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투자 예정 기업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투자를 독려해 나갈 예정이다. -청이 소재한 새만금청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전북특별자치도등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업도 중요하다. ▲ 전북도와의 협업은 잘 진행 되고 있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새만금 지역 내 군산, 김제, 부안 등 3개 시군이 각자 자기 지역의 관할권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키우다 보니 불협화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 3개 시군 책임자를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솥안의 밥이 익지도 않았는데 자기 밥그릇에 담으려고 아웅다웅 하다보면 솥이 엎어진다. 우선은 자기 그릇에 밥을 푸려하지 말고 밥을 잘 짓는데 집중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새만금 개발 성공으로 밥이 잘 지어지면 3개 시군이 메가시티로 함께 더욱 발전할 수 있다. - 새만금개발을 위한 기업 유치 작업은 얼마나 진행 중인가. ▲ 현재 매립을 통해 산단으로 조성된 부지는 90% 정도 외부에 매각됐다. 다만 아직 매립하지 않은 땅도 상당수로, 전체 새만금 개발 부지 중 48% 정도가 매립을 완료한 상태다. 앞으로 더욱 많은 부지를 매력적인 예비 산단 부지로 개발하겠다. 연말 특별법이 제정되면 부지 매립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의겸 청장은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이다. 1963년 5월 22일 경상북도 칠곡군 출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겨레신문 입사해 국제부, 정치부, 사회부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특종 보도로 유명해졌다. 2017년 기자직을 그만둔후 2018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다. 2019년 3월 대변인 사퇴 후 2020년 3월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21년 3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번 김진애 의원이 사퇴하면서 의원직을 승계했다. 2022년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았으며 2024년 4월 총선에선 낙선했다. 2025년 6월 대선에선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7월 제7대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임명됐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핵심부품에 인공지능…‘AI 코어테크’가 LG의 진짜 무기”

중국 가전업체들이 글로벌 세탁기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때 저가형 브랜드 이미지에 머물렀던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 브랜드들이 인공지능(AI), 올인원 세탁·건조, 차별화된 디자인로 무장하고 빠르게 해외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이같은 중국 가전 브랜드의 공세에 LG전자는 모터 등 핵심부품 기술력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AI 코어테크'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응수하며 '가전=LG'라는 글로벌 리더십을 굳건하게 다진다는 계획이다. 손창우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 세탁기사업담당(상무)은 지난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쟁사와 LG전자의 가장 큰 차이는 '제품 본질의 성능과 신뢰성'에 있다"며 “LG만의 'AI 코어테크'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상무는 LG 세탁기 경쟁력의 핵심으로 '핵심부품 기술력'을 꼽았다. “LG전자는 수십 년 동안 모터와 컴프레서를 직접 생산하며 기술적 우위를 쌓아왔다. 여기에 AI를 결합한 'AI 코어테크'는 LG 세탁기만의 차별화된 무기"라고 설명하며, LG 세탁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가전', '최고의 제품'으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라는 힘주어 말했다. AI 코어테크의 대표 기술로 꼽히는 'AI DD 모터'는 세탁물의 재질과 양을 분석해 6가지 드럼 모션 가운데 가장 적합한 동작을 선택한다.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세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또한 온디바이스 AI칩(DQ-C)을 탑재해 세탁 중 진동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산시키고, 설치 환경에 맞춰 탈수 방식을 조정한다. 바닥이 약하거나 수평이 맞지 않는 환경에서도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손 상무는 “사용 패턴을 학습해 쓸수록 더 정확하게 예상 소요 시간을 안내하는 'AI 시간 안내', 세탁물을 넣으면 무게를 감지해 3초 만에 코스별 예상 종료 시간을 알려주는 'AI 타임 센싱',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세탁·건조 코스와 옵션을 학습하는 'AI My 코스' 등도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올인원 세탁·건조, 스크린 탑재, 소용량 별도 세탁 공간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움직임에도 LG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2020년 국내 최초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타워형으로 결합한 '워시타워'를 선보이며 복합형시장을 선도한데 이어 올인원 제품 '워시콤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콤팩트 제품, 섬세한 의류를 분리 세탁할 수 있는 '미니워시'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키워오고 있다. 손 상무는 “고객 취향과 환경에 맞춘 디자인과 기능을 지속 선보이며, 글로벌 소비자 매체들이 발표한 제품 성능 평가 등에서 (LG전자는) 꾸준히 최고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 맞춤 전략 역시 LG의 강점이다. 중국시장에서는 대용량 제품보다 10kg 전후의 제품이 주류지만, 북미에서는 초대형 용량 세탁기가 각광받고, 유럽은 에너지 효율과 빌트인 디자인, 다채로운 코스 패턴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현지화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런 지역적 차이를 반영해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밝힌 손 상무는 “북미에는 세계 최대 용량을 갖춘 29인치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를, 유럽에는 분리 세탁 문화를 반영한 10kg대 맞춤형 모델과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AI 플랫폼 전략도 'LG 웨이'의 차별화 요소다. LG전자는 '씽큐 AI'를 기반으로 구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씽큐 업(ThinQ UP)'을 통해 새로운 AI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씽큐 케어(ThinQ Care)'로 고장·이상 징후를 사전에 관리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제공 중인 이 서비스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로 확대될 예정이다. 친환경과 에너지 효율은 글로벌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LG는 'AI 코어테크'를 기반으로 고효율 제품을 지속 선보이며 프리미엄 가전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는 유럽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춘 제품 25종을 공개하며 호평을 받았다. 고효율을 내세운 제품은 중국 업체들이 아직 단기간에 따라오기 힘든 분야라는 평가다.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성비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이중 전략을 펴고 있는 반면, LG는 프리미엄 중심 전략으로 품질과 기술 신뢰도를 지켜왔다. 다만 LG는 향후 프리미엄에 더해 볼륨존 장악도 꾀한다. 손 상무는 “LG는 프리미엄에서 인정받은 경쟁력을 볼륨존까지 확대해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상무는 인터뷰 말미에 LG전자의 중장기적 비전도 강조했다. “우리는 단순히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간 거래(B2B)·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D2C)·소프트웨어·서비스(Non-HW) 등 질적 성장 영역에 집중하며 흔들림 없는 수익 구조를 확보할 것이다. AI 기반 연구·개발(R&D) 혁신과 생산 기술 투자로 프리미엄과 볼륨존 모두에서 수익성을 확보,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LG'라는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하고 LG가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핵심 부품에서 비롯된 본질적 성능, AI와 결합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여기에 친환경·고효율 설계와 지역 맞춤 전략이 더해지며 LG 세탁기는 중국 제품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LG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인터뷰] 위성곤 기후특위 위원장 “온실가스 감축, 초과 달성하는 전략으로 초기부터 과감하게”

