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더위가 일상이라고?”… 유럽 달구는 거대한 뚜껑 ‘열돔’의 공포

“40도 더위가 일상이라고?”… 유럽 달구는 거대한 뚜껑 ‘열돔’의 공포

현재 유럽을 뒤덮고 있는 폭염은 단순한 여름 더위가 아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열돔(Heat Dome)'이 만들어낸 대규모 대기 재난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에 육박하고, 영국에서도 40℃ 안팎의 기온이 예보되면서 학교가 휴교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유럽을 덮은 거대한 솥뚜껑, 열돔이란 열돔은 말 그대로 뜨거운 공기를 거대한 돔(dome) 형태로 가둬두는..

석유공사 64달러 vs 해외 79달러…도대체 어떤 두바이유가 진짜인가[윤병효의 에·바·다]

아시아지역 벤치마크 유종인 두바이(Dubai)유 가격을 놓고 석유공사와 해외 사이트가 다른 가격을 표시하고 있어 소비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석유공사의 표시 가격이 실제 두바이유 가격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소비자들은 도대체 어떤 가격을 지표로 삼아야 할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26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정보사이트인 오피넷(opinet.co.kr)과 페트로넷(petronet.co.kr)에는 25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4.39달러이다. 반면 각종 상품거래 가격을 제공하는 인베스팅닷컴의 두바이유 가격은 26일 오후 4시50분 기준 79.67달러이고, 같은 시각 세계 석유정보 소식지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두바이유 가격은 79.52달러이다. 석유공사 가격과 해외 사이트 가격 간에는 하루의 시차가 있지만, 배럴당 15달러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시차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여러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전쟁 직전 수준보다 더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베스팅닷컴과 오일프라이스닷컴 가격으로는 여전히 전쟁 직전보다 배럴당 10달러 이상 높은 상태이다. 도대체 누구의 가격이 맞는 걸까? 본지 취재 결과 석유공사 가격이 실제 두바이유 거래 가격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의 두바이유 가격은 S&P 플래츠가 제공하는 싱가포르 두바이유 현물 거래 가격이다. 반면 인베스팅닷컴과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두바이유 가격은 일종의 파생상품 가격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공사 가격은 실제 물량이 거래돼서 생긴 가격이고, 해외 사이트의 가격은 물량 거래가 없는 파생상품의 가격으로, 일종의 금융정산용인 셈"이라며 “이에 따라 석유공사 가격이 실제 두바이유 거래 가격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실제에 부합하지만, 해외 사이트와 큰 격차가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이해를 위해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항상 석유공사 가격 정보만 봤지, 해외 사이트 가격은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가격차가 크게 나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소비자로선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바이유 가격을 벤치마크 유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두바이유는 원래 유전이 고갈돼 거래 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다. 단지 기존부터 벤치마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오만 등 다른 여러 물량으로 구성을 채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중동 사태로 두바이유를 구성하는 유종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는 머반(Murban)유를 아시아 벤치마크 유종으로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머반유는 저유황의 경질유(輕質油)로, 하루 160만배럴을 생산하는 아부다비 국영회사 ADNOC의 생산 유전을 기반으로 한다. 물량이 풍부해 선물거래도 가능하다. 머반유는 이번 중동 전쟁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바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공급이 중단돼 가격이 3월 중순 169달러까지 치솟는 등 줄곧 100달러 이상을 보인 반면, 머반유는 146달러까지 치솟긴 했지만, 해협을 벗어난 푸자이라항에서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곧바로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주말날씨] 전국 맑음…낮 최고 33도 무더위

주말 동안 전국이 대체로 맑고 낮 기온이 최고 33℃(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26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27일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구름이 많다가 늦은 오후부터 맑아지겠다. 28일에도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오후에는 중부지방과 전북, 경북권을 중심으로 가끔 구름이 많겠다. 27일 아침 최저기온은 13~20도, 낮 최고기온은 23~32도로 예보됐다. 28일은 아침 최저기온 14~21도, 낮 최고기온 24~33도로 전망됐다. 당분간 낮 최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으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동안 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하반기 전기·가스 요금 또 동결…미래 세대에 청구서 돌리나

