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 초대석] 안병진 “유시민 李정부 비판, 엘리트주의적 오만이자 민생 대의에 독”

[에경 초대석] 안병진 “유시민 李정부 비판, 엘리트주의적 오만이자 민생 대의에 독”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 혼선과 전당대회 이후 불거진 당내 노선 갈등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인 유시민 작가가 연일 이재명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 작가는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를 두고 “지지층 동의 없는 재건축(중도 보수 외연 확장)은 오만이며 필연적 실패"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절대 권력은 부패해 썩은 내를 풍길 것", 심지어 “오만한 권력자로 이준석을 쫓아내다 집권 기반을 허문..

[기자의 눈] ‘공급 못 해 미친 것처럼’…속도전에 가려진 것들

“'공급 못 해 미친 것'처럼 최대한 신속하게 공급을 늘리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개각 발표 직후 이같이 언급하며 신속한 주택 공급 의지를 드러냈다. 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홍지선 국토부 차관 역시 후보자 지명 후 출근길 첫 메시지로 '속도'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홍 후보자의 발언은 정부의 주택정책이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단계에서 실제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단계로 접어든 상황과 맞물린다. 정부는 김윤덕 장관 체제에서 9·7 대책, 1·29 대책에 이어 이번 8·13 주택 신속공급방안을 내놓으며 수도권 공급 확대 방안을 구체화했다. 8·13 대책에는 수도권 23만가구 이상의 추가 공급과 함께 신규 공공택지 사업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신규 공공택지는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절반 가량 줄이는 '최단기 착공 모델'을 도입했다. 지구 지정과 지구계획 수립, 보상, 부지 조성 등 사업 절차를 단축해 공급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공공택지의 착공 시점도 1~2년 앞당긴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절차 합리화'와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다.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절차는 걷어내고, 토지소유자·지자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은 오히려 더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절차를 줄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용산공원 개발이 대표적이다.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면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녹지 보존 등을 이유로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을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미군으로부터 부지를 반환받고 정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정부가 단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이 진행 중인 민간 사업지도 마찬가지다. 경기 광주시와 민간이 2018년부터 추진해 온 광주역세권 2단계 도시개발사업은 8·13 대책에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토지주는 물론이고 지자체도 이 사실을 대책 발표 이후에서야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 환지를 위해 민간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토지주들은 기존 계약이 유지되는지 조차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주택 공급에서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책 과정에서의 책임 있는 설명이다. '공급 못 해 미친 것처럼' 공급하겠다는 대통령의 표현만큼이나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결정했느냐'보다 그 결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실행하느냐'일 것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특별기고] AI 데이터센터와 지속가능한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제언

지난 7월 8일, 국토교통부 주관 및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주최로 'AI시대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활성화 포럼'이 발대식을 갖고 본격 출범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뒷받침하고, 전 세계적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 급증에 발맞춰 국내 건설산업의 활성화를 유도하며 글로벌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산·학·연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개진이 있었다. 전력과 물 부족, 전자파, 소음, 전기요금 인상 등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각자의 의견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포럼 현장의 열의는 매우 뜨거웠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약 11.10%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2,697억 9천만 달러, 2026년 약 3,006억 4천만 달러로 성장하여 2034년까지 약 6,991억 3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의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냉각용 물과 전기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을 의미한다. 