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단상] 5월 이른 더위에 한숨 돌리는 전력당국…태양광 시대의 아이러니

[기후에너지 단상] 5월 이른 더위에 한숨 돌리는 전력당국…태양광 시대의 아이러니

5월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전력당국이 오히려 한숨을 돌리고 있다. 통상 더위는 전력수급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순간 발전비중이 급격히 커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냉방수요가 전력망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히 발전설비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전력수급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봄철처럼 날씨가 맑고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정전 위기를 키우는 등 전력망 운영 부담이 커진다. 전력이 부..

AI 데이터센터 전력TF 떴지만…업계 “단기 해법은 안 보인다”

정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력 공급을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정작 핵심 전력 해법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주 AIDC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향후 기가와트(G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 발생 시 공동 전담조직(TF)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의 후속 조치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TF 출범만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쟁점이었던 LNG 발전 전력 직접구매계약(PPA) 특례가 결국 법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산업시설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특히 최신 GPU 기반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MW)에서 많게는 GW급 전력을 요구한다. 문제는 현재 국내 전력 구조상 단기간 내 이 같은 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확대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계통 부족과 간헐성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 대기와 출력제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원전 역시 단기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 신규 대형 원전은 건설에 장기간이 필요하고, 소형모듈원전(SMR)도 아직 초기 단계다. 석탄발전은 즉시 공급 가능한 기저전원이지만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 충돌한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으로 LNG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사실상 국가 전략 인프라"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과 별개로 과도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LNG 공급 방안도 현실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이번 협약에서 강조한 '국가 전력계통을 통한 공급' 역시 당초 산업계가 기대했던 개별 발전원 기반 PPA 확대 대신 기존 계통 체계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 경우 한전 계통 부담과 송·변전망 투자 확대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집중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력망 증설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공동 TF 논의 과정에서 국회 심의 단계에서 제외됐던 LNG 발전 PPA 특례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AI 산업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경우, 정부 역시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을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지원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앞으로 어떤 전력 시스템으로 AI 시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결국 AI 산업 확대가 기존 에너지 정책의 현실성과 속도를 다시 시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GDP 수치만으로 국가가 정말 발전했는지 알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국가 성과 측정 방식을 넘어, 사람의 '삶의 질'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식 제안이 나왔다.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해 구성한 'GDP를 넘어서 - 독립 고위급 전문가 그룹(Independent High-Level Expert Group on Beyond GDP)'은 최근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제목은 《가치 있는 것을 측정하기: 사람과 지구를 위한 진보의 나침반(Counting What Counts: A Compass of Progress for People and Planet)》이다. 보고서는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연구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인 캐럴 그레이엄이 총괄 편집을 맡았으며, 컬럼비아대학교의 조지프 E. 스티글리츠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공식통계 분야 전문가 14명이 공동 집필했다. 이들 전문가는 “우리가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결정한다"면서 “GDP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보다 입체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 진보 측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DP 성장의 역설…숫자 늘었다고 삶이 나아졌나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보여주는 대표 경제지표다. 