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신호등] 호르무즈 사태, 인류의 석유중독을 드러내다

[기후 신호등] 호르무즈 사태, 인류의 석유중독을 드러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불러온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에너지 위기로 그치지 않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질소 비료인 요소,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의 공급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산업과 농업, 식량 체계, 나아가 일상 생활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치솟는 자동차 연료비는 물론 종량제 쓰레기 봉지 품귀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80년 동안 인류가 구축해온 산업 문명의 구조적 취약성을 한순간에 드러낸 사건이다. 우..

호르무즈 해협 ‘숨은 살인자’ 기뢰…설치는 쉬워도 제거는 어려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중동의 핵심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군은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간)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휴전 합의에 도달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린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란이 설치한 해상 기뢰는 휴전 합의 후에도 선박 운항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미군도 소해 작전(기뢰 제거 작전)을 추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작전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있지만, 해협의 완전한 안전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 사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과 고비용 구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뢰, '값싼 전략무기'의 위력 기뢰(Naval mine)는 수중에 설치된 자율 폭발 장치로, 군함이나 상선이 접근하면 폭발하도록 설계된 무기다. 단순한 접촉 방식부터 자기장·음향·수압을 감지하는 첨단 감응 방식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란이 보유한 '마함(Maham)' 시리즈 기뢰는 계류형과 해저형을 혼합해 운용되는데, 선박의 신호를 감지해 폭발하는 감응형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뢰는 금속이 아닌 소재로 제작되거나 흡음 처리가 되어 탐지가 더욱 어렵다. 기뢰의 가장 큰 특징은 '비대칭성'이다. 수천 달러 수준으로 설치할 수 있는 무기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함대와 물류망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교역의 '동맥'이 막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이 해협이 기뢰 등으로 인해 봉쇄되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약 70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있다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화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급등,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캠벨대학교의 해운 전문가 살바토레 머코글리아노 교수는 “자유로운 항행이라는 '푸른 고속도로' 개념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상 운송이 막히면 에너지뿐 아니라 곡물, 원자재, 공산품까지 영향을 받아 개발도상국의 빈곤율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군의 개입: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한 군사적 결단 상황이 악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란에 해협 개방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를 위해 해협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며 군사 개입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중부사령부는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을 투입해 기뢰 제거를 위한 초기 작전에 착수했다. 이 작전은 이란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항행의 자유 작전' 성격을 띤다. 초기 단계에서는 구축함이 해역 통제와 위협 억제를 담당하고, 이후 수중 드론과 전문 소해 전력이 투입되는 구조다. ◇미군의 기뢰 제거 작전: 기술과 위험의 싸움 기뢰 제거는 군사 작전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위험한 분야로 꼽힌다. 미군은 수중 무인잠수정(ROV)과 소나 시스템을 활용해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한다. 고해상도 측면주사 소나는 해저의 미세한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으며, 일부 드론은 함정의 자기장과 소음을 모방해 기뢰를 유도 폭발시키기도 한다. 탐지된 기뢰는 폭약을 부착해 원격으로 제거하거나 직접 파괴한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첫째, 이란의 군사적 위협이다. 혁명수비대는 미군 함정에 대해 경고를 발하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둘째, 정보의 부재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이란조차 기뢰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무작위 살포' 상태라고 전했다. 일부 기뢰는 해류·조류를 따라 이동해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시간과 비용 문제다. 기뢰 하나를 제거하는 데 설치 비용의 수십~수백 배가 들고, 전체 해역을 정리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해협은 언제 열릴까: 제한적 정상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군이 일부 안전 항로를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틴은 “해운사가 정상 운항을 재개하기까지 최소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뢰 제거 이후에도 이란이 드론이나 미사일로 상선을 위협할 수 있어 위험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뢰 제거 작전'이 아니라, 해상 통제권과 비대칭 전력의 충돌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국방안보 전문가인 서호주대학교 제니퍼 파커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실제로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려면 무엇보다 실직적인 위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뢰가 흔들렸고, 이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문제에 대해 파커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국제 해협으로 지정돼 있어 선박은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통행권을 누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다른 전략적 수로에도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 속 기뢰 전쟁: 약자가 강자를 멈추는 무기 기뢰는 오랜 기간 '약자의 전략무기'로 활용되어 왔다. 미국 독립전쟁 시기인 1777년 데이비드 부시넬이 영국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폭약 통을 띄운 것이 기뢰의 시초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기아 작전(Operation Starvation)'을 통해 일본 주변 해역에 1만2000 발 이상의 기뢰를 설치했고, 약 650척의 선박을 침몰시키며 일본의 물류망을 마비시켰다. 한국전쟁에서도 기뢰의 위력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조덕현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고려대 학술잡지 '사총(史叢)'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 8월부터 소련제 26형 계류 기뢰 2000발을 동해와 서해에 설치했다. 