특히,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확대는 '수자원 고갈'이라는 물리적 한계와 직면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은 현재 5,600억 리터에서 1조 2,000억 리터로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 40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AI 연산량 증가에 따른 초고발열을 잡기 위해 공랭식 냉각을 택하면 전력 사용량(PUE)이 급증하고, 수랭식이나 증발식을 택하면 물 사용량(WUE)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열역학적 제로섬(Zero-Sum)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전력 및 물 공급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초저지연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도심지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하는 사업주의 희망과 고전압, 전자파, 냉각탑 소음·열기 및 물 부족 등을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의 거부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데이터센터와 같이 전력·정책·IT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사회 인프라(SOC)를 적시에 확보하고 AI 기술 경쟁력을 갖추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 난제들의 해결과 함께 사회적 갈등 상황에 대한 합리적이고 지속발전이 가능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자원·전력 한계와 입지 갈등을 한 번에 돌파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도심 공공부지 연계형 입체화 데이터센터 건설 마스터플랜'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지역사회와 수익을 함께 나누는 '친환경 공공 상생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첫째, 버려지고 있는 유출지하수를 데이터센터의 수냉식 쿨링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연간 약 1억 4,000만 톤(팔당댐 저수용량의 60% 규모)의 유출지하수가 발생하지만, 89%가 미활용된 채 방류되거나 하수도로 버려진다. 특히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만 매일 약 10만 톤이 유출되어 지자체가 막대한 배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연중 12~16℃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유출지하수를 데이터센터 수냉식 칠러(Chiller)와 직접 연계하여 활용한다면, 귀중한 상수도를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냉각 전력 소모를 대폭 낮춰 전력 사용량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둘째, 지하철 역사의 지하 유휴 공간이나 도심지 내 위치한 공공부지의 적극적 활용이다. 지하철 역사의 지하 유휴 공간이나 공공부지 지하공간을 개발하여 OSC(탈현장건설) 기반 모듈러 AI 엣지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면, 두꺼운 콘크리트 벽체가 자연스러운 소음 및 전자파 차폐막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활용한 완벽한 물리적 차폐와 함께 도심 초저지연 AI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여기에 실시간 3색 LED 전자파 전광판을 외벽에 설치하여 안전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폐열 리사이클링 및 공공 복합 개발을 통한 지역 상생이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포집해 지역난방이나 주민 편의시설(온수 수영장 등)에 열원으로 공급한다면 난방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지상부는 공영 도서관, 체육시설 등 주민 복합 공간으로 조성한다면, 데이터센터는 지역 주민이 환영하는 시설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마스터플랜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현행 방송통신시설에서 데이터센터를 분리해 '신산업 건축물'로 재분류하고, 주거지 입지는 엄격히 제한하되 공공부지 복합개발 시 인허가 원스톱 처리 및 주차장 등 특화 건축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하철 역사 및 철도 국유지에 데이터센터 및 냉각 인프라가 점용·입점할 수 있도록 '국유재산법' 및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상의 점용 특례를 신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간 활용에 있어 제약이 많은 지하 공간에서 즉시 조립이 가능한 OSC 기반 MEP(기계·전기·배관 설비) 모듈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유출지하수를 재이용하는 사업자에게 하수도 사용료 감면 및 제로에너지건축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시 재창조의 기회이다. 지하철 유출지하수의 선순환적 활용과 도심 입체화 모델은 사업주(도심 초저지연 AI 서비스 제공과 전력 및 물 소비량 개선), 주민(생활 환경권 보호 및 편의시설 확충), 지자체(하수도 비용 절감 및 신규 세수 확보) 모두가 승리하는 'Win-Win-Win'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제언과'AI시대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활성화 포럼'출범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EE칼럼] 원자력 르네상스, 사람을 준비해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최근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르네상스"가 회자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전력원으로서의 가치,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에 더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가파른 전력수요 증가가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끌어올렸다.