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2일(화)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탐사 안하면 생산도 없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탐사 안하면 생산도 없다”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제조업은 원료인 광물이 필요하며, 제조설비 가동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와 광물의 안정적 수급은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이자 핵심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 수입의존도가 93~95%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안보에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인 석유의 70%, 가스의 4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재 중동은 이스라엘과 범 이슬람 시아파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어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은 매우 높다. 에너지의 안정적 수..

[이슈&인사이트]중국 제조업,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대 기아차 그룹이 지난해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자동차 판매량 3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심지어 향후 폭스바겐을 넘어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하였고 심지어 중국 내 일부 생산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현대차, 기아 그룹은 내연기관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특히 전기차가 선전하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면 현대 기아차 그룹은 장밋빛 전망만 있는가. 사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자체 경쟁력 외에도 미중 경제패권 전쟁에 따른 어부지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왔으며, 9월 27일부터는 100%로 관세를 인상하였다. 또한 미국에 투자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을 사용하는 경우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현대 기아차 그룹이 이 시점에서 마냥 기뻐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전기차 신흥강국으로 등장하면서 현대 기아차 그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전기차를 앞세워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중국을 넘어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는 중국 1위를 넘어 테슬라를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멕시코와 유럽 등 해외 생산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도 중국산 수입차의 점유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기 버스의 경우 중국산이 이미 50%를 넘어섰으며, 승용차도 중국산 테슬라와 같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외자기업의 전기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업종)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거나 추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의류, 완구 등 경공업이 주력산업이 아니라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공업은 물론이고 전기차(배터리), ICT, 바이오 등 첨단산업 강국이다. 또한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소재 등 중간재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철강생산의 경우 중국이 글로벌 생산의 50% 이상 생산하고 있으며, 조선산업에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되었다. 석유화학의 경우 한 때 중국 기업의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한 동안 한국의 대중국 수출 효자 역할을 했지만 이제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의 생존을 우려할 상황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역시 중국 기업에 밀려 국내 시장마저 잠식당했다. LCD업종은 국내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OLED마저 쫓기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을 잃은 후 인도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산이 잠식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 기업에 비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중국의 제조업은 한계에 직면하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은 신속하게 기계화, 자동화, 전자화, 스마트화 등을 통해 인력 부족을 극복하고 제조업 생산성을 끌어올렸으며,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가 향후 육성하려는 첨단산업은 대부분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겹친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기술수준이나 발전 단계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특화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구기보