“어차피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일이라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더 과감한 감축을 추진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체계적인 조직(기후환경에너지부)이 필요합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제주 서귀포)은 지난달 2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온실가스감축목표에 대한 견해와 기후환경에너지부의 필요성을 밝혔다. 위 위원장은 민주당 3선 의원으로 당내 탄소중립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달 18일 기후특위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을 설정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경제2분과 기후에너지 테스크포스(TF) 팀장도 맡아 여당 내에서는 기후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을 맡고 있다. 위 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원칙은 책임"이라며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개발도상국과는 다른 수준의 책임과 기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 의원장은 지난달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탄소중립법 개정안에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비율을 담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30년 35% 이상 △2035년 60% 이상 △2040년 80% 이상 △2045년 95% 이상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 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산업과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만큼 에너지와 기후를 합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산업 부문과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핵심 권한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집중돼 있어, 감축 정책 실행의 효과성이 낮은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탄소중립법 개정안과 함께 산업부의 에너지와 지하자원 부문을 환경부로 흡수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를 만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정권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립적인 체계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개편해야 한다고 봤다. 위 위원장은 “지금의 탄녹위를 행정위원회 형태로 바꾸고, 현재 50명 이상 규모인 위원 수를 과감히 줄여 정책 의사결정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참여기구인 기후시민회의와 과학자 중심의 기후과학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기후특위를 매월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해 정부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이 빈발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이어왔지만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폭염·가뭄 등 기후재난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을 논의·추진하면서, 특위 위원들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열에너지 관리,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에도 힘쓰겠다. - 기후위기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 제주는 개발과 보존 사이 늘 갈등을 겪어온 지역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환경의 소중함과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특히 대학 시절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운동 당시 지하수 보존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됐는데, 이 경험을 통해 인간의 삶이 자연환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농업 현장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목격하면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국회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 기후특위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 기후특위는 탄소중립기본법과 배출권거래제라는 두 핵심 법률 심사 권한과 기금 관련 의견 제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중복 상임위 구조와 여야 대립으로 실질적 논의가 부족했다.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매월 1회 이상 전체회의와 소위원회를 개최해 정부 대책을 점검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릴 계획이다. 또한 여야 위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자리도 꾸준히 이어가겠다. 아울러 2035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4차 배출권거래제, 4차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시장 기반 마련과 거버넌스 재정비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적응 역시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사업들을 통합·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겠다. - 기후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전담 부처 신설을 어떻게 보나. ▲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산업 부문과 발전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핵심 권한은 산업부에 집중돼 있어, 감축 정책 실행의 효과성이 낮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기후위기로 산불, 홍수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데, 기후재난에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 행정안전부는 재난 대응의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직 체계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 특히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기상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저궤도 위성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재난 대응을 위한 민간 조직과의 상설 협력 거버넌스, 인력·장비 확충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기후재난 대응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 -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0)가 열린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로 참가해야 한다고 보나. ▲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원칙은 책임이다. 