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첫 관문, 에너지 허브 기회”

[인터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첫 관문, 에너지 허브 기회”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한국에 아주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수에즈운하를 거쳐 약 2만km를 가야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1/3이 줄어든 1만5000km면 갈 수 있다. 세계 최대 제조지역과 세계 두 번째 경제지역과의 만남은 그만큼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한국은 북극항로에서 아시아 지역의 첫 번째 관문에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

[기자의 눈] “규제 말고 지원”···산업계 호소가 절박한 이유

“한미 협상으로 25%였던 관세를 15%로 낮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0%였던 게 15%로 올라간 겁니다." 최근 만난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의 목소리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우리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국이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며 무역 장벽을 쌓는 동시에 자국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물건을 팔아야 할 거점에서 포탄이 오간 지 수년이 지났다. 내수 경기가 여전히 차가운데 환율은 치솟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모래주머니'까지 차는 모양새다. 정부·국회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거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골자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산업계 의견은 듣지 않고 있다. 화룡점정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다.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NDC를 권고사항으로 정하는데 한국만 나 홀로 이를 법적 의무로 못 박기로 했다.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한 2035 NDC의 골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68.8∼75.3%, 산업 24.3∼31.0%, 수송 60.2∼62.8% 등 부문별로 목표치를 차등화했다. 기업들은 이를 '족쇄'로 인식하고 있다. 2035 NDC 48%를 '도전적인 상한선'이라고 호소했지만 정부가 해당 의견을 완전히 묵살해서다. 탄소 감축 기술·설비 투자를 늘리면 수익성 악화→투자여력 감소→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자재 부담 증가도 불가피하다. 적자 해소를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업계 등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동차 산업은 지형도 자체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2035년까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무공해차 비중을 30~35%로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단종'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 부품 산업은 붕괴가 우려된다. 국내 부품 업체의 95%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 중 현재 전동화 차량 등 미래차 매출액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86.5%에 달한다. 주요국들은 탄소중립보다는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정책과 사실상 이별을 고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204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면서 원안보다 대폭 완화된 타협안을 채택했다. 중국은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해나가고 있다. 5년 뒤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산업·기업 경쟁력이 중국에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NDC 달성을 위해 규제보다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달라'는 산업계 호소가 유독 절박하게 들린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기업 역대급 투자 이행되려면

“국내에 1000조 원 이상 투자" 대기업 총수들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속 대책을 논의하며 우리 경제에 통 큰 선물을 선사했다. 천문학적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내는 발표였다. 기업인들은 한미 관세 협상을 잘 마무리한 정부를 높이 평가했다. 미국의 막무가내 압박 속에서도 나름 선방했고, 그 결과 기업 부담을 줄여줬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외환시장 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연간 200억 달러로 현금 투자를 제한했으나 대미 투자 총액인 3500억 달러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만약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결렬됐다면 우리 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됐으니 한시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책 회의를 생중계한 동영상을 보면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의 표정이 밝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약속한 투자를 이행할지는 두고 볼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같은 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본지를 포함해 거의 모든 매체는 '재계, 1000조 원 통 큰 투자'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적지 않은 사람은 기시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정권 초기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백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곤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3년 6개월 전에도 똑같은 기사를 봤다. 주연은 그대로이고 조연만 바뀌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 주연은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성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다. 투자 명분이 달라지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민간 주도 성장'에 부응한다는 점이 부각됐고, 지금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우려되는 국내 투자 위축을 막겠다는 점이 강조됐다.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대한 약속을 지켰는지는 이재명 정부 후반이 돼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투자는 총수 의지만으로는 실행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국내도 해외 못지않은 투자 리스크가 상존한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와 비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과거 정부는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그렇게 하려는 의지는 빈약했고 그럴 역량은 더 부족했다. 실용과 능력을 내세우는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기업이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을 보면 회의적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기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재명 정부에서는 기업 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투자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투자는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투자 약속은 빈말이 되고 말 게 뻔하다. 다시 정권이 바뀌고 대기업 총수들이 또 통 큰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도돌이표'는 무한반복될 것이다. 물론 정부 책임만 있는 건 아니다. 대기업들도 정부 눈치를 보며 투자 계획을 급조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전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짝 바꿔 재탕한 부분도 눈에 띈다. 전반적인 투자 내용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일정과 금액은 외부인이 알기 어렵다. 영업 비밀이 포함돼 불가피한 점도 있을 것이다. 결국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확인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제 '덤앤더머'를 연상하게 만드는 정부와 기업의 '투자 발표 쇼'는 끝나야 한다.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근간인 대기업의 국내 투자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기업은 투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정부도 수시로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장박원 편집국장 jangbak@ekn.kr

