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5사→발전공사로 통합’ 법안 발의…“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발전5사→발전공사로 통합’ 법안 발의…“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공기업을 한국발전공사로 하나로 통합하는 법안이 처음 발의됐다. 흩어진 발전공기업을 한데 모음으로써 자산 및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중점 보급함으로써 석탄발전 폐쇄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도이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발전공사법 발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발전공사는 한국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합쳐 만든 발전사업 전담 공기업..

호남 40개 배전선로에 ESS 구축…태양광 추가 접속 숨통

전력망 포화 상태인 호남에 숨통이 트인다. 지역 내 총 40개 배전선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결해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도록 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전망 ESS 연결 사업에 총 117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태양광은 설비용량 기준 최대 228메가와트(MW)까지 추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와 함께 지난 1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실이 발표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안을 구체화한 사업이다. 사업은 포화 상태로 인해 배전선로 접속이 지연된 태양광 설비를 추가로 연결하기 위해 추진된다. 태양광은 낮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낮 최대 생산량 기준으로 배전선로 용량이 설정된다. 하지만 해가 진 저녁이나 밤에는 발전이 중단돼 배전선로가 유휴 상태가 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에 ESS를 활용해 낮 시간에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일부 저장하고 저녁과 밤 시간에 이를 방전해 배전망 효율성을 높여 태양광의 추가 접속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에너지공단은 사업 참여 조건으로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를 요구했다. VPP는 태양광과 ESS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VPP 사업자는 태양광 최대 5.7MW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ESS는 출력 4MW, 저장용량 20MWh 이상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 태양광은 배전선로에 신규로 연결하는 사업이거나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야 한다. 40개 배전선로는 광주·전남이 11곳, 전북이 29곳이다. 해당 선로는 모두 연결 대기 중인 재생에너지가 5.7MW 이상인 지역이다. VPP 사업자는 이 가운데 최소 3개에서 최대 7개 선로를 선택해 신청해야 한다. 다만, 배전선로별 허용 가능한 ESS 용량은 서로 다르다. VPP 사업자는 총 사업비의 50% 이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총 지원 예산은 1171억원이다. ESS 표준단가는 1MWh당 최대 5억8600만원으로, 개별 사업은 최대 117억원 범위 내에서 추진된다. 사업자 선정은 사업비, 설비 안정성과 성능, 국내 ESS 산업 기여도, AI 시스템 활용 등을 종합 평가해 이뤄진다. 사업 공고는 이달 말부터 5월 말 사이 진행되며, 최종 선정은 6월 중순에 이뤄질 예정이다. 전력거래소는 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 육지에 도입 예정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ESS 차익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는 전력도매가격(SMP)이 낮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높은 시간대에 방전해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VPP 사업자는 ESS를 활용해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제주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배전망 구축 사업은 ESS 설치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만큼 사업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VPP 사업자는 “사업비와 지원 규모가 매력적으로 설계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전망 인근 ESS 설치 부지 확보와 태양광 사업자(5.7MW 규모)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르포] “집 뒷동산 ‘금정산’이 부산 첫 국립공원”…도심속 랜드마크

“매번 뒷동산 오르듯 했던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됐다니 기분이 새롭네요. 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거고, 부산에 하나뿐인 국립공원인데 자연도 보호하고, 앞으로 더 소중히 간직해야할거 같아요." 지난 17일 오랜 감성이 느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서 만난 부산 탐방객들의 국립공원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금정산 초입로에는 '국립공원 지정'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팻말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 달 전까지 집에서 나와 산책 겸 오르내렸던 뒷동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그저 새롭고, 믿기지 않는다는 게 부산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금정산은 올해 3월 3일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은 66.859㎢로 부산진구와 동래구, 북구, 금정구. 연제구, 사상구 등 6개 구와 경남 양산시까지 걸쳐 있다. 주택가 인근 곳곳에 산책로가 연결돼 있고, 주변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케이블카도 설치돼 산 정상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누구나, 언제든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상 생활 속에 국립공원이 존재하는 셈이다. 금정산이 대도시와 가까운 접근성과 다양한 자연·문화자원을 동시에 갖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금정산에는 수달, 삵, 매, 팔색조, 고리도롱뇽 외에도 가는동자꽃, 자주땅귀개 등 14종의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희귀 동·식물 다수가 분포하는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삼층석탑과 대웅전, 목조석가 여래삼존좌상과 같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범어사와 조선 후기 왜군 침략에 맞서 싸운 흔적이 남아 있는 금정산성 등 역사 문화자원과 연계돼 있어 복합 보전 가치가 높다. 