정부가 하반기 전기·가스요금을 사실상 동결하기로 하면서 에너지요금 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그 차이를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기·가스 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구 장관은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과 회복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중동전쟁 이후 경제 정상화와 재도약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며 “중동전쟁과 우리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비상대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한전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 발표한 바 있다. 매월 발전용·산업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발표하는 가스공사도 동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 동결로 당장 소비자 부담은 줄일 수는 있지만,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국제 연료가격 상승분을 흡수하게 됨으로써 재무 부담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더 이상 국제 가격과 국내 요금 간의 차이분을 흡수할 재무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비가 급등했을 때 이를 국내 요금에 전가하지 않고 흡수하면서 40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총부채도 200조원이 넘었다. 2024년부터 연료비가 안정되면서 흑자는 기록하고 있지만, 총부채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한전은 현재 하루 이자비용만 120억원이 넘게 지출되고 있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로 2022년 국제 가격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흡수하면서 40조원이 넘는 부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천문학적 손실까지 안게 됐다. 재무제표상 줄곧 영업흑자는 기록했지만, 미수금이 14조원이 넘고 있다. 미수금은 국제 가격 인상분을 나중에 요금에 반영해 받기로 한 계정으로, 정부의 계속되는 동결조치로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사실상 손실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업계에서는 “적자가 아니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전기·가스요금이 정치적으로 통제되는 구조가 계속되면 공기업은 흑자를 내더라도 부채를 의미 있게 줄이기 어렵다. 결국 불안한 재무구조를 장기간 안고 가야 하고, 이는 송전망 투자, 발전설비 투자, 가스 수급 안정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안보 투자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화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보강, 노후 송배전망 교체, LNG 수급 안정성 확보 등 공기업의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요금 정상화가 지연돼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가 이어지면 필요한 투자를 제때 집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요금 동결은 단기적으로 물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그 부담이 공기업의 재무제표로 이전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지금 부담하지 않은 비용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 미수금, 금융비용 형태로 남아 미래 세대에 전가되는 것이다. 정치권의 요금통제도 반복되는 문제로 지적된다. 전기·가스요금은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렵다. 그러나 요금 결정이 지나치게 정치 일정과 여론에 좌우될 경우 에너지 가격 체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놓고도 실제로는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조정을 유보한다면 시장과 소비자 모두 합리적인 가격 신호를 받을 수 없다. 에너지 가격 신호가 왜곡되면 소비 효율화도 어려워진다. 연료비가 올라도 전기·가스요금이 제때 오르지 않으면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국제 가격이 내려가도 요금 인하가 제한되면 연동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이는 연료비 연동제를 둘러싼 가장 큰 딜레마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정 폭을 현실화하거나, 정치적 판단과 별도로 일정 수준의 원가 변동은 자동 반영되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취약계층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지원은 요금 자체를 왜곡하기보다 별도 재정 지원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전기·가스요금 체계는 국제 가격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며 “정부가 요금을 물가 관리 수단으로만 활용하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 적자가 줄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천문학적 부채와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요금 정상화 없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회복도, 전력망과 에너지 안보 투자도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동결은 당장은 민생 부담을 덜어주는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연동제 무력화, 정치권 요금통제, 공기업 부채 누적이라는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구윤철 “전기·가스 등 주요 공공요금 하반기 동결”

정부가 하반기에 전기, 가스 등 주요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내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기·가스 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구 장관은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과 회복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중동전쟁 이후 경제 정상화와 재도약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며 “중동전쟁과 우리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비상대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7차 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 장관은 석유최고가격과 관련해 “현행 수준에서는 인하하지만,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과감하게 석유 최고가격제는 더 유지하고, 최고가격도 좀 낮춰야 할 거 같다"며 ““석유류 제품 가격이 올라서 물가부담이 있다. 반도체 등 초과 세수가 예상이 되는 만큼 유류세를 좀 낮춰도 재정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다. 이게 서민의 소비 여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란 수입 물량을 6배 이상 확대한 2억 개를 추가 수입할 계획이다. 또한 다음 달에는 노르웨이에 특사단을 파견해 노르웨이산 고등어 2000t을 직수입해 저가로 공급하고 국내산 수출 물량은 정부가 직접 수매해 소비자에게 반값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구 장관은 “고유가 소상공인 지원에 1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총동원해 하반기 소비자 물가를 3% 이내 관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중동 호르무즈 해협 위기 넘은 가스공사…에너지 전문가도 “놀라운 수준” 극찬