이에 따라 1950년 11월까지 유엔 함정 10척이 기뢰로 인해 침몰되거나 손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1950년 원산 상륙작전 당시 북한이 설치한 구식 기뢰는 미군 함대의 접근을 일주일 이상 지연시켰다. 당시 미 해군은 “우리가 바다를 지배하고 있지만, 기뢰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를 남겼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 '탱커 전쟁'에서는 이란이 기뢰를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했고, 1988년 미 해군 구축함 USS 사무엘 B. 로버츠함이 기뢰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은 기뢰가 여전히 현대전에서 결정적인 전략 자산임을 보여준다. 값싸고 단순한 무기가 글로벌 경제와 군사 전략을 동시에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무인기)과 마찬가지로 기뢰는 '보이지 않는 핵심 위협'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단독]기후부, 5월부터 SMP 상한제 재도입 유력…“전력시장 다시 규제로”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석유에 이어 전력시장도 가격상한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5월 1일부터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제도가 3년 만에 다시 꺼내 드는 카드다. (본지 3월 9일자 “석유 최고가격제 검토, 'SMP 상한제' 재도입으로 이어지나" 참조) SMP 상한제는 전기사업법과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에 의거해 전력거래가격이 특별히 급등하거나 국민생활 또는 국민경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력도매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SMP 상한제는 시행하고자 하는 날이 속하는 월의 직전 3개월 가중평균 SMP가 직전 4개월부터 직전 123개월까지의 월별 가중평균 SMP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월의 가중평균 SMP 이상인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상한 가격은 시행 직전 4개월부터 직전 123개월까지의 가중평균 SMP에 1.5를 곱한 값으로 한다. 설비용량 100kW 이상인 모든 발전기에 적용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해 kWh당 120원대 수준이던 SMP가 250원 이상으로 급증하자 정부는 전력시장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2022년 7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번에는 150~160원 수준에서 상한가가 설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도입 LNG 가격은 장기계약물량의 경우 국제유가(브렌트유)와 연동되고 환율 영향을 받는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이달 초에는 110달러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전쟁 전 1430원 수준에서 이달 초 1501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490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JKM(동북아 현물가격)은 전쟁 이전 MMBtu당 약 10달러 수준에서 최근에는 20달러를 보이고 있다. 이미 가스공사가 일부 스팟 물량을 이 가격에 계약을 완료된 상태로, 이르면 5월부터 전력시장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가장 높은 발전기의 변동비가 해당 시간대의 전력도매가격(SMP)을 결정하는 '한계가격 결정 방식'을 따른다. 즉 여러 발전원이 동시에 가동되는 상황에서 가장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가 마지막으로 투입되며, 이 발전기의 발전비용이 시장 가격으로 형성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최고가 스팟 가격으로 도입된 LNG를 사용하는 발전기가 가동될 경우, 해당 비용이 그대로 SMP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SMP가 현재의 두 배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SMP는 kWh당 110~120원 수준이지만, 연료비 상승이 반영되면 200원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SMP 상한제의 핵심 목적은 민간 발전사의 초과이익 환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는 그동안 위기 국면에서 특정 기업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에너지 가격 급등기마다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시장 상황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에 대해 일정 부분 환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번 SMP 상한제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서, 에너지 위기 속 민간 발전사의 이익을 일정 부분 통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LNG 직도입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민간 발전사들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상황에서 일부 사업자에게 과도한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한제가 과거보다 훨씬 강한 규제로 작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러·우 사태 당시에는 민간 발전사 손실에 대해 일정 부분 보상이 병행됐지만, 이번에는 별도의 보상 장치 없이 수익을 직접 억제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SMP 상한제는 전기요금 상승 요인을 어느 정도 완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통제로 전력시장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SMP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발전사들이 연료비 상승을 전력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일부 발전사들은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 압박을 겪은 바 있다. SMP 상한제 적용기간은 과거 3개월 한시로 제한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고시 개정을 통해 일몰 기한이 없이 상시 적용 형태로 설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몰 규정은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해당 규제가 자동으로 종료되도록 하는 장치다. 즉 정책 도입 당시부터 적용 기간이 명확히 설정돼 있어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규제가 자연스럽게 해제되는 구조다. 반면 상시 규제는 별도의 종료 시점을 두지 않고 정책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지속되는 형태로, 사실상 구조적·상시적 개입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동일한 SMP 상한제라도 일몰 규정이 적용될 경우 단기적 시장 안정 장치로 기능하는 반면, 상시 규제로 전환될 경우 전력시장 가격 형성 구조 자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MP 급등은 곧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으로 직결된다. 전력 소매 판매 가격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도매가격이 급등할 경우 한전 적자가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SMP 상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도 이 같은 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중동발 에너지 가격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시적 대응이 아닌 구조적 가격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 자체를 규제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여전히 14조원 이상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억제는 재무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가스 가격이 아닌 전력시장 가격(SMP)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번 SMP 상한제 재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전력시장은 다시 규제 중심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력시장 관계자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민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기적인 요금 안정과 중장기 시장 기능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직도입 발전사는 유리한 조건에 계약을 잘해서 구조적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인데 위기가 올 때마다 '횡재세'라고 하니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계속 이렇게 규제를 할 것이라면 발전분야를 100% 공공부문으로 전환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산업용 전기요금은 소비자의 부담