온실가스는 배출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하며, 이는 국가 리더십의 기본 조건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개발도상국과는 다른 수준의 책임과 기여를 해야 한다. COP30은 파리협정 이행 성과를 점검하고 2035년까지의 감축 수준을 확인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명확한 감축 로드맵과 이행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국제 협력, 기술 공유, 기후금융 지원 등 다자적 역할에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책임 있는 기여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국가 위상과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 2030 NDC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선제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더 과감한 감축을 추진해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재정과 사회적 여건의 한계를 이유로 목표 수준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조례 등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시장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입지를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적 기준을 정비해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는 소규모 단위의 사업이 많지만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입지 계획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는 동시에 국내 기술과 산업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만원 밑으로 유지되고 있다. 배출권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 현재 배출권거래제는 시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전환 부문에서 유상할당을 장기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비발전 부문도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감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기업과 감축 여력이 낮은 부문에 지원·투자가 이뤄지도록 하여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배출허용총량 자체를 줄여야 하고, 잉여 배출권은 시장에서 격리해 실질적인 수급 균형을 맞추는 개혁적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한 제도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선제적으로 이행한 기업들에게는 인센티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탄소가격이 무역 장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기적 비용을 감내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인내와 책임을 다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들이 전환 과정에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탄소감축 설비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녹색금융 지원, 연구개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들이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혁신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정권에 따라 바뀐다. 정책이 흔들리지 않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 기후위기 대응은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국가적 과제다.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행정위원회 형태로 바꾸고, 현재 50명 이상 규모인 위원 수를 과감히 줄여 정책 의사결정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 참여기구인 기후시민회의를 구성하고, 과학자 중심의 기후과학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기후과학위원회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분석·검증·예측 기능을 담당한다면 정책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정치적 변동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은 국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행동은 내일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일이고 나의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지원하고 앞장서야 한다. 국회에서 국민과 함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길을 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위성곤 위원장 프로필 ◇약력 △1968년 전남 장흥 출신 △제주대 원예학 학사 △제주대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2016년 제20대 민주당 국회의원 (제주 서귀포시) △2017년 민주당 원내부대표 △2020년 제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제주 서귀포시) △2022년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2024년 제22대 민주당 국회의원(제주 서귀포시) △2025년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2025년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 “데이터 온톨로지, 항공 안전의 게임 체인저 될 것”

'구슬도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재료가 아무리 많고 좋아도 가공하고 꿰어야 비로소 보석이 되듯, 데이터도 단순히 모으는 것만으로는 가치가 없다. 지금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건의 정보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데이터와 보고서가 쌓이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어떻게 의미 있는 '지식'으로 바꿀지가 개인과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 바야흐로 대 인공지능 (AI)의 시대에 이 '의미 부여'의 핵심 도구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온톨로지(Ontology)'다. 이는 특정 분야(도메인)에서 쓰이는 개념과 그 상호 관계를 컴퓨터가 읽고 처리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의·표현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세상의 지식을 일종의 '지도'처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며, 항공 분야처럼 복잡하고 안전이 최우선인 영역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본지는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한국항공보안학회장을 역임한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과 데이터 온톨로지가 왜 항공 안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항공 안전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항공안전기술원(KIAST, Korea Institute of Aviation Safety Technology)은 항공 안전 향상과 항공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 기관이다. 본 기관은 △항공 사고 예방 △항공기 안전성 강화 △기술 개발·국제 협력을 통해 항공 안전 수준을 제고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항공기와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항공 산업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특히 항공사고 예방, 항공기 안전성 개선, 비행 안전을 위한 인증, 국가적인 안전 정책과 규제를 수립하고 안전기준을 제시하며 국제적으로 발생한 항공 사고와 안전 이슈에 대해 공유하고 협력하는 역할을 하며, 글로벌 안전 기준을 토대로 항공안전 관련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국내외 항공사와 협력해 안전 기준으로 정립한다. 전통적으로는 조종사의 순간적 판단 착오, 관제사와의 의사소통 불일치, 절차 미준수 같은 요소와 같은 인적 오류(Human Error)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비 불량이나 부품 결함 등 기계적 문제와 태풍·안개·난기류 같은 기상 요인도 빈번하게 작용한다. 