경제 규모와 성장 속도를 비교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보고서는 GDP가 애초에 국민 삶의 질(well-being)이나 사회적 안녕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지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국가에서 GDP는 증가했지만, 불평등 심화와 환경 파괴,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약화, 사회적 고립 등은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GDP는 무급 돌봄노동이나 디지털 공공재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산림 훼손이나 자원 고갈처럼 미래 기반을 잠식하는 활동도 경제 생산으로 계산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단기 경제성장은 포착하지만 장기 지속가능성은 놓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성장의 역설'이라고 규정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시민들이 삶의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공동체의 신뢰와 미래 자산이 약화된다면 그것을 진정한 진보(발전)라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GDP 대체 아닌 보완…31개 핵심지표 제시 전문가 그룹은 GDP를 폐기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GDP를 보완할 수 있는 'GDP를 넘어서 대시보드(Beyond GDP dashboard)'를 제안했다. 대시보드는 자동차 계기판처럼 여러 핵심 지표를 한눈에 보여주는 종합 표시 체계를 뜻한다. 이 대시보드는 총 31개 핵심 지표를 통해 국가의 현재 상태와 미래 지속가능성을 다층적으로 측정하는 체계다. 대시보드는 네 개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축은 '기초 원칙'이다. 평화·인권·지구 존중이라는 세 가지 기본 가치를 측정한다. 분쟁 사망자 수, 차별 경험 비율, 여성 폭력 피해율, 온실가스 배출량, 생물다양성 온전성 지수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축은 '현재 삶의 질'이다. 가처분소득, 노동의 질, 건강수명, 교육 수준, 디지털 역량, 치안, 삶의 만족도, 외로움, 공공서비스 만족도, 대기질, 식수 접근성 등 시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삶의 조건을 측정한다. 특히 '삶의 만족도'와 '외로움' 같은 주관적 지표가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세 번째 축은 '형평성과 포용성'이다. 상위 1% 부(富) 점유율, 지니계수, 사회적 빈곤율, 남녀 임금격차, 지역 인프라 접근성, 다차원 빈곤지수 등을 통해 성장의 혜택이 얼마나 고르게 분배되는지를 평가한다. 네 번째 축은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이다. 이는 미래 세대의 안녕을 떠받치는 국가의 자산 기반을 평가하는 영역으로, 생산·인적·사회적·제도적·자연 자본이라는 5가지 자본 개념을 중심으로 측정된다. ◇'5가지 자본'으로 미래를 측정하다 보고서가 제시한 가장 새로운 개념은 '5가지 자본'이다. ①생산 자본은 도로·철도·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공장·기계·설비 등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자산을 뜻한다. 한 사회가 재화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기반으로, 전통적인 GDP 성장의 핵심 토대가 되는 요소다. ②인적 자본은 국민이 보유한 교육 수준과 건강 상태, 직업 능력, 디지털 활용 역량,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포괄한다. 개인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높이고 사회 전체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미래 성장의 원천으로 평가된다. ③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협력, 상호부조, 시민 참여, 사회적 연대 의식 등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이 높을수록 갈등을 줄이고 위기 상황에서 공동 대응이 가능해져 사회의 안정성과 회복력이 커진다. ④제도적 자본은 정부와 공공기관, 사법·행정 시스템이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자산이다. 정책 집행의 신뢰성, 법치주의, 부패 통제, 공공서비스의 질 등이 포함되며, 시민과 시장이 제도를 신뢰할수록 국가 운영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⑤자연 자본은 토지와 물, 산림과 토양, 광물자원, 대기,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다양성 등 인간 삶과 경제활동을 떠받치는 자연의 기반 전체를 뜻한다. 식량 생산과 기후 조절, 수자원 공급, 탄소 흡수 같은 기능을 제공하며, 훼손될 경우 미래 세대의 삶의 질과 경제적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전문가 그룹은 생산 자본이 늘더라도 자연 자본이나 사회적 자본이 훼손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는 GDP가 놓치는 '자산 고갈'을 포착하기 위한 장치다. ◇국가별 도입 권고…2027년까지 대시보드 구축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 그룹은 GDP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GDP는 여전히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라는 것이다. 다만 GDP 수치만으로 국가의 발전을 판단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보고서는 “GDP는 경제의 속도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가 기후위기와 불평등, 사회적 단절이라는 복합위기에 직면한 지금, 국제사회는 '얼마나 성장했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이번 보고서는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글로벌 설계도로 평가된다. 한편,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2027년까지 자국 실정에 맞는 'GDP를 넘어서 대시보드'를 구축해 정책과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통계 시스템 강화와 정기적 국민 체감조사, 자연자본 회계 구축, 정책 효과 평가 기준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차원의 연례 글로벌 보고서를 통해 국가별 진척 상황을 비교·관리하는 국제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에도 적잖은 변화 예고…정책·기업 평가기준 바뀔 수도 이번 UN 보고서는 한국에 당장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정책 평가와 기업 경영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국가 성과 평가 기준의 확대다. 