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단 이사장, 정치인 vs 내부인 경합…태양광 정책 향방 가른다

에너지공단 이사장, 정치인 vs 내부인 경합…태양광 정책 향방 가른다

정부의 한국에너지공단 신임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와 내부 출신 후보가 막판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태양광 분야에서 정치권 출신은 분산형·소규모 중심, 내부 출신은 대규모 중심의 효율·단가 인하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전망돼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공단 이사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로는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수석부위원장(햇빛배당네트워크 대표)과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신부남 에너지공단 기후대응이사가 꼽..

이날 저녁 수도권 눈 내려, 도로살얼음 주의

4일 저녁 수도권에 눈이 시간당 1~3㎝ 내릴 예정이다. 강추위는 오는 5일까지 이어져 다음 날 출근길 도로 살얼음에 주의해야겠다. 주말에는 기온이 비교적 오를 전망이다. 기상청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강원 동해안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전북, 전남 북부, 경북 서부 내륙·북동 내륙·북동 산지, 경남 서부 내륙, 제주에 비나 눈이 오겠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에는 눈이 시간당 1~3㎝씩 강하게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녁부터 밤까지는 충북 북부에 시간당 1~3㎝의 눈이 오겠다. 5일까지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며 내린 눈이 도로에 얼어붙을 수 있다. 5일 전국 최저기온은 -11~2℃(도), 최고기온은 1~9도로 예보됐다. 주말인 6~7일은 우리나라 북쪽으로 기압골이 지나가면서 온화한 서풍이 유입돼 포근하겠다. 6일 전국 최저기온은 -8~2도, 낮 최고기온은 4~14도이며, 7일은 -1~8도와 8~16도가 되겠다. 6일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에는 눈이나 비가 조금 내릴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성환 장관 “포스코에 kg당 2500원 수소 공급할 것”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8년 착공 예정인 포스코의 30만톤 규모 수소환원제철 설비에 kg당 2500원의 저렴한 수소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세계수소엑스포 조직위원회(한국수소연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한 세계수소엑스포(WHE 2025)에 참석, 격려사를 통해 이같은 계획을 알렸다. 그는 “포스코가 조만간(2028년) 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대규모 플랜트 시설을 짓는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수소환제철에 kg당 2500원 수준의 수소를 공급할테니 철강시설을 빠르게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자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이 아닌 수소를 연료로 철광석에서 철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수천도의 고열이 필요한 제철 공정 특성상 전기로의 전환은 어려워 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철강산업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는 수소환원제철이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18년 대비 53~61% 감축)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수소가격이 kg당 만원(수소차 충전 기준)에 달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수소환원제철이 이르면 2031년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향후 5~6년 안에 수소가격을 현재의 4분의 1 수준인 kg당 2500원으로 낮춰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수소업계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산업 경쟁력 강화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수소연합 회장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 후발 국가인 중국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수소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가 그는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 정부가 관심과 지원을 지속한다면 우리나라의 수소산업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공단 이사장, 정치인 vs 내부인 경합…태양광 정책 향방 가른다

정부의 한국에너지공단 신임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와 내부 출신 후보가 막판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태양광 분야에서 정치권 출신은 분산형·소규모 중심, 내부 출신은 대규모 중심의 효율·단가 인하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전망돼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공단 이사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로는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수석부위원장(햇빛배당네트워크 대표)과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신부남 에너지공단 기후대응이사가 꼽히고 있다. 정치권 출신 1명과 공단 내부 인사 2명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해진다. 최 부위원장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대통령비서실 농어업비서관 등을 지낸 농정·지역정책 전문가로 현재는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과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그만큼 영농형 태양광 확대와 지역주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해 배당을 받는 '햇빛연금' 사업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업계는 최 부위원장의 그동안 행보를 고려할 때 이사장에 임명될 경우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 중심의 정책 방향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소장은 환경단체, 정치권, 지방자치단체를 거쳐 공단에 합류한 인사로 내부 출신이지만 정치권 경험도 갖고 있어 두 성향을 동시에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경실련·환경정의·맑은물포럼 등 환경·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우원식 의원실 비서관, 김상희 국회부의장실 보좌관, 청와대 행정관, 서울 중구청 정책보좌관 등을 거쳐 2021년 12월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에 임명됐다. 2021년 12월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으로 임명된 이후 약 4년 가까이 태양광·풍력 보급사업, 제도 개선·현장 조율을 총괄했다. 