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유승민 “강남 집값 잡으려다 전월세 시장까지 잡아”

[단독 인터뷰] 유승민 “강남 집값 잡으려다 전월세 시장까지 잡아”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을 비판하며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 훼손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에 대한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정부가 주가 부양에 개입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1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가 성과를 서두르다 보니 시장에 개입하고, 국민연금까지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전 의원의 부동산 진단은 단호했다...

[이슈&인사이트] 전자투표가 바꾸는 재개발·재건축의 민주주의

요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주택 매매가 상승과 전세 물량 급감으로 주거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우려에 대응해 다양한 정책 수단으로 주택 수요 조정과 공급 확대를 통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다만, 기존 신도시 개발처럼 신규로 대규모 택지 개발을 하기에는 이미 수도권에 개발할 나대지, 임야, 농지가 별로 없다. 국공유지 중 일부 시설을 철거하고 주택 건설 부지를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특정 용도로 이용되고 있거나 이용 계획이 있는 경우 반대 의견을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 주택과 상업시설 등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신규 주택을 건설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통상 재개발·재건축 사업이라고 부르는 민간의 도시정비사업이 바로 그 주된 해결 수단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해서인지 최근 들어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조합 설립이나 공공 시행자 지정 동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시공사 선정 등 사업 절차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지원책의 하나로 서울시에서도 정비사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조합 총회의 전자투표와 온라인 총회 비용을 최대 100%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총회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수시로 개최가 필요한 총회 개최 준비 기간을 단축해 궁극적으로 정비사업 기간 단축까지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사업 조합의 총회 개최와 운영 관련해서는 비단 사업 기간 단축이란 이유 외에도 종래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조합 총회일 전에 홍보요원들, 일명 OS를 통해 징구하는 서면결의서로 사실상 이미 총회 안건을 통과시킨 후 총회 개최 일자에 요식행위로 조합 총회를 진행한다는 비판이었다. 이렇게 홍보요원들이 조합원 대다수를 상대로 서면결의서를 걷어 총회 의결이 이루어지면, 사실상 도시정비법과 실무를 잘 알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총회 자료집만 보고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투표하게 된다. 사실 총회 자료집도 전문적이고 축약된 내용이 많아 일반 조합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 현장으로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나가 보면 조합 집행부가 큰 비용을 들여 홍보요원들을 고용한 후 총회 안건에 대해 조합 집행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명하거나 안건 찬성을 유도하는 경우들이 있어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다. 또한, 총회에 참관해 총회 진행 절차를 보다 보면 미리 걷어 둔 서면결의서를 넣어 둔 봉투를 총회 일자에 개봉해 개표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미리 서면결의서를 개봉해 개표하기 쉽게 봉투와 분리해 모아 두거나, 심지어 편의를 위해 집계까지 미리 해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런 경우는 조합원들로부터 그 서면결의서의 위조 여부까지도 의심을 받게 될 수 있음에도, 조합 집행부는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을 때도 있다. 이런 점에서 도시정비법령 개정으로 오프라인과 병행으로라도 온라인 총회 개최가 가능해지고, 전자투표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조합원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 구조적으로 보면 도시정비사업 조합은 자기 재산을 출자한 조합원이 주인인데도,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조합원들이 소외된 경우가 많다. 주주자본주의도 아직 제대로 관철하지 못한 우리 경제의 구조와 인식이 도시정비사업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도시정비사업에서 온라인 총회와 전자투표가 가능하게 되면 기존의 서면결의서 제출 방식보다 많은 조합원들이 총회 개최일에 총회에 참석해 상정된 안건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 정한 것처럼 총회 개표 전에는 전자투표 결과에 대해 집계 결과를 알 수 없도록 제한을 두어 공정성도 확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합 집행부의 전횡 역시 적절히 제어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정치적 영역에서만 참여권과 공정한 투표 등 절차권 보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도시정비사업이란 경제적 영역에서도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조합 운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신속한 도시정비사업 추진을 통한 주거 안정이라는 국가 정책적 필요성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재산권 보호와 적법 절차에 따른 권리 행사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양희철