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거나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국가가 늘고 있으며,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자력 르네상스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원전을 설계하고 건설하며, 운영하고 규제할 사람이 필요하다. 주요 원전 운영국들은 이미 이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발전 관련 제조업체의 63%가 인력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결정한 「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의 최대 활용을 기조로 정한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관련 전공자가 감소하면서 인력의 고령화와 기술 전승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국내 원자력 산업 인력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원자력 전공 입학생은 2024년 709명에서 지난해 654명으로 감소하는 등 대학의 인력 공급 기반은 오히려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혁신형 SMR 개발, 원전 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 여기에 체코 두코바니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원전 수출이 확대된다면 필요한 인력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문제는 숫자 너머에도 있다. 원자력은 사람을 뽑는다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원전의 설계와 제작, 건설, 시운전, 운영, 정비에서부터 규제와 핵안보, 안전조치, 방사선 방호, 핵연료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오랜 교육과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원전 건설이 오랫동안 중단됐던 국가에서는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전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인력 문제 역시 한 국가의 문제로만 접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원자력 공급망을 공유하고 높은 수준의 안전·비확산 기준을 함께 유지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 인력 수급에 관한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어느 국가에서 어떤 분야의 인력이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어느 분야에서 부족이 예상되는지를 미리 파악한다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특정 프로젝트에서 전문인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경우 국가 간 교육과 파견, 공동훈련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원전을 직접 설계하고 건설하며 장기간 운영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여기에 해외 원전 건설 경험까지 가지고 있으며 원자력 안전규제와 비확산 분야에서도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앞으로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이러한 경험과 인적 자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처음으로 원전을 도입하는 신규 진입국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원전 건설을 결정하는 것만으로 원전 운영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할 기술자뿐 아니라 독립적으로 이를 감독할 규제기관과 전문인력, 비상대응 체계, 핵안보와 비확산 역량, 그리고 다음 세대의 인력을 길러낼 대학과 교육기관까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와 인력은 원자로처럼 완제품으로 수입할 수도,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도 없다. 따라서 운영자 교육, 규제 역량 강화, 대학과 연구기관의 인력 양성, 정비와 안전문화 교육까지 포함하는 장기적인 인적 역량 구축 프로그램이 한국 원전 수출 패키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수입국의 원자력 안전을 높이는 동시에 공급국과 수입국 사이에 수십 년간 지속되는 신뢰와 협력 관계를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현실이 될수록 가장 희소한 자원은 연료보다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원자로는 수출할 수 있지만 경험은 하루아침에 수출할 수 없다. 지금부터 국내 인력의 양성과 기술 전승을 준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인력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신규 진입국의 인적 역량 구축까지 원전 수출 전략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다가오는 원전 르네상스에서 한국이 원자로뿐 아니라 상대국의 원자력 인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성장 기다리기엔 짧은 모험자본의 ‘유통기한’

