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목)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탐사 안하면 생산도 없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탐사 안하면 생산도 없다”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제조업은 원료인 광물이 필요하며, 제조설비 가동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와 광물의 안정적 수급은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이자 핵심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 수입의존도가 93~95%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안보에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인 석유의 70%, 가스의 4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재 중동은 이스라엘과 범 이슬람 시아파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어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은 매우 높다. 에너지의 안정적 수..

[기자의 눈]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이 아니라고 말할 용기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파행되는 일이 있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노트북에 붙인 '기후파괴범 윤석열' 스티커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떼라고 항의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 의원의 문구를 두고 “비과학적이고 사실적이지도 않다. 기후변화 문제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안다면 기후파괴범 바이든, 시진핑이라 이렇게 했으면 용납하겠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만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물론 여당 의원이니 현 정부를 비호해준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후환경 전문가 출신이 하기엔 이 바닥에선 신성모독 수준의 말이다. 다들 알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대응을 재촉하는 데 열중하느라 쉬쉬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보다 보면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에 악영향을 주는 무리한 정책 방향을 요구하는 데 빠질 수 있다. 환경부도 기후악당 프레임에 넘어간 모습이다. 최근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 비중 21.6%를 상향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산업부가 환경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는 이를 두고 산업부가 환경부 요청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건 묵살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다. 마라톤 코치가 마라톤을 2시간 이내로 완주하라고 요청한 걸 선수가 못 받아들이면 그게 묵살인가. 환경부는 11차 전기본 실무안 기후변화영향평가에서 “태양광 수력 발전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적극 활용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비율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력 발전은 조그마한 소수력 발전을 말하는 건지 왜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2030년까지 신규 수력발전은 없다 봐야 한다. 결국, 태양광을 우겨넣어 2030년까지 21.6% 이상을 채우라는 건데 이는 지금도 위태로운 전력수급 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10%인 지금도 봄이나 가을에 한낮의 태양광 발전량이 순간 전체의 30% 이상까지 치솟는다. 만약 21.6%면 태양광 발전량이 한낮에 순간 전체 발전량의 50% 이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도 전력망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태양광이 늘면 화력 발전을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라 경직적인 원자력 발전을 미리 꺼놔야 한다. 시간 단위로 요동치는 태양광 발전량을 보완하는 건 유연한 화력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전을 줄이면 탄소배출량은 늘어난다. 풍력 발전에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풍력은 배정된 2030년 목표 할당치를 채우기도 버겁다. 환경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를 넘긴 일본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수력 발전량이 10배 이상 많은 나라다. 한 기상 전문가의 말도 떠오른다. 일본은 서쪽과 동쪽으로 긴 나라로 나라 전체로 보면 해가 길게 떠 있어 우리나라보다 태양광을 하기 유리하다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력시스템 개편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등 우리 사정에 맞춰서 태양광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때 급하게 태양광을 늘리느라 생긴 부작용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허용 수치를 넘어 태양광을 받아들였고 지난 2021년부터 태양광 보급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 자책하고 급해지는 건 오히려 독이다. 2030년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중간 과정일 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눈] ‘개굴’거리는 대한상의…지배구조 개혁이 두려운가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라는 말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를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좁은 우물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개구리처럼, 대한상공회의소는 변화하는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회원사, 아니 어쩌면 '회원사의 오너'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할 뿐,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가 꼭 개구리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기업경영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대한상의는 이번 입장을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사자성어로 대변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 대한상의에 들려주고 싶은 사자성어와 속담, 우화가 한두개가 아니다. 