[EE칼럼] 전력시장 개혁이 먼저다

송전망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전기는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한다. 하지만 송전망이 부족한 전기는 어디서 생산하고 소비하느냐에 따라 공급비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송전혼잡과 손실을 가격에 반영하는 지역별 도매가격제(LMP, Locational Marginal Price)가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좋은 취지가 좋은 제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송전망을 독점하는 한전체제하에서 비용기반 도매시장과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소매요금, 불투명한 정산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지역만 나누면 시장개혁은 할인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전력시장의 가격기능을 회복하고 제대로된 시장개혁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력시장의 도매가격 차등제는 몇 가지 문제와 전제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첫째, 소매요금을 미리 지역적으로 차등하겠다고 발표하고 도매가격을 여기에 끼워 맞추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소매를 어느 곳도 올리지 않고 지역을 전부 차등이라는 명목으로 할인해 준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지역별 발전비용과 송배전·계통운영 비용을 계산하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나누고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정한 뒤 소비자 요금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인하 폭을 먼저 약속하면 도매가격은 실제 전력의 가치를 발견하는 가격이 아니라 그 약속을 충당하는 수단이 돼버린다. 지지난 정부에서 한번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고, 지난 정부는 산업용만 7번이나 인상했다. 올리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부담이지만 깎아주는 일은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도 없고 너무나도 수월한 정치적 선택이다. 지극히 포퓰리즘의 극치이다. 가격을 안올리고 시스템이 유지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한전은 여전히 210조의 부채를 짊어지고 부채한도의 법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충과 전기국가를 외치면서 송전망 건설을 위한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는 전혀 반응이 없다. 가스공사도 14조원의 미수금을 여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 미래 세대의 몫이고 여전히 이자를 내고 있는 소비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방치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의 비용 부담은 그대로 두고 다른 지역의 요금만 낮춘다면 부족한 재원의 부담 주체를 밝혀야 한다. 산업용만 할인하는 정책 역시 공급원가에 맞는 정책인지? 가정용과 일반용 등의 원가와 합치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균형발전 지원은 목적과 재원을 명확히 하고 전기요금 속에 숨겨서는 안 된다. 둘째, 도매가격 차등과 소매요금 차등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도매시장을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구분하지만, 소매요금 논의는 별도의 권역과 지역우대 기준을 사용한다. 전기적 혼잡을 반영한 구분과 지역균형 발전정책은 엄연히 다른데 지역균형에 모든 것을 올인해 버린 실정이다. 도매가격에 망 이용비와 계통운영비를 합산해 소매요금으로 전달하는 원칙 없이 지역 차등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가격을 좌우하는 계통운영 기준의 투명성이 부족하다. 원칙적으로 수도권 융통한계와 발전기별 선로민감도를 활용한다는 방향이 제시돼 있다. 문제는 원칙의 부재보다 구체적 적용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송전한계량을 어떤 고장과 안전도 가정으로 산정하고, 제약발전기의 가격결정 자격과 예비력 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지역가격은 달라진다. 중앙급전 발전기는 전기적 영향으로, 비중앙급전 발전기는 소재지로 구분하는 차이도 설명이 필요하다. 입력자료·산식·급전결과와 민감도 분석을 공개하고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송전망 건설 지연의 책임까지 발전사업자의 가격 하락으로 대체해서도 안 된다. 넷째, 저렴한 연료를 확보한 발전사가 그 성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비한계 발전기는 비용을 낮추면서 기대이윤을 늘림과 동시에 SMP를 낮춰서 국민 전체에 편익을 제공한다.그런데 지역의 한계가격을 정하는 발전기가 연료비를 낮출 때 판매가격도 함께 하락하거나, 절감 이익을 회수한다면 노력의 보상이 줄어든다. 반대로 비싼 연료와 비효율은 보전해 주면서 절감 성과만 거둬들이면 비용을 낮출 이유가 약해진다. 이런 왜곡이 누적되면 단기 도매가격 인하와 달리 장기 공급비용과 전기요금에는 상승 압력이 생긴다. 연료조달 경쟁과 효율투자를 보상하는 가격입찰제로 이행하는 정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다섯째, 지역가격을 적용한다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위배된다. 대부분 재생이 많은 곳이 공급이 넘치고 송전이 막힌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LMP로 낮아지는 발전단가를 적용받는 대부분은 지역 발전기는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장기 고정가격계약에서는 LMP를 적용하여 낮은 단가 계약이 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도 결이 맞지 않는다. 단가는 낮추고 공급을 늘리라는 정책은 경제원론 수준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원칙이다. 영국, 호주 등 노드별 가격제(nodal Price)를 실시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들은 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역별 가격제는 소매 할인의 재원 마련이거나 일방적인 소수 발전사의 수익을 깎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력공급 비용을 낮추는 제도여야 한다. 비용기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가격입찰과 경쟁을 확대하고, 정산조정의 자의성을 줄이며, 송전망 투자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도매·소매·계통·계약을 따로 고쳐서는 정직한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 전력시장 전체를 함께 개혁할 때 지역별 가격도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다. 조홍종