최 부위원장과 비교하면 정책 설계·제도 보완·보급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소규모보다는 대규모 중심의 보급과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 이사는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주쿠웨이트·주불가리아 대사 등을 지냈다.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보다는 기후외교 역량에 강점이 있어 임명 시 국제 협력·기후외교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정책 경험이 있는 최 부위원장과 유 소장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에너지공단 인사가 태양광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풍력 등 다른 분야에서는 큰 변별점을 보이지 않지만, 태양광 분야에서는 정책 색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100기가와트(GW) 확대와 함께 햇빛연금 확산, 균등화발전비용(LCOE) 인하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주민에게 발전수익 일부를 배당하는 햇빛연금은 단기적으로는 LCOE 인하와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 이 상충되는 두 정책 사이에서 누가 이사장에 임명되느냐에 따라 정부가 어느 정책에 더 힘을 실을지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신임 이사장의 성향이 곧 정부 태양광 정책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며 “정치권 출신은 지역 분산형 확대, 내부·전문가 출신은 대규모·단가 하락 중심의 보급에 더 힘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너지공단은 에너지효율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 이행 기관으로 꼽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SK이터닉스, 75MW 규모 풍백풍력 발전단지 준공

SK이터닉스가 75메가와트(MW) 규모의 풍백 육상풍력 발전단지를 준공했다고 4일 밝혔다. 풍백풍력 발전단지는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과 의성군 춘산면 일대에 위치한다. 지멘스 가메사의 5MW급 터빈 15기를 설치해 총 75MW 규모로 조성됐으며, 총 사업비는 약 2150억 원이다. SK이터닉스가 EPC(설계·조달·시공)를 주관했으며 공동 투자자인 한국서부발전이 운영∙유지관리(O&M)를 맡는다. 이 발전단지에서는 연간 약 13만메가와트시(MWh)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약 3만6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30년생 소나무 약 63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연간 약 5만80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이터닉스는 직접전력구매계약(직접 PPA) 형태로 국내 수출 기업 등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RE100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준공으로 SK이터닉스는 기존 운영 중인 제주 가시리 풍력(30MW), 울진 현종산 풍력(53MW)에 이어 운영 중인 육상풍력 규모를 158MW로 확대했다. 또한 개발 중인 의성 황학산(99MW), 포항 죽장(68MW)까지 포함하면 육상풍력 누적 개발 사업은 325MW가 된다. 여기에 신안 우이(390MW), 인천 굴업도 해상풍력(255MW) 등을 포함하면 전체 풍력 개발 사업은 총 1600MW 규모로, 국내 민간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환경과 기술, 지역사회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성과"라며 “앞으로도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풍력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美 “한·일 투자금, 원전 건설에 우선 투입”…한국 원전업계 ‘미국 진출’ 눈앞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 중 일부를 미국 내 원전 건설에 우선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원전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 합의에 따라 투자금이 지원되는 사업에는 최대한 한국 기업이 선정돼야 하고, 사업 매니저도 한국이 추천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 미국의 원전 안전 규제는 가장 강력한 편이란 점은 한국 기업한테 변수 또는 극복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2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미국은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병기고를 구축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투자하는 수천억달러로 이를 건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미국의 차세대 전력 인프라에 원전을 전면 배치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최근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최소 10기 착공 △중장기적으로 기존 97GW 원전 설비를 400GW 수준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건설비만 최소 75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협의 과정에서 미국은 △연방토지 임대 △전력·용수 공급 △규제 절차 신속 처리 등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행정·재정 지원을 한국 기업에 우선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가능한 한 한국 업체를 선정하고, 한국 측이 추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배치한다"는 원칙도 명문화되면서, 국내 원전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실질적 우선권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8월 한·미 원전협력 MOU가 체결되면서 향후 원전 수출 협력의 제도적 틀이 