최근에는 기상 데이터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는다거나 비상 절차를 잘못 해석하는 등 항공사·공항 시스템상의 절차적 결함도 주목받고 있다. 결국 사고는 다양한 요소가 얽힌 복잡한 현상 같지만 그 뿌리를 따져보면 인간과 기계, 절차라는 몇 가지 기본 축으로 귀결된다. 조종사 훈련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예지 보수(Predictive Maintenance) 시스템이 중점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항공기 각 부품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고장이 나기 전에 교체하거나 정비한다. 또 기상 예측 정밀도를 높이고, 비상 상황 대응 훈련과 의사소통 훈련을 병행한다. 중요한 흐름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측으로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사고가 나면 '왜 났는가'를 규명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사고가 나기 전에 언제 발생할 수 있는가를 잡아내야 한다. 사물 인터넷(IoT)으로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 연결해 기계적 결함을 예측하고, 빅 데이터와 AI 분석을 통해 위험 패턴을 미리 경고해야 한다. 정비·비행 기록을 통합 관리하고 디지털화해 AI가 구조적 인과 관계를 제시해주는 안전 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결국은 정보 공유의 문제다. 항공사·공항·정부 기관이 데이터를 적극 공개하고 협력해야 예측력이 담보된다. 하지만 각 기관의 이해 관계와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데이터가 파편화 돼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익명화·비식별화 기술, 기관 간 비밀 유지 계약 등을 통해 '처벌받지 않는 안전 보고 문화(Just Culture)'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데이터가 모이지 않으면 AI도, 예측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단순 수치가 아니라 위험의 구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언어다. 지금은 항공사 운항 기록·정비 보고·기상 데이터 등 12개 주요 데이터 소스를 통합 데이터 베이스(DB)에서 가공합니다. 여기에 온톨로지를 적용하면 사건 간 인과 경로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 요컨대 단순 통계는 '70% 사고에 조종사 피로가 있었다'에서 끝나지만, 온톨로지는 '피로→감각 저하→시각 착각→판단 오류→과속 착륙'이라는 흐름을 보여준다. 어디서 개입하면 사고를 끊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첫째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 AI 안전 예측 플랫폼입니다. 비행 경로·기상 조건·정비 기록을 결합해 실시간 위험을 탐지한다. 둘째는 드론·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안전 연구다. 드론 실증 도시를 운영하고 도심 내 비행·드론 쇼 승인·인증 절차 등을 담당한다. UAM 분야에서는 '팀 코리아(Team Korea)' 간사 기관으로 정책·기술 개발 협력을 총괄한다. 셋째로는 국제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미국 연방항공청(FAA)·유럽 항공안전청(EASA)과 안전 데이터 표준을 맞추는 일이다. 국제 협력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 된다. 향후 항공안전기술원은 AI와 빅데이터, 스마트 기술을 통해 항공 안전을 보다 정교하게 관리하고, 선도적인 국제 항공 안전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단거리 노선은 이착륙 절차 오류가 두드러지고, 장거리 노선은 피로와 기상 리스크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대형기에서는 시스템 통합 오류, 중소형기에선 인프라 취약성 문제가 두드러진다. UAM은 전혀 다른 리스크 집합을 가진다. 건물·드론·조류 등 저고도 비행 장애물과 배터리 안정성, 소프트웨어 신뢰성 같은 새로운 위험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맞춤형 안전 전략이 필요하다. 비행 경로 최적화와 예지 보수, 자동화·자율 운항 연구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AI가 기상·교통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안전 경로를 제안하며, 센서 데이터로 부품 이상을 사전 탐지한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기술이지만 현장에서는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투명성(XAI)이 관건이다. 결국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이 있다. 사고마다 상황은 복잡해 보이지만 온톨로지로 데이터를 구조화하면 반복되는 핵심 요인이 드러난다. 피로와 절차 미준수, 의사소통 오류 같은 상위 구조다. 결국 사고를 구조 언어로 묶어내면 어디서 줄기를 끊어야 하는지가 보인다. 그래서 항공안전기술원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게 아니라 데이터 간 관계를 읽어내는 철학을 조직 문화로 심고자 한다. 데이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언어'다. 또한 AI는 대체제가 아니라 협력자다. 현장 데이터를 다시 시스템에 반영하는 학습 순환 구조, 그리고 국제 표준 규제를 이해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세계적 안전 네트워크에서 협력과 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돼야 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 국가대표 인터뷰] LG AI연구원 “준비된 컨소시엄…100% 성능 ‘K-엑사원’ 선보일 것”

“우리는 가장 잘 준비된 컨소시엄입니다. 글로벌 최신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넘어, 100% 이상의 성능을 보여드릴 겁니다."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지난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수행기관 5곳 중 하나로 선정된 LG AI연구원은 LG유플러스, LG CNS, 슈퍼브AI, 퓨리오사AI 등과 손잡고 'K-엑사원(K-EXAONE)' 개발에 착수했다. 최소 목표(글로벌 최신 모델 대비 95%)에 그치지 않고 최고 수준을 정조준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유철 부문장은 인터뷰 내내 '도전'과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오늘의 95%는 내일이면 격차가 다시 벌어진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려면 기준을 높여 잡고 100% 이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이미 축적된 기술력이 있다. 김 부문장은 “지난달 공개한 '엑사원 4.0'이 글로벌 AI 성능 평가에서 한국 1위, 세계 10위권에 올랐다"며 “이제는 검증된 기술력 위에 더 높은 목표를 세울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엑사원 4.0은 동급 오픈모델 중 최고 성능을 기록했고, 10배 이상 큰 모델과도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며 “이런 성과가 있기에 100% 이상이라는 도전을 선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6개월마다 성과 평가를 진행해 오는 2027년 최종 2개 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바로 '준비도'이다. 김 부문장은 “새 모델 개발에 필요한 선행 기술 검증과 데이터 확보를 이미 마쳤다"며 “준비 기간을 최소화하고 곧바로 프로젝트 핵심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장 잘 준비된 팀'이라는 자신감 뒤에는 든든한 컨소시엄이 있다. LG유플러스·LG CNS·슈퍼브AI는 고성능 AI 모델 개발을, 퓨리오사AI·프렌들리AI는 풀스택 AI 산업 생태계 조성을, 이스트소프트·한글과컴퓨터·뤼튼테크놀로지스 등은 서비스 현장 적용을 맡아 역할을 분담한다. 김 부문장은 “각 기업의 전문성이 결합해 단순 연구를 넘어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 전반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기업·소비자(B2C), 기업 간 거래(B2B), 공공 영역(B2G)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서비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 AI연구원이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윤리·신뢰성이다. 