2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가스공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코가스(KOGAS) 포럼에서 한 에너지 전문가가 이례적 발언을 한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조영탁 한밭대 명예교수는 “이 자리를 빌려 가스공사와 최연혜 사장한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덕분에 이번 중동 위기가 큰 무리 없이 지나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 최고 에너지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5년 21대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2018년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대전 한밭대 교수직을 맡으며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 위원장 등 여러 국가 에너지분야 정책위원회에 참여했으며, 현재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아부성이 아닌 진심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중동 사태 위기 대응은 놀라운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25%가 드나드는 핵심 지역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원유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 후반대에서 3월 중순에는 160달러를 넘었고, LNG 가격도 전쟁 전 MMBtu당 10달러 수준에서 19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기름값도 크게 올라 정부는 긴급히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했다. 반면 국내 LNG 시장은 잠잠했다.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연초 대비 20%가량 오르는데 그치면서 전기요금의 결정적 요인인 전력도매가격(SMP)는 kWh당 12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LNG 수입은 이번 중동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국내 LNG 수입 중 중동의존도는 2022년만 해도 45%에 달했지만, 올해는 18% 이하에 그쳤다. 그마저도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는 오만 물량을 제외하면 9% 수준에 그친다. 가스공사가 도입선 다변화에 적극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또한 가스공사가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물량도 즉시 들여왔다. 호주 프릴루드 사업을 통해 확보한 연 36만톤, 2025년부터 생산에 돌입한 LNG캐나다의 연 70만톤 등 총 106만톤을 순차적으로 가져왔다. 특히 호주와 캐나다는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거의 벗어난 지역이란 점에서 앞으로도 안정적 물량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5월 영국 BP로부터 연 70만톤 도입계약을 체결한 것도 컸다. 기존의 LNG 계약은 수출국과 수입국 간의 계약이 일반적인데 반해, 포트폴리오사업을 하는 BP는 세계 각지로부터 물량을 구입해 공급하기 때문에 지정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앞으로도 가스공사와 천연가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설치하고, 히트펌프도 2035년까지 350만대를 보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다 설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긴급히 막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밖에 없다. 그리고 가스공사가 그런 상황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 시대로도 갈 것이다. 가스공사는 장기적으로 발전시장 진출 등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전환', 이서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 LNG 수급 안정의 조건',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실장의 '천연가스 에너지 안보, 복원력 중심으로의 전환' 발표가 있었다. 최연혜 사장은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경영의 역할에 충실하며,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에너지 파수꾼이 되겠다"며 “오늘 포럼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지속 가능한 가스 산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韓 수소경제, 유럽·중국·일본과 경쟁서 시장 선점해야”

유럽과 중국, 일본이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인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는데 업계는 청정수소 시대로 연착륙을 위해 최소 3~4년간의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과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주요국의 수소산업 육성 정책과 국내 수소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한승훈 베이징 진웬 로펌 ESG·탄소중립연구소 부주임은 주제발표에서 중국이 이미 수소경제 분야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2060년까지 수소 수요를 최대 1억30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그린수소 생산 확대와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 데이터센터와 발전 분야를 중심으로 연료전지 활용을 확대하며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주임은 “기술 우위만으로는 중국을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초기 수요시장을 확보하고 핵심 부품과 표준,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 협력 전략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럽이 수소경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당초 목표는 현실적으로 조정했지만 수소은행(Hydrogen Bank)과 H2Global 등을 통해 생산과 수입을 동시에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철강·화학·해운 등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을 중심으로 수소 활용을 확대하고 수소 전용 배관망 구축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보다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일관된 지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수소와 암모니아를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제시하고 생산과 공급망, 수요 창출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은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수소를 탄소중립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업계에서도 일반수소 발전시장 축소 움직임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흥원 수소연료전지협회 부회장은 “아직 수소시장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줄어들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키워온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시장이 아니라 청정수소와 미래 수소산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교이자 미래 도약을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수소경제 발전 속도를 보며 큰 위기감을 느낀다"며 “해외 선진국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 우리 수소경제의 비전을 다시 정립하고 분야별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일반수소 입찰시장을 3년만 더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입찰시장 고시 확정 전 산업계 의견을 다시 한번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일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올해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930기가와트시(GWh)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1300GWh보다 약 28% 줄어든 규모다. 현재 개정안은 오는 30일까지 행정예고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역대 단 두 차례뿐… 올해 정말 이례적인 ‘7월 장마’ 오나

