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韓美 팩트시트, 모호하게나마 이번 주 나올 것”

김준형 “韓美 팩트시트, 모호하게나마 이번 주 나올 것”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하지만, 사인해도 끝난 게 아니다. 결국 나중에 '해석 전쟁'과 이행 과정의 '투쟁'이 뒤따를 것이다. '상업적 합리성'을 누가 판단하는지, 연 200억달러 투자 미집행분을 이월할지 리셋할지 등 예민한 문제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세부내용이 합의됐지만 2주 가까이 지나도록 문서화(팩트시트 작성)가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범 여권 전문가로부터 “합의하지 못한 부분을 모호하게 남긴 채 이번 주 발표..

[기자의 눈] 금융당국 수장,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 외칠 자격 있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갭투자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 위원장은 “뭘 포기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평생 1가구 1주택, 한 채로 해서 그냥 산다는 그런거다"며 “공직자 임원으로, 더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걸 알고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부동산 거래 관련해 국회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과거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찬진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해 다주택자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이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1가구 1주택을 약속했고, 이 원장은 결국 아파트 한 채를 처분했다. 이 원장이 아파트를 처분하는 과정도 전혀 매끄럽지 않았다. 이찬진 원장은 아파트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실거래가보다 높은 금액에 매물로 내놔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었고, 결국 가격을 다시 낮췄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 구설에 오른 건, 그만큼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유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과 민심 모두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출 규제로 현금 부자들만 로또 청약의 기회를 얻었고,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는 끊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자신감과 관계없이 강남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권을 향해 생산적 금융을 주문하고 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가구 1주택을 그냥 살겠다"라고 했고, 이 원장은 실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놨다. 금융권 입장에서, 국민의 관점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수장들부터 언행일치의 품격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을 향해 “내로남불 원장의 리더십이 시장에 먹히겠냐"고 쏘아붙였다. 그들이 내로남불 정책, 내로남불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이, 강남 아파트 가격은 지금도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남미사회가 한국에 던지는 교훈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극지연구센터장 1986년 개봉한 영화 (The Mission)은, 18세기 유럽에서 남미 식민지로 온 선교사의 활동과 제국의 이해관계, 그리고 원주민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들의 열연, 정글과 폭포를 배경으로 하는 영상미, 그리고 인도주의적 철학이 어우러지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실제 과라니 원주민 전쟁을 재구성하여, 신앙의 순수함과 제도화된 종교 권력의 대립을 통해서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을 성찰하려고 하였다. 당시 예수회는 남미 각지에 선교 마을을 세우고 유럽식 문화와 교육을 도입하여 원주민의 경제적 자립과 문화적 자율성을 추구하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유럽 제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위협받으며 식민주의의 폭력에 직면한다. 영화의 이야기에 따르면, 선교사들과 원주민은 그곳을 지키고자 유럽 제국에 대항하였으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예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여기서 사용된 음악은 지금도 '넬라 판타지아'라는 곡으로 유명하지만, 역사적 재현의 정확성에 대해서 여러 비판을 받았다. 실제의 예수회 선교구역은 영화에서 묘사된 이상적 공동체와 달리, 식민지 경제에서 일정한 권력 구조를 유지한 복합적 사회였다. 원주민은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일정한 자율성을 가진 행위자였으며, 그들의 문화와 언어는 선교의 논리에 종속되었다. 영화는 예수회를 구원자로 이상화하였으나, 그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식민지 통제의 일부였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배경인 1750년 마드리드 조약은 유럽 제국주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남미 식민지의 영토를 조정하려고 체결한 조약이다. 이 국제법은 제국들의 세력 균형을 재편한 외교적 사건이었고, 산맥과 강 등 자연 지형을 근거로 식민지 경계를 설정한 국제적 합의라는 점에서 근대사적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조약은 '현재 점유하고 있는 자가 그 땅의 소유자다'라는 uti possidetis(현재 소유 상태를 유지하라) 원칙을 식민지 조약에 명문화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제국주의 침탈을 '합법적 소유'로 둔갑시키는 논리적 장치로 활용되었고, 원주민 공동체의 존재와 권리를 법에서 지우고, 지배를 법적 질서로 포장하여 식민지 폭력을 제도적으로 은폐하였다. 마드리드 조약은 법·지식·경계가 결합한 식민 근대성의 압축된 형태이자, 식민주의 근대의 작동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조약 체결을 가능하게 만든 지도 기술, 행정 조직, 경계 설정 등은 근대 국가의 상징이었으나, 그 본질은 유럽 중심의 지식 체계가 남미를 규율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실제로 마드리드 조약문 어디에도 원주민의 권리 보호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은, 이후 제국주의가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자원 개발을 위하여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노예화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였다. 이렇게 원래 그곳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은 식민지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착취당하는 존재가 되었는데, 이것은 피부색과 출생지에 따라 구분된 남미 사회의 위계질서를 만들었다. 현대 남미 사회에서도 원주민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권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림 개발, 광산 개발, 댐 건설 등 현대적 자연 개발은, 원주민 권리의 침해나 공동체 붕괴 그리고 자연의 파괴를 낳는다. 이는 과거의 조약과 법이 남긴 영토와 자원의 불평등 배분이 여전히 현대적 개발 논리와 결합하여 자연과 원주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현재 심각한 남미의 자연 파괴와 불평등 문제는 식민주의 근대성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주민 권리 운동과 다문화주의에 근거한 남미의 사회 운동은 오래된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자 식민지 근대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실천이지만, 경제 종속과 인종적 위계질서라는 식민주의 유산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반도는 식민지 역사를 경험하면서 자원을 착취당하고 공정하지 못한 계층구조를 경험하였다. 독립 이후의 한국은 개발 경제의 발전 이면에 성공 만능주의, 심각한 자연 파괴, 사회 계층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는 출신 지역, 가정 환경, 졸업 학교에 따른 등급화와 불공정한 취급 등 남미의 계층 인식과 유사한 상황이 있는데, 이를 지적하는 의견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등 구성원의 문제의식도 부족한 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계층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부당한 취급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구성원은 이를 경계하고 해결하려는 인식부터 필요하다. 김봉철