김 부문장은 “전략부문은 단순히 연구 방향이나 사업 전략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AI 윤리와 신뢰성 문제까지 직접 챙긴다"며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설계, 평가 전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을 검토하고, 저작권이나 개인정보 문제도 철저히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윤리·신뢰성 강화는 원칙 선언이 아니라 실제 연구와 사업의 토대"라며 “관련 전문가들이 전략부문 안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LG AI연구원은 그룹 내 'AI 싱크탱크'로서 이미 가시적 성과도 내고 있다. 김 부문장은 “LG이노텍은 AI 비전 검사를 통해 불량 검출 정확도를 20% 이상 높였고, LG화학은 석유화학 원료 스케줄링에 AI를 적용해 수익성을 4% 개선했다"며 “LG생활건강은 엑사원을 활용해 수천만 건의 물질을 빠르게 분석, 화장품 소재 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사례들은 AI 연구가 곧 사업적 가치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의 끝에서 김 부문장은 K-엑사원의 비전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K-엑사원은 특정 기관이나 기업만을 위한 모델이 아니라 산업 전반과 교육 현장까지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이라며 “더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혁신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K-엑사원이 한국 AI 경쟁력 강화의 핵심 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AI 국가대표 인터뷰] 14년 내공으로 톱2 진입…엔씨AI “멀티모달로 AX 이끌 것”

“지난 14년 동안 인공지능(AI)을 연구하고, 수많은 게임 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쌓아온 데이터와 기술력이 저희의 핵심 무기입니다. 이를 앞세워 5년 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최종팀에 선정될 자신이 있습니다." 김건수 엔씨AI 에이전틱AI랩 실장은 지난 18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진행된 그룹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달 초 엔씨AI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정예팀 승선 소식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경쟁 컨소시엄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던 게임사가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톱(TOP)5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씨AI를 잘 아는 이들은 이번 결과를 이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선정 비결은 '14년 내공'과 '그랜드 컨소시엄'에 있다. 엔씨AI는 지난 2011년 게임사 중 가장 먼저 AI 전담 연구 조직을 꾸리고, 모델 설계부터 파인튜닝(맞춤화)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롬 스크래치' 역량을 키워 왔다. 2022년 선보인 비전언어모델(VLM) '바르코' 시리즈가 그 성과다. 김 실장은 “게임 조직과 주로 소통하다보니 이들의 특성에 맞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품질 개선을 많이 해 왔다"며 “그동안 만들어 왔던 게임 에셋(게임 개발에 사용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과 정보들이 지금보다 폭넓은 멀티모달 모델을 개발하는 데 있어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씨AI는 국민 접근성 향상과 '모두의 AI' 실현을 위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먼저, '정부24'와 같은 공공 사이트에 엔씨AI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제시했다. 민원 처리 속도를 높여 비용효율과 편리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향후에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생성 AI 서비스를 개발해 사용 경험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사업 설명회 당시 공공 사이트에 우리가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며 “연말 1차 평가에서 모델 성능이 일정 수준 도출된다면 정부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게임 분야 적용을 중심으로 연구해왔던 AI 기술력을 패션·미디어·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컨소시엄 참여사들과의 협업 체계를 토대로 우수 적용 사례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특히 롯데이노베이트·포스코DX 등 국내 IT서비스 업체를 참여사로 확보하고 있어 산업계 전반으로의 AI 확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도메인옵스' 플랫폼을 구축해 산업 특화 AI와 고객사 맞춤형 AI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0B(2000억개 파라미터)급 독자 대규모 언어 파운데이션 모델 패키지 △독자 LLM 기반 통합 멀티모달 인지 생성 파운데이션 모델 패키지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수익모델(BM)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김 실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오픈AI도 산업 특화 AI 모델을 제공하지만, 이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AWS나 오픈AI 시스템을 써야 한다"며 “일부 기업은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해 내부 서버에 AI 모델을 설치하고 싶어하는데, 이들 시스템은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메인옵스를 이용하면 AI 모델을 다운받아 내부 서버에서 산업 특화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며 “향후엔 '마켓플레이스'를 개발해 다른 기업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산업 특화 모델을 각자의 환경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형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업별 특화 모델을 IT서비스업체들의 해외 지사를 통해 수출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청사진이다. 김건수 실장은 “협력 중인 업체들이 보유한 해외 지사는 약 100여 곳이 넘는다"며 “산업 전환 과정에서 각 국가별로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받고, 이에 맞춰 개선하면서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건수 실장은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만 잘 작동하는 게 아닌, 글로벌에서도 성능을 내야 소버린 AI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기 성과보다 장기 신뢰·개방성·협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글로벌 AI 강국 도약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인터뷰] 김효식 삼성액티브 팀장 “KoAct 전력인프라 ETF, 성장주에서 고배당 펀드로”

“2030년대 중반쯤 넘어가면 코액트(KoAct) 글로벌친환경전력인프라 액티브 ETF는 성장주 펀드가 아닌 고배당 펀드가 되어 있을 것이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팀장은 'KoAct 글로벌친환경전력인프라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향후 변화를 이렇게 내다봤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현재 성장주 위주로 구성된 이 ETF가 2030년대 중반에는 고배당 성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 이러한 전망과 관련해 지난 7일 서울시 서초구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본사에서 김 팀장을 직접 만나 ETF의 전략과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팀장은 “전력 수요 확대에 따라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자재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인프라 확충이 집중된 뒤에는 전력 유틸리티 기업들이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비스트라 등 전력 판매 기업들은 전기요금 상승과 전력 수요 증가로 가격과 판매량이 동반 확대되고 있다. 반면 전력망 보유 업체들은 지속적인 투자비 부담으로 단기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일단락되면 비용 부담이 줄고, 전기요금과 판매량은 한 단계 높아진 상태를 유지한다. 