[기자의 눈] 오세훈 무죄에도 尹·추경호 남은 국힘 ‘첩첩산중’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국민의힘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시장직 상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면서 오 시장도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당의 사법리스크 해소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당의 재정과 정치적 명분을 흔들 재판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오 시장의 무죄는 차기 대권을 비롯한 보수 진영의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이처럼 오 시장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입지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했지만, 국민의힘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이 진짜 주목해야 할 고비는 따로 있다. 오는 11월 4일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당선무효와 함께 국민의힘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기탁금 등 약 397억원을 반환해야 할 수 있다.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환 의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다. 그렇다고 반환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책임 회피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힘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선택지다. 11월 18일 예정된 추경호 대구시장의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 1심 선고도 변수다. 추 시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죄가 나오면 지도부는 '정치적 탄압론'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수 있다. 반면 유죄가 선고되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국민의힘은 계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두 재판의 결과가 당의 대응 전략과 정치적 입지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은 이유다. 오 시장의 무죄는 국민의힘에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줬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당의 재정적 부담을, 추 시장 사건은 계엄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안도하기에는 다음 고비가 너무 가깝다. 국민의힘 앞에는 안도의 시간보다 더 무거운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꺼진 성장 엔진과 잠들지 못하는 금리

지난 몇 년간 미국 성장을 이끈 건 AI 인프라 투자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엔비디아 칩을 사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끌어오는 천문학적 CapEx가 GDP를 떠받쳤다. S&P500 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Magnificent 7을 포함한 AI 기업에서 나왔다는 통계가 증거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자산 가격이 오르니 소비를 하는, 자산효과에 기대어 만든 성장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그 믿음에 처음으로 균열이 갔다. 네오클라우드 대장 코어위브의 채권 금리가 15%에 육박했다. 쿠폰 9.625%짜리 2032년 만기 무담보채가 14.8%에 거래된다는 건 채권 가격이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고, 시장이 신용을 부실 수준으로 본다는 뜻이다. 부채가 350억 달러가 넘는데 그 돈으로 GPU 서버를 사서 빌려주는 모델이니 금리만 올라도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다. DA Davidson의 Gil Luria가 말한 것처럼 AI 사이클이 삐끗하면 코어위브가 제일 먼저 가는 구조다. 여기에 가트너가 결정타를 날렸다. 2030년까지 네오클라우드 업체 80% 이상이 독립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는 리포트다. AI 최적화 IaaS 지출은 2027년 660억 달러에서 2030년 1740억 달러로 커지지만, 반도체 세대가 교체되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속도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데이터센터 주인들이 자본비용과 12% 수익률을 맞추려면 2030년까지 8조5000억 달러를 벌어야 하는데, 가트너가 보는 실제 AI 수익은 3조6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3조5000억 달러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경고가 그래서 나왔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버틸 수 있어도 GPU만 빌려주는 네오클라우드는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 코어위브 -15.5%, 네비우스 -10%, IREN -12%, 코스피 하루 7.15% 폭락, 하이닉스 ADR까지 같이 무너졌다. 여기서 제일 이상한 건 금리다. 지난주 미국 9월 CPI와 PPI는 모두 예상 밖이었다. CPI YoY 3.7%로 예상 3.6%를 넘었고, PPI는 MoM 0.5% 예상이 1.3%로 뛰었고 코어 PPI도 0.3% 예상에 0.7%를 기록했다. 교과서대로면 금리 폭등이 맞다. 실제로 발표 직후 10년물은 5.329%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10년물이 5.10%까지 내려오면서 13bp가 빠졌다. PPI가 뜨겁다는데 금리가 빠졌다는 건 자산이 SAFE-HAVEN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느낀 건 물가 부담이 아니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성장 둔화의 공포였다. 외신 헤드라인처럼 AI Credit Fears Eclipse Hot CPI였다. 이게 왜 무서운가. 미국은 수출이 안 되는데도 성장을 했다. 월급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 가격이 오르니 소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GDP 70%인 소비가 자산 가격에 기대어 있는 구조다. 그러니 성장이 멈춰 자산 가치가 꺾이면 곧바로 소비가 꺾이고 GDP가 꺾인다. 약한 고리인 네오클라우드가 먼저 맞았고, 성장이 꺾이면 자산 가격 하락은 순차적으로 올 것이다. 진짜 딜레마는 다음이다. 원래 성장이 꺾이면 금리를 내려 부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인플레가 있다. 브렌트 104달러다. 금리를 못 내린다. 성장이 꺾이는데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장기 고금리 시대가 이어질 지 모른다. 성장이 꺾이니 내려야 하는데 고유가와 인플레로 못 내리는 딜레마다. 우리도 금리 상승이 예고된 상황에서 싼 돈 빌려 투자한 부동산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 역시 반도체 주식과 영끌한 아파트로 버텼다. 성장은 꺼졌는데 금리는 잠들지 못하는 아이러니, 이제 한여름 밤의 꿈에서 깰 시간이다. bienns@ekn.kr