먼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제자리에 멈춰 서서 이끼만 키우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솝 우화도 떠오른다.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닿지 않는 포도를 보고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는 여우와 비슷하다. 개구리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결국 '루저'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도 적용할 수 있겠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당장은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은 분명해질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혁신을 이루는 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들려주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규제 강화를 반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여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도 있다. 특히 지배구조 규제는 '폭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장기적 안목을 제시해야 하는 기관이 아닐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사자성어 중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떠오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당장은 쓴 약과 같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기업과 경제 전체에 달콤한 결실을 안겨줄 것이다. 잠시의 인내로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계가 겪었던 고난과 시련을 생각한다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 되는 게 어디있나. “이봐, 해봤어"라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교각살우'로 '소'를 들어 비유한 대한상의에게 이왕이면 '우보만리(牛步萬里)'가 더 좋을 거 같다는 제안을 해본다. 만리 길을 위한 한 걸음을 걷자.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슈&인사이트]체코원전 수주의 정치적 왜곡을 경계한다

체코가 추가로 건설할 예정인 두코바니 원전 5호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이 선정됐다. 한국 원전의 우수성이 유럽에서 인정된 것이라 향후 원전 수출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 것이라 경사 중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체코 원전 수주를 둘러싸고 국내에서는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30조 원은 과장된 것이고 실제로는 10조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든지, 1GW급 APR1000 모델은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라 위험성이 크고 CDF(노심손상빈도)와 LRF(대량방출빈도) 면에서 다른 나라 최신 모델에 뒤처진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또 금융조달의 측면에서 한국이 25억 달러를 대출해 주고, 47억 달러를 자본 투자했다는 UAE 바라카 원전 수출 사례를 들어 체코 원전도 결국 우리 돈을 들여 짓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원전 수출은 투명성이 부족하고 공기가 지연되기 십상이어서 당초보다 비용이 크게 초과되는 경우가 많아 체코 원전 사업도 위험하다는 식의 주장이 일부 언론이나 유튜브 채널, 심지어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해 부정적 주장에 대해 필자 포함, 4명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에교협(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 지난 10월 7일, 과학적 전문성과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3명의 발제자 중 중앙대 정동욱 교수가 “체코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의의와 향후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하도 말이 안되는 주장이 많으니 이에 대해 FAQ까지 만들어 사실관계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의미, 그리고 국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이하는 정 교수의 발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선 건설비는 체코가 EU 회원국이어서 EU의 공정 조건에 따라 전액 체코 정부가 지원한다. 향후 추가건설 가능한 3기의 원전은 다양한 파이낸싱 모델이 있을 수 있어 그때 가서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체코의 참여율 60% 보장은 사실과 다르다. 원전건설에 자국 기업의 참여를 원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우리도 고리원전 1호기를 처음 도입할 때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구했었다. 이번 두코바니 5호기 건설에 체코의 자국기업 참여 요구가 있었지만 60%는 계약조건에 포함되지 않았고, 체코기업의 참여가 가능한 부분도 국제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즉 외국 경쟁기업에 비해 체코의 기업이 더 우수한 기술과 더 나은 조건이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덤핑 주장은 한마디로 무식의 소치다. 올해 착수한 신한울 3·4호기의 사업비는 1기당 5조7,500억 원이다. 두코바니 5호기의 사업비는 11조6,000억 원으로 거의 두 배의 가격에 수주한 것이다. 물가 상승과 해외 건설로 인한 공사비 상승 요인이 있으나 반대로 용량 감소로 인한 비용감소 요인도 있다. 바라카 원전 건설 당시에도 국내 건설비의 약 2배 정도로 계약한 것을 고려하면 결코 덤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주장도 사실관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은 수출통제와 서브라이선스의 문제지 지재권의 문제가 아니다. 지재권은 이미 소멸된 지 오래다. 수출통제는 NSG(Nuclear Suppliers Group)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웨스팅하우스의 제소는 미국법원에서 이미 기각됐다. 미 수출통제법에 의한 제한(10CFR810)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적용되므로 체코와는 상관없다. 또 서브라이선스는 기술전수에 해당해 원전건설과 별도의 계약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체코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폄훼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모르거나 원전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APR1000 모델은 체코의 전력수요에 맞춤형으로 제시한 모델로 국내에서도 아직 시공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위험성이 크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 국내 컨설턴트들도 알만한 위험성을 이미 두코바니 원전 4기와 테믈린 2기를 운용하고 있는 체코가 모를 리 없다. 