지금까지 한국은 성장률과 수출,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체계가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앞으로는 삶의 질과 사회적 신뢰, 불평등 수준, 환경의 질, 자연자본 보전 여부 등이 국가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정책 성과를 설명할 때 단순한 성장 수치보다 국민 삶의 개선 정도와 미래 지속가능성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 편성 방식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통계 인프라 확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고서 권고에 맞추려면 통계청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가 협력해 새로운 조사 체계와 자연자본 회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산업계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UN이 강조한 자연자본 회계가 본격 도입되면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건설 투자 평가에서 단순 경제효과뿐 아니라 생태 훼손 비용과 복원 가치까지 함께 반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역시 탄소배출 감축을 넘어 지역사회 신뢰와 생태계 보전, 공동체 기여도까지 폭넓게 평가받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친환경 철강 전환의 나침반, ‘페로 패리티’ 시장을 설계하자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원가가 LNG나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같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가 바로 균등화발전단가(LCOE)다. LCOE는 발전원의 건설부터 운영, 유지보수, 폐기까지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예상 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한 재무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게 해준다. 변동성과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투자 조건이 마련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그리드 패리티 메커니즘을 철강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친환경 철강'의 가격이 전통적인 '고탄소 철강'보다 낮아지거나 같아지는 변곡점을 의미하는 '페로 패리티(Ferro Parity)' 개념의 도입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환경 철강에 필요한 설비 투자, 에너지 비용, 원료 비용 등을 철강의 최종 생산량으로 나눠 '균등화철강원가(LCOS, Levelized Cost of Steel)'를 계산하면 된다. 페로 패리티는 단순히 친환경 철강이 기존 고로 제품보다 저렴해지는 순간을 막연히 기다리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저탄소 철강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탄소 비용, 조달 제도, 녹색 인증, 선구매 계약, 공공 수요 의무화 등을 유기적으로 도입해 친환경 철강의 시장 내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담보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정부와 산업계가 친환경 철강 시장을 새롭게 설계하는 지점에서 일종의 '마켓 디자인(Market Design)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페로 패리티 기반의 정책 수립은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첫째,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까지 패리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일정을 가시화할 수 있다. 단순히 친환경 철강을 언제까지 '생산'하겠다는 공급자 중심의 계획을 넘어, 언제까지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수요 중심의 로드맵이 가능해진다. 둘째, 이처럼 가시적이고 명확한 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친환경 철강을 위한 각종 제도와 긴밀하게 연계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패리티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매개로 하는 탄소차액계약(CCfD)과 기후대응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올해 6월 시행을 앞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에는 저탄소 철강 기술 등에 관한 지원(제11조), 저탄소 철강의 인증(제17조), 저탄소 철강 제품의 수요 창출(제22조), 재생철자원의 공급망 강화(제26조) 등 LCOS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K-GX 금융 체계 역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다만 철강 산업의 특성상 LCOS 산정과 페로 패리티 로드맵은 현실 여건을 감안해 두 단계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철강 탈탄소의 궁극적 지향점인 수소환원제철은 자체 기술력보다 경제성이 담보된 수소 가격이 성패를 가른다. 재생에너지만으로 그린수소를 대량 조달하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현 시점에서는 원자력 기반의 핑크수소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핑크수소 분야 역시 또한 전력 시장의 경직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을 고려할 때에는 이러한 인프라적 제약 요인을 냉정하게 반영하여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페로 패리티 일정을 수립해야 한다. 반면, 현재의 기술과 원료로 즉시 실행 가능한 브릿지(Bridge) 기술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따라 조기에 페로 패리티 일정을 구체화할 수 있다. 신전기로(ESF) 도입 확대, 고로 저탄소화 공정 개선, 전로 내 철스크랩(고철) 투입 비율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궁극의 기술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인 브릿지 기술부터 페로 패리티를 적용해 시장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이행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의 쌀로도 불리는 철강 부문의 탄소중립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제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페로 패리티'와 LCOS라는 정교한 경제적 틀을 통해 친환경 철강이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할 때다. bienns@ekn.kr

