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탄소중립, 둘 중 하나 선택할 문제 아니다”

[인터뷰] “AI·탄소중립, 둘 중 하나 선택할 문제 아니다”

“AI와 탄소중립은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과제입니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전력산업 구조와 전력망이 준비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전력 수급·시장 체계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학회 슬로건을 'AI와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대한전기학회'로 정한 배경에 대해 “AI도, 탄소중립도 결국 해답은 전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기자의 눈] 새만금 논쟁 핵심은 ‘이전’이 아니라 ‘해결 능력’이다

새만금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을 둘러싼 논쟁은 겉으로 보기엔 지역 간 경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전혀 다르다. 핵심은 어디로 옮길 것이냐가 아니라, 어디가 전력과 용수를 현실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다. 반도체 산업은 선언이나 구호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기업을 설득하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숫자로 입증되는 실행 능력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해당 지역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의 비용을 들여 24시간 무중단 전력과 대규모 초순수를 공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표와 재원 조달 방안, 계통·수자원 연계 계획을 제시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적격지'다. 수도권이든, 새만금이든, 또 다른 지역이든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논쟁이 이 기준을 향해 가고 있는지다. 용인이 왜 논란의 대상이 됐는지, 송전망과 용수 문제가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냉정한 진단 보다는 새만금 등으로 이전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정치적 공방이 앞서고 있다. 새만금 역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라는 장점만 강조될 뿐,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 '품질'과 계통 안정성, 초순수 공급 체계에 대한 구체적 검증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사실 이 논쟁은 정쟁으로 흐를 이유가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지역을 밀거나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후보지를 동일한 잣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전력 수요(GW), 송전망 구축 기간(년), 용수·초순수 확보 가능성, 총 비용(조 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를 묻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이 과정이 정쟁에 소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전론은 포퓰리즘이라는 공격과, 현 입지 고수가 기득권이라는 반격이 맞부딪치면서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장 중요한 질문, 즉 어디가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가장 빨리 줄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한 번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수십 년을 되돌릴 수 없는 산업이다. 그래서 입지 논쟁은 더더욱 감정이 아니라 계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용인이든, 새만금이든, 혹은 제3의 지역이든,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는 곳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 답을 내놓지 못한 채 논쟁만 반복된다면, 이번 논쟁 역시 또 하나의 정치적 소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검증이다. 정쟁이 아니라 설계도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미래는 말이 아니라, 전선과 관로, 그리고 숫자가 결정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책임지고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한 수치와 정보를 토대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북한 무인기 논란, 국제 정세 변화 속 전략적 시험대

북한은 우리가 무인기를 보냈다며 연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13일 북한의 김여정은 “조한(조선과 한국) 관계 개선은 희망 부푼 개꿈"이라며 우리에게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우리 정부의 안규백 장관은 “우리 군이 보유한 기종이 아니다"라며 남북 공동 조사를 제안했다. 북한이 공개한 추락한 무인기의 부품을 분석하면, 수신기는 2만 원에서 3만 원대의 저가형으로 실시간 통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 군은 이미 고해상도 실시간 영상 전송(Live Feed) 능력을 갖춘 다량의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데, 굳이 녹화된 SD카드를 회수해야만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구형 드론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위성으로 더 정밀한 정보 수집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드론을 띄워 사진을 촬영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우리 무기 체계의 기술적 수준을 북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주장해 온 북한이 상대국 무기 체계에 무지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은 왜 이 사안을 이처럼 부풀리려 하는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드론을 띄우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의도적으로 허위 선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북한이 거짓된 주장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은 과거에도 빈번했기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군이 아닌 민간이 드론을 날렸을 경우다. 그런데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북한이 이토록 과잉 반응을 보일 만한 사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런 식의 비난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은 시기상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 시기적 특성이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과 마두로의 체포를 단행한 직후라는 점이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목도하면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우리 및 미국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추진도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린란드 합병은 단순한 미국 영토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관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과 유럽 관계의 적신호는 나토의 와해 혹은 존속 위기를 의미한다. 이는 집단 안보 체제의 균열 혹은 종식을 의미할 수 있는데, 이를 확대해석하면 한미 동맹 혹은 미일 동맹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북한은 일단 우리를 시험하려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동맹 약화 가능성이 대두되는 국면에서 자신들의 비난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떠보려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설은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상황인데, 이런 때에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은 불안을 느꼈을 수 있고, 그래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우리가 도발했다는 프레임을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적대적 두 국가 체제'의 불가피성을 각인시키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북한의 '오해'를 풀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착각을 심어 주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체제' 프레임에 말려들어 갈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과거 북한의 오물 풍선 투척, 미사일 도발, 무인기 침투 등의 전례를 상기시키며 당당하고 원칙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신율