모험자본은 위험을 감수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이다. 투자자는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돈을 맡긴다.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힘을 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신기업이 성장하려면 실패를 딛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기업의 도전을 격려하고 자본을 투입하면서 정작 그 결과를 기다릴 준비는 돼 있는지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투자자가 부담스러워했다고 털어놨다. 투자자의 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대신 기업공개(IPO)를 앞당겨 투자자의 기대수익을 충족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토로한 셈이다. 숫자를 보면 이러한 고민이 어디서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를 받은 뒤 IPO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3년이다. 반면 벤처캐피털(VC) 펀드의 평균 운용 기간은 7~8년에 그친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시점이 5~6년 먼저 찾아오는 구조다. 물론 무작정 기다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VC 역시 투자금을 맡긴 출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펀드에는 만기가 있고 투자에는 회수가 필요하다. 기업의 성장을 기다린다는 명분으로 자본을 무기한 묶어두기란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의 시간표가 기업의 성장 전략까지 흔들기 시작할 때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지, IPO를 서두를지 결정하는 기준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보다 투자자의 회수 시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모험자본이라는 이름도 무색해진다. 성장을 위해 들어온 자본이 정작 그 성장을 기다리지 못하는 역설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만기가 임박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새로운 펀드로 넘겨 투자 기간을 연장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지적재산권(IP) 유동화 등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통로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계획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이 실패할 수도 있고 예상보다 성과가 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수면서 기업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 모험자본의 역할일 것이다. 모험자본 확대가 혁신기업 육성으로 이어지려면 자금을 공급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이 성장하기 전에 투자금부터 찾아오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모험자본이 의미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기다려줄 시간도 자본이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이슈&인사이트] 지방 국립대 전액 장학금 정책과 수도권 2030의 반응은

내년 지방 국립대 신입생부터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등록금을 내지 않게 된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걷게 되는 추가 세수 가운데 약 2,130억 원을 장학금으로 준다고 한다. 지방 사립대 신입생 1만 명에게도 최대 800만 원의 등록금 지원이 약속되어 있다. 여기에는 약 1,15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지원 대상은 1년마다 늘려서 4년 뒤에는 전체 학년으로 확대된다. 외국 유학생, 의대, 약대, 치의대, 수의대 학생은 제외되고 중간에 그만두면 소득 수준과 연계된 국가 장학금을 뺀 지원금만큼은 환수될 것이다.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이다. 당연하게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는 역차별이라고 반발한다. 국립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고 사립대 학생은 제외되는 게 불공정하다는 말이다. 당장 내년도 학생 모집부터 어려워질 거라고 보는 중이다. 그런데 사립대까지 모두 국가 예산을 지원받겠다고 한다면 그건 본질적으로 사립대라고 할 수 없다. 2026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의 교비회계 적립금이 무려 10조이니 이 예산을 사립대답게 장학금으로 많이 돌려 학생을 적극 유치하는 게 순리이다. 문제는 지방 국립대 전액 장학금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점이다. 수험생 당사자와 학부모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정작 학생이 비수도권 국립대에 진학하거나 자녀를 진학시킬 의향이 있다는 대답은 겨우 13.5%에 그쳤다. 이와 반대로 등록금 0원 정책에도 진학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응답은 무려 63.9%를 차지했다. 또 졸업 후 정착 의향도 13.9%에 불과했는데 정착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57.9%를 차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지방' 국립대가 아닌 '수도권' 국립대 학생들의 박탈감은 무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서울 옆이라 애매모호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인천대학교, 경인교대, 한경국립대 등 국립대 신입생들은 등록금 0원 정책에서 제외된다. 여태 정부의 5극 3특 정책에 따라 많은 예산 지원 사업에서 혜택이 0인 대학들이다. 거기에 더해 가령 인천대학교 2025년 신입생(2,693명) 기준으로 국가장학금(64억 원)을 제외하면 약 63억 원 정도만 장학금으로 주면 되는데 또 '수도권' 국립대라고 이마저도 제외시키는 형국이다. 그 여파가 최근 심상치 않은 수도권 2030 민심 이반의 확산으로 이어질까봐 우려된다. 