마련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상무장관 발언이 더 결정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MOU는 협력 의제 설정에 가까웠던 반면, 이번 발표는 미국 정부가 투자금의 사용처를 '원전'으로 못 박는 실행 단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멈춰 있었고, 그 결과 설계, 시공, 기자재, 정비 공급망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외부 공급망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시공 경험과 원가·납기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미국이 대형 원전·SMR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발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참여 폭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주요 대상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로 SMR·대형 원전 주기기(원자로 용기, 증기발생기) 공급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현대건설·삼성물산은 미국형 원전 EPC 사업 참여가 기대된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사업관리·운영모델 파트너로 참여 여지가 있다. 한수원과 미국 원전 설계기업인 웨스팅하우스(WEC)는 올해 1월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료하고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핵연료·계측·안전시스템 기업들 역시 미국 현지 공급망 부족으로 수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 특히 AI·반도체·클라우드 기업들의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전용 SMR 시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협력 MOU와 달리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는 실질적인 예산 배정이 뒤따르는 정책 결정"이라며 “미국은 원전 공급망이 사실상 사라진 국가다. 돈과 수요가 동시에 생기면, 공급 가능한 국가는 한국과 프랑스 정도뿐이다. 한국 기업에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원전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재생에너지 변동성, AI 전력 폭증, 송전망 포화 등이 겹치며 원전이 다시 선택지로 올라왔다. 이번 발표는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라, 미국 에너지정책 전환의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 기업의 미국 원전시장 진출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위법으로 나올 경우 관세협상 및 그에 따른 부대사업까지 무효화될 수 있다.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미국 원전 인허가 절차 △복잡한 규제 기준 및 안전 심사 △미국 내 정치·환경단체 반발 가능성 △일본·프랑스 기업과의 경쟁 △장기 사업 특성상 환율·금리 리스크 같은 난관도 존재한다. 특히 미국의 NRC(원자력규제위원회) 안전 인허가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꼽히며, 이는 진출 속도를 좌우할 핵심 장애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미국 정부의 원전 투자 우선 배정 발표는 그간의 MOU나 협의 수준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정책 메시지 → 투자금 → 프로젝트'라는 수주 구조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원전 공급망이 붕괴된 미국 시장에서 △안정된 시공 경험 △짧은 공기 △가격 경쟁력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선점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한국 원전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재편을 주도할 수 있는 첫 갈림길"로 평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도시의 미래는 건강한 토양에서 시작된다

12월 5일 '세계 토양의 날'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환경 기념일이다. 2013년 유엔 총회에서 제정된 이 날은 식량 생산, 생물다양성 보전 등 인간을 포함하여 동식물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기반인 토양이 도시화, 산업화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건강하게 보전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토양오염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농경지의 약 14~17%가 비소·납과 같은 유해 금속에 오염되어 있으며, 최대 14억 명이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건강, 식량 그리고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The Economist는 토양을 “인류의 미래 생산 기반"이라고 설명하면서 토양 침식과 오염이 농업 생산 감소와 탄소 저장 능력 약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토양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지역별로 각기 다른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심 속 폐주유소의 토양오염이다. 오랜 시간 땅 속에 묻혀있는 유류 저장탱크가 노후화 혹은 지반 침하로 인해 기름이 유출되면서 토양 뿐 만아니라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게 된다. 특히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암을 유발하는 벤젠, 톨루엔 등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의 토양오염문제 역시 이와 유사한 사례이다. 이외에도 일부 재개발 지역에서는 중금속이 확인되거나, 폐광 지역에서 비소와 카드뮴이 기준치를 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위험으로 부각되는 것이 토양오염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식량생산의 원천이자 우리 삶의 토대인 토양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토양 속 유기물 감소, 잔류물 축적, 빗물 흡수 능력 저하는 도시 침수, 열섬, 생태계 약화 등으로 이어진다.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빨리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토양은 농업뿐 아니라 도시의 안전과도 연결돼 있으며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따라서 토양 문제는 단순히 환경 관리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올해 '세계 토양의 날' 주제는 '건강한 도시를 위한 건강한 토양(Healthy Soils for Healthy Cities)'이다. 