생물다양성과 역사·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진 금정산이 지금에서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송동주 금정산 국립공원 사무소장은 “광주에 무등산 국립공원이, 대구에는 팔공산 국립공원이 있는데 왜 우리 부산에만 없냐며 시민들이 하소연했었다"며 “부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2019년 6월 부산시가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하면서 금정산 국립공원이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지정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2020년 3월부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지만 금정산 내 농지, 사찰 등 사유지 문제로 일부 주민들과 범어사 측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24년 7월 농지 제외, 사찰 지원 등 조건부 동의로 국립공원 지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해 10월 국립공원 지정안이 마련되고,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관할 시·도지사와 중앙행정기관장 협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고시가 마련됐다. 마침내 금정산은 부산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금정산 내 체계적 자연 보전과 함께 생태관광, 탐방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가족 단위의 전기차 전용 야영장 설치, 국립공원 숲 결혼식 등 다양한 방문객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탐방객 수도 2017년 기준 300만여명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올해 400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부산연구원 보고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경제적가치평가 연구'에 따르면 금정산 국립공원의 이용 및 보존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6조62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지정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금정산 국립공원은 향후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다. 금정산에는 주택가 주변에서 오를 수 있는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국립공원 지정 후 인근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 탐방객들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릴 것으로 예상돼 탐방로의 철저한 안전 관리, 생태계와 자연 보전이 필수다. 이를 위해 공단 측은 지역 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탐방로 관리 차원에서 진입로 수를 축소하는 경우에 기존 주민들이 그 길로 못 다니게 될 수도 있어 자칫 규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정산은 사유지가 전체의 약 69.6%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 도심형 국립공원인 북한산의 경우 국유지가 64.7%로 공공 토지 비중이 대비된다. 금정산에서 10년 넘게 매점을 운영해 온 자영업자는 “이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단속에 여러 가지 규제로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금정산 국립공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국립공원 내 사유지 관리와 공원 보전, 지역사회 이용 간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금정산은 부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며 “앞으로 자연 보전과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함께 고려한 공원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전국 맑고 포근한 낮…해 지면 기온 ‘뚝’

당분간 전국에 맑고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겠다. 다만 일교차가 크게 나타나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겠다. 19일 기상청 예보 브리핑에 따르면 오는 21일까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고, 일교차가 크겠다. 내륙을 중심으로 서리가 내리고, 호수와 강 주변에는 안개가 낄 가능성이 크다. 일요일인 22일에는 기존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서쪽에서 새로운 고기압이 유입되면서 남북으로 저기압, 동서로 고기압 사이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대체로 구름이 많은 날씨가 이어지겠고 제주도에는 약한 강수 가능성이 있다. 평일인 23일부터25일까지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다만 24일에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수 있어 최신 예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2일 서울 지역의 최저기온은 1~2도, 최고기온은 14~15도로 예상된다. 남부지역은 일부 지역에서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겠다. 기상청은 낮 기온이 높더라도 일몰 이후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는 만큼, 장시간 야외 활동 시 여벌 외투나 담요를 챙길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면이 녹으면서 등산객들은 낙석 등 해빙기 안전사고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일본도 기름값 가격상한제 실시…직접 통제 아닌 간접 개입 방식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일본도 사실상 기름값 '가격 상한제'에 나섰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최고 200엔(약 1876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일정 가격 이상 상승분을 보조금으로 보전하며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방식의 개입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170엔(약 1594원)대 수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정부가 정유사에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가격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정세 악화로 일본의 기름값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자 내려진 대응이다. 최근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엔을 넘어서는 등 소비자 부담이 급격히 커졌으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70% 수준인데, 일본은 90%에 달한다. 이번 중동 사태로 한국보다 일본이 더 큰 충격을 받는 구조다. 