[김성우 시평] 에너지전환의 공급망 리스크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필자는 지금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파리에서 열리는 'Europe-Asia Clean Policy Workshop'에 참석 중이다. 이 행사는 올해 4년차로 유럽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몽테뉴연구소(Institut Montaigne) 주관하에 유럽이 한국과 일본을 초대해 에너지전환 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국가별 관련 정부, 기업,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현장의 핵심 화두는 단연 '에너지전환 기술의 공급망 리스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겪으며 화석연료 의존의 취약성을 뼈저리게 체감한 세계는 자국 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화석연료 공급망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다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핵심 공급망의 특정국 의존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 이에 3자 모두 에너지전환의 기술 수요가 지속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 어떤 수요측 수단(Demand-Side Measures)을 도입하고 함께 협력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여야 할지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전환 기술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다. 태양광의 경우, 중국산 모듈 비중은 2023년 29%에서 2024년 58%, 지난해 6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과 2년 만에 국내 시장의 주도권이 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넘어간 셈이다. 심지어 모듈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셀의 한국산 비중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4%까지 떨어졌다. 이는 국내 태양광 발전소의 80% 이상이 100kW 미만의 소규모 설비로 영세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에 민감하고, 그나마 국내에서 생산되는 셀 제품들도 미국을 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활용되는 배터리 역시 사정이 크게 나은 것은 아니다. 8월 한달간 국내에서 판매된 중국산 배터리 탑재 국산 전기차가 40%를 넘어 1년 사이에 16% 포인트 올랐다. 공급망 의존도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배터리에 필수인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흑연의 약 98%를 중국에 의존했고,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의존도도 94%에 달해 상류 소재에 대한 통제가 있을 경우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안전화 요구로 폭발적 성장을 시작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전환 기술의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최근 보조금과 세제, 공공시장 제도를 아우르는 다양한 비가격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달성을 위한 경쟁입찰에서 탄소배출량 검증 모듈 사용 여부에 따라 차등 배점(630kg·CO₂/kW 이하 모듈에 20점 배점 등)을 부여하고, 기후부의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에도 저탄소 인증 가점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탄소배출량 655kg 이하 저탄소 모듈을 통합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켰고, 내년부터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분야의 품목에 대해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단순 기술투자를 넘어 발전시설 설치와 품목 생산에 세제 혜택까지 연계한 것은 모든 에너지원을 통틀어 진일보한 시도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기술의 공급망 리스크는 글로벌 차원으로, 자국 중심의 분절된 정책만으로는 리스크 대응에 한계가 있다. 파리 워크숍에서 유럽과 한∙일 참가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는 해법 중 하나가 환경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상호인정'과 '신뢰 기반 파트너십'인 이유다. 지원정책, 공공구매, ESG규정 등 서로의 기준을 연계하고 상호 인정함으로써 공동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자는 취지다. 예컨대, 탄소국경세 부과나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기준이 되는 제품별 탄소배출량 검증을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한 국가가 계산한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다른 국가에서도 인정해 주면,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공급망 리스크 완화 정책의 효과도 커진다.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전기의 탄소배출량의 경우 중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과 이미 건축기자재 등 일부 제품에 대해 환경성적표지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 선례를 다양한 제품과 제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 태양광 및 ESS 시장규모는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에너지전환이 단순한 발전설비의 변경 및 확충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진화가 병행되어야 하는 만큼, 금번 워크숍이 에너지전환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기업의 수출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bienns@ekn.kr