[EE칼럼] AI의 심장은 원자력, 원자력의 심장은 인재

스마트폰은 손안의 명품 컴퓨터다. 그러나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하면 그저 비싼 금속 덩어리일 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전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문제와 원자력 산업의 현실이 꼭 이와 같다. AI의 심장은 원자력이고, 그 원자력을 뛰게 하는 엔진은 인재다. '원자력 없이는 AI도 없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AI는 국가의 흥망을 가를 전략 기술이 되었고, 그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삼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나 일본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945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전력이 한순간도 끊겨서는 안 되며, 동시에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성'과 '무탄소'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대규모 전력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뿐이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간파한 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단순히 전력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AI 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AI 혁명이 곧 원자력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치면서도, 그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충당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로는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수 없다. AI를 키우겠다면서 원자력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정책은 인재 이탈을 불렀다. 최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가을학기 KAIST의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원자가 '0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이후 4년 만이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학생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원자력 관련 학과도 8년 새 18개에서 15개교로 줄었다. 대학 입학생 수도 2016년 545명에서 지난해 418명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에서 원자력 전공을 택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산업 붕괴의 신호다. 현장의 불안감은 이미 깊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업계는 장기 투자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다.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담당 부처가 이원화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산업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다른 부처 장관은 “필요가 없다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엇박자 속에 인재는 사라지고, 기술은 낡아가며, 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백 년을 내다보는 인재 양성 전략이 시급하다. 그 해법으로 '취업보장형 원자력 계약학과'를 제안한다. 학부 과정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이 주도해 원전 인근 대학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인재를 산업의 중심축으로 키우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안전 문화, 원자로 설계, 안전 공학 등 실무 중심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대학원 과정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연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안전규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핵비확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지원, 졸업 후 자격 충족 시 해당 기관 채용 보장 등 '패키지형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젊은 세대가 다시 원자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에너지의 품격'에서 갈린다.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력을 확보한 나라가 AI 혁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의 핵심은 원자력, 그 원자력을 지속시키는 동력은 사람이다. '원자력 없이는 AI 없고, 인재 없이는 원자력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새겨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취업보장형 계약학과의 설립은,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적인 한 수다. 이제는 백년지대계의 눈으로 에너지와 인재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문주현