[EE칼럼]기후변화와 석탄화력발전소

2024년 9월 30일 자정,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랫클리프 온 소어(Ratcliffe-on-Soar)가 가동을 멈추면서 영국은 G7 및 주요 경제국 중 탈석탄을 완료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1882년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된 지 142년 만에 일이다. 이제 영국은 OECD 국가 중 14번째이자 유럽 국가 중 16번째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없는 전력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전 세계 석탄 화력 발전량은 중국, 인도 및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증가로 아직 정점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유럽. OECD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량을 줄여가고 있다. OECD의 경우 에너지 연구소(Energy Institute, EI)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 4,060TWh로 정점을 찍었고 2023년에는 1,904TWh로 약 53% 감소했다. 이 기간 석탄 화력 발전량 감소의 81%는 전례 없이 성장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대체했는데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159TWh에서 1,905TWh로 증가했다. 영국 또한 2003년 139TWh로 정점을 찍고 2023년에는 3.5TWh로 약 98% 감소했다. 그리고 2024년 10월 마침내 '0'이 되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1TWh에서 96TWh로 증가했고, 에너지 효율도 개선되어 전력 부문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크게 줄였다. 같은 기간 영국의 전체발전량은 398TWh에서 286TWh로 30% 가까이 줄었다. 슬로바키아 또한 원래 계획을 6년 앞당겨 2024년 3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OECD 국가 중 13번째, 유럽 국가 중 15번째, EU 국가 중 11번째로 탈석탄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OECD 국가 중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 중인 나머지 24개국 중 19개국은 2007년 최고치에서 석탄 발전량을 최소 30% 이상 줄였으며 30% 미만으로 감소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4개국뿐이다. 그리고 2030년까지 OECD 국가의 4분의 3이 탈석탄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독일 비영리단체 Beyond Fossil Fuels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EU 27개국 중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한 나라는 벨기에, 포르투갈, 라트비아, 키프로스 등 10개국에 달하며 2033년이 되면 독일, 불가리아, 폴란드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 유럽으로 넓혀보면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16개국이 탈석탄을 완료했으며, 2033년이 되면 터키, 보스니아, 코소보 등 8개국만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외부불경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은 기후변화의 주범이며, 국내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배출하고 있다. 채탄 과정에서 자연환경 및 생태계 파괴, 수출입 운송 과정에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 상·하역장 및 저탄장 비산먼지 발생, 석탄 하역장 해안생태계 및 지역주민 생계 터전 파괴, 석탄 공급장치 안전사고 발생, 옥내외 저탄장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 옥외 저탄장 분진 가루에 의한 토양, 인체 및 동식물 오염, 연소과정에서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 2.5, PM10) 등 대기오염 물질 다량 배출, 냉각수로 인한 해양생태계 훼손 및 수산자원 감소, 회(타고 남은 재) 처리장 비산먼지에 의한 오염, 회 처리장 인근 지하수 및 해양 중금속 오염 등을 발생시킨다. 1952년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 of London)는 석탄발전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G7은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합의했으며, 유럽, OECD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약속 이행과 자국의 환경오염 및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탈석탄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 또한 강화되는 기후변화 대응정책에 맞춰 사회로 전가하는 비용을 오염자(원인자)에게 부담시키는 피구세(Pigouian tax)의 일종인 탄소세 및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2008)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고, 2013년 에너지법(Energy Act 2013)을 개정해 전력 시장구조 개편(Electricity Market Reform)을 법제화했다. 장기발전차액계약제도(Feed-in Tariff with Contract for Difference, FIT CfD)와 탄소가격하한제(Carbon Price Floor), 용량 제도(Capacity Mechanism), 탄소배출 허용기준 강화 등 세부 정책들을 함께 추진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이후 7개의 석탄화력발전소(7.26GW)를 건설중에 있으며, 올해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보조금만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약 10배인 10.5조 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주요국의 탈석탄 동향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신규로 건설할 때가 아니라 폐쇄할 때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황민수

[기자의 눈] ‘탄소중립’ 시대 리모델링 홀대 말아야

“정부 정책에 리모델링만 쏙 빠져 있다. 리모델링이 도시 정비 사업의 한축으로 자리잡으려면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취재현장에서 만난 한 리모델링업계 관계자의 호소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선 각종 규제 완화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주택 공급 수단인 리모델링은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마감재 등 일부 설비를 교체해 노후화된 건축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고 주택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길게는 100년간 쓸 수 있는 주택을 함부로 허물고 새로 지으면서 자원과 돈을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른 장점도 많다. 재건축, 신규 건축보다 공사기간이 2년 안팎으로 짧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중립'에도 필수다. 골조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자원 절약 및 탄소 배출 저감 등의 효과가 크다. 재건축이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준공 15년 이상이면 가능해 노후주택을 신속하게 재정비할 수 있다. 주택 공급 효과도 크다. 서울 시내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142곳(조합 80곳, 추진위원회 62곳)으로 12만 가구가 넘는다. 잘 추진되면 10년간 약 14만가구가 신규 공급되며, 이중 일반 분양도 2만가구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부족해 대부분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오히려 규제만 강화됐다. 지난해 법제처는 1층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에 따른 1개 층 상향도 수직증축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도 가구 수가 늘지 않는 필로티와 1개 층의 상향을 수직증축으로 판단했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수직증축은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해 리모델링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 셈이다. 현재 수직 증축이 허용된 사례는 기존 15층을 18층으로 증축해 29가구를 추가 공급한 서울시 송파구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뿐이다. 다수 조합에서 추진 중이나 대부분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내력벽 철거도 당국이 판단을 미루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5년 내력벽 철거와 관련된 연구 용역에 나섰다. 이후 2019년 2차례에 걸쳐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입장발표를 미뤄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깜깜무소식이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 주택 수명 연장 뿐만 아니라 신속하고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리모델링도 재건축 못지 않은 훌륭한 수단이다. 정부는 리모델링 홀대를 멈추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기자의눈] “대출잡겠다”…‘충실한’ 당국 목표의식 뒤에 결여된 취약층 고려