[EE칼럼] 잠기는 섬, 솟아나는 섬

한쪽에서는 섬이 잠기고, 다른 쪽에서는 섬이 솟아난다. 남태평양 투발루와 카스피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새 섬은 땅이 융기한 게 아니라 호수의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며 생겼다. 물이 넘쳐도, 모자라도 삶의 터전은 사라진다. 지구 역사에 늘 있었던 일이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진행되고,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투발루의 평균 해발고도는 불과 2m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곳 해수면은 2023년까지 30년 새 약 15㎝ 상승했다. 이 낮은 나라에서 몇㎝의 차이는 침수의 빈도와 피해 정도를 크게 바꾼다. 투발루는 석호에서 모래를 퍼 올려 바다를 메우고 방어시설을 세우고 있다. 일련의 매립 사업이 마무리되면 주섬에 약 0.21㎢의 땅이 추가된다. 국토가 약 26㎢인 나라가 고향을 지키려고 벌이는 사투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금세기 말의 전망치보다 오늘 발을 디딜 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세계 최대 내륙 수역인 카스피해에서는 거꾸로 물이 줄었다. 카자흐스탄 관할 수역의 수위는 1996~2025년 약 2.45m 낮아졌다.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없는 이곳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 증가에 댐과 취수로 인한 유입량 변화까지 겹친다. 수심이 대체로 3~6m인 북부 연안에서는 조금만 물이 줄어도 해안선이 멀리 후퇴한다. 항만과 어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습지가 줄어든다. 바닷물의 열팽창과 육상 얼음의 융해로 해수면이 오르는 대양과는 조건이 다르다. 같은 온난화가 지형과 물의 순환에 따라 정반대의 풍경을 만든다. 카스피물범의 사정은 땅이 늘어난다고 살 곳이 늘어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2021년 수천 마리가 모였던 섬은 이후 육지와 연결됐다. 섬을 둘러싸고 사람의 접근을 막아주던 물의 울타리가 사라진 것이다. 쉴 곳을 잃은 물범은 더 많은 어업과 선박, 석유·가스 사업에 노출된다. 새끼를 낳을 겨울 얼음마저 불안정해진다. 인간이 지도 위에서 새 땅을 발견하는 동안 물범은 제 집을 잃는다. 근본적인 해법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그러나 배출을 줄인다고 내일 당장 수면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바다에 축적된 열과 빙상의 느린 반응 때문에 해수면 상승은 오래 이어진다. 감축의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살아야 하므로 적응을 함께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투발루의 해안 방어와 안전한 거주지 확보, 카스피해 유역의 물 사용 조정과 물범 피난처 보호가 모두 시급하다. 다만 방조제와 매립으로 커지는 위험을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적응은 감축을 미루는 구실이 될 수 없고, 감축 약속도 당장의 생존을 대신할 수 없다. 이 생존에는 돈과 권력이 필요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앞칸 승객들이 호사를 누리는 동안 꼬리칸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딘다. 같은 열차에 탔다고 같은 재난을 사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이 없는 물범, 배출에 기여한 몫이 작은 태평양 빈국이 먼저 삶의 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은 그 장면을 닮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지킬 자원과 결정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사회가 감축의 속도를 흥정하는 사이, 협상력이 약한 이들은 살아남을 비용부터 치른다. 그러므로 적응을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주문으로 남겨두면 안 된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감축을 서두르고 취약국의 적응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적응 지원금을 내고 화석연료 사업을 계속 늘린다면, 한 손으로 방조제를 쌓으며 다른 손으로 물을 밀어 넣는 셈이다. 기후협상에 대표를 보낼 수조차 없는 생물들의 서식지도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방조제의 높이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누가 보호받느냐다. 투발루와 물범에게 함께 버티자고 하면서 앞칸의 생활을 고집한다면, 지키려는 것은 지구인가, 특권인가. bienns@ekn.kr