정민철 작가의 신간(1020 극우가 온다)에 따르면 2030 남성의 보수화는 중고등 시절 게임문화에서 싹터서 군대에서 반 페미니즘 문화에 빠져든 뒤 대학 시절 집단적으로 확대재생산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2030 여성도 여러 요인으로 민주당에서 멀어지는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수도권 2030에게 수도권 국립대생이라고 자신의 지방 친구들이 받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는 현실은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의 해제는 대통령 탄핵을 예고했다. 당시 탄핵 뒤 새로운 대통령선거의 결과도 자명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이 49.4%를 얻는 동안 국민의 힘(41.2%)과 개혁신당(8.3%)이 그보다 더 많은 49.5%를 확보했다. 민주노동당 1%를 합해도 큰 차이가 없다. 2030 여성이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수도권과 중도층이 힘을 보탰어도 그랬다. 이제 2030 여성도 떠나고 수도권도 떠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기대효과도 적고, 겨우 63억 원 아끼려다가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지방 국립대 전액 장학금 정책은 디자인부터 재고할 필요는 없는가. 소소한 전투에서 이기려고 하다가 큰 전쟁에서 지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bienns@ekn.co.kr

[EE칼럼] 물에너지, 기술 목록을 넘어 정책 패키지로

가뭄이 오면 발전소의 냉각수와 수력발전량이 줄고, 폭염이 오면 전력수요와 상수도 처리·이송에 필요한 전기가 함께 늘어난다.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는 전력뿐 아니라 대규모 용수와 냉각, 폐열·하·폐수 처리능력까지 요구한다. 이제 물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따로 풀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국제적으로 확산한 개념이 물-에너지 넥서스(WEN)다. 유엔(UN), 유럽연합(EU),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물과 에너지의 상호의존성을 하나의 체계로 보고 정책, 투자, 규제와 인프라 계획을 함께 논의해 왔다. 넥서스는 유행어가 아니라 한 부문의 선택이 다른 부문의 비용과 위험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조정의 틀이다. WEN은 물이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워터 포 에너지(water for energy)'만을 뜻하지 않는다. 물을 취수·이송·정수·재이용하고 하·폐수를 처리하는 데 에너지가 드는 '에너지 포 워터(energy for water)'까지 함께 봐야 한다. 양수발전, 수상태양광, 수열, 조력발전처럼 물과 에너지가 한 사업에 등장한다고 자동으로 넥서스가 되는 것도 아니다. 두 방향의 영향이 입지, 규모, 운영과 투자 결정에 실제로 반영돼야 한다. 한국은 WEN을 정책에 적용할 필요성이 특히 크다. 국토와 산업이 밀집돼 있고, 하나의 댐이 용수공급·홍수조절·수질·생태·발전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각자 수립·운영되고 두 계획의 연결은 아직 약하다. 기후변화, 인구, 산업구조, 전력·용수 수요 같은 기본 전제와 시나리오부터 맞추지 않으면 가뭄과 폭염 때 계획 간 충돌이 커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과 전력 계획이 공동 시나리오와 데이터를 사용하고, 대규모 산업입지와 공공투자 단계에서 물·전력·열 영향을 함께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물관리, 전력 수급, 산업입지, 집단에너지와 지역개발을 연계하는 종합계획 체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새 계획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정계획을 공통 기준과 조정 절차로 묶는 작업이다. 여기서 WEN과 물에너지 산업정책은 구분하되 연결해야 한다. WEN은 사업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의사결정 원칙이고, 물에너지 산업은 그 원칙 아래 양수발전·수상태양광·수열·조력과 수처리 에너지 회수 같은 기술과 서비스를 묶어 육성하는 정책 패키지다. 개별 기술만 나열해서는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동 목표, 시장, 지원수단과 담당 체계가 있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성장이 이를 보여준다.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는 기술적으로 서로 긴밀한 하나의 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법률이 이들을 '재생에너지'로 묶고, 보급목표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예산, 인허가와 연구개발을 결합하면서 하나의 시장과 산업군이 형성됐다. 기술적 유사성보다 제도적 기반이 산업 확대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물에너지에도 같은 제도화가 필요하다. 가칭 '물에너지 기본법' 또는 '물에너지 산업 진흥법'을 마련해 산업의 범위와 정책목표를 정하고, 국가 기본계획, 부처 간 조정체계, 통계·산업분류, 연구개발과 실종, 공공구매·금융지원, 전문인력 양성, 지자체 사업의 근거를 담아야 한다. 법적 지위가 있어야 안정적인 예산과 시장 창출, 지역사업의 지속성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법은 사업 확대만을 위한 진흥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통 시나리오에 따른 물·에너지 통합 검토, 유역과 전력망 단위의 누적영향, 독립적인 자료 검증, 주민과 이용자의 참여, 성과가 예상과 다를 때 운영을 조정·중단·복원하는 규칙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물에너지'가 선호 사업을 포장하는 이름이 아니라 국제적 WEN 원칙을 실현하는 산업정책이 된다. 올해 국내에서 본격화된 물에너지 논의도 이제 개별 사업 발굴을 넘어 법제화와 종합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에너지 포럼 역시 기술 소개와 협력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기본법 제정, 부처 간 계획 연계, 예산과 시장제도 마련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가 그랬듯 산업은 기술의 목록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물과 에너지를 함께 보는 국제적 시각을 국내의 법과 계획으로 바꿀 때 비로소 물에너지 산업이 만들어진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40년 전 잣대로 넷플릭스와 싸우라는 나라

