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 속에 플라스틱이 쌓이고 있다. 음식과 물로 먹고 공기로 들이마시는 데 이어 피부를 통한 나노플라스틱 노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보건과학센터 약학대학 매튜 J. 캠펜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철 카슨 홀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뇌 침투와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서울대 의과, 분당서울대병원, 한국뇌연구원, 한국분석과학연구소가 공동 주관하고 환경재단이 후원했다. 캠펜 교수는 사람의 뇌에서 간이나 신장보다 훨씬 많은 미세·나노플라스틱을 검출해 주목받은 연구자다. 그의 연구는 플라스틱 오염이 바다와 토양을 넘어 인간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환경보건 문제임을 보여준다. ◇뇌 1g당 플라스틱 약 5000㎍…8년 새 50% 증가 이날 강연에서 캠펜 교수는 지난해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던 '사망자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생물축적'이란 제목의 논문을 중심으로 자신의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부검 대상자의 뇌와 간, 신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뇌의 미세·나노플라스틱 농도는 다른 장기보다 7~30배 높았다"면서 “2024년 뇌 시료의 농도 중앙값은 조직 1g당 4917㎍(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이었다"고 밝혔다. 2016년과 2024년 시료를 비교했더니 뇌 속 플라스틱 농도는 약 50% 증가했다. 대부분 나노 크기의 파편이었고 비닐봉지와 포장재 등에 널리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이 가장 많았다.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플라스틱 농도가 더 높았다. 다만 캠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치매의 원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플라스틱이 신경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인지, 질병으로 혈액뇌장벽과 노폐물 제거 기능이 약해진 뇌에 플라스틱이 더 쉽게 쌓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캠펜 교수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캠펜 교수의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뇌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2016년에서 2024년 사이 뇌 속 플라스틱 농도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날 강연에서도 캠펜 교수는 1966년에 채집한 캥거루쥐 시료(박물관 보관)와 2025년에 채집한 시료를 비교한 결과도 소개했다. 1966년에 채집한 시료의 뇌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지만, 2025년 시료에서는 다량 검출됐다. 캠펜 교수는 “인간이 배출한 플라스틱이 자연계에서 수십 년 동안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 다음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 84%에서 미세플라스틱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심장으로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혈액에서도 확인됐다.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과 로마 사피엔차대학 등 국제 연구팀은 최근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관상동맥 질환과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에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 19명, 만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20명, 정상 관상동맥 대조군 22명이 참여했다. 분석 결과,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84.2%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만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는 40%, 대조군은 31.8%였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플라스틱 종류도 더 다양했다. 검출된 플라스틱 가운데 폴리에틸렌이 가장 흔했다.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의 97%에서 확인됐다. 같은 환자에서는 말초 혈액과 관상동맥 혈액에서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이 검출됐지만 농도는 관상동맥 혈액에서 더 높았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염증을 나타내는 인터루킨-6(IL-6)와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농도가 높았다. 관상동맥 혈액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 역시 이들 염증 지표가 더 높게 나타났다. 미세먼지와 흡연도 관련성이 관찰됐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시술 당일과 이전 2년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됐고, 흡연자와 PM2.5 농도 ㎥당 15㎍ 초과 지역 노출자에게서 미세·나노플라스틱 검출 빈도가 높았다. 다만 여러 변수를 함께 분석했을 때 미세·나노플라스틱 검출의 독립적인 예측 요인은 흡연 경력이었다. 연구팀은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심근경색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관상동맥 혈액에서 플라스틱 부담이 크고 염증 지표, PM2.5 노출, 흡연과 함께 나타난다는 점에서 환경 노출과 관상동맥 질환의 연관성을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땀이 나노플라스틱 피부 침투 좌우 최근에는 피부도 새로운 노출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난카이대와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지난달 미국화학회 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인간의 땀이 매개하는 나노플라스틱 응집과 피부 노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폴리에틸렌 나노플라스틱이 피부에 닿아 땀과 만났을 때 입자가 뭉치는 정도에 따라 피부 침투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험과 머신러닝 분석 결과 입자 농도와 광노화, 땀 속 유기성분이 나노플라스틱 응집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나노플라스틱 농도가 높으면 입자끼리 뭉쳐 피부 침투 가능성이 낮아졌다. 반면 햇빛에 노출돼 광노화된 플라스틱은 더 잘 분산돼 모낭과 땀샘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상되는 침투 경로는 모낭, 땀샘, 피부 각질층 순이었다. 연구팀은 광노화되지 않은 나노플라스틱만 연구한 기존 연구가 실제 피부 침투 위험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땀의 성분도 영향을 미쳤다. 젖산과 요소는 나노플라스틱이 뭉치는 것을 억제해 입자를 잘 퍼지게 했고 모낭과 땀샘을 통한 침투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진의 모델에서는 여성과 과체중인 사람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침투 가능성이 예측됐다. 신체 부위별로는 몸통이 얼굴이나 손보다 침투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이는 실제 사람의 피부에서 나노플라스틱 침투량을 측정한 임상 연구가 아니라 실험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침투 가능성'을 예측한 연구라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씻는 것만으로 해결 안 돼…발생원 줄여야 최근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인간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여러 경로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데 이어 혈액을 타고 이동하고 피부를 통한 노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땀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땀을 많이 흘린 뒤 피부를 신속히 씻을 것을 권고했다. 화장품과 스포츠 의류의 나노플라스틱 관리 기준, 생활하수 처리 대책도 제안했다. 그러나 개인이 피부를 씻고 플라스틱 용기를 덜 쓰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화장품과 섬유, 타이어 마모, 플라스틱 포장재 등 주요 발생원을 관리하고 식품·음용수·공기와 인체 조직의 미세·나노플라스틱 표준 분석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과학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플라스틱이 사람 몸에 들어오는가'에서 '이미 들어온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된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