[기자의 눈] 석탄·LNG·재생에너지 ‘오월동주’…정부 불신이 만든 연대

전력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경쟁해온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업계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를 두고서다. 의도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정부를 향한 이들의 불만이 닮아 있으니 그야말로 오월동주(吳越同舟)다. 원전업계도 한마디 보태고 싶을 법하지만, 발전사업이 모두 공공사업인 만큼 선뜻 같은 배에 올라타기는 어려운 처지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전력도매가격이 낮아진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더 큰 불만은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과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LMP가 도입되면 송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력이 남는 비수도권의 도매가격이 낮아진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송전망 부족으로 전력을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는 데다 판매가격까지 낮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역 간 가격 차등이 필요하다면 수도권 가격도 올려야 할텐데, 왜 비수도권 가격만 낮추는 방향으로만 해서 부담을 발전사업자에게 지우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더구나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간 사업성을 계산해야 하는 전력시장에서 제도의 방향이 사실상 통보에 가깝게 전달됐다. 이에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파장은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최근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조달) 이행을 위해 추진하던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재검토하고 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시행돼 비수도권 전기요금이 낮아질 경우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PPA의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석탄과 LNG, 재생에너지가 한목소리를 냈던 장면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했던 당시 정부가 SMP 상한제를 도입했을 때다. 당시에도 발전업계의 반발은 가격 상한 자체에만 있지 않았다. 어떤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제한할 것인지, 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 발전사업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산업이다. 정부가 시장의 가격 신호보다 정책적 필요에 따라 가격체계를 수시로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기업은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석탄과 LNG, 재생에너지가 같은 배에 올라탔다면 정부도 그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지키고 싶은 것은 당장의 도매가격만이 아닐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시장의 룰이다. 기업이 수십 년 뒤를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할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은행 영업시간 단축, 고객 시간도 중요하다

은행 점포 개점 시간이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30분 늦춰질 전망이다. 은행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영업시간 조정으로 직장인과 학생 등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 금융이 확산하고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지만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여전히 크다.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각종 마감 업무와 고객 응대, 내부 보고가 이어진다. 정해진 퇴근 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는 현장의 호소에도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은행원들 역시 노동자로서 적절한 근무 환경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업시간 조정의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다. 은행 영업시간은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직장인들은 출근 전이나 점심시간을 쪼개 은행 업무를 보고 때로는 회사에 양해를 구해 자리를 비운다. 학생들도 수업 시간과 은행 영업시간이 겹치면 창구를 찾기 어렵다. 개점 시간이 30분 늦춰지면 아침 일찍 은행을 이용하려던 고객들은 그만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은행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의 발달로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야 하는 일은 과거보다 줄었다. 계좌이체와 공과금 납부 등 일상적인 금융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달라진 금융 환경에 맞춰 영업시간과 인력 운영 방식을 재검토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모든 금융 업무를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 상담이나 복잡한 금융상품 가입, 각종 서류 확인 등은 대면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모바일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고객들에게는 영업점이 여전히 중요한 금융 창구다. 비대면 거래가 늘었다고 해서 대면 서비스의 필요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은행은 일반 기업인 동시에 고객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다. 수익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필요한 순간에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은행의 역할이다. 특히 은행은 영업시간을 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근무 여건뿐 아니라 고객들의 생활 패턴과 이용 수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근무 여건 개선과 고객 편의는 반드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지점별 이용 수요에 따라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예약 상담과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대면 업무가 필요한 고객들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지 않도록 상담 창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영업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이기 전에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은행원들의 정시 퇴근을 보장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고객들의 시간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은행이 지켜야 할 것은 근무시간만이 아니다. 고객과의 접점, 그리고 금융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함께 지켜야 한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이슈&인사이트] 언론의 확신이 만든 거짓의 시대