[기자의 눈] 코스피 4000 돌파와 ‘파이 키우기’ 믿음

창조주 신(神)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중세시대에는 피조물인 인간이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해 더 큰 발명과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관의 중심이 인간으로 옮겨온 인본주의의 르네상스 시대가 발흥하면서 새로운 발견과 기술 개발으로 전체 생산과 부를 늘리는 '발전'과 미래 성장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자본시장에서 돈을 끌어오기 위한 '신용' 개념도 나왔다. 주식시장은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탄생했다.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는 개인이나 법인이 특정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자본을 투자하는 메커니즘이다. 최근 국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뛰어넘었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에 힘을 실은데다 최근 인공지능(AI) 붐과 한·미 조선업 협력 같은 대형 호재들이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다. 주식시장 활성화는 저평가 해소뿐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우리 경제계의 근심과 걱정이 크다. 지난 3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로 대표되는 '자본재'와 '소비재'에 의존이 높은데다 수출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실적의 40%를 차지하는 쏠림현상 때문이다. 여기에 저성장 국면 속에서 미래산업을 이끌 국내 고급인재들이 처우와 지원 부족 환경에 떠밀려 경쟁국인 중국을 포함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 차세대 인적 인프라 부족 및 취약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같은 소재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처하면서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는 공급망의 위기, 인구 감소와 기후 위기, 정치 양극화 같은 사회문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다. 코스피 4000 돌파로 자본시장 중심의 '파이 키우기' 희망이 높아졌지만 앞서 열거된 대한민국 경제 현실은 일회성 '반짝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밑바닥에 깔고 있다. 미래 경쟁력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한국시장이 국내외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주식시장 밸류업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시장의 핏줄인 자본의 활성화 못지 않게 시장의 뼈대인 제조업이 건강해야 대한민국 경제 몸체가 '무병장수'할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신연수 칼럼] 기후변화 대응, 더는 후퇴하지 말자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11일 최종 결정했다. 산업계는 “목표가 과도하다"며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4년 전 2030 NDC를 정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과감하게 앞장서는 것이 국제적 책임에 맞고, 미래 산업 전략으로서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무리하지 않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6억 2420만톤으로, 원래 목표보다 6.5%를 더 줄였다. 2024년 역시 잠정 집계를 보면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산업 분야는 원래 목표를 낮게 잡아 이미 2029년도 감축분까지 달성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지만, 어차피 기존 경로로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국의 추격, 무역질서의 변화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평소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노력을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관행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브라질 벨렝에서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고 인간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 중 하나다. 회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세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 목표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향후 1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는 그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각 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지구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다"라고 주장하며 미국 대표단의 회의 참가마저 막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세계 과학계에 쌓인 많은 연구들은, 급속한 지구온도 상승과 극단적 기후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한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 온도상승 속도가 임계점을 넘는다면 인류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인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인간의 삶이 기후와 얼마나 밀접한 지는 인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정착해 농사를 짓고 문명을 이루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인간의 뇌 크기가 아니라 기후였다. 구석기 시대까지는 기후변화가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하다가, 1만 년 전부터 안정적인 기후가 이어지면서 인류는 본격적으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 인류 문명에 심대한 타격을 주리라는 우려는 일부 환경단체의 '공포 마케팅'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 어려운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탄소배출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지금 세대, 대도시의 부자들이다. 탄소배출과 기후변화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음 세대, 저개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가장 책임이 적은 지역의, 가장 책임이 적은 가난한 사람들이 홍수와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에서도 홍수와 산사태, 산불 등 극한 기후로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도시보다 농촌, 어촌, 산골마을이다. 이 때문에 가장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까지 고통을 느낄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져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이 성공하리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과학자들이 말하는 임계점을 넘어서 돌이키기 어렵다는 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있다.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화석연료를 강조해도 세계적으로 태양광이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이 되었고, 재생에너지는 석탄 발전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올 상반기 5.3%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사상 처음 탄소배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경제활동과 국민복지를 늘리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적'을 국제사회는 하나씩 이룩하고 있다. 구석기시대의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해답을 만들 것이다.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이 불문율인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돕는 또 다른 인간 본성을 발현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지 모른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 소상공인, 내수둔화 시대의 생존 해법은