정부가 2분기의 전기요금을 동결한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연료비 조정단가에 적지 않은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미(未)조정액을 고려해서 전기요금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200조 원이 넘는 무거운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중동발 에너지·공급망 위기에 의한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도 고려했을 것이다. 전기요금이 12개 분기 연속해서 동결되는 주택용과 일반용(업무용)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에 떨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다. 중동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비 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의 냉방용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 여름철 전력 대란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전력 소비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계의 입장도 난처하다. 지난 정부에서 무려 73%나 올려놓은 산업용 전기요금 때문에 고사(枯死)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기업의 현실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79.23원으로 급전(給電)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고, 소비량도 적은 주택용 155.52원보다 15%나 더 비싸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괴망측한 비정상이고, 심각한 불공정이다. 지난 정부의 포퓰리즘이 만들어낸 끔찍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겨놓은 탈원전 비용을 몽땅 산업용 전기요금에 떠넘겨 버렸다.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피하겠다는 꼼수가 뒤늦게 제조업과 인공지능을 위협하는 폭탄을 만들어낸 것이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비싼 전기요금 탓에 철강 공장은 조업 시간을 줄이고 있고, 염색 공장은 상당한 물량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중국과 중동의 과잉 투자로 발생한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석유화학산업계의 현실이 가장 절박하다. 작년 8월부터 시작했던 '자율 구조조정'도 이번 중동 위기로 길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미래 산업도 흔들린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위해 100조 원을 투자하고 반도체 2대 강국을 위해 70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정과제도 위험한 상황이다. 네이버·카카오·KT 등 빅3 IT기업이 데이터센터 가동에 사용한 전력은 지난 5년 사이에 75%가 증가했는데 전기요금은 2배가 넘는 156%나 폭등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앞으로 들어서게 될 데이터센터가 과연 살인적인 전기요금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4월부터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부과 체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1977년 이후 49년 만의 대규모 개편이다. 가장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최대부하' 시간대를 낮에서 저녁·밤으로 옮긴다. 태양광·풍력 전기가 남아도는 낮 시간대 전력 소비를 유도하고, 전기요금을 깎아주던 심야 요금은 오히려 인상한다. 산업용 전력의 수요를 분산해서 전력망의 부하를 낮추고, 산업 현장의 전력 소비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4만여 곳의 산업용(을) 사업장 중 97%인 3만8000여 곳에 요금 인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개편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심야의 작업을 주간으로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 년 365일 연속 가동이 필요한 정유·석유화학·철강·반도체 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번 개편으로 한전은 연간 5000억 원의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태양광·풍력의 전기가 남아도는 것은 짧은 봄·가을에 한정된 일이다. 결국 태양의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이나 장마가 길어지는 여름에는 가격이 불안정한 LNG 발전을 더 많이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를 늘이자는 주장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태양광·풍력 설비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LNG 발전량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업주가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제품의 원가에 반영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 먹게 만든다. 기업이 전기를 물 쓰듯 펑펑 낭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도 억지일 수밖에 없다. 제품 원가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를 함부로 낭비하는 기업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가 아니라도 주택용·일반용 전기의 낭비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덕환 외부기고자

中 조선 점유율 70% ‘독식’…K-조선 ‘기술 우위’도 흔들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의 '그립(Grip·장악력)'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저가 수주 중심의 양적 팽창을 넘어 이제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시장까지 집어삼키며 사실상 글로벌 조선업의 지배력을 굳히는 모양새다. 반면에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로 맞서온 한국 조선업은 압도적인 물량을 앞세운 중국의 규모의 경제 앞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수주 점유율은 물론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 잔량에서도 초격차로 뒤처진 우리 조선업계의 딜레마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완전히 드러나면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70% vs 20%, 굳어지는 점유율 격차…'10개월 연속 1위' 중국의 질주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와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758만 표준선 환산 톤수(CGT)로 전년 동기 대비 40.3% 폭증했다. 글로벌 선대 교체 사이클과 맞물려 시장에 쏟아진 이 거대한 발주 물량을 쓸어 담은 승자는 단연 중국이었다. 중국은 1분기 수주 점유율 약 70.5%(1239만 CGT)를 기록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식했다. 