김 팀장은 “이익 체력이 상승한 뒤에는 하락하기 어려우며, 이에 비례해 배당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는 “2030년대 중반에는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넥스트에라 에너지 등 미국 유틸리티 기업 비중이 확대되면서 고배당 펀드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oAct 액티브는 현재 수익률이 100%를 넘나든다. 이 ETF는 지난해 1월 18일 상장 이후 지난 8일 기준 순자산가치(NAV) 누적 수익률이 100.5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초지수(Solactive 글로벌 에코파워인프라 PR 지수)는 88.21% 상승했다. 시장가격(종가) 기준으로는 102.06%에 달해 코스피(+31.56%), 나스닥(원화 환산·+47.78%), S&P500(원화 환산·+38.62%)을 크게 웃돌았다. 포트폴리오는 이달 8일 기준 전력인프라(38%), 천연가스·원자력·기타(13%), 태양광(16%), 풍력(11%), 유틸리티(10%), 수소(11%) 등으로 구성됐다. 국가별 비중은 미국(68%), 유럽(19%), 한국(12%) 순이다. 상위 편입 종목에는 GE 베르노바(8.0%), 블룸에너지(7.8%), 퍼스트솔라(6.8%), 지멘스에너지(6.8%), 노르덱스(5.6%)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장기 전망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급증이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제조업 리쇼어링 등 산업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20여 년간 정체됐던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베인앤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2023~2028년 새롭게 발생하는 미국 전력 수요의 44%가 데이터센터·AI 산업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AI 산업의 설비투자(CAPEX) 모멘텀도 견조하다. 클라우드 상위 11개 사업자의 2025년 CAPEX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대비 계속 상향되고 있으며,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추가로 올렸다. AI 서버·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정책 지원도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는 'AI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인허가 절차 신속화, 규제 완화, 연방정부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법안 통과로 5조 달러 규모의 연방 부채 한도가 증액돼 AI·전력 인프라 분야 재정 투입 여력이 확대됐다. 감세 조치로 빅테크 기업의 R&D 비용을 당해 연도에 즉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CAPEX 확대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내에서는 변압기·전선·터빈 발전기 등 전력망 기자재 전반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천연가스·원자력 등 석탄을 제외한 모든 발전원의 수요도 동반 상승세다. 운용사 측은 “특정 세부 섹터에 치중하지 않고 전력 인프라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KoAct 액티브가 기존 재생에너지·클린에너지 ETF와의 차별성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재생에너지 ETF가 태양광·풍력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KoAct는 천연가스·원자력도 친환경 산업으로 편입한다. 이는 2023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그린 택소노미'에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공식 녹색 산업으로 분류한 데 따른 것이다.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천연가스는 석탄 대비 배출량이 크게 적다. 또 변압기·전선 등 전력망 기자재 업체까지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전력 인프라 산업 전반에 투자한다. 김 팀장은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 ETF, 미국 인프라스트럭처 ETF 등과 비교해도 KoAct ETF가 상장 이후 원화 환산 수익률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재생에너지 중심 상품과 달리 발전원과 전력망 기자재를 아우르는 폭넓은 투자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향후 1~2년간 주목할 세부 테마로 변압기 등 전력기기와 가스발전소 기자재 업종을 꼽았다. 전력기기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큰 폭의 이익 성장과 주가 상승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업황 피크아웃까지는 시간이 남았다는 판단이다. 변압기 상승 사이클보다 약 2년 후행하는 가스발전소 기자재 업종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GE 베르노바, 지멘스에너지 등 전통적인 가스터빈 제작사뿐 아니라 블룸에너지(Bloom Energy), 캐터필러(Caterpillar) 등 비상발전기·연료전지 업체도 수혜가 예상된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가 2030년대 초중반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 팀장은 “아직 당장 의미 있는 실적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이 많지만, 중장기 성장 모멘텀만큼은 뚜렷하다"고 내다봤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AI 국가대표 인터뷰] SKT “수치보다 실용성…‘유용한 AI’ 만들겠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AI) 기술 중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트랜스포머 모델 기반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해 지금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AI를 만들겠습니다." 김태윤 SK텔레콤(SKT)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부사장)은 18일 에너지경제와 인터뷰에서 전문성·실용성을 겸비한 모델을 개발해 모든 사람이 기술의 유용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SKT의 AI 모델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앞서 SKT는 네이버클라우드·LG AI연구원·엔씨 AI·업스테이지와 함께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5곳의 하나로 선정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16년부터 자체 LLM '에이닷 엑스(A.X)'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이번 정부 프로젝트에서 SKT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SKT의 목표는 AI 모델 성능 고도화와 서비스 확산이다. 포스트 트랜스포머 모델로 K-AI 서비스를 구현해 궁극적으로 '국가 AI전환(AX) 촉진'을 선도한다는 포부이다. 구체적으로 생성형 AI의 모태가 된 트랜스포머 기술을 고도화해 전력과 비용은 낮추고 연산 성능은 높인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국내 LLM의 규모를 뛰어넘는 초거대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음성·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 처리할 수 있는 '옴니모달' 기술을 적용한다. 단순한 LLM을 넘어 컴퓨터와 연결한 에이전트 등을 모두 통합하는 형태의 모달리티 모델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실용성이다. 단순 수치가 아닌 서비스 사용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모델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수준의 모델을 만드는 걸 궁극적 목표로 한다"며 “기술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유용성을 가져다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치마크에서 경쟁사를 몇 점 차이로 이겼다는 건 쉬운 영역일 수 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실제 서비스의 사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컨소시엄 참여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SKT 컨소시엄에는 △크래프톤(게임사) △리벨리온(AI반도체) △셀렉트스타(데이터) △서울대 산학협력단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의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모델을 개발하면 실제 사용 사례와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각 산업 영역별 특화 솔루션을 개발, AI 기술 확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술 개발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풀 스택(Full Stack)' 역량을 토대로 기업간거래(B2B)·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영역에서 AI 적용 사례를 지속 발굴·확산할 방침이다. 