일본의 가격상한제는 한국의 최고가격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 접근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한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최고 가격을 특정하는 식이다. 1차 최고 가격은 리터(L)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정해졌으며, 2주마다 국제 가격을 감안해 조정된다. 반면 일본은 정부가 가격에 간접 개입한다. 기름값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상승 폭을 줄이는 방식이다. 한국 방식은 기름값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만큼 혜택을 본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름 소비가 늘어 석유 수급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에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해외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또 개입해 해외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 일본 방식은 기름값 상승 폭은 줄겠지만 그래도 계속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름 소비를 줄이는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판매와 해외 판매 간에 차이가 없어 물량 부족 걱정이 없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억제하면 소비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과 한국 모두 유가 급등 국면에서 가격 안정과 시장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정책 논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지진조기경보의 경제사회적 가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 2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40만 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체 경제 피해액만도 약 2300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으로 발생하는 강한 땅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시설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히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지진 재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진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 다시 말해,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두 배씩 증가한다. 즉, 규모 6.2의 지진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두 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건축물을 두 배 더 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보다 규모 0.2 정도 더 큰 지진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 주기는 길어진다. 수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을, 사용 기간이 100년 내외인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건축물의 중요도와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내진 성능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생 주기가 긴 대규모 지진이 공교롭게도 오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진 설계만으로는 지진 재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지진조기경보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수 초 이내에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지역별 예상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지진계의 고른 분포와 충분한 밀도는 신속한 지진 탐지와 정확한 정보 산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수 초에서 수십 초의 귀중한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보를 받은 시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진동이 약해지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 과정은 이어지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 경주지진 예에서 보듯이, 규모 5.1의 지진이 먼저 발생하고, 약 48분 뒤 더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하나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대피는 후속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진조기경보는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거나, 철도·공장·전력 시설 등 주요 산업 시스템의 가동을 사전에 중단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은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여 고속열차를 감속하거나 정지시켜, 열차 탈선과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몇 초의 시간 차이는 대형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 감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감소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현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영향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단순한 재난 알림 기술을 넘어, 지진 위험을 관리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2017년부터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진조기경보의 정확성과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E칼럼] 다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충남 공주시에서 관광버스 22대가 올라왔다. 예산, 금산, 홍성, 당진 주민들도 뒤를 따랐다. 전북, 경기, 광주에서도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 100여 개 단체 5,000명이 광장을 채웠고, 무대 위에서는 삭발식이 거행되었다. 마이크 없이도 한 말이 퍼졌다. “밀양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 이들이 반대한 것은 반도체가 아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북 14개, 충남 15개 시군구를 관통하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전북에서만 627km 노선이다. 완전 가동 시 필요한 전력은 최대 15GW, 원전 10기에 맞먹는 규모다. 