한국은 20.3%(357만 CGT)에 머물렀다. 2025년 1분기 양국의 점유율 격차가 22%p(중국 48.8%·한국 26.8%)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격차가 50%p 이상으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최근 집계된 데이터에서도 중국은 10개월 연속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월별 데이터를 뜯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은 2025년 2월 수주 점유율이 11%까지 떨어지며 부진을 겪었던 반면, 당시 중국은 8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물량을 독식했다. 한국 조선사들을 작년 누적 247척의 수주 페이스를 보이며 질적 성장에 집중했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공격적인 '밀어내기식' 수주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1분기에도 한국의 점유율은 20%대 초반 박스권에 갇히고 말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중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는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벌크선과 소형 컨테이너선에 집중했던 중국 조선소들은 이제 한국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대형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과 메탄올 등 친환경 이중 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까지 수주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양으로 밀어붙이던 중국이 질적인 역량까지 끌어올리며 K-조선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182.07 고공행진 신조 선가의 역설, 달콤한 과실은 중국 몫 수주 물량을 뺏기는 와중에도 글로벌 선박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조선시장의 가장 큰 역설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2.07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수준(약 187)에서 소폭 숨을 고르고 있으나, 2021년 3월(130.2)과 비교하면 여전히 40% 이상 폭등한 수치로 극강의 하방 경직성을 띠고 있다. 선종별 척당 가격을 살펴보면 고부가가치 선종의 대명사인 대형 LNG 운반선은 2억4850만 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억6000만 달러,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은 1억2950만 달러를 기록하며 굳건히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 고공행진하는 선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현재의 선가 방어가 한국의 압도적인 기술적 해자 덕분이라기보다는 중국이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도크(건조 공간)를 싹쓸이하면서 형성된 철저한 '공급자 우위 시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당장 배를 지을 공간을 찾지 못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슬롯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시장 가격의 결정권마저 현재 도크를 무기로 쥔 중국 조선소들로 넘어가면서 선가 상승의 과실을 압도적인 물량을 확보한 중국이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다는 뼈아픈 분석이 나온다. ◇한계 부딪힌 '선별 수주'…원가 경쟁력 가르는 '후판'의 딜레마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제한된 도크 상황 속에서 척당 환산톤수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화력을 집중하며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한국이 수주한 선박의 척당 CGT는 약 4만2000으로, 2만6000 수준인 중국을 앞선다. 그러나 수주 잔량의 거대한 격차는 이 '질적 승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물량은 1억2095만 CGT로 약 64%에 달한다. 한국은 3635만 CGT(약 19%) 수준으로 양국의 일감 차이는 3배를 훌쩍 넘어섰다. 제조업인 조선업의 특성상 압도적인 물량 차이는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등 주요 기자재 구매 협상력의 차이로 직결된다. 수년 치 엄청난 일감을 확보한 중국은 자국 철강사·부품사와의 대량 구매 협상을 통해 파격적인 단가 인하를 이끌어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조선사들은 국내 철강사들과 매 반기마다 치열한 후판 가격 협상 줄다리기를 벌여야만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양적 팽창을 넘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마저 확보하는 임계점에 도달해 한국의 고육지책이었던 선별 수주 전략도 서서히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美 USTR 제재와 IMO 규제, 2026년 하반기 반전의 마지막 분수령 독주체제를 굳혀가는 중국을 제어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대중국 해운·물류·조선업 제재 움직임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를 꼽는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북미·유럽 선주들의 이른바 '탈 중국' 리스크 분산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이 노려야 할 틈새다. 미국의 우방국 공급망 재편 기조 속에서 K-조선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 배출 규제에 맞춘 노후 선박들의 친환경 교체 수요는 생존을 위한 핵심 타깃이다. 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무탄소 연료 추진선 시장은 중국이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격전지다. 지난 9일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에서 이중연료(DF) 엔진이 장착된 4만6000㎥급 암모니아 추진 중형 가스운반선 2척을 세계 최초로 건조했고, 마무리 작업을 거쳐 오는 5월과 7월 말 각각 선주사에 인도한다.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설계 및 제작한 암모니아 운반선(길이 190m, 너비 30.4m, 높이 18.8m)은 미래 무탄소 해운 시장의 핵심 병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선박은 3기의 고성능 화물창을 탑재해 암모니아와 LPG 등 액화가스 화물을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회사는 추진 엔진의 회전력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축 발전기(Shaft Generator)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장착해 환경 규제 대응력을 높였고, 암모니아의 특성을 고려한 실시간 가스 감지장치·배출 회수 시스템 등 독보적인 방재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한화오션도 지난해 8월 '노르쉬핑 2025'에서 한국선급(KR)·노르웨이선급(DNV)과 3건의 MOU를 체결하며 △15만 CBM급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개발 △LNG 운반선 설계 최적화 △맥티브(MCTIB) 연료 탱크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점하고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NH3)는 영하 253℃의 극저온이 필요한 액화수소와 달리 가압(약 8bar)이나 저온(-33℃) 환경에서도 보관이 가능하며, 동일 부피당 저장 밀도는 수소보다 1.7배나 높아 대규모 장거리 운송에 최적화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해운 연료 내 암모니아 비중이 46%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압도적 기술력을 갖춘 암모니아 추진선·운반선 수요는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조선업의 성패는 다가오는 '친환경선박 교체' 슈퍼 사이클에서 누가 주도권을 선점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안주하기에는 중국이 쥔 시장의 그립이 단단한 만큼 한 발짝 앞선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차세대 선박시장의 표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중국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현장의 위기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E칼럼] 부존자원 없는 나라의 필수전략, 에너지절약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본 전문가들은 에너지절약 정책이 국내 에너지정책 입안 과정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름 수십 년간 전해져 왔던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서 에너지절약 정책은 가장 앞서 적용되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이란 사태로 갑자기, 그리고 허겁지겁 에너지절약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의 첫 순서는 먼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예측하는 것이다. 