[EE칼럼] 멀쩡한 원전, 왜 ‘서류’ 때문에 멈춰야 하나

각주구검(刻舟求劍). 배에서 칼을 떨어뜨린 사람이 뱃전에 표시를 해두고 나중에 찾으려 했다는 고사다. 배는 이미 움직였는데 표시만 믿고 칼을 찾으니 헛수고일 뿐이다. 지금 전 세계 원전 시장은 급변하는데, 우리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원자력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탄소중립과 AI·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폭발적 전력 수요를 감당할 유일한 대안이자, 국가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이다. 미국은 속도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14300호를 통해 원전 규제 개혁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계속운전 심사 기간은 12개월로, 신규 원전 심사는 18개월 이내로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심사 절차를 효율화하여 원전 가동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미국은 AI로 초래된 전력난 해결을 위해 이미 가동 원전의 대부분에 대해 계속운전을 승인하고 심지어 폐쇄했던 원전까지 다시 살려내고 있다. 반면 우리는 경직된 제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행정 절차 때문에 멀쩡한 원전을 세워두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계속운전 신청 기한을 앞당기는 제도 개선을 했지만, 일부 원전은 여전히 과거 규정에 묶여 계속운전 신청을 늦게 하면서 계속운전 심사 기간 중 가동을 멈추는 소위 '강제 정지' 사태를 맞고 있다. 원전 1기가 멈출 때마다 우리는 하루에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는다. 더 심각한 것은 법에서 정한 계속운전 기간인 10년에서 심사와 설비 개선에 소요된 기간을 뺀 기간만 운전하게 한다는 것이다. 제도의 허점이 전력 수급 불안을 야기하고 아까운 국부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국익의 관점에서 계속운전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첫 번째 단추는 계속운전 기간 산정 방식 개편이다. 계속운전 시작일을 운영허가 만료일이 아닌 계속운전 승인일로부터 따져 실질적인 10년을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는 심사가 길어지거나 설비 개선 공사가 지연되면 그만큼 운영 기간이 줄어들어 실제로는 6~7년밖에 가동하지 못한다. 정지 기간 중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되어 안전성에 전혀 영향이 없음에도 단지 서류상 이유로 계속운전 기간을 줄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승인 시점에 기간을 명확히 정해주면 충분한 심사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사업자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경제성 평가의 잣대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원전끼리 도토리 키 재기를 할 것이 아니라 전체 전력 시장이라는 큰 숲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작년 기준 원자력 발전 평균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60원대인 반면, 액화천연가스(LNG)는 170원대이고 석탄도 140원대에 이른다. 중수로가 경수로보다 조금 더 비싸다는 이유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마치 전교 상위권 학생들만 모인 우등반에서 반 석차가 꼴찌라고 해서 그 우수한 학생을 학력 부진아 취급하며 퇴학시키려는 것과 다름없다. 어떤 발전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경제성을 가진 원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계속운전이 승인된 원전의 설비 개선 공사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해야 한다. 계속운전을 위해 낡은 설비를 교체하는 것은 안전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승인했다는 것은 그 기술적 타당성과 안전성을 이미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행정 절차상 예타를 다시 받게 하는 것은 중복 규제이자 행정력 낭비다. 설비 교체 지연은 원전 가동 지연으로 이어지고, 그 비용은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계속운전이 승인된 원전의 설비 개선 사업은 국가재정법 제38조제2항에 따라 예타를 면제하는 등 패스트 트랙을 만들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낡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감한 결단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원자력은 다가오는 미래 산업 전쟁의 승패를 가를 전략 무기이자 기후 위기의 방패다. 행정 편의주의와 절차의 늪에 빠져 우리의 핵심 자산을 멈춰 세우는 것은 국가적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제도를 정비해야 할 때다. 문주현

[이슈&인사이트] 100세 수명 시대 범국가적 유디 시스템이 시급하다.