[이슈&인사이트] 정치적 상상력을 초월하는 현실 정치

투수이자 홈런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메이저 리그 포스트시즌 4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와 탈삼진을 10개 하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무려 3개씩이나 날렸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까지 친 오타니의 활약은 영화라면 오히려 식상한 전개인데 실전이었기 때문에 더 만화 같이 느껴진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2025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4연승으로 2년 연속 월드시리즈로 진출했다. 정치적 상상력을 초월하는 만화 같은 일이 세계 곳곳의 현실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의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여론에 밀려 사퇴했던 총리(세바스티엥 르코르뉘)가 나흘 만인 10월 10일 다시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는 9월 9일 총리로 임명되었는데 27일 만인 10월 6일 사임했었다. 그는 다시 의회에서 불신임 대상으로 전락했다. 2024년 8월 파리 올림픽 직후 총리에 오른 미셸 바르니에도 12월에 의회 불신임안 가결로 사퇴했다. 그 뒤를 이은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도 2025년 2월 예산안 갈등 당시 신임투표에서 기사회생했다가 7개월 만에 또다시 신임 투표로 도전을 받았다. 그 사이 10월 21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이 감옥에 구속되면서 5년 형기를 시작했다. 2025년 3월 프랑스 법원은 사르코지가 리비아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자금에 사용했다고 5년형을 확정했다. 이보다 한 달 전인 9월 11일 감옥에 들어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은 27년 3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지지자를 선동해 의회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등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다. 2020년대에 쿠데타를 시도한 사례는 더 있다. 2021년 7월에 취임한 노동운동가 출신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하려는 의회에 맞서 쿠데타를 준비하다가 반역죄로 체포되었다. 페루에서는 7년 동안 대통령을 벌써 5명씩이나 교체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는 뇌물 수수로 탄핵 하루 전에 사임했고, 그 후임(마르틴 비스카라)은 뇌물수수로 탄핵되었으며, 그 후임(마누엘 메리노)은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불과 5일 만에 사임했다. 그 후임(페드로 카스티요)의 다음인 디나 블루아르테 전 대통령도 거센 반정부 시위로 중도 퇴진했다. 다저스의 4연승도 아니고 페루에서는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감옥에 수감된 기록이 있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바르바디요 교도소에는 2001년부터 5년간 재임한 알레한드로 톨레도, 오얀타 우말라(2011-2016년), 마르탄 비스카라(2018-2020년), 페드로 카스티요(2021-2022년)가 함께 수형 생활을 했다. 친위 쿠데타를 시도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는 카스티요를 제외하고 모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었다. 이렇게 시끄러운 중남미에서 아직 사법처리된 대통령 사례가 없는 곳은 우루과이 정도로 꼽힌다. 우루과이는 지난해 영국 언론사(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로 15등을 받았다. 다른 대통령제 중남미 국가와 달리 우루과이에서는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에게 관용 차량이 제공되지 않고 관사 대신 평소 자기 집에서 출퇴근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에 공개된 IDEA의 세계 민주주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사이 173개 국가 가운데 94개 국가에서 민주주의 수준이 악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도 그렇다. 정치적 불안정성을 기준으로 치면 한국이 프랑스와 비슷해 보이고 대통령의 반복된 탄핵과 감옥에 쿠데타를 비교하면 페루와 겹쳐 보인다. 소설보다 더 한 한국의 현실 정치, 정치적 상상이 더 빈곤해 보인다. 이준한