내수둔화와 비용상승이 겹친 지금, 많은 소상공인들은 디지털 전환과 AI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당장 내 가게와 무슨 상관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임대료·인건비·에너지요금·플랫폼 수수료 등 눈앞의 비용에 시선이 쏠린다. 그러나 디지털전환과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비용을 낮추고, 매출을 키우며, 리스크를 줄이고, 사람의 역량을 높이는 실전 도구다. 아래에서는 소상공인이 마주한 네 가지 과제(비용·매출·리스크·사람)를 중심으로 디지털전환·AI의 역할을 짚어본다. 첫째, 운영 효율로 비용을 낮춘다. 판매·날씨·지역행사 데이터를 반영해 발주·재고(식당·마트) / 소모품·약제(미용실) 수요를 예측하면 과잉재고·품절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전단·배너·메뉴판·서비스안내판 시안은 AI 초안에 사진과 가격만 교체해 제작 시간을 단축한다. 에너지 비용이 부담이면 피크 시간대에 맞춰 조리·조명·냉난방(식당·마트), 드라이·열기기 사용(미용실) 스케줄을 표준화하고, 장비 매뉴얼의 절감 팁을 추출해 루틴에 반영한다. 둘째, 수요창출로 매출을 키운다. 상품·메뉴·시술 소개 페이지를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짧게 비교 실험한 뒤, 클릭·예약·구매 전환이 높은 문구를 자주 쓰는 템플릿으로 고정한다. 리뷰를 요약해 핵심 키워드를 뽑고, 이를 배달앱·지도·인스타·네이버 등 채널 검색 노출에 반영한다 셋째, 선제 대응으로 리스크를 줄인다. 매출 급락, 회전율 악화, 불만 급증 같은 이상 신호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무엇을 할지·누가 맡을지·언제까지 끝낼지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재고경보가 발생하면 대체품목을 제안하고, 이어서 동네마트는 가격과 진열을 조정하고, 식당은 세트·메뉴 구성을 손보고, 미용실은 예약 슬롯과 동선을 조정하는 식으로 작은 규칙을 연쇄적으로 적용하면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넷째, 사람의 역량을 키워 시간을 절약한다. AI가 레시피·시술가이드·장비매뉴얼을 읽어 절차, 주의점, 실수 Top3를 쉬운 언어로 제공하면 신입도 빨리 배우고 덜 실수한다. 오픈/클로즈 체크리스트, 위생·안전 점검표를 표준화하면 교대 시 품질이 흔들리지 않는다. 채용이 어려운 시대, 교육 속도와 현장 적응력이 곧 경쟁력이다. 이제 업종별로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현장형' 예를 들어보자. 식당의 경우 날씨·요일 기반으로 식재료 수요를 예측하고, 품절시 대체 메뉴를 안내한다. 점심/저녁도 차등 세트를 자동 제안한다. 리뷰 키워드(“따뜻함", “바삭함")를 메뉴설명·간판카피에 즉시 반영한다. 미용실의 경우 사전상담 챗봇으로 얼굴형 및 모발 상태에 맞춘 스타일을 3가지 제시한다. 노쇼 예방 리마인드와 시술 후 홈케어 가이드를 자동발송한다. 후기 요약으로 디자이너별 강점을 도출한다. 동네마트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해 자동 할인 라벨과 그 재료로 만드는 3분 레시피 카드를 생성한다. 품절 시 대체상품 추천으로 매출·마진을 동시에 방어한다. 공방·크래프트는 스토리텔링, 네이밍과 다국어 상세페이지로 해외 마켓 진입 장벽을 낮춘다. 기억해야 할 점은, 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은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경영 습관의 업데이트'라는 사실이다. 경영지표를 보고, 루틴으로 붙잡고, 순간을 설계하고, 신뢰로 지키면 매출·마진·충성도를 동시에 올릴 수 있다. 오늘의 선택은 간단하다. “고객 경험을 표준화하라." 그 순간, 식당도 미용실도 동네 마트도 가격 프레임에서 내려와 경험 프레임으로 갈아탄다. 그리고 그 프레임 위에서 AI는 작은 자동화의 연쇄로 매일 묵묵히 성과를 쌓는다. 손님은 최저가 대신 '늘 같은 품질'이라는 안심을 기억한다. 그 기억이 충성도가 되고, 충성도가 내일의 매출이 된다. 가격이 아니라 경험으로 기억되는 가게가 이긴다. 박주영