향후에는 새로 개발한 모델로 글로벌 시장도 노린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컨소시엄 소속 기업들과 SKT는 이미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고, 해외 지사도 있다"며 “실제 내부에서 현재 보유 중인 모델들로 테스트한 결과, (글로벌 적용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들을 얻었다"고 전했다. 1차 평가(12월) 전까지 모델 완성도 제고와 기술 접목 영역 확장에 집중한다. 작업마다 특화된 소규모의 전용 LLM만 활성화해 AI 학습 비용을 절감하는 '전문가 혼합(MoE)' 기술을 활용해 학습 데이터·알고리즘 최적화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김태윤 부사장은 “SKT는 궁극적으론 지금의 트랜스포머보다는 더 발전된 기술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글로벌 수준의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산업 발전을 촉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AI 국가대표 인터뷰] 네이버 “어디서나 통하는 AI 만들 것…옴니모달 차별화에 역점”

“국내외 어디서나 활용 가능한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을 구현해 'K-AI'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키고자 합니다. 백 마디 말보다, 눈앞에서 작동하는 압도적인 결과물로 우리의 비전과 기술력을 증명하겠습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 기술총괄은 지난 13일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목표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4일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엔씨 AI △업스테이지와 함께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5대 정예팀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 개발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풀스택' 역량을 전면에 내세워 2027년 톱(TOP)2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미 2021년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입증했던 만큼, 승선이 가장 유력한 곳으로 꼽혀 왔다. 플랫폼 기업으로서 소비자향(向)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도 많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옴니(Omni) 파운데이션 모델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완성형 멀티모달 AI'를 구현, 국민들의 AI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고유 맥락을 이해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버린 AI(국가주권형 AI)'를 실현한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개발·등록·유통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한다. 전문 AI 에이전트의 특성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필요할 땐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기술 진입 문턱을 낮춤으로써 범국민적 확산을 목표로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성 총괄은 “의료 AI 에이전트와 제조 AI 에이전트의 경우, 각자의 전문성과 보안 정책상 때문에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며 “이처럼 독립적인 전문 에이전트들이 사용자와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사업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실현할 네이버만의 핵심 무기는 옴니모달리티(Omnimodality)와 실시간 처리 기술이다. 옴니모달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음성·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기술이다. 네이버의 언어·음성 기반 멀티모달 기술과 미국 영상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의 영상 AI 기술을 결합한다.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원천기술 연구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성 총괄은 “AI 기술이 실제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구조로, 오직 네이버만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AI 연구가 서비스 고도화에 직접 기여하고, 다시 양질의 학습 데이터와 노하우로 축적되면서 기술 및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K-AI 글로벌 수출 모델을 확립할 방침이다. 모든 국가가 자국 문화·언어에 맞는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다.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노하우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소버린 플랫폼 AI 솔루션' 전략에 기반한다. 단순히 AI 모델 하나를 수출하는 게 아닌, 풀스택 기술과 에이전트 플랫폼 자체를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설정한 AI 모델 개발 기간은 3개월이다. 성 총괄은 “1차 평가(12월) 전까지는 빠른 프로토타이핑(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수집해 개선하는 과정)과 증명에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하는 옴니모달 아키텍처의 핵심 성능을 입증하고, 실시간 처리 기술의 차별화 경험 생성 정도를 명확히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일찍이 '소버린 AI'에 주목했던 건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 수 있고, 국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개발 철학과 정부의 사업 방향성이 맞닿아 있고, 회사의 본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번 프로젝트를) 충분히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에경 초대석]‘이재명의 부동산 스피커’ 한문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 골든타임”

“근본적인 문제는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표에만 의존한 편협한 정책 방식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는 정권의 향방과 무관하게, 국민을 위한 정책적 관점에서 출발한 총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공급 예측이 가능해지고 수요 쏠림 현상도 막아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한문도(61·사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으며 이같이 제안했다. 6.3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시대적 책무가 있고, 시점도 적절한 때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현재 한국부동산경제협회 명예회장과 국제부동산정책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 학계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 명이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임대주택연구소를 운영했고 이후 제8대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 한국부동산경제협회 회장, 한국주택신문 전문가협회 회장, 국제부동산정책학회 사무총장 등을 맡아 활발한 학술·정책 활동을 폈다. 대표적 '하락론자' 중 하나로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부동산 학계 '스피커'다. 한 교수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환골탈퇴'를 강조했다. 