해외에서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 도시 토양 교육, 청소년 대상 체험 활동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지만, 우리는 정부 중심의 기념식과 세미나가 주를 이루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국제사회가 토양을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프라로 바라본다면, 한국은 여전히 '오염관리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는 심각한 토양 재난을 겪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토양에 대한 관심과 건강한 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는 미래의 위험을 제거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래된 지하탱크 점검 강화, 재개발 부지 조사 의무화, 도시 토양 정기 점검, 신종 오염물질 관리 등은 지금 시작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토양은 도시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반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위험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앞으로의 도시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조용성

남부발전, 공기업 최초 AI전문가 파격 승진 인사 단행

한국남부발전(사장 김준동)이 특별승진제도를 활용해 공공기관 최초로 사내 생성형 AI 'KEMI'를 구축한 조경수 차장을 부장으로 발탁승진 하는 등 능력 중심의 인사를 실시했다. 남부발전은 최근 정기인사를 통해 1, 2급 간부 총 39명을 승진시켰다. 김준동 사장은 “이번 승진인사는 남부발전의 미래 방향성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략적 전환점"이라고 밝히며, “기후위기 대응과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국가적 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전문기술인재가 존중받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확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남부발전은 앞으로도 △친환경 재생 에너지 확대 △AI기반 디지털 발전소 고도화 △AX기반의 일하는 방식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공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동남아·남아시아 덮친 ‘물 폭탄’ …1400명 희생 부른 폭우의 교훈

지난달 중순 베트남을 시작으로 최근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 연쇄적으로 쏟아진 폭우가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키며 1400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가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이번 '물 폭탄'은 단순한 몬순 피해를 넘어, 이례적 열대성 폭풍과 기후 변화가 결합한 복합 재난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태국·스리랑카, 일주일 새 1000명 이상 사망자 발생 가장 큰 피해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산사태와 홍수가 동시에 덮친 북수마트라·서수마트라·아체 3개 주에서는 780명이 숨졌고, 57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 수천 채가 지붕까지 잠겼고, 도로와 다리가 무너졌다. 태국 남부 역시 30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송클라주 핫야이시는 단 하루 335㎜의 폭우가 내려 도시 전체가 잠겼고, 물은 2층 건물 천장까지 차올랐다. 사망자는 185명, 이재민은 300만 명에 이르렀다. 태국 정부는 항공모함까지 투입해 비상식량을 실어 나르고 있으나, 곳곳에서 “3일째 구조가 오지 않는다"는 절규가 이어졌다. 스리랑카에서도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디트와(Ditwah)'가 불러온 폭우와 산사태로 474명이 사망했다. 콜롬보 인근 저지대는 대부분 침수돼 전력과 식수 공급이 끊겼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 북부에서는 수만 명이 대피했고,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도 폭우와 태풍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학적 원인: '믈라카 해협의 이례적 열대성 폭풍'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을 전형적 몬순 현상이 아닌 복합적 기상 시스템의 충돌로 분석한다. 가장 큰 원인은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사이 좁은 바다인 믈라카 해협에서 드물게 발생한 사이클론 '세냐르(Senyar)'다. 이 폭풍은 강한 수증기와 난류를 일으켜 수마트라 북부와 태국 남부에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왔다. 여기에 필리핀 인근에서 발달한 태풍 '코토(Koto)', 스리랑카를 덮친 사이클론 '디트와' 등의 폭풍계가 상호작용하면서 강수대가 비정상적으로 넓고 오래 머무는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동남아 대부분은 10~4월 '우기'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본래 다습한 대기 위에 폭풍이 겹치며 피해가 극대화됐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기상당국은 “관측 기록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패턴"이라고 평가했다. 다낭시 등 베트남 중부 해안 지역에서는 지난달 하순 폭우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특히 역사 유적 도시로 유명한 중부 후에시에선 지난달 27일 24시간 동안 1700㎜ 이상 장대비가 쏟아져 베트남 기상관측 사상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세계기상기구(WMO) 집계 강수량 세계 기록인 1966년 동아프리카 서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섬의 1825㎜에 근접하는 수치다. ◇경보·대비 '허점' 드러난 국가들…대피 지연·통신 두절·구조 난항 기상 조건 외에도 무분별한 산림 훼손과 광산 개발, 대규모 인프라 확장 등 난개발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이 사라지면서 빗물을 흡수하고 지반을 붙잡아주는 자연 완충 기능이 약화돼 돌발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기상 전문가 응우옌 란 오아인은 “수력발전 사업에 따른 삼림 감소, 도시화가 홍수 발생·산사태 증가의 큰 요인이 됐다"고 AFP에 밝혔다. 