글로벌 OTT는 시장 상황에 맞춰 요금을 조정하고 서비스 정책을 신속하게 바꾼다. 반면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는 신규 부가서비스 하나를 출시할 때도 수개월간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일한 거실 화면을 두고 경쟁하지만 1980년대 제정된 방송법 규제 틀이 유지되면서 영업 자율권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단순한 규제 완화로 대응할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며 “기존의 낡은 틀을 완전히 걷어내는 '규제 혁파'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 글로벌 OTT 진입 당시 정립했어야 할 공정경쟁 환경을 방치한 채 행정 절차 몇 개를 다듬는 수준으로는 기울어진 규제 구조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제도적 역차별은 플랫폼의 수익성 악화를 넘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재원 고갈로 직결된다. 유료방송 구독료와 VOD 매출은 중소 방송채널(PP)과 제작사로 흘러드는 미디어 산업의 핵심 자금원이다. 플랫폼의 재원이 줄어들면 콘텐츠 제작 현장으로 들어가는 돈줄이 함께 마르는 구조다. 주요 방송사들 역시 경영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JTBC가 실적 악화와 제작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개국 이래 첫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의 재원 축소가 콘텐츠 제작 현장의 인력 감축이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존 갈림길에 선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신규 서비스와 거래 기준을 제때 세울 수 있는 자율성이다. 사전 승인처럼 운영되는 '유보적 신고제'를 절차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자기완결적 신고제'로 바꿔 최소한의 영업 속도를 보장해 달라는 취지다. 셋톱박스 시청 데이터를 검증해 콘텐츠 대가를 산정하자는 제안 역시 불투명했던 거래 관행을 객관적 기준 위로 올리자는 요청이다. 통합미디어법의 핵심은 방송과 OTT를 가르던 낡은 법적 경계를 허물고, 동일한 서비스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데 있다. 사업자의 형식이 아니라 시장에서 행사하는 실질적 영향력에 따라 그에 걸맞은 권리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민관협의체가 세부 조항을 미세 조정하는 데 그친다면, 안방 거실의 주권은 물론 콘텐츠 생태계의 주도권마저 넷플릭스에 영구적으로 내줄 수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법인 명의 고가 주택, ‘황제 사택’으로 둔갑...법인 부동산 관리 주의보

최근 국세청은 법인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특히 이른바 '황제 사택'으로 불리며 사적으로 유용된 고가 주택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의 칼을 빼 들었다. 편법과 특권을 누리는 탈루 행위를 근절하고 공정한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국세청 실태 확인 결과, 법인 보유 고가 주택 2,639채 중 임대용 및 업무용을 제외한 1,097채(약 42%)가 사주 일가의 거주 등 사적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제1차 세무조사 대상은 총 50개 업체이며,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 9천억 원에 달힌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강남 3구, 마·용·성 등 핵심지에 위치한 고가의 주택을 사주 일가에게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한 '사주 일가 거주형(28개 업체)'이다. 한 업체는 200억 원대 한남동 고급 주택을 취득하고 100억 원대의 호화 증축 및 인테리어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충당했다. 또 다른 업체는 40억 원대 청담동 하이엔드 빌라를 사주 전용 사택으로 제공하고, 유학 중인 자녀의 체류비 지원을 위해 허위 인건비 30억 원을 유출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정부의 다주택 중과세 및 대출 제한 등 부동산 정상화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지배 법인을 악용한 '부동산 투기형(5개 업체)'도 적발되었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매입해 1세대 2주택자가 된 사주가 기존 보유하던 40억 원대 주택을 법인에 양도하여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챙기고 무상 거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사주가 강남 아파트 2채를 개인 명의로 보유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본인은 법인이 취득한 100억 원대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종부세 중과를 피한 꼼수도 확인되었다. 형식적으로는 '직원 복지용'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고급 콘도와 별장을 사주 일가 전용으로 독점 사용한 '별장형(17개 업체)'도 다수 포함되었다. 