미래 에너지 수요 예측치에 대한 나름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음은 이제 여러 정책과 방안을 적용해 보는 순서인데, 전통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효율 증대나 에너지절약을 위한 정부 계획, 현행법으로는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을 가장 먼저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절약과 이용합리화를 수행하여 줄일 수 있는 수요량을 빼고 남게 되는 수요 예측치를 목표로 하여 에너지 공급 정책과 방안을 도출하는 순서를 거쳐 정책을 완성하여 왔다. 우리나라가 이와 같이 에너지이용합리화 정책과 방안을 에너지 공급 정책과 방안에 앞서 적용하여 온 이유는, 당연히 한반도에 부존된 에너지원이 그 수요에 비하여 양과 종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1970~80년대 1, 2차 석유 위기를 겪은 이후부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데 나름 전 국민이 동의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고유가와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정책 수립의 이행 순서에 변화가 생겼다. 공급 정책이 수요예측 바로 다음으로 순서를 당겨 나타났다. 에너지전환정책, 해외자원개발정책, 재생에너지공급정책, 원자력공급정책 등이 그들이다. 사실 정책의 우선순위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에너지절약 정책의 순서가 아주 뒤로 밀려버린 것이다. 에너지 효율 지표를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여 보면 그 영향이 확실히 드러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 효율의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하는 에너지집약도(에너지사용량을 GDP로 나눈 수치)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1980년 이래 지난 40여 년 내내 일본 등 주요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우리의 에너지집약도는 1980년 0.27에서 2022년 0.16으로 개선되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은 1980년 0.15에서 2022년 0.08로, 독일은 0.19에서 0.08로, 영국은 0.15에서 0.05로 더 크게 개선되었다. (아래 표 참조) 더 큰 문제는 미국에도 추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에 0.26으로 우리와 비슷하던 미국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를 앞질러서 2022년에는 0.10을 달성하였다. 미국이 이제 우리나라가 아니고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 가까운 효율을 보이는 것이다. 에너지집약도 지표를 구성하는 두 변수 중 분모인 GDP가 지난 40년 동안 엄청나게 커졌는데도 효율 지표가 좋아지지 않은 것은 정책 우선순위 변화의 영향이 없다고 반박하기 어렵다. 에너지효율화 정책 우수국가인 독일의 정책을 살펴보면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부문 에너지절약 정책은 LEEN (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이다. 21세기 들어서 시작하였으며 이미 독일 내 2천여 개의 중견, 중소기업이 해당 정책의 혜택을 받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지역별로 연합체를 만들어 대학, 정부, 연구소가 도움을 주고 서로 절약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일본, 영국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나라는 모두 진짜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쪽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왔다. 에너지 가격을 요금으로 묶어 두는 정책이나 단기적인 캠페인형 정책이 아니고 말이다. 그렇기에 독일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도 한국의 두 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일본, 영국 등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사용량이 줄어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도 따라올 것이며 재생에너지 보급 역시 늘어남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무역수지가 좋아지고 경제가 에너지 위기에 강해지는 효과는 덤으로 얻고 말이다. 이번 이란 사태는 에너지절약 정책이 다시 한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돌려놓을 기회이다. 국민들이 모두 에너지 효율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산업현장의 에너지 효율화 향상 방안을 추진하고 또한 효율화 투자를 지원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과 기업이 실제로 절약과 효율화에 나서게 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동참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허은녕

[기후 신호등] 호르무즈 사태, 인류의 석유중독을 드러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불러온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에너지 위기로 그치지 않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질소 비료인 요소,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의 공급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산업과 농업, 식량 체계, 나아가 일상 생활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치솟는 자동차 연료비는 물론 종량제 쓰레기 봉지 품귀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80년 동안 인류가 구축해온 산업 문명의 구조적 취약성을 한순간에 드러낸 사건이다. 우리가 '성장'이라 부르며 쌓아올린 시스템, 편리함에 익숙해진 결과다. 그 중심에는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질소 비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자리하고 있다. ◇'대가속' 80년…수직 상승한 소비량 현대 문명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 중반 이후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주국립대학교와 스톡홀름 회복력센터 소속 소속 윌 스테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5년 학술지 '인류세 리뷰(The Anthropocene Review)'에 발표한 논문 '인류세의 궤적: 대가속'에서 1950년 이후 인류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에너지 소비, 비료 사용량, 물 사용량 등 거의 모든 지표가 195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농경을 시작한 이래 지난 1만1000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수직 상승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대가속(大加速)'이라 불렀다. 또한 국제지구권-생물권 프로그램(IGBP)이 2004년 발표한 보고서와 2015년 스톡홀름 회복력센터의 '지구시스템 대시보드(Planetary Dashboard, 지구 행성 계기판)' 역시 동일한 결론을 제시한다. 즉, 인간 활동은 더 이상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 자체를 뒤흔드는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전쟁과 인류세…인간이 닦은 기반 붕괴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산업화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뒤흔드는 지질학적 전환으로 이어졌다. 