공기가 늘어질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원전건설은 공기 준수, 효율성, 저렴한 가격, 안전성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체코는 물론, 다른 원전 수입 예정 국가들도 모두 알고 있다. 안전성이나 공기 준수, 가격 등이 EU 회원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을 선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는 체코의 발표는 무엇을 말하는가. 다만 처음 시공하는 모델이니 국내에서 동일한 모델을 동시에 시공한다면 혹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적 어려움에 대응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성걸

[EE칼럼] 전력시장 정상화 빠를수록 좋다

제주도를 대상으로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에는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내년 말까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니 전력산업의 오래된 과제인 시장 정상화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 같다. 지금 우리 전력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많은 부분이 비정상적인 전력시장에 원인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설비투자, 연료비용. 발전입지 선정과 송전망 확충, 재생에너지 적정수익, 전기요금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러한 문제의 많은 부분이 발생하기 않았거나 해결되었을 것이다. 우리 전력시장은 시작부터 시장기능이 제한된 상태였다. 당초 짧은 이행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던 전력시장은 20년 넘게 피일차일 미뤄져왔다. 아직도 비용기반시장(CBP)라는 이름 하에 비용평가, 보정계수라는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가격은 본래 수요공급 이론에 따라 수익과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가변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의 경우 계약-도입-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입선과 시차가 있다. 도입가격도 장기계약, 현물, 선물시장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처럼 국제유가의 등락이 커지면 비용의 변동도 커지게될 것이다. 비용평가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급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매시장 가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소매요금 즉, 전기요금과의 연계성도 줄어들게 된다. 전기요금 정상화에 가격기능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다. 전력시장 개선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 2015년 이후에는 민간발전사의 비중이 커지고 민간석탄발전이 도입되면서 현물시장뿐 아니라 CfD와 같은 차액계약의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당시 전력거래소에서는 가격입찰, 계약시장 및 실시간시장 도입을 위해 관련 제도와 시스템 보완 등 시장개선 로드맵을 의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계획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나, 아직도 실행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 제주도를 대상으로 전력시장 개선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제주에서의 시행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것으로 계획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어정쩡하게 운영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인증서(REC) 시장', 수요자원(DR) 시장, '소규모전력중개시장'등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통합되거나 새롭게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시장을 기본으로하되 용량시장, 보조서비스시장을 별도로 운영하여 공급과 계통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산업의 변화와 진화에 발맞추어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수요자원, 저장자원 등 친환경 신기술의 확대를 위한 규제시장의 정비도 필요하다. 이중 일부자원은 이미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거나 경쟁적 시장에서도 차익거래(arbitrage)나 용량공급, A/S서비스 공급, 송배전 회피편익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도입될 전력시장은 이러한 요인들을 적절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관건은 전력시장이 자원의 기여도와 편익을 공평하고 적절히 반영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의지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레거시 전원에 초점이 맞추어진 전력시장 운영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재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기존의 비용평가방식에서 실시간 가격입찰이라는 본래의 시장기능으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은 시장참여자의 판단하에 투자와 수익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전력시장의 선결 요건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력시장 입찰도 시장가격 왜곡을 방지하고 재생에너지의 기여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특성과 과도한 수익 변동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전력수급에서는 공급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피크시 공급지장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 용량확보가 필수적이다. 시장참여자가 제공하는 용량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용량시장의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존전원의 고정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보전이 아니라 전원의 유형에 관계없이 보장용량(firm power)의 제공이 가능한 전력자원에 대해서는 용량입찰을 통해 용량비용 지불이 필요하다. 실제 지불액 수준은 약정용량에 대한 이행율에 따르면 될 것이다. 