[EE칼럼] 기후변화협약의 정치와 과학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이번 총회에서 공표하고 연내에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확정된 2035 NDC는 온실가스를 2018년 7억4230만톤에서 53∼61% 감축하는 안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8950만∼3억4890만톤이 된다.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에너지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가 COP30이 “근본적으로 사기"라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의 이번 회의 불참과는 별개로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뉴섬은 100명 이상의 대표단을 이끌며, 주정부가 여전히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섬은 미국 기후동맹에 속한 24명의 주지사 중 한 명이다. 미국 기후동맹은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대표하는 주들의 모임이다. 뉴섬은 이번 회의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모으며 유력한 2028년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회의에 미국이 불참한 것에 대해 학교 일진이 병가를 낸 것과 비슷한 안도감을 느낀다는 참석자들도 있다. 파리협정을 이끈 전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미국의 불참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올해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의 정상들도 불참함으로써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회의 결과와는 별개로 전세계 연구논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위기의 영향과 대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기구가 있다. 기후 회의의 논의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지원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그것이다. IPCC가 1990년 발간한 제1차 평가보고서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 채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제2차 보고서는 교토의정서 채택에 영향을 미쳤고, 2014년의 제5차 보고서는 2015년 파리협정을 이끌어냈다. 국제사회는 IPCC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감축목표, 적응전략, 재정투자 방향을 조정한다. 우리나라도 제5차 및 제6차 보고서를 반영하여 2050 탄소중립 선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효율화 정책 등을 수립했다. IPCC 보고서에서 강조한 에너지부문의 핵심 권고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전력부문의 탈탄소화, 산업․건물․수송 전반의 에너지효율화, 전기차․히트펌프 등을 통한 전기화 등이다. 한국은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IPCC 제6차 보고서는 태양광, 풍력의 비용은 크게 줄고 보급은 크게 늘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는 탈탄소 전환을 추진하여 34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당초 목표인 78GW에서 100GW로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효율화 측면에서는 최근 발표한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에 주요 내용이 담겨있다. 산업부문은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자발적 에너지효율 협약 확대, EERS 본격 시행을 통해 최종에너지 소비를 감축할 예정이다. 건물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데이터센터 효율화, 기기․설비 효율관리제 개편, 수송부문은 친환경차 보급 가속화, 내연기관차 연비기준 강화 등을 추진한다.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한 열산업의 전기화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였다. IPCC는 현재 제7차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7년에 단기체류 기후변화 원인물질(SLCF) 방법론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SLCF는 대기중에 짧은 기간(몇 시간에서 약 20년) 존재하면서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물질로서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비메테인휘발성유기화합물(NMVOCs), 이산화황(SO2), 암모니아(NH3), 검댕(BC) 및 유기 탄소(OC), 먼지(PM) 등 7종이 있다. SLCF는 기본적으로 대기오염물질로서 온실가스와 배출원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암모니아 등은 냉각효과를, 일산화탄소, 검댕, 유기 탄소 등은 온난화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모든 당사국은 IPCC 방법론 보고서를 따라 국가 인벤토리를 작성해야 한다. 2027년 SLCF 방법론 보고서가 승인되면 각국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SLCF 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므로, 관련 연구와 IPCC 회의 참석 지원, 제도적 기반 마련, 배출원 파악, 데이터 확보 및 검증 절차 등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이슈&인사이트] 흔들리는 원화와 다가온 민생의 겨울

1350원에서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4개월도 채 안된 상황에서 100원 넘게 올라 현재는 1470원 근처까지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환율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주가가 오르면 환율은 하락했는데 지금은 코스피가 70%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도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율이 이처럼 오르는 이유와 앞으로의 환율 전망은 어떨지 다들 궁금한 상황이다. 특히 수출입 업자들은 내년 환율 평균을 어디에 두고 영업계획을 짜야 할 지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유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자금 때문일 것이다. 매달 200억 달러씩 10년간 미국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현재의 외환 보유고를 고려해도 작은 금액은 아니다. 200억이면 매년 경상수지에서 벌어들이는 잉여금액 수준이다. 둘째, 통화량 즉, M2가 2022년 이후 미국은 3% 우리는 20.4% 증가하였다. 미국은 러-우 전쟁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으로 양적긴축(QT)를 하였지만 우리는 금리를 내리면서 미국보다 7배나 많은 돈을 풀었다. 금리 역전 현상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한 이후 41개월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는 2.5% 벌어진 상태이고 국채의 시장 금리도 현재 2년짜리 국채 기준 미국은 3.6%, 한국 2.7%로 미국 금리가 높아 미국에서 돈을 번 한국 기업들이 굳이 한국으로 달러를 가지고 들어올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어 더더욱 달러를 국내로 가져오고 있지 않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공급마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셋째, 한은 총재가 우리나라 원/달러 상승의 원인으로 말한 것처럼 서학 개미들과 국민연금의 외화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올 한 해 국내 주식의 호황으로 주식 자금은 200억 달러 순 유입되었지만 해외로 나간 주식투자 금액은 그 10배에 가깝다. 거기에 채권 자금마저 10월에는 7억 2천만달러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유는 한은총재가 블룸버그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금리 인하가 힘들 거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금리 인하를 노리고 들어온 외인들이 채권을 팔았기 때문이다. 10월 달에는 미국의 단기 금융시장 혼란으로 REPO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힘들어 ATM이라고 불리는 우리 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 본국으로 돈을 가져 가면서 환율이 상승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심리적 불안감이다. 정부가 내년 재정을 확대재정으로 정해 재정지출이 늘어날 게 확실해 외인들은 금리인하 가능성도 사라지고 재정적자가 늘어날 걸 우려해 채권을 팔아 환전하면서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일본에 새로 들어선 다카이치 내각이 확장재정을 펼치겠다는 선언으로 엔화 또한 약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경쟁국의 환율이 상승하니 우리 원화도 같이 하락하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는 국민연금과의 스왑을 통해 외환 개입을 했지만 미 재무성이 이를 외환개입이라고 경고하자 한은만이 시장 개입을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역외시장에서 환율이 크게 움직여 역내시장의 환율 개입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이 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달러가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라는 것이다. 그런데 달러가 시나브로 강세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환율 상승이 더 크게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수입물가가 오른다는 얘기라 국내 물가가 상승할 거고 그렇다면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서민들이 될 거다. 가뜩이나 소위 말하는 k자 성장으로 자산 가치 상승으로 가진 자들만 더 부자가 되고 서민들은 더 가난해지는 현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해 만들 거다. 지금은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시급하게 나와야 할 시기다. 최용