100세 시대의 수명연장은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기간의 연장이 될 수도 있고 노쇠 기간의 연장이 될 수도 있다. 활동 수명의 연장은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시스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사회 시스템의 유디화다. 유디(UD: 유니버살 디자인)는 휠체어 장애인이었던 미국인 로널드 메이스가 1980년대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나이·장애·언어 등으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제품·시설·서비스를 설계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다. 유디는 장애인 중심의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개념에서 시작되어 최근에는 고령화·다문화 등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해 모두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설계 기법이다. 2012년 버팔로대 연구진은 “인간의 활동과 보건·건강·사회 참여를 증진함으로써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 과정"으로 정의했다. 일반 디자인을 1.0 버전이라고 한다면, BF 디자인은 2.0 버전, 유디는 3.0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유디 개념이 법제화된 것은 1997년「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다. 2006년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이 제정되어 노약자의 사회 참여와 복지 증진에 공헌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BF 인증' 제도를 법제화하였고 2008년부터 노약자들의 BF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15년 공공 건축물에 대한 BF 의무 인증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범국가적 BF 인증은 걸음마 단계다. 2022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디 기본법안은 폐기되었다. 2024년 기준 한국 인구는 5,122만 명이다. 그중 국토교통부가 추계하는 교통약자는 1,613만 명으로 31.5%에 달한다. 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유디 도입 실태는 선진국에 비해서 빈약하다. 예를 들면 저상 버스 전국 보급률은 44.4%에 불과하다. 특히, 장애인의 생활환경 이용성 측면에서 보급률에 비해 그 만족도나 노약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더욱이 빈약하다. 2024년 고령 운전자 비율은 전체 운전자의 14.9%다. 그러나 이들에 의한 교통사고는 일반보다 50% 높은 21.6%에 달한다. 더욱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한다. 정부 대책은 규제 위주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년 주기 의무교육 대상이고 운전면허 갱신 시 교통안전교육도 2시간씩 받아야 한다. 신체장애나 정신질환 발생 시 수시 적성검사도 받아야 한다. 또한 고령자의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을 권유한다. 지자체에 따라서 십만 원 전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2%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이유는 운전면허를 반납할 수 없는 '생계형 고령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과제는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할 범국가적 유디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 도요타사의 연구소를 방문해 보고 놀라는 것은 자율주행이나 피지칼 AI 등 첨단연구가 아니라 유디 등 인간공학적 연구가 대세다. 이것이 일본의 노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한국에 비해서 절반 이하인 것을 설명한다. 선진국들은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요건,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기조 등을 반영해 유디를 법제화하는 데, 환경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개발과 보급, 적용 등과 관련된 사항도 포함하여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유디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유디센터가 제시한 7대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①공평한 사용, ②사용상 유연성, ③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④인지 가능한 정보, ⑤오류에 대한 포용력, ⑥적은 물리적 노력, ⑦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으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수강생에 고학력자와 저학력자가 혼재할 때 명강사는 저학력자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강의를 하는 것과 같이, 유디는 노약자에게 공평한 '최악치 설계'를 대전제로 한다. 100세 수명 시대 범국가적 유디 시스템이 완성될 때 참다운 공평 사회가 된다. 윤덕균