“신문에 나왔으니 진실인가? 여러분이 보도했다고 진실은 아니다." 매체의 본질·실체의 정곡을 찔렀다. 늘 그들을 상대하는 고위 관료가. 최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물었다: “국무부는 외국 정부들에게 마차도(노벨평화상 수상)의 베네수엘라 귀국을 돕지 말라고 계속 요청할 건가?" “누가 그러던가? “널리 보도됐다" “누가 널리 보도했나?" “'월스트리트저널'이다". 루비오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거짓 기사들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누가 흘려준 것 그대로 쓰고는, 진실을 입증한 것처럼 질문한다. 거짓을 가지고 묻는데 어떻게 답변하나. 질문 전제가 틀렸다." '진짜 보수주의자' 루비오는 좌파 매체의 목표가 오로지 보수우파 증오·타도임을 잘 안다. 진실보도를 하지 않는 그들과 상원의원 때부터 싸우는데 이골 났다. 이제 유력 대통령 후보라 눈치보고 몸 사릴 법도 하다. 그러나 그들을 믿지 않으니 거침없이 면박했다. 한국의 '가짜 보수주의자'들은 루비오 정공법을 흉내도 못 낼 듯. 혀끝에 칼만 단, 내용 없는 독설에 앞서 그들은 좌파의 본질·실체를 정면 공박하는 용기부터 배워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매체 97%가 좌파"라 했다. 허투루 그러지 않았다. 선거 숫자가 증명. 1964년 대선. 매체 종사자 94%가 민주당 존슨 투표. 공화당 골드워터 6%. 2016년 대선. 이들의 기부금은 힐러리 96%. 트럼프 4%. 한때 사회주의자였던 머스크는 좌파의 매체 장악을 그냥 두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했다. 평가액보다 38% 더 비싼 44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 'X'로 바꾼 이유. '보수주의 혁명 선봉장'이었다. 객관·공정·정확 보도. 희망일 뿐이다. 매체는 자신들 이념만을 따른다. 중립성·신뢰성·책임감을 스스로 던져버렸다. 신문 발상지 영국과 미국 등 세계 모든 매체가 그렇다. 매체 대부분은 '마르크스주의 혁명전사'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급진 좌파 목표를 완벽하게 따르는 '문화혁명 선전원·집행자.' 마르크스주의를 “진보"란 말로 위장한 채, 이견을 이단으로 취급하는 그들 보도는 좌파 교리교육이다. 좌편향만이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행태는 왜곡·조작·날조. 러-우 전쟁 ·이란전쟁·미국정치 등의 가짜보도 실상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그래서 '뉴욕Times'-'뉴욕Slimes(쓰레기),' '월스트리트Journal'-'월스트리트Urinal(소변기), 'NBC'-'Nothing But Crap(오직 엉터리)'라 비판받는다. 그들은 소련 옹호에 이어 늘 중국도 두둔한다. 뉴욕타임스는 모택동을 “낭만의 민중 운동가"로 미화. “코로나 우한 봉쇄 방역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극찬. CNN도 중국 통계만 인용, 중국식 통제를 칭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은 적이 아니다"고 했다. 친 공산주의 전통 탓에,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와 지역 강 이름을 따 타임즈-'허드슨 프라우다,' 포스트-'포토맥 프라우다'라 불린다. AP는 'American 프라우다,' CNN은 'Xi-NN,' 'Communist News Network.' 그들은 가짜보도도 반복하면 결국 다들 믿게 된다고 확신한다. 한국은 미국 등의 좌파 매체를 분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좌편향 정보·지식에 지배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깊게 물들어 있다. “무지는 최적의 사회주의 온상." 좌파 매체를 분별하지 못하고, 가짜 보수주의자를 솎아내지 못하면 한국은 사회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EE칼럼] 기후위기 시대의 ESG - 그 방향을 묻다