스테펀 교수는 2011년 논문 '인류세: 전 지구적 변화에서 행성 차원의 관리로'에서 인간 활동이 기후, 생물다양성, 질소·탄소 순환을 지배하고 있고, 따라서 인류가 새로운 지질시대의 문을 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새로운 지질시대가 '인류세(人類世)'다. 인류세는 인간이 단순히 자연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 넘어, 지구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스테펀 연구팀은 더 나아가 2018년 미국 국립 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시스템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지속 가능성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인류세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에너지 공급을 끊고, 물류를 마비시켰고, 식량 생산 기반을 흔들었다.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산업 문명의 물질 순환 자체를 교란했다. 관련 기관들은 전 세계 원유와 LNG의 20~25%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글로벌 공급의 10% 이상이 즉각적으로 차질을 빚게 된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10%의 부족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파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증폭돼 큰 해일이 되고 있음을 인류는 목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인류 사회가 전쟁이 하나로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임을 드러낸 것이다. ◇화석연료 소비: 문명의 토대가 된 에너지 현대 사회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지난달 보도에서 석유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플라스틱·섬유·의약품·화학제품 등 6000여 종 이상의 제품의 원료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전체 화석에너지 소비는 1950년대에 비해 약 3배로 늘었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는 1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의존이 기후위기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는 2023년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유지할 경우 1.5℃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2023년 연설에서 “화석연료는 인간 생존과 양립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OUP)가 발행하는 기후변화 분야의 오픈액세스(Open Access) 학술지인 '옥스퍼드 오픈 기후변화(Oxford Open Climate Change)'에 발표된 논문에서 각국의 전문가들은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뿐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 생물다양성 붕괴, 화학 오염을 동시에 야기하는 '복합 위기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남용: 편리의 대가로 생태계 훼손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산물이자, 현대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플라스틱이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을 교란하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약 200만 톤이었는데, 2022년에는 연간 약 4억 톤 이상으로 약 200배로 증가했다. 1950년 이후 총 생산량(누적생산량)은 90억 톤이 넘는데, 이 중 약 9%만 재활용됐다. 미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 공익 재단인 퓨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전체 플라스틱 오염의 약 13%를 차지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방해해 탄소 흡수 기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체 영향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연구들은 미세플라스틱이 혈액과 폐, 장, 심지어 뇌에서도 검출된다고 보고했다. 이제 플라스틱은 “전 생애주기에서 인간 건강에 해를 끼치는 위험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질소 비료 중독: 취약해진 식량 시스템 현대 농업은 화석연료 기반 시스템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질소 비료 생산량은 1950년 약 1000만 톤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약 1억 5000만 톤 이상에 이른다. 15배로 증가한 셈이다. 질소 비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생산되며, 전 세계 식량 생산의 약 절반이 이에 의존하고 있다. 대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데 천연가스에서 얻은 수소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 공급망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는 데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요소 수출의 약 34%, 암모니아 교역의 약 23%가 해협 봉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료 가격 상승은 곧 식량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보도에서 식료품 가격이 최대 18%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질소 비료의 과잉 사용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 스톡홀름 회복력센터의 요한 록스트룀 교수는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연구에서 질소 순환이 이미 안전 한계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현재 인간이 인위적으로 생산하는 연간 약 1억5000만 톤의 암모니아 등 반응성 질소는 자연계에서 생성되는 것의 두 배가 넘는다. 그 결과 담수와 해양에서는 부(富)영양화와 녹조·적조가 발생하고, 저산소 수역인 '죽음의 구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의 제임스 갤러웨이 교수는 “질소는 인류에게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환경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원소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 가지 중독'이 만든 순환고리 화석연료는 에너지원이자 원료다. 그 원료는 플라스틱과 비료로 전환되고, 그 비료는 다시 식량을 만들고, 플라스틱은 생활용품과 공업 원료를 만든다. 즉, 현대 문명은 '에너지 → 화학 → 의식주'라는 단일 시스템 위에 구축되어 있다. 이 구조 속에서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질소 비료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 고리를 이룬다. 인류는 지난 80년 동안 값싼 화석연료에 의존해 성장했고, 플라스틱으로 생활의 편의를 극대화했으며, 비료로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1950년 이후 인류의 화석연료와 질소 비료가 증가하고, 플라스틱 소비가 폭증한 것은 단순한 산업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에너지·화학·식량이 결합된 '대가속' 구조의 산물이다. 