경제적 이익은 수도권과 대기업에 귀속되고, 송전탑은 농촌 논밭 위에 세워진다. “에너지 식민지"라는 말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의 정확한 묘사다. 같은 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SNS에 정반대 방향의 글을 올렸다. “국가 전략산업이 불확실성 속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추진 의지를 천명해 달라." 두 메시지는 모두 대통령을 향했지만, 요구의 방향은 정확히 달랐다. 갈등의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바로 그 시점에 21조 6,000억 원 추가 투자를 공시했다. 이미 투자된 돈이 많다는 사실은 재검토를 더 어렵게 만들고, 주민들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갈등을 찬반의 문제로 보면 해법이 없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순서가 틀렸다. 산단 입지 확정, 전력 수요 산출, 송전 경로 결정,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순서가 모두 끝난 뒤에야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공주시 주민이 “입지선정위원회는 이미 결정된 노선을 정하는 요식 행위"라고 말한 것은 정확하다. 밀양도 그랬다. 2005년 계획 이후 10년간 이어진 갈등, 수천억 원의 추가 공사비, 노인들의 분신 그 모든 것의 뿌리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절차적 배제였다. 지금 충남과 전북에서 그 경로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송전망 국민펀드는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한전 적자와 전력망 투자 재원 부족을 보완하면서, 주민을 보상 수령자가 아닌 투자자로 전환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옳다. 그러나 순서가 잘못되면 또 다른 실패가 된다. 사업에 대한 이해와 학습 없이 제공되는 금전은 결국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불신만 키운다. 광화문 집회의 진짜 요구는 사업 철회가 아니었다. “우리를 처음부터 참여시켜 달라."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순서는 이래야 한다. 먼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한다. 경과 지자체 대표, 주민 대표, 한전, 기후에너지환경부, 갈등 전문가가 함께 노선 대안과 분산에너지 도입 규모를 논의하되, 실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미 결정된 것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주민들은 사업을 강요된 인프라가 아닌 함께 만든 인프라로 인식한다. 그 다음, 국민펀드를 지역 우선 구조로 설계한다. 경과 지역 주민에게 우선 투자권을 부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에 연동된 20~30년 연금형 이자소득을 지급한다. 단기 보상금이 아니라 장기 투자 구조다. 기초 지자체에서 광역, 전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맞다. 주민이 학습하고, 스스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이해당사자가 되는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펀드는 “돈 봉투"가 아닌 신뢰의 매개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확한 숫자를 제공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보내는 것은 원시적 방법"이라 했다면, 분산에너지로 장거리 송전 의존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공개해야 한다. 용인 산단 인근의 지붕 태양광과 수요반응(DR)·ESS를 조합하면 345kV 회선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 숫자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라올 때 선언은 비로소 신뢰가 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지역 공동체 수용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대화 없는 보상은 실패하고, 참여 없는 소득은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순서를 바로잡으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밀양이 남긴 교훈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광화문의 5,000명은 그 교훈을 다시 되새길 기회를 정부에 주고 있다. ekn@ekn.kr

담배꽁초, 1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4조5000억 개, 부피로 80만 톤이 버려지는 담배꽁초.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쓰레기가 됐다. 하지만 담배꽁초는 단순한 '일회성 쓰레기'가 아니라 10년 이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오염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담배꽁초의 환경오염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담배꽁초가 실제 환경에서 10년에 걸쳐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한 최초의 장기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왜 담배꽁초는 1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담배꽁초가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필터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 때문이다. 이 물질은 플라스틱 계열로, 약 1만5000개의 미세 섬유로 구성되어 있고,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아세틸화' 정도가 높아 미생물이 쉽게 분해하지 못한다. 미생물이 분해하려면 먼저 구조를 바꾸는 탈아세틸화 과정이 필요한데, 자연 상태에서는 이 반응이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미생물 성장을 촉진할 질소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다. 담배꽁초의 질소 함량은 약 0.21%에 불과하고, 탄소 대비 질소 비율(C/N)이 약 192로 매우 높다. 이는 미생물 활동을 거의 억제하는 수준이다. 결국 분해가 안 되는 플라스틱인데다 먹을 영양이 없는 상태가 결합되면서 담배꽁초는 수년에서 10년 이상 환경에 그대로 남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환경에서 분해 속도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 결과, 질소가 풍부한 토양(초지 등)에서는 담배꽁초의 질량이 10년 동안 최대 84%까지 감소했다. 그 이유는 미생물이 주변의 질소를 끌어와 사용하고, 담배꽁초 내부의 C/N 비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분해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즉, 담배꽁초 자체는 영양이 없지만, 주변 토양이 이를 보충해주면 분해가 가능해진다. 반대로, 모래사장이나 아스팔트, 토양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10년이 지나도 형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해'돼도 사라지지 않는다…미세플라스틱으로 변형 문제는 담배꽁초가 분해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10년 후 담배꽁초가 '공 모양의 유기-무기 복합체(spherulites)'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복합체는 지름이 약 6㎛(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의 미세 입자다. 