[EE칼럼] 국가 탄소감축 정책, 이상과 현실 사이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배출량 7억 4천 만톤 대비하여 53~61%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2030년 목표인 40% 감축을 달성하고 5년 후엔 추가로 13%에서 21%를 줄이는 계획이다. 한쪽에서는 목표가 과하다, 다른 쪽에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하나의 목표값 대신 범위를 둔 것은 다행스럽다. 어떤 목표치를 염두에 두든 탄소감축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다. 탄소감축의 기준년인 2018년 기준으로 탄소 방출량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 수 있다. 2018년도 이산화탄소 방출량 7억 3천 만톤의 90% 정도는 에너지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발전과 산업 부문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내연기관 중심인 수송 부문이 14%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 세 부문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지 않으면 국가 탄소감축 정책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가 될 뿐이다. 어떤 정책이 실행되어야 2035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먼저 우리의 에너지원 구성과 발전원 구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석유 39%, 석탄 22%, 천연가스 20%, 원자력 13%, 신재생에너지 등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80% 정도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의 감축과 신재생에너지의 비약적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에너지 사용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전력의 생산원을 살펴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원자력 32%, 석탄 28%, 천연가스 28%, 신재생 11% 로 구성되어 있다. 즉, 56%를 차지하는 석탄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신재생 발전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수송분야는 95% 이상이 육상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이용되고 있고 자동차의 90% 이상이 석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가 조속히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70%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차지하고 있는 발전과 산업 부문에서 석탄 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폐쇄하고, 10%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전력이 이를 대체해야 한다. 또한 수송 부문에서는 90% 이상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적으로 또한 양적으로 달성이 가능한가이다.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2가지 전제 조건이 마련되어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탄소중립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탄소중립형 탄소가격과 에너지전환형 전기요금이다.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재생에너지 확충과 설비 전환 가속화로 요약되며,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과 산업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료 인상과 탄소세 부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투자할 재원이 없으면 탄소중립 정책은 말뿐인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어설프게 실행되는 탄소중립 정책은 재원을 낭비하고 국내 산업을 망가뜨린다. 이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로 연결되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없는 건강한 지구 만들기가 되거나, 행복한 국민 없는 탄소중립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세계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과 국가를 위한 탄소중립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신현돈