톱니바퀴처럼 서로가 서로의 소비를 부추기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겪으면서 이런 구조가 위기를 맞았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특정 자원과 시스템에 중독되어 있는지를 드러나고 말았다. ◇탈중독 사회로의 전환 전략 수립 필요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위기는 언젠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유조선의 통행료가 거론되는 만큼 전쟁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단순한 에너지 확보나 공급망 복원을 목표로 할 것 아니라 화석연료·플라스틱·비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문명 대전환이 근본적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세 가지 중독(화석연료·플라스틱·질소 비료)을 끊는 것이 아니라,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고 시스템을 분산·순환형으로 전환하는 것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과 더불어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일 필요가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이미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다. IEA는 2022년 보고서에서 효율 개선만으로도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약 30%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플라스틱 남용에서 탈피하려면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 토론회에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과 화석연료의 상호의존적인 구조를 지적했다. 중동발 공급 충격은 이런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는 것이다. 홍 소장은 “탄소배출 저감, 공급망 관리, 미세플라스틱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플라스틱 제품에 '플라스틱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질소 비료 문제는 식량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제임스 갤러웨이 교수는 2021년 '환경·자원 연례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질소 문제 해결을 위해 '효율 개선과 순환 회복'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센서와 데이터 기반으로 비료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정밀 농업 △생물학적으로 질소를 고정하는 콩과(科)식물 활용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강화 등을 제시했다. 결국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문명에서, 덜 의존하고 더 견디는 문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기차 충전요금 인하·표시 의무제 도입…충전시장 개편 압박 [이슈분석]

전기차 충전시장이 완속 부문 요금 인하와 표시 의무제 도입 등 개편 압박을 받고 있다. 전기차 차주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기차 충전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정이 함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업계는 일부 잘못된 정보도 함께 퍼지고 있어 업계 의견을 대변할 목소리가 부족하다며 협회를 신설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전기차 충전 관련 공약을 포함한 '착!붙 공약' 2·3호를 발표했다. 공약에는 오프라인 요금 표시제, 완속 기준 충전요금 가이드라인 제공, 알뜰 전기차 충전소 시범 운영 등이 포함됐다. 이에 맞춰 복기왕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주유소처럼 요금을 충전시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요금 표지판 등을 설치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공약을 발표하며 “깜깜이 전기차 요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요금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여당의 완속 충전요금 부담 완화 기조에 발맞춰 움직였다. 기후부는 지난 9일 전기차 충전사업자를 불러 전기차 충전 원가를 기반으로 한 충전요금 개편안 추진 방향을 알렸다. 개편안에는 기존 기후부 전기차 로밍카드 요금 상한선인 100킬로와트(kW) 미만 kWh당 324.4원, 100kW 이상 347.2원을 더 세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완속인 30kW 미만은 kWh당 281.6원으로 기존 324.4원보다 13.1% 낮게 측정됐다. 반면 급속 구간인 100kW 이상에서는 100kW 이상 200kW 미만 요금이 378.7원으로 기존 347.2원보다 9% 인상됐다. 이번 요금 개편안은 완속은 낮추고 급속은 올린 것이 핵심이다. 이는 지난 2월 국회에 게시된 전기차 충전요금 관련 청원 동의가 지난달 5만명을 넘기면서 나온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청원에는 최근 아파트 완속 전기차 충전기가 업체의 스마트 충전기로 교체된 이후 충전요금이 급상승했다는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기차 완속 충전업계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완속 충전시장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보다는 자체적으로 원가와 이윤을 정해 요금을 통보하면서 인하 압박만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일부 아파트 전기차 완속 충전요금이 저렴했던 이유로, 충전요금 누진구간 일부와 유지비가 아파트 공동부담으로 처리되면서 가격이 낮게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공동부담에서 분리할 경우 완속 충전요금은 업체 수준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 전기차 충전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쓰지 않는 아파트 주민도 전기차 충전시설 유지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구조는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 업계에서는 기후부가 지난 9일 제시한 완속 충전요금 원가가 실제 현장과 일치하지 않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급속 충전업계는 충전요금이 인상돼 한숨을 돌렸지만 여러 규제 도입 예고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전기차 충전업계는 그동안 관련 이슈에서 업계를 대변할 단체가 없었다고 보고 지난 8일 한국전기자동차충전사업협회를 공식 발족했다. 그간 전기차 충전사업자들을 회원사로 둔 협회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있다. 그러나 자동차환경협회가 기후부의 급속 충전기 사업을 대행하면서 업계를 대변하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판단 아래 업계는 새 협회를 만들게 됐다. 이들은 협회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면서 산업 내 자정 작용과 권익 보호를 함께 도모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 과기부 배경훈 vs 기후부 김성환…데이터센터 전력믹스 ‘충돌’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특별법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최종 입법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법안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유치 및 구축이 쉽도록 핵심요소인 전력, 용수, 부지 등에 대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제도를 폭넓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력에서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소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전력직접거래(PPA)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력산업을 총괄하는 기후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부는 LNG발전까지 PPA를 허용할 경우 타 산업과 형평성에 안 맞고, 탄소중립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과 에너지전환 정책이 입법과정에서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회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별법 과방위 소위 통과, 법사위서 기후부와 충돌 예상 10일 전력 및 IT업계에 따르면 여야 여러 의원이 발의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진흥 특별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전체회의에서 심사 중이다. 업계는 상임위 여야 간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전체회의까지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본회의 상정 전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이다. 