정동욱 교수,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신임 총장 선임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신임 총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7월 1일부터 2029년 6월 30일까지 3년이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는 지난 8일 개최한 '2026학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총장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정 교수를 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추천 후보로 상정해 원안 가결했다. 정 신임 총장은 원자력 및 에너지정책 분야 전문가로, 중앙대 교수와 CAU Fellow를 맡아왔다. 에너지 정책과 원전 산업, 전력시장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대외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한편 KINGS는 이날 이사회에서 김기웅 현 총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의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KPS, 1년 11개월만에 사장 재공모…장기 표류 끝나나

발전설비 정비 전문 공기업인 한전KPS가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재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기존 사장 임기 만료 이후 1년 11개월 동안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새 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한전KPS 임원추천위원회는 18일 차기 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오는 28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임기는 3년이며 경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이번 공모는 사실상 한전KPS 사장 선임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한전KPS는 2024년 7월 공모를 통해 허상국 전 한전KPS 발전안전사업본부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후보 선임안까지 통과됐다. 통상 절차대로라면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재가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공공기관 인선 지연 등이 겹치며 후속 절차가 중단됐고 2024년 6월 임기가 종료된 김홍연 사장이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는 결국 기존 후보자를 임명하는 대신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KPS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면접 심사,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주주총회 의결,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한전KPS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3524억원, 영업이익 370억원, 당기순이익 2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4%, 374.6%, 161.9% 증가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신한울 원전 “국내 전력 10% 책임…K-원전 수출 확대”

경상북도 울진에서 현재 가동 중인 신한울 1·2호기의 국내 발전량 비중은 각각 1.5%, 총 3%를 차지한다. 2024년 기준 신한울 1호기가 연간 생산한 8800GWh(기가와트아워) 전력은 서울 전체 전력 소요량의 18%에 해당한다. 오는 2033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신한울 3·4호기 발전량은 각 3.4%, 총 6.8%로 예상된다. 신한울 3·4호기 가동 시에는 연간 2만358GWh 생산이 가능해 서울 전력 소요량의 40%, 총 484만 가구에 안정적 전력 수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울진의 신한울 원전 4기가 국내 전체 전력의 1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신한울 1~4호기가 주목받는 이유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공급망 수급 불안에 따라 전력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이면서도 비용 경쟁력을 갖춘 원전이 중돌발 에너지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에너지 안보, 한국형 'K-원전' 수출 확대에도 기여하는 국가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신한울 원전은 독보적 국내 기술로 지어진 1400MW(메가와트)급 신형경수로(APR1400)다. 운영 기간은 60년으로 기존 원전(40년)보다 수명이 20년 늘어났다. 지진에 대비, 내진 성능도 기존 0.2g(규모 6.5)에서 0.3g(규모 7) 수준으로 대폭 강화됐다. 특히, 제3세대 신형원자로로 꼽히는 신한울 1·2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노형(원자로 또는 용광로의 형태)과 같다. UAE 바라카 원전, 이집트 수주 계약 체결 등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된 우리나라가 추가로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모델이다. APR1400 국산 원전 건설·운영 경험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란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본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관리 중인 울진의 신한울 원전을 찾았다. '가급' 국가 보안시설인 원전은 출입 절차부터 까다로웠다. 사전에 출입 허가를 받았지만, 삼엄한 경계 속에 여러 번의 신분 확인을 거쳐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도 차량에 두고 나와야 했다. 신한울 1·2호기는 지난 2010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원자로 건물높이만 76.66m, 아파트 27층 높이로 시선을 압도했다. 김종인 한수원 차장은 “돔 구조로 굵은 철근을 동그랗게 빙 둘러 묶어 강한 압력을 형성시킨 뒤 콘크리트를 타설했다"며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고 외부 공기가 안으로만 빨려 들어가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1·2호기에 투입된 철근은 10만3000t, 63빌딩에 쓰인 양의 13배 많다. 신한울 원전의 외벽 두께는 122cm, 주증기 배관 등은 195cm에 달했다. 20~30cm 아파트 외벽과 비교해도 4~5배 이상 두껍다. 실제로 미국에서 원전 외벽과 같은 조건의 실험으로 27t의 팬텀기를 시속 800km 속도로 충돌한 결과, 비행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지만 콘크리트 외벽은 5cm 정도 손상에 그쳤다. 