각국 당국의 경보 시스템과 대비 태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긴축 재정에 들어간 일부 국가에서는 제방과 댐 관리, 조기 경보 시스템 유지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극한기후가 빈발하는 시대에 대피 계획·조기경보·하천 관리 체계가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가 '강도·규모·속도' 키웠나 과학계는 특정 사건을 '기후변화가 일으켰다'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기후변화가 이번 폭우의 강도를 키웠다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 온도 상승으로 공기가 보유할 수 있는 수증기량 증가(1°C 상승 당 수증기량은 약 7% 증가)하고, 해수 온도 상승은 더 거대하고 습한 열대성 폭풍 생성으로 이어진다. 몬순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특정 지역에 집중호우 쏠림 현상이 강화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기후과학자 응우옌 프엉 로안은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함유하게 되면서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돌발 홍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베트남의 여러 지역이 지형적 특성상 폭우 이후 빗물이 빨리 빠지기 어려운 데다가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지역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지난 5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138개국 수도를 분석한 결과, 도시의 경제 수준과 밀접한 회색 인프라(배수망)는 일반적인 폭우(10년 재현 기간)에는 홍수 완화를 주도하지만, 극한 강우(100년 재현 기간)에서는 그 한계 효용성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극한 기후 변화에 따른 홍수 위험은 국가의 경제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국가가 공유하는 재난 위험이 됐다는 것이다. ◇기후 적응 대책: 인프라 강화·토지관리·조기경보·생태복원으로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남아 각국이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을 본격화할 시점에 놓였다고 강조한다. 이번 폭우는 단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 취약성'이 낳은 복합 재난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베트남 당국은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베트남 북부 홍강 삼각주와 남부 메콩강 삼각주의 제방, 방파제, 배수 인프라를 보강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태풍 야기로 산사태·홍수 피해를 입은 북부 라오까이성에서는 한 마을 전체를 더 안전한 고지대로 이전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응 전략으로는 ▶조기경보·기상 관측망 강화: 고해상도 예측모델, 강수레이더 확충, 모바일 기반 실시간 경보 시스템 구축 ▶하천·도시 배수 인프라 확충: 홍수량 증가를 고려한 제방 재설계, 펌프 시설 확장, 저영향개발 적용 ▶토지이용·산지 관리: 산사태 취약지 개발 금지, 벌채 규제, 산지 식생 복원 ▶자연 기반 해법 활용: 맹그로브·습지 복원으로 홍수 완충 기능 회복 ▶사회적 안전망 강화: 대규모 대피 계획, 재난보험·보상체계 확립, 취약계층 지원 ▶국제 협력: 강수·홍수 정보 공유, 재난 전문기구 협력, 공조 구조 시스템 강화 등이다.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LID)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빗물이 땅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 강우 유출을 최소화하는 도시 설계 기법을 말한다. 빗물 저장·침투 시설, 투수성 포장, 빗물정원 등을 활용해 홍수 위험을 줄이고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은 습지·숲·하천 등 자연 생태계의 기능을 활용해 재해를 완화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식이다. 맹그로브 복원으로 태풍과 해일에 대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 숲 확충, 하천 여울·습지 조성 등을 통해 홍수 완충, 탄소 흡수, 생물다양성 보전 효과를 동시에 추구한다. ◇같은 몬순권 한국에 주는 경고…“과거의 기준으로 대비하면 안 된다" 한국 역시 장마전선 정체, 기류 변화, 폭우 집중도가 심화하는 추세이므로, 동남아의 대규모 재난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역시 여름철 강한 장마전선과 태풍 영향권에 놓여 있어, 이번 동남아 대홍수는 중요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100년·200년 빈도의 폭우가 '매년' 기록되고 있으며, 산사태·하천 범람·도시 침수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2년 8월 서울 대방동에는 시간당 14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서울 강남에도 이틀 사이 500㎜ 가까운 강수량을 기록했다. 2024년 7월 전북 군산에도 시간당 140㎜의 비가 퍼부었다. 이에 따라 하천·배수시설의 설계 기준을 과거 통계에 기반해 유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산지 개발·무분별한 도시 확장은 동남아 사례처럼 재난 시 막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 적응 정책을 국토 계획·도시 설계에 통합해야 한다. 지난해 9월 20일부터 이틀간 경남 창원에는 530㎜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마산합포구 진북산단 내 3개 기업은 공장 침수로 생산이 중단되고 납품해야 할 제품 역시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이에 앞서 2021년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폭우로 상당 부분 침수됐다. 기록적인 폭우가 강물 만조 시간대와 겹치면서 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한 탓이다. 침수 탓에 포항제철소 창사 54년 만이자 첫 쇳물 생산 49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제품 170만t을 생산하지 못했고, 매출 감소액은 2조400억원에 달했다. 지난 9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5'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물리적 리스크에 실질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이 민간 산업부문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민간에게 기후리스크 인식을 확산시키고,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에너지 인사이트] 12.3 계엄이 바꾼 한국 에너지 방향…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급선회