53년 만에 세 번째 '7월 장마'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다음 주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여부와 열대저압부의 발달에 따라 장마가 6월 안에 시작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아직 시작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상공에는 대기 상층의 찬 공기가 머물고 있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우세한 상태다. 장마를 형성하는 정체전선은 일본 남쪽 북위 30도 부근, 제주도 남쪽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북태평양고기압도 아직 일본 남쪽에 머물러 있다. 이 영향으로 전국은 한낮 기온이 높아 덥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장마철 특유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체전선이 더 남하하고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당분간 전국이 대체로 맑거나 가끔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장마 시작 시점을 결정할 변수는 다음 주 기압계 변화다. 이날 오전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440㎞ 해상을 지난 제7호 태풍 메칼라가 일본 남쪽 해상을 지나면서 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방향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9일께 필리핀 부근에서 열대저압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열대저압부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예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다음 달 1일께 정체전선이 일본 남쪽에 머무는 가운데 서쪽에서 기압골이 접근하면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후 정체전선이 북상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워 7월 1일 제주에서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만약 올해 제주 장마가 7월에 시작된다면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 된다. 제주의 평년(1991~2020년) 장마 시작일은 6월 19일이지만 올해는 이미 이를 넘겼다. 기상관측 기준이 마련된 1973년 이후 제주에서 7월에 장마가 시작한 사례는 1982년(7월 5일)과 2021년(7월 2일) 두 차례뿐이다. 올해 7월 1일 이후 장마가 시작될 경우 53년 동안 세 번째 7월 장마로 기록된다. 남부지방 역시 1973년 이후 7월 장마는 1982년, 1987년, 1992년, 2014년, 2021년 등 다섯 차례에 불과했고, 중부지방도 1982년, 1987년, 1992년, 2014년, 2017년, 2021년 등 여섯 차례밖에 없었다. 결국 올해 장마 시작 시점은 다음 주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속도와 열대저압부의 발달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강원·충북·경상권 오후에 소나기

오는 26일 강원, 충북, 경상권 내륙 지방 중심으로 오후에 소나기가 내리겠다. 25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6일 강원 남부 내륙·산지, 충북 북부, 경북 내륙·북동 산지, 경남 내륙 등에 오후부터 비가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대부분 지역이 5∼20㎜다. 전국에는 가끔 구름이 많다가 오전부터 저녁까지 맑겠다. 늦은 밤부터는 다시 구름이 많아지겠다. 전국 최저기온은 15∼20℃(도), 최고기온은 22∼30도로 평년(17∼20도, 24∼30도)과 비슷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유 끓이지 않고 막으로 걸러내 정제한다… KAIST, 혁신 기술 개발