발전소 내벽을 덮은 상아색의 특수 방호도장은 물과 불, 방사선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화재에 대비한 붉은색의 방화설비 배관들도 눈길을 끌었다. 비상 발전기 등 핵심 설비는 지상에 위치하고, 방수문까지 버티고 있어 침수 우려도 없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김 차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쓰나미로 지하에 있던 비상 발전기가 침수됐다"며 “당시 핵연료 냉각에 실패해 수소가 폭발했던 사고와는 전혀 다른 구조"라고 강조했다. 신한울 원전을 총괄 통제·관리하며 비행기 조종석 역할을 하는 주제어실은 '원전의 두뇌'라 불린다. 총 6개조가 3교대로 근무하는 구조다. 주제어실 근무자들은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공간에서 실시간 발전소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식사도 배달시켜 먹는다고 했다. 주제어실 제어 설비는 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삼중으로 설계돼 있다. 전체 제어 설비는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보드판도 정착돼 있다. 디지털 제어반이 고장났을 때 백업할 수 있는 설비다. '원전정지 제어실'은 근로자들의 상주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발전소를 안전한 상태로 정지하고 유지하기 위한 공간이다. 일반인들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 위치해 있다. 황민호 신한울 운영실장은 “근무시간 내내 긴장의 연속으로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 전화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국가 에너지 공급이라는 임무의 무게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터빈룸은 전기가 생산되는, 발전소의 최종 단계다. 물이 핵연료 사이를 지나 데워지고, 데워진 물이 증기발생기에서 열교환한 뒤 증기가 돼 들어오는 구조다. 내부는 한겨울에도 40℃를 웃돈다. 터빈룸으로 들어온 고압, 고온의 증기는 고압터빈, 저압터빈의 날개를 분당 약 1800회 돌린다. 이어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가 생산된다. 푸른색 물이 반짝이는 수조에는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물이 방사선을 막는 가장 훌륭한 차폐체 역할을 해 수조에 보관하는 것이다. 원전은 18개월에 한 번씩 계획예방정비를 한다. 이때 사용한 연료의 1/3을 사용후핵연료저장조로 옮기고 신 연료로 교체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토사를 실어 나르고, 거대 크레인이 구조물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공사장 면적은 140만 제곱미터. 월드컵 경기장 197개를 합친 규모다. 신한울 3호기는 원자로 격납건물 철판을 설치하는 공정이 진행 중이다. 4호기는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앞두고 원자로 건물 기초 지반을 다지고 있다. 바다 쪽으로는 해안선을 건드리지 않고 해저 터널을 뚫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다 깊은 곳에서 차가운 물을 끌어오고, 데워진 물은 다시 심해로 돌려 보내는 구조다. 지난 2023년 6월 공사에 착수한 신한울 3·4호기의 종합 공정률은 올해 4월 말 기준 29.8%다. 오는 2033년 10월 준공이 목표다. 총사업비 12조3000억원이 투입된 거대 국가 프로젝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사업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지난 2016년 1월 한수원이 건설 허가를 신청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 들어 새정부 에너지정책에 따라 사업이 재개됐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면서 건설 사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신한울 1·2호기에 3·4호기가 추가로 건설되면 울진은 한울 원전 6기 포함, 대형 원전 10기가 밀집한 최대 원전단지가 된다.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총 26기, 이 가운데 15기가 가동 중이고, 10기는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원전이 31.7%,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가 각각 28.07%를 차지한다. 원전 10기가 멈춰 서면서 원전 이용률은 현재 60%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원전 이용률을 향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이어 베트남 등에도 신규 원전 수출을 진행 중이다. 신한울 공사 현장에 붙어 있는 '최고의 안전! 신뢰의 K-원전'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황희진 한수원 공사관리부장은 “우리가 짓는 것은 단순한 발전소가 아니다"며 “세계가 우러러보는 가장 안전한 원전, 'K-원전'이라는 책임감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가스안전공사, 홍콩·몽골에 가스안전 기술 전수

가스안전공사가 수소 등 고압가스 분야의 안전 기술과 경험을 해외에 전수해주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스안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홍콩과 몽골에 관련 기술과 역량을 전수해주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홍콩을 방문해 홍콩 정부 산하 전기기계서비스부(EMSD)와 가스·수소 안전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홍콩 국제 수소개발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 양 기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가스·수소 안전관리 정책 교류 △안전기준·검사·인증체계 협력 △기술정보 및 전문가 교류 △수소 안전관리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수소개발전략을 발표하고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수소 안전관리 체계와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가스안전공사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의 가스·수소 안전관리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양 기관 간 협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홍콩이 한국의 수소안전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수소경제종합포털에 따르면 현재 등록 수소차는 4만6168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수소충전소 453기, 수소 생산량 268만톤을 자랑하고 있다. 