[기자의 눈] 부동산정책 성공, 국토균형발전에 달렸다

정부가 지난 9·7 대책을 통해 전국에 주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 시장에 진짜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시행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처럼 계획경제 하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주택 공급책을 수행하기엔 현재 대한민국은 민간 자본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일단 소비자들부터 정부가 짓는 집이 아닌 민간 건설사가 짓는 집을 원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이상적인 대규모 공급책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른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국토균형발전이다. 물론 우리나라 모든 재원과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당장 지방을 살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현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이다. 정부가 행정부 대부분을 세종시로 보냈지만 여전히 대통령이 서울에 상주하고 국회가 여의도, 사법부가 서초동에 있어 행정수도 이전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또 행정부가 세종에 내려갔지만 여전히 행정부 수반과 주요 정부 기관은 서울에 있어 수많은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왕복하고 있다. 가족들은 서울에 거주하고 공무원만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꼴이 되면서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효과가 감소됐다. 공무원 가족이 서울에 계속 거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교육' 문제다. 직장은 멀더라도 부모가 좀 고생하고 말지, 자녀 교육은 서울에서 시키겠다는 것이다. 공기업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여전한 것도 결국 부모는 얼마든지 직장이 멀어도 이를 감수하고, 자녀 교육은 서울에서 시키겠다는 '맹모민국' 마인드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나라 교육시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명문대, 그 중에서도 국립 교육기관인 서울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서울대와 같은 입시 서열 최상위 대학이 전국 지방 각지에 10곳이 생기고, 입학 시 해당 지역 학생에게 메리트를 제공한다면 가족 단위로 이주하는 이들이 상당히 생길 것이다. 이렇게 거주 수요가 지방으로 분산되면 현 부동산 시장의 근본 문제인 서울 주요 지역에 치중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해소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교육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골자로 한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향(안)'을 12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내달 발표될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해결점이 보일 것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슈&인사이트] 한·중 협력의 패러다임 전환 모색