나아가 기존의 용량지불에서 탈피하여 미래 예상되는 적정 설비규모(adequacy)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용량시장의 개설도 필요하다. 미래시기에 대한 용량입찰을 통해 용량시장이 자연스럽게 수급계획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연자원시장도 다양한 수급자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더 넓혀야 한다. 대상자원을 태양광, 풍력과 ESS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DR, EE와 같은 수요자원은 물론 DER의 범주에 드는 신기술 분산자원의 참여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여야 한다. 양질의 집합자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력시장의 문을 더 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력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자원의 다양성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시장기능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분산자원의 활용성 확대와 에너지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호

[EE칼럼] 우리가 원전 수출에 진심이어야 하는 이유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 지난 7월 17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며 한 말이다. 우리 원전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멘트다.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나라가 우리 원전을 신뢰하고 선택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2030년까지 10기를 넘어 그 이상 원전 수출이 되도록, 우리의 진심을 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첫째, 우리 원전산업 생태계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 원전산업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었다. 그동안 우리 원전산업은 2~3년마다 이루어지는 국내 신규원전 건설에 초점을 맞춰 성장해왔다. 그러다보니, 지난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취소와 중단이라는 단순 조치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탈원전 정책이 폐기된 이제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 그런데 탈원전 정부가 다시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 일감 증발에 대비하여, 해외에서 지속적이고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 수출이다. 앞으로 원전 수출은 원전 도입국과 건설하는데 10년, 운영하는데 60~80년, 해체하는데 10년 등 도합 100년의 관계를 만들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장기적이고 충분한 일감을 확보케 해, 국내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우리 원전산업계를 지켜줄 버팀목이 될 것이다. 둘째,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서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대폭 수출하여 동맹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대체불가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TSMC를 생각해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 회사가 문제를 겪을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치명적인 타격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대만을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지위를 확고히 하면할수록 우리 안보도 그만큼 튼튼해질 것이다. 셋째, 후세대에 지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다. 필자가 유럽갈 때마다 느낀 점은 유럽 국가들은 그들 조상이 남겨준 유산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일으켜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원전 수출도 단순히 현재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 우리 후세대가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유산을 남길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원전 수출은 원전도입국과의 장기적 관계를 이끌어낸다. 그 기간 중 우리나라는 세계 곳곳의 우리 원전에 핵연료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2009년 원전을 수출한 UAE와의 협력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UAE 원전에 핵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또 UAE 현지 핵연료 공장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분야에서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가 원전 수출을 많이 할수록, 우리 후손이 활용할 수 있는 지적 유산이 많아지는 것이다. 넷째, '홍익인간' 정신 구현을 위해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나라의 비공식적 국시이자 정신적․사상적 기반이다. 이를 지금 상황에 맞춰 재해석해보면, 우리의 원전 기술을 이용해 세계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1년 펴낸 '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약 13억명이 전기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 수치가 다소 줄었겠지만, 여전히 엄청난 수의 인구가 전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재정적으로도 여의치 않다. 그렇기에 이들 나라에 값싸고 품질 좋은 우리 원전이 제격이다. 세계적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진 지금이 '홍익인간'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 문주현

[기자의 눈] 오명이 된 밸류업 지수