수소는 탄소 배출이 없어 궁극적 연료, 원료로 각광받고 있지만,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어서 이를 상업화하려면 안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가스안전공사는 수십년 고압가스 안전기술을 바탕으로, 수소분야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안전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최근 몽골과도 한·몽 가스안전 기술 국제 컨퍼런스 행사를 개최하고 안전 기술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국제협력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행기관인 공사의 사업 진행과정에서, 국내 관련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함과 동시에, 양국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업자간 정보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서원석 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는 “몽골의 가스 안전관리에 대한 수요에 한국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만나면 큰 시너지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양 국가의 가스안전 협력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몽골 사회가 안전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 위기 내게 맡겨라”…석탄·바이오 다 잡은 LX인터내셔널 ‘주목’

중동 사태 장기화로 석유, 가스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체자원인 석탄과 바이오연료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유연탄 가격은 탈석탄 시대에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연료 정책은 상반기 내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과 바이오연료를 모두 사업군으로 두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중국 칭다오 도착가 기준)은 올해 1월 4일 톤당 101.7달러에서 5월 19일 기준 119.6달러로 올랐다. 유연탄 가격 상승 원인은 중동 전쟁으로 카타르 등 중동산 LNG 공급이 어려워지자 각국이 LNG발전 대신 석탄발전을 가동해 석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봄철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 가동률을 줄여왔으나, 올해는 이를 해제하고 가동률을 높였다. 중동은 세계 LNG 공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유연탄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가격예측에 따르면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올 2분기 114달러, 내년 2분기 117달러, 2028년 2분기 120달러, 2028년 4분기 122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연료의 원료인 팜 오일 가격은 중동 전쟁 전인 2월 말 톤당 4000링깃(MYR)에서 전쟁 후 4월 3일에는 4776링깃까지 치솟았다가 5월 중순 현재 4420링깃을 보이고 있다. 팜 오일은 2022년 4월에는 러-우 전쟁 영향으로 7130링깃까지 치솟은 바 있다. 팜 오일은 과자류를 튀기는 식용유로도 쓰이고, 자동차용 경유나 선박 연료에 섞어 쓰는 바이오연료의 원료로도 쓰인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용 경유에 4%의 바이오디젤을 의무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 등도 쓰이지만, 대부분은 팜 오일 기반으로 제조된다. 정부는 석유 수급난에 대처하고, 탄소 감축 차원에서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디젤 의무혼합률을 더 높이고, 바이오선박유와 바이오항공유도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로 관련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과 바이오연료 사업군을 모두 영위하고 있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감(지분 60%) 탄광, 중국 신전(지분 30%) 탄광을 보유 및 운영하고 있다. 생산량은 각각 연 1400만톤, 600만톤이다. 또한 회사는 인도네시아에 3개의 팜 오일 농장을 지분 100%로 운영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PAM 농장 9.1만톤, TBSM 농장 5.8만톤, GUM 농장 4.1만톤이다. 특히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면서 나오는 메탄을 포집해 바이오가스 발전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여기에서 얻은 연간 10만톤의 탄소배출권과 현지 하상 수력발전사업을 통해 얻은 연 21만톤의 탄소배출권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2113억원, 영업이익 10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증가, 6.8%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자원 시황 회복과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큰 폭의 수익성 개선 흐름을 보였다"며, “자원 및 물류 시황 변동성 확대라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핵심 자산 운영 효율화와 안정적인 현금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켈·보크사이트·구리 등 미래 유망 광물에 대한 투자, 신시장 발굴 및 신사업 확대, 에너지인프라·전력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전환을 가속화하고,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시민이 직접 만드는 기후정책…‘기후시민회의’ 공식 출범