한중 수교 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내 사양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에 적극 진출하였다. 2001년 중국의 t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에는 대기업도 중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였다. 업종별로 희비가 있지만, 중국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초기에는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여 제조에 집중하였다.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독자 법인으로 진출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거대해지고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중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가운데, 합자 법인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중국 로컬 기업의 경쟁력이 급상승하면서 외자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대거 밀려나고 있다. 독자 법인은 물론이고 베이징현대와 같은 합자 법인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일본계, 독일계, 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는 급감하고 오히려 매각 등 투자 회수가 확대되고 있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오히려 감소한 반면, 대중국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부터는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하였다. 중국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던 품목이 공급과잉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여지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해외로 덤핑 수출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중국의 경쟁력은 단순히 가격 우위에만 있지 않고 기술력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0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국내 제조 기업 57%가 중국 기술력이 우리보다 앞서거나 대등하다고 응답하였다. 우리나라의 먹거리로 장기간 기술 투자를 한 전기차 및 배터리, 디스플레이, 태양광, 풍력 등 여러 업종이 단기간에 중국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중국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AI 등의 산업도 적지 않다. 전자상거래(알리바바, 테무 등), 게임(텐센트), 숏폼(틱톡) 등 IT 플러스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은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필자는 지난 8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유명한 항저우 6소룡(小龍)이라 불리는 기업을 방문하였다. 당시 DEEP Robotics라는 기업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너믹스의 기술을 100이라 한다면, 자사의 기술은 95 정도이고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라 하였다. 중국 기업은 기술력이 글로벌 최고 기업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기업인 BYD가 테슬라를 넘어 세계 1위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미래 산업기술을 개발하면 중국이 단기간에 추월하는 리스크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유망 기업을 미리 발굴하여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알리바바가 공룡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하고 창업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SK(주)가 중국 물류회사인 ESR의 지분을 인수한 후 상장 후에 매각하여 큰 이익을 남겼다. 금융 부문에서 하나은행의 지린(吉林)은행 지분 인수, DB손보의 안청(安城)손보 지분 인수 등을 우수 사례로 들 수 있다. 중국을 앞서가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유망한 중국 기업을 발굴하여 사전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기보

[기고] IAEA, “후쿠시마 처리수, 국제 기준 충족”… 2년간 방류에도

일본 정부가 2023년 8월에 시작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의 ALPS 처리수 방류 작업은 올해 9월까지 지난 2년여 간 총 15회에 걸쳐 진행됐다. 처리수는 매회 방류 전 처리수 내 방사능 수치를 철저히 검사한 뒤 약 19일에 걸쳐 방류된다. 모든 처리수 방류 과정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방사능 수치는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처리수 내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500베크렐(Bq/l) 미만으로 희석한 후 방류되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치의 1/7 수준으로 매우 보수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처리수 방류 현황은 도쿄전력이 운영 중인 '처리수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원자력 이용국에 자문과 독립적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IAEA는 모든 방류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시료 채취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15차 처리수 방류 이후 발표된 IAEA의 보도자료에서도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보다 훨씬 낮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와 같은 독립적 샘플링의 분석 결과는 IAEA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ALPS 처리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학적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다른 국제기구들도 별도로 샘플을 채취 및 분석한 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인근 해역 모니터링 역시 일본 환경성, 원자력규제위원회(NRA), 일본 수산청, 후쿠시마현, 도쿄전력이 각각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산청은 방류 지역 주변 몇 킬로미터 내에서 잡힌 어류를 직접 검사해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해당 결과는 일본 수산청 공식 홈페이지(https://www.jfa.maff.go.jp/e/inspection/)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으며, 방사능 기준치 이하임이 확인된다. 지난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20만 마리가 넘는 어류 샘플이 검사됐고, 지난해에만 1만 3천여 건이 분석됐지만, 일본 정부가 정한 보수적 기준치(킬로그램당 100베크렐, 100 Bq/kg)를 초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러한 일본 수산물은 현재 일본 내에서 방사능 관련 제한 없이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도 어류 방사능 검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에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수산시장을 방문해 어류가 해부되어 방사능 검사를 받는 과정을 직접 지켜본 바 있다. 모든 검사 결과는 '불검출'이었으며, 필자는 그 자리에서 맛있는 생선을 먹을 수 있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한국 국민들도 처리수 방류가 한국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으며,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점을 알고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처리수 방류는 일본은 물론 주변 지역 어디에도 사람이나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어윈 호주국립대학교 명예 부교수 외부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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