12·3 비상계엄과 뒤이은 대통령 탄핵, 조기 정권교체는 한국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수출을 전면에 내세우며 “원전 최강국"을 선언했지만,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탄소중립·계통인프라 확충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석탄·LNG 등 화석연료 퇴출 기조를 더욱 분명하게 강화하며, 기존 에너지 전략과는 뚜렷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원전을 중심에 두는 '탈탈원전'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는 동시에 태양광은 적폐로 몰아 감사원을 통해 태양광 정책을 집중 감시하고, 정책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문 정부 동안 태양광 발전용량은 2017년 5062MW에서 2021년 1만8161MW로 259% 증가한 반면, 윤 정부 동안에는 2022년 2만975MW에서 2025년 3만35MW로 43%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쟁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윤 정부의 탈탈원전 정책은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정권교체로 이어지면서 윤 정부가 내세웠던 에너지 정책의 상징성과 정책적 의미는 크게 퇴색되고 말았다. 올해 6월 제21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정부는 전반적으로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에너지 정책에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RE100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2040년 탈석탄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원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관련 정책을 보면 실용주의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전은 지금 지어도 최소 15년 이상이 걸리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1∼2년이면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야 한다"면서 “(원전은)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지가 있으면 건설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얼핏보면 원전에 부정적인 듯 보이지만,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11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명이 만료된 고리원전 2호기를 2033년 4월까지 재가동하는 결정을 내렸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노후 원전이든, 신규 원전이든 활용하겠다는 '원전 실용주의' 정책 기조를 확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 정부의 에너지정책 핵심 방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신규 대형원전 2기·소형모듈원전(SMR) 1기 계획은 공론화 후 재검토 △기존 노후원전 계속운전은 안전성 중심으로 판단 △석탄발전 전면 폐지 목표 유지·강화 △LNG 발전도 장기적으로 대부분 퇴출 △브릿지용 LNG 역할은 인정하되 '가능한 한 빨리' 축소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가상발전소(VPP) 등 유연성 확보 강화 등으로 볼 수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원전에 너무 치우쳤고,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기후 중심이다. 한국은 고밀도 산업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균형이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원전 확대를 주저하면 AI·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대응이 어렵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핵심 부처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는 정책 기조의 중심축이 '발전·산업'에서 '기후·환경·탄소중립'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에너지위원회·전기위원회 구성에서 기후·환경·시민단체 전문가 비중 대폭 확대 △발전·원전 중심에서 벗어나 계통·수요관리·분산형 전원 중심의 정책 설계 △화석연료 감축 공격적 추진 △전기·에너지 요금도 탄소중립 방향에 맞춰 정상화·균형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수립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과거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참여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정책이 '기후부 중심 체계'로 재편된 것은 역사적 변화다. 다만 산업·전력계통의 현실과 충돌할 수 있어 정교한 이행계획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기존 정부들보다 산업정책·기술정책과의 연계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AI 3대 강국 전략과 초고품질 전력체계 구축이다. 데이터센터·반도체·AI 모델 전력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충당하는 RE100 기반의 고품질 전력 공급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중립 또한 단순 목표 제시가 아니라 △건물·수송·산업별 구체 감축 △CCUS·수전해·그린수소 등 신기술 활성화를 중심으로 실질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신산업 육성·송전망 대전환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VPP·분산자원·스마트그리드 △에너지고속도로(HVDC 초고압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발전 등을 핵심 인프라로 육성할 방침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계엄과 정권교체라는 극단적 정치 상황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원전의 신중한 유지·조정 △재생에너지는 대폭 확대 △화석연료 축소·퇴출 가속 △계통 인프라는 초고압 송전망·분산형 전원 대전환 △요금체계 정상화 △AI·탄소중립 중심 산업정책과 같은 변화는 단기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패러다임 자체가 재편되는 신호에 가깝다. 이제 관건은 방향이 아니라 실행력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탄소중립·에너지신산업 전략이 실제로 한국의 전력·에너지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 전력·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재생에너지 한계 뚜렷, LNG 중요성 커져…역할 재설계해야”