금융당국이 오는 23일 2금융권에 번지고 있는 풍선효과 차단을 목적으로 회의를 연다. 지난 15일 점검이라는 이름을 붙여 비슷한 회의를 개최한지 약 일주일만이다. 이번 회의에서 2금융권의 풍선효과 방지에 대한 압박이 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증가폭이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가 '대출 조이기'에 성공했지만 그러는동안 2금융권의 증가세는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보험사는 4000억원, 새마을금고는 2000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달 전체 수준을 넘어섰고, 집단대출 외에 개별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명백한 풍선효과 발생 과정에서 대출수요자 중 가장 대응력이 부족한 서민과 취약차주층의 피해 급증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1금융권 대출 증가세를 급히 틀어막으면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쏠리자, 금융사들은 줄줄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문턱을 높였다. 2금융권의 대출에서도 밀려난 이들은 기타 사금융이용이나 최고 금리 상품의 문이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과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 증폭에 불안감이 커진 2금융권은 당국 눈치보기와 '건전성 뇌관' 잠재우기라는 숙제가 생겼다. 당국의 충실한 목표의식에 의해 2금융권 대출문까지 막히게 된다면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층의 고통은 향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가 최대 9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적지 않은 서민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국은 최근 꺾인 은행권의 가계대출 기세를 확인했음에도 2금융권에 대한 추가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50%인 2금융권 DSR 한도를 1금융권(40%)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금융권 대출마저 급격히 조여져 취약차주들의 급전창구 감소가 현실화되면 이들의 제도권 금융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의 자금줄을 막지 않게 함으로써 정부의 목표의식이 엄한 곳에 휘둘리는 칼이 되지 않도록 심도있는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한은의 딜레마와 대한민국 구조개혁

기후변화가 드디어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누가 폭염경보가 울리는 한가위를 맞을 것이라 기대했을까? 차례상에 올릴 과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친척들 간의 선물도 여전히 비싼 사과 대신 포도나 멜론으로 대체되었다. 기후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이전 칼럼에서 논의했듯이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정세도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충돌로 중동 지역의 불안이 커지며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정책 결정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새 총리가 선임됨으로써 아시아 경제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 시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글로벌 경제의 연결고리를 통해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s)를 0.5% 포인트 인하하였다. 지난 3년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미국 경기의 둔화가 있으며, 이는 곧 세계경기의 하방압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경기를 부양해야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하락이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난관 아래 우리 경제 어깨에는 가계부채라는 무거운 짐이 짊어져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낮춘다 한들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 과거와 같은 금리 하한수준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을 것이며,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원리금상환액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원리금상환액을 제외하면 가처분소득은 감소할 것이며 이는 소비여력, 저축 및 투자여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결국 금리인하가 가져올 수요측면의 경기부양효과는 높은 기대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한은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라는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 국한하여 발언하던 과거와 달리 교육, 투자, 부동산, 수도권 과밀화 등 개혁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한은이 맞이하고 있는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한국경제에 닥친 여러 도전에 직면하여 완화적 금리정책으로 경기하방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나. 기후변화, 국제정세, 가계부채 등 많은 크고 굵직한 요소들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으므로, 좀 더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경제 모든 요인들이 인플레이션에 엮이게 되므로 결국 국가경제의 모든 측면에 대해 정책적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는 경제성장 뿐만아니라 분배정책, 인구정책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조적 측면에서도 한국은행이 정책적 고려를 하는 것이 본연의 정책목표와도 부합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한은이 보여주는 행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정책적 제언 외에 실질적인 정책수행은 정부 각 부처의 역할이며, 정치권의 합의가 필연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다. 대학에서 경제학 전공자도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후변화 등에 무지하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한은의 정책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폭넓은 융합적 정책을 고려하지 않으면, 2차원적 제한된 정책수단으로 복잡한 딜레마에 맞서는 한계상황에 봉착할 것이라 본다. 오히려 독립된 정책기관인 한은이기에 사회경제 여러 분야에서 객관적 시각으로 정책방안의 고려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한은의 정책제언들을 단지 의외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경제의 안녕을 위해 중요하지 않을까? 한은의 딜레마는 우리 경제가 처한 딜레마라는 점을 상기하고 다같이 구조개혁에 힘을 모아야할 시기이다. 김수현