그는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은 도시계획의 기본 구조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보 정권은 공공, 보수 정권은 민간개발 위주로 편중돼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이는 주택 공급 총량에 대한 안정적인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향후 10년 안에 주택 수요 급감에 따른 큰 시장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부 쏠림 현상이 있는 서울 지역은 시장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지방은 저성장 기조에 따라 가처분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축 사회'의 양상이 예고됐다. 한 교수는 “모든 데이터가 이러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침체가 장기화된 일본과 달리, 우리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와 투기에만 기대는 부동산 시장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10∼15년 후에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강화와 투기 중심의 부동산 프레임을 탈피한 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해 실행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해 수도권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으로 인구가 분산되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대학 교육 문제에도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최소한 분교를 추진해 전국적으로 분산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정부와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잘 활용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지방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미분양 매입 정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너무 높거나 인구 감소 등으로 수요가 없는 지역들인 만큼 시장 논리에 맡겨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하는 구조조정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7만 호 수준의 미분양을 마치 금융위기처럼 과장하며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친시장 세력의 주장일 뿐이며, 5만~7만 호는 적정 수준의 미분양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우려되고 있는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의 해법으로는 3기 신도시의 신속한 추진을 제시했다. 이미 택지 조성이 완료된 만큼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다면 3~4년 내 입주도 가능해, 3기 신도시 정책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3기신도시사업추진단에 확인한 결과, 정부 의지만 있다면 단기간 내 공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광명을 제외한 토지 보상은 대부분 완료됐고, 실시계획 승인도 마친 상태"라며 “지장물 철거도 완료 단계여서 정부가 사업계획만 수립하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군부대 이전 지연 등은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대부분 해결돼, 실제로는 시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전 정부에서 급하게 추진된 선거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구체적 로드맵 없이 방향만 제시된 데다, 지난해 1차 선도지구 지정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독자 재건축을 추진하며 이탈하는 사례도 나타났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급속 추진보다는 주민 공청회와 도시계획 재정비 등을 거쳐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소규모 정비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기존 정비사업 진행 중이던 구역이 공사 직전 지정되며 사업이 중단돼 역효과가 발생한 사례가 많아서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공공이 주도적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한 것도 문제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조합원 미달 지역에 대해서는 가로주택정비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택 택지가 부족한 서울 도심에서는 차량이 없는 '무차지구'(노카존)을 제안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헤베엘 단지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재의 도시계획은 인구 밀도에 따라 주차 대수를 정하도록 되어 있어, 고밀도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무차지구는 공간 활용의 효율성이 높고, 청년이나 직장인을 위한 주거 공급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아이디어다. 민간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최근 도마에 오른 재건축이익초과환수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조합원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재건축이 기획되고 있다. 심지어 이익 기준점조차 명확하지 않은 데다, 정권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져 왔다"면서 “주민들이 사유재산 증식을 위해 용적률 인상을 요구할 때, 국가는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의식을 반영한 선심성 정책이 반복돼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용적률 인상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국가 정책에 따른 결과라면, 공공도 그 이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로 인해 현재 재건축 이후 원주민 정착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소유주, 임차인, 공공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해 도시계획의 기본에 충실한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확립해야 하며, 원주민과 임차인의 거주 환경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에 대해선 '근본적인' 처방을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논의된 주제다. 병을 치료하려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듯, LH 개혁 역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간의 개혁은 수박 겉핥기식에 그쳤다"고 말했다. LH의 만성 적자는 국가의 책무인 임대주택 공급 정책 수행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택지 개발과 임대주택 공급을 회계적으로 구분하면, LH는 사업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이 부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최근 LH는 유동성 부족으로 금융기관의 투자를 유치한 주택개발 공모 리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투자 수익률은 일반 예금의 3배 수준으로, 만약 국민이 이 사업에 참여한다면 수익이 국민에게 돌아가 자산 편중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즉, 자금을 무작위로 투입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발행 계획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 LH의 유동성 문제는 물론 주택 공급 지연 해소, 국민 자산 수익률 증가 등 여러 측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사도 시공에만 집중할 수 있어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 교수는 “LH 직원 상당수는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일부 '미꾸라지' 같은 일탈 직원으로 인해 조직 전체가 비난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뿐 아니라 인센티브 도입 등을 통해 내부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식의 개혁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배너

인터뷰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