정유 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하려면 거대한 증류탑에서 수백℃까지 끓여야 한다. 정유 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데 한국 연구진이 원유를 가열하지 않고도 값싼 고분자 막을 이용해 휘발유와 등유에 해당하는 가벼운 성분을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유 산업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의 고동연 교수와 이재우 교수 연구팀, 한국화학연구원, HD현대오일뱅크,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의 공동연구진이 수행했고, 24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정유공장의 가장 큰 에너지 낭비는 '끓이는 과정' 현재 정유공장은 원유를 거대한 증류탑에 넣고 가열한 뒤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휘발유·등유·경유 등을 분리한다. 이 과정은 기술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정제 과정에서 사용되는 대기압 증류와 감압 증류는 매년 1,100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1억60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연구진은 “원유를 굳이 끓이지 않고도 분리할 수 있다면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재료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이라는 흔한 고분자 막이다. 원래는 분리막을 지지하는 보조 재료로 사용되던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막에 별도의 특수 코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원유가 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막 내부에 존재하는 약 15나노미터(nm, 1nm=100만분의 1㎜) 크기의 구멍들이 스스로 초미세 분리통로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자발적 기공 수축(Self-limiting pore constriction)'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원유가 스스로 만드는 '나노 체'의 비밀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원유의 복잡한 구성을 알아야 한다. 원유 속에는 가벼운 탄화수소뿐 아니라 아스팔텐, 레진 같은 무거운 성분도 들어 있다. 먼저 이 무거운 성분들이 막 벽면에 달라붙어 일종의 뼈대를 만든다. 이어 원유 속의 직선형 탄화수소(n-알칸, 탄소 원자가 17~33개가 직선으로 연결된 구조)가 그 위에 쌓이며 양초가 굳듯 결정화된다. 그 결과 원래 약 15nm였던 통로는 2nm 이하 수준까지 좁아진다. 쉽게 말하면 넓은 배수관 안쪽에 기름 성분이 자연스럽게 들러붙으면서 점점 더 촘촘한 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체가 완전히 막혀 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구멍이 너무 좁아지면 나노 공간에 갇힌 분자들의 녹는점이 낮아지는 '깁스-톰슨 효과(Gibbs-Thomson effect)'가 발생한다. 그러면 일부 결정이 다시 녹으면서 통로를 넓힌다. 결국 '굳어지는 힘'과 '녹는 힘'이 균형을 이루며 약 2nm 이하의 최적 상태가 유지된다. 연구진은 이를 “원유가 자기 자신을 걸러낼 맞춤형 나노 체를 스스로 만드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5분 만에 만들어지는 분자 정유 공장 이 나노 통로는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형성된다. 실험 결과 원유를 흘려보낸 지 5분 이내에 분리 기능이 형성됐고, 10분 이내에 검은색 원유가 밝은 갈색 투과액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분 정도에 걸쳐 가장 무거운 성분에 대한 차단 능력이 더욱 정교해졌다. 즉, 별도의 제작 공정 없이 원유가 흐르기만 해도 스스로 필터를 완성하는 셈이다. 성능도 뛰어났다. 연구진이 개발한 PAN 분리막은 최대 0.591 L/m²·h·bar의 투과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 수준 원유 분리막 성능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분리된 액체에서는 휘발유와 나프타에 해당하는 가벼운 성분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아라비안 라이트 원유의 경우 200℃ 이하 성분 비율이 원유에서는 25.1%였지만, 분리막을 통과한 뒤에는 52.0%까지 늘어났다. ◇원유 종류가 달라도 스스로 적응 연구진은 아라비안 엑스트라 라이트(AXL)와 아라비안 라이트(AL) 원유를 모두 시험했다. 흥미롭게도 분리 기준점은 원유 종류에 따라 달라졌다. AXL에서는 탄소수 20개(C20) 이상 분자를 주로 걸러냈고, AL에서는 탄소수 24개(C24) 이상 분자를 차단했다. 이는 나노 통로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원유 조성에 맞춰 스스로 최적화된다는 의미다.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발견도 있었다. 연구진은 PAN과 화학구조가 다른 가교 폴리에테르이미드(x-Ultem) 막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확인했다. 즉 특정 소재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 적절한 기공 구조를 가진 여러 고분자 재료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31.6%, 탄소배출 37.6% 감소 연구진은 실제 정유공정을 가정한 시뮬레이션도 수행했다. 기존 공정은 원유 전체를 가열해 증류하지만, 새 공정은 먼저 상온에서 분리막으로 가벼운 성분을 걸러낸 뒤 남은 부분만 증류한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량은 31.6%, 냉각수 사용량은 20.7%,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도 상당했다. 연구진의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 연간 운영비는 기존 공정보다 36%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됐다. 특히 이 기술은 새로운 정유공장을 지을 필요 없이 기존 증류탑 앞단에 모듈 형태로 설치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도 크지 않다. 연구진은 3~5년 내 산업 적용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실제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공동 검증을 수행했고 △실제 상업용 원유를 사용했으며 △28일 연속 운전에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면적 모듈 제작과 장기 내구성 검증 필요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실험은 소형 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정유공장은 하루 수만㎥ 규모의 원유를 처리해야 하므로 대면적 모듈 제작과 장기 내구성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중동산 원유 외에 미국 셰일오일, 캐나다 오일샌드 원유, 남미 중질유 등 다양한 원유에서도 동일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원유는 반드시 끓여서 분리해야 한다"는 정유 산업의 100년 상식을 뒤흔드는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여러 단계의 분리막을 연속 연결해 궁극적으로는 증류탑 자체를 대체하는 '완전 분리막 정유 공정'까지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연구가 실용화된다면 정유 산업은 '열(熱)의 시대'에서 '분자의 시대'로 넘어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40도 더위가 일상이라고?”… 유럽 달구는 거대한 뚜껑 ‘열돔’의 공포