[EE칼럼]무너지는 재생에너지 산업

국내의 유수한 연구소들은 조용한 가운데 먼나라의 연구소가 경쟁상대인 한국의 전자산업을 걱정하고 나섰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탈탄소화 노력에 힘입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부문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AI 부문의 재생에너지 순증량은 2023년 대비 2026년까지 3배 증가하여 262TWh가 될 것이며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AI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17.9%로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리고 400개 이상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한 RE100이 2050년까지 전력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 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SK하이닉스는 30%, 삼성전자는 10% 미만에 불과하고 발전 속도도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이는 2023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9.64%로 세계 평균 30.25%, 아시아 평균 26.73%의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 등의 확대 적용으로 탄소 집약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들은 상당한 재정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걱정'은 필자의 생각이고 IEEFA는 경쟁국의 '대략난감'을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20대 대기업의 전력사용량이 85TWh로 주택용 전체 전력사용량 82TWh를 초과하는 나라이다. 전체 전력량의 3분의 2가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의 사용을 요구받고 있으며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생에너지 홀대 정책으로 국내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태양광 발전 제조사는 2017년 46개까지 늘었다가 2022년 23개로 절반이나 즐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원전산업을 넘어선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2014년에 이미 태양광과 풍력발전 부문의 수출액이 3조967억원으로 원전 부문 수출액 1641억원의 19배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태양광·풍력발전의 총 수출액은26조7219억원으로 원전 수출액 1조716억원보다 약 26배가 많았다. 2021년의 재생에너지산업 종사자수는 13만9097명으로 원전산업 종사자수 3만5104명보다 4배나 많았다. 전 세계 에너지 투자 규모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청정에너지 투자는 화석연료 투자의 1.7배인 1조740억 달러였다. 원전분야는 630억 달러로 청정에너지 분야의 불과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에도 전체 3조 달러를 초과하는 에너지 투자액 중 청정에너지 기술과 인프라에는 2조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며 원전 분야는 최대 8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2017년부터 수출액이 감소하고 참여하는 기업의 수마저 줄어드는 처지가 되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는 물론 고용, 보급, 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 되었다. 30년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반도체와 무선전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와 무선전화는 21세기 한국의 경제의 중추가 되었다.중국의 퀀텀 점프는 재생에너지 산업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은 재생에너지 산업과 보급에 투자를 늘렸고 2010년대가 되면서 보급과 투자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그리고 이제 재생에너지 분야는 중국의 주요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분야에서 물러설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 14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기로 한 지난해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의 합의에 대한 경과보고서에서 현재 각국의 계획으로는 목표에서 34% 부족하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하였다.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 5300억 달러를 매년 1조5천억 달러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있으리오.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는데 몇몇 매니아를 위해 타자기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매일 목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동한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