계열사를 동원해 100억 원대 초호화 별장을 매입해 출입을 차단하고 사주 일가만 전용하거나, 1박 300만 원, 시가 60억 원 상당의 단독주택형 콘도를 '회장님 별장'으로 전용하고 사주 아파트 인테리어비 20억 원을 법인이 대납한 외국계 법인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일시 보관, 계좌 조회, 디지털 포렌식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법인 부동산을 사적으로 유용할 경우 막대한 세무 리스크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먼저 사주가 거주하는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관리비, 인테리어 공사비 등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업무와 무관한 지출로 간주해 전액 비용 인정(손금 계상)이 거부된다. 나아가 부당하게 유출되어 사주 등이 사적으로 취한 이익에 대해서는 그 귀속을 명확히 밝혀 개인의 소득(상여 등)으로 처분되므로, 사주 개인에게 막대한 소득세가 추징된다. 직원 복리후생 목적이나 기숙사 용도인 것처럼 사내 공문과 사용 일지를 꾸며 부당하게 부가가치세 매입 세액 공제받은 경우, 적발 시 공제받은 매입 세액을 토해내야 함은 물론 무거운 가산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법인 자금이 유출되어 사주 일가의 재산을 형성하는 데 쓰였는지 꼼꼼한 자금출처 조사가 진행되며 유학 자녀 생계비 명목의 허위 인건비 지급, 사주 지배 특수관계 법인에 대한 이익 분여 등 편법적인 부의 이전 행위도 모두 엄격한 세금 추징 대상이 된다. 세금을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세 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고의적이고 중대한 조세범칙 행위가 적발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사주 및 관련자가 반드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고가 주택 소유 법인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국내 황제 사택' 문제뿐만 아니라 해외 사택 무상제공, 유학비 지원 등 법인 자금 횡령 행위 전반으로 검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기업들은 고가 주택 등 부동산의 취득과 운영에 있어 명확한 공적 목적을 증빙하고 투명한 자금 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세무 및 형사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길 바란다. ekn@ekn.kr

[EE칼럼] 발전기를 끌 것인가, 암호화폐 채굴기를 켤 것인가

올해부터 호남권을 시작으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도 보상이 붙는다. 발전을 멈추라고 해놓고 손실은 나 몰라라 하던 관행에 비하면 분명한 진일보다. 그런데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그림이 묘하다. 우리 전력시장에는 이미 지어놓기만 하면 나가는 용량요금(CP)이 있고, 급전 지시로 돌리지 못한 발전기에 얹어주는 제약비발전 정산금이 있다. 여기에 출력제어 보상까지 더해졌으니, 공급 쪽에는 돌려도 주고 못 돌려도 주는 보상이 세 겹으로 깔린 셈이다. 근데 정작 전기를 쓰는 쪽, 즉 부하를 줄여주는 값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발전기를 끄는 일은 생각보다 비싸고 굼뜨다. 석탄이나 가스 같은 기력 설비는 출력을 내리는 데 수십 분이 걸리고, 급하게 세웠다 올리는 과정에서 설비 수명이 깎인다. 원전 감발에 따라 설비에 엄청난 무리가 간다는 무시무시한 의견도 많다. 인버터로 즉시 감발이 가능한 태양광은 사정이 다르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그 순간 당연히 만들어졌을 전기가 영영 사라진다는 점이다.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전기에 국민이 값을 치르는 구조인 것이다. 언제까지 만들지 못한 전기에 돈을 물어줄 것인가? 사업자들은 계속 우는 소리를 할거고, 다양한 발전원들을 챙겨줘야 하는 정부는 이들 전원들이 계속 영업을 확장할 수 있게 해줘야하기 때문에 결국엔 이런 용량요금+제약비발전정산금+출력제어보상 같은 파퓰리즘에 기반한 정책에밖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각종 전원 편을 갈라 영역 지키기만을 하고 있으니, 막상 돈을 내는 국민들은 눈가린 장님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부하를 끄면 어떻게 되나. 발전기는 그대로 돌고, 만들어진 전기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 전기를 먹고 있던 소비처가 잠시 빠져줄 뿐이고, 그 몫은 폭염 속 에어컨과 병원, 냉동창고로 흘러간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한쪽은 허공에 지불하는 것이고, 다른 쪽은 배분을 조정한 대가다. 계통 입장에서 공급을 조절하는 것보다 수요를 조절하는 편이 훨씬 싸고 빠르다는 건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우리 제도는 여태 공급 쪽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래서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부하가 중요한 것이고, 그동안 남는 전기로 수전해 수소를 만들어 축적하던지 열로 만들던지 전기차를 충전하던지 양수나 배터리 충전을 하던지 등등 소위 섹터커플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경제성 부족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암호화폐 채굴(mining)은 그 경제성에 비해서 아직 주목을 못받는거 같다. 일전에 한 세미나 자리에서 본 주제를 꺼냈는데, 전기가 안그래도 부족한데 비트코인 같은 “투기자산"을 생산하기 위해 또 전기를 낭비하자는 것이냐며 비판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필자도 이 소재를 꺼내기가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계통이 보는 것은 그 부하가 무엇을 위해 전기를 쓰느냐가 아니라, 신호를 보냈을 때 몇 초 만에 사라져 주느냐다. 채굴장은 결국 컴퓨터 더미다. 수백 MW를 수 초에서 수 분 안에 0으로 내릴 수 있고, 껐다 켜도 망가지지 않으며, 계통에 여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지을 수 있다. 단 요즘 각광받는 AI 데이터센터와 헷갈리면 안되는 것이, 데이터센터는 오히려 경직성 부하로서 서비스 약정상 24시간 켜져 있어야 한다. 실제로 텍사스에서도 채굴장이 데이터센터로 갈아타면서 계통의 비상 제동장치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국내 사정은 다르다. 