재생에너지의 공급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AI·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수요가 맞물리며 LNG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3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9회 LNG포럼에서 산업계·학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새정부 에너지 전환기에 액화천연가스(LNG)를 핵심 전원으로 인정하고 국가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LNG산업협회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2026년 LNG 산업·시장 전망"을 주제로, 내년 글로벌 LNG 수급과 가격, 전력계통 불안정 심화,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변화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발표를 맡은 최승신 C2S 컨설팅 대표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에너지시장 전망 자료를 근거로 “세계는 아직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에너지 추가(energy addition)' 단계"라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는 동시에 석탄·석유·가스 소비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풍력·태양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설비 결함, 비용 급등, 보조금 축소 등으로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며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풍력은 8MW 이상 대형 터빈에서 고장 빈발, 보증·보험비가 급증하고 있다. 태양광은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가격 널뛰기, 다수 기업 파산·상장 폐지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송전망·계통 제약으로 마이너스 전기요금 증가, 출력제어 손실이 급증하고 있다. 수소 역시 인프라 80%가 아직 개념 설계 단계, 경제성·전환 손실 과다 등의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다. 최 대표는 “전환기 에너지 시스템은 비용 상승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즉시 대응 가능한 전원은 사실상 LNG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에너지 안보 3.0 시대'의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노남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LNG 수요의 구조적 요인으로 △송전망 보강 지연 △수소·암모니아 전환 차질 △AI·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전력 수요 확대 △석탄→가스 전환 필요성 지속이라고 분석했다. 노 실장은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LNG 수요 증가세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에서도 과잉공급과 공급부족이 공존하는 시장 구조, 미국·일본·아시아의 신규 가스 프로젝트 급증 등이 소개되며 LNG 시장의 불확실성과 기회가 동시에 커지고 있는 상황을 뒷받침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최근 확정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현실적 재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수요를 현실적으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LNG가 가장 현실적인데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LNG비중을 축소하려하고, 이는 LNG수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정책적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또 “APEC 2025 공동선언문에서 재확인된 LNG의 안보·유연성 역할을 한국도 다시 평가해야 한다"며 LNG를 '전환형 에너지'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LNG 과잉·가격 하락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가스발전 기저화 검토, 아시아 시장 개척 및 트레이딩 시장 선점과 같은 적극적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과 맞닿는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정학 리스크를 강조하며 “에너지정책은 기후 대응보다 지정학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너무 낙관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오히려 국가 에너지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기후분야만 강조할 뿐 이같은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홍해·중동 리스크, 유럽의 재생에너지 투자 부진, 미국의 기후의제 후퇴 등을 언급하며 △현실적 전원 믹스 기반의 실행 가능한 에너지계획 수립 △전력시장 예측 가능성 회복△LNG 도매·트레이딩 시장 제도 개선 △주배관망 투명성·공정성 강화와 같은 현실 기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생산량이 아니라 누가 에너지 공급을 통제하느냐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기업들이 더욱 대형화 될 필요도 있다"며 에너지 안보의 초점이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민간LNG산업협회 김창규 부회장은 “에너지 시장이 구조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지금, LNG는 한국의 국가 생존과 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인도네시아 석탄 금지, 일부 국가의 LNG 수출 중단 조치에 대응이 늦었던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안정적 공급을 넘어 능동적 LNG 트레이딩·조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LNG는 전환기의 필수 전원이며, 재생에너지와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평가했다. 민간LNG산업협회는 “2026년 글로벌 LNG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가스 관련 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LNG포럼을 대한민국 대표 가스 포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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