법사위에서 이 법안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별법안에서는 AIDC가 대용량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한 공급을 위해 전력직접거래(PPA)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PPA는 전력 수요자와 발전사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전력산업을 총괄하고 있는 기후부는 특별법안의 PPA 조항에 대해 수용한다면서도 재생에너지 전력에만 한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방위원들은 간헐성 문제가 있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DC에 절대 충분한 전력 공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LNG 등 다른 전력원까지 PPA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방위원들은 이 부분에서 기후부와 충돌 가능성을 알면서도 일단 LNG 전력까지 PPA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법사위에서 기후부와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배경훈 “전력이 가장 중요", 김성환 “데이터센터는 탈탄소 전력으로" 결국 이 사안은 과기부와 기후부 장관들 간의 기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지난 9일 “AIDC의 핵심은 전력 문제인 만큼 그 부분에 있어서 양보할 수는 없다"며 “AIDC의 전력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 그 부분은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전력정책 핵심으로 두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0월 22일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를 방문한 후 페이스북에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적절한 믹스로 탈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 탈탄소 중심의 녹색 대전환(GX)과 AI 대전환(AI)을 양대 축으로 삼아 제조업 강국 재도약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보급하고, 2040년까지 석탄발전 60기를 폐쇄하는 등 화력발전은 점차 줄여나갈 계획을 내놔 앞으로 신규 LNG발전 등이 들어올 틈은 매우 적은 상황이다. 전력업계에서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 강국 도약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제약없는 전력 공급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동해안 석탄발전소들이 가동률 20~30%대에서 놀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정부가 PPA나 데이터센터 전력특례에 석탄발전을 포함시켜주면 즉각 이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수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현황을 매일 주시하고 있다"며 “AI 인프라는 글로벌 속도전이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발전원 이념 논쟁이 갇혀 있을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 AIDC의 경우 LNG 열병합발전으로 전력을 충당하는 시나리오로, 연간 전력소비가 213.2GWh,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는 718.2GWh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AIDC가 단순한 IT 설비가 아니라 지역 전력계통과 연료수급 구조까지 흔들 수 있는 대형 전력 수요처라는 뜻이다. ◇李정부 국정과제 'AI강국'과 '탄소중립' 충돌 산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만큼은 이념보다 현실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AI 데이터센터는 제조공장과 달리 순간 정전이나 출력 변동에 훨씬 민감하고, 전력단가 차이가 곧 국가 AI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GPU 클러스터 기반의 고집적 AIDC는 24시간 상시 가동이 기본이어서, 태양광·풍력 중심 공급만으로는 전력품질과 경제성을 동시에 맞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원전, LNG, ESS, 계통전력,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한 현실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탈탄소 전원이냐, 아니냐'의 이분법보다 '어떤 조합이 가장 안정적이고 값싼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전력은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특정 전원을 배제하는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AIDC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AI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국가 목표가 실제 정책 현장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해법이 필요하고, 동시에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약속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전력특례 논쟁이 향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 믹스 논의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공공2부제·민간자율5부제 석유 소비 절감효과 최대 3.8%”

정부가 중동 전쟁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시행하는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민간 자율 5부제의 석유 소비 절감 효과가 최대 3.8%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0일 '차량 운행 제한 및 재택근무 시행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절감 효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공공부문 2부제와 민간 자율 5부제를 시행할 경우 휘발유·경유 소비는 2024년 일평균 소비량(59만3000배럴) 대비 약 3~3.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하루 최대 2만2534배럴의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공공부문 2부제 적용 대상 차량 153만6000대를 기준으로 하루 약 1만2974배럴의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의 경우 자율 5부제 참여율을 16~30%로 가정하면 하루 약 4970~9318배럴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누적 절감량은 5월 말까지 시행 시 약 17만4000~32만6000배럴, 6월 말까지 시행 시 약 27만8000~52만2000배럴로 추정됐다. 재택근무 확대 시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2부제 적용 대상이 아닌 통근 차량의 15~30%가 재택근무에 참여할 경우 공공부문 전체 절감 효과는 하루 1만4920~1만6866배럴로 추정됐다. 공공부문 2부제만 할 때 절감량 1만2974배럴보다 최대 4000배럴 가까이 더 절감량을 늘릴 수 있다. 연구원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차량 2부제와 재택근무를 우선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민간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하는 수송부문 수요절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주말 다시 봄 날씨…낮 기온 올라

주말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봄 날씨가 나타나겠다. 10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11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12일은 대체로 흐리겠다. 11일과 12일 전국 최저기온은 각각 5~12℃(도), 3~11도이며, 최고기온은 16~23도, 19~24도로 예보됐다. 서울은 11일 최고기온이 17도에서 12일 22도까지 오르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13일 아침에는 전남과 제주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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