암호화폐 채굴은 여태 제도의 회색지대에 놓여 있어, 수요자원으로 시장에 등록될 길 자체가 열려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채굴이 쓸모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제도가 아직 그 소중한 쓸모를 담을 그릇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딱히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기 보다는 제도적인 인허가의 문제일 뿐인거 같은데 말이다. 이러한 방식이 통할 수만 있다면, 맞지도 않을 주기적인 전력수급기본계획 같은 것을 계속 만들어 전원별 칸막이를 치면서 개별 전원의 성장을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유연성 부하를 넓게 인정해줘서 발전원 신설도 사업자에게 완전히 맡길 수 있다. 전기가 남아돌면 뭐 어떤가? 사업자들이 알아서 남는 전기 이용해 수소를 축적하든 비트코인 채굴시키면 되지 않은가. 즉 구조적으로 수용량의 상한이 올라가는 것이다. 잉여를 흡수할 수요가 있으면 출력제어 걱정이 줄고, 출력제어 걱정이 줄면 재생에너지를 수요보다 훨씬 많이 짓는 초과건설(overbuilding)도 합리적인 투자가 된다. 수용량이 경직적으로 딱 정해져 있으니 “전력 부족한데 2배 비싼 신재생 쓰느라…멀쩡한 원전 쉬게 했다." 류의 비판도 계속 나오는게 아닌가. 언제쯤 우리는 제약발전으로 전기가 얼마나 덜 만들어졌는지, 넉넉잡은 예비율에 생산비가 얼마나 새는지를 해마다 세어보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력이란 상품만 유독 시장경제의 예외가 되니, 정부는 항상 발전사업자 각각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며, 이 집은 적자가 나겠구나 저 집은 못 버티겠구나 일일이 헤아려 줘야 한다. 시장을 열어놓고 정작 그 안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받쳐주는 일을, 우리는 꽤 오랫동안 또 너무도 당연하게 정책이라고 부르고 있다. bienns@ekn.kr

[데스크 칼럼] 전 좌석이 임산부배려석이었다

지하철을 타면 눈에 띄는 좌석이 있다.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이다. 2013년말 서울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 자리는 만원 차량 안에서도 비워져 있을 떄가 있다. 종종 임산부가 되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기도 한다. 주변에 서있는 사람이 눈으로 욕설을 내뱉는다. 임산부 배려석이 만들어진 뒤, 임산부 배지(배려 배지)를 달고 서서 가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임산부 좌석에 이미 임산부가 앉아있으니, 다른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노약자 배려석이 생긴 후 노약자석는 차량당 12석으로 줄었다. 노인들끼리 '민증을 까자'는 다툼이 벌어졌다. 제도가 원래 있던 조정 기능을 대신하면 조정 기능은 퇴화한다. 삼성전자는 19일 공시를 통해 현재 확보한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주주에게 돌려줄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되겠지만, 시장이 가장 원하는 방식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다. 주식 수를 줄여 주주의 지분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주당순이익도 개선된다. 정부가 줄곧 주창한 구상대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소각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대규모로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늘어난다. 두 회사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전체 발행주식 수만 줄어든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은 합산 약 10% 수준이다. 금산분리 규제의 경계선이다. 삼성전자가 주식을 태우면 보험계열사는 비율에 맞춰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미 올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이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분율을 10%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1조4000억 정도지만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올해 삼성전자가 내세운 그림은 이보다 훨씬 크다. 보험계열사가 쏟아내야할 물량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 거대한 물량은 삼성물산이 받아내기에 부담스러운 규모다. 공시 이후 분산해 시장에 내놓는다해도 오버행이 이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사들인다고 해도, 이만한 물량을 사들이면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발생한다. 대형 기관투자자나 글로벌 투자자도 쉽게 매수하기 부담된다. 반복적으로 수십조원 규모 매물을 흡수할 투자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매수자가 없으면 주가는 더 떨어진다. 또 하나, 삼성생명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그만큼 시장에 억지로 주식을 내놔야 한다. 그래서 삼성생명법은 단순히 '재벌 지배구조 개혁법'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본시장의 거대한 수요와 공급을 실제로 법으로 흔들어놓는 규제다. '관리의 삼성'이 이런 미래를 예상하지 않았을리 없다. 19일 공시를 단순한 주주환원 계획으로만 볼 수 없다. '정치가 하라시는 대로 합니다. 그런데 시장의 밸런싱이 깨어지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논제로 읽힌다. 2013년, 핑크색 좌석이 생기기 전에는 그랬다. 아이를 데리고 타거나, 몸이 불편해 보이거나, 임산부로 보이는 사람이 보이면 누구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모든 좌석은 임산부 배려석이었다. 만원 차량에 비어있는 좌석도 없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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