[EE칼럼] 남북 교류, 어려울 때가 기회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요즘 남북 관계를 들여다 보면 진짜 원수가 된 것 같다." 며 “불필요하게 강 대 강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정말로 증오하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바늘 구멍이라도 뚫어야 겠다는 자세로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고, 협력하고, 공존.공영의 길을 가야 하는데 지금은 바늘 구멍 하나도 여지가 없다" 며 “ 북측의 전략 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보면 접촉 자체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을 우리 입장에선 인내심을 가지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쉽지 않겠지만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남북 간의 적대가 완화될 수 있도록 신뢰가 조금이라도 싹 틀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공식적이지만 북한은 매장량 세계 10위권의 광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따르면 북한 부존 광물은 약 500여 종이며 이 중 유용한 광물은 약 200여 종, 이 중 경제성 있는 광종은 약 20여 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광물은 마그네사이트인데 품질도 양호하고 매장량이 60억 톤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연관이 높은 희토류도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북 간 자원개발 협력이 재기되면 특히, 마그네사이트와 희토류 등이 주목된다. 마그네사이트를 활용한 마그네슘 합금산업 등 광물 기반의 고부가 소재산업 분야에 남북 협력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중 간 무역 분쟁의 핵심 전략광물인 희토류도 중요하다. 희토류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뭐니해도 컬러 TV이다. 이 후 컴퓨터와 모니터까지 분야가 확대됐다. 희토류는 통신, 항공, 자동차, 의료, 반도체, 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북한은 이 외에도 금, 은, 구리, 납, 아연, 철, 텅스텐, 니켈, 망간 등의 금속자원과 흑연, 석회석, 형석 등 비금속자원도 비교적 풍부하게 부존돼 있다. 남한은 북한 자원의 단순 도입을 넘어 자원개발 사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원료 자원 수급 안정화를 도모하고 광업 부문의 사업 영역 확대와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도 가능해 질 수 있다. 북한은 남한 자본 및 기술을 활용하여 침체된 광업 부문 도약을 모색하고 이를 활용하여 경제 발전의 토대 마련이 가능하다. 남과 북이 자원개발 협력을 통한 경제 효과를 보면 북한 광산개발 투자 부문은 남한의 경우 원료자원의 수급 안정과 원료 수송 비용 절감이다. 북한은 광물자원 생산과 수출 증가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제철. 제련산업 부문은 남한은 신규 제철, 제련 공장 부지 확보 및 원료 공급지 근교에 설비 구축이 용이하다. 북한은 광물산업 활성화를 통한 수익 창출, 첨단 기술 이전 및 고용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효과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자원개발 협력이 지속 가능해질려면 몇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 정치적 리스크를 비롯한 각종 리스크 해소가 선결되어야 한다. 아울러 진출 시 제반 리스크 분석과 그 에 따른 진출 타당성 검토와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인프라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북한의 자원개발 현실은 효율적인 자원개발에 필수적인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구축이 미비하며 특히 전력이 부족하고 소규모 설비와 노후화된 재래식 개발 등 기술력 부족으로 생산성이 매우 낮다. 북한의 광업은 GDP 중 13~15%로 전체 수출액의 약 5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인프라 및 기술 부족으로 광업 분야의 생산성이 매우 낮고 1990년대 이후 생산량 급감 상태다. 따라서 인프라 확충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므로 북한과 협상을 통해 투자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제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법.제도가 미비하다. 북한 광업은 국가 주도하에 이루어지며 자원탐사, 개발관련 활동은 지하자원법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으나 관련 법.제도의 내용이 불명확하는 등 문제 발생 여지가 존재한다. 넷째, 공신력있는 매장량 정보가 없다. 북한 지하자원 매장량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없고 국제적 기준과도 많이 차이가 난다. 따라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북한 지하자원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남북이 서로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중에서 북한과의 광물자원 교류는 특히나 중요한 분야다. 남한이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개발하므로써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광물 수입국인 우리로서는 필요 광물을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자원개발은 필요하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통해 북한 광물자원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남북 모두 커다란 이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남북 간 경제협력이 중단되어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방안이 합의 되고 이행 된다면 남북 간 광물자원 협력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중심에 통일부와 산하 공공기관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 교류는 어려울 때가 기회다. 강천구