담배꽁초의 플라스틱 섬유와 주변 토양의 미네랄(칼슘 등)이 토양 구조 안에 완전히 통합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균의 크기가 1~2㎛이고, 미세먼지(PM-10)가 10㎛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점을 고려하면, 6㎛ 정도 크기의 입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복합체가 형성되는 것은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환경에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뒤까지도 유해물질 방출 담배꽁초의 독성 변화도 단순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독성은 시간에 따라 세 단계로 변화한다. 버려진 직후(초기)에는 니코틴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대량 방출된다. 이들 물질은 매우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약 5년 후(중기)에는 독성이 다시 증가하는 '두 번째 정점' 발생한다.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분해 저항성 화합물 축적된 탓이다. 10년 정도 긴 시간이 지나면(장기) 전반적으로 독성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10년이 지난 담배꽁초도 여전히 생물에 측정 가능한 독성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담배꽁초 분해는 화학·생물·미생물 변화가 결합된 복합 과정"이라며 “완전 분해(광물화)는 일어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장기 잔류하면서 최소 10년 이상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담배 필터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편, 전문가들은 “필터는 담배 연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흡연자가 연기를 더 깊게 들이마시게 함으로써 오히려 폐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국제 사회는 이제 담배 필터를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보고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UN 플라스틱 협약에서도 담배 필터를 의무적 금지 대상(Annex Y)에 포함시켜 세계적으로 퇴출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HO 담배 규제기본협약(FCTC)의 앤드류 블랙이나 WHO 환경 및 기후 변화 책임자 루디거 크레치 등 전문가들은 담배 필터를 금지함으로써 담배가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제거하고, 담배를 “더 정직한(more honest)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터가 없는 담배는 연기가 훨씬 독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흡연의 즐거움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한국에 ‘원유’ 선물 주는 UAE…그 속에 숨은 은밀한 전략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그야말로 단비를 준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동산 석유 수급이 막힌 와중에 원유 총 2400만배럴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하루 소비량 기준으로 약 9.4일치이다. 여기에는 UAE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협 봉쇄로 공급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를 밀어내고 아시아의 대표 석유제품 수출국인 한국시장을 사로잡는 동시에 UAE의 대표 유종인 머반유를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8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에 가장 우선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며 “언제든 UAE를 통해 원유를 긴급 구매하도록 합의했다"고 전했다. 조만간 양국 간 원유수급 대체 공급경로 모색 등의 내용이 담긴 '원유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강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UAE를 다녀 온 후 이 같은 발표를 했다. 앞으로 한국은 UAE로부터 총 180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 받는다. UAE 국적선 3척으로 600만배럴, 한국 국적선 6척으로 1200만배럴을 받는다. 앞서도 UAE로부터 600만배럴을 받은 바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한국은 전쟁 중에 UAE로부터 총 2400만배럴을 긴급 수혈받는 것이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비중이 70%이다. 이번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심각한 원유 수급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UAE의 2400만배럴 공급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다. 2400만배럴은 지난해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 255만배럴의 약 9.4일치이다. 이번 UAE의 한국 석유 공급은 바라카 원전 건설 등 양국의 전략적 협력 차원일 수도 있지만, UAE의 은밀한 시장 전략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됐다. 하지만 UAE는 해협을 우회하며 석유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해협을 벗어난 곳에 있는 UAE의 푸자이라 수출항구와 아예 해협과 한참 떨어진 오만으로 송유관을 연결해 제한적이지만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세계 1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출이 대부분 차단됐고, 이외에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모두 차단됐다. UAE는 사우디가 없는 아시아 석유시장에서 왕좌를 노리고 있다. UAE의 대표 유종인 머반유(Murban Crude)를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벤치마크 유종이란 각 대륙을 대표하는 거래가 가장 활발한 유종을 말한다. 미주에는 미국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유럽에는 브렌트유(Brent), 아시아에는 두바이유(Dubai)가 있다. 두바이유는 고유황의 중(重)질유로, UAE 두바이지역 유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의 물량은 거의 고갈되고 없으며, 비슷한 성상의 원유로 현물거래만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사우디가 두바이유 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머반유는 저유황의 경(輕)질유로, 하루 160만배럴을 생산하는 아부다비 국영회사인 ADNOC의 생산 유전을 기반으로 한다. 