현재 유럽을 뒤덮고 있는 폭염은 단순한 여름 더위가 아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열돔(Heat Dome)'이 만들어낸 대규모 대기 재난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에 육박하고, 영국에서도 40℃ 안팎의 기온이 예보되면서 학교가 휴교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유럽을 덮은 거대한 솥뚜껑, 열돔이란 열돔은 말 그대로 뜨거운 공기를 거대한 돔(dome) 형태로 가둬두는 대기 현상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상층 대기에서 강한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할 때 발생한다. 열돔이 형성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상층 대기에 강력한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침강(sinking)' 현상이 발생한다. 내려오는 공기는 압축되면서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를 단열 압축(adiabatic compression)이라고 한다. 공기가 내려올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가열된 공기는 지표면을 달구고, 지표면은 다시 대기를 가열한다. 원래라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열을 분산시켜야 하지만 강한 고기압이 마치 솥뚜껑처럼 상공을 덮고 있어 대류가 억제된다. 또한 하강 기류는 구름 형성까지 억제해 태양 복사에너지가 지표를 직접 가열하도록 만든다. 열돔은 △공기를 압축해 가열하고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구름 형성을 억제해 햇빛이 지표면에 쏟아지도록 하는 등 세 가지 과정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며칠이 아니라 수주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오메가 블록, 대기의 교통체증 이번 유럽 폭염의 배경에는 '오메가 블록(Omega Block)'이라는 대기 패턴이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전략 책임자 사만다 버지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트기류가 그리스 문자 Ω(오메가) 형태로 크게 굽어지면서 대기 중에 '교통정체'가 발생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는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날씨 시스템을 움직인다. 그러나 오메가 블록이 형성되면 제트기류가 고기압을 한 자리에 묶어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열돔이 며칠 만에 사라지지 않고 장기간 정체하면서 지표면의 열이 계속 축적된다. 프랑스 기상청(Météo-France)의 예보관 세바스티앙 레아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현상을 “진공청소기"에 비유했다. 그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빨아들여 유럽으로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지금 얼마나 뜨거운가 올해 유럽 폭염은 단순한 기록 경신 수준을 넘어선다. 프랑스에서는 전국 평균 기온 지표가 1947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고, 보르도는 41.9℃까지 치솟았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기온이 41℃까지 오르며 관광객들이 백화점과 미술관 등 냉방 시설로 피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모여 냉기를 쐬며 더위를 견뎠다. 폭염은 사회 인프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300개가 넘는 학교가 휴교했고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영국은 최고 수준의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일부 지역은 38~40℃로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병원 응급실은 환자 급증으로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스페인 역시 일부 지역에서 44℃ 안팎의 기온이 예상되면서 월드컵 거리 응원전까지 취소됐다.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폭염 기간 물놀이 중 익사 사고가 잇따랐고, 보르도 지역에서는 고령자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주차된 차량에서 2세와 4세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도 발생했다. 원전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과 하천 수온이 상승하면서 원전 냉각수 사용에 제약이 생겨 일부 발전소의 출력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열돔을 어떻게 강화하는가 열돔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그 위력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열돔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에 원래보다 34% 더 넓어지고 지속 기간은 약 59% 길어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열돔은 27일 동안 지속됐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 지역은 49.6℃에 달하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수백 명이 사망했고 도로와 철도 시설이 파손됐으며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또 다른 연구는 최근 70년 동안 대기 정체 현상을 만드는 '행성파 공명(planetary wave resonance)' 발생 빈도가 약 3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행성파 공명이란 지구 대기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규모의 파동인 행성파(planetary waves, 또는 로스비파 Rossby waves)가 특정 조건에서 증폭되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가 제트기류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열돔과 같은 정체성 기상현상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중기기후예측센터(ECMWF)의 기후 과학자 레베카 에머턴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열돔현상 빈발 등으로 인해) 1970년대와 비교할 때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기상청 수석 과학자인 스티븐 벨처는 최근 폭염과 관련해 “40℃라는 숫자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엄중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때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나던 기록적 폭염은 이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열돔은 유럽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서는 열돔이 형성되면서 캐나다 리턴 외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47℃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미국 중서부와 동부에서는 대규모 열돔이 형성돼 수천만 명이 폭염 경보 아래 놓였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40℃를 넘었고 수십 년 만의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북부와 몽골,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최근 수년간 강한 아열대 고기압과 열돔형 정체 고기압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될 때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장기 폭염이 발생한다. 열돔은 자연현상이지만, 온난화된 지구는 그 열돔을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치명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유럽을 덮고 있는 거대한 '열의 뚜껑'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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