[기자의 눈] 연필조차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

경제학자 레너드 리드가 약 70년 전 선보인 에세이집 에는 “나는 읽고 쓸 줄 아는 모든 소년과 소녀, 어른에게 친숙한 나무 연필이다. (…) 그러나 나를 어떻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명도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언론인 출신 영국 작가 에드 콘웨이는 리드의 에세이에서 소개한 연필 이야기 덕분에 수백만 명의 경제학도가 연필 공급망을 이해하고, 연필 부족 문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작은 연필 하나라도 원자재 조달과 가공 과정을 낱낱이 알아야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공급망 위기를 넘어설 기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연필 이야기를 꺼내든 건 최근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불안해질 조짐 때문이다. 중국은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을 최근 일본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인 셈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수출 통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4년여 전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차량 운전자들이 요소수를 구하느라 한동안 진땀을 뺐다. 그보다 앞선 2019년에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필수 소재의 수출을 막아 우리 반도체기업들에 불안감을 안겨준 바 있다.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주요 교역국들이 핵심 원료 및 소재 등을 외교 및 통상의 압박 도구로 들고 나올 경우 대응력이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자원 뿐만 아니라 리튬·니켈 같은 핵심 광물까지 정·제련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공급망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경쟁 과정에서도 희토류 수출 통제를 통해 미국 견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은 국내외 악조건에서 지난해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했지만, 올해 연초부터 베네수엘라·이란 사태 등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끊이지 않은 탓에 '공급망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럴수록 우리 산업계는 '연필이 주는 메시지'를 되새길 때다. AI산업의 쌀인 반도체부터 전통적인 제조업의 쌀인 철강, 제조업 핵심공정 곳곳에 쓰이는 석유화학 등 국내외 산업의 공급망을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해야 '부족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신연수 칼럼] AI시대, 기대와 두려움

요즘 어딜 가나 인공지능(AI)이 화제다. 지인들의 모임에서는 AI로 음악과 동영상을 만들었다는 경험담이 꽃을 피운다. 주식시장에서는 AI로 인한 반도체와 에너지 수요 폭증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6'은 본격적인 '피지컬(Physical) AI'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뛰거나 앉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LG전자 '클로이드'는 빨래, 요리 같은 집안일을 대신할 홈로봇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6년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해 충격을 준 지 10년이 흘렀다. 이제는 AI가 인간의 삶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그 사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글과 음악, 영상 등 세상에 없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에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에이전트형 AI'로 발전했다. 이젠 '실물형(피지컬) AI'로 나아간다. AI가 컴퓨터 안에 머물지 않고 로봇 등을 통해 물리적 행동을 하는 단계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해방돼 문화와 여가를 즐기게 된다'고 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일까? 아니다. AI시대는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다. 기업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AI를 개발하고, 상위 10%의 전문가들이 에이전트형 AI 덕분에 5명의 비서를 둔 것 같다고 기뻐할 때 한편에서는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KBS 다큐멘터리 '멋진 신AI세계'는 지난해 시험에 합격한 공인회계사들이 취업은커녕 실습할 기관을 찾지 못해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3년차 신입 회계사가 할 일은 AI가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회계사들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계사뿐 아니라 세무사, 웹툰 작가, IT 종사자 등 예전엔 전문직이었던 분야에서 청년들이 AI와 취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분야는 기자, 변호사, 의사 등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에서 AI가 대체할 일자리가 327만 개로, 전체의 13%를 넘으리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사라질 일자리의 60%가 화이트칼라 전문직이라는 것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동안의 기술이 인간의 신체활동을 대신했다면, AI는 인간의 정신활동까지 대체한다는 면에서 혁명적이다. 전문가들이 AI는 인간이 불을 발견했을 때나 인쇄술을 발명했을 때처럼 인간의 문명을 통째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저명한 외교관이자 이론가인 헨리 키신저는 국방과 안보에 AI가 사용됨으로써 국제사회의 질서도 바뀔 것이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이미 우리는 AI가 낳은 부정적 결과물의 하나인 '파편화된 세계'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 AI 열풍이 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너도나도 AI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AI를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것 못지않게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보완해야 한다. AI 디바이드(divide)는 디지털 디바이드를 초월할 것이다. AI는 경제적 사회적 파장을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생성형 AI가 만든 음악과 그림, 글을 인간이 만든 작품과 구별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럴 때 인간 고유의 창의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작가 장강명이 물은 것처럼 AI가 노벨문학상 수준의 소설을 1분에 한 편씩 만드는 시대에도 소설은 '인간 영혼을 담은 예술'일 수 있는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이성(理性)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이 지적 활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산물보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더 우월하다면, 인간 이성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상품의 가치는 그 안에 내재된 인간의 노동 때문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은 AI시대에도 설득력을 가질까.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지적 결과물을 내놓는 시대는 거꾸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인생의 참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 책임, 의미, 가치… 이러한 인간의 미덕을 고도로 발휘하지 않는다면 AI시대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악몽이 되고 말 것이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 중국 진출 한국계 기업의 생존법