물량이 풍부해 선물거래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 머반유의 장점이 확실히 드러났다. 생산이 거의 중단된 두바이유는 배럴당 150달러가 넘어 벤치마크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머반유는 110달러 초반대를 형성해 반대 평가를 받고 있다. UAE로서는 사우디 물량을 대체하고, 머반유를 벤치마크 유종으로 키우는 전략에 있어서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 또한 한국은 이를 실행하는데 더 없이 좋은 석유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하루 336만배럴의 세계 5위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석유제품 수출량은 4억8500만배럴로 호주, 싱가포르, 일본, 미국에 이어 5위이다. 특히 정제시설은 원유 특성에 맞춰 설정을 하기 때문에 한번 설정을 맞춰 놓으면 이를 다시 바꾸기는 힘들다. 즉, UAE 원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정제시설은 당분간 UAE 원유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ADNOC은 2021년 세계 최대 거래소인 ICE와 함께 아부다비 선물거래소(IFAD)를 출범시키고 머반유 선물거래를 론칭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IFAD와 제휴를 맺고 물량을 도입하고 있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머반유를 아시아 대표 유종으로 키우려는 UAE한테는 사우디 물량이 차단된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 봉쇄 기간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아시아 대표 유종이 바뀔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호르무즈해협 봉쇄 19일째…원유 자원안보 위기 ‘주의’ 격상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보단계를 격상하며 대체물량 확보, 수요관리 등 대책을 강화한다. 산업통상부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18일 15시 부로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천연가스는 가격 상승 수준이나 저장량, 수요 감소 등을 감안해 현행 '관심' 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심각성, 국민생활과 경제 파급력 등을 감안해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된다. 산업부는 이번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의 생산 및 수송시설이 파괴되는 등 정세불안이 증가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수송경로 불안정이 확산되며 △전쟁 발생 이후 40% 내외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점을 감안해 원유 수급 경보단계를 격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천연가스는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으로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발전단가 상승 우려가 있으나, 재고량이 법정 의무수준을 넘어서고, 중동 대체 물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관심 경보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원유 경보단계 격상에 따라 먼저 국제공동비축 우선구매권을 행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지 않는 대체물량을 확보하며, 해외 생산분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제공조로 우리나라에 할당된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위해 IEA와 시기, 물량 등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요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공공분야에 대해 의무적 에너지 절약대책을 시행하고, 민간분야에 대해서는 자발적 캠페인과 필요시 의무 수요감축 조치도 도입할 계획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속보] 한전KPS 또 산재 사망사고…해외 사업장서 매몰 당해

한전KPS 해외 사업장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이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회사는 지난해 6월에도 하청업체 직원이 발전소 정비 중 산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진 바 있다. 1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인도 구자라트주 바브나가르에 위치한 한전KPS 사업소에서 현지시간 3월 17일 오후 보일러 설비 점검 작업 중 직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기계팀장 김모 씨(55)로, 사고 당시 석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재(ASH)를 저장하는 호퍼 내부를 점검하던 중 적재된 재가 무너지면서 매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작업은 일반적으로 안전 확보를 위한 다수 인력 투입과 사전 절차가 요구되는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된다. 현재 사고 당시 단독 작업이었는지 여부와 안전 조치 이행 여부 등에 대해 현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KPS는 사고 발생 직후 현지 대응에 나서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KPS의 산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에 한전KPS의 하청업체 직원이 태안화력발전소 정비 중 사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의 사망 위험을 감수하는 게 기업의 이익이 되어서는 안된다.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사고 발생 시 지출하는 대가가 더 커야 한다"며 강력한 산업재해 근절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한전KPS의 산재 사망사고는 사장직을 둘러싸고 내부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터라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현 김홍연 사장은 2024년 6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현재까지 연장 근무 중이다. 2024년 12월 주총에서 신임 사장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선임됐지만 아직까지 최종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사회는 내정자를 철회하기 위해 관련 안건을 상정하려 했지만, 철회 명분이 부족하다는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보류되고 있다. 김홍연 사장은 임기를 2년 가까이 넘긴 상황에서 서울경기전력지사와 태안사업처 중대재해 사고발생에 따른 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시 해외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책임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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