“밸류없, 밸류 다운 지수…" 최근 시장에서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표현하는 말이다. 지난달 24일 밸류업 지수가 공개된 이후 시장에서는 혹평을 내놓고, 거래소는 해명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가치 제고 종목인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KT'가 빠지고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가 특례로 편입되면서 기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 SM엔터, 두산밥캣도 편입됐다. 경영권 이슈나 인수·합병이 진행 중인 기업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고려할 여력이 제한적인데 포함된 것도 거래소의 시장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도 발 빠르게 '밸류업 지수 편입 부적합 명단'을 내놓았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증권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 중 55개 종목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진행했고, 24개의 종목을 부적합하다고 봤다. 개별 지배구조 및 중장기 전략을 고려하지 못했고 실적이 일시적으로 양호했던 기업도 기술적으로 편입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보고, 시장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B증권은 지난달 30일 '밸류업 미편입 금융주, 주가 하락은 기회'라는 리서치 보고서를 내고 밸류업 편입 실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강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자본 비율을 개선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KB금융은 9월 25일부터 10월 8일까지 14.04%나 상승하기도 했다. 시장 상황이 심각해지자, 거래소는 지수 공개 이틀 만인 지난달 26일 연내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조기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밸류업 지수 시장의 실망감, 지적에 무관심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일은 벌어졌고,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은 지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은 중장기적인 우리 증시의 목표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기업의 특성, 지배구조, 기업가치 제고 현황 등을 세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밸류업 지수가 이름과 같이 평가 받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이슈&인사이트]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와 교육감 선출 방식의 논란

철 지난 레코드판이 다시 돌고 또 도는 중이다. 지난 8월 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대법원 선고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자 10월 16일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서울시 교육감을 보궐선거로 뽑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이 중도에 하차하면서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와 함께 보궐선거를 통하여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된 적도 있다. 서울시 교육감의 흑역사가 이것만은 아니다. 2008년 7월 역사상 첫 교육감 직선제로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도 임기 동안 간부들에게 뇌물을 받고 교원들 부정승진을 지시한 혐의로 1년 뒤에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다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도 경쟁자에게 단일화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고 증거인멸도 시도한 혐의로 임기를 중단했다. 결국 직선제 서울시 교육감으로 공정택, 곽노현, 조희연은 모두 비리로 임기를 제대로 못 마쳤고 그나마 문용린 하나만이 임기를 채운 셈이다. 2008년 7월 교육감 선거는 역사상 첫 직선제로 상징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관심은 냉랭했다. 투표율이 불과 15.4%에 그쳤다. 물론 2012년 12월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는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74.5%를 기록했다. 그때는 대통령선거와 교육감 재선거를 동시에 실시한 덕택이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기초자치단체장(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군,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 4명 선거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관심이 적고 투표율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 직선제 이후 재보궐선거가 반복되고 투표율이 상당히 낮은 선거가 이어지는 데 또 다른 문제는 교육감 선거 방식 관련 논란이 되풀이된다는 사실이다. 먼저 교육감을 임명하자는 주장이 있다. 명색이 교육감을 뽑는 자리인데 교육 전문가는 없고 후보가 난립하는데 유권자의 참여는 낮기 때문이다. 선거 비용도 다른 선거보다 훨씬 많이 들어서 선거가 혼탁하고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교육감을 임명제로 돌린다는 것은 교육 자치와 직선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바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다음으로 교육감을 광역단체장 후보와 런닝 메이트제로 하자는 방안도 어김없이 다시 나온다. 교육감 후보들이 서로 진보니 보수로 나뉘어서 파란색 또는 빨간색 옷을 입고 기성 정당인 뺨치게 합종연횡을 자유자재로 하기 때문에 정당 공천 금지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교육감 선거가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후보단일화 방식과 성사 여부에 집중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차라리 광역단체장-교육감 런닝 메이트제는 인위적인 후보단일화 관련 논란과 문제를 피하는 대신 정당에서 책임지고 검증된 후보를 공천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혹자는 런닝 메이트제 도입이 지방교육자치법 제24조 제1항에 “교육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해당 시도지사의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기만 해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상 정당의 공천을 받게 되는 런닝 메이트제는 교육기본법 제6조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결국 런닝메이트제 도입은 당연히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 제31조부터 개정하지 않고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백보 양보해서 만약에 개헌 없이도 런닝 메이트제가 가능하다면 도입에 따른 새로운 문제와 혼란을 피할 대책도 필요하다. 만약 교육감이 비리로 임기를 중단하게 된다면 새로운 교육감은 보궐선거로 할 것인가 아니면 광역단체장이 임명할 것인가 아니면 광역단체장까지 보궐선거로 다시 뽑을 것인가. 또 만약 광역단체장이 중간에 물러나는 일이 생기면 런닝 메이트제인 교육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런닝 메이트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유행 지난 채 다시 도는 레코드판이라는 말이다. 이준한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