중국은 한 때 우리나라 기업에 기회의 땅이었으며, 우리나라에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나라였다.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여 중국 내수시장에서 히트 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국내에서는 중견기업에 불과하였지만 단번에 대규모 기업으로 도약하기도 하였으며, 대기업도 국내 매출보다 중국 매출이 훨씬 큰 경우도 있었다. 오리온, 농심, 락앤락, 이랜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베이징현대차, 기아 등 식품,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자동차류 등 다양한 업종에서 한국계 기업들은 승승장구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면 한국에서 부품, 원자재 등 중간재를 가져가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을 증가시켜 무역흑자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은 매출이 급감하고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생존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한 때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던 베이징현대차는 점유율 1% 미만의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하였다. 이는 한국계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며,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들이 각 업종에서 전반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 로컬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외자기업을 밀어내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수준에서도 외자기업과 격차를 대폭 좁히거나 넘어서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자면 중국 자동차 시장이 내연 기관차에서 빠르게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로 전환하면서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이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자동차시장에서 한국계 자동차의 추락이 두드러지지만, 미국계나 독일계 자동차 기업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중국 전기차의 공세로 일본 자동차의 점유율이 2010년대 90% 정도에서 지난해(1~10월)에는 70% 미만으로 떨어졌다. 유럽에서도 중국차의 거센 공세로 독일 자동차의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자동차 위상이 큰 독일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베이징현대차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11월 베이징현대차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1.7% 상승한 1만 2,016대를 판매하였다. 덕분에 베이징현대차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중국 법인)도 매출 4조원을 회복할 전망이다. 내수 판매 이외에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1~11월 전년 동기 대비 55.4% 증가한 6만 573대를 수출하였다. 즉 수출이 베이징현대차의 판매량 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기아(중국 법인) 역시 중국 내수 판매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였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의 거센 무역장벽에도 불구하고 1~11월 1조 75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하였다. 중국의 막강한 수출경쟁력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도 있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에 따른 생산비용 하락이 작용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도 중국 내수시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하여 제3시장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구기보