그동안 전문가들 위주로 구성됐던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에 시민 참여가 확대된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후 공론 상설기구인 '기후시민회의' 발대식을 개최했다. 지난 3월 기후시민회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기후시민회의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한 시민들이 직접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제안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기후위원회가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돼왔다는 점에서 시민 참여 확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번 발대식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활동할 시민참여단은 대표성과 포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10대 청소년, 장애인, 고령자,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 시민 220명으로 꾸려졌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다. 기후위원회는 시민참여단 구성원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후시민회의 시민참여단은 발대식을 시작으로 생활밀착형 기후정책 전반에 대한 전문가 교육을 받고, 의제 선정과 토론·숙의, 정책 제안 활동 등에 참여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기후시민회의는 시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 형성과 실행의 주체로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 거버넌스 모델"이라며 “다양한 시민의 경험과 의견이 실제 기후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숙의 체계를 운영하고, 그 결과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 단상] 5월 이른 더위에 한숨 돌리는 전력당국…태양광 시대의 아이러니

5월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전력당국이 오히려 한숨을 돌리고 있다. 통상 더위는 전력수급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순간 발전비중이 급격히 커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냉방수요가 전력망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히 발전설비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전력수급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봄철처럼 날씨가 맑고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정전 위기를 키우는 등 전력망 운영 부담이 커진다. 전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남아도는 전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시대다. 18일 전력거래소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2~13시 총 전력수요는 6만1000~6만3000메가와트(MW)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태양광 발전 비중은 45~46%대였다. 전력당국은 이번 16~17일 주말을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로 봤다. 전국이 맑을 것으로 예보되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공장이 쉬다보니 전력수요가 평일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이에 태양광 비중도 더 높아진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가 변수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 낮 최고기온이 33도, 김천은 34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31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냉방수요가 늘면서 전체 전력수요가 지난 1일과 비교하면 약 4000MW가량 증가했고 덕분에 태양광 비중도 5%포인트(p) 정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량 비중이 순간 50% 넘었던 노동절 휴일이던 지난 1일을 봐보자 . 당시 오후 12~13시 총 전력수요는 5만7000~5만9000MW 수준에 머물렀고 태양광 발전 비중은 순간적으로 49~50%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국내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태양광이 공급한 셈이다. 이어 10일에는 총 전력수요는 5만5900~6만1000MW 수준으로 올랐고 태양광 비중은 48~49%대를 기록했다. 한 해 전체 발전량으로 보면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그러나 해가 쨍쨍한 낮시간대에는 발전량 비중이 50%까지 올라간다. 겉으로 보면 친환경 전력이 늘어난 긍정적 장면처럼 보이지만, 전력망 운영 측면에서는 오히려 긴장감이 커졌다. 전력망은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정확히 맞아야 유지된다. 그런데 태양광은 구름 양과 일사량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한다. 봄철처럼 전력수요는 낮고 햇볕은 강한 날에는 공급이 수요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태양광 발전의 가동을 제한하는 출력제어까지 시행된다. 결국 전력망 운영에서 남는 전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추가되고 있다. 실제 정부가 최근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를 개편하고, 봄·가을 주말 낮 시간 전기차 충전요금을 할인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지난달부터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를 개편해 낮에는 비싸고 밤에는 싼 구조를 일부 뒤집었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오전 11시~오후 3시 구간 요금을 낮추고 저녁 피크 시간대 요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봄·가을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공공 급속충전기와 자가용 충전기의 전력요금을 최대 50% 할인해준다. 이는 전체 충전 요금 기준 약 12~15%가 할인되는 효과다. 그렇다고 여름 폭염도 전력수급에 우호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7~8월 폭염은 높은 습도와 열대야로 냉방수요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수요 자체가 지나치게 높게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공급 부담은 여전히 크다. 반면 지금의 5월 더위는 건조해서 그늘에 있으면 비교적 시원하다. 또한, 해가 지면 온도가 급속도록 하락한다. 5월 더위는 낮 시간 수요만 적당히 늘리는 수준에 그친다는 차이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제 단순히 발전소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 패턴과 전기요금 체계까지 바꾸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폭염과 한파가 전력당국의 최대 걱정이었다. 이제는 봄철 맑은 하늘이 더 무서운 시대가 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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