폭염과 집중호우의 여름이 물러나고 청명한 하늘이 반가운 가을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은 재난이 닥쳤을 때의 다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온한 지금이야말로 선택한 대응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때이며, 그 점검이 국가 경쟁력을 가른다. 재난의 긴장에서 벗어난 이 계절에 ESG의 진행 상황과 방향을 다시 정비하자고 꺼내는 이유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를 뜻하는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의 틀이다. 기후위기가 생산과 공급망, 자산과 수익을 위협하며 무게중심은 E로 옮겨갔지만, 사회와 지배구조를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기후위기라는 큰 우산 아래 세 영역을 함께 살피되, 오늘은 그 우산이 실제로 우산 구실을 하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먼저 실효성이다.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을 들이는 ESG가 실제 배출과 재난 위험을 줄이고 있는가. 보고서가 두꺼워지고 등급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성과를 입증할 수는 없다. 감축량과 피해 감소, 경영 개선으로 답해야 한다. 성과의 잣대가 그 자리에 서는 순간, ESG는 비용 항목에서 경쟁력 항목으로 옮겨 간다. 실효성을 가르는 잣대는 도입 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에 기반한 금융중심 기준을 받아들이면서, 제조업·수출 중심인 우리 산업구조와 전력 공급 여건, 중소기업의 역량을 고려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제적 호환성이 필요함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실정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 요구는 자료 수집과 검증 비용을 늘려 정작 현장 개선에 쓸 자원을 잠식할 수 있다. 이 비용은 특히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더 무겁게 얹힌다. ESG에 대응하지 못하면 금융거래는 물론 수출입 등 기업활동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까 걱정이 앞섰고, 어려운 경영 속에서도 ESG 조직을 만들고 유지해 왔는데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이 많다. 정부와 수많은 관련 기관·단체는 필요성 강조에서 나아가, 업종과 규모별로 당장 해야 할 일과 뒤로 미뤄도 되는 일을 쉽고 친절하게,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기업에 불안을 안긴 채 해법은 스스로 찾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국제표준 ISO의 경험은 이 대목에서 참고할 만하다. 품질·환경경영 표준은 업무의 체계화와 운영 개선에 기여해 왔다. 다만 인증 유지와 심사 통과가 목적이 되면 비용은 반복되지만 개선 효과는 약해질 수 있다. ISO의 효용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형식과 실질이 어긋나는 지점을 살펴야 한다. ESG도 기존 관리 체계와 연계해 확보한 자료를 활용하고 중복 업무를 줄여야 같은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제도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이 관점은 통상 현장에서 더 절실하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와 배출권거래제 대응의 핵심은 정확한 배출 자료와 실제 감축이며, 기후재난에 대비한 입지·설비·공급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EGS 보고서는 이런 결정을 도울 때 가치가 있다. 유럽조차 기업 부담을 고려해 공시·실사 제도를 간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 규제 대응은 한 번의 보고가 아니라 데이터가 쌓일수록 유리해지는 관리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방향은 명확하다. 현실성·실효성·합리성이라는 세 기준으로 선택과 집중을 이루는 것이다. 공시 일정에 맞춘 최소한의 준비로 비용을 통제하되, 체력이 약해 부담이 큰 중소기업일수록 신중하게, 대신 S·G의 좋은 경영과 관리 체계를 우선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업종과 규모에 맞게 요구를 차등화하고 공통 데이터와 검증을 지원하며, 기업은 검증된 사례를 도입하는 영리한 추종으로 비용을 줄이되 경쟁우위를 만들 분야는 선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신중함이 준비의 중단이어서는 안 된다. 한숨 살필 시간을 갖는 관망은 방치가 아니라, 준비된 대응의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대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손실을 무릅쓴 맹목적 투자가 아니라, 공시 일정과 정부의 지원안에 맞춰 최소한의 대비를 단단히 갖추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게 준비하면 다른 나라들이 기후 규제 속에 머뭇거릴 때 생기는 공백을 우리의 실리적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 청명한 가을날의 상쾌함 뒤에 숨은 기후위기의 엄중함을 인지하되, ESG를 향한 무조건적인 조급함은 내려놓자. 냉정한 현실 진단과 속도 조절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기업과 사회를 동시에 살리는 가장 합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ESG의 성적표는 보고서의 두께가 아니라 줄어든 탄소와 피해, 높아진 안전과 경쟁력으로 매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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