[기자의 눈] 이혜훈이 쏘아올린 ‘로또청약’ 개혁론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고급 아파트로 손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가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덕분이다. 이 후보자는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명의로 2024년 7월 이 단지 분양에서 단 8채 뿐인 전용면적 137㎡(54평)형에 당첨돼 현재 거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서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었다. 시세보다 약 25억원이나 낮은 분양가로 당첨되자 마자 엄청난 차익이 예상돼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일반 분양 1순위 평균 경쟁률은 무려 527대1이었다. 이 후보자가 청약 신청한 137㎡형도 청약 경쟁률이 81대1에 달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5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청약 가점 만점인 74점으로 청약에 당첨됐다. 5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을 유지하고 청약저축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나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후보자는 이미 결혼해 별도로 용산에 신혼 전셋집을 구해 살고 있던 큰 아들을 같이 사는 것처럼 꾸며 부양가족수를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형적인 청약 부정 행위 중 하나다. 결국 이 후보자는 54평 청약 신청자 648명 중 마지막 8번째 막차를 탔고 이득은 달콤했다. 청약 당첨 후 54평 분양대금인 36억7840만원을 전액 현금 납부할 정도의 재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무려 5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올리고 있다. 주택법상 계약 취소 및 최대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다. 무엇보다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시 해야할 공직자 후보자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 후보자의 사례는 오늘날 '로또청약'으로 대변되는 청약 시장의 어두운 면이다. 로또청약은 분양가상한제와 결합돼 청약 통장 쏠림 현상, 과도한 가점 경쟁 유발, 이에 따른 편법 청약 및 제도 악용, 사회적 박탈감 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기회에 부양가족 및 무주택 기간 산정 방식 등 조작이 쉬운 가점제도를 손보고 청약 취소·형사 처벌 등을 더욱 강화해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개발 이익을 '우연히 누군가' 독점하는 분양가 상한제도 취지에 맞게 손봐야 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지지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는 늘 상대의 실수로 숨을 고른다. 요즘 민주당의 상황은 심각하다. '실수'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연쇄 대형 사고에 가깝다. 새해 첫날, 강선우 의원이 공천 헌금 수수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불과 며칠 전에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각종 비리 의혹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진 탈당 요구에도 버티다 당에서 제명 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이 통일교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 인사들, 이른바 '친명 핵심'들이 줄줄이 수사 대상이 됐다. 직전의 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전 대통령실 비서관의 사적 대화 유출 파문은 명함을 내밀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들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정말 큰일 났다"는 말이 이어지는 이유가 이를 방증한다. 왜 이러지?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는데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오른다. 본지와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56.8%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47.8%로 상승했다. 국민의힘은 33.5%로 내려앉았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에서도 하락했다. 정치에는 우연이 없다.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상대가 넘어질 때마다 스스로 발에 걸려 자빠지는 정당이 됐다. 위기 대응 능력은 커녕, 상황 판단 능력도 없다. 내부에선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를 고립시켜야 당력이 모이고 중도 확장도 가능하다는 '그들만의 계산'만 돌아간다. 통합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내부 전선을 넓히고, 갈등을 키우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7일 12·3 비상계엄 대국민 사과는 설상가상이다.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며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도 했다. 말은 그럴듯했다. 그러나 정치는 문장이 아니라 맥락으로 평가받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의회 폭거에 맞선 계엄"이라 했고, 거리 집회에선 “하나님의 계획" 운운했다. 그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고개를 숙였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 계엄에 대한 사과 없이는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불가능하다는 압박, 그 현실이 등을 떠민 것이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장 대표의 사과는 '계엄 선포라는 하루짜리 사건'에만 국한됐다. 수단이 잘못됐다는 말은 했지만, 목적이 잘못됐다는 말은 없었다. 윤석열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을 한 당의 책임,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다수 의원들, 이후에도 탄핵과 파면을 반대하며 윤석열을 감싸온 행태에 대해선 침묵했다. 기자 질문도 받지 않았다. 사과라기보다 면피에 가까웠다. 또 계엄을 “과거의 일"이라 정리하면서도, 그 과거를 현재로 끌고오는 '윤어게인'세력과의 관계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극우 인사를 당 윤리위원장에 앉히고, 윤어게인 대표 논객의 입당을 받아들였다.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는 발언은 윤석열과의 '절연'이 아니라 '동행 선언'처럼 들린다. 당 내에서조차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도 다름아니다. 세계 정치사는 이미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 열성 지지층 결집에만 목을 매단 정당은 중도층을 잃고 패배했다는 사실을…. 미국 공화당이 그랬고, 일본 자민당도 그 고비를 겪었다. 반대로 불편한 과거를 정리하고 노선을 조정한 정당은 살아남았다. 중도층은 유령이 아니다. 침묵하지만, 투표장에서는 가장 무서운 존재다. 지금 한국 정치의 아이러니 현장이 바로 여기다. 민주당은 위기인데 지지율이 오르고 국민의힘은 기회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상대의 실책을 기회로 만들 능력도 없고 아집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대응, 어정쩡한 사과, 눈속임처럼 보이는 절연 시사. 삼박자가 국민의 판단을 굳히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아직도 '조용한 지지층'을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자기 위안이다. '기대'는 커녕 '폭망'에 가깝다. 정치는 믿고 싶은 민심이 아니라, 실제 유권자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그 선택은 늘, 현실을 정확히 읽고 노력하고 쇄신하는 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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