[기자의 눈] 이재명 대통령式 발전공기업 통폐합의 미래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공기관 개혁의 방향을 두고 “개혁의 명분 아래 힘 없는 사람을 자르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불필요한 임원 자리를 정리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단순한 조직 축소나 인력 감축이 아니라,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중복 구조를 정면으로 손보겠다는 메시지다.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수차례 논의만 반복됐던 발전공기업 통폐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한국전력 산하 발전자회사 5곳(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은 설립 배경과 발전 용량이 거의 동일하고, 사업 구조 역시 화석연료 중심으로 사실상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각 사가 별도 법인으로 존재하면서 과도한 임원 수, 중복된 조직, 지역별 '체급 경쟁'이 이어져 왔다. 경영평가 체계는 이들 5개사를 한 줄로 세워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보니, 필요 이상의 경쟁이 불가피했고 장기적인 투자·안전·정비보다는 '평가 점수 관리'에 매달리는 기형적 행태가 누적돼 왔다. 이 같은 문제는 내부 구성원들 역시 오랫동안 체감해온 현실이다. 현장 직원 사이에서도 “동일한 구조와 사업인데 5개 회사로 나뉘어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많은 사외이사·임원 자리, '한전 패밀리'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방만 운영을 정당화한 문화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구조적 비효율의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공공기관 개혁=인력 감축'이라는 단순 공식에서 벗어나, 임원·지배구조·평가체계·중복 기능 등 핵심 병목을 손보겠다는 의지가 짙게 반영돼 있다. 공공기관 개혁의 본질이 “힘없는 직원이 아니라, 불필요한 의사결정 구조를 걷어내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발전자회사 통폐합은 결코 단순한 구조조정 작업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반발, 노조의 고용 안정 우려, 임원단의 저항 등이 얽혀 있어 정부의 정치적 리더십 없이는 추진 자체가 어렵다. 더욱이 정부의 탈석탄 기조와 재생에너지·전력망 확충 정책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발전자회사 개편은 국가 전력정책의 방향과도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 조직만 합친다고 효율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전원믹스 변화·계통 안정·투자 주기 조정·전력시장 개편과 같은 종합적 관점에서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은 '누구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가 국가 전력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에 대한 답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밝힌 대로, 임원단을 포함해 기득권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개혁 방향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기관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다. 구성원들과 지역주민 등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있는 국가 발전 책임 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제는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글로벌 브랜드 韓 진출 러시…K컬처 매력의 끝은?

유명세는 물론 강렬한 개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들의 '한국행'이 물밀 듯 이어지고 있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열풍이 K-패션과 K-뷰티, K-푸드 신드롬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탄생지인 한국에 대한 매력도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수수료 높은 구매대행이나 해외직구 등을 이용하지 않고도 한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 진출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3월 스웨덴의 명품 니치향수(전문 조향사가 만든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BYREDO)가 팝업 전시회 개최 첫 번째 장소로 한국을 선택했다. 이달 초에는 25년 전통의 영국 유명 소프트 토이 브랜드 '젤리캣'(Jellycat)이 한국에 공식 론칭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28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한국 최초 팝업 스토어 '젤리캣 스페이스'를 운영한다.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우주 콘셉트다. 그동안 젤리캣은 글로벌 시장에서 각기 다른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다. 영국 런던 '피시앤칩스', 중국 상하이·베이징 '젤리캣 카페', 미국 뉴욕 '다이너' 등으로 공간을 꾸몄다. 또 한국 한정으로 어뮤저블스 스페이스 코멧, 어뮤저블스 젤리소서, 어뮤저블스 플래닛 마스, 질런 에일리언 등 신규 캐릭터 4종을 출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 등이 착용하면서 국내 인지도를 높인 독특한 초승달 모양이 시그니처인 프랑스 패션브랜드 '마린 세르'(Marine Serre)가 첫 번째 글로벌 단독 매장 국가로 한국을 '픽(Pick)'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린 세르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 외에 오픈한 최초의 단독 매장이다. 마린 세르는 지난달 패션기업 무신사의 자회사 무신사 트레이딩을 통해 서울 한남동에 '마린 세르 한남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게다가 최근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킴스'(SKIMS)가 한국에 상륙한다. 이달 21일부터 서울 성수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공식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에 첫선을 보인다. 스킴스는 글로벌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이 이끄는 란제리 브랜드로, 속옷을 패션으로 승화하며 속옷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야말로 한국 시장이 글로벌 브랜드의 전략적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는 속도가 굉장하다.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대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 가능하다. 한국 콘텐츠가 해외로 넘어가 주목을 받는 방식에서 이제는 해외 브랜드가 K-컬처의 탄생지로 직접 발을 들이고 있는 지금이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데스크 칼럼] ‘깐부 동맹’이 열어야 할 구조개혁의 문

한국 경제가 다시 뛰기 위해서는 곳곳에 쌓인 구조적 병목을 풀어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간 IMF, 무디스, 한국은행 등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수 차례 촉구해 왔지만, 논의는 정치적 공방에 가려 번번이 본질에서 멀어지기 일쑤였다. 이번 메시지가 진영을 넘어 '국가 과제'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다. 이제 시선은 구조개혁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로 향한다. 내년을 기점으로 정부가 개혁을 본궤도에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하나·KB금융·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실행 계획을 제시하며 기존의 단순 상생금융을 넘어선 '새로운 금융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과거 상생금융이 이자 환급, 공과금 지원, 서민금융 출연 등 사실상 부담 분담의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 요구에 따라 금융회사가 수익 일부를 내놓던 '보조금형 상생'과 결별하겠다는 의미다. 생산적 금융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금융이 기업의 성장과 국가 산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자 장사 중심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금융이 전면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이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벤처·기술기업 투자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이를 하나의 체계로 결집해 '금융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도 더 단단해지고 있다. 정부 역시 금융사의 숙원 해소에 속도를 내며 시장 변화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를 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대신 고객자금을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로, 일종의 '증권형 은행업'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이번 인가를 계기로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중심의 기존 투자 영역에서 벗어나 유망 벤처·기술기업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확보했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모험자본 공급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장치다. 정책 방향은 명확하지만 생산적 금융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부동산에서 첨단벤처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예대금리형 금융에서 자본시장 투자 중심으로"라는 정부의 구상이 현실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규제혁신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금융위·공정위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자금조달 규제 합리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참여 주체 확대,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 폐지 등 20건의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금공급이 기업 혁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투자 경로'를 넓혀야 생산적 금융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혁신의 토대는 금융이 놓고, 성장의 동력은 기업의 생산적 투자에서 나온다. 정부는 규제 혁파로 이 선순환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금융권과 기업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관건은 실행이다. 정부·기업·금융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깐부 동맹'만이 국가 대전환의 실질적 첫걸음을 만들 수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E칼럼] 동맹과의 협력으로 우리의 차세대 원자로를 확보하자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워싱턴 D.C.에서 한 싱크탱크의 주관으로 열린 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흥미로운 논의가 오갔다. 주제는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어떻게 하면 빨리 현실화할 것인가"였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국가적 목표가 있으니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원이 꼭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탓인지 언급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에서 그 바탕이 되는 전력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빨리 미국내에 대형 및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의 실제 건설을 할 수 있을지, 동맹국들과 함께 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세계적인 전력 공급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이 과연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등의 내용이 주요한 논의 내용이었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원자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데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제로 이를 구현해 낼 것인지, 그 과정에서 국제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갈 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읽혀졌다. 당연히 계획과 구호만으로는 실제 건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허가, 자금 조달, 기술 표준, 공급망 등 모든 측면에서 정교한 정책 일관성과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공통된 결론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특히 “미국이 모든 역량을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어느 나라와의 협력이 가장 자주 심도있게 언급되었을 지는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익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원자력계의 축적된 실제 경험과 풍부한 엔지니어, 일본의 공업력과 자금력, 캐나다 및 호주의 천연 자원 모두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도움을 받고 싶은 요소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동맹을 활용한 신속한 프로젝트 추진"이 논의된 것이다. 미국의 기초 과학과 과거 수많은 실험 경험, 그리고 선진화된 제도적 틀에 동맹국의 기술력과 경험이 결합된다면 원전 건설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원전 기자재,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역량 등 원자력 기반 공급망은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된 강력한 힘이다. 사실 원자력 발전소나 원자력 기술의 수출은 단순한 전력 생산 수단의 수출로 생각할 수가 없다. 그 나라와 향후 수십 년에 걸친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적 행위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전 수출은 건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료 공급, 기술 지원, 운영 훈련, 폐기물 관리까지 이어지는 긴 주기의 협력 체계를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해당 국가와의 장기적이고 긴밀한 외교·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 수출을 외교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신뢰 기반의 원전 생태계 복원"을 새로운 전략 축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동맹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이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미래 국가 전략 기술인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현실화해 나가는 것을 생각해 볼만 하다. 미국의 기초 자료와 원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차세대 원전 기술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 차세대 원자로의 안전을 입증하기 위한 대부분의 연구가 미국에서 수행된 것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의 거대한 자본력은 새로운 시작 개척에서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물을 냉각재로 활용한 대형 경수형 원자력 발전소와는 달리, 액체금속이나 헬륨가스를 활용하는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는 아직 상업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계 및 건설 단계에서 많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하며, 실제 제작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정밀함과 특수 가공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공업 시설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사업적인 위험요소도 커서 이를 관리하는 것은 축적된 경험 없이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손을 잡고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렵다. 이런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이 가장 강력한 협력 후보가 된다. 그러나 한국만이 이런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등 경쟁국이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일본의 대미 투자 협정에 따라 미국 원자력에의 투자가 결정된 후 일본 원자력 산업계의 미국내 움직임이 활발해 졌다고 한다. 앞으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 국가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의 미래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선택도 없을 것이다. 기회의 문이 열려 있을 때 행동해야 한다. 긴 안목에서 정부 차원의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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